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림자 ‘노인 장발장’… 고령자 ‘생계형 범죄’ 급증

경기침체로 생활필수품이나 의식주 마련을 위해 소액의 물품을 훔치는 고령자들의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인천에 사는 70대 남성 A씨는 이달 초 슈퍼마켓에서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등 6만 원 상당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들고 나오려다 주인에게 붙잡혔다. 그는 인근지역 쌀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생활해왔지만, 고령인데다 몸도 성치 않아 이마저도 매일 일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몇 푼 안 되는 연금으로 버텨오다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비슷한 시기, 60대 남성 B씨도 인천의 한 편의점에서 1천 원짜리 음료수 1개를 훔치다 주인에게 들켜 경찰에 넘겨졌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나이가 많은데다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지만, 너무 배가 고파 음료수를 훔쳤다”고 진술했다. B씨는 절도 혐의로 형사입건이 됐으나, 그의 딱한 처지를 알고 슈퍼마켓 업주가 처벌을 원치 않아 A씨는 즉결처분만 받는 선에서 잘 마무리가 됐다. 이 보다 앞선 지난해 12월에는 C씨(67)가 인천 남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양말과 속옷 등 5만 원 상당을 훔치다 붙잡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런 식으로 최근 들어 고령자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물건을 훔친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생계형 범죄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평가했다. 고령자들의 생계형 범죄가 규모나 금액 면에서 적고, 신고자 입장에서도 껄끄러워해 조용히 넘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구의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소소한 범죄까지 모두 경찰에 신고하다 보면 마트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지고 손님도 줄어들 수 있어, 경찰 신고보다는 자체 처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부평경찰서는 지난달 29일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를 열고 생계형 범죄 6건을 감경 처분해주기도 했다. 경미범죄 심사는 노약자와 장애인 등의 경미한 범죄사건을 심의해 형사범죄는 즉결심판청구로, 즉결심판사건은 훈방조치로 각각 감경해주는 조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선처를 통해 법 집행 신뢰도를 높이고 시민이 공감하는 치안을 벌이겠단 취지다. 경찰 관계자는 “고령자들의 생계형 범죄는 끊이질 않고 있지만, 생활이 어렵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결코 합리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준구기자

용인시 석성산 봉수터 긴급 발굴조사… 문화재 지정 추진

용인시가 장기간 방치돼 급속도로 훼손이 진행되고 있는 석성산 봉수터에 대한 긴급 발굴조사에 나선다. 시는 국비 1억 원을 지원받아 처인구 포곡읍 마성리 석성산봉수터에 대해 다음 달부터 6월 말까지 긴급 발굴 조사한다고 12일 밝혔다. 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봉수대 복원과 문화재 지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석성산 봉수터는 조선시대 불을 피워 연기나 횃불을 올리던 아궁이와 굴뚝시설인 연조 5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다 무너져 흔적만 남아 있다. 봉졸(봉화를 담당했던 병사) 등 봉수 관리자들이 기거하던 건물의 초석과 기단, 높이 4m의 방호벽 1곳, 지름 1m의 우물 흔적 등이 남아있다.시는 이번 발굴을 통해 축조방법이나 규모 등을 파악, 석성산 봉수터의 고고학적ㆍ역사적 성격을 규명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문화유산에 대해 지금이라도 국비를 확보, 발굴에 나서게 돼 다행”이라며 “정밀하게 발굴, 처인성ㆍ할미산성 등과 함께 용인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보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한편, 석성산 봉수터는 ‘세종실록지리지’ 등에 기록이 남아 있어 조선시대 봉수 체제 연구에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발 472m의 석성산은 당시 주요 군사 요충지이자 교통로였던 탓에 산성과 봉수 등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용인=강한수ㆍ송승윤기자

소래포구 화재 ‘누전’ 가능성 커… 국과수 감식결과 직접 화인 규명 실패

인천 소래포구 화재사건의 원인은 ‘누전’일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의 원인이 ‘누전’으로 판단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12일 통보받았다. 발화점은 어시장 전체 4개 구역(가∼라) 좌판 중 가 구역의 한 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경찰이 확보한 어시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가장 먼저 연기가 피어오른 것으로 포착된 지점이다. 국과수와 경찰은 이 지점에서 불에 녹아 끊어진 전선 여러 개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누전으로 불이 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심한 연소로 직접적인 발화원인은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CCTV 영상 분석 결과, 화재 발생 당시 어시장에 통행자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방화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또 어시장 상인들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던 변압기와 전기배선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아 발화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경찰은 국과수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3차례에 걸쳐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시장은 물기가 많고 전기방석 등 전기제품을 사용하는 상인이 많아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날 가능성이 크다”며 “화재 원인이 누전으로 판단되는 만큼 어시장의 전기 안전관리 및 감독을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남동구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8일 발생한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는 좌판 220여 개와 좌판 인근 횟집 등 점포 20여 곳을 태워 소방서 추산 총 6억5천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김준구기자

대선후보 모두 “내년 지방선거때 개헌 국민투표”

‘5·9 대선’을 앞두고 개헌이 주요 아젠다로 급부상한 가운데 각 당 대선주자들은 12일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개헌 시기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 후보(고양갑)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개헌 의견청취를 위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이 같은 내용의 소신과 구상을 밝혔다. 문 후보는 개헌의 원칙으로 ▲국민중심 개헌 ▲분권과 협치의 개헌 ▲정치 혁신 등을 강조한 동시에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분권과 관련,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대체해야 한다”며 “제주도·세종시는 연방적 수준의 자치분권 시범지역으로 해야 한다.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자치국무회의’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안 후보는 ▲국민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강화 ▲권력구조 개편 등 3가지를 개헌의 방향으로 꼽았다. 특히 지방분권과 관련, 안 후보는 “무엇보다 지방정부에 입법권, 제정권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며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부분도 개헌에 명시해 국민투표를 거쳐 국민의사를 묻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권한축소형 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 모두 가능성을 열어 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심 후보는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해 “지방정부에 실질적인 자치입법권, 자치 재정권, 자치 조직권을 보장하는 지방분권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구체적으로 헌법에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고 중앙과 지방이 대등하고 수평적인 관계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면서 “입법권은 국회와 지방의회가 분점하는 것임을 명시해 자치입법권을 보장하고, 지방의 과세권 보장, 국가의 지방재정격차 해소 의무 명시 등 과감한 지방분권의 원칙이 명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사회경제적 권리를 강화하는 개헌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개헌 ▲국민주권시대를 여는 개헌 ▲지방분권 개헌 등을 개헌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다른 일정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행정권역을 개편해서 규제를 혁명적 수준으로 풀고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며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그동안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으며 개헌 시기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송우일ㆍ구윤모 기자

아파트 관리비 ‘비리커넥션’ 원천봉쇄… 주민분쟁 ‘해결사’

인천시가 아파트 주민 분쟁 해결과 관리비 비리 척결을 위해 ‘공동주택관리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12일 인천시에 따르면 공동주택 가운데 아파트의 주거 비중이 높아지면서 공동생활의 갈등으로 늘어나는 민원을 해결하고 관리비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공동주택관리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시는 이 사업 가운데 하나로 ‘찾아가는 민원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분쟁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 민원상담실은 공동체 활성화 분야 전문가와 주택관리사 등 민간전문가 및 공무원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구청과 아파트 단지 등을 방문해 공동주택 입주민과 관계자, 자생단체 임원 등을 대상으로 상담을 한다. 시는 민간 전문가들이 현장경험을 살린 상담을 진행해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아파트 주민들이 그동안 몰랐던 공동주택관리법 등의 내용을 알려 주민들이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시는 올해 관리비 비리 차단을 강화하기 위해 ‘관리실태 점검’ 대상 단지를 지난해보다 2배 늘려 8개 단지에 실시하기로 했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외부전문가가 점검해 법령을 위반한 아파트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경고 처분을 내린다. 시는 지난해 아파트 관리비리 유형 가운데 공사와 용역계약 부정, 입주자대표회의 부적정, 관리비 부정 운영 등 138건을 적발해 구를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시정조치를 내렸다. 시는 적발 유형을 사례집으로 발간해 입주자대표회와 각 동대표 운영회, 관리소장 등에게 직무교육을 시킬 예정이다. 시는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한 이 점검이 2015년에 적발건수가 줄어들었다고 언급하며 아파트 주민들에게 재발방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또 ‘우수관리 단지 선정 및 방문견학’을 추진하며 우수관리 단지 사례를 전파하기로 했다. 지난 5일에는 전국 최초로 ‘시민과 함께 하는 인천형 관리비 혁신 TF’를 출범시켰다. 입주민이 관리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한다. 시 관계자는 “공동주택 주민간의 분쟁을 줄이고 관리비 비리를 근절하는 과정에서 주민간 소통이 강화될 것”이라며 “인천만의 성공적인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백승재기자

7년 방치 ‘송도 투모로우시티’ 기지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준공 이후 수년째 방치된 송도국제도시 투모로우시티 운영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인천도시공사에서 인천경제청으로의 시설 이관과 상업시설 유치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12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7월 완공 후 부지 소유권 이전과 공사비 정산 관련 소송으로 수년째 방치된 투모로우시티 건물에 대한 활용방안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투모로우시티는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 E6-1 부지(연수구 송도동 93)에 대지면적 2만9천413㎡, 건축연면적 4만7천541㎡로 지어졌으며 비전센터(6층)와 환승센터(3층), 상가시설(2층), 주차장 370면 등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관련 소송 종결로 소유권이 인천도시공사로 이관된 이후, 인천경제청은 소유권을 도시공사로부터 넘겨받기 위한 사업비 정산 등 관련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음달 초 사업비 정산을 위한 회계용역이 마무리되면 양 기관은 소유권 이전협약을 체결하는 등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운영 정상화방안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인천경제청은 우선적으로 환승센터 기능을 위해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대교를 거치는 수도권 이외지역 고속버스 노선을 투모로우시티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되면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과의 환승 가능한 일종의 미니 고속터미널 역할을 할 수 있어 유동인구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가 최근 발표한 KTX 송도역 복합환승센터는 KTX 활용을 위한 인접지역 버스노선 연장이 핵심이다보니 역할 중복 논란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상가시설 및 비전센터에 대한 유치방안이 결정되지 않아 운영정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당초 이달 끝날 예정이던 투모로우시티 활성화방안 용역을 오는 6월초까지 연장했지만, 뚜렷한 수익시설 유치를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오는 9월로 예상된 운영 정상화 구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 인천경제청의 한 관계자는 “용역업체 측이 상권분석 등을 이유로 기간 연장을 요청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용역 결과를 반영한 정책결정을 통해 관리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양광범기자

[천자춘추] 정치인과 정치로봇

벚꽃경선 장미대선. 지금 대학 캠퍼스에는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화사하게 피고 있으며, 조마간 길거리의 벚꽃들도 화사하게 필 것 같다. 화사한 봄 날씨는 이제 계절의 여왕, 5월을 향해 가고 있으며, 각 정당의 대선주자로 결정된 대통령 후보자들도 5월 9일, 그 운명의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4월 30일 일요일, 5월 1일 근로자의 날, 5월 3일 석가탄신일, 5월 5일 어린이날, 5월 7일 일요일, 그리고 5월 9일 화요일,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날이다. 일주일 간의 황금 연휴가 끝나고 나서 누가 과연 장미의 왕관을 쓰게 될 것인가? 대통령 탄핵 이후에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국민들이 얼마나 선거에 참여할지도 관점 포인트이다. 사전을 보면 정치(政治)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로 정의되어 있으며, 이런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정치인(人)이라고 한다. 통상 올바른 정치철학을 갖고 국민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정치인을 정치가라고 한다면, 자신의 사리사욕과 영리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정치인을 정치꾼이라 하곤 한다. 우리가 투표할 때는 국민의 의견을 대변할 정치가를 원한다. 그렇다면 정책을 잘 평가하고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정치로봇이 있다면, 인간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나와서 정치를 하게 된다면, 국민들이 우려했던 대부분의 정치적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은 중요한 결정에 대한 정보파악, 증거분석, 대조·요약하고 다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추론의 근거를 마련한다. 또한 정치로봇은 쏟아져 나오는 뉴스, 정책 브리핑, 전문가 분석, 국민의 민원, 다양한 종류의 정량적 데이터 등을 포함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최적의 대안이나 대처 법안, 제도를 만들 수 있다. 현재 ‘로바마(Robama, 로봇과 오바마의 합성어)’라는 로봇이 정치인의 의사결정을 돕고 있으며, 그 다음 단계로 정치인의 의사결정을 대행할 AI 기반의 의사결정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정치로봇에 의한 미래 정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김두환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김종구 칼럼] 고오환 도의원의 解明, 그리고 常識

고오환 도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제 양심에 내 개인의 사익을 취한 적이 없습니다…문제가 되는 법곳동 285-○번지에 1996년도인가 그때…1,000평씩 매입을 했습니다…단 한 평도 아직 팔아 본 적이 없습니다…경기일보 기자가 이틀 동안 내 뒷조사를 했습니다…내가 명의신탁한 거 법적으로 재산 등록하면서 소명자료 다 냈습니다…의원이 사업이 개발되게 되면 땅이 있으면 그냥 전부 다 범법자가 됩니까.” 본회의장에서의 공개 발언이다. 경기일보 보도의 주어는 ‘모 도의원’이었다. 확정되지 않은 의혹 보도의 기본 수칙이다. 그 익명(匿名)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고 의원 스스로 1,300만 민의의 전당에서 공개했다. 구어체(口語體)의 발언을 문어체(文語體)로 옮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다시 ‘왜곡했다’는 불평이 올까 걱정이다. 그래서 재차 읽으며 정리한 녹취록의 취지는 이렇다. ‘땅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투기할 생각이 없었으며, 개발지 변경 추진은 소신이었다.’ 부동산 투기 논란을 보자. 문제의 ‘법곳동 땅’은 일산TV 사업부지 안에 있다. 사업이 추진되면 이 땅은 수용된다. 반대로 사업지가 옮겨가면 그대로 남는다. 사업부지 결정에 따라 땅 가치는 분명히 달라진다. 고 의원은 사업부지를 옮겨가라고 밀어붙였다. 의도했든 안 했든, 이 논리의 결론은 본인 토지가 수용되지 않는 쪽으로 끝난다. 어떻게 표현하더라도-투기 또는 투자 또는 관리- 재산 가치의 변동을 부르는 행위다. ‘의혹있다’고 봄이 상식 아닌가. 명의신탁 주장도 그렇다. 애초 법률적 용어는 아니다. 세금 회피나 소유 은폐를 위한 편법으로 쓰였다. 그래서 부동산실명법이 범죄로 규정했다. 더구나 공직자다. 재산 상황을 투명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고 의원은 21년 정치하면서 25년간 명의신탁을 해놨다. 그리고 하필 도시개발사업이 정해지기 한 달 전에 명의를 찾아갔다. 그 스스로도 “죄가 있으면 죄를 받을 거고…”라고 전제했다. 명의신탁에 당당할 수 없음을 밝힌 것 아닌가. 법관 회피 제도라는 게 있다. 법관이 스스로 재판을 피한다. ‘불공평한 재판을 할’ 우려 때문이 아니다. ‘불공평한 재판으로 보일’ 우려 때문이다. 이를테면 법관이 피고와 8촌 관계다. 그 사실을 숨기고 재판했다. 재판은 끝났고 피고가 이겼다. 이 사실을 후에 원고가 알았다. 틀림없이 불공평 의혹을 제기할 것이다. 법관의 양심과는 무관하게 오해는 사게 돼 있다. 그래서 법관이 스스로 그 재판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사법부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고 의원은 일산시민의 대변자다. 그 업무가 공정해야 함은 사법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에게도 필요했던 것이 ‘업무 회피’ 정신이다. 사업부지에 본인 땅이 포함돼 있으면 업무에서 손을 뗐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사업부지에 내 땅이 들어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는 최소한의 공지라도 하고 시작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했다. 땅 소유는 감추면서 사업 부지를 바꾸라고 밀어붙였다. 뒤늦게 사실을 안 경기일보가 폭로했다. 잘못인가. 고 의원은 경기도의회 윤리특별위원장이다. 대단히 의미 있는 직책이다. 도의원의 자격, 윤리, 징계를 총괄하는 의회 내 판관(判官)의 자리다. 취임 초 언론에 이런 소감을 남겼다. “혹여 기준을 벗어난 발언이나 행동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의원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위엄한 잣대로 심사하겠다.” 도의원 윤리에 대한 소신으로 들린다. 그렇다면, 본인에게도 그렇게 적용해야 맞다. 공정하고 위엄 있는 잣대로 봐야 맞다. 지금 필요한 ‘공정하고 위엄 있는 잣대’는 이것이다. 석연찮은 명의신탁, 맞춘듯한 등기이전, 공감 없는 변경 압박, 밝히지 않은 땅 소유…. 하나도 상식적이지 않은 이 모든 의혹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을 상식에 기초한 다수로부터 받아 보는 것이다. 물론 이때의 판관은 옆자리에 앉은 동료의원들이 아니다. 혹은 일산시민이 될 것이고, 혹은 경기도민이 될 것이고, 혹은 검찰이 될 것이다. 김종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