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 폭염피해 공원으로 [포토뉴스]

코로나19로 가정용 물놀이용품 수요 증가 [포토뉴스]

[경기시론] 동네 아이들을 위한 ‘격대교육’

복지관 관장 시절, 급한 업무를 마무리하면 하릴없이 들리는 곳이 있었다. 바로 복지관 1층에 위치한 어린이집이었다. 특히 영아반에 자주 들르곤 했었다. 다소 나이가 있는 유아반은 수업으로 필자의 존재가 자칫 방해될지도 몰랐다. 그래서 교육보다는 돌봄이 중시되는 영아반을 택했다. 한 손길이라도 아쉬운 담당 교사의 수고를 덜어주려는 나름의 목적도 있었으나 이 시기 아이들이 전혀 꾸밈이 없이 예쁜 까닭이 가장 컸었다. 험상궂은 필자의 모습에 처음 영아반 아이들이 상당히 경계를 했었다. 심지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낯가림에도 줄곧 영아반에 들러 아이들을 지분거리며 상당 시간을 보내곤 했다. 격려하는 의미로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으며, 갑작스레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기도 했었다. 아이들과 어느 정도 친해진 이후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다. 한참 신나게 놀고 있는데 한 아이가 문을 가로 막아섰다. 그리고 한 마디, 아저씨 가지마! 우리랑 계속 놀자. 너무도 순진한 한 아이의 프러포즈에 그날은 다른 날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아이들과 놀았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관장이었던 필자는 어린이집에서 한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바로 동네 아저씨와 친해지기 프로그램이었다. 모든 아저씨를 잠재적 성추행범(?)으로만 몰아가는 요즘, 사실 아저씨의 본래 모습이 다름 아닌 옆집 아빠라는 것을 실제 경험을 통해 알려줬다. 그리하여 자라나는 세대와 또 어느 정도 세월을 살아온 세대 사이의 세대 통합도 지향했었다. 요즘 어린이집에는 CCTV가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다. 물론 그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CCTV 속 누군가의 까다로운 눈초리에 의해 필자의 동네 아저씨와 친해지기 등과 같은 비계획적 프로그램은 그 시도조차 불가능하지 않을까 우려할 뿐이다. 예전 명문가의 교육으로 격대교육(隔代敎育)이 있었다. 집안 아이들을, 살림살이로 분주한 부모 세대가 아니라 삶의 경륜으로 여유 있는 지혜를 갖춘 조부모 세대가 교육했었다. 피붙이의 교육이기에 의당 책무성이 높은 명품 교육이었다. 또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구체적 일상에서 이뤄지기에 그 내용도 포괄적이고 실용적이었다. 핵가족이 대세인 요즘 가족 내 격대교육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동네 아이들의 교육에 참여하는 더 넓은 수준의 격대교육은 어떨까. TV의 연예인급 아이들만 친애하지 말고 동네 구석구석에서 실제 아이들을 만나서 피붙이마냥 예뻐하고 그 교육에 일조하는 동네의 격대교육을 제안하는 것이다. 과거의 격대교육을 그대로 되살리자는 고루한 주장이 아니다. 격대교육의 기본 정신과 내용을 오늘의 교육에서 상당 부분 차용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 복지관에서 필자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격대교육의 하나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것이다. 이계존 성남 산성동복지회관 관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학과장

[기고]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시작을 맞이하여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의 신청이 오늘 20일부터 6개 시ㆍ군(연천, 포천, 여주, 양평, 안성, 이천)에서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해당 시ㆍ군에 주소지를 둔 농민들은 개인별 월 5만원의 지역화폐로 지급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우리 농업은 5천만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임에도, 그 기능과 가치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농사는 고된 노동이 필요해서 젊은이들이 기피해 후계자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기도 하다. 생산비는 올라가는데 소득은 줄어들어 의욕은 점점 떨어진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올 수가 없어 일꾼을 구하기도 어렵고 품값은 폭등해서 수확해도 남는 게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국가 기간산업인 농업을 장려하기 위한 과감한 정책적 지원은 늘 부족하기만 했다. 물론 중앙정부에서도 직불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하고,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 농민지원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은 농민 개개인에게 지급하는 점에서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는 농민수당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농민기본소득은 농사짓는 노고에 대한 보답이나 농업에 대한 공익적 가치와 역할에 대한 보상으로는 크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농민 한 분, 한 분의 노고를 모두 인정한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농민기본소득제의 실시로 농민 삶의 안정성이 커지는 만큼, 신기술도입과 새로운 투자에 대한 농민 개개인의 욕구가 증대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농민의 자긍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만큼 마을 공동체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조금이나마 기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점차 전 지역 농민기본소득으로 확대되고, 더 나아가 우리 농촌주민 모두에게 지급되는 농촌기본소득으로 확대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농민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고 농업인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부탁드리며, 활기있는 농촌으로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한다. 이재욱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이사장

[경기만평] 껍데기만 남을듯...

[천자춘추] 최저임금, 논의 방식부터 바꾸자

사람 없이도 주문이 가능한 키오스크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아예 종업원이 없는 무인 점포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장기화한 코로나 펜데믹에 따른 비대면 흐름도 있지만, 경기불황 속에 혼자 치솟은 인건비도 한몫했다. 언제인가부터 최저임금은 을과 을의 전쟁이 됐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아르바이트생과 단기시간 근로자 등의 삶의 형편이 나아질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대체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일자리 쪼개기가 만연해지면서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는 더욱 퍽퍽해졌다. 자영업자는 더욱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알바생을 줄이면서 근로의 양과 시간 모두 늘었다. 그런데 장사는 되지 않으니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최저임금을 시간당 9천16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천720원)보다 5.1% 높은 금액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반발한다. 아무도 찬성하지 않는 이상한 합의안이다. 각자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도 있고, 사정도 있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영계 입장에서는 5%대의 임금인상은 수많은 자영업자의 도산을 유발시킬 수 있을 만큼 리스크가 되는 조치라 말한다. 편의점PC방 등이 주 타격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대로는 24시간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반면 노동계는 코로나 위기 속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야 하고, 이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 정부가 내세웠던 주 공약 중 하나가 최저임금 1만원이었던 만큼 상실감이 더 크다. 최저임금으로 살아봐라라는 외침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해마다 되풀이된다. 현실적인지 못한 최저임금 안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줄다리기만 하다 끝난다. 이를 논의하는 구조와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많다.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은 20대 청년 근로자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62만7천명을 기록했다. 최저임금도 장기적인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정적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협의해야지, 현재와 같은 막무가내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도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 업종지역시간대별 차등 적용이 가장 대표적으로 검토돼야 할 사항이다. 최저임금은 결정에 시기가 닥쳐서야 이 문제를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내후년의 최저임금은 지금부터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한다. 서로 상반된 입장을 지닌, 양측이 끝장 토론을 할 각오로 치열한 결정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뒷말이 없어야 좋은 합의다. 최저임금에도 좋은 합의가 이뤄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오현순 칼럼]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공약이 의미하는 것은

대통령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후보자 검증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후보자 검증 대상으로는 도덕성과 자질, 정책을 주로 다뤄왔다.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으며 요소 간에 상호 연결돼 있기도 하다. 물론 어떤 요소가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는 그 나라의 정치 문화, 국민의 정서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 요소를 통합적으로 검증하는 것엔 이견이 없으나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후보자 검증은 무분별한 메시아적 추앙에 기대 권력을 차지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주권재민 실현을 위한 과정이다. 시민들은 불안을 해소하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해주길 바라는 자신의 바람을 정치인에게 투사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시민이 정치인에게 갖는 열망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정치적 행위일 수 있다. 하지만 시민의 관심을 악용해 마치 이 나라를 악으로부터 구원하기라도 할 것처럼 등장했던 사람들은 혹독한 현실 정치를 견디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점차 사라져 갔다. 검증 없는 팬덤 정치의 결말은 실패로 끝난다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지켜봤다. 이처럼 후보자 검증은 구원자를 행세하며 국민을 혹세무민하는 정치인을 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공존을 위한 약속, 그 약속을 이행할 정치적 역량과 시스템을 철저히 검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선거의 핵심 요소는 약속이다. 독일 출신의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예측불가능성의 바다에서 예측가능성의 섬을 만들고 신뢰성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약속이라고 했다. 인간은 다원성을 지니고 있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예측불가능성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약속은 사람들의 행위 결과를 예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보완하는 행위다. 또한 다원적인 인간관계와 그 속에서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호 약속(계약)으로 성립하는 것이다. 탁월한 개인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만드는 약속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 지금 세계는 기후 변화, 팬데믹, 인구와 산업구조의 변화, 불평등 문제 등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예측가능성의 섬을 위한 공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공약은 후보자가 속한 정당의 공약과 괘를 같이 한다. 정당의 역량이 곧 후보자의 역량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의 발자취와 정체성, 정치 철학과 국정운영의 방향, 시대정신과 미래 비전을 모두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 언론은 공약으로 제시한 정책의 적실성뿐만 아니라 공약의 이행 가능성, 제약된 조건들을 고려 또는 개선할 수 있는 역량, 그런 일련의 과정을 책임져야 할 후보자의 의지와 리더십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약을 후보자가 독점하는 것이 아닌 시민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시민이 참여해 공동체의 새로운 규범과 정책을 공동 생산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치인의 말과 행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말과 행위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그것은 공적 약속인 공약(公約)이 아니라 빌 공자 공약(空約)이 될 수밖에 없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성찰과 변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정책공약의 적실성, 이행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 이것이 예측가능성의 섬을 위한 약속을 만드는 과정이다. 시민들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매니페스토 선거가 되길 바란다. 오현순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소장

[사설] 박근혜 비위는 탈탈 털던 박영수 특검/자기 비위에는 ‘난 공무원 아냐’ 회피

경찰의 가짜 수산업자 사건 수사가 계속이다. 금품 등을 받은 관계자들이 예외 없이 소환됐다. 이모 부장 검사가 소환돼 조사받았다. 압수수색까지 있었다. 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도 소환돼 조사받았다. TV조선 엄모 앵커도 소환됐다. 이 위원과 엄 앵커의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차량, 골프채, 금품 등을 받은 혐의다. 직위해제 된 전 포항남부경찰서장 배모 총경도 소환됐다. 지금까지 소환된 인사들만 30여명이 넘는다. 그런데 유독 한 영역만 안 불렀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그 의혹 관계자들이다. 그의 연루 의혹이 공개적으로 보도된 건 보름여 전이다. 대당 1억원이 넘는 포르셰 파나메라4 승용차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산물 선물 세트를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박 특검이 책임을 지고 지난 7일 사퇴했다. 그가 암묵적으로 시인한 비위만도 앞서 소환된 관계자들의 것에 나을 게 없다. 그런데 이걸 수사하지 않고 시간만 허비했다. 특검이란 신분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는지 물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정식으로 유권해석 요청했다. 답변에 며칠이 걸렸고 해당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이 기간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는 전혀 없었다. 현직 부장검사에 했던 압수수색, 현직 논설위원 등에 대한 소환 조사 등과 대비된다. 경찰은 16일에야 박 전 특검을 입건하면서 사건을 강력범죄수사대에 배당한다고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뒤늦은 수사 개시다. 강제 수사의 기본은 신속성이다. 증거 인멸, 진술 조작 등을 막기 위해서다. 앞선 혐의자 8명은 일찌감치 지난 5월 초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그런데 박 전 특검만 달랐다. 그 사이 국민 의혹이 커졌다. 포르셰, 선물세트가 전부일까. 더 수사할 건 없을까. 이제 언론이 다른 의혹을 추가하는 상황이다. 박 전 특검이 건국대 이사장과 만찬을 했다고 전해졌다. 건국대가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 관련 수사를 받던 시기다. 잘못이다. 경찰은 특검 신분 조회하느라 시간 허비했다. 권익위는 그걸 해석하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법무부는 그 해석을 두고 망설였다. 박 전 특검에겐 그 시간이 부장검사도, 논설위원도, 총경도 갖지 못한 수사 대비 여유가 됐다. 이걸로도 부족했는지, 박 전 특검이 이런 반박까지 한다고 한다. 권익위가 유권해석할 자격 없다. 처벌을 최소화하려는 법적 대항이다. 참으로 민망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탈탈 털 때와 참 다르다. 이러니 많은 국민이 말한다. 애초부터 특검 자격 없었다고.

[경제프리즘] 일본, 단절보다 활용해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한일 사이에 경제마찰을 겪어온 지 2년이 흘렀다. 지난 기간 문제였던 핵심 소재에 대한 국산화를 추진하고 100대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가 31.4%에서 24.9%로 감소하는 등의 성과가 있다. 그러나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본다면, 일본에 대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의존과 이에 따른 무역역조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126억7천만 달러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 기술국산화와 대일 무역역조 개선을 100m 레이스에 비유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의 지난 2년간의 노력은 이제 5m 정도 달리기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그만큼 소부장 국산화는 어려운 길이고 길게 보고 가야 할 과제다. 특히 이번에 문제로 나타난 소재보다 부품장비 쪽 일본 의존이 전체 대일 무역적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을 보면, 앞으로 이 분야 국산화 추진이 최대 과제로 보인다. 지난 수십년 동안 고착화된 일본에 대한 소부장 기술 의존과 무역역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본다면,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자본재기술이 취약했던 우리경제가 일본의 소부장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에 수출주도형 성장을 빠르게 실현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성공과 일본기업 추월은 일본으로부터의 소부장 수입 없이는 불가능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소부장을 활용해 만든 반도체와 휴대폰을 일본에 수출해왔고, 현대차는 일본의 전자부품을 수입해 만든 전기차 아이오닉5의 일본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 기술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본 기술을 활용해서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것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일본은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다. 한일 갈등이 고조하면 한미 관계 또한 위기에 봉착하며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기 어렵다. 남북관계를 풀어가거나 중국의 강한 압박을 넘어서기 위해서 일본 카드를 잘 활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결국 한일 양국은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 협력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투 트랙 방식에 철저해야 한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은 그것대로 해결하며 이를 경제와 안보 문제에 결부시키지 말아야 한다. 정승연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