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 정원스쿨존 조성하는 학생들 [포토뉴스]

[문화카페] 바닷가재가 있는 정물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대게와 바닷가재 가격이 내린 적이 있다. 바닷가재는 로마 시대에 요리법이 있을 정도로 고급 음식 재료였다. 특히 다양한 요리법으로 현대 미식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이다. 그러나 17세기 미국에서는 바닷가재는 너무 흔한 음식 재료였다. 바닷가에 끊임없이 떠밀려 내려오는 바닷가재는 빈민층이나 당시 유럽에서 이주해온 이주민들의 주식이 됐다. 그리고 별다른 요리법이 없어 맹물에 바닷가재를 쪄서 먹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는데, 몇 번은 몰라도 계속해서 먹는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이민자들은 고향의 친지들에게 자기들은 매일 맛없는 바닷가재만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바닷가재가 미국에서 고급 음식이 된 것은 프랑스 혁명 이후 미국으로 이주해 온 프랑스 요리사들과, 20세기 할리우드 영화에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바닷가재를 먹는 모습들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다. 바닷가재는 그림에도 등장했는데 낭만주의 미술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외제 들라크루아(Eug〈00E8〉ne Delacroix)의 정물에 바닷가재가 등장한다. <바닷가재가 있는 정물>은 들라크루아가 정물화를 많이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희소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화폭 중앙에 사냥물들인 새, 토끼, 도마뱀들이 날것 상태로 쌓인 그림인데 엉뚱하게도 조리된 바닷가재도 같이 뒤섞여 있다. 이 그림에 대한 주요 해석은 당대의 시대를 역행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들라크루아는 현대미술의 토대가 된 낭만주의 미술의 대표작가로 선과 규칙을 중시하는 고전주의 미술과는 달리 낭만주의는 색채와 문학적 영감을 중시하는 장르다. 들라크루아는 당대의 퇴폐시인 보들레르, 시대를 앞서간 자유의 피아노 시인 쇼팽과 친분을 유지했기 때문에 그의 생애도 열정에 가득 찼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와는 정반대다. 귀족 집안이었지만 어린 시절 부모를 일찍 여의고 누나의 손에서 자란 들라크루아는 평생을 작업에만 몰두한 화가였다. 결혼도 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으며 작업하는 순간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한 모범생이었다. 그리고 사회의식도 발달해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0)>을 제작했는데, 프랑스 삼색기를 든 여인이 민중들을 이끌고 혁명을 이끄는 모습은 자유를 갈망하는 인류의 모습을 표현한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낭만주의는 사실상 혁명과 변혁의 장르다. 프랑스 혁명은 실패했지만 ‘자유, 정의,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우리에게 각인시킨 성공한 혁명이다. 낭만주의는 현실에서 찾지 못한 이상향을 과거의 신화나 이국의 유토피아에서 현실화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그러한 매개체가 바로 예술이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예술에서라도 이루고자 했던 낭만주의의 이상과 한계를, 풍경화와 정물화가 뒤섞인, 날것들과 조리된 것이 뒤섞인 혼돈의 상황을 표현한 <바닷가재가 있는 정물(1827~27)>이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

[경기교육 적임자를 찾아라] 임 “혁신학교 재검토” vs 성 “교실붕괴 방지 성과”

임태희(왼쪽)•성기선 경기도교육감 후보가 25일 오전 고양특례시 일산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교육감 후보자 토론회’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6·1 지방선거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일대일 대결을 펼치고 있는 임태희·성기선 후보가 첫 TV 토론회에서 경기교육을 상징하는 ‘혁신학교’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두 후보는 고교평준화 정책, 교권 위기 해소방안, 민주시민교육, 평화통일교육, 노동인권교육에 대해 각자 엇갈린 주장을 내놓으며 정면 충돌했다. 25일 경기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토론 첫 주제인 ‘혁신학교’를 놓고 대립했다. 임 후보는 “혁신학교를 두고 학생은 일반학교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하고 부모는 혁신학교로 지정될까 봐 걱정하면서 반대하고 있다”며 “혁신학교의 취지가 아닌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문제로 원점에서부터 혁신학교를 재검토하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교육의 변화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성 후보는 “2000년대 초반에 학생이 소외되는 교실 붕괴 현상을 목도하고 이를 바꿔서 학생이 중심인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혁신교육이 시작돼 현재 도내 2천500개 정도의 초·중등학교 중 1천400여개가 혁신학교로 지정될 만큼 보편화됐다”고 맞받아쳤다. 혁신학교는 민주적 학교운영 체제를 기반으로 윤리적 생활공동체와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해 학생들이 삶의 역량을 기르도록 하는 자율학교로 지난 2000년 남한산초, 조현초, 덕양중 등 작은 학교에서 태동한 경기교육의 대표 정책이다. 두 후보는 고교평준화 정책에서도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대립했다. 임 후보는 수원을 비롯한 도내 12개 시에서 시행 중인 고교평준화 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사회자 질문에 “지금 학생들의 성향은 과거 대량교육 시대하고는 완전히 다르고 교육 여건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서 학생들이 자신의 끼를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열화라고 규정하는 비판이 있는데 손흥민과 BTS를 보면 어느 한쪽으로 능력이 뛰어나다”며 “국영수 시험 치는 것만 떠올리며 서열화라고 규정하는 것은 과거식 잣대”라고 비판했다. 이에 성 후보는 고교평준화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 후보는 “고교평준화는 1974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시작한 제도로 당시 진학 열정이 과열되니까 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의 학교로 배정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이는 우수한 교육을 보편적으로 시행하자는 교육 기회 평등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임 후보 주장에 응수했다. 이외에도 두 후보는 돌봄 문제와 디지털교육 분야에 관해서 모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민훈기자

[사설] 삼성 등 대규모 투자, 새정부 규제혁파 적극 나서야

삼성이 향후 5년간 450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지난 24일 발표했다.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중점 투자하는 분야는 반도체와 바이오, 신성장 정보기술(IT) 등 첨단 신산업이다. 신성장 IT에는 인공지능(AI)과 차세대 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들이 포함된다. 삼성은 반도체에 적극 투자해 ‘반도체 초강대국’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인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 반도체가 경제의 성장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바이오 분야 또한 ‘제2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삼성은 전체 투자금액의 80%인 360조원을 국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투입한다. 지난 5년간의 국내 투자액 250조원보다 110조원이나 많다. 삼성은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일자리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의 투자와 일자리 확대는 경기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당장 평택 반도체공장 3라인(P3)이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된다. 여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라인과 함께 파운드리 라인도 들어선다. 평택 공장에만 총 6개 라인을 건설할 예정이어서 평택의 경제 발전과 일자리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삼성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롯데, 한화그룹 등도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놨다. 반도체·바이오·전기자동차·로보틱스·항공우주 등 미래 먹거리 산업들이 투자 대상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해외 투자계획을 속속 발표하면서 국내 투자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인한 복합 경제위기 속에 나온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 결정은 국내 경제 활성화와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첨단 신산업에 대한 적극 투자로 글로벌 경쟁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는 것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 번영에 필수다. 이젠 기업들이 국내에 초대형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 국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2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미래를 위한 투자·인프라 지원’과 ‘규제 혁파를 통한 기업혁신 유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새 정부는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없게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 기업들이 복잡한 규제와 절차 때문에 투자 적기를 놓치거나 외국으로 가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사설] OECD 노인 빈곤율 1위, 새정부가 벗어던져야

대한민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란 오명을 쓴지 오래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노인 빈곤율)은 38.9%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의 배가 넘고, 미국(23%)과 일본(20%)보다 훨씬 높다. 보건복지부의 ‘2019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인구 10만명당)은 58.6명으로 OECD 회원국 18.8명의 3배이다. 장수국가인 일본의 22.8명보다 3배에 가깝다. 자살 이유는 낮은 수입과 건강, 가족 단절 등 대부분이 경제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주요 현금 노후복지정책인 기초연금과 기초생활수급자 정도로는 노후의 경제 생활 보장이 어렵다. 기초연금 30만원만으로는 기본 생계유지 조차 버겁다. 2022년 국민연금 평균 월 수령액도 57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는 417만명으로 전체 노인인구 901만8천명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특별한 수입과 국민연금이 없는 적쟎은 노인들은 1~2만원을 벌기위해 새벽부터 하루종일 길 거리에서 폐지를 주워 나르고 있다. 인천지역의 폐지 수거 노인 수만도 3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노인들의 빈곤적 고통은 자녀 등 가족에게도 전가되고, 가족 마저 외면하는 일까지 생긴다. 2022년 홀몸노인 수는 176만594명으로 전체 노인인구 901만8천명의 19.5%를 차지한다. 노인 빈곤이 가족과 전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기초연금 월 40만원(10만원 인상), 국민연금을 포함한 노후소득 보장체제 전면 개혁 등 다양한 노후복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들은 노인 소득과 건강 등의 실태와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에게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원 확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한 번 시작한 복지는 중단이나 축소가 사실상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가파른 고령화에 따른 예산 증가분도 만만치 않다. 새 정부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증세를 포함한 지속 가능한 재원마련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 같은 사회적 비용 확충에는 국민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인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 나갈 수 있다. 지난 2011년(46.5%)부터 조사를 시작한 노인빈곤율이 2020년에서야 처음 30%대로 떨어졌다. 새 정부가 이 기세를 몰아 빈곤율 1위라는 오명을 벗어 던지기를 기대한다.

[지지대] 바이러스 시대를 살다

정부는 118일만에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현 상황을 안정적 단계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 23일부터 국내 귀국 전 시행하는 검사가 PCR 검사 외에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까지 허용됐고, 애초 전날까지였던 요양병원·시설에 대한 대면 접촉의 면회 기간이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장됐다. 사실상 실내 마스크 착용 외에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사회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렇게 우린 2년이 넘는 시간을 동행한 바이러스와 마지막 작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새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 발생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숭이두창’ 얘기다. ▶원숭이두창은 발열·오한·두통·림프절부종과 함께 전신, 특히 손에 수두와 유사한 수포성 발진이 퍼지는 것이 특징인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천연두와 유사한 초기 증상이 나타나며 피부에 상처를 유발해 2차 감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별한 백신은 없지만 천연두 백신으로 85%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주간 증상이 지속되고 대부분 자연 회복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최근 치명률은 3∼6%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정부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초기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질병청은 “진단검사 체계 구축을 통해 원숭이두창이 국내에 유입됐을 때 신속히 환자를 감별할 수 있어 유행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의 생각도 같을까.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도, 다른 나라보다 팬데믹이 더디게 진행됐을 때도, 정부가 내세운 K-방역만 믿고 그 수칙을 따랐을 뿐인데 대한민국은 하루 코로나19 발생 최대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코로나19는 시작일 뿐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앞으로 원숭이두창을 넘어 무수히 많은 새로운 변종들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바이러스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고선 더 큰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세상이 주는 경고를 무시하지 말자. 김규태 사회부장

[함께하는 인천] 주식은 개인에게 건전한 투자처인가

주식시장은 개인이 정부와 기업이 처 논 그물에 걸려 나락에 빠지는 구조처럼 보인다. 부동산거래는 개인 간에 이루어져 피해를 본다 해도 한 개인에게 미치지만, 주식거래는 개인이 알 수 없이 은밀하게 이루어지며 피해도 다수에게 미친다. 정부는 판을 깔아 판돈에서 세금을 걷고, 기관이나 외국인들은 큰손으로 활동하며 손해 보는 일이 거의 없지만, 개인은 전체의 합으로 보면 늘 마이너스인 주식시장이다. 개인투자자에게 피해가 발생해도 정부 등에게는 유리한 제도인 탓에, 상당한 불합리에도 부동산시장과는 달리 이를 제대로 손보려 하지 않는다. 개인은 단기투자를 하기 때문에 손실을 본다고 하는데, 그럼 건전하게 모두 장기 투자를 한다면 매매 감소로 정부나 증권사는 세금이나 수수료 수입이 급감할 것이고, 공공기관들의 자금 운용은 뜻대로 되겠으며, 또한 늘 돈만 벌어가는 외국인들은 투자를 하겠는가. 아마 주식시장은 쇠락할 것이다. 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후 기업이 이윤을 남기면 그 이윤을 배당으로 받는 구조가 기본이 되지 않는, 지금처럼 온갖 술수와 기법만이 난무하는 주식시장은 개인에게 덫을 놓아 나락에 빠트리는 투기판과 같다. 개인들이 혹하여 빠져들기 때문에 시장이 굴러가고 정부와 기업, 외국인 투자가들이 재미를 보는 구조이다. 대개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한번 따 본 희열에 도취되어 크게 한 방 터질 것이라는 환상 때문이다. 주식으로 재미 본 개인은 그 환상에 사로잡혀 번 돈뿐 아니라 급기야는 타인의 돈마저 빌려 모두 잃는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주식으로 망한 자는 무수히 많아도 돈 번 자는 드문 이유이다. 신규 주식상장도 회사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것인지 투기판을 만들어 관계자들에게 일확천금을 벌어주기 위함인지 알 수가 없다. 상장만 성공하면 순식간에 때 돈 버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회사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일 텐데 상장하자마자 그 구성원들이 거대한 이득이 생겨 곧바로 팔아먹고 떠나는 주식상장이 건전한 구조일 수는 없다. 개인은 투자하자마자 손해를 볼 수 있는 주식상장도 결국 한 건 올리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공매도며 작전이며 수많은 기법이 난무하고 유혹의 상업광고가 넘쳐나는 주식시장에서 개인은 휘둘리기 쉬운 구조인데, 정부는 개인의 책임이라며 방치한다. 피땀 흘려 모은 개인들의 소중한 자금이 건전하게 투자되고 운영되도록,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여 세계에 내놓을 만한 k-주식시장이 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기고] 어법 무시한 말은 ‘언어 공해’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문법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표현이지만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쓰는 말 중 하나가 바로 ‘같다’이다. ‘좋다’ 또는 ‘맛있다’라고 하면 될 것을 애매한 표현인 “좋은 것 같다” 또는 “맛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같다’는 ‘그런 부류에 속한다’ 또는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직설적인 표현은 뒤로 감춘 채 ‘그럴 수도 있지만 혹시 아닐 수도 있다’라는 모호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좋으면 ‘좋다’ 맛있으면 ‘맛있다’라고 간결하게 말하면 될 일인데, ‘같다’를 덧붙여 자신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에둘러 표현한다. 자신이 직접 경치를 보거나 음식을 맛보고 난 뒤의 느낌이나 판단이라면 ‘좋아요’나 ‘맛있어요’라고 해야 옳다. 비슷한 예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는 표현을 가끔 듣게 된다. 보조형용사 ‘싶다’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욕구가 있음을 나타내거나, 앞말대로 될까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결국 ‘싶다’는 현재의 확정적이거나 단정적이 아닌, 미래의 막연한 희망이나 바람 또는 미래의 걱정과 근심을 내포하는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함으로써 미래의 소망이나 차후의 유보가 아닌 현재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옳다. 또한, 요즘 많은 사람이 별생각 없이 ‘아내분’ ‘선배분’ ‘지인분’ ‘직원분’ ‘스타분’이란 말을 쓴다. 상대방을 높여서 이르는 말인 의존 명사 ‘분’을 아무 단어에나 뒤에 붙여서 이상한 말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로, 귀에 거슬린다. 아내, 선배, 지인, 직원, 스타라는 단어 자체가 낮춤말이 아니므로 굳이 뒤에 ‘-분’을 붙여 쓸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런 말들은 어법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필요치 않은 사족 같은 말이다. 심지어 존칭을 나타내는 접미사 ‘-님’이 붙은 말에 ‘-분’을 덧붙인 ‘손님분’ ‘따님분’ 등은 이중 경어체로 이 또한 잘못된 표현이다. 또 우리는 흔히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2만원 되시겠습니다” 같은 엉터리 존댓말을 식당, 백화점 등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지나친 공손함 때문일까 왠지 어색하다. 고객에게 공손히 말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높이는 일명 ‘사물 존칭’이다. 우리말에서 물건이나 무생물은 특별한 경우 아니면 높임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서 그 사용례가 맞지 않아 귀에 거슬리는 말이 적지 않다. 모든 말과 언어는 정해진 문법과 사용법에 따라 그 상황과 용도에 알맞게 사용돼야 한다. 어법을 무시한 이런 말은 언어 공해이자 언어 파괴 행위다.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언어 사용이 우리말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우리 모두 자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동석 직업상담사

[김종구 칼럼] 절박하지 않은 쪽, 엿새 뒤에 진다

경기도민이 꼽은 선결 과제가 있다. ‘일자리 및 경제 정책’이다. 응답자의 35.8%가 후보자의 첫째 임무라고 답했다. ‘주거 안정’(24.8%), ‘교육인프라 구축’(15.6%), ‘복지 확대’(14.4%)는 그 뒤다. 그러면 ‘일자리·경제’에 표가 가야 한다. 배치되는 답이 있다. 후보 선택 기준이다. 유권자 희망이 녹여 넣은 게 공약이다. ‘공약 보겠다’가 많을법 한데 결과는 아니었다. 가장 많은 답변이 ‘소속 정당’(36.9%)이다. 아이러니지만 이게 표심이다. 정당이 우선이다. 소속 정당으로 다 덮는다. 지방 선거를 ‘줄 선거’라 했다. 그래서 더 그렇다. 대개, 정당에서 결정된다. 그 정당지지도를 보자. 경기일보의 24일 여론조사다. 국민의힘 지지도가 높다. 국민의힘 48.3%, 민주당 42.4%다. 5.9%p 차이다. 대통령 선거 때와 반대다. 그땐 민주당이 딱 이만큼 이겼다. 전국과 반대인 것도 그때와 같다. 전국 정당 지지도는 두 자릿수다. 경기도민의 정당 지지도만 오차범위 이내다. 도지사 후보 지지도는 더하다. 김은혜 후보 46.3%, 김동연 후보 44%다. 김은혜 2.3%p 우세다. 경기도 내 다른 언론의 결과도 있다. 경인일보의 5월19일 발표다(모노리서치). 김은혜 42.1%, 김동연 41.7%다. 김은혜 0.4%p 우세다. 중부일보의 5월16일 발표다(데일리리서치). 김동연 44.3%, 김은혜 42.9%다. 김동연 1.4%p 우세다. 대선 때 ‘경기도만의 특별한 여론’을 끝까지 감지했던 세 언론이다. 이 세 개 언론이 예외 없이 ‘초박빙’이라 발표했다. 여론조사 분석 방식이 있다. 특정 시기의 수치도 중요하다. 하지만 특정 구간의 변화를 더 중히 본다. 흔히 ‘추세’ 또는 ‘흐름’이라고 말한다. 그 분석법으로 보면 국민의힘이 좋다. 3월 대선 민심이 민주당 압도였는데, 지금은 국민의힘 우세로 왔다. 후보 확정 초반엔 김동연 절대 우세였는데, 지금은 김은혜 김동연 박빙으로 왔다. 상승 곡선이 틀림 없다. 힘 날 만하다. ‘승기를 잡았다’는 장담도 들린다. 정말 그런가. 정말 승기를 잡았나. 흐름아닌 시점을 못 보는 것 같다. 지표 흐름이 갑자기 끝났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다. 국민의힘엔 고약한 시기다. 정당 지지도가 막 뒤집혔고, 도지사 후보 지지도가 막 붙었다. 하필 이런 때 걸려들었다. 이제부터 믿을만한 진실은 없다. 거짓의 시간이다. 서로가 ‘골든 크로스’를 말할 것이고, ‘이기고 있다’고 떠들 것이다. 포장도 그럴듯해서 ‘여의도연구소 자료’니 ‘민주연구원 자료’니 하는 괴문서들이 뿌려질 것이다. 이 난장판에 무슨 분석이 있겠나. 끊긴 흐름의 정점은 그냥 ‘여야 박빙’이다. 하필 이 지점에 사전 투표가 왔다. 현재 공인된 여론은 ‘정당 지지도 박빙·도지사 지지도 초박빙’이다. 이게 맞다면 사전 투표 결과는 박빙이어야 한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보수의 가슴을 철렁케 할 경험칙이다. 사전 투표는 진보에 유리했다. 지금까지 그랬고, 변할거란 조짐도 없다. 사전 투표율도 높아지고 있다. 전체 투표율은 50% 후반에서 60% 초반에 고정됐다. 전체 투표율은 고정인데 사전 투표율만 치솟는다면. 진보 쪽 환경 아닌가. 6일 뒤면 결과다. 여당이 이길 수 있다. 야당이 이길 수 있다. 어느 쪽이어도 이상하지 않다. 경기도가 주목받는 이유도 그래서다. 이 숨 막히는 간극을 어찌 측량하겠나. 그런 과학은 애초에 없었다. ‘여론조사 환상’을 버릴 때다. 절박함에 매달릴 때다. 비굴해지고 처절해질만큼 절박해질 때다. ‘아는 사람 전화해 주십쇼’, ‘잘못했으니 용서해 주십쇼’.... 민주당은 이걸 시작했다는데, 국민의힘엔 안 보인다. 완승 장담하다가 허옇게 질렸던 그 날-대선(大選)-, 그 당인데도 말이다. 主筆 ※ 인용된 각 여론조사의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