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들이 받는 화재진압수당이 23년째 동결되며 8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들의 순직이 잇따르는 등 피해가 막심한 만큼 현실적인 수당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소방청에 따르면 화재진압수당은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들을 위한 수당으로 화재 진압대원들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이다. 경기도의 경우 8천800여명의 소방관들이 화재진압수당을 받고 있다. 매년 수천건의 다양한 유형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방관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지만 화재진압수당은 23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화재진압수당은 지난 1990년 월 4만원으로 신설됐는데, 이후 지난 2001년 월 8만원으로 인상된 후 현재까지 동결된 상태다. 그 사이 경기도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2019년 9천421건, 2020년 8천920건, 2021년 8천169건, 2022년 8천604건, 지난해 8천202건으로 매년 8천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만 해도 5천95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화재진압수당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도내 한 소방관은 “월 8만원이라는 화재진압수당을 받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금액”이라며 “화재진압수당이 20년 넘게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소방관들의 근무 현실이 열악하다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지난 2019년 수당 현실화에 대한 꾸준한 요구로 소방청이 화재진압수당을 월 8만원에서 월 18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지자체 예산 문제로 인해 무산됐었다. 올해 역시 지난 1월 경북 문경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이 발생, 위험수당과 함께 화재진압수당 인상 추진이 언급됐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 현장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화재진압수당 인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현재 관계부처에 화재진압수당 인상안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이 7일 오전 남쪽으로 쓰레기 풍선을 날려 보냈다. 지난 4일에 이어 사흘 만이다. 북한은 이번까지 포함, 모두 25차례에 걸쳐 남쪽으로 풍선을 보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대남 쓰레기 풍선을 다시 부양 중으로 풍향을 고려하면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고, 떨어진 풍선은 접촉하지 말고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밝혔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이날 오전 5시47분, 5시49분께 각각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전파했다.
월요일인 7일 새벽부터 아침 사이 경기북동부에 가시거리 200m 미만의 짙은 안개가 끼며 일교차가 크게 벌어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 아침 최저기온은 10~18도, 낮 최고기온은 20~23도를 기록한다. 아침 기온은 평년(8~15도)보다 조금 높지만 경기북부와 동부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내외로 크다. 급격한 기온변화로 인한 건강관리와 농작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지역별 기온 분포를 보면 ▲수원 14~23도 ▲과천·의왕 15~22도 ▲이천 13~23도 ▲의정부 12~23도 ▲연천 10~21도 ▲김포 12~23도 ▲인천 15~21도 등이다. 하늘은 가끔 구름이 많다. 오후부터 다음날 오전 사이 서해5도, 서해중부먼바다는 바람이 각각 45㎞/h(12m/s), 20~45㎞/h(6~12m/s)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다. 아울러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대기질이 대체로 ‘보통’ 수준이지만 인천은 오전에, 서울·경기도는 오후에 미세먼지 농도가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중이 가감 없이 드러난 일정이었다. 전직 대통령이 경기도청을 방문한 것이 처음이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한 방문이라는 점도 무게감을 더했다. 도지사 집무실에서의 환담도 40여분간 진행됐다. 문 전 대통령 부부와 김동연 경기지사 부부가 함께 산책도 했다. 수원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광교호수공원 주변이었다. ‘행복한 경기도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듭니다’라고 적은 방명록도 눈길을 끈다. 의중의 공개다. 이런 상황을 보고도 중의적 표현에 숨어야 할까. 그 흔한 ‘정치적 해석 금지’라는 당부도 없었다. 언론과 시민들 앞에 보란 듯이 시연한 이벤트다. 문재인의 김동연 선택이다. 그동안 김 지사는 친문에 대한 구애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도지사 취임 이후 평산마을을 세 차례나 방문했다. 매번 ‘큰 역할 당부’ 등의 워딩을 스스로 공개하곤 했다. 민선 8기 후반기에는 전해철(도정자문위원장)·강민석(도 대변인) 등 친문을 기용했다. 여기에 답이다. 문 전 대통령 방문의 직접 동기는 ‘10·4 남북정상선언 제17주년 기념식 및 2024년도 한반도 평화 주간 폐막식’ 참석이다. 이 행사에서 최근 남북 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축사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예민하게 보이는 정치적 시기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1월 위기설’이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무죄·유죄, 벌금형·징역형이 갈리게 된다. 무거운 형을 전제로 하는 ‘위기설’이다. 그 코앞 만남이다. 현 민주당은 사실상 이재명 1인 지배 체제다. ‘11월 위기설’을 입에 담는 것조차 조심하는 분위기다. 이런 속에서 김동연 지사의 행보는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대표적인 게 ‘이재명 복지’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방송에 출연해 “13조가 하늘서 떨어지나”, “25만원법 반대한다”고 말했다. 국민 지원금 13조원에 대한 소신이자 반대다. 정치권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김 지사가 정치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까지 했다. 추측도 여럿 나돌았다. 그중 이런 얘기도 있다. ‘김 지사 측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치명적 판결이 선고될 것이라는 정보를 권력 주변으로부터 접한 것 같다’. 도내 민주당 쪽에서도 흘러나오는 얘기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만큼 김 지사 주장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때 문 전 대통령이 동부인해서 김 지사를 방문했다. 거침 없는 친분 과시, 함의 가득한 방명록 등을 남겼다. ‘이재명 11월’에 대비되는 ‘문재인·김동연 10월’ 아닌가. 누가 봐도 그렇다.
장애인 10명 중 9명이 구직 의사마저 포기하고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고용개발원이 지난해 하반기에 행한 조사 결과인 ‘2023년 하반기 장애인 경제활동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것은 1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들이 구직 의사가 없다는 이유는 다양하다. ‘애매한 소득으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배제 우려’, ‘취업기관·기업이 제한적이라 노력해도 무의미해서’ 등 이유를 들고 있다. 이들이 사회적·경제적 독립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을 꿈꾸고 있지만, 고용된 공공기관·기업에서 당하는 차별 때문에 직장을 떠나게 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해 지난 1991년부터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는 취업에 어려움이 많은 장애인들의 고용 촉진을 위해 직원이 50명 이상인 기업·공공기관은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2024년의 경우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은 공공기관 3.8%, 민간기업 3.1%이다. 이러한 의무조항이 법에 규정돼 있음에도 공공기관은 의무규정을 가까스로 맞추고 있으나, 기업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2.99%이다. 장애인들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지 못할 경우 고용부담금을 내고 있다. 동시에 의무고용 이상을 고용한 사업주에게는 초과인원에 대해 장려금을 주는 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나, 상당수 기업은 의무고용을 채우지 못해 부담금을 낸다. 특히 경기지역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채우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기업’ 현황에 의하면 전체 대상 기업 5곳 중 1곳인 21.7%가 경기지역 소재 기업이다. 이들 기업들은 의무고용을 이행하면 법인세 감면, 장려금 지급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있음에도 고용부담금을 내는 것이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 낫다는 것이다. 경기지역에는 지난해 기준 58만6천421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이는 전국 장애인의 22%에 달하는 비중으로 최대이며, 이 중 생산가능연령(15~64세)으로 볼 수 있는 ‘만 15세 이상 인구’가 56만7천여명이다. 전국에서 기업이 가장 많은 경기지역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기업들은 환경·사회·투명경영(ESG)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투철한 인식 변화를 통해 장애인 의무고용을 확대하기 바란다.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 세상에 도(道)를 넘치게 해 널리 골고루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국가권력이나 통치행위의 최종 가치가 인간의 행복이다. 그 수칙은 다음과 같이 도출할 수 있다. ①정명인민(定命人民: 필비능치·必備能治, 유비무환·有備無患에 철저하며 잘 다스려 백성의 목숨을 안전하게 보살핌)은 국방과 백성의 안전 보장과 삶의 질을 높이는 체제다. 나라가 없으면 백성은 보호 주체가 없는 유랑민이 된다. 이는 국가와 백성의 안전 보장과 정치·사회적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공권력의 신속 정확한 행사를 요구한다. ②지속적인 인적자본의 축적이다. 인적자본의 경제적 정의는 기회를 인식하고 포착하며 성취하는 능력이다. 즉, 정보를 획득하고 소화하는 능력 및 어떤 경제적 목표를 성취하는 사람의 역량으로 전인교육이 요구된다. ③기업가(起業家)정신은 이윤 창출 기회의 발견과 개척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혁신·창조·생산적이 되는 학습 과정이다. 기업가는 혁신을 통해 부를 창조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늘 학습하고 도전하는 과정에 있다. 아무도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발견·발명할 것인가를 모르므로 시장에서 모두가 최상의 역량으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각자의 발상을 시도하면 누군가의 혁신 성공을 모방해 자유경쟁 시장체제의 진정한 이점이 돼 시장에서 기업 혁신과 경제발전이 더 빠르고 활발해진다. ④친소무별(親疎無別·더불어 살고 사귐에 친하고 멀리하는 구별이 없음)은 공동운명체정신을 바탕으로 연고주의나 소선(小善)에 끌리지 않고 대선(大善)을 행하는 것이다. ⑤상하무등(上下無等·지위가 높고 낮음에 차별이 없음)과 남녀평권(男女平權·남녀의 권리가 평등함)이다. 전자는 상하관계를 지시·명령 복종 관계가 아니라 유기적 분업 관계로 인식한다. 후자는 남녀의 특성과 권리를 상호 존중해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가지런할 제(齊)처럼 남녀 특성에 맞게 대우하는 것이다. ⑥노소분역(老少分役)은 노인과 젊은이의 소임과 역할을 분담해 자질과 역량에 따라 분업하는 것이다. 소년은 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찾아내 훌륭한 인재가 돼 창의력을 발휘해 각자의 소중한 꿈을 이루고 노인은 한계생산물이 영인 무용지물이 아니라 경험의 보고이자 지혜의 샘이며 사회의 큰 자산이다. 지름길을 아는 원로와 패기 넘치는 청장년층의 조화와 협동은 국력 극대화의 주요 변수다. ⑦수무법규호령 자성화락순리(雖無法規號令 自成和樂循理)는 비록 법령은 없으나 백성 스스로 화평과 안락을 누리며 도리에 따르는 것으로 승자독식, 약육강식, 무한경쟁은 홍익인간에 배치된다. ⑧거기병이해기원 부기경이제기약 일무감차불이자(去其病而解其寃 扶其傾而濟其弱 一無憾且怫怫異者·병을 제거하고 원한을 풀어주며, 다친 자를 돕고 기우는 사람과 약자를 구제하니, 원한을 품거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저지르는 자가 한 사람도 없음)는 선정의 목표이자 결과이며 현대 복지행정의 귀감이라 하겠다. ⑨선공후사(先公後私)해 이익을 보면 의를 생각하도록(견리사의·見利思義) 위부터 수범을 보이게 해 견리망의(見利忘義·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음), 빙공영사(憑公營私·공사를 빙자해 사리를 도모함)가 없는 풍토를 조성한다. ⑩대동귀일(大同歸一)은 모두가 대동단결해 백성이 한마음 한뜻이 되게 하며 불언화행(不言化行)은 법과 명령이 없어도 스스로 교화(敎化)되도록 대동사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한 환국오훈(桓國五訓)은 성신불위(誠信不僞·정성과 믿음으로 거짓이 없도록 함), 경근불태(敬謹不怠·공경 근면해 게으르지 않도록 함), 효순불위(孝順不違·효도하고 순종해 거역하지 않음), 염의불음(廉義不淫·청렴하고 의를 지켜 음란하지 않음). 겸화불투(謙和不鬪·겸양하고 화평해 다툼이 없음)다. 홍익인간 수칙은 국가와 국민의 안정 보장과 인적자본 축적으로 능력에 따른 분업과 대우를 강조해 계층 간의 이해 상충으로 인한 사회적 마찰로 야기된 부적합한 정책이나 정치적 불안을 제거하려는 국민 통합과 맥을 같이하므로 이의 실천은 일류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설레니. 어느 날 스쳤던 말에 새삼 설렌다. 두 청춘의 대화가 날아든 것은 막 우산을 펴는 순간이었다. 친구의 답은. 나도 모르게 쫑긋 커지는 눈귀를 얼른 돌렸다. 지나는 대화에 덩달아 설레는 기분이라니, 마침 문학 강의를 마친 가을 오후라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오다 말다 하는 빗발에도 설렘이 묻었는지 파문이 내내 번졌다. 그들은 그 오후의 설렘을 어떻게 펼쳐 놀았을까. 신선했던 설렘이 문득 떠오른 것은 아무래도 가을하늘 탓이지 싶다. 사실 우리네 일상에서는 설렘이랄 것이 많지 않다. 아니 설렘의 감정을 자주 갖기 어렵다고 할까. 일과 사람과 장소의 규칙적 반복, 그게 현대인의 평범한 나날이니 말이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쌓여 일생이 된다. 별다른 무엇을 찾아 나서지 않는 한 어제와 별다르지 않은 오늘을 감내하듯 살아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일상이라는 반복의 지루함을 견디는 것도 일종의 수행인 셈이다. 어쩌다 예기치 않은 사고나 시련이 닥치면 그때서야 지루해 몸을 뒤틀던 일상의 반복도 고맙고 소중하게 받들긴 한다. 그러다 일상을 되찾으면 그 안온함에 안도하면서도 금세 또 지루함에 뒤척이기 십상이지만. 설렘은 들떠 두근거리는 것. 그런 감정의 발현은 가슴을 뛰게 하고 감각의 각질을 떼어내 준다. 아무 두근거림도 없는 지루함으로 자신을 갉아 먹히는 느낌에 들뜨는 균열을 내주는 것이다. 그러니 더 무기력해지기 전에 소소한 설렘이라도 변화를 찾고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잠시라도 지루함을 깨는 설렘을 찾고자 마음만 먹으면 큰 비용과 시간을 안 들이고도 가능한 게 많다. 그런 마음 자체가 두근댐의 시작이니 새로운 재미에 설렘의 감각까지 깨울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과 함께하는 세상이니 만남의 약속이 그럴 만하고 영화나 전시회 혹은 음악회 등도 설렘의 감각을 불러낼 좋은 시간을 준다. 그냥 어제와 다른 길이나 골목을 찾아 오늘의 산책을 해보는 것도 낯익은 대상과 새롭게 만나는 설렘을 즐길 수 있겠다. 오늘의 설렘은 하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너무너무 높푸른 날 누군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서정주)고 외친다면. 무슨 도발이라도 하듯 시구(詩句)를 던져 봐도 그리움 같은 감응이 일지 않는다면 감정이 무뎌진 것이다. 때로 무디다는 게 편한 면도 있겠지만 대부분 무딤은 감수성이 굳어 가는 징조다. 피부 각질이 두꺼워지고 귀가 어두워지듯 다른 감정이 무뎌지면 감각도 늙는 까닭이다. 세간의 변화에 무덤덤해지면서 생각마저 경직되면 자신의 삶 자체를 뒤처지게 만든다. 그럴수록 자신을 일으켜 어떤 일이나 대상 앞에서 새롭게 두근거릴 수 있도록 설렘의 감각을 찾아 즐겨야 한다. 나를 설레게 하는 것. 그렇고 그런 일상에 낯선 충격을 가하는 것. 그런 설렘을 찾아야 더 두근거리는 감정과 젊은 감각을 유지한다. 설렘을 자주 만들다 보면 자신이 찾아온 생의 가치를 더 많이 담아갈 수 있다. 설렘이야말로 자신을 새롭게 맑게 하는 감정의 다정한 여행이니 말이다. 오늘 아침의 하늘빛에 설렜다면 두근두근 맞이할 일이다.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설렘의 보석을 발견하고 내 앞의 나날에 더 눈부시게 새겨갈 테니.
뜻밖의 선물처럼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0월1일 국군의 날은 유엔 회원국이 1991년 제정한 ‘노인의 날’이기도 하다. 올해 서른네 번째로 열리는 노인의 날 행사는 ‘존엄하게 나이 들기: 노인 돌봄과 지원 체계 강화의 중요성’을 주제로 선정해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존엄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신체·정신적 건강 유지에 필요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 더불어 노인이 사회 안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하며 자기결정권이 존중되고 사생활 역시 보장돼야 한다. 노인을 둘러싼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과 제도, 성숙한 인식이 뒷받침돼야 존엄한 나이듦이 가능하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아이와 양육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처럼 존엄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 외에도 돌봄을 이용하는 사람과 돌봄 수행자 사이에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돌봄 이용자와 수행자 사이의 관계는 개인적 상호작용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에 대한 처우와 인식, 사회시스템이 관계의 질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 12시간 단위로 돌아가는 주야간 근무, 허드렛일로 치부되는 돌봄행위는 돌봄 제공자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비공식적인 ‘독박 돌봄’은 가족의 관계와 재정을 모두 무너뜨리기도 한다. 힘들고 지친 돌봄 수행자는 노인의 존엄성을 생각하기 어렵다. 밥을 국에 말아 마구 퍼 먹이는 행위나 휠체어에 11시간씩 묶어 두는 행태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존엄하게 나이 드는 것을 돕는 사람들의 존엄성은 보장받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존엄하게 나이 드는 것은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듯 한 사람이 존엄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우리 부모님과 내가 존엄하게 나이 들어갈 이 마을은 수많은 돌봄의 손길로 이뤄져 있다. 이제는 이들의 존엄을 생각할 때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곳이 많다. 중소 제조업, 농촌, 어촌 등의 3D(difficult·어렵고, dirty·더럽고, dangerous·위험한) 업종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은 상당히 크다. 저출생 고령화 속에 산업현장의 빈 일자리를 메우기 위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9월에는 과도한 육아 부담을 외국인 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해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했다. 이들 ‘필리핀 이모’는 서울시내 142곳 가정에 투입됐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은 공공돌봄 부족, 내국인 관리사 구인난, 높은 인건비 등의 문제 해소를 위해 시행됐다. 24~38세 필리핀 인력 중 현지 직업훈련원에서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정부 인증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에게 고용허가제가 적용되는 ‘E-9’ 비자를 부여해 국내 가정의 아동 돌봄 및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리핀 이모들은 영어가 유창하고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들에겐 국내 최저임금에 맞춘 시급과 4대보험을 보장하고 있다.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지난 3일로 시행 한 달을 맞았다. 그 사이 24가정이 중도에 취소하는 등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달 추석 연휴에는 가사관리사 2명이 숙소를 이탈해 돌아오지 않았는데, 4일 부산에서 붙잡혔다. 잠적 이유로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최저임금 적용을 둘러싼 잡음이 여전하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이용 가정이 지불하는 금액은 약 월 238만원이다. 30대 가구의 중위소득(509만원)의 절반에 가까워 이용자는 너무 비싸다고 하는데, 필리핀 이모들은 숙소비와 세금 등을 빼면 손에 쥐는 게 얼마 안 된다고 한다. 오후 10시로 돼 있는 숙소의 ‘통행금지’도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고용노동부가 뒤늦게 통금을 없애고, 한 달에 한 번 주던 임금을 격주로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외국인 가사관리사 1천200명이 추가로 들어온다고 밝혔다. 본사업 전에 시범사업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섬세하게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