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스퀘어병원, ‘간호사ㆍ간호조무사 24시간 돌봄’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 도입

재활치료 전문병원인 청라스퀘어병원이 신속한 간호서비스 대응을 위해 간호사ㆍ간호조무사가 24시간 입원환자를 돌봐주는 서비스를 23일 도입한다. 청라스퀘어병원은 이 같은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를 전격 도입한다고 이날 밝혔다. 청라스퀘어병원은 이 서비스 도입으로 입원환자의 간호서비스 요구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도 안정적으로 입원생활과 재활치료를 할 수 있도록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이 서비스는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가 24시간 입원환자를 돌봐주는 서비스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아닌 간호 인력이 환자의 위생관리, 영양관리, 식사보조, 간병까지 도맡는 개념이다. 병원의 전문 인력을 통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료서비스의 제공은 물론, 환자의 신체적?정서적 안정과 빠른 회복을 도모하는 대표적인 환자중심의 서비스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국민 모두 이용할 수 있어 직접 간병인 고용보다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가령, 병원비와 별도로 간병인 고용 비용으로 하루 10만원 가량을 부담해 온 입원 환자들은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로 하루 2만원 내외 등 비용이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게 될 전망이다. 더불어 환자 관리에 대한 부분이 보다 강화된다. 이에 낙상발생, 욕창발생 등 병원의 전체적인 환자안전지표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외부인의 병실 출입에 대한 관리 효율이 높아져 감염 및 병실환경 관리 부분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우재철 청라스퀘어병원장은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는 외부 감염원을 차단해 병원 내 감염문제라든가 환자안전 및 간호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있어서도 기대 이상의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최첨단 장비와 시설을 바탕으로 재활훈련의 치료목표 설정하고, 환자 상태에 맞춘 1대 1 스마트 재활치료 솔루션을 통해 모든 환자들이 건강하게 가정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6월 개원한 청라스퀘어병원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재활환자를 위해 준비된 189병상 규모의 재활전문병원이다. 이번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의 도입에 맞춰 환자안전관리 시스템 리뉴얼에 이어 안정적인 입원생활은 물론, 최상의 재활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도록 치료 효율성 증대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성남=문민석기자

과천소방서 민병문 팀장, 시집 수익금 소방관 유족에 기부

민병문 팀장 동료 소방관 유족이 용기를 잃지 않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민병문 과천소방서 119안전센터 팀장은 24일 자신의 시집(詩集) 판매 수익금 100만원을 위암으로 사망한 동료 가족에게 전달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민 팀장 기부는 지난 7월 첫 수익금 100만 원을 기부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민 팀장은 지난 30여 년 동안 소방관 인생을 녹여낸 시집 황색선을 넘나들며를 펴냈다. 제목인 황색선은 출동 명령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가며 삶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민 팀장이 시집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는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위암으로 투병 중이던 동료를 떠나 보낸 그는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던 동료가 병을 얻어 숨져도 아무런 예우를 받지 못한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또, 오랜 현장 근무가 원인일지 모르는 지병으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는 동료 소방관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도울 방법을 생각해 왔다. 이번 기부는 민 팀장의 뜻을 잘 아는 박정훈 과천소방서장과 소방관, 지인 등이 한 두 권씩 시집을 구입하면서 작은 힘을 보탰다. 민 팀장은 소방관들은 화재 등 목숨을 거는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데도, 현장 순직과는 달리 어떠한 예우도 받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앞으로 소방관으로 순직한 유족이 부모에게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소방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과천=김형표기자

이수연 하남시장애인후원회장 “나눔과 봉사 필요한 곳, 어디든 달려가요”

이수연 하남시장애인후원회 회장 나눔과 봉사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나눔은 물론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서비스연계 구축 등을 위해 밤낮없이 발품을 파는 봉사 마당발이 주위의 귀감을 사고 있다. 이수연 하남시장애인후원회 회장(49)이 그 주인공.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제5대 하남시장애인후원회(후원회) 회장에 취임했다. 앞서 지난 2006년 출범한 후원회는 지역 장애인을 위해 사랑의 김치지원과 각종 행사후원 등을 통해 나눔을 묵묵히 실천해 오는 단체다. 이 회장이 봉사의 길을 걷게 된 때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ㆍ고교 학창시절 집안 환경이 녹록치 않아 불우이웃 돕기 행사 때면 그는 늘 수혜자였다. 그는 이때부터 형편이 나아지면 나 아닌 남을 위해 살자라는 마음을 늘 간직하고, 또 행동으로 직접 옮기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해마다 뜨거운 김치라는 표어를 갖고 김장김치 나누기 행사를 펼쳐오는가 하면 매주 2회씩 하남시미사강변복지관에서 홀몸노인 반찬배달을 몸소 실행하고 있다. 또, 해마다 1회 이상 미사강변복지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구순잔치에 찬조금 쾌척은 물론 행사 전체를 진두지휘까지 한다. 그의 봉사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분기별 하남시의용소방서 화재예방 및 응급조치 캠패인 활동, 하남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 환경캠패인 및 청소, 매월 하남시자유총연맹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교폭력근절 캠패인 등 여러 단체 봉사활동도 그의 몫이다. 이 밖에도 하남청년회의소 역대 회장,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나눔봉사단 단장, 한국자유총연맹 하남시지회 부회장, 하남시민회 부회장, 학교폭력예방캠페인 성남지청 선도학생 상담사 등 10여 개 단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런 공로는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의원 표창장, 2017년 12월 경기도지사 표창, 2015년 12월 하남시장 표창, 2014년 10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 등을 10여 차례 수상을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봉사의 폭을 넓히고 싶어서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새터민, 한부모가정, 홀몸어르신 등 7개 분야로 나눠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차상위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단체(무지개나눔실천운동본부) 설립을 추진중에 있다. 현재 비영리단체증을 교부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엔 하남시장애인조정연맹 회장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와서 수락했다면서 봉사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덧붙혔다. 하남=강영호기자

분열의 시대 공존 방식 모색, 백남준아트센터 '다정한 이웃'

팬데믹으로 인한 양극화와 위기 상황 속, 예술과 미술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장기화 하는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고자 미술관 세 곳이 협업해 새로운 실험을 하는 온라인 기반 프로젝트가 열린다. 백남준아트센터, 아르코미술관, 아트선재센터가 오는 28일 공개하는 다정한 이웃이다. 이들은 공동 웹사이트를 통해 전염병의 확산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 혐오로 분열된 시대에 공존하는 방식을 모색한다. 다정한 이웃의 시작을 알리는 첫 프로그램은 텔레톤(텔레비전+마라톤)이다. 1950~60년대 자선모금 버라이어티 방송 형식에서 착안해 영상을 제작했다. 대담, 낭독, 토크쇼와 밴드 공연을 각각 촬영하고 마라톤처럼 이어서 편집한 120여 분의 텔레톤은 오는 28일 오후 5시 다정한 이웃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방영된다. 세 미술관은 각자의 아카이브를 되돌아보며 미술 공동체를 중심으로 기능해 온 미술관의 과거와 오늘, 번역과 소통의 문제, 네트워크를 둘러싼 기술과 미디어의 역할을 이야기하며 연대와 공생의 의미를 찾아간다. 눈에 띄는 점은 3개월 간 세 미술관이 서로의 다정한 이웃이 되어 미술계 안팎의 다양한 인물을 새로운 이웃으로 초대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공동 기지이자 공유지인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텔레톤에는 안규철 작가와 권태현 독립 큐레이터(아르코미술관), 시인 오은과 미술 비평가 콘노 유키(아트선재센터), 아티스트 콜렉티브 배드뉴데이즈(백남준아트센터)가 초대된다. 백남준아트센터 관계자는 텔레톤 방영 이후 3개월 동안 세 미술관은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나 글귀를 낭독하는 오디오북, 전시 등 서로의 프로젝트에 관한 말뭉치에 반응하며 글의 형태로 생각을 개진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텍스트코퍼스와 같은 프로그램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팬데믹으로 다방면에서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는 사회에, 연대와 공감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열린 미술관의 비전을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안전상비약, 20년만에 점자ㆍ음성변환코드 의무화…제약계 ‘준비 분주’

시ㆍ청각 장애인의 의약품 오복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안전상비약 포장지마다 점자 또는 음성ㆍ수어변환용 코드가 의무화된다. 과거부터 추진돼왔던 법 개정이 20여 년 만에 성과를 보이면서 제약계는 포장 용기 교체 등 준비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지난 6월 안전상비의약품의 점자 표기 등을 의무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법은 의약품 용기 등에 제품 명칭과 유효기간 등 정보만을 적도록 하고 있다. 점자는 권고사항에 그쳐 장애인이나 영유아 자녀 등이 이용하는 데 불편ㆍ위험하다는 지적이 일어왔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연구조사 자료를 보면 일부 장애인은 무좀약을 안약으로, 알레르기 약을 감기약으로 착각하고 사용한 사례 등이 있다고 답했다. 소아용 해열제와 감기약 시럽을 구분할 수 없어 어린 자녀에게 약을 바꾸어 먹인 일도 있었다. 이번 법 개정 역시 장애인의 건강권 향상을 위해 추진됐다. 일단은 안전상비약에 한정된 상황이지만 향후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까지 병행 표기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제약업체 중 점자 표기를 한 의약품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은 ㈜부광약품(일반약 42개)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대웅제약 12개(일반약 9개, 안전상비약 2개, 전문약 1개) ▲동화약품㈜ 8개(일반약) ▲태준제약ㆍ한국에자이 5개(전문약) 순이다. 점자나 음성ㆍ수어변환용 코드가 의무화하면 제품 포장이 바뀌는 만큼 생산공정도 달라져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의약품 점자표시 방법ㆍ기준 개발과 관련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전국에서 장애인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시각 장애인은 편의점에서 음료를 마실 때도 어떤 음료인지 구분이 안 돼 어려움을 겪는다. 약도 마찬가지였다며 이번 법을 계기로 장애 인권이 더욱 향상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연우기자

인구보건복지협회, 각 지역 특색 살린 ‘여성과 아동 건강센터’ 운영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여성과 아동을 위한 여성과 아동 건강센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경기지역을 포함한 13개 시군 지회를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 중이다. 여성과 아동 건강센터는 여성과 아동 건강센터는 육아맘들의 육아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녀와 엄마의 건강을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각 지회의 지역특색과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주요 강좌는 ▲임산부 클래스 ▲대디 클래스 ▲육아맘 힐링 클래스 ▲부모코칭 클래스 등 4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외출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아이와 집에서 함께 하는 놀이법을 배울 수 있어 육아에 큰 도움이 됐다며 만들기 키트가 집으로 배송돼 온가족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성과 아동 건강센터 교육은 가임기 여성, 임산부, 영유아, 부모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교육비는 무료다. 강좌별 신청은 지역별 네이버 맘맘맘카페를 통해 가능하다.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코로나19로 대면교육 진행이 어렵지만 다양한 비대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 부모 및 영유아 건강 증진에 기여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건강칼럼] 무더위 속 음주는 건강에 독(毒)

허성태 원장 후덥지근한 여름에는 가만히 있어도 심신이 처지기 쉬운데 평소 음주를 하며 우울함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해왔다면 자연스레 시원한 술 한 잔을 떠올리게 된다. 불쾌지수가 올라가거나 갈증을 느낄 때마다 술을 찾게 되면 습관화돼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술을 마시면 도파민과 엔도르핀 등 쾌락호르몬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지만, 일시적인 것으로 알코올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기분이 가라앉게 된다. 이때 알코올이 공급되지 않으면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늘어나 더 우울해질 수 있다. 특히 음주는 여름철 숙면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더위를 잊고 잠에 들려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알코올의 수면 유도 효과는 잠깐일 뿐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음주 후 알코올이 수면과 관련된 대뇌 신경전달물질 체계에 영향을 미쳐 깊은 잠을 방해한다. 또한 더운 날씨에는 취기가 빨리 오른다.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이 부족한데다 체온조절을 위해 이미 확장된 혈관을 술이 더 확장시켜 알코올 흡수가 빨라져 음주 후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차가운 술을 마시면 시원한 느낌에 더위가 사라진 것 같지만 취기가 오르면 알코올 열량에 의해 열이 발생해 체온이 올라간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이 이뇨작용을 활성화시켜 체내 수분 배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갈증이 심화해 과음을 유발할 수 있다. 여름은 무더운 날씨와 휴가철 분위기에 음주가 늘어나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계절인 만큼 부디 경각심을 갖고 건강관리에 유의하길 바란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시 읽어주는 남자] 흰색 가면

흰색 가면 -박지웅 어수룩한 개는 아무거나 주워 먹었다 쥐약과 건넛산에 놓인 달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달이 어렴풋이 뒤뜰에 지면 홀린 듯 달려갔다 키우던 개와 닭은 주로 화단에 묻혔다가 이듬해 유월 머리가 여럿 달린 수국이 되었다 둥그스름한 수국 머리를 쓰다듬으면 묶인 새끼들이 먼저 알아보고 낑낑댔다 한동안 흙과 물과 바람과 섞여 백수국은 낯가림 없이 옛집 마당을 지켰다 닭이 다 자라면 날개를 꺾어 안고 시장에 갔다 닭장수는 모가지를 젖혀 칼집만 스윽 냈다 닭이 던져진 고무통 속에서 둥둥 북소리가 났다 피가 다 빠진 뒤에야 잠잠해지는 짐승의 안쪽 잠자리에 들 때마다 머리가 핑 돌았다 핏발선 꽃들, 힘세고 오래가던 어지럼들 닭 뼈다귀를 화단에 던져주면 수국은 혈육처럼 그러안고 밤새 핥는 것이었다 나비가면, 문학동네, 2021. 삶과 죽음의 현기증 신화학의 고전으로 알려진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James George Frazer)의 황금가지는 공감주술(共感呪術)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류의 신화와 종교를 분석하는데, 그 개념의 요체는 공간적으로 떨어져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생명체는 비밀스러운 공감을 통해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나 파동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해지며 공간을 초월해 상호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주술(呪術)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비밀스럽고 두려운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세계의 파동을 느끼고 읽어내 현시하는 게 시인이다. 그런 면에서 시인은 삶과 죽음을 매개하는 영매(靈媒)라 정의할 수 있다. 영매로서의 시인은 이곳과 저곳, 이승과 저승의 간극에 다리를 놓아 삶의 안쪽에 고립된 어지럼증과 불안을 정화(淨化)하는 역할을 한다. 박지웅 시인의 시 '흰색 가면'은 개와 닭의 죽음과 화단에 핀 수국의 대조를 통해 삶과 죽음의 현기증을 제시함으로써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불안의 세계를 독자들 앞에 불쑥 내민다. 쥐약을 먹고 죽은 개와 모가지에 칼집이 나 죽은 닭은 유년의 화자가 실감한 최초의 공포였을 것이다. 목에 칼집이 난 채로 고무통 속에 던져져 둥둥 북소리를 내다 피가 다 빠져서야 잠잠해지는 고요, 그것이 유년의 화자가 목도한 짐승의 안쪽이고, 죽음의 실체다. 공포스러운 사태는 닭의 죽음이 아니다. 그 닭을 잡아먹음으로써 유지되는 인간의 삶이다. 여기에 삶과 죽음의 어지럼증이 있다. 시인은 죽은 개와 닭이 수국이 되었다고 생각함으로써 어지럼증을 견딘다. 수국을 보고 낑낑대는 강아지들과 닭 뼈다귀를 혈육처럼 핥는 수국을 보며 시인은 삶에서 죽음으로, 죽음에서 삶으로 이어지는 비밀스럽고 두려운 텔레파시(telepathy)를 읽어낸다. 삶의 가면은 죽음이고, 죽음의 가면은 삶이라는 공감의 내밀한 순환을 이해할 때 불안은 정화된다. 신종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