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음주운전의 위험과 책임부담

음주운전은 인명피해 위험이 높고 피해자의 억울함이 커서 그 처벌은 줄곧 강화됐다.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이 0.05%에서 0.03%로 낮아져 처벌 범위가 넓어졌고, 0.2% 이상인 경우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던 처벌 기준이 2년 이하 5년 이하의 징역으로 개정됐다. 선택형인 벌금형의 선고 기준도 1천만원 이상이다(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음주운전을 2회 반복했다는 사실만으로 가중처벌 하도록 한 소위 ‘2진 아웃’ 규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선언으로 효력을 상실했다. 반복 음주행위가 이뤄진 ‘기간’이나 ‘혈중알코올농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함은 양형상 형평성을 잃고 비례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이다. 가령 10년 동안 음주운전이 없던 경우와 1년 안에 음주운전을 반복한 것을 동일하게 가중처벌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음주운전을 예비살인과 다름없다고 본다면 일견 수긍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행위의 정도를 무시하면 단순절도와 강도살인을 구별 없이 모두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규정과 다름없어 불합리하다. 재판부는 반복된 음주행위의 불법이 무겁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경우 가중처벌 조항에서 정했던 형으로 선고할 수도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존중할 만하다. 실제로 잦은 음주운전만으로 판결 선고와 동시에 법정구속(法廷拘束) 되는 사례가 근래에 꽤 있다. 피해자가 있고 합의가 잘 되지 않은 경우 구속의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교통사고로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처리해 종합보험 가입만으로 형사재판은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중앙선 또는 횡단보도 침범 등 특례법이 정한 12개의 중과실이 결합된 사고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는 예외다. 특히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은 자동차운전보험의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해 보다 무거운 민사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알코올농도가 0.1% 이상이고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규위반이 심각하다면 정상 운전이 현저히 불가능했다는 판단하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정한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인정될 수 있고 강력한 처벌이 예상된다. 이렇듯 음주운전은 민사상, 형사상 과중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재판을 받게 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면하기 위해 양형참작사유를 잘 정리하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운전자 자신과 잠재적 피해자의 평온한 일상과 경제적 안정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는 길이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大和) 변호사

[사설] 무너지는 경기 섬유산업, 실효성 있는 대응책 절실

경기북부지역을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무너지고 있다. 일할 사람도 없고, 일감도 없어 위기다. 대규모 섬유·의류 업체들의 해외진출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매출 감소, 부재자값 폭등 및 고용 악화 등으로 영세 섬유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북부는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약 20%를 차지한다. 양주·포천·동두천시에 업체가 밀집돼 있다. 경기도는 국가안보를 위한 희생에다 각종 중첩 규제 속에 고통을 겪어온 경기북부지역을 세계적인 섬유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특별 프로젝트를 시행해왔다.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수도권 업체와 협업이 가능하고 인력 공급이 수월해 섬유·패션산업의 최적지로 꼽힌다고 판단했다. 경기도는 지난 2012년 경기북부 섬유산업을 특화산업으로 선정했다. 이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프라 구축과 마케팅, 연구개발 지원 등에 나섰다. 양주에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동두천에 ‘섬유·봉제산업지식센터’, 포천에 ‘섬유원자재 수급지원센터’ 등의 문을 열었다. 도는 경기북부가 세계적인 섬유·봉제·패션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생각했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했다.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곳은 섬유원단 생산·공급의 최대 지역으로 수출 비중이 2000년 10.5%에서 2020년 20.5%로 증가했지만 종사자 수가 2016년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섬유 노동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돼 임시·일용근로자 비중이 늘어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 대형 섬유·의류 유통회사가 빠져나가 영세업체간 과당경쟁이 일면서 수익성 악화, 투자 감소, 지역 섬유기업의 제품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상당수 업체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매출이 50% 이하로 감소했다. 공장 가동률도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여기에 고용난까지 겹쳐 영세업체의 줄도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 4월 섬유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2026년까지 5년간 390억원을 투입한다며 3개 시와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북부 특화산업인 섬유산업을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으로 고도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한다’는 것인데, 현장에선 와닿지 않는다. 실질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지원이 부족한 것인지, 정책에 실효성이 없는 것인지 경기도와 해당 지자체는 애로사항과 대응책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도내 섬유산업의 근간이 흔들려 지역경제가 휘청거려선 안된다.

[사설] 안성시의 잇단 보은 인사 논란/덮고 가기에 찜찜한 부분 있다

안성시 인사 잡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용도 선거 관련부터 측근 관련까지 다양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후유증 수준의 잡음은 아닌 듯하다. 인사 불복 분위기도 있고, 일부 당사자는 석연찮은 휴가를 내기도 했다. 급기야 안성시의회까지 나섰다. 1일자로 발령 난 의회 파견 공직자 5명 전원에 시 복귀를 요청했다. 시장 인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식 의사 표시다. 더욱이 일부 의혹은 잡음 수준을 넘어 감사 또는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있다. 구설 하나는 ‘수사 받는 공무원 보은설’이다. 안성시가 대규모 인사를 한 것은 지난달 초다. 이 인사에서 A과장이 4급 국장으로 승진했다. B팀장은 행정과 행정팀장으로 영전했다. 둘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보라 시장이 공직자 1천399명에 떡을 돌렸다는 혐의다. 시정 현안 업무 추진 격려가 명분이라고 했지만, 6·1 지방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이라 점에서 선거법 위반 조사가 진행 중이다. A과장과 B팀장은 이 사건의 조사 대상자다. 수사의 관심은 김 시장의 관련 여부다. 김 시장이 기부 행위 등으로 의율될 것이냐에 있다. 이런 과정에서 A과장과 B팀장의 진술이 중요하다. 이런 때 시장이 둘에 대한 승진·영전 인사를 했다. 통상 이런 수사의 경우 참고인들의 진술이 방향을 결정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시장이다.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인사로 비춰질 수 있다. 시 인사 담당 관계자가 인사 직후 “(둘 인사에)결격 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오비이락’ 이상이다. 또 다른 구설은 복잡하고 수상쩍다. 같은 인사에서 5급으로 승진한 C팀장이다. 당초 5급 결원은 행정직과 시설직이 각 한 자리씩이었다. 하지만 시설직이 생략되고 두 자리가 모두 행정직에서 채워졌다. 행정직인 C팀장을 승진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혹이다. 중요한 것은 이 의혹에 따라붙는 근거다. C팀장이 공사 계약 업무를 담당하면서 시장 측근 사업가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 단순한 인사 특혜로부터 차원이 달라지는 의혹이다. 시장실과 측근 모두 선거 때 도움을 주고 받은 것은 인정한다. 특혜를 준 일감이 문제인데, 그 측근이 직접 사업을 하진 않는다. 자녀 명의 회사가 실내 건축·인테리어 업을 하고 부인 명의 회사가 인력·포장공사를 한다. ‘자녀 명의 회사’가 수주한 관급 공사가 꽤 된다. 본보가 확인 한 것만 2018년 13건, 2019년 10건, 2020년 13건, 2021년 19건, 2022년 6월 말 12건이다. 수주 내용은 정비사업, 용역, 집기 구매, 인테리어, 보수 공사 등 다양하다. 특혜 수주도, 인사 비위도 예단하지는 않겠다. 다만 잡음의 실체를 분명히 밝히고는 가야 한다. 소문만으로도 관내 업계에 주는 실망이 얼마나 크겠나. 안 그래도 척박한 코로나 지역 경제다. 당사자가 특정돼 있다. 연도별 계약 공사도 확인돼 있다. 이제 밝히면 된다. 절차는 옳았는지, 적격한 공사였는지, 경쟁 업무를 방해한 것은 없는지 밝히면 된다. 필요하다면 감사도 해야 하고, 수사도 해야 한다. 안성시의회의가 밝힐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다.

경기도청 노조 만난 김동연 지사 “열심히 일할 분위기 만들겠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도청 3개 공무원 노동조합 대표 등을 만나 첫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김 지사는 2일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청지부, 경기도통합공무원노동조합 등 청내 3개 공무원노동조합 임원진을 도청 다목적홀에 초대해 오찬 회동을 가졌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직원들의 애로사항 해결에 노력하는 노조에 감사를 표하며, 직원들의 고충에 공감하고 의견을 나눴다. 강순하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코로나19 생활지원센터 마련 과정에서 있었던 행정적 실수에 대해 당시 긴박한 사정을 고려치 않고 징계요구가 이뤄졌다”며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에 공감하며 “적극행정 중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현재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2주택 이상 소유한 공무원의 4급 이상 승진 제한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는 노조의 건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김 지사는 “투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다주택 소유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승진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정책 추진 시 이에 못지않게 절차의 정당성도 중요하다.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수렴·검토해 충분히 예측 가능하도록 추진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지지대] 펠로시의 대만 방문

요란법석이다. 미국 내 의전서열 4위 정치인의 방문을 놓고 말이다. 해당 인사의 동선을 따라 항공모함도 이동했다. 외신들도 분주하다. 이 인사의 첫 도착지는 싱가포르다. 총리가 버선발로 마중 나왔다.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미국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 얘기다. 그녀는 캘리포니아를 지역구로 둔 다선 의원이다. 미국 내 대통령과 부통령, 주지사(해당 주에서) 다음으로 의전서열이 높다. 연방 대법원장보다도 한 단계 위다. 우리 나이로 여든 세살이다. ▶첫 도착지인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부터 위상이 입증됐다. 국가원수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트랩을 내렸다.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인 리셴룽 총리가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맞았다. 매우 이례적이다. ▶리셴룽 총리는 펠로시 의장에게 “아시아의 평화와 안보 등에 미중(美中)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도 “미국과 싱가포르 양국 간의 훌륭하고 오랜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외교적인 수사(修辭)이지만, 싱가포르 방문을 전적으로 반긴다는 뉘앙스가 담겼다. ▶리셴룽총리도 거들었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참여를 심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 미국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들이 원하는 내용을 자진해 발표한 셈이다. 펠로시 의장의 다음 행선지는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맹방(盟邦)이라고 추켜세우는 한국과 일본 방문이 맨 마지막에 잡혀 있다. 무슨 의미일까. ▶이들 나라 순방이 중요한 게 아니다. 대만을 방문해서다. 중국이 눈에 띌 정도로 유난스럽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간다면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다. 중미관계를 심각하게 파괴해 매우 심각한 사태와 후과(後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저지하기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양국 사이의 긴장 고조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자체가 지닌 정치적 폭발성 때문이다. 바야흐로 미국과 중국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인천시론] 사라진 ‘지속가능발전교육 거점도시’ 복원하라

유엔(UN)이 지속가능 지구 공동체 실현을 위해 전 세계에 ‘지속가능발전교육 거점도시(RCE)’를 인증하고 있다. ‘RCE(Regional Centres of Expertise)’란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구현에 필요한 지속가능발전교육(ESD) 확산을 위한 거점을 의미한다. 유엔대학(UNU)에서 세계 각지에 조직한 지역전문교육센터이자 지역 전문기관들의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180여개 세계 도시들이 RCE로 지정됐다. 우리나라는 2005년 통영이 세계 8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인천은 2007년 국내 두 번째로 RCE인증을 받았다. 광역지자체로는 매우 드문 경우다. 당시 안상수 인천시장이 UN대학이 소재한 일본 동경으로 날아가 인증을 호소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직접 진행했다고 한다. 그 이후 지역에서 유엔지정 지역전문교육센터의 이름으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 허나 15년이 흐른 지금,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뿐더러 존재의 흔적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인천RCE는 별도의 전담조직을 두지 않고 인천시가 교육사업비 명목의 예산만을 수립, 대행하는 구조였다. 5천만원으로 시작한 교육예산이 깎이고 깎여 결국 중단되자 RCE도시 인천의 맥이 이미 수년 전에 끊기고 말았다. 인천RCE사업 주무부서도 인천시 국제협력과, 인천시국제교류센터로 이어지다 국제교류센터 해체 후 그 업무가 인천관광공사로 이관되면서 주소를 잃게 됐다. 이유가 무엇이든 어느 순간 사라진 ‘지속가능발전교육 거점도시(RCE)’를 복원해야 한다. 인천시가 탄소중립과 환경교육에 힘을 기울이려 하는 마당이다. 환경·경제·사회의 조화와 공존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와 더불어 공공영역에서의 ESG를 고민하고도 있다. 이는 시가 도시개발과 지속가능도시로서의 조화와 공존을 모색하기 때문이리라. 이를 위해서는 유용한 지역자원을 파악하고 조직해야 한다. 이들과의 협업과 연대는 필수다. 효율적인 역할분담과 동시에 저변확대, 시민참여도 따라야 한다. 통영시는 통영RCE를 통해 이미 범접하기 어려운 RCE의 국내 성지가 됐다.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려는 노력, 즉 시민참여의 정도, 지역사회 주체 간 공동협력, 도시계획과 운영에서의 차별성에서 그렇다. 올해 초 광명시는 1년이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 어렵게 RCE 도시인증을 획득했다. 도시발전 기조를 새롭게 구축하고 시대에 맞는 도시정체성을 강하게 추구하려는 의지의 발로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 5월 부산연구원을 통해 ‘부산RCE 국제인증 필요성과 획득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지역의 지속가능발전 역량 결집과 체계화는 물론 도시브랜드 제고가 목적이었다. 우리와 ‘RCE사용법’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다회용기로 바꾼 수원연화장 [포토뉴스]

홀몸 어르신 위한 반찬 포장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