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버스업계 ‘11시간 연속 휴식’은 탁상행정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업종의 특성 등을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에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비용 증가와 수입 감소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선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개악법’이라며 거리로 나섰다. 전세버스업계의 사정은 심각해 보인다. 버스 업주는 물론 기사들의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대형 버스사고를 막는다는 취지로 9월부터 시행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비현실적 입법’이란 지적이 노사 양측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기ㆍ인천ㆍ서울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임직원 500여 명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반대 집회’를 갖고 “법을 다시 고치지 않는다면 업계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전 조합원 면허 반납도 불사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신설된 제59조 2항의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화’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59조 2항은 ‘사용자는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지 않는 5개 특례업종 종사자의 장시간 노동을 막아 휴식권과 건강권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근무 형태가 다양한 버스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통학·통근용 셔틀 운행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전세버스업의 현실을 도외시했다. 업무종료 후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려면 기사들이 오후 7시 이전에 퇴근해야 한다. 회사는 더 많은 기사를 고용하고, 근무조를 오전·오후, 오후·저녁으로 나눠 운영해야 한다. 시장 포화로 일감 부족과 구인난에 시달리는 전세버스업계로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많은 회사들이 도산할 수도 있다. 탁상행정식 법안으로 피해는 업주뿐 아니라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게 생겼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월 200만원 수준인 현재 임금은 법정최저인 157만원으로 줄 수밖에 없다. 결국 기사들은 생계가 어려워 대리운전이나 불법 지입제 영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천차만별인 전세 버스기사들의 근무 형태를 감안한 융통성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 하루 8~10시간을 연속 운행하는 노선버스나 관광버스, 출퇴근ㆍ등하교 등 하루 4~6시간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법 적용이 달라야 한다. 휴식시간 보장은 근로 종료 시간으로 획일화할 것이 아니라, 실제 운행시간을 고려해 다음날 휴식 시간을 결정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업종 실태를 확인하고 업계 현실에 맞게 법을 재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설] 공직 늘리고, 취업 부정 잡도리해보지만 / 청년 받아줄 기업 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

누가 뭐래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 1호는 일자리 창출이다. 출범 직후부터 정부 역량의 상당 부분을 쏟아넣었다. 2017년 집행한 일자리 예산만 17조원이다. 올해는 이보다 2조원 늘어난 19조 2천억원을 편성해 놓고 있다. 상당 부분이 공공 부문 일자리 늘리기다. 공공기관과 시중 은행에 대한 취업 부정 단죄도 그런 차원이다. 부정 취업의 몫을 정당한 청년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의욕적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 해결의 핵심 창구인 기업의 엇박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상반기 신규 채용은 답보 상태이거나 후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조사 기업 182개 가운데 17곳이 작년보다 적게 뽑는다. 5곳은 아예 뽑지 않겠다고 했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6곳에 불과했다. 80곳은 채용 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의지와는 다르다. 주의 깊게 볼 것은 신규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다. ‘회사가 어렵다’(25.9%)거나 ‘국내외 여건이 안 좋다’(20%)는 이유는 딱히 특별할 게 없다. 대신 예년에 없던 이유가 생겼다. ‘통상임금ㆍ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이 증가해서’(14.2%)다. 기업들의 요구 사항도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12.1%)가 아니라 ‘기업 활동을 위한 환경 조성’(63.2%), ‘고용증가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강화’(47.8%)에 집중돼 있다. 추론하면 답이 보인다. 지금 정부의 일자리 증가 정책은 기업에는 일자리 감소 정책인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친 노동 정책이 기업에는 채용 여력의 박탈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새삼스레 강조하고 나설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일자리 정책 ‘미스매치’는 계속 지적됐다. 그러던 것이 이번 조사 결과로 통계화되고 상반기 채용으로 현시화된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에게서 ‘나아진 게 없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예산 들여서 공무원 늘리는 정책은 옳지 않다. 기업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제라도 그 예산의 상당 부분을 기업으로 돌려야 한다. 직접 투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일자리 만드는 기업에 세제 혜택 늘리고, 임금 지원 늘리고, 경영 지원 늘려줘야 한다. 1차 추가경정예산에 일자리 예산도 4조원이나 포함됐다. 그 예산부터라도 투입구를 바꿔가야 한다.

[인천시론] 무위무불위와 정치

필자는 최근 노자가 던지는 33가지 질문과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무위무불위(無爲無不爲)’(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17.8)란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세계적인 도교 철학자 자오치광 교수가 미국 미네소타 칼턴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성균관대 이희옥 교수가 정리, 번역한 책이다. 67세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자오치광 교수의 마지막 유작으로 미국, 일본과 중국에서 출판돼 화제를 불러온 책이다. 노장사상은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도가철학을 말한다. 도가사상이라 하면 대개 무위자연을 떠올리게 되는데, 무위(無爲)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즉 무리해서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한 대로 사는 삶을 무위자연이라 한다. 해마다 세계 트렌드가 바뀌고 변화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자오치광의 이야기는 자칫 허무맹랑하다고 보일지 모른다. ‘무위무불위’의 영어식 표현은 ‘Do nothing & Do everything’이다. 즉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것’과 ‘무엇이든 행하는 것’의 합성어인 셈이다. 얼핏 보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깊은 뜻이 숨어 있다. 무위는 무엇인가를 애써 하지 않는 것으로 자연의 규칙에 순응하는 일종의 겸손인 반면 무불위는 자연스럽게 일이 일어나도록 좋은 습관을 들이는 과정으로 규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라고 설명한다. 이는 대중의 관심과 여론에 지나치게 민감해 설익은 정책을 추진하거나, 튀는 행동과 막말을 해서라도 주목받으려 하는 요즘 정치인과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뭔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기에 급급하거나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반대는커녕 눈치 보기 바쁘다. 요즘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일을 벌인다.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 무언가를 기획하고 준비가 되면 일단 터뜨리고 본다. 언론을 통하든 개인 SNS를 통하든. 일부 정치인은 SNS 중독증에 걸린 게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모든 현안에 대하여 해법을 요구받거나, 묻지도 않았는데 앞다투어 먼저 대안을 밝히기도 한다. 하지만 식상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반면 신중한 답변을 위해 즉답을 피하거나 고심하는 경우 정책적 역량이 부족하거나 심지어 무능한 정치인으로 매도당하는 분위기도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토론은 실종되고 ‘포퓰리즘이다, 아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판치는 세상이다. 최근 최저임금제 인상과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자기 측의 주장만 일방통행할 뿐, 생산적 토론이 아쉽다.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렵다.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변화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그대로 있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자는 생선을 굽듯이 나라를 다스리라고 충고한다. 너무 자주 뒤집으면 생선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만 추구하거나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졸속 정책이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 모습을 그려보는 건 필자만의 바람일까?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천자춘추] 귀농귀촌, 그리고 리틀 포레스트

요즘 극장가에서 오랜만에 영화가 판타지, 폭력이나 멜로물이 아니라도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대부분 관객은 영화에서 나오는 도시생활에서 찌든 젊은 주인공들이 시골로 내려온 후 농촌생활 모습과 주변에 흔히 있는 재료로 스스로 만드는 음식, 그리고 이웃과 친구와의 관계에서 많은 안식을 느낀다고 말한다. 새로운 의미의 힐링과 편안함을 주는 그야말로 별천지의 판타지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장년층에게도 어린이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 영화에서 도시생활의 무의미하고 고달픈 모습이 편의점 삼각김밥과 도대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직장 생활로 대변되고 있다. 반면 시골생활은 시골집의 푸근함으로,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가진 것으로 만드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요리로 어머니의 모습과 같이 나타난다. 또한 항상 나의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로 나타난다. 그러나 때로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농사의 결과를 보기도 한다. 물론 실제의 농촌생활과는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미화된 부분이 있지만, 농촌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볼 수 있는 기회로, 일반 도시민에게 그리고 청년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로서의 농촌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되었다. 올 3월6일 방문한 세계 3대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다시 한번 농업의 미래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통일이 되면 한국과 한국농업은 세계 최고의 투자처가 될 것”이라며 “미래에 필요한 인재는 주식 전문가가 아니라 트랙터 전문가로, 부자가 되고 싶다면 농민이 돼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청년들이 생활의 도피처로 생각한다면 농촌은 더욱 힘든 곳이며, 쉽게 역귀촌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귀농, 귀촌은 정부의 생활지원금 보조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삶이 미래의 밝은 전망을 보여 주어야 하고 그 길로 안내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 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는 작년에 이어 대학과 청소년에게 새로운 농업을 소개한 ‘청년팜발전소’를 한층 업그레이드하여 청년들에게 농업분야 진출과 창업농의 기회를 직접 부여하기로 하였으며, 대학생들의 진로 고민과 미래의 4차 산업으로서 농업을 미리 보여주는 기회를 준비 중이다. 우리의 젊은이에게 본인의 삶을 도망치는 귀농, 귀촌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으로서의 귀농, 귀촌을 강력하게 추천해 본다. 서재형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

[기고] 윤식당 가라치코 마을에는 있고 우리에게 없는 것

‘보는 것 자체가 힐링’ 스페인 남부의 작은 섬 가라치코 마을에서 한식당을 열고 운영하는 이야기로 금요일 저녁, 바쁜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 요즘 예능에서 흔히 보는 자극적인 소재나 설정도 없지만 ‘한 번쯤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우리의 로망을 담아서 일까.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에 푹 빠진 시청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화면 속 가라치코 마을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마을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다.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동네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거리에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서 훈훈한 정이 넘친다. 예전에는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 생활이 익숙한 우리 세대는 요즘 옆집,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여러 번 사회를 흔들었다. 특히 지난해 친부와 내연녀의 무차별 학대로 숨진 ‘고준희 양 암매장 사건’의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준희 양이 고통 속에 숨져가는 동안 ‘과연 우리는 무얼 했나?’라는 반성을 해보게 된다. 준희 양이 차가운 주검으로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 분명 여러 번 보냈을 안타까운 신호를 우리는 알아챘어야 했다. 준희 양의 아버지는 경찰조사에서 ‘훈육 차원의 체벌’이었으며 학대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아동학대 가해자의 상당수는 이렇듯 ‘훈육’의 명목으로 폭행을 정당화한다. 아동학대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체벌에 대해서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릴 수도 있지’, ‘내 훈육방식인데 무슨 참견이냐’라는 인식이 여전해 학대와 체벌의 경계가 사실상 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1979년 세계 최초로 아동학대법을 제정한 스웨덴의 경우는 아동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체벌을 가하면 처벌받는다. 엉덩이를 때리는 등의 훈육 과정뿐 아니라 어른이 분에 못 이겨 아이에게 욕설을 해도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는다. 아동학대의 신고체계도 간소해 지난 10년간 신고도 크게 늘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의 체벌인 경우가 많다.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자는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학대의 80%가 부모에 의해 이뤄진다. 따라서 피해 아동에 의한 직접적인 신고는 사실상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이웃들의 관심이다. 경기남부경찰청에서는 학대받는 아동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든든한 지원자가 될 수 있도록 주변에 따뜻한 관심을 갖자는 ‘우리아이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우리아이캠페인 노란 배지에 적힌 문구다. 다시는 제2ㆍ3의 준희 양이 생기지 않도록 ‘남의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라는 인식의 변화,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과 같은 훈훈한 이웃 간의 관심으로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유현주 안양동안경찰서 경무계 경사

[삶과 종교]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보내며

2018년 부활주일은 4월1일입니다. 왜 부활주일은 해마다 바뀌는지 궁금한 분들이 계실 겁니다. 부활주일은 매해 춘분 후 첫 보름 발생 후의 주일로 정하여 지키고 있습니다. 부활절을 맞이하기 전에 사순절(Lent)은 대속 사역을 이루시기 위해 그리스도가 겪으신 고난과 부활을 기억하기 위한 것으로, 부활절 전 주일을 뺀 40일을 경건하게 지내는 기간을 말합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날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AD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처음 결정됐습니다. 사순절 기간은 개인적으로 주님과 깊은 교제를 통해 은혜를 체험하는 축복된 시간입니다. 사순절의 마지막 한 주에 해당하는 고난주간(Holy Passion Week)은 그리스도께서 예루살렘 성으로 입성하신 종려주일부터 부활주일 전 토요일까지를 말하는데 대속 사역을 이루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셔서 고난 받으심을 기리는 사순절 가운데서도 그리스도께서 대적들에게 잡혀 십자가에서 죽으시며 장사 되신 것을 묵상하는 주간입니다.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의 절정기인 고난주간에 교회에서는 새벽기도와 금식이 시행되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교회에서는 사순절 기간에 경건의 유익을 위해 금식하며, 마태의 수난곡 같은 경건한 음악을 들으며 각자가 좋아하는 커피나 초콜릿을 먹지 않는다든지 오락을 자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순절 동안 특별히 금요일에 붉은색 육류 섭취를 피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서양에서는 이 기간에 생선과 감자튀김(Fish & Chips) 가게들이 호황을 누리기도 합니다. 이 기간 동안에 무엇을 안 먹거나 무엇을 안 하는 것이 초점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고난과 낮아지심과 십자가에서 대속 제물이 되신 헌신을 기억하며 그 분의 삶을 닮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야 합니다. 2018년 부활주일을 맞이하면서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통해 어떤 은혜를 체험하게 될 것인지 올해도 기대가 됩니다. 제 막내아들이 어렸을 때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주일 저녁에 TV 화면에 ‘NO TV, NO GAME’이라고 써 붙여놓고는 일주일 동안 보고싶은 만화영화와 닌텐도 게임을 하지 않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요즘 우리는 핸드폰과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일 미디어가 공급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젠가부터 고난주간이 되면 교회 청년들 사이에서 미디어 금식을 선포하는 친구들을 보게 됩니다. 눈 뜨면서 핸드폰 켜고 E-메일 체크하고 인터넷 신문 검색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기 위해 단 며칠이라도 미디어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통해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놀라운 은혜가 이번 사순절과 고난주간 중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장사한 지 사흘 만에 살아나셨습니다. “그가 여기 계시지 않고 그가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 와서 그가 누우셨던 곳을 보라”(마태복음 28장 6절) 이세봉 목사·한국소년보호협회 사무총장

[3보] 평택의 중학교 ‘성희롱 논란 교사’ 자필 사과문, “진심으로 사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각계로 번지는 가운데 경기도내 중학교까지 미투가 확산되고 있다. 평택의 한 중ㆍ고등학교에서 교사 11명이 성희롱 및 성추행과 관련해 무더기로 수사의뢰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다. 20일 경기도교육청과 평택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페이스북 ‘스쿨 미투(학창시절 성폭력 피해 고발)’에 ‘가해자는 여전히 활동 중, 잘못이라는 것은 알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A교사가 등을 쓰다듬고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에 시달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A교사가 ‘너 같은 딸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나는 널 이렇게 사랑해주고 예뻐해주는데 자기는 사랑하지 않냐’”는 등의 상습적인 성희롱 발언과 함께 “위로하는 척 하면서 억지로 손을 잡고 엉덩이 쪽으로 손이 내려갔다”고 털어왔다. 이어 “제발 이번 일로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A교사에 이어 같은 학교 B교사도 최근 수업시간에 성희롱 발언 논란이 일자 B교사는 지난 18일 자필 사과문을 통해 “저의 부주의하고 불쾌감을 주는 언행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제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더라도 당사자가 불쾌감을 느끼면 그것이 성추행ㆍ성희롱임을 명심하고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학교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A교사 직위해제, B교사를 수업 배제 조치했다. 같은 학교에서 교사들의 성희롱 및 성추행 논란이 잇따르자 학교 측은 경찰과 함께 지난 19~20일 양일간 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해 전수 조사를 실시해 중학교 교사 6명, 고등학교 교사 5명 등 총 11명을 평택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평택경찰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평택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의 세 차례에 걸친 조사 결과 A교사의 경우 평소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손을 잡는 등 성추행 의심 소지가 될 수 있는 점을 확인했다”며 “학교 측이 현재 A, B교사 등 교사 11명을 수사의뢰한 것으로 파악됐고 아직 피해 학생 규모는 정확하지 않다. 경찰조사가 적법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하고 향후 학교 수사결과 통보서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미투 제보를 예의주시하면서 21일 현장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평택=최해영ㆍ강현숙 기자

[6·13 물밑현장] 이재명, 캐치프레이즈 공모… 경선레이스 돌입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유권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내세우며 더불어민주당 차기 경기도지사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 전 시장은 20일 오전 자신의 SNS에 ‘의견 구합니다. 선거사무실 현수막 문구 어떤게 좋을까요?’라는 글을 올려 일명 ‘캐치프레이즈’ 공모에 나섰다. 제시된 문구는 ▲이제, 경기도! 1. 이재명 ▲새로운 경기도 이제, 이재명 1 ▲경기도 대개혁 1. 이재명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 1. 이재명 등 4가지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서 각각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 전 시장이 통상 후보의 가치와 정책 등을 집약적으로 담아내며 유권자들을 사로잡는 중요한 도구인 선거 현수막 문구를 공개 공모로 진행하자 지지자는 물론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 전 시장 측은 “통상 선거 현수막에 쓰이는 캐치프레이즈는 후보나 캠프가 일방적으로 콘셉트를 정해 유권자에게 전달하는데 기존 방식과 달리 유권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하고자 공모를 진행하게 됐다”며 “많은 의견을 수렴해 이재명의 정체성과 경기도의 현안을 담아낼 수 있는 문구를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현재 이 전 시장의 트위터에서는 5천224명이 투표에 참여하는 등 열띤 반응을 얻고 있다. 투표 기한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 주 내로 최종 캐치프레이즈가 공개될 전망이다. 한진경기자

한국GM 노사 ‘싸늘한 시선’… 임단협 이견만 확인 ‘평행선’

한국GM 노사협상이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해 지역사회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경영비용 절감을 위한 복리후생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노조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한국GM 등에 따르면 노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45분간 부평공장에서 2018년 임금단체협상 5차 교섭을 실시했다. 그러나 교섭은 노조가 최근 마련한 자체 교섭안을 설명하는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측은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미래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신차배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차기 교섭에서 제시할 것을 사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또 사측이 ‘11일 안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사내 소식지 발행사실에 대해 항의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산업은행 경영 실사 일정때문에 이 같은 기한을 정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노조는 올해 임금인상과 지난해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교섭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약 1천500억원 수준의 복리후생비 삭감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제시하지 않아 사실상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노사 교섭과정에서 복리후생비 삭감 여부가 쟁점화 돼 교섭 자체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일반회사보다 상당히 높은 복리후생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노조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부산 해운대구갑)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GM 노조가 명절 수당·학자금을 그대로 지급하고 1인당 3천만원 이상의 주식배당을 요구했다고 한다”며 “망해가는 회사의 노조가 할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회사에 국민 세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도 복리후생비 삭감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국GM 노조에 대한 비판의견이 잇달아 게제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어찌됐든 한국GM노사 협의가 잘 마무리돼 인천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길 바란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양광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