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위인맞이환영단 단장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 환영광고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거부 이유는 정치성별이념인권종교 등과 관련한 의견광고라는 이유였다. 이에 환영단은 전 민족이 함께 염원하는 통일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것인데 그런 표현도 못 하는 게 민주주의냐고 규탄했다. 그는 자신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열렬한 팬이며 공산당이 좋다고 발언하기도 했던 사람이기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순수하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가 본받을 만한 인물인가, 북한의 공산당은 본래 공산주의 이념을 잘 지켜나가는 정당인가, 공산당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도 되고 우리 민주주의는 아무 주장이라도 마음대로 허용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이 모든 질문은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가치를 전제한다.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 구성원들의 말과 행동은 생명을 살리는 보편적 가치에 기초하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체의 건강한 공존과 공영을 위해 말과 행동을 삼가야 할 때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대중을 향하여 특정 가치를 홍보하거나 주장할 때에는 더욱 그렇다. 우선 광고는 알리는 것이다. 그냥 알리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얻기 위해 알리는 것이다. 따라서 거기에는 일방적이 아닌 공감적 의사소통이 작용한다. 공감에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공유하는 가치, 서로에게 권장할만한 가치, 우리의 공존을 위해 고수해야 할 가치가 작용한다. 공감할 수 없는 가치, 생명을 해치는 행동을 일방적으로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리적 폭력만 아닐 뿐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 자유민주주의사회라고 해서 그런 폭력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그런 광고는 정치성별이념인권종교 등과 관련된 의견 광고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동체가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치를 전도시키기 때문에 불허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광고를 할 때에는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회 관습이나 정서에 반하더라도 생명을 살리는 가치라면 미래지향적으로 허용해야 할 것이겠지만 사람들을 위협하고 인권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정당을 좋아한다며 환영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시대가 변해도 우리가 버리지 말아야 할 가치가 있다. 그것은 사랑과 생명을 존중하는 행동이다.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공동체를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설마 우리도 김정일 위원장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길 빈다. 이광용 수원여자대학교 기획처장
2019년은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라는 굵직한 이슈가 포진하고 있는 중요한 해이다. 도시민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전국 1천100여개 농축협은 물론, 수협과 산림조합 등 한국 농업을 책임지고 있는 조직의 대표를 선출하는 조합장 선거는 농촌사회에서 대선과 총선에 버금가는 큰 의미와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각 조합마다 개별적으로 실시되던 조합장 선거는 2014년 공동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이 제정시행되고, 2015년 3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처음 실시되면서 전국 규모로 확대되었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농식품부는 일찍이 동시 조합장선거 공명선거 대책 발표 및 조합장 공명선거 추진 점검단을 운영 중에 있으며, 농협중앙회 또한 일련의 선거관리 전담기구와 학계법조계농민단체로 구성된 공명선거자문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공명선거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의 선거제도가 그렇듯이 현재의 조합장 직선제는 수많은 농민들이 살신성인과 불굴의 투쟁으로 어렵게 얻어낸 결과물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약자인 농민을 대표하는 조합의 수장을 제대로 선출하는 일은 쓰러져 가는 농촌과 농업을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스스로가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라면 다시 한 번 각종 비방과 흑색선전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가지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을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하겠다. 얼마 전 개봉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아쿠아맨의 감동 포인트는 다른 히어로처럼 그가 초인적인 힘과 뛰어난 반사신경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아군과 적군을 뛰어넘어 바다의 모든 생물들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혼자만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조합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후보라면 해당 조합의 수장을 넘어 농민과 농촌의 수호자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그 진심을 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 자칫 농민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농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뿌리는 도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로부터 외면받은 농촌은 결국 재기불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영화 아쿠아맨의 주인공이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과거 찬란했던 아틀란티스 제국의 옛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육지와 바다를 아우르는 원대한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왕은 나라를 구하지만, 영웅은 세상을 구한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다가오는 3월 13일 실시되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조합의 왕이 아닌 진정한 영웅을 뽑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 또한 위기에 처한 농업의 현실과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길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조합장을 선출하는 데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가 행사되길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이수원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홍보팀장
오산시에 처음으로 오산 이름이 들어간 경찰서가 문을 열었다. 3일 오산경찰서는 기존 화성동부경찰서에서 명칭을 변경하고 처음으로 1층 현관에서 현판식을 가졌다. 이날 현판식에는 현판식에는 이연태 오산경찰서장과 직원, 곽상욱 오산시장, 장인수 오산시의회 의장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동탄신도시 등 화성시 동부지역을 관할하는 화성동탄경찰서가 신설되면서 화성동부서는 오산서로 명칭이 바뀌게 됐다. 앞으로 오산서는 오산시만 관할한다. 경찰 관계자는 오산서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고 민ㆍ경 협력 치안을 확고히 하고자 현판식을 가졌다고 전했다. 한편 오산경찰서 정원은 경찰관 364명, 일반직 7명 등 총 371명이다. 오산=강경구기자
부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30대 남성이 숨진 지 10여 일 만에 발견됐다. 3일 부천오정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9분께 부천 삼정동 한 다세대주택 화장실에서 A씨(35)가 숨져있는 것을 집주인 B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며칠 동안 A씨가 보이지 않아 집에 가봤더니 화장실에 쓰러져 있어 이상한 생각에 곧바로 신고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집에서 혼자 지내온 A씨는 알코올 중독 증세로 지난 7년간 병원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진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집에 외부 침입 등 타살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없는 점을 들어 A씨가 알코올 중독 등 지병이 악화하면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0여일 전에 A씨가 집을 나서는 것을 본 이후 다시 A씨를 보지 못했다는 B씨의 진술을 토대로 A씨가 숨진 지 최소 10일 이상 지난 것으로 추정하면서 조만간 A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해 사인을 밝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천=오세광기자
매주 목요일 오후 아주대학교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열린다. 13년 넘게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벌여온 조효경 봉사자의 캘리그라피 요법치료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시간, 오랫동안 병마와 싸우고 기력이 쇠한 환우들이 힘겹게 화선지를 한 자 한 자 물들이는 글씨는 저마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만 돌아가고 싶다는 덤덤한 글씨, 엄마 그동안 애쓰셨어요. 천국에서 만나요라는 딸의 글씨, 긴 글을 쓸 힘이 없어 아내의 이름만 크게 쓴 환우. 수업시간에는 병상에 놓을 액자나 크리스마스카드, 욕창방지용 부채, 편지봉투 등의 작품을 만든다. 글씨를 쓰며 집중하는 동안 환자 본인이 고통을 덜어내는 것은 물론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도 잠시나마 아픔을 잊는다. 조씨는 이 수업을 화선지에 스며드는 따뜻한 붓펜에 삶의 미련과 후회, 아쉬움과 원망을 풀어버리는 힐링의 시간이라며 캘리그라피 활동을 통해 환우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하나의 문장에 삶을 투영하는 것 같다고 소개한다. 지난 2005년부터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한 조씨는 10여 년간 환자들의 머리감기기, 발마사지 등 봉사와 정서적 지지를 해오며 10년 근속봉사상을 받을 정도로 열정적인 봉사를 펼쳐왔다. 그러던 중 병상에서 TV를 보며 고통과 싸우는 환우들이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하고자 캘리그라피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16년부터 요법치료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힘들어도 매주 1개씩 작품을 완성해 손주들에게 선물하고 가겠다던 환자와 아빠를 병간호하다 엄마마저 쓰러질까 걱정하는 딸들을 위해 작품을 만들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어달라던 가족 등 수업에 참여한 모두가 조씨의 가슴에 깊은 울림과 기억을 남긴다. 조씨는 봉사를 하며 삶을 마무리하는 환우들을 만나면서 누구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나의 삶도 좀 더 깊이 성찰하는 도움을 받는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캘리그라피 요법치료를 통해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안산시가 새롭게 출발하는 신혼부부들을 위해 전세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등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주거복지를 추진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복지분야의 지원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3일 시에 따르면 안산시는 지난달 27일 안산시 주거복지 지원 조례를 제정, 공표했다. 이번 조례 제정은 시가 주택정책이 공급에서 복지로 변화되고 주거복지 분야가 확대됨에 따라 효율적인 주거복지 정책을 운영하기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시의 주거복지 지원 조례는 ▲주거복지사업에 관한 사항 ▲주거실태조사 ▲주거복지위원회 운영 ▲주거복지센터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주거취약계층 뿐 아니라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 다문화 등 수요자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해 안산형 주거 사다리 구축을 위한 기반 마련에 중점을 뒀다. 특히 주택자금 마련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혼부부들에게 주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으로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 이자지원 사업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 오는 2월부터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 이자지원 사업은 안산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무주택 신혼부부의 전세대출금 잔액의 1.25%를 지원(최대 100만 원)해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시 관계자는 이번 조례 제정으로 저소득층, 주거 소외계층인 청년신혼부부 등 맞춤형 주거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살고 싶은 안산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복지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산=구재원기자
매년 신년이 되면 개인이나 단체 모두 새로운 각오로 출발을 다짐하며 한 해를 맞이한다. 그 다짐 안에는 구태나 잘못된 관행, 그동안 겪었던 시행착오 등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내용과 함께 새로운 목표와 방향을 설정해 이를 실천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새해는 항상 누구에게나 설렘과 변화, 그리고 기대감을 안고 출발하기 마련이다. 황금돼지의 해인 2019년 기해년(己亥年)도 많은 사람들의 기대감 속에 출발 사흘이 지났다. 올해 저마다의 기대감 속에 출발을 알렸지만, 우리의 주변환경은 정치, 경제, 사회, 남북 관계 등 어느것 하나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체육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30년 만에 한반도에서 다시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이 마중물이 돼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고,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여러 쾌거와 감동의 드라마들이 이어졌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스포츠계에 만연된 폭행과 미투운동으로 불거진 성추문 사건들, 스포츠 권력자의 전횡, 병역특례 봉사활동 서류 조작 등 여러 민낯이 드러나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17년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던 스포츠계 비리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채 대한민국 스포츠는 여전히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문제적 집단으로 오인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 새해에도 최근 사회 전반에 일고 있는 변화의 쓰나미는 묵은 때를 씻어내기 위해 밀어닥칠 것이다. 체육계도 예외일 수는 없다. 더욱이 대한민국 체육의 중심임을 자부하는 경기도는 더욱 그렇다. 경기체육은 그동안 전문체육의 성적 지상주의에 묻혀 깊숙이 뿌리내린 잘못된 관행과 부조리, 폭력, 회계 부정 등의 관습이 용인됐었다. 생활체육 분야도 개인의 삶과 건강에 직결되는 생활 속의 체육을 뿌리내리기 보다는 행사 위주의 보여주기식 사업 전개, 정치와 유착된 특정 체육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며 이어져온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편승, 일부 체육단체장들은 책임과 의무는 뒷전으로 한 채 달콤한 권력에만 맛들여져 여러가지 문제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했다. 경기체육의 컨트롤 타워인 경기도체육회가 지난해 말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통합한지 3주년을 맞았다. 아울러 같은 시기에 민선7기 이재명호의 체육회도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해 첫 닻을 올렸다. 3개월 가까운 산고(産苦) 끝에 탄생한 도체육회의 새 집행부는 진보 성향의 도지사 측근 인사가 다수 포진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여러 분야의 체육계 인사들이 고르게 안배돼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체육학자와 스포츠산업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으며, 종목단체와 시ㆍ군체육회 관련 인사들이 고르게 포진했다. 알려진 바로는 임원 인선에 있어서 도지사의 입김보다 사무처장이 주축이 돼 여러 경로의 추천을 받아 선임했다는 후문이다. 임원 대다수가 체육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일단 진용은 잘 짜여졌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새로운 진용으로 꾸려진 임원을 주축으로 경기체육이 얼마나 변화의 시대 조류에 맞춰 새로운 항해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 개혁과 변화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받기 마련이다. 특히, 경기체육은 인천시와 분리된 이후 30여 년동안 오직 정상을 목표로 달려왔기 때문에 변화의 물결에 맞춰 동승하지 못했다. 더불어 지난 2015년 말 통합체육회 출범 이후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물리적 통합은 이뤄졌으나, 화학적인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새로운 집행부의 출범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다. 새해 경기체육의 변화를 이루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황선학 체육부장
2019년 기해년(己亥年)의 새해가 밝았다. 특히 올해는 돼지의 긍정적인 힘이 무한대로 발현되는 황금돼지의 해라고들 한다. 사람들은 흔히 돼지라는 동물을 다산과 재물, 복과 연관 짓는 등 풍요로움의 대명사로 인식한다. 지극히 상징적이긴 해도 말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돼지의 전 부위를 섭취한다. 한 마리의 돼지는 그렇게 삼겹살과 족발, 돼지머리, 순대, 부속고기 등으로 대표되는 음식물로 산화된다. 성선설, 성악설 등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필요라는 명분을 내세워 잔인함 또는 잔혹함 마저도 때론 합리화 시키곤 한다. ▶또 다른 면도 있다. 12년에 한번 그렇게도 돼지에게 수많은 미사여구를 사용해 훌륭함을 내세워 칭송하면서도 여전히 돼지를 탐욕과 게으름, 지저분함과 연결 짓는다. 그런데 그런 좋지 않은 모습들 마저도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그렇게 키워 온 과정에서 나온 파생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더 많은 돼지를 내다 팔기 위해 좁은 막사에, 위생은 뒷전인 상황에서 연출된 불명예가 꼬리표처럼 돼지에겐 숙명이 되고 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선 적어도 행정가를 꿈꾸는 정치인은 유명세를 타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들의 인식은 성숙해 있는데도,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유명세를 탄 정치인에게 불명예스러운 족쇄를 먼저 채우려 한다. 결국 화살은 그런 정치인을 뽑은 유권자들에게 되돌아오고, 유권자는 바보다라는 명제로 귀결시킨다. 그런데 그렇게 뽑힌 정치인이 일을 엄청 잘한다면? 혁명적인 수준에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래도 안된다. 이미 미사여구로 칭송하면서도 돼지의 불명예를 꼬리표처럼 달았기 때문이다. ▶국외로 눈을 돌려보면 그 나라 국민들은 자신들이 뽑은 정치인의 사생활에 지극히 관심을 갖지 않는다. 왜? 개인사이니까 말이다. No Way 인 것이다. 그런데 일과 연관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폭동 수준까지 들고 일어나 결국 투표로 응징한다. 우리는 일 잘하는 행정가를 원한다. 돼지가 주는 풍요로움을 얻고 싶다면 적어도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양면성인 불명예는 훌훌 털어 버리자. 그러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규태 정치부 차장
삼성 명장이라는 말이 생겼다. 삼성전자가 신설한 사내(社內) 제도다. 말 그대로 최고의 기술 전문가 선발이다. 전혀 새로운 제도라 볼 수는 없다. 이미 펠로우(Fellow)ㆍ마스터(Master)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연구개발(R&D) 직군에 적용되는 제도다. 이번에 신설된 삼성 명장은 이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생산직, 제조, 설비 등에서 선발한 명인이다. 고전적 분류법으로 표현하면 이른바 블루칼라 직군에서 선정된 명인이다. 선정자들의 면면이 모든 걸 설명한다. 제조기술 부문 선정자는 1989년 입사했다. 24년간 한 분야에서 일했다. 금형 부문에 선정자는 올해 57세다. 25년간 금형 분야에서 일하며 탁월한 기술력을 닦아왔다. 계측 분야 선정자의 기술은 반도체 데이터 분석이다. 반도체 수율을 높이는데 기본이 되는 기술이다. 설비 분야 선정자의 업무 종사 기간은 무려 34년이다. 반도체 설비 분야에서 자동품종 교체 기술 등을 개발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발표에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 이들의 최종 학력, 직군의 특성 등은 철저히 비공개했다. 그 이유를 이해한다. 우리 사회에는 사무직과 생산직이라는 구획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 사이에 좋고 나쁨, 또는 높고 낮음의 선입견이 있음도 사실이다. 혹여라도 명장들의 명예에 상처가 있을 수 있다는 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로서는 충분히 고려할 만한 사안이다. 우리 역시 조심스러워 지는 것도 사실이다. 선정자 가운데는 대졸 학력자, 고졸 학력자가 두루 있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가. 모두 1980년대 또는 1990년대 시작한 기술인들이다. 그 긴 세월을 세계적 기업 삼성전자에서 근무해왔다. 이 존경스런 세월과 경륜 앞에 무슨 군더더기가 필요한가. 여기에 아무나 오를 수 없는 기술 명장의 영예까지 얻었다. 지난 세월의 어려움, 부족함은 이제 자랑이 되고도 남는다. 삼성 명장이라는 제도가 갖는 의미도 바로 이것이다. 기술인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정부는 없다. 노동자 우선을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기술이 경시되는 풍조에 싸여 있다. 모든 게 구호에만 그쳐서 그렇다. 우리가 삼성전자의 이번 삼성 명장 제도 신설을 특별하게 보는 이유다. 고졸(高卒)도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 생산직(生産職)도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를 삼성이 제도로서 입증한 것이다. 정부는 배워야 하고, 기업은 따라 해야 한다. 그럴 가치가 충분한 제도다.
분만 산부인과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출생아 수가 계속 감소하면서 유명 산부인과도 경영난을 겪을 정도로 사정이 나쁘다 보니 폐업하는 산부인과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국내 최초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이 개원 55년 만에 폐원 위기를 맞으면서 산부인과 경영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일병원은 지난해 11월 분만실을 폐쇄했고, 최근엔 외래 진료 및 검사중단을 알렸다. 제일병원 분만은 2012년 6천808명에서 2017년 4천202명으로 감소, 오랜기간 경영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에 따른 임산부 감소로 경영난을 겪는 것은 전국이 마찬가지다. 도내 여성전문병원들도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원 권선구 A여성병원의 출생아 수는 2016년 747명에서 2017년 493명, 2018년 461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팔달구 소재 B여성병원도 2016년 120명이 출생했지만 2017년과 지난해 각각 5%씩 출산율이 감소했다. 출산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경영난은 더 심각해져 이들 병원의 고민이 깊다. 이에 분만 산부인과가 아닌 다른 병원으로 간판을 바꿔다는가 하면, 병원을 폐업하는 곳도 있다. 실제 수원 영통구의 C여성병원은 요양병원으로 재개원했고, 오산 소재 D여성병원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2017년 2월 폐원했다. 정부가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펴고 돈을 쏟아붓지만 현실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출생아 수가 계속 줄어 문닫는 분만 산부인과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최도자 의원이 공개한 최근 5년간 지역별 분만심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산부인과 5곳 중 1곳이 분만실을 닫았다. 경기도도 18.2% 감소했다. 2013년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전국 706곳이었으나, 2017년에는 527곳으로 17.6% 줄었다. 분만건수 역시 같은 기간 42만7천888건에서 35만8천285건으로 16.3% 감소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56곳은 분만 산부인과가 없다. 분만실이 사라지면서 임신부들은 인근 지자체로 가서 원정 출산을 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나서 분만 한 건 당 수당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공의 육성지원과목에서 산부인과는 제외했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 수는 15년 만에 65% 줄었다.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의 절반 가까이는 50세 이상이다.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외치면서 정작 거점 산부인과 육성에 소홀한 것은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의 분만 인프라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기본적인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조차 부족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미숙아난산난임 대처 역량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폐업하는 산부인과가 속출하고, 분만 포기 병원이 늘어나는 현실을 방관해선 안 된다. 분만수가 조정, 수술실 지원,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분담금 국가 부담 등 산부인과를 살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