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기술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보시라

외국에 나가서 생활하면서 그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우리 한국이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우리 대한민국이 핸드폰, TV 등의 전자제품, 자동차 분야에서 기술선진국이라는 평가가 각인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깨가 으쓱하는 대목이다. 이는 끊임없이 진화 발전하는 기술 분야에서 다른 나라와 경쟁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갈고닦으며 쌓아올린 수많은 한국 기술인들의 땀의 결과물인 것이다.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한국의 기술을 유치하고자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신기술이나 전통 기술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구애의 손짓을 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은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이 붕괴된 이후 독립한 지 30년이 채 안된 신생 국가에 속하는 나라들이다. 신생 국가들이라서 성장 에너지가 도처에서 분출하고 있다. 잘만 접근하면 우리 중소기업 사장님들에게 있어서 언젠가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는 곳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우리나라 중소상공인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보여 이미 진출해 있거나 새롭게 진출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성공한 사례보다 쓴 맛을 보고 실패하여 사업을 접고 철수한 케이스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물건만 갖다 판 사람들은 그 나라의 복잡다기한 유통망의 장벽과 비즈니스 문화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좌절의 쓴 맛을 본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자동차 중고부품을 한국에서 헐값에 가져다가 현지에서 수리하여 판매하는 사례처럼 자기만의 기술을 가지고 사업에 접목시킨 경우에는 알차게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는 사장님들도 적지 않다. 국내 내수경기가 장기 침체국면에 빠져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우물 안 개구리마냥 국내에만 시야를 좁혀놓고 살면 답이 안 보인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탓하고 대통령을 원망한다고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니요 빵이 하늘에서 떨어질 리 만무하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자기 스스로 꺼야 하는 게 기업가 정신이다. 눈을 밖으로 돌리면 그런 시장들은 세상에 널려 있다. 낯선 외국 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외국어 소통능력 부족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장애 요인이기는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저돌성과 현지 적응 능력만 있으면 이 문제들은 어렵지 않게 해결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바깥 세상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자기 기술을 가지고 미개척지 해외로 진출해 보시기를 바란다. 한국에서는 사양산업으로 천덕꾸러기 취급받는 기술이 그곳에서는 크게 대접받기 때문이다. 장준영 前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

[기고]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이 다시 OECD 1위에 올랐다. 2003년 이후 OECD 1위를 계속했던 우리나라 자살률이 지난해 2위로 내려간 것은 우리보다 자살률이 높았던 리투아니아가 지난해 OECD에 가입했기 때문으로 일시적 현상에 지나지 않았다. 리투아니아의 자살률은 지난해보다 감소해 인구 10만 명당 24.4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3명 증가해 26.6명으로 올해 순위가 바뀐 것이다. 우리 자살률이 원래부터 높은 것은 아니었다. 90년대 초반에는 OECD 국가 중 낮은 편에 속했으나 90년대 후반부터 경제위기로 인한 사회문화적 변화, 의료와 복지 사회안전망 미비 등으로 급격히 증가하여 2003년부터 OECD에서 가장 높아졌고 2011년에는 31.7명으로 최고점에 이르기도 했다. 그 이후 정부는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 2018년 정부 국정 운영 100대 과제 포함,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설립, 2011년 연 14억원에 불과했던 예산을 2020년 정부안 289억원 편성 등 범국가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이런 정책들만으로 자살률이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자살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시대 상황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살만한 곳인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수치이다. 즉, 국민의 정신건강과 의료접근성의 현황, 경제와 사회안전망의 수준뿐 아니라 공동체 결속과 사회적 신뢰포용의 깊이, 스트레스차별불평등의 심각성, 생명존중과 미래희망의 밝기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온도계이다. 온도계에 입김을 불어 온도를 올리는 임시방편의 방법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참 나를 찾아 자아존중감과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자아존중감 즉, 자존감(self-esteem)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다.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고, 실패와 성공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힘이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자기 스스로에게 당당한 마음이다. 자존감과 달리 자존심이란 말은 오해를 많이 받는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무작정 타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이기주의자로 비춰지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자기를 사랑하기에 타인도 사랑할 줄 알고, 자신을 배려할 줄 알기에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것이 자존심 강한 사람의 특징이기도 하다. 심리학에서는 열심히 일한 나에게 내가 상을 주는 것을 내재적 보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남에게 주거나 남이 나에게 주어야 선물인 줄만 알고, 내가 나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음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족, 친구, 동료, 지인에게는 선물을 주고받지만 정작 가장 소중한 나에게 선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말이다. 늦어서 후회하기 전에 나를 칭찬하고 나에게 용기를 주고 나를 위로해 보자. 지금까지 선물 한번 주지 못한 나의 팔다리, 머리, 마음에게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휴식도 주어보자.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가장 먼저 자신에게 선물해 보자. 무엇을 하든 첫 번째 의미를 자기 자신에게 두어보자. 나의 외로움을 덜기 위해 소통하고, 나의 뿌듯함을 위해 배려하고, 나의 기쁨을 위해 봉사하고, 나의 편안함을 위해 용서하고, 나의 즐거움을 위해 웃고, 나의 후련함을 위해 울어보자. 나는 우리의 출발점이다. 가장 나답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고, 나를 흔들리지 않게 지키는 지름길이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前 여주교육장)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장애인 생활체육 우수사례 시상식

경기도장애인체육회는 8일 화성 푸르미르호텔에서 시ㆍ군지회와 클럽ㆍ교실 운영단체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년 장애인 생활체육 우수사례 시상식을 가졌다. 올해 경기도 보조금을 받은 단체를 대상으로 공모해 선정한 장애인 생활체육 우수사례 시상식에서는 장애인생활체육클럽 3개, 장애인생활체육교실 5개,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교실 4개, 클럽ㆍ교실 통합부문 우수 운영 시ㆍ군 5개 등 총 17개 단체를 선정 시상했다. 클럽부문 최우수상은 파주시 재능기부형 파크골프클럽, 우수상은 화성시 코리요골프클럽, 장려상은 성남시 장애인재활산악클럽이 수상했고, 교실부문 최우수상은 성남시 늘찬생활체육교실, 우수상은 광주시 품안의 집 보치아교실과 의정부시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 볼링교실, 장려상은 시흥시 성인장애인평생교육 슐런교실, 화성시 웰빙요가교실에 돌아갔다. 또 지도자교실 부문 최우수상은 안양시 최정옥 지도자, 우수상은 파주시 김진주 지도자, 성남시 강창균 지도자, 안양시 임수정 지도자가 수상했으며, 클럽ㆍ교실 통합부문 우수운영 시ㆍ군은 1위 성남시, 2위 광주시, 3위 의정부시, 4위 파주시, 5위 시흥시가 선정됐다. 오완석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장애인 생활체육 저변 확대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시는 여러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장애인 생활체육지원사업의 소외지역이 없도록 道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황선학기자

[경기인터뷰] 정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여성과 아동, 가족에 관련된 문제는 우리 인식에 존중의 문화가 스며들어야 개선됩니다. 이런 문화가 사회에 녹아들도록 캠페인 등 다양한 방안을 찾아서 지속적으로 바꿔나갈 겁니다. 정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수습 딱지를 떼고, 본격적으로 경기도여성가족의 정책실현을 위한 청사진 펼치기에 나섰다. 그 어느 때보다 여성과 가족, 아동에 대한 인식 개선 요구가 활발한 시대, 그가 펼칠 구상은 무엇인지 듣고자 지난달 31일 정 원장을 만났다. 정 원장은 추상적인 비전 대신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했다. 강조한 것 역시 현장과 실현성, 연구의 현실화였다. 빈민지역 여성 아이 돌봄에서 시작해 최초로 성남시어린이집연합회 조직, 전국 최초(1993년)로 설립된 성남시 육아종합지원센터장, 제5대 전국시군구 육아지원센터협의회장까지. 최초가 여럿 붙은 이력과 한 분야에서 더는 오를 자리가 없을 만큼 경력을 쌓은 그의 타이틀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Q 얼마 전 취임 100일을 맞았는데, 그동안 어떤 일에 집중했나. A 한 달은 내 나름의 청사진을 꺼내고, 두 번째 달은 구성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하며 듣는 데 집중했다. 그 절충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100일 동안 한 일의 핵심이었다. 우선 내부적으로 분위기를 쇄신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내부 직원들과 호흡 맞춰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전문성을 고려해 책임성 있게 일하는 스마트한 구조로 개편했다. 각 실과 팀, 팀 내 구성원들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눈 거다. 대외적으론 가족, 여성, 아동 등의 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해 왔던 일이 현장에 와 닿았는가를 파악했다. Q 대외적으로 진행한 일이 궁금하다. A 관계기관 간담회를 매주 진행했다. 형식적인 간담회가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들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만들어졌는지, 사업이 진행됐는지 등을 점검했다. 육아종합지원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새일센터, 건강가정ㆍ다문화가족지원센터, 여성 단체 등을 만나 이들이 풀어놓은 많이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고, 또 이들을 통해 연구원의 핵심사업 등을 잘 추진해 나가는 역할 등에 대해 고민을 했다. Q 양성평등위원회가 도내 31개 시군에 운영 중이다. 이들과의 만남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A 많이 안타까웠다. 31개 시군을 두 파트로 나눠서 간담회를 열었는데, 정작 관심이 없는 위원들이 많더라.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주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도내에 14개 여성친화도시가 있는데 이들의 활동 중에 양성평등위원회 활동은 거의 빠져 있다. 중앙부처나 도의 관련 정책이 시군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한 거다. 내년에는 시군 양성평등위원회에 역할 찾아주기를 주요 사업을 할 예정이다. 우선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으로의 역할을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부여해주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야, 각 시군에 관련 정책이나 인식이 골고루 스며들 수 있다. Q 내년도에 주요하게 진행할 사업이 있다면 설명해달라. A 여성가족분야 광역기관으로 중앙정부의 정책과 민선 7기 도 정책이 31개 시ㆍ군에 골고루 흐르도록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겠다. 특히 찾아가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31개 시ㆍ군이 성인지 예산 컨실팅을 모두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올해는 15개 정도의 시군이컨설팅을 받았다.사업에 양성평등이 제대로 스며들려면 이런 컨설팅이 중요하다. 컨설턴트를 계획적으로 배치하고, 내년부터는 직접 찾아가 모든 시군이 성인지예산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중요한 것은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활동을 제대로 알리는 거다. 우리와 관계된 가족, 여성, 아동 기관들이 정작 연구원의 활동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내년 일 년 동안 집중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이 자체가 우리 위상과 역량을 높이고, 지역사회 문화를 바꿔 나가는 일이라 생각한다. Q 보육ㆍ아동, 가족분야에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춘 전문가다. 아동보육 등과 관련해 추진하거나 구상하는 방향이 있나. A 내년에 1천인의 아빠육아단을 도에서 추진하도록 제안했다. 31개 시군에 아빠가 참여하는 육아단을 만들고 조직화하는 거다. 부모 교육은 한 번 하고 말면 효과가 없다. 양육을 위한 역량강화에 많은 시간과 노력, 품이 들어간다. 성남에서 부모 소모임인 맘스놀이 조직을 6개팀 구성하는 데 일 년이 걸렸다. 3년차에 접어드니 46개 그룹이 생기고 선배 부모가 생기더라. 자연스럽게 독박육아에서 벗어나는 모델이 갖춰졌다. 1천인의 아빠 육아단의 기본 콘셉트는 마을에서 보육 생태계를 구축하는 거다. 이 아빠 육아단이 민들레 홀씨가 되어 자생하고, 문화로 정착된다면 마을 공동체 보육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물론,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거다. 하지만, 기관장은 의지를 갖추고 주변을 설득해 나가고 극복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해 나간다면 크게는 마을 내 보육생태계를 구축하고, 출생보육과 관련한 사회 인식 변화의 씨앗이 될 거라고 본다. Q 여성과 관련한 교육과 사업과 달리 가족이나 아동 등의 분야와 관련해선 연구원의 사업이 눈에 띄는 게 없다. A 맞다. 성 평등, 여성 거버넌스 활동은 지금 있는 사업을 체계화해서 잘 진행하면 된다. 이와 달리 가족과 아동에 대한 교육, 사업의 현실화는 많이 위축돼 있다. 내년엔 아동, 가족 분야에 31개 시군에서 시도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할 거다. 이를테면 보육부문에서는 부모의 책임이 소홀하게 다뤄진 측면이 있다. 부모의 참여와 책임성을 극대화하는 사업을 발현할 예정이다. 또 1인 가족, 조손가정 등에 요즘 시대를 반영한 가정의 형태에 대한 내용 역시 31개 시군에 사업으로 내려진 게 없다. 이것을 보완하고, 시범 사업을 하나씩 만들어서 모델을 메뉴얼화 해 시군에 사업으로 제안하겠다. Q 저출생과 관련해서 연구원의 고민도 많은 것으로 안다. 방안을 제시할 모델이 있나. A 12월 10일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주관해 저출생 대응 대토론회를 연다. 진부한 대담에서 벗어나 청년, 엄마ㆍ아빠 등 대상자들이 직접 나와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놓도록 할 거다.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20121~2026)의 경기도 아젠다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부모와 자녀라는 기존 가족 모델을 벗어나 1인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등 소외가정에 대한 집중적인 정책개발도 진행할 구상이다. 시대 변화에 맞게 저출생의 문제도 다양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Q 마지막으로 관계기관이나 도민 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아직도 성평등에 대한 인식변화가 어렵다. 아동학대 예방, 성평등, 여성 존중, 가족 등의 인식 개선은 문화를 바꿔야 하기에 많은 목소리 포함되도록 캠페인을 추진할 예정이다. 구상하는 캠페인 중 하나는 Yes, No, Excuse Me이다. 성평등과 아동학대 예방 등 캠페인을 통해서 사람존중 문화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자연스럽게 인식이 변화되도록 물꼬를 트는 것 역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할 일이다. 또 각 시군에 있는 관련 단체들과 늘 소통하고, 기관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 연구원의 이름이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정자연기자ㆍ사진=윤원규기자

2019 자원봉사 한마음대회

제11회 수원 전국요리 경연대회

[사설] 임기 후반기 맞은 文 정부, 국정 대전환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임기가 어제부터 시작됐다. 후반기 첫날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5당 대표들을 만나 만찬회동을 했다. 비록 이번 회동이 지난달 문 대통령 모친상에 여야 정당 대표들이 조문한 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비공식적인 자리이지만, 집권 후반기를 맞이한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7월 18일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조치를 설명하는 정당 대표 회동 이후 115일 만에 만나는 자리이기에 정치적 의미는 크다고 본다. 또한 어제 오후 청와대 비서실장, 정책실장, 안보실장이 이례적으로 공동 기자간담회를 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반 동안 나라다운 나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취임사에서 약속했다. 또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새 정부가 추구할 가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임기 절반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되새겨보면 과연 이런 국정기조가 제대로 반영,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볼 수 없다. 지난 2년반 국정은 새로운 기조에 따라 개혁된 정국이 운영되기 보다는 혼란의 연속이었고 또한 대통령의 국정평가는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 여론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이런 결과는 조국 사태 이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집권 초기에 보여 줬던 긍정적 국정지지도는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조국 법무장관 인사에서 보듯이 코드 중심의 인사로 인해 초기 약속했던 탕평인사는 고사하고 오히려 인사 참사가 발생,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개편 시는 코드인사를 지양,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재를 기용하는 탕평인사가 절실히 요구된다. 민생경제 회복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된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라는 이름 하에 단행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업종 분별없는 52시간 근무제 실시 정책 등으로 오히려 서민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또한 금년 경제성장률은 1%대를 예고하고 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경제정책에 대한 일대 전환이 시급히 요청된다. 조국 사태 이후 주말만 되면 광화문, 여의도 등에서 소위 보수 대 진보의 진영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남북대결이 아닌 진영논리에 따른 남남갈등으로 국론분열에 의해 국가발전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소통에 더욱더 노력해야 된다. 지나치게 저자세인 남북관계, 한미동맹과 한일관계의 파열음, 여야 간의 협치정치 실종, 타다 문제에서 본 부처 간의 불협화음 등 각종 난제는 문 대통령이 후반기에 해결해야 될 과제이다. 어제 여야 정당 대표들과의 대화를 계기로 협치정치를 통해 국정의 일대 전환은 물론 미래를 향한 정책을 펼치기를 간절히 요망한다

[지지대] 돌아온 부국원 괘종시계

수원시 팔달구 교동에 100년 가까이 된 부국원(富國園)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지어진 2층 콘크리트 건물, 옛 부국원이다. 당시 유행하던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건물로 삼각형의 아치형 박공지붕 등 독특한 외관이 멋스럽다. 부국원은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곳이란 뜻이다. 그 나라가 당시는, 대한민국이 아닌 일본이다. 종자와 비료 같은 물품을 판매하던 주식회사 부국원이 사용하던 건물로, 식민지시대 일제의 농업 침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부국원 건물은 해방 후 1952~1956년 수원 법원과 검찰 임시청사로 사용됐다. 1957~1960년에는 수원교육청이, 1974년에는 공화당 경기도당이, 1979년에는 수원예총이 사용했다. 그러다가 개인에게 팔려 1981년부터 오랫동안 박내과 의원으로 쓰였다. 박내과는 이후 서울로 진출했고, 병원이 떠나자 한 인쇄소가 들어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 간판이 건물의 마지막 명패가 됐다. 개인 소유였던 건물이 개발로 인해 2015년 철거 위기에 놓이자, 일제강점기 수원 역사가 담긴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수원시가 매입해 복원했다. 옛 부국원 건물은 2017년 10월 등록문화재 제698호로 지정됐다. 수원시는 이 건물을 근대역사문화 전시관으로 재탄생 시켰다. 최근 부국원에 경사가 났다. 부국원의 벽걸이 괘종시계가 80여 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일본 야마토사 제품(1938~1939년 제작 추정)의 태엽장치 시계인데 상태가 양호하다. 수원 영통에 사는 이모씨가 시계를 비롯한 부국원 관련 유물 140여 점을 시에 기증했다. 유물 중엔 부국원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발행한 보험증서, 지역농회와 거래한 농산물 내역이 담긴 거래 검수서, 부국원 야구부 운동기구 구입 영수증, 부국원 수취 엽서봉투, 우표도 있다. 이씨는 1926년부터 1940년대 후반까지 부국원에 근무했던 故 이OO씨의 손자다. 수원 출생인 이씨 할아버지는 신풍초등학교와 화성학원(수원고 전신) 졸업 후 1926년 부국원에 입사해 20여 년간 근무했다. 할아버지는 성격이 워낙 꼼꼼해 근무하는 동안 주고받은 서류를 버리지 않고 모아뒀고, 해방 후 부국원이 문을 닫자 집에 보관했다. 1996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엔 이씨가 유품을 보관했다. 이씨는 얼마 전 옛 부국원 앞을 지나다 전시관으로 바뀐 사실을 알았고, 부국원 관련 유물이 적은 것을 보고는 할아버지 유품을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시민의 기증으로 할아버지 유품이 빛을 보게 됐고, 부국원의 유물이 풍부해졌고, 시민들은 귀한 볼거리가 생겼다. 감사한 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사설] 백령도 PC방, 장병 입장 헤아려야

여간 씁쓸하지 않다. 백령도 해병대는 가장 고생하는 장병이다. 북한군과 바다를 경계로 대치하고 있다. 포격 등 도발에 상시 노출돼 있다. 자원병력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고생이 여간 아니다. 이런 백령도 해병대원들이 아쉬움을 말하고 있다. 아니, 화를 내고 있다. 백령도 PC 방들이 받고 있는 사전 예약금 때문이다. 사전에 1만원을 자리 예약 명분으로 받는다. 이걸 내지 않으면 자리 잡기가 불가능하다. 업소 측의 부당 이득 소지도 있다. 예약금 1만 원은 그대로 PC이용료로 산입된다. 정상 요금은 1시간 20분에 2천 원이다. 장병들의 평일 외출 시간은 3시간 남짓이다. 외출 시간을 모두 PC 앞에서 소진하더라도 돈이 남는다. 정확히 정산을 하지 않을 경우 장병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부대가 있는 백령도에 PC방은 두 곳이다. 여기에 비치된 PC는 130대다. 절대 수가 부족하다 보니 이런 횡포가 생겨났다. 군부대 주변의 바가지요금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올 초, 장병들의 평일 외출 시행을 앞두고도 이 문제가 얘기됐었다. 강원도에 주둔하고 있는 한 부대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었다. 부대 주변 상가를 이용하며 느낀 불편 사항이다. 카드 거부(45%), 불친절(42.1%) 등이 있었지만, 압도적 1위는 바가지요금(93.9%)이었다. 실제로 많은 부대 주변 지역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때 여러 지역 상가가 뭐라 했는지 우리는 기억한다. 바가지요금을 받는 업소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한 상가 번영회가 있었다. 자체 감시단을 운영해 바가지요금 업소를 퇴출하겠다는 곳도 있었다. 바가지요금 퇴출을 결의하는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었다. 적지 않은 지역에서는 실제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애초부터 바가지요금을 받지 않은 양심적 상인들도 많이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군부대 지역에서 바가지요금이 횡행하고 있다. 바닷길로 막혀 오갈 데 없는 백령도 장병들에게는 급기야 PC방 예약금 납부제까지 불거졌다. 국방부도 책임이 있다. 평일 외출제를 시행하면서 충분히 예견됐던 문제다. 그중에도 PC방은 외출 장병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최소한의 대안은 고민했어야 한다. 평일 외출 제도의 주목적은 장병들의 복지 증진아닌가. 이게 엉뚱한 곳을 배불리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