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인 해양경찰관이 방문한 인천 연수구의 한 유흥업소에서 24일 오후 추가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장용준기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이달 15일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15개국이 서명함으로써 국제통상 분야에 다자간 FTA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RCEP가 이전 FTA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두 나라 간의 FTA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함께 체결하는 FTA라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참여국가수와 경제규모가 양자 FTA에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의미에서 메가(mega) FTA라 불린다. 둘째는 메가 FTA는 글로벌공급망 구축과 연관되어 있다. 글로벌 체인에 속해 있는 국가들이 그동안 양자 간 FTA 적용을 받아온 엄격한 원산지규정을 완화시켜 중간재 도입을 쉽게 하고 공정과정에서도 관세인하 혜택을 보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금번 체결된 RCEP는 GDP규모면에서 전 세계의 30%를 차지하는 지구상 최대 경제블록이다. 2019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9.6%(2천890억 달러)가 이 14개 회원국에 집중될 만큼 중요한 지역이다. 정식 발효는 국가별 비준을 거쳐 내년 중반쯤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이용할 수출중소기업들이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금년 초 중소 제조 기업이 밀집해 있는 경기, 부산경남, 강원지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인들 90%가 메가 FTA로써의 RCEP를 모르고 있고, 심지어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의 FTA 활용이 낮은 것은 기존의 양자 FTA에서 나라마다 다른 복잡한 원산지규정 적용과 사후검증의 어려움 때문이었고, 일부 기업은 수출액이 작아 활용하더라도 관세인하 효과에 비해 투입되는 행정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RCEP라는 게임체인저의 등장에 따라 이런 상황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역내 표준원산지가 적용되어 활용이 쉬워지고, 지식재산권의 보호와 서비스산업 개방으로 해당 분야 수출이 늘고, 역내 수출거점 확보가 쉬워져 생산, 가격, 납기에서 수출경쟁력이 크게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보호주의와 자국우선주의에 밀려 약화되었던 자유무역 국제통상질서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 중소수출기업으로써는 반가운 일이다. 다자주의에 대한 수출기업의 관심이 수출을 늘리는 길이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글로벌 통상본부장
24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지난 8월에 이어 코로나 통금이 또다시 부활했다. 연말 특수를 노리던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기약 없는 시름에 빠지게 됐고 거리를 물들이던 환한 가게 조명들은 생기를 잃게 됐다. 하지만 이같이 어려운 시기에 주변 이웃을 돌보고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어 지역사회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더욱 혹독하게 느껴지는 이번 겨울 이들의 훈훈한 선행을 조명해본다. ■ 나눔이 또 다른 나눔을 낳다 제가 만든 김치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19일 수원시 율천동 행정복지센터에 각별한 의미가 더해진 김장김치가 전달됐다. 어려운 이웃 주민들에게 나눠줄 김치 50박스(10㎏)를 직접 만들어 보낸 사람은 율전동에서 홍셰프 성대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홍영남씨였다. 김장철을 맞아 배추를 보내준다는 동생의 연락에 홍씨의 머리에 번뜩 떠오른 것은 김장김치 기부였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건설현장에서 큰 함바식당을 운영하며 경제적 여유를 누리던 그는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 숟가락 하나도 남지 않는 극단적 상황에 처했다. 막막하기만 했던 2017년, 율전동 행정복지센터는 절망 속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치와 라면, 쌀, 이부자리, 전기장판 등 당장의 생필품은 물론 생계비 긴급지원과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도움으로 다시 세상에 나설 준비를 한 홍씨는 결국 반찬가게를 꾸릴 수 있게 됐고, 올해 처음으로 김치를 담가 나누는 일도 시작할 수 있었다. 홍씨는 가장 힘들 때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나눔을 받았던 이웃의 김장김치가 큰 힘이 됐다며 작은 것이라도 나누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 흥진캐노피의 지역주민과 따뜻한 겨울나기 영업활동의 기반이 되는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환원하는 중소기업도 있다.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위치한 (주)흥진캐노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흥진캐노피는 지난 16일 권선구 평동 행정복지센터에 쌀 500㎏과 기탁금 50만원을 전달했다. 같은 날, 입북동 행정복지센터에도 쌀 600㎏과 기탁금 50만 원이 전달됐다. 또 지역 노인회를 통해서도 쌀을 기부했다. 흥진캐노피가 기부한 1t이 넘는 쌀은 화성시에 있던 제2공장을 수원으로 확장 이전한 것을 축하하며 인근 기업과 지인들이 보낸 것이다. 확장 이전 기념식을 앞두고 김화석 대표는 축하화환 대신 쌀 화환을 받아 이를 이웃들과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20여명의 직원들도 흔쾌히 기부에 찬성했다. 지난 2007년부터 10년 넘게 수원에서 기업활동을 하면서 기업의 환원 및 주민과의 화합을 고민해 온 김화석 대표는 인근 상점 등에도 헌혈과 기부 등을 전파하는 노력도 활발하게 기울이며 봉사하는 삶에 다가가겠다는 의지다. 김화석 흥진캐노피 대표는 기부한 쌀이 홀몸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잃은 분들 등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기부활동사회공헌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평범한 부부의 이불 세탁 재능기부 수원시 장안구 정자1동에서 3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우상만ㆍ노정미 부부는 지난달 말 동네 홀몸노인과 중증장애인 등의 겨울 이불을 세탁했다. 스스로 이불을 세탁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정자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이불 빨래와 집안 소독을 진행하는데, 재능기부로 힘을 보탠 것이다. 수십년간 정자동에서 생업을 이어가며 자녀를 키워낸 이들은 말로는 전하지 못하는 고마운 마음을 이불 빨래 봉사로 대신하기로 했다. 2~3일간 다른 손님들의 이불 세탁은 받을 수 없었지만 봉사가 주는 기쁨은 더욱 컸다. 지난 봄 처음으로 받았던 40장에 가까운 이불들은 모두 낡고 숨이 죽어 있어 차라리 새것을 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정성을 다해 빨아 보낸 이불이 지난달에는 조금이나마 더 나은 상태로 돌아온 것을 보며 보람도 느꼈다. 부인 노정미씨는 여건이 되는 한 세탁봉사를 이어가고, 나중에도 자원봉사를 하며 이웃과 함께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 파장동 행복복지센터의 키다리아저씨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이름 모를 키다리아저씨가 유명하다. 지난 12일 오후 행정복지센터로 들어선 차량이 백미(10㎏) 30포를 내려두고는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올해 파장동 행정복지센터에 도착한 7번째 익명 기부였다. 앞서 추석 명절을 앞뒀던 지난 9월25일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식용유와 비누, 샴푸 등이 포함된 생필품 선물세트 89상자를 내려두고 떠났다. 당직 중이던 직원이 노크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갔을 때 이미 차량은 출발한 뒤였다. 생필품 세트를 지원받은 주민들은 꼭 필요한 물품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익명의 기부자는 마스크 수급이 어렵던 지난 4월28일에는 마스크 500매를 두고 가기도 했으며, 설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에는 라면과 사과를 배달하기도 했다. 파장동에 근무 중인 직원들은 필요한 물품을 적기에 지원해주는 이름 모를 지역 독지가의 선행에 감사를 표시할 방법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 남기민 파장동장은 어려운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해주신 익명의 기부자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 수원시 전역에서 이어지는 훈훈한 손길 김치와 쌀, 각종 생필품, 봉사 등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수원시민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날씨가 쌀쌀해진 이달 들어 시민들의 나눔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수원시새마을부녀회는 지난달 말 2회에 걸쳐 총 1천687박스(6㎏)를 전달했고,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 60박스(10㎏), 수원시약사회 70박스(10㎏) 등 각 기관ㆍ단체들이 마련한 김장김치가 곳곳의 취약계층에게 전달됐다. 구별로도 장안구에서는 송죽동에 거주하는 89세 용영노 어르신이 지난 12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사랑의 쌀 300㎏을 전달했다. 어르신은 9년째 직접 농사를 지은 쌀을 지역주민을 위해 기탁하고 있다. 또 장안문거북시장상인회도 지난 18일 영화동에 김장김치 100상자를 전달했다. 권선구에서도 이달 들어 지역 내 기업인 (주)피앤이이노텍이 연탄을 기부하고, 권선구가정어린이집연합회, 향토음식연구회 등에서 쌀과 김치, 밑반찬 등을 직접 후원하는 등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함께 보듬기 위해 나서고 있다. 김갑선 수원시민자치대학 5기 동문회장 등 동문 20명은 지난 10일 저소득층 주민에게 전달해 달라며 쌀(10㎏) 40포를 평동행정복지센터에 기탁하기도 했다. 팔달구에서 역시 우만2동 행복나무 어린이집과 봄빛 어린이집에서 지난 5일 홀몸노인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기와 삶의 희망과 기쁨을 드리고자 라면 30박스를 우만2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다. 영통구에서도 이마트 트레이더스, 수원남부경찰서, 천성교회, 보배로운교회, 삼성전기 등 기업체와 공공기관 및 종교단체 등에서 김치와 쌀, 장학금 등의 기부가 이어졌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소중함을 경험했다며 위기일수록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의 삶을 보듬고 지역경제까지 살릴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휘모기자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예정대로 25일 총파업을 강행한다. 민주노총은 24일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5일 노동법 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을 전개한다고 예고했다. 민주노총의 이번 총파업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총파업 당일 전국 동시자발적으로 노조 간부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노조법 개정안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것으로 협약 기준에 따라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결사의 자유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다만 파업 시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 금지 등 경영계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수처법만 중요한 게 아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하루 늦어지면 그만큼 사람이 더 죽어간다며 거듭 입법을 촉구했다. 한편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올해 처음이다. 정민훈기자
남향집은 과천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고목 한 그루가 서 있는 뒤로 문을 나서는 소녀와 뜰 아래 누워 있는 개 한 마리가 평화롭게 그려진 집안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모후산인(母后山人) 오지호(1905~1982) 작가의 작품으로 그는 동경미술학교 유학시절부터 일본화풍과 차별화한 조선풍의 화면 설계에 주력했다. 인상주의 화풍으로 식민지 현실을 표현한 작가이다. 서구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양식인 인상파 양식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토착화, 자기화를 성취한 작품으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있다.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소장돼 있다. 지난 2013년 2월21일 국가등록문화재 제536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 제공
팬데믹 보다 심각한 건 가난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재난불평등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외롭게 만들고 있다. 또한 위기에서 겪은 감정의 상흔을 회복하고자 우리사회는 어쩌면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많은 시간과 직간접적 비용을 필요로 할 것이다. 제목의 글귀는 삼일로 창고극장 외벽을 30년간 지키는 현수막의 문장이다. 연극인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이 문장을 내가 처음 만난 건 이십 년 전 그러니까 21세기가 시작되던 즈음이었다. 속도와 효율성을 미덕으로 여기고 모두가 빨리빨리와 새 것을 외치던 때, 버스를 타고 삼일대로를 지나던 어느 저녁이었다. 역사와 유행이 공존하는 서울 명동의 도로변 언덕 위에 자리한 낡은 소극장 외벽의 현수막에 새겨진 이 스물두 글자가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순간 뇌리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것은 조용필 30주년 기념콘서트가 열린 1998년의 어느 공원. 공연장으로 분한 야외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 삼삼오오 막걸리를 마시며 그 겨울의 찻집의 하이라이트인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를 목이 터져라 부르며 목 놓아 울던 우리 아버지들과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었다. 이때는 한국이 IMF 외환위기를 맞은 이듬해였다. 대규모 실직과 가난의 슬픔을 모두가 공감하듯 관객 누구 하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으며 그들을 말리는 진행요원도 없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바라본 이 낡은 극장은 마치 이 글귀가 육화된 듯한 모습으로 서 있었고 주변 건물과 골목 등에 질서를 부여하며 도시의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건물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것으로서의 공간이었다. 뒤로는 명동성당의 탑이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이 글귀를 만난 지 20년이 지난 지금, 더욱 절실하게 이 문장이 다가온다. 가난이 물질적은 것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닐 터.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대개 가난한 자이거나, 고통받는 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모두는 슬프고 그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때를 보내고 있다. 바로 여기에 예술의 자리가 있다. 우리가 예술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그 너머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세기가 바뀌어도 불가항력적 현실이 우리 앞에 놓여도 예술이 늘 인간을 위로해 왔다는 사실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때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때로는 동시대와 호흡하며 예술은 창의적 방법으로 미래를 당겨오기도 했다. 예술이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는 있습니다. 예술에 관한 한 이 이상의 울림을 주는 글귀가 또 있을까? 예술 외에 다른 어떤 주어가 가능할까? 언젠가 지인들과 이런저런 주어를 대입해 보았다. 비슷한 다른 단어를 찾긴 했어도, 그 어떤 단어도 그 크기와 깊이가 예술만은 못했다. 주홍미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우리나라는 2026년도에 초고령화(인구대비 약 20% 이상이 65세 이상)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 누구나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산업 분야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애인고용에 있어서 의료산업은 어떤 산업분야보다도 저조한 편이다. 대부분의 대형의료법인은 매년 수억 원 이상의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는 열악한 실정이다. 의료기관을 포함한 대다수의 장애인 고용 저조기업은 장애 인력을 위한 적합한 직무의 부재(54.8%)를 장애인 채용을 못하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호소하는 것으로 기업체 장애인고용실태조사에서 나타났다. 아울러 의료기관은 조직 특성상 대부분 의사나 간호사 등 전문 의료진들로 구성되어 있어 기존 직무 중에 장애인이 진입할 수 있는 틈새 직종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대한 노력으로 2017년도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장애인 고용이 쉽지 않은 병원 등 의료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발달장애인이 수행 할 수 있는 전문 직무영역으로 휠마스터 직무를 개발하였다. 여기서 휠마스터는 보장구 관리 직업훈련을 받은 발달장애인이 병원 내 공용으로 사용되는 휠체어 등 보장구에 대한 살균소독, 세척, 경정비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의료기관 보조기기 전문 관리사를 말한다. 병원은 그 어떤 공간보다도 일반세균 감염으로부터 안전해야 하지만 원내 공용으로 사용되는 휠체어 및 링거거치대 등 보장구는 별도의 살균세척 시스템이 미흡함에 따라 다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환자의 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 및 고객만족을 위한 혁신적인 병원 환경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병원 특성을 고려하여 발달장애인 휠마스터 직무가 개발되었고 이후 의료산업분야로의 고용창출을 위한 노력을 해 오고 있었다. 경기도내 발달장애인의 전문적인 직업훈련과 직업체험을 위해 2019년에 개소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는 금년도에 발달장애인 휠마스터 직업훈련을 체계적으로 추진하여 민간 보조기기 사후관리사 자격증 취득과 함께 아주대학교병원 등에 6명이 휠마스터로 취업하여 현재 병원에서 맡은 업무를 자부심과 함께 보람있게 잘 수행하고 있으며 병원 관계자도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경기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는 발달장애인하면 생각나는 전문 직무로서 휠마스터가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지역의 관련기관과 연계와 협업을 통하여 발달장애인 휠마스터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의료산업분야에 고용이 활성화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경기도내 많은 의료기관에서도 발달장애인 휠마스터 고용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 주기를 당부 드린다. 이성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발달장애인훈련센터장
지난주 오랜만에 결혼 주례를 섰다. 신랑은 43세, 신부는 40세. 일반적 개념으로는 신랑신부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많은 편이다. 두 사람은 10년 가까이 사랑을 했는데 이렇게 결혼이 늦어진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직장 문제. 여자는 학원 강사를 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오랫동안 소위 공시생(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노량진에 있는 고시촌에서 생활했고 시험을 볼 때마다 2점, 심지어 1점 차이로 낙방 되면서 다음에는 꼭 되겠지 하고 열공하며 세월을 보냈다. 그 1점 차라는 것이 무슨 유령처럼 그의 눈앞에서 손짓한 것이다. 심지어 지방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경찰 시험으로 방향을 바꾸어 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1점차 낙방. 그래서 몇 년 허송세월했던 공시생 꿈을 접고 지난해 해운회사에 시험을 봐 합격하여 직장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해외 지사에 파견하게 되어 이래저래 결혼을 늦게나마 서둘게 된 것. 둘째는 집 문제였는데 남자가 해외 근무로 나가게 되었으니 신부 집에서 당분간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말하자면 남자가 해외근무를 나가게 된 것이 역설적으로 집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게 해 주었고 미루던 결혼식도 앞당겼다는 것이다. 아예 이번 해외근무 때 상황을 봐서 그 나라로 이민 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았다. 국내에서의 살인적 주택문제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벗어나 속 시원히 해외로 진출하여 새로운 인생의 지평을 열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것이다. 결혼에 앞서 이들 신랑 신부를 만나 대화를 나눴을 때 또 하나 새롭게 느낀 것은 신혼여행에 대한 것. 코로나 때문에 해외로 나가기 어렵지 않으냐고 했더니 꼭 해외로 가야 신혼의 의미가 있는 것이냐며 자기들은 호캉스를 선택했다고 했다. 호캉스가 처음 듣는 말이라 어리둥절했더니 호텔과 바캉스를 합성한 말이 호캉스라며 조용한 지방 호텔에 가서 인생 설계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언제쯤 갖겠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너무 의외였다. 아이 갖는 게 지금으로서는 급한 게 아니며 삶의 터전을 잡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을 잡으면 아들 딸 구별 없이 하나만 낳아 잘 키우겠다고 했다. 왜 우리나라 출산율이 감소하고 인구가 줄어드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째서 자식을 낳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닌지, 그리고 왜 하나만 낳아 기르겠다는 것인지 물었다. 그랬더니 자신들이 낳을 아기는 금수저도 아니고 흙수저를 물고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도 흙수저를 갖고 태어나 이렇게 힘들게 젊음을 보내고 있는데 자식까지 그 힘든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말에 갑자기 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결혼 자체가 인류창조의 질서이며 아기를 갖는 것 역시 창조 질서라고 이야기했지만, 이해의 벽을 뚫기는 현실의 벽이 너무 두꺼운 것 같았다. 드디어 결혼식 날이 왔다. 예식장 좌석은 거리두기로 배치돼 있었으며 하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써달라는 안내 방송이 되풀이되어 나왔다. 주례까지도 마스크를 써야 했다. 주례석에서 내려다보는 하객들의 마스크 쓴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 결혼 기념사진은 더 가관이었다. 마스크를 살짝 벗고 찍자고 통사정을 했지만 역시 통하지 않았다. 그러니 사진이 나온다 한들 누가 누구인지 식별하기도 어려운 기념사진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코로나 시대의 결혼 풍속도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먼 훗날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스크 쓴 결혼사진을 보면서 코로나를 물리친 이야기를 한다면, 그 또한 가치가 있으리라. 변평섭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