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자충수 뒀다"…각종 외신, 계엄령 집중 조명

외신들은 3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후 마주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계엄령이라는 ‘도박’을 걸었지만 이것이 되레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자충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이번 사태가 “한국을 혼란에 빠뜨렸고 윤 대통령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시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부 독재 전술을 연상시킨다며 “스스로 사임하지 않으면 국회는 그를 탄핵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그의 인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실행한 처절한 도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여당을 포함한 국회가 만장일치로 그의 선언을 뒤집은 것을 언급하며 권위주의 향수에 빠진 윤 대통령이 일부라도 자신에게 호응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된 계산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외신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방미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한 장면도 조명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해당 노래 영상 링크를 기사에 인용하며 당시는 “북한에 대한 강성 입장으로 알려진 지도자의 부드러운 면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이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지도자와 어깨를 맞대는 기회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향후 회담을 위해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그가 백악관을 방문할 기회가 다시 주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매체 포린폴리시는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하지만 국회가 만장일치로 이를 거부한 뒤 윤 대통령의 ‘셀프 쿠데타’는 굴욕적인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중국신문 역시 "대한민국에 '서울의 겨울'이 왔다"며 전두환 대통령이 일으킨 12·12 사태를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을 빗대 이번 사건을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찬틴도 이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 등을 전하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전 세계의 적이 되길 선언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일본의 통신매체인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전하면서 "11월에 임기가 절반이 지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전후로 저조해 사태를 타개하려는 목적도 있어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말하는 반국가 세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천자춘추] 직업계고 경쟁력 강화 방안

경기도의 직업계고등학교는 지역사회와 산업의 필요를 충족하는 중요한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평택마이스터고, 수원하이텍고, 경기게임마이스터고 등 106개의 직업계고 중 일부를 제외하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등록률이 9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은 직업계고의 이미지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직업계고는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거나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학교로 인식돼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직업계고의 장점을 알리는 홍보가 필요하다. 졸업생 성공 사례와 다양한 취업 기회에 대한 정보 제공은 인식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공유학교와 진로체험 프로그램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를 확대해 중학생과 학부모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경제적 지원과 우수한 취업처 확보는 직업계고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공공기관, 대기업 등 우수한 취업처 지원과 동일계 특별전형, 선취업 후진학 재직자전형 같은 대학 입학 혜택이 있지만 이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청과 단위학교는 학부모 설명회와 학생 대상 워크숍을 통해 이러한 혜택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 도입도 중요하다. 일부 직업계고는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 교육을 위한 학과 개편을 진행 중이며 이를 더욱 강화해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업계고는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교사들의 신기술 연수는 학생 중심 교육을 위해 필수적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해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내용을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교사 역량을 높이고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게 만든다. 또 학교는 산업체와 협력해 현장 경험을 제공하고 기업 전문가 초청 강의 등을 통해 실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예산 지원과 인력 보충으로 노후한 실습 환경을 개선하고 첨단 실습실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경기도 직업계고는 교육과정 개선, 교사 역량 강화, 지역사회 협력, 홍보 강화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선택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발전할 것이다.

[기고] ‘인천 섬의 생명수 지하수 고갈 대비해야’

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다. 바닷물에 둘러싸인 섬의 현실은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 백령도는 어업과 함께 농업 의존도가 높은 섬이다. 논 548ha, 밭이 258ha로 이뤄진 백령도의 1년 벼 생산량은 6천t이 넘는다. 이 정도 규모의 논밭을 일구려면 많은 물이 필요할 거라는 건 상식이다. 백령도는 이 논밭을 일구기 위해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농업용 관정만 157개에 이른다. 식수 또한 지하 관정으로 퍼 올린 물을 사용하고 있다. 백령도는 지하수맥이 좋은 섬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십년간 지하수를 끌어올려 썼기 때문에 언제 고갈될지 늘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필자는 이 때문에 20여년 전부터 백령도의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그렇지만 누구 하나 귀담아 듣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수년 전 군의원으로 의정활동 당시 저수지 개발을 농어촌공사에 건의했고 상수도사업본부엔 소규모 댐을 건설해 식수로 사용하자고 건의했다. 또 백령공항 준공 전에 해수담수화시설과 기수담수화시설을 만들어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하수 고갈에 대비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나도 변한 게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관계당국의 움직임은커녕 ‘물을 아껴 씁시다’라는 스티커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얼마 전 국제학술지 ‘네이처 워터’는 물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태양광발전으로 얻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전력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도 담수화 시스템을 공급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는 내용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전력 효율이 우수하고 배터리가 필요 없어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지역에도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6개월 동안 뉴멕시코의 지하수 우물에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했는데 여러 기상 조건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패널에서 얻은 전기에너지 가운데 평균 94% 이상을 낭비 없이 활용했다. 그렇게 얻은 물이 하루 최대 5천ℓ에 이른다. 연구팀은 전력에 대한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고 지하수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에 시사점을 남겼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물을 담수화하는 시스템은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므로 관계 당국에서는 이러한 사례도 주의 깊게 살펴보기 바란다. 물 자원은 유한하다. 더 늦기 전에 지하수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더욱이 인천-i바다패스 시행으로 많은 사람이 찾아 들면 물 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역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물론 예산이 많이 들어가겠지만 자연의 재앙을 막기 위한 예산 확보 및 집행은 그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다. 병도 예방했을 때보다 병이 발병했을 때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재앙이 닥치고 나면 수십 배의 예산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물 부족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3-③ 칸쿤의 경이로운 풍경... 해변의 정취

구도심을 벗어나 쿠쿨칸 대로를 따라 칸쿤섬으로 가는 차창 밖 풍경은 환상을 넘어 경이롭다. 문득 오래전 아내와 함께 크로아티아 두브로니크에서 스플리트를 거쳐 슬로베니아 트리에스테로 갈 때 펼쳐진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변의 추억이 떠오른다. 눈앞에 펼쳐진 칸쿤의 해변 풍경은 카리브해를 포근히 감싸안은 듯 끝없이 새하얗다. 밀려드는 파도는 해변 앞 산호초 군락과 부딪쳐 새하얀 물보라를 일으킨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카리브의 싱그러운 해변의 정취에 빠져든다. 눈에 비친 칸쿤의 첫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멕시코 땅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이 스쳐 간다. 칸쿤은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이자 중남미 청춘들의 허니문 희망지로 늘 앞 순위에 오른다. 칸쿤 휴양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신혼 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칸쿤은 우리에게 다소 낯선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천혜의 해변을 갖고 있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중독성 강한 ‘꿈의 휴양지’다. 체크인 시간이 안 돼 호텔에 가방을 맡기고 가벼운 차림으로 노트북만 가지고 칸쿤 호텔 이곳저곳을 돌아본다. 여정 끝자락이라 휴양지에서 쓸 페소가 부족하나 거래 은행 인출기를 찾을 수 없다. 모닝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옆자리에 앉은 흑인 부부와 우연히 눈을 맞추자 그는 인사하며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먼 곳에서 이곳까지 왔냐며 대화를 나눈다. 박태수 수필가

[함께하는 미래] ‘트럼프 리스크’, 새 안보팀이 대비해야

트럼프 행정부 2기를 주도할 내각과 백악관의 윤곽이 구체화되면서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경험이 부족하고 극단적 견해를 가진 측근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트럼프 당선인의 지시를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이고 1기와도 다른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장 심각한 리스크는 관세 인상 위협이다. 이는 중국, 러시아 같은 경쟁국 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회원국에도 예외가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국경에서 마약과 이민자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으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즉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그에게 전화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플로리다 마러라고 사저로 찾아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마약 억제와 이민자 차단 방안을 설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도 확전에서 휴전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수복할 때까지 싸운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서진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군사·경제 원조를 제공했다. 반면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전쟁이 아니면 참전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에 휴전을 압박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 수복 목표를 잠정적으로 유보하는 대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조건으로 휴전협상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대중 정책 역시 바이든 행정부와 다를 것이다. 시급한 현안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때리기에 나설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변국들과 협력해 중국을 포위하기보다는 시진핑 주석과 담판을 통해 양보를 받아내려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P)를 취임 후 폐기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하기도 전에 트럼프 리스크는 전 세계를 이미 강타하면서 경쟁국은 물론이고 동맹국도 정책 전환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밀월에 아직도 도취해 있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의 전쟁 참여 정도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에서 합의한 한미일 협력 방안이 트럼프 시대에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입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에 부합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내정된 트럼프 행정부 2기 안보팀의 관심사는 방위비 분담, 북한 핵 협상, 전략자산 전개, 주한미군 지위 등이다. 미국의 정권 교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트럼프 행정부 2기에 최적화된 새로운 안보팀이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도 잘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 캠프데이비드 협상에 참석했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9월 사퇴했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내년 1월 퇴임하기 때문에 3국 정상들의 인적 유대도 사라졌다. 이달 예정된 전면 개각에서 트럼프 리스크를 잘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안보팀이 발탁되기를 기대한다.

[삶, 오디세이] ‘꼬리표’ 농담처럼 사소화되는 편견과 차별

꼬리표란 단어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그것은 ‘어떤 사람에게 늘 따라다니는 떳떳하지 않은 평판이나 좋지 않은 평가’를 뜻한다. 그런데 누구나 이 단어에 부정적인 의미가 있음을 잘 알고는 있어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심코 던지는 말로 그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감지하지 못한다. 일례로 ‘동남아’와 ‘다문화’라는 단어를 한번 돌아보자. 이것의 사전적 의미는 각각 ‘동남아시아의 음역어’와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여러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즉, ‘동남아’는 ‘아시아의 동남부’ 지역인 ‘동남아시아’를 한자로 간단히 나타낸 지리학 관련 용어이고 ‘다문화’란 한 사회의 문화적 변화 양상을 의미하는 사회문화학 관련 용어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학계가 아닌 일반 언중은 이 ‘동남아’와 ‘다문화’라는 용어를 그 본래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을까. 만약 그랬다면 지금처럼 특정 언어·문화권의 사람들을 ‘동남아’나 ‘다문화’라고 부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현재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이민자들의 출신 국가 중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가 동남아시아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한민족 순수 혈통’이라 자부하는 일부 한국인은 그 지역에서 온 이주민을 통틀어 ‘동남아’ 내지는 ‘다문화’라고 부르곤 한다. 이때의 ‘동남아’는 더 이상 지리적으로 아시아의 동남부를 뜻하는 지리학 용어가 아니다. 그보다는 동남아시아 출신의 이주민을 지칭하는 것으로 그 안에는 이들을 향한 편견이 내재해 있다. 그러한 점에서 ‘동남아’는 편견으로 점철된 꼬리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다문화’라는 용어는 또 어떠한가. 한국의 언중 사이에서 주고받는 ‘다문화’는 더 이상 학계에서 공유되는 사회문화학 용어로서 기능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제 언중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한민족 순수 혈통’이라 할 수 없는 이주민을 구분하고자 하는 꼬리표로서의 기능만 할 뿐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평범한 말로 누군가에게 꼬리표를 붙이며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꼬리표가 붙은 대상자는 본인도 의도하지 않은 편견 속에 숨죽이며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꼬리표에 짓밟히고 있는 셈인데, 평범한 말로 꼬리표를 붙인 당사자들에게 이러한 지적을 하면 그들은 대부분 무심코 그랬다거나 농담으로 한 소리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로 생각 없는 말이나 농담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하는 동시에 언어에 사고가 반영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들 속에 편견이 내재해 있거나 그 속에서 잠재적인 편견이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배우가 한 시상식에서 “편견은 차별을 낳고, 차별은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한 적 있다. 무심코 던진 말에는 모종의 편견이 내재해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농담이라 항변하는 말들도 누군가에게는 꼬리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한번 붙은 꼬리표는 쉽게 떼기 어려우며 그 꼬리표로 차별받는 일상은 당사자에게 벗어날 수 없는 폭력 그 자체로 작용한다. 이렇게 농담처럼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사실은 편견 어린 차별이자 잠재적인 폭력임을 기억해야 한다.

‘한밤 중 계엄령 날벼락’…혼란에 빠진 대한민국

대한민국이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국도의 혼란이 빚어지면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23분 대국민 긴급 담화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며 “우리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했고,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이라며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부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대로 낮추면서 저성장 그늘이 짙어지고 있는 데다,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대한민국 호(號)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고, 동절기 공사중단 시기를 앞두고 진행되던 각종 토목·건축공사도 올스톱 분위기다. 올해 내내 폭등한 생활물가로 국민의 삶은 궁핍해졌고,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가 충돌하면서 내년도 SOC 사업 예산 조기 집행을 비롯해 저소득층 지원 사업도 제때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을 해제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해 6시간 만에 계엄은 해제됐지만, 정국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진퇴를 놓고 임기 단축 또는 탄핵, 하야 등이 거론되면서 연말 연초 서민들의 삶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여야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놓고 서로를 비난하거나 당 내부 갈등에 휩싸여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통령 비서실과 국무위원 다수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책 및 예산 결정 구조까지 흔들리고 있다. 동아시아미래재단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난 3일 “이재명 방탄에 혈안이 된 민주당은 각종 탄핵, 특검 요구에 이어 이제는 감사원장 탄핵까지 추진하고 있다”며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며 독선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위기에 봉착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세계가 큰 폭풍 속에 휩싸이고 있다”며 “경제, 안보의 위기 속에 대한민국의 정치는 정권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범야권의 윤석열 하야 촉구 집회에 참석한 50대 남성 A 씨는 경기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함부로 꺼낸 비상계엄으로 성탄과 설날을 앞둔 민생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그럼에도 이번 집회에 참석한 것은 ‘계엄 소동’이 조기에 수습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였다”고 밝혔다. 최수영 정치평론가(전 청와대 행정관)도 이날 경기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생각 자체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윤 정부 출범 내내 단 하루도 협치하지 않고 정쟁만 일삼은 사례는 정부·여당은 물론이고 범야권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尹 비상계엄 후폭풍… 야당 내란죄 고발 공세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일단락됐지만, 야당이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전날(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 요구로 해제한 이후 야당의 ‘내란죄’ 공세에 직면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위헌적, 위법적 비상계엄을 내란죄로 단죄하겠다”며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사령관, 경찰청장 등 군과 경찰의 주요 가담자도 내란죄로 고발할 것”이라며 “수사기관은 전 국민이 인지하고 있는 내란 사건인 만큼 즉각 수사에 착수해 내란범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라”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김 장관 등에 대한 내란죄 등 고발장을 접수했다. 혁신당은 국가수사본부에 윤 대통령과 김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이 장관, 목현태 국회 경비대장, 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등을 내란죄 및 반란죄로 고발했다. 혁신당 의원 12인은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시 헌법과 계엄법이 정하는 요건 및 절차를 위배했다”며 “이는 형법 제91조 제1호의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헌법에 의해 설치되는 국가기관인 국회의 권능 행사를 군병력의 강압으로 불가능하게 하고자 시도했으므로, 형법 제91조 제2호의 국헌문란에도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개혁신당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윤 대통령과 김 장관, 박 사령관을 내란죄 및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허은아 대표는 “헌법 제77조에 따르더라도 비상계엄을 통해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한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을 뿐,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고 국회를 점거하는 등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 활동을 금지시키는 행위는 할 수 없다”며 “이는 명백히 형법 제87조 내란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앞당겨진 총파업 시계…민주노총, 철도·교육공무직보다 먼저 총파업 개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4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무기한 총파업을 시작, 총궐기 시기 및 규모가 애초 예정보다 빠르고 커졌다. 5일과 6일 총파업을 예정한 철도, 교육공무직 노조보다 하루 빨리 본조가 총파업에 나섰기 때문인데, 다른 산하 노조들도 파업 기간 무기한 연장, 조기 시행을 속속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은 이날 새벽 ‘긴급 투쟁 방침’을 공유하고 오전 9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집결, 총파업을 단행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총파업 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함께 국민의 선두에 서서 윤석열 즉각 퇴진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5일과 6일 총파업을 예정했던 민주노총 전국철도노조, 교육공무직노조의 경우 파업 종료 시기를 ‘윤 정권 퇴진까지’로 규정, 사실상 무기한 파업으로 방침을 선회했다. 전국철도노조 관계자는 “불평등한 철도 노동 현장을 정상화하는 게 파업의 목표였지만 이제는 계엄을 선포한 윤 정부 퇴진을 위해 파업을 계속해야 한다”며 “이와 별개로 사측과의 교섭에는 최선을 다해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6일 하루 총파업을 예고했던 교육공무직 노조 관계자 역시 “추가 파업을 고려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파업 예정일을 특정하지 않고 있던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도 윤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을 시 오는 11일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 파업 규모도 더 커질 전망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24분께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가 비상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하면서 6시간 만에 해제됐다.

맥락없는 시교육청 산하기관 명칭 변경에… 인천시의회 “장소·용도 등 불명확”

인천시교육청이 산하기관 이름을 바꾸려다 시의회의 졸속 개명이라는 비판 끝에 명칭 변경 취소를 결정했다. 4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학생교육원과 그 부속시설의 명칭 변경 내용을 담은 인천시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인천시의회에 제출했다. 당초 시교육청이 제출한 개정조례안에는 인천시교육청교육과학정보원을 인천시교육청Ai융합교육원으로 바꾸는 내용과 인천시학생교육원을 인천시읽걷쓰교육원으로 바꾸는 조항을 담았다. 이외에도 개정조례안에는 인천시학생교육원의 산하기관인 체험장 명칭을 흥왕체험학습장에서 읽걷쓰아카데미로 바꾸고 해양환경체험학습장을 상상아카데미, 서사체험학습장을 서사영화아카데미, 국화리학생야영장장을 야생아카데미로 각각 변경하는 안을 담았다. 시교육청은 이 기관들의 이름을 바꾸고 읽걷쓰 등 사업에 특화한 교육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의회는 과도한 홍보 정책이라며 반발했고, 이에따라 시교육청은 학생교육원을 읽걷쓰교육원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은 취소하기로 했다. 대신 나머지 기관들 이름은 바꾸도록 해달라고 시의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시교육청의 맥락 없는 이름 변경에 “체험장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이름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의회는 결국 조례안을 부결시켰고, 시교육청 부속시설 명칭 변경은 없던 일이 됐다. 시의회는 체험장 명칭을 아카데미로 바꾼다는 내용도 비판했다. ‘인천시교육청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안’에 최대한 시교육청의 사업·기관명에 영어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이 담겼지만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조례는 블렌디드 수업, 대학생 튜터링 등 남발하는 영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의회는 이밖에 부속시설 명칭 변경 과정에서 현판을 바꿔야 하는 등 추가적인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비판했다. 시교육청은 현판 교체에 필요한 예산을 약 6천만원 정도로 측정했다. 이오상 인천시의원은 “야생 아카데미는 야생동물이 있다는 의미인가 싶을 정도로 이해하기 힘든 이름”이라며 “대표 기관 이름을 짓는데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맥락없는 이름들을 가져와 무척이나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기관 명칭을 바꿀때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례안 부결로 해당 명칭들을 사용하긴 어려워진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