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헝겊원숭이운동본부’ 김보민 이사장, 아이들 정서적 보살핌에 앞장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 보살핌을 지향하며 좋은 어른되기 운동인 헝겊원숭이운동에 동참해주세요. 군포시 금정동 군포시청 뒤 주택가에 있는 ㈔헝겊원숭이운동본부 김보민 이사장(53)의 말이다. 헝겊원숭이운동본부의 헝겊원숭이는 미국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 박사의 원숭이 실험에서 따온 이름이다. 김 이사장은 어미 잃은 새끼원숭이가 젖병이 있는 철사원숭이가 아닌 젖병이 없는 헝겊원숭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실험이다. 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보살핌이 더 중요하다는 실험결과였다고 설명했다. 헝겊원숭이운동본부는 청소년지원네트워크 선생님들이 뜻을 모아 지난 2018년 정식출범하며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물질적 지원만이 아닌 따뜻한 정과 정서적 교감, 공감과 연대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나 지역아동센터, 기관 등에서 요청하거나 추천하는 아이들에게 급식과 보살핌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동청소년 전용식당 운영, 반찬 배달봉사는 물론 학습이 느린 아이들을 위해 자원봉사 선생님을 찾아 아이들과 연계하는 학습멘토 사업도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맞벌이 가정의 아이 중에는 방학 때 하루동안 아무것도 안먹었다는 아이도 있었다. 가정의 빈부를 떠나 아이들이 건강하게 먹을 권리와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당동에 아동 청소년 전용식당인 밥 먹고 놀자를 개설, 도시락 90개를 청소년들에게 전달하며 서로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한번은 올해 물리치료학과를 진학한 대학생이 자원봉사를 왔다며 지난해까지 만해도 여기서 한 번에 도시락을 2개씩 먹던 아이인데 대견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곳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단톡방을 통해 선생님과 또래 간 안부도 묻고 소식을 전하며, 베풂을 받는 게 아니라 고객으로 대우받고 소통한다. 운동본부는 올해 초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아이들 가운데 운동화, 가방, 옷 등이 필요한 아이들을 아동센터나 청소년기관 선생님들로부터 추천받아 51명에게 각각 20만원 상당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보민 이사장은 아이들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에 1천여명의 후원회원과 기업단체들이 참여해 주고 있다며 이들의 후원이 헛되지 않도록 아이들이 맑고 밝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운동본부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군포=윤덕흥기자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男 프로배구, 역대급 혼전양상 전개

프로배구 2021-2022 도드람 V리그가 약 70% 정도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남자부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만큼 역대급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자부는 지난 2일까지 1위 인천 대한항공(승점 47)과 2위 의정부 KB손해보험(43점)의 격차는 4점, 3위 서울 우리카드(42점)와는 5점에 불과하다. 아직 팀별로 10~11경기가 남아있는 상황 속에서 선두권의 치열한 3파전 속에 중위권 팀들 역시 안갯속 판도다. 더욱이 봄 배구 마지노선인 3위 우리카드와 4위 천안 현대캐피탈, 5위 수원 한국전력(이상 36점)의 격차도 6점에 불과하다. 34위의 승점차가 3점 이하면 준플레이오프(준PO)를 치르기 때문에 올 시즌은 오랫 만에 준PO 성사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6위 안산 OK금융그룹(34점)도 2점 차로 4위권을 위협하고 있고, 최하위 대전 삼성화재(32점)도 준PO 가능성이 있어 이번 시즌 남자부 V리그는 근래 보기드문 혼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중하위권 팀들도 앞으로 남은 경기 선전 여부에 따라 봄 배구를 치를 희망이 있고, 선두권 팀들은 누구도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담을 하기 어려워 매 경기 결과에 따라 남자부 판도는 더욱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지난 설 연휴 동안 OK금융그룹과 삼성화재가 나란히 2연승을 달리며 중위권 팀들을 턱 밑까지 쫓으며 순위 싸움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지난 10년간 준PO가 열린 적이 단 두 차례 밖에 없는데다 압도적인 선두와 꼴찌가 존재해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올해는 전반적으로 전력이 평준화돼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매년 선두권 팀들은 세트 득실률이 1.5~1.9에 이르렀었지만 현재 선두 대한항공의 세트 득실률이 1.372에 불과한 것이 남자부의 시즌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하위권 팀들의 매 경기 세트 횟수가 4세트를 크게 밑돌았지만, 올해 하위권 팀들의 세트 수는 4세트 전후로 상승해 패하더라도 쉽게 물러나지 않는 전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배구계 한 관계자는 매년 기복있는 성적을 보인 KB손보와 약체로 평가받던 한국전력 등이 각각 노우모리 케이타, 다우디 오켈로 등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며 강팀들과의 격차를 줄인데다 국내 선수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점이 크다. 남자부 혼전 양상은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권재민기자

수원시청, 프로탁구 내셔널리그 여자부 원년 챔프 도전

뜻깊은 원년 대회인 만큼 우승에 대한 욕심이 당연히 나죠. 남은 기간 착실히 준비해 반드시 정상에 오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달 28일 수원 광교의 스튜디오T에서 개막된 2022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코리아리그(기업리그)가 초반 열기를 더하고 있는 가운데 시군(구)청팀 전통의 강호인 수원시청이 안방에서 열리는 프로 원년 대회 내셔널리그 정상에 도전한다. 최상호 감독이 이끄는 수원시청은 오는 3월 4일부터 시작되는 여자부 내셔널리그(지자체리그)에서 안산시청, 서울 금천구청, 경남 양산시청과 더불어 우승후보로 꼽힌다. 여자 내셔널리그는 8개 팀이 4단1복식으로 두 차례 풀리그(2라운드)를 치른 뒤 23위 팀이 플레이오프를 거쳐 1위 팀과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수원시청의 원년 우승 도전은 현역 여자 최고령인 펜홀더의 여왕 문현정(39)이 이끈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지난해 2관왕에 오르는 등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며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문현정은 매 경기 두 차례 단식에 나서 팀 승리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또한 올해 대전시설관리공단에서 이적한 주니어대표 출신의 곽수지(29)도 단복식에 걸쳐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대표상비군 출신으로 지난해 포스코에너지서 둥지를 옮긴 베테랑 김연령(35)까지 고참급 삼총사가 팀의 주전으로 활약할 예정이며, 영건 듀오 허미려(24)와 김종화(23)도 상대 전형에 따라 적기에 기용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프로탁구리그는 기존 대회에서 치러졌던 5세트 경기가 아닌 3세트로 운영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코리아리그에서 강호들이 잇따라 패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더불어 경기가 오후 3시, 6시, 9시로 경기시간이 다른 가운데, 밤 9시 경기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수원시청은 원년 대회 우승을 목표로 지난달 전남 강진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등 예년보다도 강도높은 체력훈련과 실전훈련으로 전력을 다지고 있다. 최상호 수원시청 감독은 프로리그는 경기방식과 시간, 2개월 간의 장기레이스 등 변수가 많아 예측불허인데다 멘탈이 더욱 중요하다라며 매 경기 초반 승부가 필요하고, 패하는 경기도 승점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수들과 함께 심기일전해 수원에서 열리는 원년 대회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황선학기자

침체된 생활체육…경기도, 심폐소생술 나선다

경기도가 코로나19 등으로 침체된 경기도 생활체육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2022년 경기도형 스포츠클럽 육성지원 기본계획(안)을 수립하고 시설대관료, 강사비 지원 등 57억원을 투입한다. 해당 계획안에는 경기스포츠클럽 육성지원안과 초등스포츠클럽 육성지원안 두 가지가 담겼다. 먼저 경기도형 스포츠클럽 육성지원안은 도민의 평생운동습관 형성 및 선진 스포츠클럽 문화조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시행된다. 사업비 29억8천만원(도비 100%)을 투입해 강사비, 시설대관료, 홍보비,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운영에 필요한 각종 지원으로 안정적인 스포츠클럽 운영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은퇴 선수나 선수출신자, 지도자 자격증 소지자 등을 선발해 스포츠클럽 대상으로 순회 강습 활동을 하는 순회강사를 배치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전체적인 도내 스포츠클럽 수준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도는 이달 중으로 사업기본계획 수립과 예산교부를 실시하고 오는 3월 중에는 선정단체 자금을 교부할 예정이다. 초등스포츠클럽 육성지원 기본계획에는 28억원(도비 25%, 시군비 25%, 도교육청비 50%)이 투입,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교육과정 외의 1천600개 클럽 개설 운영 지원이 펼쳐진다. 또 강사료, 시설사용료, 보험료, 운영비 등을 지원해 초등학생의 스포츠클럽 활동을 지원하고 보편적 스포츠 복지 실현을 앞당기게 된다. 도는 이 같은 생활체육 지원을 통해 도민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도내 지역 스포츠클럽 활성화와 평생 운동습관 형성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경기도는 기본계획 수립과 예산교부, 사업운영 총괄 관리감독을 실시하면서 사업 시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다양한 지원을 통해 경기도민의 생활체육 수요에 부응하고 침체된 생활 체육 등을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승수기자

“상빈이도 없고 민우도 없고”…수원, 대체자 발굴통한 전력강화 모색

수원 삼성 로고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수원 삼성이 개막을 약 2주 남겨놓은 상황에서 팀을 떠난 정상빈과 김민우 대체자 찾기에 나섰다. 수원은 정상빈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으로 이적했고, 김민우도 중국 슈퍼리그 청두 룽청으로의 이적이 임박했다. 둘 모두 지난해 팀내 최다 득점자로 각각 최전방과 공격 2선에서 수원의 2년만의 파이널A 진출을 이끌었기 때문에 전력 공백이 크다. 매탄고 출신인 정상빈은 풀타임 1년차인 지난해 28경기에 출전해 6골 2도움 활약을 펼쳤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대표팀에 승선했으나 수원은 선수의 앞길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해외 이적을 허락했다. 김민우도 지난해 주장으로 33경기에 나서 6골 3도움 활약을 펼쳐 대체 불가 자원으로 거듭났다. 기동력과 폭넓은 활동량에 과거 청소년 대표시절부터 인정받은 센스와 왼발 킥력을 앞세워 팀 공격을 지휘했다. 수원은 겨울 이적시장서 공격수 세바스티안 그로닝(25덴마크), 미드필더 엘비스 사리치(32보스니아)와 정승원(25), 수비수 이한도(28) 등 알짜배기 자원들을 영입했지만, 공격의 핵심 자원이 둘이나 빠지면서 판을 새로 짜야하는 상황이다. 그로닝은 덴마크 2부리그서 득점왕 이력이 있는데다 188㎝, 85㎏의 당당한 체격조건을 갖춰 K리그1에 맞는 유형의 공격수지만, 적응력이 관건으로 그의 뒤를 받쳐줄 백업 공격수가 필요하다. 이에 지난해 안식년을 가졌던 한석희(27)와 지난 연말 상무서 전역한 오현규(21)의 중용이 예상된다. 과감한 돌파가 강점인 두 선수 모두 정상빈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 팀으로서는 다양한 공격 옵션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민우의 빈 자리엔 정승원이 영입됐지만 플레이메이킹보단 활동량과 볼 키핑, 킥력에 강점이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작년 상무에 입대한 고승범의 대체자에 가깝다는 평가다. 십자인대 부상을 딛고 30개월만에 컴백한 사리치가 제 컨디션을 회복한 만큼, 지난해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국가대표 상비군에도 발탁된 강현묵(22), 베테랑 염기훈(39)과 함께 김민우의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여진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정상빈과 김민우의 이적이 아쉽지만 새 자원 발굴을 통한 전화위복이 되길 바라고 있다라며 현재 남해서 오현규, 염기훈, 강현묵 등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 하고 있어 착실히 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재민기자

6일까지 진행되는 헬싱키 다큐멘터리영화제…상영작 골라보기

다큐멘터리 100편을 스크린에 소개하는 헬싱키다큐멘터리영화제(DocPoint)가 오는 6일까지 진행된다. 헬싱키다큐멘터리영화제는 국경 없이 다양한 삶의 방식과 생각, 인류와 환경 등 폭넓은 주제로 세상을 볼 수 있어 매년 다큐멘터리 마니아의 이목을 끈다. 핀란드에서 개최되지만 영화제 공식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낯설지만 여러 세상을 볼 수 있는 영화제의 상영작을 알아본다. ■성숙해야 하는 10대 소녀하레 디엠의 안개 속의 아이들 공동체의 전통이라고 해서 꼭 받아들여야 할까? 국제 퍼포먼스 시리즈에서 상영되는 하레 디엠 감독의 안개 속의 아이들(Children of the Mist)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게 한다. 영화는 북베트남의 안개 낀 산에 있는 흐몽족(Hmong)의 10대 소녀 디(Di)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대 전통을 따르며 세상과 격리된 흐몽족의 어린 여성들이 지참금을 받고 결혼을 해야 한다. 하레 디엠 감독은 전통을 따라 결혼을 해야 하지만 교육을 받아 마을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열 두살 소녀 디의 모습을 보여준다. 디는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이 아는 페미니즘과 가문의 전통을 조화시키려고 시도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예민하지만 친밀하게 접근하며 다시 어린아이가 되기 위해 성숙해야 하는 디를 통해 문화적 가치와 전통의 압박을 생각해보게 한다. ■'자녀를 통해 찾은 정체성', 마리 소펠라의 마더 랜드 마더 랜드(Mother Land)는 영화감독인 마리 소펠라가 1년 간 가족과 함께 고향인 필란드에 살면서 이룬 꿈에서 시작된다. 마리 소펠라는 외진 곳에서 가족과 살며 그의 자녀들은 눈 오는 겨울과 스키, 스노우모빌을 배우고 마을 한 곳에 있는 작은 공동학교를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동안 감독은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몇 년 후 자녀의 말을 통해 정체성과 소속감, 모성애 등에 대해 탐구하고 삶에 대해 직면하는 시간을 갖는다. 직접 생활하고 자라며 총 27년에 걸쳐 완성된 영화는 마리 소펠라와 그의 자녀들의 경험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풍경과 서사를 살펴보게 한다. ■직면하기 어려운 전쟁의 이면엘리 린탈라의 인류의 파편 전쟁 시리즈에서 상영되는 영화 인류의 파편(FRAGMENTS OF HUMANITY)은 코소보 전쟁으로 무너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룬다. 법의학 연구팀이 전쟁 과정을 조사하고 엘리 린탈라 감독은 새로 발견된 것과 과거의 것을 결합하며 전쟁 시기의 수사 작업을 한다. 연구의 시작은 단순히 전쟁 중 일어난 일에 대한 진실을 찾는 것이지만 인간의 존업성, 허약함 등 직시하기 어려운 전쟁의 이면을 발견하게 된다. 김은진기자

[로컬이슈] 주민 반대에 투기 의혹까지...용인반도체클러스터 가시밭길

용인시가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쏘아 올린 신호탄이 힘없이 추락했다. 지난 2019년 3월 500조원에 이르는 수익창출과 2만여명의 고부가 일자리 창출이란 기대 속 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서막을 알렸다.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오는 2024년까지 처인구 원삼면 일원 4.1㎢에 1조8천억원을 들여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SK하이닉스가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고, 50여곳의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당시만 하더라도 사업 부지로 용인시가 지목되면서, 이천시와 청주시 등 반도체 지자체가 크게 반발하는 등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원삼면 일대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수십, 수백년 간 자리한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유였다. 예상되는 낮은 토지보상가 또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데 한몫했다. 이들은 생존권을 주장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사업은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대내외적 집중포화에 흔들 산단 조성비만 1조6천억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시가 산업단지 조성을 공지하면서부터 원삼면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반발 기류가 흘렀기 때문이다. 생존권 보장을 이유로 일대 주민들이 사업 부지 축소 등을 주장하며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예상치 못한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시는 주민설명회를 열어 협의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주민들의 강경한 태도에 수차례 파행만 겪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성시가 폐수 문제로 방류를 반대, 민관갈등이 관관갈등으로까지 번지며 이중고를 겪어왔다.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용인시는 일일 발생 오폐수 37만여㎥가 안성시 고삼저수지로 유입되면, 시의 하루 하수처리량인 6만여㎥을 훨씬 상회하기에 수질오염이 불가피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해 1월이 돼서야 SK하이닉스와 용인시, 안성시가 상생협약을 체결하며 문제를 매듭지었다. 이처럼 용인시가 대내외적으로 흔들리자, 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정에만 2년을 허비한 데 이어 토지 보상까지 지연된 상황이다. 결국 지난해 1월에 뜨려던 첫 삽은 올해 3월이나 돼서야 뜰 수 있게 됐다. ■산 넘어 산주민 반대부터 공무원 투기 의혹까지 산 넘어 산이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사업 부지에 대한 공무원 투기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3월 경기도청 공무원 A씨가 반도체클러스터 개발 예정지 인근의 토지를 사들인 정황을 도가 포착한 게 최초 발단이다. A씨는 반도체클러스터 유치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알게 된 정보를 활용해 지난 2018년 개발예정지 인근 토지 1천559㎡를 차명으로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에도 용인시로부터 의뢰를 받은 경찰이 시 공무원 3명을 입건하고, 시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갔다. 도 역시 자체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지구 일대를 대상으로 기획수사를 벌여 부정허가, 명의신탁 등의 불법행위자 43명을 검거, 전원 검찰에 송치했다. 이처럼 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사업부지 주민들로 구성된 원삼주민통합대책위원회는 수천건의 직접 토지 거래 내용을 조사해 수백건의 투기정황을 포착, 경찰에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토지보상, 해결해야 할 숙제 지난해 8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관리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조성 사업에 한 줄기 빛이 보였다. 기본계획 수립으로 산업단지 분양과 임대를 위한 초석이 마련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오던 시와 관계사, 주민이 합의점에 도달하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SK하이닉스가 출자한 용인일반산업단지(SPC)가 주민들이 요구한 20여개 항목에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SPC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곧장 토지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를 실시했다. 이렇듯 순조로운 과정도 잠시, 지난달 감정평가 결과가 공개되자 주민들 사이에선 다시 균열이 생겼다. 감정평가 결과가 주변 시세의 3분의 1수준에 그쳤다는 주장으로, 이들은 감정평가 재조사를 선언하면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SPC 역시 각 선정한 평가사가 보상비 규모를 책정한 만큼 SPC 측도 주민 측 의견 수용이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한상영 전 연합비상대책위원장은 대를 이어 살아온 삶의 터전에서 내쫓아질 위기에 놓였다면서 이에 걸맞은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때까지 산단 개발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강한수기자

[지키자! 미래유산] ⑥이천 ‘공동우물’, 주민 이야기가 샘솟던 동네 방송국

어느 노인이 집 근처에 물이 잘 나오는 우물이 있어 부자가 되었다. 부자가 되자 길손이 들끓었다. 이를 귀찮게 여긴 노인이 동냥 온 스님에게 길손이 오지 않게 하는 방법을 물었더니, 우물을 메우라고 했다. 노인이 그대로 했더니 살림도 망해버렸다. 이천시에서 내려오는 전래동화 이상한 우물의 내용이다. 우물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를 교훈 삼듯 주민들은 지금도 마을의 공동우물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특히 설성면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관리하며고사까지지냈던 공동우물 두 개가 있다. 예부터 없어서는 안 될 생명수이자 빨래터로, 그리고 소통과 만남의 장소로 마을 주민의 삶에 녹아든 오래된 생활유산 공동우물을 들여다보며 지키자! 미래유산 여섯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장천3리 찬샘물 ◆ 유배된 사헌부 장령 유승조가 이용한 우물 눈이 내리고 한파특보가 발효된 지난 19일, 한천(우리말 지명 찬샘골)으로 불리던 장천3리를 찾았다. 마을에 도착하니 입구 길가에 보호수로 지정된 커다란 향나무가 한눈에 들어왔다. 올해 수령 330년 된 이 나무 바로 아래는 마을의 옛 이름을 딴 우물 찬샘물이 있다. 찬샘물은 폭길이 모두 약 1.6m, 깊이 3m인 방형평면 형태의 석조우물이다. 슬레이트 지붕이 덮여있고 주변에 칸막이를 둘러서 정결하게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우물은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한 샘물이라고 알려졌다. 이를 증명하듯 영하의 날씨에 주변 저수지가 꽁꽁 얼어붙은 순간에도 우물물은 얼지 않았다.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진녹색 물이끼가 가득하다. 해마다 물을 퍼내고 청소한다고 하더니 한참 된 모양이다. 우물 뒤편 골목에 사는 강병예(88)씨는 저래 봬도 깨끗한 물이여. 스물세 살에 여기로 시집와서 여태 쓰고 있어. 다른 집은 상수도 쓰지만 난 우물물이 좋더라고. 작년인가 우리 아들이 마을 남자들이랑 기름 사다가 양수기로 진일 퍼내고 약 넣고 청소했어. 바위 속에서 나오는 물이 워낙 많아서 물이끼도 엄청 껴. 날이 풀려야 또 청소하지.라며 현재도 사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찬샘물 곁에는 우물의 역사를 기록한 유적비가 세워져 있다. 유적비를 살펴보면 연산군 때 이곳으로 유배되었던 유승조가 이용한 우물임을 알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90년 전 연산 10년 갑자(1504년) 연산군의 음란한 정치는 백성을 도탄에 몰아넣었다. 이 포악한 정치에 항거한 선비가 있었으니 사헌부 장령 유승조였다. 그의 맵고 매서운 상소는 연산군의 미움을 사두 번이나 이곳 찬샘골로 유배되었다. 불의는 망하고 정의에 횃불은 꺼지지 않고 타올랐다. 중종이 등극하니 사면되어 중용되어 성균관 대사성에 이르렀으며 칠서를 언해하여 후학을 훈육하고 성리학을 후세에 남기었도다. 이 나무와 우물은 유배 당시 충의와 청아함을 자랑함이다. 이 우물은 사방 5m의 넓은 암반에서 솟는 물을 바가지로 떠서 식수로 사용되어오다, 1935년 현재의 모습으로 부락민이 축조하였고 암반이 깊게 파여진 것은 1950년 6월 25일 사변시 장천국민학교에 수용되었던 삼천여 명의 피난민의 두레박에 의해 파였으며, 이 물은 차고 맑아 약수로도 널리 알려졌고 그래서 부락의 지명도 한천곡으로 불리고 있으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옛날부터 우물의 치성제를 매년 정월초에 부락의 평화와 안녕을 위하여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이 기록에 의하면 518년이나 된우물이다. 유승조의 후손들이 최근까지도 이곳에 살았으며, 찬샘물을 신성하게 여겨 매년 음력 정월에 우물고사를 지냈다고 한다. ◆ 고사 때 청소하면 아들 낳고, 재앙이 생기면 물이 넘친다 이천문화원에서 1997년 발간한 이천시 설성면 문화유적 민속조사 보고서에는 우물고사와 얽힌 재미있는 속설도 있다. 제사를 지낼 때는 샘을 말끔히 퍼내어 청소하는데, 이때 샘 청소를 하고 물을 마신 이는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청소하려는 아낙네가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용덕 장천3리 이장은 이 동네 사람들이 아들이 많았어. 딸은 별로 없었고. 10년 전에는 50가구 살았는데, 다들 우물물을 신성하게 여기고 먹어서 전부 아들만 낳았다는 얘기가 나왔지라고 전했다. 마을에 재앙이 있을 때는 물이 넘쳤다는 전설도 있다. 설성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발간한 설성 옛이야기 책에는 마을에 큰 위험이 닥쳤던 임진왜란 때와, 6.25전쟁 때 물이 넘쳤다고 쓰여있다. 장천3리 주민들에게 성스러운 장소였던 찬샘물. 신성함을 믿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우물의 신빙성이 더해지는 듯하다. 행죽2리 대동우물 ◆ 동네 소문 넘치던 공동 빨래터의 추억 발걸음을 옮겨 행죽2리로 향했다. 이 마을에도 여전히 물이 솟아나 동네 자랑거리인 대동우물이 있다. 설성초등학교 바로 앞 논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자처럼 파란 지붕을 씌워 놓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물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고, 우물가에는 수령 200년이 넘는 향나무가 있다. 향나무가 우물의 수호나무라면 은행나무는 수문장인 셈이다. 대동우물은 원형 형태의 석조우물이다. 겉으로 드러난 우물 높이는 60cm, 지름은 160cm 가량 된다. 깊이는 4m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모내기를 할 때쯤 물을 퍼내고 청소를 했다고 하니 꽤 깊은 탓에 힘들었을듯하다. 이 우물도 장천3리 찬샘물처럼 여름은 차고 겨울엔 따뜻해 얼지 않는다.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이끼가 심하게 껴 물이 새까맣게 보였다. 청소 안 한 지 오래라는 의미다. 물 위에는 헌 바가지가 놓여있고 바닥에는 철수세미가 떨어져 있다. 최근에도 어떤 아낙이 설거지를 하고 간 모양이다. 바가지로 물을 떠보니 우물 색과는 다르게 깨끗하다. 우물가엔 수신기념비(水神紀念碑)라 새겨진 표석이 있다. 높이 72cm, 폭 18.5cm, 두께 11.5cm의 작은 비석이다. 대정 8년 8월이라 적힌 연대가 또렷이 보인다. 1919년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그해 여름 세워진 것이다. 대동우물의 독특한 점은 빨래터가 함께 있다는 것이다. 우물에서 흘러내린 물로 빨래를 할 수 있도록 원형의 석조우물에 수로를 연결해 사각 웅덩이를 만들어놨다. 가운데가 약간 휜 빨래판 형태의 콘크리트 발판을 4개 가로질러 놓아 빨래하기 좋게 해놓았다. 우물에서 넘쳐 나와 빨래터를 거친 물은 논으로 그대로 흘러드는 구조다. 이 빨래터는 마을 아낙네들에게 이야기가 샘솟던 동네 방송국이기도 했다. 마을 언저리에 사는 남언년(82)씨는 저 우물에선 물이 항상 넘쳤어. 옛날에 50~60 집이 살았는데 죄다 여기로 와서 물 길어가고 빨래했어. 모여서 빨래하다 보면 동네 소문 다 알고, 누구 집에 무슨 일 났는지 속속들이 들을 수 있었지. 방송국이나 다름없지 뭐.그때가 재미있었어. 그리워라고 회상했다. 지금도 큰 이불 빨래는 이곳에 와서 하는 아낙이 있다고 한다. 매일 물지게 지고 오는 이들로 우물가가 복작이고, 빨래터에선 아낙들이 모여 앉아 수다를 떨며 빨래 방망이를 휘두르는 풍경이 절로 연상된다. ◆흉사 징조로 붉게 물들고, 꽃이 피었던 신성한 우물 대동우물 역시 예부터 고사를 지내왔다. 이천시 설성면 문화유적 민속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정월이 되면 우물 앞에 제상처럼 시루떡과 소머리를 차려놓고, 나이 많으신 분이 축문을 쓰고 제복을 갖춰 입은 다음 제사를 지냈다. 제사 후에는 대동 사물놀이를 했다. 마을 사람들이 대동우물을 중심으로 제관을 따라 돌면서 사물패와 함께 뚫어라 뚫어라 샘구멍 뚫어라, 솟아라 솟아라 펑펑 솟아라라고 외쳤다. 제사를 지낸 덕인지 이 우물의 물은 가뭄 때도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단, 마을에 흉사가 생길 징조로 물이 뒤집히고 붉게 물든 경우가 있어서 주민들은 각별히 신성시한다. 우물에 얽힌 전설이 있냐고 묻자 남 씨는 왜정 때인가. 우물 안에서 꽃이 두 송이가 피었데. 무슨 꽃인지는 몰라. 동네서는 그 꽃을 꺾어가면 부자 된다는 소문이 나고 외지에서도 구경을 왔데. 한데 웬 과부가 소문 듣고 꽃을 잘라갔다 하더라고. 그러고 나서 죽었다 들었는데 욕심내다 화 당한 거지라고 말했다. ◆ 관정 등 보존 위기...역사유적으로 남겨야 행죽2리로 들어서는 입구 도로변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면 한적한 시골 마을 가운데 있는 공동우물과 빨래터가 시야에 들어온다. 한 폭의 그림 같다. 물 길어 다니고, 손 빨래를 하느라 고단했지만 정겨웠던 시절, 그 추억의 한 장면으로 버려두기엔 아까운 풍경이다. 주민들도 지역의 옛 생활풍습과 정체성을 담고 있는 우물을 앞으로도 잘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여러 문제가 생겨 불만이 생기고 있다. 정광교 행죽2리 이장은 몇 년 전에 농사짓는 사람들이 우물 바로 옆에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관정을 파 놨어. 여름에 모내기하려면 물이 많이 필요하잖아. 논에 댈 물을 늘린다고 수맥을 딱 찔러서 우물물이 바닥까지 내려가. 지하수 자체도 오염됐어. 우물물도 다 오염됐으니 못 먹지. 관정을 폐쇄하든지 조치가 필요해라고 토로했다. 이어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야. 동네에 2만여 평 정도 물류창고가 들어오는데 설 지나면 공사하려고 흙을 다 파낸다고 하더라고. 한데 우물이 있는 논이 있잖아. 서울 사는 논 주인이 공사장 흙으로 논을 메꾸겠다고 연락 온 거야. 그래서 내가 우물 부지 100평만이라도 팔라고 했는데 안 판다더라고. 보존하기 힘들어졌어. 마을이 경제적으로 가난한 편이야. 자체 능력으로는 힘들어. 땅이 문제야라고 하소연했다. 우물 꼴이 말이 아니게 된 게 안타깝다. 주민들은 이천시를 비롯해 학계 및 전문가 등 많은 곳에서 관심을 갖고 보존 방안을 마련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박진호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우물은 마을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다. 주민 문화의 태동을 일으키는 중요한 유산인데, 방치하지 않고 오랜 세월 유지하며 고사를 지냈던 점, 특히 비석까지 존재하는 점에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천 연수구에 있는 백제시대의 우물 비류정이 역사유적된 것처럼 이천의 두 우물도 역사유적으로 남기는 게 가능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유명 위인들의 유적지나 사찰만이 문화유산이 아니다. 그 옛날 민중들이 먹고살기 위해 치열하게 개간하며 일구어 온 흔적도 소중한 우리 유산이다. 우물을 지금까지 사용하며 보존하고자 하는 주민의 의지를 보며, 새삼 우리 생활 속에 밀착해 온 소중한 생활유산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글사진=황혜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