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수원화성불빛축제

인천문화재단 '2018 서해 평화예술 프로젝트 지원사업' 참여 예술가 공모

인천문화재단은 지난 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2018 서해 평화예술 프로젝트 지원사업’ 참여 예술가를 공모한다고 9일 밝혔다. 서해 평화예술 프로젝트 지원 사업은 평화를 모티브로 서해 5도 및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인천의 섬에서 실현 가능한 예술프로젝트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모에서는 인천 섬 지역의 문화적 잠재성을 평화의 관점에서 읽어내는 체류형 예술창작, 과정 중심형 커뮤니티 프로젝트, 설치형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사업이 지원 가능하다. 선발은 민주·통일·생태·평화 담론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해석한 우수 예술프로젝트를 중점 선발, 지원할 계획이다. 공모 자격은 인천 지역 내에서 전시, 공연, 퍼포먼스 등 1회 이상 작품 발표를 실현하는 ‘창작발표형’과 작품 구상을 위한 자료조사 및 아카이빙을 토대로 기획안 및 연구보고서를 결과물로 하는 ‘리서치형’ 중 선택 하해 지원할 수 있다. 규모는 창작발표형은 1천만~8천만 원을 지원하고, 리서치형은 500~1천만 원을 지원한다. 선발은 민주·통일·생태·평화 담론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해석한 우수 예술프로젝트를 중점 선발한다. 접수기간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이고, 신청자격은 예술인 및 예술단체, 프로젝트 그룹, 연구자로 인천의 섬과 평화를 모티브로 실현 가능한 예술 프로젝트면 지원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www.ifac.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송길호기자

전농연 경기도연맹, 농식품부에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 추진 중단 요구

경기지역 농민들이 정부의 ‘스마트팜 혁신 밸리’ 사업에 대해 대기업 진출 등의 우려가 있다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9일 전농연 경기도연맹은 수원 경기도의회 앞에서 ‘스마트팜 밸리 조성사업 저지를 위한 경기농민 기자회견’을 열고 “스마트팜 혁신 밸리 사업은 농민을 죽이는 정책”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사업은 ICT(정보통신기술)를 온실ㆍ축사 등에 접목해 스마트폰, PC를 통해 원격ㆍ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관리하는 농장이며 ▲스마트팜단지(청년임대농장 포함) ▲창업보육센터 ▲실증단지 등 20㏊ 규모로 조성된다. 이길연 전농연 경기도연맹 의장은 “스마트팜 밸리 조성사업이 농업 관련 시설업자만 배를 불리면서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는 길을 터주는 사업이 될 것”이라며 “축산도 대기업이 생산ㆍ유통 등을 장악해 노예화됐는데 마지막 남은 농업까지 대기업 진출의 위협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장은 “쌀을 비롯한 주요농산물에 대한 가격 보장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에 모두 안정적인 농업정책을 세우기 위한 노력부터 하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스마트팜으로 인해 기존 농가들이 밀려날 수 있어 즉각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창현 전농연 경기도연맹 부의장도 “밸리 조성을 추진하면서 청년 창업계획을 반영하고 있지만, 청년 일자리는커녕 청년 농민들이 일자리를 뺏기는 모순이 생긴다”며 “또 예산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사업을 추진하면 국민의 반발을 사지 않을 수 없으니 사업계획안을 내놓고 공청회를 하면서 투명하게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경기지역 농민들의 반발은 지난 2일 농식품부가 2022년까지 전국 4곳에 구축하려는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1차 선정 지역으로 경북 상주와 전북 김제를 발표하면서 거세졌다. 경기도는 파주시를 후보로 올렸지만 1차 선정에서 탈락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농연의 우려와 지적에 대기업의 농업 생산분야 진출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농식품부 스마트팜 혁신 밸리 유치 전담 TF팀 관계자는 “대기업이 참여하는 부분은 실증단지에 한정돼 농업용 로봇 연구 등 농업기술개발에 집중한다. 또 식품 기업과 바이오 기업 등도 참여해 유통과 소비를 연결하도록 했다”며 “스마트팜 농가와 청년농업인 등 이해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했고, 일반 농업인 단체와도 최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전농연은 전국 단위로 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으며, 경기도연맹은 이날 경기도와 도의회에 항의서를 전달했다. 최현호기자

새마을금고중앙회 ‘MG사회적경제기업 육성 지원사업’ 시행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사회적경제기업 육성에 나섰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창업 2~3년차 사회적경제기업들을 대상으로 ‘MG사회적경제기업 육성 지원사업’ 공모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1차 서류전형에서 사업계획서를 심사해 선발된 사회적경제기업들에 대해 현지실사, 사업설명회 등 총 3단계를 거쳐 새마을금고 상생협력도,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가능성 등을 종합평가, 최종 선발된 기업에 각 5천만 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7일 삼성동 새마을금고중앙회관에서 ‘함께일하는재단(이사장 송현섭)’과 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총 3억여 원의 활성화 자금 및 판로와 유통 등을 지원하고 함께일하는재단은 종합적인 컨설팅과 사업 전반 진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이번 사업으로 성공적인 상생모델을 발굴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사업은 오는 13일부터 접수하며 자세한 내용은 새마을금고 홈페이지 및 함께일하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구예리기자

가평군, 청평 쉬엄마을에서 수제맥주 축제 연다

전국 최초의 수제맥주 마을인 청평4리 ‘쉬엄마을’에서 다음달 1일부터 이틀간 ‘제4회 수제맥주 축제’가 개최된다. 축제가 개최되는 수제맥주마을 광장(구 청평역사 공동체 정원)은 가평군이 7억여 원을 들여 2만6천722㎡의 부지에 텃밭 32개소 735㎡, 관리동 208㎡, 지원동 122㎡, 섬마을 기차원 1개소, 연식파고라 등을 설치한 곳이다. ‘가평 수제맥주 축제’는 수제맥주 브루어리 카브루가 2015년부터 개최해 온 행사로 그동안은 자라섬에서 개최해왔다. 올해는 쉬엄마을에서 지역과 함께하는 ‘Meet the Local’이라는 주제로 청평4리, GTR(Good Times Rok)과 공동 주최·주관한다. 지역축제인 만큼 마을주민이 직접 진행하는 Beer Class를 비롯해 ▲수제 맥주 만들기 체험 행사 ▲지역민이 직접 만들고 키우는 홉길(Hop road) ▲가평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부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축제 참가업체로는 가평 카브루 외에 제주맥주와 울산의 화수브루어리, 서울브루어리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브루어리가 참여하고 수입 수제맥주로는 코나브루잉, 에델바이스, 투올 등의 유명 맥주도 선보인다. 또 진주햄, 스타케밥 등이 참가해 맥주와 어울리는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국내 유명 인디밴드와 디제잉 등 다채로운 라이브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축제는 오는 9월1일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열리고, 둘째날인 2일은 낮 12시부터 저녁 7시까지 행사장에서 맛보고 싶은 맥주와 음식을 구매해 즐기면 된다. 입장료는 무료다. 한편 쉬엄마을은 마을 공동체 활성화와 경제적 발전 모델구축을 위해 군이 추진하는 희복(희망+행복)마을 만들기 시범사업 및 7080 청평 고을 조성사업의 하나로 조성됐다. 이 마을은 지난해 12월 ㈜카브루와 인연을 맺고 수제 맥주 대중화와 마니아층 확산 등을 고려한 수제맥주마을 조성에 노력해 왔다. 이후 쉬엄마을은 이곳에서 수제 맥주 교육과정인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꽃차 및 로컬 푸드 요리 판매, 캠프파이어, 구이 구이 파티, 마을 홍보관 운영 등 상설행사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평=고창수기자

국내 첫 테러방지법 위반 사건…검찰, 재판 비공개 요청

검찰이 2016년 제정된 국민보호와공공안전을위한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에 따른 첫 구속대상 30대 시리아인에 대해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다. 인천지법 형사4단독 정원석 판사 심리로 9일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은 국내에 거주하는 이라크인을 상대로 테러단체인 IS(Islamic State)에 가입을 권유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IS 가입을 선동한 시리아인 A씨(33)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달라고 정 판사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번 재판이 공개되면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국민 안전에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한국 국민이 해외에 피랍돼 있어 중동에 있는 우리 국민을 향한 위해를 생각치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또 “재판이 공개되면 조사 과정에서 각종 수사 기법이 노출되거나 제보자 신원이 알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판사는 검찰의 요구를 검토한 뒤 공개 여부를 검찰과 변호인에 통보하겠다고 했다. A씨는 2007년 국내에 입국한 뒤 시리아 내전을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했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경기도 일대 폐차장 등에서 일해왔다. A씨는 함께 일하는 시리아인 등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IS가 만든 홍보 영상을 수년간 보여주며 선전하고 IS 가입을 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경희기자

냉해에 폭염까지 겪으며 줄줄이 오르는 과일값…추석 물가도 비상

봄철 이상저온에 이어 기록적인 폭염까지 겹치면서 과일의 작황이 부진해 내달 추석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9일 유통업계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올해 감귤을 제외한 주요 과일의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품목별로는 사과 14.4%, 배 20.4%, 복숭아 11.6%, 단감 7%, 포도 8.4% 등 생산이 줄어들 전망이다. 개화기인 4월의 이상저온 피해와 7월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인해 과일 생육이 저조하면서 출하량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사과의 경우 지난 4월 꽃샘추위로 과실이 적게 열린데다 비도 오지 않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며 상품(上品) 비율이 감소했다. 배 역시 열매가 제대로 열리지 않으며 전년보다 물량이 15~20% 감소하고 대과 비율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예년보다 열흘가량 앞당겨진 추석 물가에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달 초부터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 대형유통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예약판매되고 있는 농협하나로마트의 사과·배 혼합 세트는 5만 2천 원으로 지난해보다 5천 원 올랐다. 4만~5만 원대의 프리미엄 사과 세트와 배 세트도 1천 원에서 3천500원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5~10%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문제는 폭염이 이달 하순까지 계속될 경우 과일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8일 발생해 일본에서 북상 중인 태풍 ‘야기’가 우리나라를 지난다면 설상가상으로 낙과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 관계자는 “명절 전까지 물량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신경쓰고 있지만 앞으로 날씨가 관건이라 걱정스런 마음으로 산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경기정명 1000년, 경기문화유산서 찾다] 25. 최고의 외교 전략가 서희

여주시 산북면 후리에는 우리 역사상 외교적으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던 서희(942~998)의 묘가 있다.경기도 기념물 제36호다. 서희 묘역으로 가는 입구에는 서희의 신도비와 사적비가 방문자를 맞이한다. 상두산(象頭山) 서희 묘역은 전체적으로 3단 층계식으로 되어 있어 고려시대 묘제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묘소로 올라가는 첫 단은 네모진 공간이다. 두 번째 단 좌우에는 문인석과 무인석이 양쪽으로 한 쌍씩 세워져 있고 무덤 앞에는 장명등(長明燈, 무덤 앞에 세우는 돌로 만든 등)이 자리한다.맨 위 세 번째 단에는 서희의 묘와 부인 묘가 쌍분(雙墳)을 이루고 있으며 봉분 아래쪽은 2단 둘레 돌(護石, 능이나 묘의 봉토가 무너지지 않도록 봉토 아랫부분을 돌려 쌓는 돌)로 둘려 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쌍분 앞에는 각각 상석이 놓여 있고 쌍분 중앙에는 서희의 묘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묘비 1기가 1천 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서 있다. 서희는 942년 고려와 거란 간 만부교사건이 발생한 바로 그 해에 태어났다. 만부교 사건은 태조 왕건이 거란이 외교 사절로 보낸 사신 30명을 섬에 유배시키고 낙타 50필을 만부교 아래 메어 두었다 모두 굶겨 죽게 했던 사건이다. 이로써 왕건은 거란과 적대적 관계를 분명히 밝혔다. 서희가 활동했던 10세기 동아시아 정세는 당(唐) 제국이 몰락한(907) 이후 파죽지세로 일어나 만주 일대를 장악한 거란과 중국 남방의 송(宋)나라(960) 그리고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936)가 각축전을 벌이는 형세였다. 거란은 송을 제압(991)하고 난 후 동아시아 최강의 패자로 등극했다. 거란의 다음 단계는 고려와 송의 관계를 사전에 차단하고 고려를 복속시키는 것이 외교적 과제였다. 고려 또한 서경 이북지역에 성을 쌓으며 국방력을 강화하고 사민 정책으로 백성을 이주시켜 영토화하는 북방정책을 추진하는 중이었다. 마침내 거란은 성종 12년(993) 10월에 소손녕이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에 쳐들어왔다. 거란의 제1차 침입이다. 두 나라 군사는 당시 동북아 최대의 전략적 요충지인 압록강 하구에서 대치했다. 거란군의 선봉은 고려 서북방 봉산군을 이미 기습 점령하고 고려군의 선봉장인 윤서안을 포로로 붙잡았다. 그리고 항복을 요구했다. 그는 “대국 거란은 이미 고구려 옛 땅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금 고려가 그 영토를 침범하므로 이에 정벌하러 온 것”이라며 “거란은 사방을 통일했는데 아직 복속하지 않는 자는 기어이 소탕할 것이니 속히 항복하라”고 말한 것(고려사 열전 서희전)으로 알려졌다. 고려 조정은 먼저 이몽전을 대표로 보내 거란 측과 협상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소손녕의 글을 본 서희는 80만 대군까지 이끌고 왔다면서 항복하라고 엄포만 놓는 소손녕의 의도를 꿰뚫어 보고 그 틈새를 노리고 있었다. 고려 성종은 조정 대신들을 소집해 국가안보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적군이 우리 땅을 침략해 와서 국가의 안위와 백성의 재산과 생명이 경각에 달린 절체절명의 순간임에도 대신들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군사들을 이끌고 항복하자는 항복론과 서경 이북의 땅을 떼어주자는 할지론(割地論)만이 난무했다. 이에 성종은 할지론으로 결정한다.더불어 백성에게 나누어주고 남은 쌀은 적의 식량으로 사용될까 두려우니 대동강에 모두 버리라고까지 지시한다. 이 처참한 현실 앞에서 이지백은 “한 사람의 충신도 없어서 갑자기 토지를 가벼이 적에게 준다면 어찌 원통하지 않겠습니까”하며 할지론은 안된다고 임금에게 직언한다. 거란군은 이몽전이 돌아간 후에 고려로부터 아무런 회답이 없자 안융진으로 진격한다. 안융진 수비대 책임자는 발해 출신 중랑장 대도수였다. 안융진 부대는 처절한 싸움 끝에 거란군을 패퇴시키고 만다.이때 서희는 성종에게 “우리 영토를 적에게 떼어주는 것은 만세의 치욕이 될 것입니다…적과 더불어 한번 싸우게 한 뒤에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항복론도 아니고 할지론도 아닌 먼저 결사항전하고 나중에 협상하는 제3의 방안을 제시한다.또한 “먹을 것이 족하면 성(城)도 가히 지킬 것이고 싸움도 가히 이길 것”이라며 쌀도 못 버리게 한다. 이에 성종도 조정에서 대신들과 이미 결정한 정책을 뒤엎는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고뇌에 찬 결단이었으리라. 성종은 “누가 적진에 들어가 세치 혀(三寸舌)로 적군을 물리쳐 만세의 공을 세우겠느냐”고 묻는다. 대신 중에 응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서희만이 강화회담에 홀로 나서기를 자청한다. 서희의 회담 상대는 동아시아 군사대국의 백전노장 소손녕이었다. 소손녕은 “나는 대국의 귀인이니 고려 사신은 절하라”고 윽박지른다. 기선제압이었다. 서희는 양국의 대신이 서로 만나는 자리에서 그리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응수한다. 두 사람은 두세 번 기 싸움을 되풀이한다. 그러다 서희는 아예 숙소에 들어가 누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소손녕이 대등한 의전 절차에 동의하자 서희는 그때야 담판에 들어갔다.소손녕의 요구 사항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 너희는 신라를 계승했으니 옛 고구려의 영토는 거란에 속하므로 돌려줄 것. 둘째 송과 단교하고 거란에 사대(事大)할 것. 서희는 소손녕의 전략을 간파했다. 사태를 보는 눈은 예리했고 머리는 냉철했다.서희는 국호가 고려이고 고구려의 옛 수도 평양을 도읍으로 정한 이유가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 그 명백한 증거라고 반박한다. 또한 여진이 가로막는 압록강 주변의 땅을 고려에 주어야만 송과의 관계를 끊고 거란과의 사대의 길을 열 수 있다고 협상안을 제시한다. 다시 말하면 서희는 소손녕에게 거란이 영토를 양보하면 고려는 사대의 대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역제안한 것이다.거란에 사대라는 명분을 주고 고려는 영토라는 실리를 챙기는 고도의 전략이다. 외교의 기준은 국익이다. 결국 거란은 서희의 설득력 있는 논리에 강동 6주를 내준다. 칼과 총으로 싸우지 않고 세치 혀로 강동 6주를 획득한 쾌거였다. 고구려가 멸망한 이후 한민족이 압록강까지 영토를 확장한 역사적 사건이었다.그래서 한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외교라고 가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대도수의 승리와 서희의 굴복하지 않는 의기가 없었더라면 화친이 이루어지기는커녕 적의 끝없는 요구를 채우느라 갖은 고난을 겪었을 것”이라는 안정복의 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방력은 외교, 경제 등 국가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원천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주변 강대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전략적 요충지이다. 서희가 활동했던 10세기도 마찬가지다. 땅은 움직이지 않는다. 때문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또한 변하지 않는다. 여기에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주변 강대국이 존속하고 강대국 간의 갈등과 첨예한 이해관계가 존속하는 한 역사는 되풀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국가안보는 엄중하다. 강대국의 패권경쟁은 여전하다. 이런 동아시아 안보구조 속에서 남북분단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타개하고 평화질서를 재구축하려면 서희의 탁월한 외교적 안목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강대국은 힘으로 존재하지만 약소국은 지혜가 있어야 생존한다. 국제질서는 생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은 고구려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는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희와 소손녕의 회담은 거란이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 왕조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역사적 사례이자 설득력 있는 논리 개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서희는 이천(利川) 사람이다. 이천시는 출중한 외교역량과 사명감으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창출했던 서희의 정신과 얼을 기리는 서희 문화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9월 8일과 9일 양 이틀간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서희가 21세기 우리에게 준 외교적 유산은 무엇인가.권행완 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 편집위원장(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