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산소통 잠그지 않고 퇴근 가스누출 모르고 용접중 폭발”
경보기 없고 관리자 자리 비워 사망 4명·부상 10명… 3명 위독
대한민국 안전이 또다시 무너졌다.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붕괴사고 역시 안전불감에 의한 대형인재였다.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붕괴사고는 전날 근무자가 잠가놓지 않은 용접(단)용 산소가스통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가스통 환기구와 경보기도 설치하지 않았고, 안전관리자는 자리를 비워 가스가 새어나가는지 모르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오전 7시27분께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일대 진접선 복선전철 제4공구 건설공사(지하철 4호선 연장공사) 현장에서 폭발·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K씨(50)와 Y씨(62), J씨(60), S씨(52) 등 4명이 숨졌다. 4명의 사망자 중 상부에 있던 1명은 폭발에 의한 충격으로 공사현장 외부로 튕겨나가 숨졌고 지하에 있던 사망자 3명은 15m 아래서 고립됐다가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또 S씨(51·중국인) 등 10명이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 4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S씨와 H씨(60) 등 3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이날 사고는 금곡리 주곡2교 아래 개착 구간의 철근조립 공사 중 발생했다. 구조물 설치 전 튀어나온 철근을 절단하려 용단작업을 하던 중 폭발이 일면서 붕괴사고가 났다.
당시 다리 아래 가로 10m, 세로 2m, 깊이 15m의 공간에서 작업자 10명이 지하 바닥에서 작업 중이었다. 2명은 상부에서 일하던 중이었으며 2명은 현장 바깥 사무실 근처에 있었다.
생존자 K씨(46)는 “엄청나게 큰 폭발음이 들리더니 앞이 확 뿌옇게 변했다”면서 “강한 폭풍을 느꼈는데, 나 말고 주변 사람들이 다 넘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이 일단 뒤돌아서 황급히 뛰쳐나왔다”고 당시 위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소방당국 등으로부터 전날부터 가스가 새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날 작업했던 근로자들이 가스산소통 2개를 열어 놓은 채 퇴근, 호스가 지하로 향해 밤새 유출됐으며, 피해 근로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용접 작업을 시작하다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황홍락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은 “아직 수사를 더 해봐야 알 수 있지만 (가스 누출 등)그런 부분까지 모든 개연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면서 “부상자와 전일 근무자 등 공사 관계자를 비롯해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까지 확보,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피해를 입은 근로자들은 오전 6시50분께 현장사무소에서 작업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주의사항 숙지, 체조 실시 이후 작업에 돌입했으나 얼마 되지 않아 변을 입었다.
특히 포스코건설이 현장에 가스통 환기구는 물론이고 경보기도 설치하지 않는데다, 안전관리자 역시 전날 퇴근 이후 이날 사고 때까지 현장에서 자리를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따라 안전관리자 3명을 배치했으나 사고 발생 현장은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인상 대한산업안전협회 건설안전본부장은 “세월호 침몰 참사 후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아직 산업현장에서는 저가로 공사해 많은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면서 “이렇다 보니 안전에 대한 투자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안전관리자는 (사고 당시) 다른 곳의 안전점검을 하고 있었다”면서 “정확한 사고 경위를 관계기관에서 파악 중이므로 자세한 답변을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송주현ㆍ하지은ㆍ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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