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29일이다. 연말에서 연시로 이어지는 국민 애도 기간이 있었다. 항공기 사고가 그렇듯이 사고 원인 특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1월 중순 이후 고개를 드는 여론이다. 신규 공항 건설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생겨났다. 그런데 그 공세 과녁에 ‘경기국제공항’이 있다. ‘무안공항 사고가 경기국제공항 불가의 이유’라는 논리다. 그런데 그 논리가 대개 억지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있었던 경기국제공항 반대 기자회견도 그랬다. 일부 정치인들이 무안공항 참사와의 연계 논리를 폈다. 화옹지구는 철새 개체수가 무안공항의 2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안전 등의 문제로 화옹지구 경기국제공항 설립 구상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유력한 것은 맞다. 하지만 구체적인 논리 전개는 반대다.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는 0.00008이다. 포항·군산·양양공항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류 충돌 참사 발생 가능성이 1만2천년에 한 번이다. 오히려 인천·김포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가 무안공항의 42배다. 철새 개체수가 절대적 이유라면 문 닫을 공항은 인천·김포공항이다. 무안공항 참사가 낳은 공포를 국제공항 반대와 연결하려는 억지 비약이다. 이런 주장이 다른 곳도 아닌 정치권에서 공개적으로 나왔다. 언론이 띄우는 또 다른 논리는 ‘정치 공항’이다. 수요가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생기는 공항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문제 많다.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네 곳뿐이다. 인천·제주국제·김해국제·김포국제공항 순이다. 나머지 11개 공항은 적자를 냈고, 10개는 10년 내내 적자다. 대부분 2000년대 들어선 정치공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5년간 1천161억원이라는 최악의 손실을 낸 게 무안공항이다. 연 992만명이라는 수요 예측도 엉터리, 1.45라는 비용 대비 편익값(B/C)도 엉터리였다. 2004년 감사원이 확인한 팩트다. 그런데도 2007년 문을 열었다. 수요를 덮고 정치가 밀어붙인 결과다. 그런데 이 문제를 왜 경기국제공항과 연결짓나. 지근거리 인천공항은 포화 상태에 임박했다. 인근 청주공항도 지난해 457만명(무안공항 40만명)으로 넘쳤다. 정치를 쏙 빼고 본다면 경기 남부야말로 공항 신설이 필요한 적지다. 경기국제공항의 객관적 토론은 지향한다. 지역민의 여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하지만 참사까지 원용하는 논리에는 반대다. 179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참변이다. 그런 비극까지 비틀어 여론을 몰고 싶은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부도덕하기까지 한 여론 캠페인이다.
항공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이 불안해하고 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1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탑승자 전원이 비상 탈출해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이륙 후 화재가 발생 했다면 또 한 번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사고였다. 무려 179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무안공항 참사가 아직도 생생한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오후 10시15분께 김해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내부 꼬리 쪽에서 불이 난 것이다. 승객과 승무원이 비상구 문을 열고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탈출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2건의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공항 근처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한 뒤 추락해 총 67명이 숨진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또 이틀 뒤인 31일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시 번화가에서 소형 항공기가 추락해 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안공항 참사는 가창오리가 빨려 들어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으나 최종 결과는 아직도 조사 중이다. 특히 대형 참사의 원인은 활주로 너머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에 충돌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명확한 원인과 안전대책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여객기 사고 역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게 없지만 기내 뒤쪽 선반 위 짐에서 연기가 났다는 탑승객 증언으로 미뤄 기내 반입된 휴대용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많다. 에어부산 여객기는 12월에도 휴대전화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나 대체기를 투입하는 일이 있었고, 작년 4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도 보조배터리 화재가 있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고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저비용항공사(LCC)의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특히 LCC의 경우 비행기 과다 운항에 따른 기체 피로, 정비 불량, 그리고 보조배터리 같은 항공위험물 관리기준 등이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민관합동 점검단을 통해 LCC를 비롯, 11개 국적 항공사와 전국 공항의 안전 체계 및 시설 등을 점검하고 있으며 오는 4월까지 항공안전 혁신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안공항 참사와 같은 인재성 재난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항공당국은 철저한 안전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럴 때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공교롭다. 2월3일은 봄이 온다는 입춘인데 맹추위가 엄습해서다. 기상당국은 차가운 북서풍이 불어 오면서 이번 주 내내 기온이 평년보다 5도 이상 낮은 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10도에서 영상 2도 사이이고 낮 최고 기온은 영하 4도에서 영상 6도 사이다. 아침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고 낮에는 평년보다 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4∼6일은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영하 5도, 낮 기온은 영하 5도∼영상 5도로 예상된다. 4∼6일에는 최고 기온도 영하인 지역이 서울을 비롯해 많겠다. 추위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캄차카반도에 기압능이 자리해 우리나라 북쪽 대기 상층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흐르는 제트기류를 가로막는 점이다. 직진하던 제트기류가 기압능에 막혀 남쪽으로 더 굽이쳐 흐르게 되면서 고위도 찬 공기가 한반도 중위도로 더 내려온다. 대기 하층에선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서쪽에 고기압, 동쪽에 저기압이 자리하는 서고동저 기압계가 형성돼 북서풍이 불어 찬 바람을 일으킨다. 겨울철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 지상에 강풍이 불어온다. 건조한 공기는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는 성질이 있어서다. 일각에선 입춘이 꼭 따뜻하지만 않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절기는 2천400여년 전 중국 황허강 부근 화북지방 기후를 기준으로 설정돼 우리의 기후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다. 이날이 봄 날씨인 적은 많지 않았다.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52년간 서울 입춘 평균 기온을 보면 영하인 적이 35번으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최고 기온이 영하, 즉 종일 영하에 머물렀던 적도 12차례다. 가장 따뜻했던 입춘은 지난해였다. 평균 기온이 영상 7.3도,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은 각각 영상 12.2도, 영상 3.7도였다. 설 연휴를 지내고 맞이하는 첫 절기가 을씨년스럽다. 하긴 그 매서움이 요즘의 흐트러진 정국에 비할까.
쥐띠 丙子 36년생 명예상승 자손경사 문서문제 해결 만사 길(吉) 戊子 48년생 가정화목 부부문제 해결 존경받고 만사 길(吉) 庚子 60년생 부부언쟁 재물지출 질병으로 병원출입 조심 壬子 72년생 타인과 시비 금전문제 불리 실수 탈선조심 甲子 84년생 시험원만 동료모임 질병으로 병원출입 친척소식 丙子 96년생 연인사랑 인기상승 가족화합 차량시험 원만 소띠 丁丑 37년생 질병조심 심신피로 가족과 언쟁 금전불리 己丑 49년생 투자증권 불리 주점탈선 재물지출 주의 辛丑 61년생 직장해결 자손기쁨 가족외식 재물은 지출 癸丑 73년생 친구동료 만남 술 음식 생기고 단합할 때 乙丑 85년생 부모형제 친척들 모임 분주다사 재물지출 丁丑 97년생 일진별로 분주다사 실속없고 고민거리 생겨 호랑이띠 戊寅 38년생 친척가족 모임 자손화목 금전해결 만사 길(吉) 庚寅 50년생 직장문제 고민 재물지출 가족친족 화합 壬寅 62년생 경쟁자 생기고 금전문제 복잡 술로 가정불화 甲寅 74년생 친구 및 부모님 도움 시험합격 운수왕성 丙寅 86년생 운기왕성 존경받고 능력인정 문서시험 원만 戊寅 98년생 운기왕성 애정화합 재물성사 능력발휘 대길 토끼띠 己卯 39년생 금전손해 건강주의 사업불리 구설조심 辛卯 51년생 음식대접 자손기쁨 있으나 재물은 지출운 癸卯 63년생 동병상련 직장사업 불리 남을 도와야 길(吉) 乙卯 75년생 부모형제 고민 재물지출 친구단합 바쁜날 丁卯 87년생 기분하락 부모형제 불화 경쟁불리 재물지출 己卯 99년생 재물지출 주점 노래방 출입 투자별로 과음조심 용띠 庚辰 40년생 자손근심 생기나 재수원만 친척 외식할 때 壬辰 52년생 타인으로 손해 금전문제 복잡 가정불화 甲辰 64년생 계약성사 시험합격 이사차량 문제해결 丙辰 76년생 명예 인기상승 시험구직 성사 연인 생기고 戊辰 88년생 일진대길 재수왕성 가족화합 연인 생기고 庚辰 00년생 직장 스트레스 받으나 연인 데이트 재물은 길(吉) 뱀띠 辛巳 41년생 자손기쁨 사업왕성 과음과식 분주다사 癸巳 53년생 남을 위하여 양보하면 만사가 편안하고 乙巳 65년생 문서문제 해결 운수왕성 동료모임 돈지출 丁巳 77년생 오전은 불리하나 오후는 뜻을 성취하고 己巳 89년생 주점출입 우연한 만남 재물지출 말실수 辛巳 01년생 음식 생기고 친구 만나고 음주 노래방도 가고 말띠 壬午 42년생 금전문제 복잡 명예손상 가정불화 술조심 甲午 54년생 문서해결 뜻하는 소식 귀인조력 선물생김 丙午 66년생 명예상승 시험합격 행운오고 기쁜 나날들 戊午 78년생 연인 만나고 인기상승 재수원만 뜻을성취 庚午 90년생 기분 손상되나 술 음식 생기고 주점출입 壬午 02년생 기분엉망 가족불화 구설언쟁 말실수 조심 양띠 癸未 43년생 친구동료 형제모임 직업자손 문제원만 乙未 55년생 가택문서 문제로 재물지출 부모형제 모임 丁未 67년생 부부언쟁 부모님 및 가택고민 음식탈 조심 己未 79년생 재물지출 오락탈선 이성 만나고 분주할 때 辛未 91년생 직장화합 연인 만나고 주점 오락장 출입많고 원숭이띠 甲申 44년생 뜻을성취 문서가택 해결 승진가능 만사 길(吉) 丙申 56년생 승진가능 계약가능 시험대길 귀인조력 길(吉) 戊申 68년생 재수원만 연인 데이트 사랑고백 외식할 때 庚申 80년생 감정대립 생기나 재수원만 술 음식 생기고 壬申 92년생 경쟁불리 투자손해 가정불화 망신살 조심 닭띠 乙酉 45년생 변화변동 이사 및 출행여행 분주할 때 丁酉 57년생 만사불리 문서문제 관공서 출입 술조심 己酉 69년생 금전고민 연인과 언쟁 시비 음주운전 조심 辛酉 81년생 외식하고 여행출행 술 오락으로 재물지출 癸酉 93년생 변화변동 여행출행 모임성사 가족친척 소식 개띠 丙戌 46년생 명예상승 자손기쁨 운수왕성 뜻을성취 대길 戊戌 58년생 가족화합 연인 데이트 금전 약간 해결되고 庚戌 70년생 직장고민 생기나 재수있고 가족 외식할 때 壬戌 82년생 투자증권 가족외식 친구도움 매사 분주해 甲戌 94년생 시험문서 해결 인정받고 승승장구 만사 길(吉) 돼지띠 丁亥 47년생 오전은 불길 오후는 만사형통 매사 원만해 己亥 59년생 인기절정 주점출입 연인 데이트 가족외식 辛亥 71년생 직업해결 자손기쁨 가족화합 술 인연생겨 癸亥 83년생 모임성사 가족외식 친구도움 매사 평범무난 乙亥 95년생 부모님 걱정 모임성사 중심인물 재물은 지출 청년철학관 작명연구소 서일관 원장
입춘(立春)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수도권에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 가운데 수원특례시 장안구 한 셀프세차장이 세차를 위해 몰린 차량들로 북적이고 있다. 기상청은 3일부터 전국에 한파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 왜. 최근 더 늘어난 ‘왜’를 되작인다. ‘초유’의 범람 속에 연말연초를 보내며 많은 이들이 ‘왜’를 되짚지 않았을까. 도무지 이해도 납득도 불가한 일이 벌어진 데다 이후에도 혼미한 상황의 불안이 가중되니 말이다. 그런 ‘왜 그랬을까’가 점점 ‘왜 그럴까’로 확산 중인데 그 속에는 질문이나 성찰의 자리는 없는 무작정 주장이 불길하게 작동하고 있다. ‘왜’라는 질문은 어디로 치웠는가. 한 음절의 질문 ‘왜’가 새삼 크게 다가온다. 예부터 질문은 많은 것을 찾고 헤치고 이끌어 내는 강력한 표현이었다. 역사를 조금만 돌아봐도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질문으로부터 비롯되고 촉발되고 탄생하지 않았던가. 일상의 단순한 궁금증에서 복잡다단한 학문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무릇 질문이 있었기에 탐구와 발견을 거듭하며 발전했던 게다. 어린아이의 ‘사람은 어디서 오는 거야’ 같은 원초적 궁금증이 고도의 신학과 과학과 철학적 질문으로 심화되고 예술로 더 심오해지는 것처럼. 그런 왜 앞에서 좀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특히 어른들 앞에 ‘왜’를 서슴없이 내놓기란 조심스러운 시절을 거쳐 온 것이다. 순수한 질문도 자칫하면 따지거나 대드는 태도로 판정받는 분위기가 있었던 까닭이다. 윗사람 말이라면 무조건 잘 듣고 받들어야 하는 장유유서(長幼有序)문화 탓도 컸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일상적으로 건네던 ‘○○○ 말 잘 듣고’라는 당부도 묻기보다 잘 따르라는 말로 들렸다. 유대인 가정에서 하교한 아이에게 ‘오늘 무슨 질문 했냐’고 묻는다는 현실과 얼마나 다른지. 요즘 젊은 세대는 아이에게 질문을 적극 권하고 자신도 그러겠지만 이전 세대는 질문 자체가 많이 부족했던 것이다. 질문 조심에 익숙해진 탓에 요즘 논리 부재의 억지 주장이 넘치나 싶어 씁쓸하지만. 그런 참이라 왜가 점점 절실하게 다가온다. 특히 ‘쓰는 사람’에게는 왜가 더 필요하고 중요한 시작이다. 시나 소설이나 논문이나 질문에서 시작되고, 질문의 과정과 나름의 추적이 곧 쓰기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상상을 촉발하는 관심이며 호기심에서 생기는 다양한 질문이 남다른 독창성으로 꽃피는 것. 그렇듯 ‘쓰는 사람’군(群)에서도 기자는 현장의 맨 앞에 서서 직접적인 질문과 쓰기를 택했으니 질문을 더 잘하고 많이 하는 사람들. 독자를 대신해 묻고 따지고 전하는 업이니 왜의 장착은 기본이겠다. 그런 사람들조차 질문의 수위나 범위에 제한을 받거나 맘껏 쓰기 어려운 여건이 여전한 듯해 그럴수록 질문을 더 주문하고 싶어진다. 질문의 안팎을 짚다 보니 어느 노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에겐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그런 반박 부재의 사회 분위기가 학문의 발전에도 해가 되고 있다고. 실제로 지도교수 논문을 반박하는 제자의 논문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은 지난 일만 아니라 진행형 진단이다. 학계에서도 그러한데 상명하복의 업계는 말할 것 없고 일반 직장조차 반박이 담긴 질문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새삼 ‘왜’를 깨워본다. 내 안에 깊이 든 ‘Why’와 짝이 됐던 ‘Why not’도 불러본다. 더 깊이 들어가는 질문과 더 깊이 쓰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왜? 왜의 탐색과 성찰에서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갈 길이 보일 테니.
1970년대 후반의 일이다. 서울시민 몇몇이 남한산성 수어장대(守禦將臺)를 찾았다. 그런데 홍콩인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영화 촬영 준비작업을 하고 있었다. 당시는 한국-홍콩 합작영화를 우리나라에서 많이 찍었던 시절이다. 일행이 장대를 둘러보고 있는데 그들이 세트장치를 하느라 누각 기둥에 마구 못질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즉시 한국 측 제작요원에게 귀한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요청했다. 그러자 자기들은 문공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촬영 허가를 받았다며 간섭하지 말라며 화까지 냈다. 나오는 길에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알렸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유사한 일이 2025년에도 벌어졌다. 상황도 거의 똑 같다. 건축가인 어느 시민이 지난해 12월30일 세계유산인 안동의 병산서원을 찾았다가 KBS 드라마팀이 촬영을 위해 만대루(晩對樓·보물) 기둥에 못을 박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주변 관람객들과 함께 항의하자 이미 안동시의 허락을 받았다며 적반하장식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언론매체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KBS는 결국 사과하고 서원 촬영분을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프로그램 촬영 중 문화유산 훼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남한산성은 195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영상 촬영의 단골 장소였다. 정부 주관으로 제작된 대작 ‘성웅 이순신’(1962년), 한국 최초의 70㎜ 컬러 영화로 알려진 ‘춘향전’(1971년)을 비롯해 셀 수 없이 많은 영화, TV, CF의 촬영이 이뤄졌다. 수원화성도 마찬가지다. 이 두 곳의 촬영 숫자는 국내 타 세계유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촬영에는 일반 장비 외에 크레인 등 중장비가 동원되고 스태프도 100명이 넘는 경우가 많아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문화유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훼손 시 복구도 쉽지 않다. 과거에는 아무 개념 없이 촬영이 이뤄졌다. 동래성 싸움을 재현한 ‘성웅 이순신’의 남한산성 로케이션은 당시 사진으로 봤을 때 상당한 성곽 피해를 발생시켰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화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그것이 갖는 가치를 잘 알고 있다. 물론 문화유산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영상 산업’이 가진 자본과 시장의 논리다. 이들은 적은 비용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문화유산 보호를 후순위로 놓고 있는 듯하다. 이번 병산서원에 못질을 한 KBS측은 향후 문화유산, 사적지, 유적지 등에서 촬영할 경우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내용 등의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지침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문화유산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 뿌리부터 달라져야 한다. 법 규정도 손봐야겠지만 근본적인 것은 문화유산을 대하는 영상 산업의 자세다.
동백나무는 모든 부분이 버릴 것 없는 보배로운 식물이다. 1년 내내 표면이 반지르르한 잎이나 이른 봄에 빨갛게 피었다 일순간 떨어지는 꽃도 인상적이고 가을에 열리는 열매는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머리 손질과 화장품에 이용하기도 했던 동백기름의 원료다. 남부지역에서 가정의 화단용, 사무실 주변 정원용은 물론이고 도로변 조경용에 이르기까지 관상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종이다. 바깥에서 겨울나기가 어려운 중부 이북지역에서는 분화 및 관엽용의 실내식물로 중요한 품목 중 하나다. 동백은 추위에는 약하지만 음지나 염해에 견디는 힘이 강하며 생장도 빠른 편으로 땅에 거름기가 있는 곳이면 정원수로 기르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겨울 아침 햇살이 거실 한 켠 길게 비추고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발견한다 햇살에 떠오르는 아지랑이 밟으며 앞으로 걷고 뒤로는 생각에 잠긴다 옛날 뒤뜰에 떠오르던 무지개빛 아지랑이 속살거리며 유년 시절을 불러온다 시골 철길 따라 학교 가던 길 온통 덩굴장미 담장 예뻤던 길목 집 야산 산딸기 따 먹던 길 외딴 곳, 흙 덮인 지붕 긴 터널 속의 항아리 굽던 터 겨울 아지랑이 꽃으로 피어 오르면 마음의 문으로 추억이 열린다 김경숙 시인 ‘한국시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시인마을’ 동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중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윤 대통령 측과 여당이 헌법재판관 구성을 문제 삼으며 ‘헌재 흔들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결론 전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윤 대통령 측은 정치 편향성을 이유로 헌재에 재판관 3명에 대한 회피 촉구 의견서를 냈기 때문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3일 법무법인 도담의 김정환 변호사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각각 제기한 ‘임명권 불행사 부작위 위헌 확인’ 헌법소원과 권한쟁의심판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국회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정계선·마은혁·조한창 후보자를 선출한 바 있다. 하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계선·조한창 재판관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의 임명은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류했다. 이에 우 의장과 김 변호사는 최 대행이 국회의 재판관 선출권, 헌법 27조가 규정한 ‘공정하게 헌법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각각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반면 이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행 탄핵은 무효화돼야 하고, 탄핵이 무효화되면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정당성이 무너진다”며 최 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 측도 지난 1일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이 스스로 탄핵심판 심리에서 빠져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의견서를 통해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과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SNS를 통해 교류했고 ▲이미선 재판관은 동생이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정계선 재판관의 경우 배우자가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다고 거론, 공정한 심판을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법조계는 헌재가 윤 대통령 측의 재판관 회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앞서 헌재가 비슷한 사유로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정계선 재판관 기피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