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크게 발생하며 국민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피치 못할 각자의 사정으로 반지하 집에 거주하던 전국 32만여가구의 국민은 이제 앞으로 내가 살 집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됐다. 이 와중에 수해복구 현장에 나갔던 한 국회의원은 ‘기우제’를 연상케 하는 실언을 했다. 나란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거대 양당은 당내 ‘집안싸움’을 해결하기는커녕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대로변 싸움’으로 확장하는 형국이다. 공감하지 못하고 절박하지 않은 태도, 민심과 함께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자세는 국민의 실망과 좌절을 더 키우고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로 정치에 실망한 민심을 표현했다. 직전 7회 지방선거 투표율 60.2%와 비교해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무려 10%p 가량 하락한 50.9%에 머물렀고, 이는 전체 유권자 4천400만여명 중 2천200만명의 인원만 투표에 응한 것이다. 원인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지만 요약하면 적극적 정치 참여의 효능감에 대한 국민의 실망 즉, ‘정치에 대한 국민의 외면’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오히려 더 공고화된 지역주의와 일부 극렬 팬덤 정치의 반작용, 협치와 조정은 실종되고 서로 발목 잡기와 비난만 남은 현재의 정치 지형은 여야의 승패를 떠나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표출했던 민심 이반 현상을 아직도 반성하지 못하는 듯하다. 설령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더라도, 정치는 국민을 외면하면 안 된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여의도 정치가 보이는 행태는 오히려 이 반대의 상황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치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당장 2년 후로 다가온 총선의 결과가 아니라 다양한 층위로 구성된 국민을 위한 세심한 정책기반의 민생회복이다. 당장 살 곳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32만 반지하 가구의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정치권에서 외면돼 왔다. 또한 68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상시결식 아동,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리는 약 200만명의 노인, 매년 일터에서 일하다 안타깝게 사망하는 2천여명의 노동자. 그동안 여의도가 외면했던 이 숫자들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고민, 그리고 정책 개발을 실시해야 한다. 노벨 문학상의 포르투갈 작가 조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뜬 자들의 도시’는 정부와 권력에 실망한 시민들이 투표 거부를 통해 그들의 민심을 표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미 정해진 후보 몇 명의 이름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음’을 선택하는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정치인에게는 가장 큰 압박인 동시에 자유를 강조하는 민주주의에도 들어맞는다는 것이 작가의 의중이다. 국민이 ‘그 누구도 선택하지 못하는’ 정치판을 만든 책임에서 물론 자유롭지 못한 국회의원의 한 명으로서 소모적인 논쟁과 발목 잡기, 남 탓은 이제 그만하고 여의도의 정치가 국민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는 정세균 전 총리의 말씀을 옮겨본다. 협치가 가능한 대화 파트너로서 상대를 인정하고 국정을 운영해 국민의 외면을 신뢰로 다시 회복하는 정치가 되길 소망한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경기도와 산하 공공기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다. 신체로 비유하자면 경기도가 몸통이고 산하 공공기관은 팔과 다리라고 할 수 있다. 팔과 다리 없이는 신체 활동을 할 수 없듯이 구조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공공기관의 예산·조직·인사 등을 관리 감독하는 거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갑을 관계가 성립된다. 건전한 관리 통제는 구조상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면 ‘갑질’로 변질되거나 ‘괴롭힘’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 사업 계획의 무리한 변경과 장기간의 특정 복무 감사 등 공공기관 직원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법과 제도적으로 이러한 사각지대에 놓인 공공기관 직원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 이러한 병폐가 심화할수록 팔과 다리는 제 기능을 못 하고 결국 모든 피해는 경기도민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기도와 공공기관이 상생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라는 호칭을 경기도 ‘협력’ 공공기관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경기도의 대행사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은 하부 조직이 아니라, 도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생 관계다. 호칭 변경만으로 인식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음으로 경기도와 공공기관 간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직원의 경우 공무원의 부당함에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없다. 서울시 같은 경우 올해 7월부터 조례 적용 범위를 확대해 서울시 업무와 예산 관계가 있는 모든 기관 직원들의 인권침해를 예방한다. 이러한 제도 마련은 동반성장 및 인권존중의 경기도를 만드는 기틀이 될 것이다. 또한 경기도와 공공기관 간 인사교류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공공기관 직원의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현장의 목소리를 경기도 정책에 반영하고, 각자의 조직문화 이해와 직원 간 접점을 확대해 소통하는 경기도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인사교류의 순기능적 측면을 활용한다면 조직 융합에 매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노사정협의체 구성이다. 이는 앞서 경공노총(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에 정책 질의를 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이슈나 조직 기능의 재분배 등 다양한 어젠다를 협의체에서 사전 의논하고 공유한다면 원활한 도정 운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과 그 구성원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맞는 제도와 인식 개선은 앞으로 새로운 시대의 공직자들과 발을 맞춰야 할 당면한 숙제이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업무 수행은 다변화하는 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제는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며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 노동조합 위원장
일 년 중 가장 뜨거운 여름의 절정에 허한 몸을 채우려 보양식을 먹는다. 그 중에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콩국수나 냉면이 아닐까 싶다. 가장 보편적으로 먹을 수 있는 맛, 그중 으뜸이 콩국수가 아닐까. 갤러리 근처 여든 넘으신 사장님께서 홍두깨로 직접 밀어낸 쫄깃쫄깃한 국수 가락에 진한 콩 국물을 무려 단돈 오천 원에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 콩국수도 계절 음식이라 뜨거운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면 다음 해를 기약해야 하므로 계절 바뀌기 전 부지런히 먹는 음식 중에 한 가지이다. 찬바람 불기 전 한 끼, 콩국수 함께 드실 분? 홍채원 사진작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는 지구별의 이웃은 79억명쯤 된다. 이 79억명이 마치 같은 여객선에 실려가듯이 같은 시간대를 흘러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79억명은 100년쯤 시간이 흐르면 모두 이 지구별을 떠날 것이고 우리가 살았던 같은 공간에서 우리의 후세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지구별은 우리 인간들이 순연하면서 살아가는 시간여행지다. 이 지구별이란 여객선에는 누구나 무료로 승선한다. 그리고 여객선에 비치된 모든 것들은 무료로 주어진 것이고 다만 하선할 때 원래 주어진 모습 그대로 놓고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지구별을 구성하고 있는 하늘, 별, 바람, 숲, 바다와 꽃들.... 그리고 함께 살아갈 이웃들까지도 다 무료로 주어진 것이다. 즉, 이 지구별은 우리들이 무료로 맘껏 사용하다가 궁극에는 다음 여행자에게 물려줘야 하는 빌려쓰는 ‘전세별’이다. 빌려쓰는 물건에는 나의 소유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극히 미미한 시간 동안 빌려서 사용하는 이 지구별에서의 소유가 마치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진정 안타까운 착각이다. 현대의 과학은 우주의 나이가 138억살이고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살이라 한다. 지구별의 시간과 비교하면 찰나인 약 100년이란 시간을 나는 이 지구별에 살다가 돌아가는 것이다. ‘죽음’을 명쾌하게 정리하면 삶이 명쾌해지듯이 이러한 찰나의 삶, 빌려쓰는 지구별의 숙명을 명쾌하게 이해하면 삶의 태도 또한 명쾌해진다. 이처럼 찰나의 기적같은 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기에 순간순간이 소중한 것이고 지구별을 함께 빌려쓰는 나와 같은 시간대의 여행객들 역시 귀한 이웃인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다가 돌려줘야 하는 이 별은 대대손손 빌려쓰는 전세별이기에 이 지구별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어느 개인의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이웃들이 함께 향유할 대상인 것이고 그러기에 향유하는 자가 곧 주인이다. 그러므로 세상은 소유가 아닌 향유의 대상임을 분명히 정리하고 부질없는 작은 소유에 집착하지 말고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남상민 아티스트·㈔한국문화재디지털보전협회장
1919년 4월15일 ‘대학살’… 100년 넘도록 사죄않는 일본 무궁화꽃이 활짝 피어있는 길을 따라 걷다가 만난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은 항일의 정신이 깃든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이다. 입구에서 카메라를 들고 바위에 걸터앉아 앞을 응시하는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1889~1970)의 동상과 마주한다. 영국 출신으로 캐나다에서 의학자와 선교사로 일하던 스코필드 박사는 1916년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교수로 한국에 왔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났을 때 화성 제암리 학살 소식을 듣고 열차로 수원역까지, 수원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일경의 눈을 피해 이곳에 와서 비극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일제의 만행과 한민족의 독립의지를 세계에 알렸다. ■ 100년 동안 흐르는 두렁바위의 눈물 병풍처럼 세워진 검은 대리석에 스코필드 박사의 활동이 그림과 글로 새겨져 있다. 박사가 써서 세상에 알린 ‘대학살의 전말’을 읽어본다. “4월 15일 화요일 이른 오후, 일본 군인들이 마을에 들어와 성인 남성 기독교인과 천도교인에게 전달할 말이 있으니 모두 교회에 모이라고 명령했다. 교회에 모인 23명 가량의 남자들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하면서 명령에 따라 바닥에 앉았다. 잠시 후 군인들은 교회를 둘러싸고 종이 창문 너머로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사람들은 명령의 진의를 알게 됐다. ...교회로 불려간 남편을 찾아 두 명의 부인이 군인들의 포위를 뚫고 교회로 가려했지만 모두 잔인하게 살해 당했다. 19세의 젊은 부인은 총검에 찔려 죽었고, 40대 여성은 총에 맞았다. ...그 후 군인들은 마을에 불을 지르고 떠났다. 이것이 제암리에서 벌어진 피의 대학살 사건의 간략한 기록이다” 스코필드 박사는 1958년 정부의 초청으로 대한민국의 방문한 스코필드는 서울대 수의학 교수로 활동하다 영구 귀국하여 보육원 후원을 비롯한 봉사 활동에 헌신하다가 1970년 4월12일에 영면한다. 한국의 독립과 교육에 헌신한 스코필드(한국명 석호필) 박사는 국립 서울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잠들어 있다. 일본 군인에게 학살된 선열의 유해는 가마니에 담겨 4km 떨어진 향남면 도이리에 위치한 공동묘지에 봉분도 없이 묻혔다. 40년이 지난 1982년 9월 21일부터 여드레 동안 사건의 목격자이자 유가족인 전동례 할머니와 최응식 할아버지의 증언을 바탕으로 유해를 발굴한다. 9월 29일 제암교회가 기념관 뒤편에 제공한 묘역에 23인의 합장묘소를 마련하고 위령제를 거행하였다. 학살현장은 1984년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299호’로 지정됐다. 기념관 입구에 있는 ‘3·1운동순국기념탑’은 1959년 4월 제암교회 터에 세워졌던 것을 정부의 3·1운동 유적지 정화사업에 의해 현재 자리로 옮겼다. 공원의 3·1운동순국기념탑은 향남면 3·1운동 순국기념관 건립위원회에서 3·1운동 유적지 정화사업을 수행하면서 원래 기념비가 있던 자리에 다시 규모를 크게 하여 1983년 4월 15일에 세운 것이다. ■ 화성의 불꽃, 한반도를 밝히다 “3·1운동은 비폭력 원칙을 세웠으나 화성지역에서는 만세운동이 격렬하게 전개됩니다. 만세운동을 벌이던 주민들이 일제의 행정 말단기관인 면사무소와 주재소를 불태우고 총칼로 주민을 위협하던 순사를 처단합니다. 진행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우연히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전에 미리 준비한 일이라는 것이지요. 한말 화성지역에 의병운동과 계몽운동이 활발하게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충격을 받은 일제의 잔혹한 보복이 뒤따릅니다. 4월 15일, 육군 중위 아리타 도시오가 군인 11명을 이끌고 제암리로 들어와 15세 이상 남자들을 교회로 모아 문을 닫고 총을 난사하고 불을 질렀습니다. 다시 옆 마을 고주리로 건너가 독립운동가 김흥렬 일가 6명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질렀지요. ‘제암·고주리 학살사건’의 본질은 일제가 3·1운동의 확산을 저지하고자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기념관 운영을 총괄하는 김태동 팀장의 설명을 들으니 화성지역 독립운동의 특수한 사정이 이해됐다. 그러면 현재는 어떠할까? 기념관에서 답답한 현실을 마주한다. 일본 정부는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사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외면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를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섣불리 화해를 말할 수 없는 까닭이다. ■ 읻따, 그들이 있고 우리가 잇다 기념관 로비에서 만난 신인순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로 전시관을 둘러본다. 상설전시가 이루어지는 제1전시실 입구에서 “멈춰진 시간, 4·15를 기억하다”란 글귀를 만난다. “4·15란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죠? 1919년 화성지역에서 전개된 3·1운동의 모습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치열했습니다. 주재소와 면사무소를 불 지르고 만세 운동을 저지하려던 순사 2명을 처단했지요. 이 사진을 보세요. 스코필드 박사가 찍은 것입니다” 4월 15일 일본 군경의 제암리·고주리 학살한 현장의 처참한 광경이 담긴 흑백사진이다. 가족을 잃고 넋이 빠진 표정의 두 여인의 모습에서 나라를 되찾으려다 희생된 열사의 유가족들의 아픔이 느껴진다. 남편과 부모를 잃은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은 생이 다할 때까지 이어졌다. 1953년에 작성한 ‘3.1운동 당시 일본인으로부터 피살당한 애국자’란 문서에 적힌 명단을 살펴보니 62세부터 17세까지의 희생자 중 안(安) 씨 성을 가진 이가 유난히 많다. 제암리는 집성촌이었던 모양이다. 체포되어 촬영된 화성지역의 독립운동가의 사진과 1982년 유해발굴의 현장 사진 앞에서 다시 생각에 잠긴다. 궁금하다. 유가족의 아픔과 슬픔을 어루만져야할 대한민국 정부는 해방 된 지 40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103년이 지난 오늘까지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의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다. 벽에 ‘읻따’라는 이상한 단어가 있다. 눈치를 챈 신 해설사가 관람객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존재한다의 ‘있다’와 연결하다의 ‘잇다’의 발음 기호가 ‘읻따’라고 해요.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을 기억하고 순국선열의 독립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던 유족과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려본 것입니다. 제암리·고주리의 아픈 역사가 10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어떻게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는가. 여러 자료와 영상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이었지요” 기념관에는 마주한 전시물들도 사연이 깊다. 많은 것이 문서들이지만 그중에는 눈여겨 볼 것들이 여럿이다. 만장, 화성 출신의 독립운동가 홍헌, 왕광연 선생, 홍면옥 선생의 출옥 기념사진, 희생자와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작성한 진정서, 3·1운동피살자명부, 아리타 판결문, 학살지에서 발굴된 유리병을 비롯한 출토유물 등 특별한 사연이 담긴 유물들이다. 주민 29명을 살해하고 마을을 불 지른 일본군 장교 아리타의 무죄를 선언한 ‘아리타 판결문’은 후안무치한 일제의 민낯을 보여준다. ■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공간 2001년 화성시가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을 개관하면서 기념과 추모 사업에 탄력을 얻는다. 2016년에는 기념관 학예팀 신설하고, 이듬해에 제1종 전문 박물관 등록했다. 그동안 열었던 특별전과 기획전은 ‘학살, 끝나지 않은 역사’, ‘멈춰진 시간, 4·15를 기억하다’, ‘화성독립운동가’, 2021년 4월 개관 20주년 특별전 ‘읻따’, ‘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 소설에 담다’, ‘일제의 선전수단, 그림엽서’ 같은 주제들이다. 순국선열 스물아홉 분의 애국정신을 기리고, 학살사건의 전모와 한국인의 평화의 의지를 국내외에 알려온 기념관은 2019년 7월부터 화성시문화재단에서 위탁 운영을 하면서 더욱 탄력을 얻게 된다. 교육을 담당할 전문 강사를 육성하여 지역의 학교로 찾아가는 사업도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21년 11월에 교육기부 우수기관 인증을 획득한다.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은 자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희생정신과 평화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한국인의 성지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첨단산업 유치에 사활을 건 경기도가 첨단투자지구 지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를 통해 그동안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판교테크노밸리 등을 잇따라 찾는 등 첨단산업 메카 조성을 공언해왔던 김동연 지사의 경제정책에 방점을 찍겠다는 구상이다. 18일 경기도와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4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첨단투자지구에 대한 수요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총 17건이 접수된 가운데 도내에서는 4개 시·군이 참여의사를 밝혀왔다. 첨단투자지구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도입된 일종의 특구로, 개발된 계획입지를 활용하는 ‘단지형’과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개별형’으로 운영된다. 또한 지정되면 입주기업의 부지 임대료 및 부담금 등이 감면되는 혜택이 주어진다. 신청기간은 지난달 21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로 지구계획 검토 등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지정된다. 도는 정부 발표 직후 발 빠르게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우선적으로 지난 4월 사전조사 당시 참여의사를 밝혔던 4개 시군을 대상으로 보완점 등을 검토하는 등 수요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지정 대상면적의 60% 이상 입주(첨단투자) 수요 확보, 첨단투자지구의 지정 신청 면적이 5만㎡ 이상 등 까다로운 요건 탓에 일선 지자체가 기피하는 상황이 발생, 수요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충분한 국내외 기업의 입주수요 확보가 가능해야 하고, 정보통신망⋅용수⋅전력 등 기반시설의 확보, 소요재원의 조달방안 마련 등의 조건이 수반돼야 한다. 이렇다 보니 도는 수요 조사 기간 이후에도 추가 접수가 들어오면 자격요건 등에 대한 빠른 검토를 거쳐 첨단투자지구 지정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달성하기 까다로운 조건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선 지자체는 물론 업체와의 협의도 중요한 만큼, 전폭적인 협조로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양주 주원초등학교(교장 강종숙)는 여름방학을 맞이한 돌봄 학생들에게 표현과 체험 중심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예술 전문가와 함께하는 창의 융합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주원초는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인 ‘무색유취 예술과의 만남: 융·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 지난달 말 여름방학을 맞은 돌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악과 영화 영역 전문가를 초빙한 수업을 진행했다. 총 16차시로 진행된 수업은 오전 9시부터 교내 꿈나눔실에 모여 놀이를 통한 관계 맺기로 서로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놀이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규칙을 배우며 안정감을 찾았다. 학생들은 또 클레이로 작품을 만들고 배경을 완성한 후 각자의 스마트 폰에 ‘스톱모션’ 앱을 설치해 작품을 조금씩 움직여 100여 장의 사진을 찍는 작업을 했다. 이후 최종 영상 편집을 마치고 시청각실에서 모두의 작품을 알리는 시사회를 진행했다. 양주=이종현기자
화성 정남초등학교(교장 박윤숙)는 정부의 생활체감형 정책(학교 교가·교훈 성차별 요소 개선) 개선 권고에 따라 교가에 대한 성차별 요소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남초는 지난 6월부터 학생, 학부모, 교직원, 동문회 등 학교 교육공동체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지난달 20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개선된 교가를 최종 확정했다. 점검 결과 정남초 교가 가사 중 ‘건아들’이 특정 성을 지칭하며, ‘요람’, ‘풍요’, ‘품성’, ‘우람한 둥치’와 같은 전반적인 가사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교가의 ‘건아들’은 ‘친구들’과 ‘우리들’로 변경됐으며, 다른 일부 가사들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와 미래교육의 방향을 담아 최근 시대의 흐름에 맞춰 교육공동체가 함께 뜻을 모아 개사를 진행했다. 화성=김기현기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미래교육호가 출항했다. 임태희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 후보 시절부터, 당선돼 집무를 한두 달여 기간까지 경기교육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수면위로 드러난 9시 등교제 폐지나 원활한 아침 급식 제공 문제는 그렇다치고, 초미의 관심은 지난 십여 년간 강력하게 추진해온 혁신학교 정책의 변화이다. 미래교육은 혁신교육 정책을 계승·발전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변화·발전해 온 경기도 혁신교육 정책은 자생적 학교살리기 교사운동에서 출발해 밑으로부터의 학교 혁신을 교육청에서 받아들여 펼친 것으로 대한민국 교육 지평을 바꾸었다. 또한 교사들이 수업의 주체성을 갖는 수업혁신,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해 보려는 노력, 구성원이 함께 스스로 공부하는 전문적학습공동체 형성은 이제 학교문화로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학교문화는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학교자치와 자율성 그리고 책무성에 기초한 자율학교가 기반이 되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혁신문화 뿌리가 깊이 자리잡은 학교는 학교혁신정책이 바뀐다 해도 계속 유지해 나갈 힘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미래교육, 미래학교보다는 ‘혁신미래교육’, ‘미래혁신교육’이란 용어를 사용한다면 혁신교육과 미래교육이 연착륙하는 데 멋진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경기도 미래교육 그림은 조직개편 모습과 예산계획으로 구체화된다. 경기도교육청에는 미래교육국이 있다. 미래교육은 미래교육국에서 총괄하는 모습이 좋을 듯하다. 이번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도교육청 조직조례 개정안을 보면, 그렇게 많은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듯하다. 전국에서 제일 큰 경기도교육청 조직개편이 쉽지는 않겠지만, 경기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미래교육국의 하는 일과 조직이 어떻게 개편될지 관심이 많았다. 미래교육을 강조한 임 교육감의 미래교육에 대한 의지를 볼 수 있는 면이 아닐까 기대했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좀 더 멋진 경기도교육청 조직체계를 기대한다. 조직구조를 보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정책은 인사와 예산계획으로 추진된다. 정책추진에 알맞은 사람과 필요한 사람을 널리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예산이나, 시설이나 정책기획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사정책의 실패는 많은 고통을 가져온다. 가장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2023년 교육정책을 추진하려면 지금 예산계획을 세운다. 벌써 많은 논의 속에 예산계획이 진행될 것이다. 2023년 경기도교육청 교육예산을 수립하고 경기도의회에 제출하기 위해서 한창 바쁠듯하다. 2023년 예산안 제출은 앞으로의 교육정책이 어떤 모습일지 가늠하는 일이다. 미래교육상을 선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살아갈 미래사회 모습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풍부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준비할 수 있는 미래교육을 교육주체들이 공동의 노력으로 함께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 다른 미래사회상을 먼저 선명하게 그리고, 이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저마다 제 보는 관점에서 다 다르면 곤란하다. 봉황을 그리려는데 저마다 닭이나 꿩을 그려서는 안 된다. “그리다 보니 공작새 되었는데 이만하면 되었다”라고 만족해도 안 된다. 고스란히 자라나는 학생들의 고통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옛날 ‘열린교육’의 실패를 잘 알고 있다. 벽을 허물고, 다양한 학습형태를 제시하고, 많은 연수를 통해 열린교육 붐을 이루었지만, 하루아침에 정책이 사라졌다. 벽을 다시 세우고, 또 다른 학습모형을 제시해 우르르 몰려갔다. 미래교육도 열린교육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점차적 역량 확대를 해 나가야 한다. 미래교육에서 제시하는 방법과 형태, 모습보다는 학교 경영철학과 가르치는 교사 삶이 바뀌는 미래교육 철학이 새롭게 형성되고 밑받침돼야 한다. 사람의 삶 철학이 바뀌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내 몸에 밴 삶 모습에서 깨닫고 새로운 가치를 얻는 일이다. 보고서나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는 겉 행동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바뀌려면 깨달음과 감동이 있어야 한다. 교육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일이다. 교육현장 최일선에서 묵묵히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사들을 믿어줘야 한다. 교육청은 학교를 믿어야 한다. 학부모는 교사를 믿어야 한다. 대한민국 교사들은 세계적으로 우수하고 유능하며 책임감 강하다. 열정을 갖고 헌신한다. 그런데 제일 믿어주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야 할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 이래라저래라 간섭한다. 꾸준히 지켜봐주지 못한다. 돈 안 들이고 최대의 효과를 가져올 정책이 교사존경문화이다. 미래교육을 성공하려면 교사에게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미래교육은 천천히 가야 한다. 현실을 두 발로 굳건하게 딛고 가야 한다. 조급하게 쏜 화살은 제대로 과녁까지 갈 수가 없다. 천천히 가는 과정이 바로 교육이다. 그래야 좀 처지는 학생도, 좀 빠른 학생도 함께 갈 수 있다. 충분하게 쇠를 달궈야 강한 쇠도 무르게 하여 원하는 모습을 만들 수 있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 자연스럽게 많은 물줄기가 깊은 강으로 흘러들어 올 것이다. 그 꼬물거리는 작은 물줄기의 자생성을 믿으며 기다려줘야 한다. 조급하여 ‘빨리 빨리’ 를 외친다면 분명 대부분 사람들은 좋은 일도 대충 할 것이다. 경기미래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충분한 여유를 갖고 수다를 떨면서 함께 가야 한다. 교육구성원의 수다는 쓸데없는 이야기 같지만 다 교육적 이야기다. 수다는 소통이다. 수다는 먼 길 함께 가는 친구다. 수다는 평등할 때 이뤄진다. 교장이라고, 교육장이라고 내세우면 수다를 멈춘다. 임덕연(양평 조현초 교장)
파주 문산수억고(교장 이창석) 역사 동아리인 ‘민족얼지킴이’가 미래세대의 대표 자격으로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행사에선 2021년 전국 초·중·고 최초로 보훈문화상을 수상한 문산수억고 민족얼지킴이의 서현주양과 구민제군을 포함해 대통령 내외, 독립유공자와 후손, 국가 주요 인사 등 300여명이 함께 만세삼창을 했다. ‘민족얼지킴이’는 문산수억고 해바라기 융합동아리(봉사+환경+에너지+역사+평화) 안의 작은 역사동아리로, 2009년 결성돼 현재까지 13년간 김홍수 지도교사와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민족얼지킴이는 2010년부터 3·1운동 역사상 한강 이북지역에서의 최고의 격전지인 파주와 2015년부터 우리나라 유일한 ‘행주나루터 선상 만세시위 재현’ 행사에도 직접 참여했다. 특히 2019년 3·1운동 100주년 고양, 파주 행사에는 민족얼지킴이 학생들이 직접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했고, 민족대표 33인 퍼포먼스 등을 펼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2020년에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파주에서 전사한 영국군 참전용사 전사자 명단(1천78명)으로 ‘한반도기’를 만들어 영국 대사관에 전달하는가 하면 2021년에는 ‘임진강 전투’ 70주년을 맞이해 파주 6·25 참전용사 명단(489명)과 파주 독립운동가 명단(168명)으로 한반도기를 제작해 ‘6·25 참전유공자회 파주시지회’와 ‘광복회 파주시지회’에 각각 전달했다. 이창석 교장은 “전국 최고의 융합 동아리인 ‘민족얼지킴이’는 23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봉사, 환경, 에너지, 평화 등 각종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의 툰베리라 불리는 이아림양(연세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을 배출했다”며 “기후위기 학생 선언문 발표와 평화 활동도 꾸준히 해 온 덕분에 ‘유엔 세계평화의날’ 40주년 때 유엔 홈페이지에 소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