취임 두 달여 만에 비정규직 여비서 3명 해고
폭언 등 인격 모독한 정황 담긴 문서 발견
경기도 산하 최대 규모 공공기관 중 하나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A 이사장이 취임 두 달 만에 여비서 3명을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여비서는 모두 아웃소싱 업체 소속의 20~30대 비정규직 직원이다.
이런 가운데 본보가 단독입수한 여비서들의 ‘이사장 업무사항 고충’이라는 문서에는 그동안 A 이사장의 업무를 보조하면서 겪었던 비정규직의 서러움과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 문서는 여비서들이 사용했던 컴퓨터에서 발견됐다.
15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 따르면 진흥원은 과학기술처 장관 출신인 A씨를 지난 2월17일 초대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지난 1월 통합됨에 따라 출범하게 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A씨를 이사장으로 영입, 진흥원의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A 이사장은 취임 후 지난 4월28일까지 약 두 달 사이 비정규직인 여비서 3명을 해고, 비정규직에 대한 ‘갑질논란’이 일고 있다.
첫 번째 여비서는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이사장의 비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직원으로, 지난 2월17일 A 이사장이 취임함에 따라 여비서로 근무하게 됐지만 한 달가량밖에 근무하지 못하고 3월22일 해고처리 됐다.
이어 4월6일 채용된 두 번째 비서는 단 하루만 일한 뒤 진흥원을 떠났다. 세 번째로 채용된 여비서는 4월10일 출근했지만 3주가 지난 4월 28일 해고됐다. 이들 중에는 삼성그룹에서 2년 여간 비서로 근무했던 베테랑 비서도 포함돼 있어 단순히 업무능력 미달로 인한 해고는 아닐 것이라는 등의 추측이 무성하다.
이처럼 두 달 사이 3명의 여비서가 해고처리됐지만 정작 진흥원은 A 이사장이 왜 이들을 해고처리할 것을 요구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확한 이유 없이 여비서가 계속 해고됨에 따라 현재 진흥원은 후임 여비서 채용 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경기도에서 파견 보낸 행정인턴 직원에게 A 이사장 비서 업무를 맡기고 있다.
문서는 A4용지 2매 분량으로 총 23개가량의 업무 고충내용이 담겨 있으며 “상식이 없다”ㆍ“개념이 없다”라는 등의 A 이사장의 발언 내용과, TV를 켜고 끄는 것은 물론 채널 변경을 요청하는 등의 업무지시, 주말에 운전기사를 불러 사우나에 가는 등의 행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서에 담겨 있는 이러한 행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갑질논란’과 ‘인격모독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A 이사장이 여비서를 보면 대부분 일주일 내에 같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한다.
여비서를 해고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명확한 이유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지만 영어능력이 매우 뛰어난 비서를 원하는 것 같다”며 “A 이사장이 원하는 인재상을 정확히 파악한 후 채용하기 위해 당분간 시간을 두고 있다. 기존 여비서들이 남긴 문서에 대해서는 차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보는 A이사장에게 문서와 관련된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진흥원은 기관의 입장으로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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