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동 주택조합 “市, 대기업 땅과 맞교환 강요”

의정부시가 의정부동 지역주택조합에 대해 인접한 대기업 땅과 맞교환해 사업 예정지에 공원조성을 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는 해당 조합이 추진 중인 주상복합아파트 건립과 관련해 기부채납할 공원부지를 놓고 조합과 갈등(본보 24일자 10면)을 빚고 있다. 해당 조합원들은 24일 시청 앞 시민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시는 의정부동 (주상복합아파트) 사업 예정지 내 대기업 땅과 밖의 조합 땅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사업 예정지 내 공원을 건설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가 그동안 사업을 승인해주지 않은 건 주상복합아파트 예정지 안에 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며 국토부 등의 유권해석을 3차례나 받고 수많은 사례를 들며 형편에 따라 사업 예정지 밖에 공원을 조성해도 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담당 공무원이 국토부를 방문해 확인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조합원들은 그러면서 “대기업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는 이 같은 대지 맞교환 방식을 강요하는 공무원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김동근 시장에게 후보시절 사업승인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한편 조합원 1천200여명인 의정부동 지역주택조합은 지난 2017년부터 의정부시 의정부동 424번지 일원 1만9천267㎡에 지하 6층, 지상 49층 아파트 1천650세대, 오피스텔 136세대 등을 비롯해 판매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의정부=김동일기자

무연고 사망 처리 가능성 생긴 수원 ‘세 모녀’…지자체 공영장례 검토 중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의 시신 인계가 돌연 취소되면서 관련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에 대한 공영장례를 염두에 두고 있다. 24일 경찰, 수원특례시와 화성시 등에 따르면 사망한 60대 여성 A씨와 두 딸의 먼 친척 관계인 B씨는 세 모녀 사체 인수 취소를 경찰 측에 통보했다. A씨 등의 시신을 인수할 친인척이 없을 경우 지자체가 맡아 무연고 변사처리를 진행하면서 수원특례시와 화성시가 공영장례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모 의식 없이 곧바로 화장 절차가 진행되는 무연고 장례와 달리 공영장례는 지자체가 최대 160만원을 부담, 하루 동안 추모 의식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영장례는 관할 행정복지센터가 사망자의 친인척 등의 시신 포기와 관련한 서류를 확보하고 나서 시 본청에 이를 요청하면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최종 판정 과정 등의 절차를 거쳐 치러진다. 현재 수원특례시·화성시 본청에 접수된 이와 관련한 신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벼랑 끝에 몰린 세 모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두 지자체는 공영장례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무연고 사망자 최종 판단 시 수원시가 세 모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등 이와 관련한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화성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지침상 사망자 발생 지자체(수원특례시)에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공영장례를 치르는 게 원칙이나 혹시나 상황에 대비해 규정 등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남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세 모녀의 실거주지인 권선구에 무연고 사망자 처리 협조 요청을 발송했다. 양휘모·이정민기자

‘수원 세 모녀 비극’ 尹 대통령도 나섰다

경기일보의 최초 보도(21일자 6면)로 생활고를 겪으며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 비극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가운데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주문하는 등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문답(도어스테핑)에서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그런 주거지를 이전해서 사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수원 다세대 주택에서 세 모녀가 중증질환과 채무에 어려운 삶을 이어가면서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단의 대책’에 대해 “중앙정부에서는 이분들을 잘 찾아서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자치단체와 협력해 이런 일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국민들을 각별히 살피겠다”고 설명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삶의 벼랑 끝에 선 도민들의 참사를 막기 위한 ‘도지사 핫라인’ 구축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을 때 그래도 도지사에게 한번 연락해볼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책해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도지사로 일하고 있는 경기도, 제가 사는 수원시에서 세상을 떠나야 했던 세 모녀의 소식을 접하고 견딜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방법을 찾겠다. 아니 반드시 찾아야 한다. 공직사회의 상상력을 뛰어넘기 위해 도민들의 의견과 제안도 폭넓게 받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1일 오후 2시50분께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여성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시신들의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신원 확인이 어려웠지만, 경찰은 해당 주택에 살던 60대 여성 A씨와 두 딸로 추정하고, 외부 침입 흔적 등이 없는 점을 보아 이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세 모녀는 암과 희귀 난치병 등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고, 거처를 옮긴 뒤에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관할 지자체가 이들의 어려움을 모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휘모·이정민기자

경기도일자리재단, 오는 29일까지 ‘경기 청년 일자리 협업 표창’ 대상자 공모

경기도일자리재단이 다가올 ‘청년의 날(9월17일)’을 맞이해 ‘경기 청년 일자리 협업 표창’ 대상자를 오는 29일까지 공모한다. 23일 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에 참여한 개인 및 단체 중 20명(또는 팀)을 선발해 대표이사 명의 상장과 소정의 상품을 수여할 계획이다. 공모기간은 오는 29일까지로 적격 대상 여부 평가와 검증 결과를 다음 달 1일 발표할 예정이다. 포상식은 다음 달 7일 재단 청년일자리본부 3층 대강당에서 열리며, 재단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이번 공모는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 우수 공로자를 선정․포상해 청년 당사자의 사기를 진작하고 자긍심을 고취해 청년 참여를 독려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앞서 재단은 지난해부터 ‘경기 청년 일자리 협업단’ 활동을 통해 청년 당사자들과 함께 청년 일자리 정책 방향성과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만들고 있다. 조은주 재단 청년일자리본부장은 “재단은 협업단 활동으로 청년들이 주도하는 일자리 광역 협의체로서 도내 청년 일자리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번 포상을 통해 청년 일자리 사업에 기여한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향후 청년 일자리 사업 활성화와 협업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단은 청년의 날을 기념해 다음 달 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 ‘경기 청년 일자리 온라인 포럼’도 개최한다. 전문가 발제 특강과 패널 토론을 통해서 도내 청년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들을 다룬다. 임태환기자

[사설]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 후퇴’, 주민들 뿔날 만하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예정보다 늦어질 것으로 발표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비난이 거세다. 지난 16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 대책에서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이 2024년으로 미뤄져 ‘공약 후퇴’ 논란이 크다. 이 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에 냉기가 돌면서 매물이 늘고, 아파트값도 하락으로 돌아섰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윤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인 올해 1월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는 등의 규제완화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게 하겠다고 했다. 올해 5월 일산 수도권광역철도(GTX) 건설 현장 방문에서도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인 4월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중장기 사업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말 바꾸기’ 논란과 함께 반발이 거셌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특별법을 만들어 즉시 마스터플랜 작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고, 인수위도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마스터플랜에 따라 질서있게 지역마다 재정비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16일 발표에서 ‘도시 재창조 수준의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면서 시점을 2024년이라고 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마스터플랜 수립이 재차 연기되자 실망감을 보이며 반발했다. 1990년대 들어선 30만 가구 규모의 1기 신도시는 30년 넘은 노후 단지가 늘고 있지만 지구단위계획상 용적률 제한 규정에 묶여 있다. 윤 대통령의 특별법 제정 공약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컸으나 계속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보여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투기 수요 유입, 가격 상승 우려, 이주 대책, 지역 형평성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속도를 내기에 어려움이 있다. 도시 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은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정부는 공약 추진 과정이 늦어지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해당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현실적인 계획으로 양해를 구해야 한다. 적당히 넘어가려고 말 바꾸기만 하면 정권의 신뢰를 잃고 분노를 키우게 된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해당 지역 주민뿐 아니라 주택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는 국민적 관심사다. 정부는 신중하고 진실되게 대응해야 한다. 적극적인 설명과 소통이 필요하다. 2024년 수립이면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다. 1기 신도시 주민들 우려처럼 ‘총선에 공약을 재탕’해선 안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거 문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게 해야 한다.

[사설] 코로나 방역전사로 띄울 때는 언제고/舊전담 병원 위기 오자 정부는 손 뗐다

지난 6월10일부터 감염병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됐다. 코로나19 환자 감소와 방역 정책 변화에 따른 조치였다. 병원에 대한 손실보상금, 인력 파견 등 지원도 사라졌다. 적어도 정책적으로는 평시 의료 체계로 돌아간 모습이다. 그런데 해당 병원들의 사정이 안타깝다. 사실상의 감염병전담병원 책임은 계속 맡고 있다. 지역 보건소, 다른 의료기관 등이 계속 전담병원처럼 소개하고 있다. 의료진도 부족하고, 경영도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확진자 재급증이다. 감염병전담병원 해제 조치가 결정된 것은 지난 4월이다. 확진자가 많지 않았는데 그 이후 크게 늘었다. 경기도의 경우 6월 확진자가 6만857명, 8월 22일 현재 62만5천315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감염병전담병원 이력이 있는 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지정 해제 이전과 다르지 않은 업무량이다. 이러면서 병원마다 인력 부족, 의료진 사직, 수당 체불 등의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부도 우려까지 나온다. 한 병원의 예를 보자. 전담병원 지정 당시 방역 당국으로부터 35명의 의사와 간호사 지원을 받았다. 간호사들이 2시간 근무·휴무 시스템으로 확진자들을 돌봤다. 그 인력이 모두 빠져나갔다. 업무가 포화상태에 빠졌다. 또 다른 병원은 격무 끝에 사직한 직원만 전체의 20%에 달한다. 손실보상금이 사라졌으니 경영은 경영대로 악화됐다. 그렇다고 찾아오는 확진자를 돌려 보낼 수도 없다.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꼴이다. 의료계의 분노는 더 근본적인 부분에 있다. 돌변하는 정부 정책이다. 감염병전담병원을 처음 지정했을 때는 이러지 않았다. 손실보상금도 지급했고, 인력도 지원했다. 해당 병원을 ‘코로나 퇴치의 전사’ 쯤으로 추켜세웠다. 정부를 믿은 병원들도 이런 사회적 역할을 기꺼이 맡았다. 병상을 다 비웠고, 진료 기기를 들여놨고, 일반 환자는 받지 않았다. 이랬던 정부 신뢰가 지난해 말 한 번 꺾였다. 병상단가를 16만원에서 대폭 깎는 등 지원을 확 줄였다. 그러더니 이번엔 전담병원 지정을 취소하고 손을 놓아버린 것이다. 밝혔듯이 확진자들은 여전히 전담병원으로 알고 찾는다. 이 엄연한 현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아무 대책이 없다. 7년여 전 있었던 병의원의 ‘메르스 줄 파산’이 떠오른다. 메르스에 맞서 싸웠던 병의원들이 줄줄이 망해나갔다. 그때도 정부는 손 놓고 외면했다. 감염병 사태는 언제든 또 터질텐데, 이래 가지고야 어떤 병원이 정부 정책을 따르겠나.

김혜경 '법카 유용 의혹' 조사 마치고 5시간 만에 귀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김씨는 23일 오후 6시50분께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고 나왔다. 경찰에 출석한 지 5시간여 만이다. 당초 김씨에 대한 조사는 조서 열람까지 합쳐 오랜 시간이 소요되리란 전망이 있었으나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김씨는 “혐의를 인정했나”, “법인카드 사적 이용을 지시한 적이 있는가”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유지한 채 차량에 탑승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전 경기도청 총무과 별정직 5급 배모씨 등을 통해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타인 명의로 불법 처방전을 발급받았는지 등 의혹 전반에 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김씨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 측은 이날 출석에 앞서서도 이 의원실 페이스북을 통해 “김씨가 법인카드 사용 여부를 몰랐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경찰이 소환조사까지 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의 김씨에 대한 추가 소환 계획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동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사건 관계인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를 마무리한 뒤 이른 시일 내에 송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결정 시점은 이달 내가 유력하다. 이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과도 얽혀 있어 공소시효(9월9일)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내용에 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양휘모기자

[지지대] 남순강화

키는 작았지만 넘어지면 반드시 일어났다. 불굴의 지도자였다. 그리고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곧잘 ‘작은 거인’ 또는 ‘오뚝이’ 등으로 불렸다. 실용주의자였던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얘기다. ▶그는 마오쩌둥(毛澤東)과는 여러 측면에서 달랐다. 개혁개방정책을 펼쳤다. 과감했다. 건국 이후 닫았던 국가의 문도 활짝 열었다. 그런 그에게 어려움이 닥쳤다. 첫 번째는 1988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였다. 두 번째는 이듬해 소비에트연방(소련)의 붕괴였다. 반대파들이 사회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그는 반격에 나섰다. 남순강화(南巡講話)는 그렇게 시작됐다. 1992년 1월18일부터 2월22일까지 이어졌다. ▶그가 북쪽이 아니라 남쪽을 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전통적으로 북쪽에는 보수세력들이 득세하고 있었고, 남쪽에선 개방 성향이 짙었기 때문이다. 우한, 선전, 주하이, 상하이 등 남쪽의 대도시들을 돌면서 개혁개방의 당위성을 주창했다. 그때의 골자가 “사회주의도 시장이 있어야 한다”였다. ▶그해 오늘 중국은 우리와 수교조약을 맺었다. 이후 공식적으로 숱한 국내 기업들이 중국으로 건너갔다. 대륙은 곧 기회의 땅이었다. 우수한 노동력에 저렴한 인건비 등이 포인트였다.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세금면제 등도 한몫했다. 당시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카페리는 물론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개설도 잇따랐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가 없었다면 한국과의 수교도 어려웠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늘날 우리의 전체 무역량의 40%대를 차지하는 대(對)중국 무역체계는 덩샤오핑의 선물이었다. 그렇게 강산이 세 번 바뀌었다. ▶중국도 많이 변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 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부동산 침체 등에 따른 세수 감소로 재정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대중교통 운영을 중단하고 공무원들의 월급도 체불하고 있다. 중국의 그늘이다. ▶한중수교 이후 30년 동안 한국의 전체 수출 규모는 9배 늘었지만 대중국 수출은 160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단 우리 입장에선 성적이 그리 나쁘진 않다. 앞으로 30년 후 한중수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세계는 지금] 살만 루슈디 피격과 이슬람 혐오의 재소환

인도계 영국 작가인 살만 루슈디가 지난 12일 강연 도중 무대 위로 돌진한 레바논계 미국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졌다. 사건 발생 후 루슈디의 상태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으나 이 사건은 전 세계인들을 경악시키며 이슬람 혐오에 대한 기억을 다시 소환해내고 있다. 인도 뭄바이의 무슬림 가문에서 태어나 14살에 영국으로 건너간 루슈디는 1981년 두 번째 작품인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이후 1988년 발표한 ‘악마의 시’는 이슬람 세계에 대대적인 파문을 일으키며 무슬림들의 분노와 비난을 야기시켰다. ‘악마의 시’는 마술적 현실주의 기법을 사용한 작품으로 비행기 사고로 환생한 두 인도인 이민자를 주인공으로 해, 이민자의 정체성 문제를 통해 종교, 문화, 동화(同化), 표현의 자유 등의 문제를 다뤘다. 이 책에서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의 2명의 아내 이름이 매춘부 이름으로 사용되고, 알라의 계시를 무함마드에게 전달한 천사 지브릴을 저주하는 등 무함마드와 이슬람을 의도적으로 모독한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 무슬림들의 주장이다. 루슈디는 이슬람권의 격렬한 반대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책 내용을 철회하지 않았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 왔다. 시아파 이슬람 종주국인 이란은 이에 반발하며 영국과 단교했고 1989년 당시 최고 지도자인 호메이니는 루슈디에게 3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그를 처형하라는 파트와를 발표하는 등 루슈디는 살해 위협에 시달리며 10년 이상의 철저한 은둔생활을 했다. 1998년 당시 이란 대통령 무함마드 하타미가 “루슈디의 문제는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발표하고 유엔에선 이란 외교부 장관이 “이란은 루슈디의 생명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악마의 시’를 번역한 일본인 번역가가 테러로 사망하고 이탈리아 번역가도 중상을 입는 등 극단적인 논란은 계속됐다. 루슈디 피격 사건은 2015년 11월 프랑스에서 발생한 시사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을 소환한다. 샤를리 에브도가 게재한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에 대한 일련의 만평이 도화선이 됐는데 이들 만평에서 샤를리 에브도는 무함마드를 나체로 표현하고 도적떼의 수장처럼 묘사하며 무슬림들을 동성애자로 그리는 등 무함마드와 무슬림을 모욕하는 내용을 게재했다. 이는 우상숭배를 철저히 금지해 무함마드의 성화(聖畵)조차 허용하지 않는 이슬람권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 프랑스 내부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불필요한 선동의 이슈로 크게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권 침해와 폭력이 정당화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다름의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이슬람에 대한 혐오는 계속될 것이고 종교를 넘어선 문화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