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디지털 고려장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가 최근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20년 1월 시작된 코로나19 시국은 참 많은 제도를, 조직 문화를, 다양한 단어를 양산해냈다. 그 중 아마도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바로 언택트(비대면)일 것이다. 비대면 사회는 조직에서 회식 문화를 지워 버렸고, 직장인이라면 당연시 여기던 출·퇴근 문화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물론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있겠지만, 암튼 사회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한 것에는 두말의 여지가 없겠다. 그런데 참 씁쓸한 사회 현상도 만들었으니, 바로 ‘디지털 고려장’이다. ▶‘고려장’은 고려시대에 나이 든 부모를 다른 곳에 버려 두고 오던 풍습이 있었다는 도시 전설이다. 고려장이라는 단어는 일제 강점기 이후에 쓰이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일제의 역사 왜곡설이나 단순한 루머가 확산된 것이라는 등 다양한 설이 돌고 있긴 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만든 비대면 세상에서 무인판매기인 키오스크가 보편화되면서 ‘늙는 것도 서러운’ 노인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소외감을 안기고 있다. 디지털 생활권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는 노인들에게 키오스크는 넘어야 할 큰 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인 매장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영업장, 심지어 주민등록등본 등 각종 서류를 떼어야 할 행정복지센터 등 공공기관에서도 노인들의 이같은 어려움은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사회 현상은 ‘디지털 격차’에 따른 소외감이 사회 전체와의 단절감과 맞먹는 탓에 ‘자식에게 버림받는 것 이상’이라는 의미로, ‘디지털 고려장’이라는 말로 대변되고 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시국 이후 일상 전반에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었지만, 가파른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노인들의 ‘디지털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와 디지털이 바꾼 사회지만 노인들도 조직의 구성원일 수 밖에 없다. 새롭게 시작한 정부와 민선 8기 지자체에서는 지금이라도 이들이 더욱 소외 받지 않도록 체계적인 교육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2년 7월 도시 전설인 고려장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삶과 종교] 이 전쟁을 멈춰 주세요

2022년 2월 교황 프란치스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건을 개탄하며 “이 무장 공격을 멈춰야 합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호소합니다. 이 학살을 멈춰 주세요!”라고 외쳤다.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이 전쟁은 안타깝게도 두 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를 넘어 우리나라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봉쇄되었고, 특히 최빈국에 사는 수백만 명의 식량이 부족해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하물며 이러한 식량 불안정 사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기가 되어 버렸다. 세계 5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공급 감소는 유럽과 미국의 원자재 시장에서도 가격을 유례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전 세계 물가에도 영향을 주어 대한민국의 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이 전쟁은 결코 전쟁 중인 두 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가 되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립은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부터다. 러시아는 자국으로부터 분리된 국가들과의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고 이 중 우크라이나는 독립과 주권 보장 정책이 가장 많았고 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의 중립 외교를 택하였으나,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러 성향의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축출한 사건 이후 두 나라의 관계는 매우 적대적이었다. 마침 러시아 서쪽에 위치한 나라들이 하나둘씩 유럽연합과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에 참여하였고 우크라이나 역시 그러한 움직임을 보였다. 러시아는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국가들이 러시아를 둘러싸고 있다고 판단, 2021년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군사력을 증강했고, 2022년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다. 어떤 이들은 더 강력한 전쟁 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우크라이나의 약한 군사력을 지적한다. 왜냐하면, 강력한 무기로 인해 적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고, 그러한 견제로 인해 어느 정도 국제사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제와 긴장의 끈이 끊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전쟁 상황에 빠지기 쉽다. 무기의 목적이 오로지 방위력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교황은 과거 일본 방문 때도 핵무기의 사용과 보유를 전적으로 반대하며 진정으로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전쟁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그리고 교황은 미사일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행보와 북한 핵무기에 대한 우려로, 북한 방문 실현을 타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도 교황은 “슬프게도 일부 강력한 통치자가 민족주의적 이익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주식인 밀을 전쟁 무기처럼 사용하지 마십시오!”라고 호소한다. 어떤 전쟁도 정의로울 수 없고 정당화될 수 없다. 국가 정치 지도자들이 말하는 정당한 명분이란 절대 정의로울 수 없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그리고 비참하게도 전쟁의 대가를 치르는 이들은 국가 정치 지도자들이 아니라 전쟁터에서의 군인들, 폭격을 당해 희생된 이들, 아이들, 여성들, 약하고 소외된 이들이다. 김의태 수원가톨릭대학교 교회법 교수

[경기도를 이끄는 작은거인, 유망중소기업] 3.㈜큐어팜텍

“국민의 건강을 위해 세계 최고 품질의 의약품과 의료기를 선보이겠습니다” 인체용 의약품 유통 사업을 시작으로 반려동물 관련 사업과 녹는 수술실로 알고 있는 봉합사 생산까지 영역을 확장한 기업이 있다. 바로 고양특례시 일산동구 장항동에 본사가 위치한 큐어팜텍(대표 김대영)이다. 큐어팜텍은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지속적인 고품질 의료기·약품의 발굴, 제조 및 유통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기업은 올해 다양한 효능의 약물을 함유한 기능성 봉합원사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봉합사 생산 분야는 원료부터 봉합원사까지 생산 가능한 시설과 기술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또한 생분해성 봉합원사, 일명 녹는실에 기능성 약물을 첨가해 세계 유일의 봉합사를 자랑하는 큐어팜텍은 관련 특허등록 1건과 특허출원 3건을 진행한 바 있다. 큐어팜텍이 개발한 봉합사에는 조직재생, 항균 및 항염, 보습 기능 등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가 반영됐다.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고유한 영역을 넓히며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선보일 수 있던 원동력은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는 외과적 수술 시장뿐 아니라 미용 시장에도 그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돼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다수의 기업들 역시 샘플링을 통해 그 기능을 확인했다. 아울러 큐어팜텍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 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차별화된 노하우로 매번 새로운 기술력을 선보이는 큐어팜텍은 오직 소비자의 건강과 윤택한 삶을 위해 제품 하나에도 기업의 신념을 담아내겠다는 구상이다. 큐어팜텍은 품질경쟁력과 고객만족경영 등으로 소비자로부터 지속적인 신뢰를 받으며 국내시장을 넘어 탄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경기도 유망중소기업에 선정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큐어팜텍은 경기도 유망중소기업 선정 혜택을 고객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운영 철학도 강조했다. 김대영 대표는 “사람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품질과 기술 역시 고객과의 동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가치창출을 통해 모범적인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사라기자

[문화카페] 엔데믹을 준비하자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고 이제 세계 각국은 엔데믹을 맞이해서 사회 각 분야마다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다. 특히 관광 여행 분야는 각국이 많은 준비를 서둘러 하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의 기간 동안 각국의 관광 인력과 컨텐츠가 현격히 줄어 폭발적으로 늘어날 미래 관광시장에 대비할 여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공연관광의 시장 또한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늘어날 수요에 감당하지 못하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팬데믹의 기간동안 우리나라는 OTT시장에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고 전 세계인이 한국을 주목하게 했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의 드라마와 영화를 비롯해 ‘BTS’의 신드롬으로 단번에 한국은 가장 가고 싶은 매력적인 국가가 됐다. 유튜브에는 한국을 방문한 여행 블로그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발전한 한국의 현재 모습에 전 세계인이 감탄하고 있다. 엔데믹을 맞이해서 한국 정부도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비자 발급 업무를 다시 시작했고 여행업계도 분주하게 손님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고 이번 팬데믹의 긴 기간 동안 오히려 우리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고 세계의 중심의 나라가 됐다. 우리의 문화에 깊은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린 지금 이때 더 정교하게 엔데믹을 준비해서 우리 문화의 저력을 세계에 알려야 할 때라고 본다. 다만 지금 세계에 주목을 시킨 문화는 매우 패션이 있는 분야이다. 지속가능성을 놓고 보았을 때 과연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 내 주변의 외국인 지인들은 최근 높아진 한국문화에 정말 한국적인 것, 한국을 대표할 영원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우리 문화의 저력을 지속 가능하게 세계에 알리는 것이 지금은 중요하리라 본다. 한국을 방문해서 우리의 음식을 먹고 과거와 현재를 함께 경험하게 하고 우리 문화의 유니크함을 보여줘야 함에 있어서 과연 우리가 무엇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의문해 본다. 과연 그런 준비가 돼있는지를 반문해 본다. 엔데믹을 향하고 있는 지금 시기가 최고의 기회라 여기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구태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

[김종구칼럼] 검찰총장까지 측근 쓰면, 민심 떠난다

역대 최고의 검찰 수사는 무엇일까. 너무 막연하다면 범위를 좁혀보자. 최고의 정치 수사는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걸 꼽을 거다. 2003년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 150억원이 실린 트럭이 통째로 넘어갔다. 대기업이, 휴게소에서, 한나라당에 줬다. 성역이던 대선자금을 깐 첫 수사다. 이 수사를 최고로 쳐도 좋을 조건이 있다. 서슬 퍼런 현 정권도 빼지 않았다. 대통령의 ‘좌’희정·‘우’광재를 구속했다. 한 당은 천막으로 갔고, 한 당은 쪼개졌다. 검찰은 지금도 이 수사를 추억한다. 2019년 3월. 한 언론(일요신문)에서 전현직 검사 50명을 설문했다. 역대 최고의 총장을 물었다. 그때 ‘송광수 총장’이 1위였다. 2019년 3월이면 문무일 총장, 2019년 7월부터는 윤석열 총장이었다. 이들까지 다 포함했다면 어땠을까. 윤석열 총장이 최고로 선택됐을까. 윤 총장의 전후반부는 극적으로 나뉜다. 조국 수사 이전의 윤 총장은 친(親)정권 검사였다. 그렇게 분류됐다. 실제로 권력을 향한 수사는 없었다. 그때, 권력과 맞댐하던 검찰은 따로 있었다. 서울동부지검이다. 문재인 환경부를 수사했다. 훗날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명명되는 사건이다. 환경부 장관을 소환했고, 인사 수석을 조사했다. 청와대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모진 방해를 뚫고 기소까지 끝냈다. ‘추미애 인사’의 보복을 받았다. 검사장·부장검사가 옷을 벗었다. 수사팀은 공중분해됐다. 그 짧은 몇 달이 문재인 권력 수사의 시초였다. 윤 총장의 조국 수사가 그 불씨를 크게 키워 나갔다. 국민이 윤 총장을 지지했다. 결국 대통령에까지 밀어 올렸다. 대통령이라는 게 그렇다. ‘잘할 것 하나가 있으면 그걸 믿고 뽑는다. 그게 김영삼엔 ‘문민’이었고, 김대중엔 ‘민주’였고, 노무현엔 ‘교체’였고, 이명박엔 ‘경제’였다. 그걸 못할 때, 또는 그게 약발을 다할 때 국민은 돌아선다. 윤석열 대통령에겐 그게 ‘검찰’이다. 추상같은 법 집행이 윤 대통령을 향한 지지자들의 기대였다. 요 며칠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다. 긍정평가 30%대, 부정평가 60%대다. ‘검찰 실망’을 많이들 얘기한다. 기존 사건-대장동·성남 FC·산업부 블랙리스트·원전 평가 조작·울산시장 선거 개입-은 진척 소식이 없다. 새로운 사건-서해 공무원 피살·북한 주민 강제 북송-은 파헤쳐만 놓고 있다. 지지자들이 ‘진도가 늦다’며 실망한다. 반대자들은 ‘봐라, 없지 않느냐’며 역공한다. 이러니 60%가 50% 되고, 40%가 30% 되는 것이다. 이제 검찰 운영 자체까지 공격 받기 시작한다. ‘친윤 검사’·‘아우 검사’로 채우는 인사가 타깃이다. 그 정점에 한동훈 법무장관이 있다. 지나친 권력 집중으로 ‘왕 장관’ 소리를 듣는다. 그 비판이 괜한 게 아니다. 대검 간부 인사, 검사장급 인사, 평검사 인사를 혼자 다 했다. 검찰청법-‘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과 맞지 않는다. 고위직 인사검증 역할까지 맡겨졌다. 그래서 붙여진 별칭이 ‘검찰총장이면서, 민정수석이면서, 인사수석이기도 한 법무장관’이다. 검찰총장 자리를 비워둬서 더 크게 잡히는 트집이다. 이제서야 자리가 채워질 모양이다. 대통령에게 중요한 순간이다. 살폈듯이 윤 대통령을 향한 제일 큰 기대는 ‘검찰’이다. 그 검찰의 수장이 총장이다. 이미 바닥을 치는 대통령 지지도인데 총장 하나 잘 뽑는다고 확 오르겠나. 그건 아닐 거다. 하지만 총장까지 잘 못 뽑으면 어떻게 될지는 어렵잖게 알 수 있다. 국민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는 보고 싶지 않다’며 윤석열 인사를 경고한다. 인연에 사로잡힌 ‘친윤 인사’, 형님 리더십으로 맺은 ‘아우 인사’. 그때 송광수는 정권과 껄끄러웠다. 여권을 수사해서가 아니다. 매사 건건이 부딪혔다. 장관과 갈등이 특히 심했다. 중수부 폐지, 공수처 신설로 다퉜다. 인사에선 ‘송광수 패싱’ 논란까지 있었다. 기수 역전-총장(3기) 장관(13기)-이 부른 부조화였다. 하지만 그런 총장을 정권은 존중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노무현 정부’에 선물로 돌아갔다. ‘한국의 정치자금 개혁은 노무현 정부가 이룩했다’는 정의다. 지금도 이 역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측근 총장은 임기를 빛낼 수 있다. 비측근 총장은 역사를 빛낼 수 있다. 역사를 빛낼 선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간단한 원칙만 서면 된다. 바로 ‘측근 배제’다. 主筆

[천자춘추] 부감으로 살자

부감으로 보면 모든 것이 명쾌하게 보인다. 우리는 늘 자기의 눈높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기에 한치 앞도 알 수 없다고 하고 비교하며 질투하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기억이다. 한낮 하교길에 쭈구리고 앉아서 기어가는 개미가족의 행렬을 보고 있는데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의 앞길에는 작은 도랑도 있고 지푸라기가 있음에도 개미 가족은 오로지 앞만 보며 열심히 기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어린 나의 시선에도 내려다보니 개미의 앞길이 다 보이는데 개미에게는 안보였던 것이다. 우리 인생도 비슷해서 인생의 앞길을 앞으로만 바라보면 그 앞길을 알 수 없지만 자신의 100년 인생길을 부감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삶이 명쾌해진다. 이 시대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이 『백년을 살아보니』란 책에서 언급했듯 ‘살아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60세부터 75세더라’고 하신 것도 살아보니 알게 된 김형석교수님의 부감이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고도 미리 아는 것이 지혜이다. 자신의 인생을 굳이 100세까지 살아보지 않더라도 이미 지구별에서 살다 간 수천억명의 인생 선배들의 삶의 경험을 통찰하고 이해한다면 그것이 내 인생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객관적 부감의 내 삶인 것이다. 지구별에 살다가 별이 돼 돌아간 수많은 사람들 중 ‘예수’, ‘석가모니’, ‘소크라테스’가 아니더라도 지혜롭게 살다 간 수많은 선배들의 인생을 좀 더 빨리 학습하고 이해해서 인생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산다면 자신의 인생을 더 가치 있고 야무지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이미 숙명적으로 정해져 있는 인생의 시간을 최대한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해 자신 인생의 최대치를 이해한 후 그 범위 안에서 맘껏 자신의 삶을 ‘완전연소’시켜야 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인생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부감으로 정리해 놓고 한순간 한순간을 맘껏 즐기며 살아야 이 세상 소풍이 끝나는 날 아무 미련도 없을 것이다. 남상민 아티스트·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장

협치 ‘가시밭길’… 김동연·도의회 양당 대표 회동 입장차만 확인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도정 운영 핵심 철학인 ‘협치’가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기도의회가 첫날부터 파행을 맞으면서 김동연표 민생 정책에도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이를 해결하고자 김 지사가 도의회 양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했지만, 성과는커녕 첨예한 입장차만 재차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13일 수원특례시에 있는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곽미숙(고양6),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대표(용인3)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오찬에는 오병권 도 행정1부지사와 류인권 도 기획조정실장도 함께했다. 오찬 이후 기자들과 만난 김 지사는 “(양당 대표와) 도정 운영 방향 및 도의회 개원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며 “유익하고 좋은 대화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곽 대표는 김 지사와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김 지사가 전혀 고민을 하지 않고 이 자리에 나온 것 같다”고 꼬집은 뒤 “정무수석 등의 얘기는 없었고, 추가경정예산안을 빨리 처리해달라는 요청만 있었다. 이에 ‘고민을 좀 충분히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곽 대표는 ‘연정’에 준하는 협치를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특히 경제부지사와 관련해 추천권을 국민의힘 측에 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김 지사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역시 비슷한 얘기가 나왔지만, 김 지사는 확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남 대표는 김 지사와 곽 대표 간 협치의 기준이 서로 달라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지사는 앞서 강조했던 것처럼 낮은 단계에서의 협치를 주장했다. 그러나 곽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달라서 안 맞는 부분이 조금 있었다”며 “계속해서 소통한다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이른 시일 내 김 지사, 곽 대표와 또다시 만나 원 구성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여야 의석수가 78대 78로 동률인 것은 협치를 원하는 도민의 뜻이 담긴 것이다.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임태환기자

[현장, 그곳&] ‘빗물받이’ 쓰레기에 덮개까지… 침수 피해 키운다

각종 이물질로 막힌 도로 곳곳의 빗물받이가 우천 시 제기능을 하지 못해 침수 피해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오후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의 한 주택가. 약 50m 길이의 골목길 양측에 있는 빗물받이 4개는 모두 인근 주민들이 올려 둔 돌과 고무덮개로 막혀있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 69㎜ 가까이 내린 빗물은 우수관으로 흘러가지 못했고, 빗물받이 위로 약 1m 반경의 물웅덩이가 생겼다. 주민 이형선씨(64)는 “빗물받이가 열려 있으면 일부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버리기도 하고, 하수구로 인한 악취 때문에 여름철엔 덮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의왕역 맞은편에 위치한 부곡중앙로. 숙박업소들이 밀집한 뒷골목으로 들어서자, 이 일대 거리는 넓게 퍼진 물웅덩이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빗물받이 사이엔 담배꽁초, 비닐조각, 플라스틱 컵 등이 끼워져 꽉 막힌 상태였다. 각종 이물질과 뒤섞여 고인 빗물은 탁한 갈색을 띠고 있었고, 종종걸음을 한 시민들을 물웅덩이를 피해 차도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빗물받이는 도로의 빗물을 하수도로 흘려주는 역할을 하며, 관리가 부실해 막혀 있을 경우 침수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빗물받이가 3분의 2 막혀있을 때 침수되는 높이는 막혀 있지 않을 때보다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완전히 막혀 있을 경우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무려 6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2020년 8월 양주에선 시간당 90㎜의 기습폭우가 내려 양주역과 이 일대가 물에 잠겼는데, 당시 침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막혀 있는 빗물받이가 꼽힌 바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자체들은 보유 자원을 활용해 빗물받이 청소에 나서고 있다. 장안구는 관할 내 환경미화원 72명에게 빗물받이가 막힐 경우 즉각 대처를 지시하고 있고, 의왕시는 흡입준설차로 매일 구역을 나눠 청소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는 관리 못지 않게 시민들의 의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각 지자체가 청소를 한다고 해도 쓰레기는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라며 “평상시엔 악취 문제로 빗물받이를 덮는 것을 허용할 수 있지만, 비가 오는 날엔 시민들이 빨리 치울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홍보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에선 집중호우 시 발생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에 침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비를 요청하고 있다”며 “향후 다가올 장마나 태풍을 대비해 기상 상황을 수시로 파악해 지자체에 관리 방법 등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병규·노소연기자

기준금리 2.25%…사상 첫 '빅 스텝'·3회 연속 인상에 너도나도 '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국내 기준금리가 뛰고 또 뛰면서 회사도, 가계도 잠 못드는 하루가 시작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p 인상키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사상 처음으로 ‘빅 스텝’을 밟은 셈인데, 그동안 통상적 인상 폭(0.25%p)의 두 배나 올린 유례 없는 일이다. 특히 앞선 4월과 5월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터라 3회 연속 기준금리가 오른 상황이기도 하다. 이는 그만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심각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금통위는 “(국내 경기의) 소비 회복세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주요국 성장세 약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2.7%)를 다소 하회할 것”이라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가뜩이나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은 이번 빅 스텝 단행으로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대출을 받았거나 앞으로 받아야 할 입장에서 ‘이자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비단 주택담보대출 금리만 봐도 추가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기업의 어깨도 무겁다. 시설 투자 등을 위한 자금 조달을 하려 해도 은행 대출이 쉽지 않은 데다가, 대출을 받아도 이자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타격이 대기업보다 클 수 있다.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상회하고,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9로 오른 상태. 시장 물가에 따라 각종 상품·서비스 가격이 높아지면 가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오는 8월, 10월, 11월 금통위 회의가 또 있는 상황에서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