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옥죄어 오는 인플레이션의 공포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화두다. ▶주부들은 장을 볼 때마다 높아진 밥상 물가로 애환을 토로한다. 식자재, 농축산물, 과일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서민을 대표하는 술인 소주까지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소시민들은 물론 자영업자까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주정판매가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에탄올)을 7.8% 올리면서 10년 만에 가격이 인상한 탓이다. 물가 상승이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의 힘겨운 삶을 옥죄고 있다. ▶밖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유동성 증가와 소비 수요 증가가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을 심화시켰고, 이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현상은 물가 인상에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가능성이 커지며 휘발유, 원자재 가격 등이 치솟았다. 실제 전쟁이 발발한다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유연탄(연료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방법 중 하나가 금리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하는 기조는 확정한 듯하지만, 정작 문제는 금리 인상 범위와 시기, 빈도 등이다. 전해지는 뉴스의 방향은 매일매일 바뀐다. 며칠 전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고치인 7.5% 오른 것으로 나타났을 때,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더 빈번하게 기준 금리를 올리고 인상 폭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방지 기본정책이라 할 수 있는 금리인상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자칫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취약해진 경제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어야만 한다. ▶대내외적인 상황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는 세계 각국마다 고민이 깊다. 급기야 경제활동이 침체하고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까지 드리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은 물론 개개인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는, 변동과 불확실성의 시대다. 이명관 경제부장

[삶과 종교] 정치, 공동선을 찾는 사랑

제20대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 천주교 신부가 정치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비판과 뭇매가 뒤따랐지만, 사실 교회의 수장이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 이야기를 참 많이 꺼낸다. 오히려 교황은 정치가 고귀하고 숭고한 것이라며 정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호소한다. 오늘날 많은 이들은 일부 정치인들의 실수, 부패, 무능 때문에 흔히 정치를 불쾌한 표현으로 여긴다. 그리고 정치를 불신하게 하고 경제로 대체하려 하거나, 하나의 이념이나 다른 이념으로 왜곡하려는 시도들이 존재한다. 암울하지만 정치 없이 우리 세상이 돌아갈 수 있는가? 올바른 정치 없이 보편적 형제애와 사회 평화를 향한 효과적 발전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라고 교황은 반문한다. (〈모든 형제들〉 176항) 교황은 이미 정치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하나의 의무입니다. 왜냐하면 정치란 공동선(common Good)을 찾기 위한 사랑의 최고 표현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종교가 왜 정치에 개입하려 하느냐?라며 정교분리(政敎分離) 원칙에 반하는 일이라 비판하지만, 교황은 오로지 이웃사랑이라는 계명을 바탕으로 정치를 이해하고 있다. 이는 그의 행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가난한 자의 벗, 거리의 교황이라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이름부터가 파격적이었다. 가난과 청빈의 삶을 살며, 평생을 병든 자와 가난한 자를 위해 헌신한 성 프란치스코를 교황의 이름으로 채택한다. 또한 교황궁이 아닌 게스트룸에 거주하고 있으며, 방탄 안 되는 소형차를 이용하며 민중과 성직자 사이의 담을 허물었다. 불법 이민자 수용소에서 이민자들의 발을 닦고 입을 맞추며, 이민자들에 대한 국제적 무관심을 비판했고,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에 대해 새로운 독재라며 질타했다. 언제나 세상의 불평등과 억압에 목소리를 높였고, 자국민들도 건들기 어려운 마피아를 파문하기도 했다. 청소부와 노숙자를 교황청에 초대해 함께 식사를 나누고 난민들의 섬을 먼저 찾아가 고통받은 이들을 위로했다. 내부 부패의 사슬을 먼저 끊자는 의지로 부패한 정치인뿐만 아니라 마피아와 결탁한 바티칸 은행을 개혁했고, 사제의 성추문에 대해 통곡하며 교회의 형벌 제도를 더욱더 엄격하게 개정했다. 분명 다른 색깔의 정치 참여다. 비리와 음모가 가득한 사회 속 비호감 정치인들의 모습에서도 누군가 뿌린 선의 씨앗 때문에 숨겨진 희망이 자라나고, 나보다는 다른 이들이 맺게 될 열매들을 기대하는 일은 참으로 숭고한 일이다. 이는 모든 사람과 모든 세대와 모든 지역에 숨겨진 선의 보고(寶庫)에 대한 확신과 희망에서 비롯된다. 정치 지도자들이 단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를 지지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에게 투표했는가?에 매몰되기보다 나는 국민들에게 더 잘 봉사할 수 있도록 그들을 사랑하는가?, 나는 최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겸손하게 모든 이들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가?라고 물어보아야 할 때이다. 김의태 수원가톨릭대학교 교회법 교수

[사설] 안전위협 불법 ‘길바닥 광고’, 철저히 단속해야

한국의 거리 만큼 광고가 많은 곳이 또 있을까. 건물을 뒤덮고도 모자라 하늘에도 띄우고, 입간판도 세우고, 움직이는 광고물도 설치하고 있다. 길이나 역에서 나눠주는 광고 전단, 길 위에 버려지거나 붙여진 전단도 수두룩하다. 현란한 이미지와 어지러운 문구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최근엔 길바닥 곳곳에도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 바닥에 마구잡이로 붙여놓은 광고물들은 밟아도 훼손되지 않게 코팅을 했다. 그렇잖아도 미끄러운데 비나 눈이 오면 물기 때문에 더욱 미끄러워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 실제 포천시에서 한 시민이 휴대폰 대리점 인도에 부착된 광고물에 미끄러져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본보가 길바닥 광고물을 점검했다. 수원역 인근의 한 휴대폰 대리점 앞 인도에 가로 2m, 세로 1m 크기의 코팅된 바닥광고물이 붙여져 있었다. 시민들은 물기가 있는 광고물 위를 조심스레 걸었고, 넘어질뻔한 모습도 보였다. 성남 서현역 로데오거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역시 휴대폰 대리점 앞 인도 한가운데에 바닥 광고물을 길게 부착해놨고, 시민들은 이를 비켜가거나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공공장소인 보도 위에 광고물을 부착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무분별한 길바닥 광고물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차원을 넘어 보행자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스몸비족)이 많아지면서 보도 등에 광고물을 부착하는 사례가 많은데,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며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다. 하지만 단속에 투입되는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수원시는 단속 인원이 18명, 성남시는 20명이다. 이들은 주로 불법현수막 단속에 집중하다 보니, 길바닥 광고에 대해선 민원이 들어올 때만 단속에 나서고 있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관할구청들은 제거조차 쉽지 않은 바닥 부착물이 늘면서 골치를 썩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불법광고물 과태료는 한 장당 최대 2만5천원. 과태료 금액이 적은 것도 불법이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다. 업체들은 과태료를 물고 영업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배짱이다. 계속 늘어나는 바닥의 스티커 광고는 접착력이 강력해 말끔히 제거하기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바닥에 덕지덕지 붙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길바닥 광고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 각 지자체는 인력 충원을 통해 강력한 단속을 하는 한편 과태료 액수도 상향조정해야 한다. 안전사고 발생시 원인 제공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의 제개정도 시급하다.

국내 신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10만명 시대 초읽기

국내 신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의 10만명 시대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신규 확진자는 7만7천249명이다. 전날 같은 시간대(7만1천915명)보다 5천334명이 많으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17일 0시 기준 전국 신규 확진자는 1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날 동시간대 7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후 6시간 동안 1만8천518명의 감염사실이 추가로 확인돼 이날 0시 기준상 신규 확진자가 9만443명으로 최종 집계됐던 점을 고려하면 하루 확진자의 10만명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2020년 1월20일 국내 코로나19 사태 최초 발생 이후 759일 만에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선다. 이처럼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보다 전파력이 최대 3배 빠른 오미크론 변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내 신규 확진자는 연이어 최다 기록을 경신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2일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검출된 이후 하루 확진자는 지난달 26일(1만3천7명) 1만명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2일(2만268명)에는 2만명을 넘어섰다. 이어 지난 5일(3만6천345명)과 10일(5만4천121명) 3만명대와 5만명대를 기록하는 등 거센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달 말 13~17만명 일일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정민기자

“일방통행 행정”…영흥공원 명칭 변경 주민 의견 무시한 수원특례시

수원특례시가 시민 공모에서 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의견을 무시한 채 영흥공원의 새 명칭을 정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16일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969년 공원시설로 지정됐음에도 미조성 공원으로 남아있던 영흥공원(영통구 원천동 303번지 일원)이 민간특례사업으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영흥공원 명칭변경 시민공모 사업을 추진했다.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 평가(50%)와 온라인 선호도 조사(50%)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에 시는 지난해 12월15일부터 2주간 100여개의 명칭을 접수한 뒤 전문가 평가를 거쳐 ▲수원숲 ▲영흥 숲공원 ▲영통어울공원 ▲영통수풀공원 ▲수원 시민의 숲 등 5개의 이름을 추렸다. 이어 지난달 17일부터 11일 동안 수원만민광장 홈페이지에서 5개 명칭 후보의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원숲이 93.7%(937표 중 878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영흥 숲공원(12표), 영통어울공원(13표), 영통수풀공원(16표), 수원 시민의 숲(18표)은 1%대에 그쳤다. 그럼에도, 시는 가장 득표수가 낮은 영흥 숲공원을 영흥공원의 새로운 이름으로 선정했다. ▲적합성 ▲대중성 ▲지역성 ▲독창성 등을 평가하는 전문가 평가의 점수를 합산하면서다. 이처럼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새 명칭이 나왔음에도 시는 보안상의 이유로 5개 명칭에 대한 세부 점수를 공개하지 않아 일방통행 행정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영통구 주민 A씨는 답을 정해놓고 주민 의견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이럴 거면 왜 투표를 했는가라며 전문가 평가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점수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민원이 많은 상황에서 전문가의 자유로운 심의를 위해 세부 점수는 공개하지 않기로 사전에 예고했다며 100% 온라인 선호도 조사가 진행됐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전문가 평가도 병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는 공원조성계획 변경 등 행정절차를 거쳐 새로운 명칭을 확정할 예정이다. 양휘모이정민기자

[함께하는 인천] 소리로 인체를 관찰하는 기술 ‘초음파’

몸이 불편해 병원에 내원하게 되면 진단을 위해 필수로 의료영상 검사가 먼저 이뤄진다. 이러한 검사 시 환자들은 방사선 피폭에 대해 큰 관심과 걱정을 가지고 있으므로 진단 의료영상 및 건강검진 분야에서 피폭 없이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들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 중 소리로 인체를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인 초음파는 피폭 없이 환자에게 고통이 거의 없는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이용범위는 진단뿐만 아니라 악성종양 치료까지 범주가 확대하고 있다. 초음파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범위 이상을 가진 음파다. 병변 진단에 사용되는 임상 초음파는 약 1~10㎒ 주파수의 음파를 사용해 몸 안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정보를 영상으로 획득하는 원리를 사용한다. 이러한 음파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프로브라고 하며, 보고자 하는 인체 부위에 따라 적절한 형태를 사용하여 검사한다. 일반적으로 높은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키는 프로브를 사용할 경우 인체를 투과하는 깊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피부에 가까운 부위에 많이 사용되게 되고, 반대로 낮은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키는 프로브는 상대적으로 몸 안쪽의 병변을 관찰하는데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면, 피부에 가까이 있는 구조물인 갑상샘의 병변을 관찰하기 위해 높은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는 선형 프로브를, 조금 더 안쪽에 있는 구조물인 간 또는 심장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낮은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는 볼록형 또는 부채꼴형 프로브를 사용한다. 초음파를 사용한 영상학적 검사와 더불어 다양한 인체 혈관들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도플러 검사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도플러 검사는 일반적으로 심혈관 및 목동맥의 혈류 의 양 및 흐름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고, 특히나 상대적으로 쉽게 혈관의 직경, 심장의 두께 및 기능 등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 시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최근에는 프로브로 원하는 부위를 압박해 측정되는 저항 또는 단단한 정도를 기준으로 악성종양과 양성종양을 구분할 수 있는 탄성초음파 (elastography)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탄성초음파의 결과영상은 조직의 단단한 정도에 따라 다른 색깔로 표시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단단한 형태의 악성종양을 피폭없이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알려진 의료용 초음파를 사용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악성종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강도가 매우 높은 형태의 초음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상조직 손상 또는 다양한 생물학적 효과가 몸 안에 나타날 수 있다. 또 초음파의 조사시간은 몸의 체온상승을 통한 생물학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부분에 일부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어 최근 이러한 형태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물학적 위험에 대한 안정성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반인들과 의료 전문가들의 인식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영진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방사선학과 교수

[우리가 해본다] “손도 안 닿아” 휠체어 장애인 배려없는 ‘무인단말기’

높은 위치 탓에 휠체어 장애인이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본보 취재진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 눈높이에서 키오스크를 다뤄보기로 했다. 16일 수원시 영통구의 한 무인카페. 휠체어에 앉으니 높이 2m의 키오스크를커다란 벽처럼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화면 상단에 표시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 했지만, 아무리 손을 뻗어도 휠체어에 앉아서 선택하기란 불가능했다. 더욱이 휠체어 발 받침대로 인해 생기는 거리 때문에 화면 하단의 메뉴에도 손가락은 닿을 수 없었다. ATM 기기를 살펴보기 위해 은행으로 이동했지만 이 역시 이용이 쉽지 않았다. 기기의 화면이 비스듬하게 뉘어진 탓에 터치스크린 속 글자가 어렴풋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카드 삽입구는 기기 안쪽 끝에 위치해 있어 계좌 이체 등을 위해 카드를 집어넣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날 취재진은 휠체어를 탄 채로 카페, 은행, 패스트푸드점 등 키오스크가 설치된 장소 10곳을 돌며 주문 또는 이용을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지난 2019년 약 18만대였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증해 지난해에는 약 21만대로 집계됐다. 하지만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19 키오스크 정보접근성 현황조사 결과, 휠체어 장애인이 조작할 수 있는 키오스크는 4대 중 1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애인이 조작할 수 있는 곳에 작동부가 위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국가기관이 키오스크를 구매할 시 배리어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를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 편하게 사용하도록 설계된 사용자 맞춤 키오스크다. 하지만 민간 서비스 분야에선 이 같은 법적 의무가 없다보니 보급 확대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현재는 키오스크가 업체마다 모양이 제각각이라 표준 키오스크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이와 함께 주무부처는 하루 빨리 예산을 확보해 민간 분야에서도 장애인이 키오스크를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기부 디지털포용정책팀 관계자는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가 상용화될 수 있도록 키오스크를 연구개발하는 기업들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표준 키오스크 모델을 정립해 민간 분야에서도 확대될 수 있도록 법적 조항을 신설하는 부분까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6-①

여섯번째 에피소드 타이틀은 틀라텔롤코의 세 문화의 광장이다. 지금의 멕시코시티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지만, 아스테카 제국 시절에는 드넓은 호수였다. 아스텍 사람들은 섬의 지형적인 이점을 살려 도시를 건설했고, 테노치티틀란과 틀라텔롤코는 호수 안 섬 중에서 가장 컸다. 아스테카 제국은 적을 방어하기 위해 섬과 육지 사이에 단 세 곳만 둑길을 만들어 연결했다. 틀라텔롤코에서 아스텍 전사들은 제국의 운명을 걸고 코르테스의 침략군에 대항해 최후 항전을 벌였으나 열악한 무기와 군사전략의 부재, 동맹 부족의 반란으로 패하고 말았다. 아스테카 제국의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과 달리 틀라텔롤코는 상업 중심지로 아스텍 사람들의 역동적인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삶의 현장이었다. 그 사실은 처절한 시대를 사랑한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의 작품 틀라텔롤코 시장에서 화려했던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스테카 제국은 1521년 패망하기 이전까지 약 200년 동안 멕시코와 메소아메리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으나, 코르테스의 손에 철저히 파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처럼 새로운 문명은 기존의 문명을 파괴해야 탄생하는 운명일까. 누에바 에스파냐 건설이 시작되면서 멕시코는 새로운 혼혈(mestizale)의 시대가 출발했고, 그 실상은 틀라텔롤코 세 문화의 광장에서 엿볼 수 있다. 박태수 수필가

[이날e북]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外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신기록을 달성하며 자의적타의적으로 집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심심함을 달래면서 마음 속 양식도 채우고 싶을 땐 인문 도서가 제격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인 만큼, 각종 전자책 플랫폼에서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2월 셋째주 인문 ebook들을 소개한다. 먼저 알라딘 전자책에선 사랑의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 저자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가 인문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미워하며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심리를 분석하고 삶을 사랑할 자유에 대해 통찰한다. 그는 삶을 사랑하는 능력의 상실을 현대인의 핵심 문제로 삼으며, 경제사회정치노동을 연계해 깊이 성찰한다. 나르시시즘, 이기주의, 결핍, 소외 등 심리적정신적 관점부터 대량생산, 기술 맹신, 경제적 과잉 등 사회경제적 조건까지 우리가 자신의 삶을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이유를 탐색하고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 다음으로 네이버 전자책에선 수년간 인문학 필수 도서로 자리 잡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 한 권으로 현실 세계를 통달하는 지식 여행서가 베스트셀러다. 팟캐스트 등을 통해 어렵고 딱딱하던 인문학 분야의 에피소드를 쉽게 전해 온 지대넓얕이 책이 된 것으로, 200만부 누적 판매를 돌파하며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바 있다. 직선적 시간관과 원형적 시간관 - 역사는 시간에서 출발한다, 생산수단 그리고 자본주의의 특성 - 역사를 설명하기 위한 핵심 개념 두 가지 등 목차로 흥미롭게 인문 상식을 얻을 수 있다. 끝으로 교보eBook에선 피트 데이비스 저자의 전념 : 나와 세상을 바꾸는 힘에 관하여가 가장 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았다. 이 책은 무한 탐색의 시대에 꾸준히 전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 사람과의 관계에 전념하지 못하고 끝도 없이 잠재적 연인을 물색하는 사람, 적성에 맞지 않는 일에 얽매일까 두려워 직업이나 진로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하는 사람 등이 주인공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화가 오늘날 젊은이들의 삶에 긴장감과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자발적 전념하기다. 무언가 전념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전념을 강조하며,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목적과 깊이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