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김영선 정치자금법 위반’ 구속 기소…민주 “꼬리 자르기 안 돼”

검찰이 3일 ‘명태균·김영선 정치자금법 위반 구속 기소’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꼬리 자르기를 해서는 안 된다”며 “검찰은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이날 “창원지검이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 등 5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며 “명 씨는 2022년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받게 해준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에게서 세비 8천70만원을 받고, 지방선거 공천을 약속하며 A·B씨에게 2억4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이어 “명 씨에게는 휴대전화 3대와 USB 메모리 1개를 처남에게 숨기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은닉 교사)도 적용했다”며 “하지만, 검찰의 이런 공소사실은 강혜경 씨 폭로와 명태균 씨 녹취록 등을 통해 드러난 걸 일부 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또 “경남선관위가 2023년 12월에 고발했던 사건인데 1년 만에 기소한 것”이라며 “검찰은 명 씨의 휴대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또 “명태균 게이트는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 게이트”라며 “김영선 전 의원, 조은희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박완수 경남지사 등 어마어마한 공천·당무 개입으로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한 공직선거법 위반,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여론조사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제공한 뇌물죄, 창원 산단 선정 관련 국가기밀 누설과 부동산 투기, 불법 선거사무소 운영 공직선거법 위반 등 법률 위반이 차고 넘친다”며 “명백한 범죄행위로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특히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의 교체 전 휴대폰부터 압수수색해 증거보전에 나서야 한다”며 “그리고 신속하게 소환 조사해야 하고 연루된 모든 의혹 대상자를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사단은 끝으로 “검찰이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로 꼬리 자르기에 나선다면 국민 여러분의 불같은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명태균 게이트,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창원지검은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명 씨와 김 전 의원을 모두 구속기소 했다. 명 씨 및 김 전 의원 측에게 2022년 6월 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총 2억4천만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는 당시 경북 고령군수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 A·B씨는 각각 불구속기소 했다. 또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A·B씨에게서 돈을 받는 데 관여한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도 같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검찰 기소 후 명 씨는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특검만이 나의 진실을 밝혀줄 수 있다”며 “검찰 조사를 받으며 모든 돈이 강혜경,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로 흘러갔고 그 돈들이 그들 사익을 위해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미래한국연구소 실소유주가 명태균이라는 증거를 단 1%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술관서 열린 ‘빙하 추도식’…수원시립미술관 2024 예술확장성 프로젝트 ‘빙하에게 안녕을’ [전시리뷰]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에서는 빙하 추도식이 열리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빙하가 물이 돼 떨어지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곧이어 빙하 추도식을 안내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캄캄한 공간에 손전등을 비추자, 전시실 사방에 자리한 여러 형태의 빙하 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빙하는 산에 자리한 만년설이 녹아내려 갈색의 흙이 드러나 있고, 어떤 빙하는 마치 블랙홀처럼 검은 웅덩이가 돼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동굴 탐험을 하듯 랜턴을 벽에 비추자, 벽화와 같은 빼곡한 기록들이 드러난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달 19일부터 다원 예술 기반의 2024 예술확장성 프로젝트 ‘빙하에게 안녕을’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초, 중, 고 모든 교과에 등장하는 주제이자 우리 세대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를 주제로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오크 빙하는 아이슬란드에서 처음으로 빙하의 지위를 잃었다. 앞으로 200년 사이 아이슬란드의 주요 빙하가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다. 우리는 이 추모비를 세움으로써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인식하고 있음을 알린다.” 지난 2019년 8월 아이슬란드에서는 700년의 세월 간 자리를 지키다 소멸한 오크예퀴들 빙하를 추도하기 위한 ‘빙하 장례식’이 열렸다.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총리와 환경운동가, 주민 등은 빙하를 추도하며 추모비를 세웠고 ‘미래로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동판에는 위와 같은 말이 새겨졌다. 아이슬란드를 포함해 스위스, 멕시코, 미국 등 전 세계 5곳에서 기후위기 등으로 사라져간 빙하의 죽음을 추도하는 장례식이 진행됐다. 전시실 벽면에는 이처럼 ‘사망 선고’가 내려진 전 세계 빙하의 목록과 앞으로 사망선고가 내려질 예정 목록 그리고 빙하 장례식에서 오갔던 말들이 기록돼 있다. 소멸하는 빙하를 조각조각의 픽셀로 영상화한 화면을 마주하다 보면, 이윽고 빙하를 기리는 레퀴엠(장송곡)이 흘러나온다. 2024년 12월 지금 이 자리의 관람객들이 흰색 펜을 들고 남긴 한마디는 발걸음을 붙잡는다. ‘빙하야 인간이 미안해’, ‘우리의 잘못으로 빙하는 피해를 입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방향으로 관람하는 ‘전시’가 아닌 설치, 영상, 음악, 공연, 체험 등 융복합 예술로 기후위기의 현실을 감각할 있도록 구성하고, 이를 관객이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쥐고 탐험하듯 능동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빙하가 깨지는 소리와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전쟁, 도시화, 산업화를 상징하는 기괴하면서도 날카로운 음악, 훼손된 빙하를 보여주는 픽셀 영상 등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빙하를 위한 추도문을 직접 작성해 보는 시간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빙하에게 안녕을’ 프로젝트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를 조각조각의 픽셀로 영상화한 모습. 조각의 픽셀은 바다의 모습으로 흩어진다. 이나경기자 프로젝트 컨셉과 연출을 맡은 창작단체 ‘섬우주’의 전강희 작가는 “몇 년 전 강원도에서 일어난 산불 재의 성분이 극지방 빙하에서 발견됐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며 “우리 역시 기후위기와 빙하의 사라짐에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이 홀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공간에 있는 타인의 빛과 함께 만나게 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전시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8일까지.

200만 독자 경기일보, 300만 달성 위한 다짐의 장 열어

네이버 뉴스홈 구독자 200만명을 돌파하며 경기·인천 지역언론의 새 역사를 쓴 경기일보가 300만명 달성 등 더 큰 미래를 향한 다짐의 시간을 마련했다. 경기일보는 지난 2022년 10월 네이버·카카오 뉴스 콘텐츠 제휴(CP)사로 선정됐고, 이후 2년 만인 지난달 30일 200만 구독자 확보라는 성과를 일궈내며 이를 자축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3일 오전 경기일보 본사에서 열린 월례회의 겸 기념식은 200만 구독자 달성을 위해 힘쓴 임직원 모두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격려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먼저 박정임 정치부 국장과 전봉학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이 ‘네이버 구독자 200만 돌파 공로패’를 받으며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실시간 기사 대응 등 자체 평가에서 ▲구재원 지역사회부(안산) 부국장 ▲김경희 정치부 차장 ▲김동민 서울본사 정치부 부국장 ▲김시범 사진부 부국장 ▲이인엽 인천본사 사회부 부장 ▲장영준 디지털뉴스부 차장 ▲황선주 지역사회부(양평) 부장 등 7명(가나다순)이 우수기자로 선정됐다. 또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이호준 경제부장 및 K-ECO팀, 한국사진기자협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우수상을 받은 조병석 인천본사 사진부 차장 등이 대외적으로 경기일보 위상을 널리 알려 포상 차원에서 격려금을 받았다. 지난 36년간 경기일보를 위해 헌신한 이연섭 논설위원의 퇴임식도 이어졌다. 이 위원은 재직기념패와 감사패를 받은 후 임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예상치 못한 ‘깜짝 이벤트’도 있었다. 신항철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은 200만 돌파를 기념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신 회장은 “이번 성과는 임직원이 물심양면 노력한 결과”라며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기사로 300만, 400만 달성을 향해 전진해 가자”고 강조했다. 이순국 경기일보 대표이사 사장은 한우 선물 세트를 전 직원에게 전달했다. 이 사장은 “구성원 모두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한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모두 힘을 합쳐 경기일보를 ‘일류 언론’, ‘일등 회사’로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공공분양 본청약 줄줄이 지연… 안산 장상·신길2 등 연기 통지

공공분양 사전청약 일부 주택의 본청약이 또 지연됐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경기 안산 장상지구 A1, A9블록의 공공분양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본청약 시기를 당초 내년 5월에서 2027년 10월로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지구는 일정이 연기되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예상보다 2년5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마찬가지로 내년 5월 본청약을 앞둔 안산 신길2지구 A1·3, A2· A6, B1블록의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는 블록에 따라 본청약 일정을 2026년 10월∼2027년 9월로 변경한다는 공지가 전달됐다. 비슷한 시기에 본청약이 예정된 시흥 거모지구 A5, A10, S1블록 등도 2026년 7∼12월로 1년 이상 연기됐다. LH는 보상 지연과 이에 따른 후속 공정 지연, 문화재 조사, 연약 지반 처리, 송전탑 이설 등을 지연 사유로 통보했다. 당첨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내년 상반기 입주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2년이 미뤄져 이사 등 모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중” 등 비판 글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사전청약 후 본청약이 줄줄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자 지난 5월 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지연된 사전청약 당첨자에게는 계약금 비율을 10%에서 5%로 낮추고, 중도금 납부 횟수도 2회에서 1회로 축소하겠다는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 주택공급 8천가구 추가

3기 신도시 중 한 곳인 남양주 왕숙지구의 주택 공급 물량이 기존 6만7천가구에서 7만5천가구로 8천가구 늘어난다. 국토교통부는 3일 오후 박상우 장관이 남양주 왕숙지구와 의정부 용현지구를 찾아 주택 공급 계획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남양주 왕숙지구 첫 분양은 내년 중 3천500가구 규모로 이뤄진다. 남양주 왕숙지구는 여의도 4.4배인 1천269만㎡(약 383만8천평) 규모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과 지하철 9호선이 지날 예정이다. 국토부는 역세권 주변에 주거, 일자리와 교육·의료·문화 등 도시 인프라를 집중시키는 융복합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남양주 왕숙에서는 주택 건설 용지 면적을 늘리고 자족 시설 용지를 줄여 아파트 공급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과 가까운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을 늘려 집값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한 조치다. 주택 건설 용지는 213만㎡에서 231만㎡로 확대됐고, 업무 시설 등을 지을 수 있는 자족 시설 용지 면적은 42만㎡에서 36만㎡로 줄었다. 공원녹지 면적도 321만㎡에서 308만㎡로 축소됐다. 앞서 정부는 1·10 대책과 8·8 대책을 통해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박 장관은 “남양주 왕숙지구는 발표 때부터 남양주 지역의 대규모 통합 개발 방향을 갖고 추진하는 신도시”라며 “주택 공급 확대로 공급가격(분양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상업 등 생활 인프라 수요도 높아져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3기 신도시 공공분양 8천가구를 포함해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총 1만6천가구 규모로 분양이 이뤄진다. 2026년 이후에도 수도권 공공택지 내 선호도가 높은 입지를 중심으로 연간 3만가구 수준의 공공분양을 추진한다.

성남시청 육상팀, 日 오키나와 동계훈련으로 기량 담금질

성남시청 직장운동부 육상팀이 2025년 시즌을 대비해 해외 전지훈련으로 담금질을 시작했다. 정범철 코치를 비롯 성남시청 육상선수 5명은 지난 2일부터 오는 10일까지 9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오키나와현에서 해외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이번 전지훈련은 2025년 시즌 새로운 도약을 목표로, 기초체력 강화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집중 훈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은 다음 시즌을 소화할 기초체력 증진과 종목별 세부적인 기술 향상에 중점을 두고 훈련할 계획이다. 특히 다음 시즌의 성패를 좌우할 동계훈련을 통해 체력을 바탕으로, 실전 감각과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두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정범철 성남시청 코치는 “이번 오키나와 전지훈련은 선수들에게 연말 들뜨기 쉬운 기분을 가라앉히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팀워크 강화와 분위기 전환에 목적을 두고 있다”라며 “체력과 기술, 실전 감각을 고루 가다듬어 2025년 구미에서 열릴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목표로 최상의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성남시청 육상팀은 오키나와 훈련을 시작으로 내년 시즌 대비를 위한 체계적인 동계훈련을 소화해낼 예정이어서 다음 시즌에서의 활약상이 기대되고 있다.

[천자춘추] 클래식음악 좋아하세요?

‘클래식’이란 유행을 타지 않는 최고 수준의 명작, 오랜 시간 널리 사랑받고 지속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일상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용어다. 그렇다면 클래식음악이란 무엇일까. 클래식이 음악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면 과거 서양음악으로 한정된다. 보통 바흐, 비발디 등 바로크음악부터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고전주의를 거쳐 19세기 브람스, 슈만 등 소위 낭만주의, 20세기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 정도까지를 클래식음악이라 한다. 마이클 잭슨, BTS의 음악은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도 대중음악이라 한다. 클래식은 적어도 50~300년 그 가치를 꾸준히 인정받아 오며 서양 조성음악의 대위법, 화성학, 주제동기 기법의 뿌리에서 발전, 변형되며 창작된 음악이다. 리스트와 파가니니는 순회연주를 하며 오늘날의 유명 아이돌 비슷한 팬덤과 인기를 누렸다. 극성 팬들은 리스트가 무대에서 던진 장갑을 나눠 가지려 몸을 던지고 피우던 시가까지 소장하러 경쟁하며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표했다. 말러의 ‘천인 교향곡’이 초연될 때는 음악가들은 물론이고 왕족, 문학가, 시인 등 당대 유명 인사들이 몰려 열광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사후 멘델스존이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발굴 및 지휘한 후 재조명돼 ‘음악의 아버지’라는 찬란한 호칭도 얻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조성진, 임윤찬 등 스타 연주자 음악회의 티케팅 경쟁과 클래식 악기 취미 수요는 상당하나 출산율 및 학령인구의 감소와 함께 과거 찬란했던 대중적 인기는 다소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대중의 취향은 변한다. 클래식 역사에서도 18세기에는 유쾌하면서도 고상하고 자연스러운 음악을 선호했으나 19세기에는 익숙한 화음에 극적으로 대비되는 다채로운 화성 진행과 개성적 음악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클래식은 클래식이다. 어떤 시기, 어떤 스타일의 클래식이든 개인적인 호불호를 넘어서는 가치가 있음이 오랜 세월 인정된 음악이다. 영화를 볼 때도 평점이 좋거나 검증된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선택할 때가 많지 않은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미적 가치가 검증된 음악, 화려하지 않아도 은은한 스테디셀러가 클래식음악이다. 태양왕 루이14세가 권력 강화를 위한 이미지메이킹 도구로 적극 활용한 클래식. 루이 14세는 작은 악단이 항상 자신을 수행하며 연주하게 했다. 청력을 잃었던 베토벤은 내면의 갈등과 고통의 승화 과정을 클래식 기악작품에 쏟아냈다. 대체 클래식에 어떠한 힘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냥 느껴 보길 권한다. 추상적인 감정의 실체가 그대로 다가오는 것이 클래식이다. 말은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기 어렵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음악은 감정 자체이므로 오해가 없다. 어떤 작곡가, 어떤 연주자의 클래식이든 그들의 삶 속 고민과 흔적, 감정들이 듣는 나에게 매번 다양하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그냥 오롯이 몽글한 감성에 젖어 보자. 연말의 화려함과 공허함이 공존할 때, 복잡한 심정일 때, 내 맘에 꼭 맞는 어떤 멜로디들이 따뜻한 위로가 돼 줄 것이다. 세상의 흔들림 속에서 내 삶의 여정을 묵묵히 걸어갈 힘이 돼 줄 것이다. 클래식은 클래식이니까.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마지막 달력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위태롭게 걸렸다. 마지막은 못다 한 아쉬움에 대한 낙차 큰 상실감을 준다. ‘벌써’라는 시간적 상실감과 결국이라는 수용의 의미가 포함된다. 마지막 잎새, 마지막 수업. 마지막 여행 등 마지막은 저마다 아픈 결말의 마침표를 찍고 있다. 세류동 어린이집을 지날 때 쇼윈도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한 해가 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비록 예수 탄생의 기쁨을 나누는 행사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겐 한 해를 축복하는 거룩한 의식적 욕망이 있는 것이다. 한 해 동안 고마운 분을 떠올리고 한 해 동안 쌓인 죄와 슬픔과 아쉬움을 위한 성찰의 시간일 수도 있다. 며칠 전 11월에 폭설이 내렸다. 창밖의 눈 소리에 수강생들은 들떠 있었다. 당장 카페로 가서 수업하기를 바랐다. 눈은 빨간 단풍나무 가지에 수북이 쌓였다. 11월의 첫눈은 참으로 뜻밖이다. 그 대신 영화 러브스토리의 ‘Snow Frolic’을 켜 놓고 옛 생각을 돌려봤다. 라이언 오닐과 알리 맥그로가 눈밭에 벌렁 드러누워 있던 장면, 그녀의 백혈병에 눈물을 흘렸던 추억이 지금은 신파극 같지만 내가 순수한 10대였다는 사실이 그리웠다. 마음 메마른 지금은 잃어버린 여행가방처럼 허탈할 뿐이다. 문득 이런 시가 떠 오른다. ‘저 파란 하늘의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언저리에/무언가 소중한 물건을/나는 잊어버리고 온 것 같다. 투명한 과거의 정거장에서/유실물계 앞에 섰더니/나는 도리어 슬퍼지고 말았다.’ -다니카와 슌타로 ‘슬픔’

[청소년 Q&A] 학교·학원·집···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행복하지 않아요

Q. 고등학교 입학 후 학교, 학원, 집, 학교···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치고 행복하지 않아요. 성적을 잘 받아야 하는 것도, 앞으로의 제 진로를 선택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요. 저는 언제 행복을 느낄 수 있나요. A. 2023년 질병관리청에서 주관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스트레스 원인이 ‘성적·진로에 대한 부담감’ 36.1%, ‘학업’ 25.9%, ‘외모’ 10.2%, ‘부모님과의 갈등’ 9.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청소년이 주로 성적, 진로, 학업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학교, 학교를 마치면 학원, 학원을 마치고 집에서 잠깐 쉬면 다시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성적과 진로에 대한 부담감과 고민까지 더해진다면 몸과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행복은 반복되고 지치는 일상이 끝난 미래에 필연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반복적인 일상이 지속되는 지금 이 순간에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매일 15분의 시간을 내어 ‘작은 휴가 시간(mini vacation)’을 가져보세요. 이 작은 휴가 시간 동안 좋아하는 일을 해보세요. 좋아하는 일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종이에 브레인스토밍을 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을 활용해 시원한 벤치에 앉아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모두가 잠든 조용한 시간에 얼굴 팩을 하며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거나,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창밖을 구경하거나, 마음이 맞는 친구와 짧은 통화를 하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작은 휴가 시간에 꼭 지켜야 할 중요한 사항은 이 순간만큼은 학업과 진로 고민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한 손에 영어 단어장을 들고 음료를 마시지 말아 보세요. 학업이나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지속적이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또는 청소년전화1388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송다은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