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헌재 ‘밀당’ 선고문에…정치테마株 극심한 널뛰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이뤄진 10일 국내 증시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유력 대권주자들의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헌법재판소가 앞부분에서는 임면권 남용ㆍ언론자유 침해ㆍ세월호 등을 탄핵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뒤 뒷부분에서 탄핵사유를 명시한 형태로 판결문을 발표한 것도 관련 테마주 등락에 영향을 미쳤다. 선고문 낭독 초반에는 기각 가능성에 힘이 실려 박 전 대통령의 테마주가 힘을 받다가 인용 결정이 내려진 후반부에는 야권 주자들의 테마주가 급등했다. 10일 오전 12시 14분 현재 EG는 전 거래일 대비 11.72% 떨어진 8960원에 거래중이다. 박지만 씨가 지분 25.95%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이유에서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된다. 이 종목은 이날 ‘기각’에 베팅하는 투기수요가 몰리며 1만3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상승세를 보였지만, 헌재가 탄핵 인용을 결정하자 곧바로 급락, 한때 76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황교안 권한대행 테마주로 꼽히는 인터엠(-3.20%) 역시 같은 흐름을 보였다. 반대로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종목은 대체로 상승전환했다. 일례로 DSR은 전거래일 대비 10.76% 오른 1만5950원에 거래되고 있다. DSR은 대표이사이자 2대주주인 홍하종 씨가 문재인 전 대표와 경남고 동문으로 알려지면서 테마주에 편승했다. DSR제강(2.91%), 고려산업(-1.06%), 우리들제약(1.90%), 우리들휴브레인(-0.45%%) 등 ‘문재인 테마주’ 종목은 보다 복잡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들 종목은 헌재의 최종 주문이 발표되기 직전까지 약세를 보이다가 일제히 상승전환했지만 이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반납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야권 대선주자 테마주도 헌재 결정 직전까지 약세를 보이다가 헌재결정 직후 상승 전환하거나 이날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 ‘안희정 테마주’로는 테마주 백금T&A(7.87%) 에이텍(1.78%), 에이텍티앤(0.45%) 등을 비롯해 ‘이재명 테마주’ 정다운(0.18%) 등이 이 같은 흐름을 보였다. 다만 야권 주자 가운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관련주로 분류되는 안랩(-1.49%)은 다른 야권 인사들의 테마주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안랩은 이날 오전 약세를 나타내다가 헌재의 주문 낭독이 시작된 후 보합, 헌재의 인용결정 이후에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사드 보복 내성 생겼나… 피해株 일제히 반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려로 피해를 입었던 종목들이 일제히 반등세를 나타냈다. 관련 종목의 주가가 시장의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전문기관의 분석이 제기되면서 제자리를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국내 증시에서는 화장품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0.31% 오른 27만3000원에, 지주사인 아모레G는 3.56% 오른 11만65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LG생활건강도 2.92% 오른 80만8000원에 마감했다. 동시에 △한국화장품(3.62%) △한국콜마(2.65%) △한국콜마홀딩스(6.73%) △에이블씨엔씨(1.00%)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화장품주의 상승세는 현재 주가하락이 지나치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시장에서는 국내 화장품업종의 실적추정치를 하향하고 있는 분석기관조차도 ‘과매도 상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NH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화장품, 음식료, 호텔, 레저 관련주의 경우 단기 낙폭이 커서 저가 매수시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분석했고, 글로벌 금융기관인 CLSA도 “국내 화장품 업종이 장기적으로는 과매도 상태인 만큼, 앞으로 몇 주 동안 엄청난 매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슷한 현상은 게임주에서도 나타났다. 게임주는 지난 7일 중국 당국이 한국산 게임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는 소식으로 줄줄이 하락했다. 하지만 게임주가 실제 게임사들의 실적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고, 이튿날 곧바로 반등했다. 중국의 동향에 극도로 민감해진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공포감에 휩쓸린 것이다. 마찬가지로 최근 약세를 보이던 항공주 역시 분석 보고서들이 나오면서 반등세를 보였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사드 보복 이슈가 전 섹터를 불문하고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자라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을 보고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투자자들이 가슴을 진정시키고 냉정하게 사태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역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따른 수혜종목도 생겨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종목은 마스크팩 전문업체 제이준이다. 한국 화장품의 통관절차가 강화되면서 온라인 역직구 사이트를 통한 매출이 확대될 것이란 논리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이준의 지난해 매출 기준을 보면 중화권 비중 80% 가량이고, 그 중에서도 온라인 비중이 90%에 달해 사드에 대한 우려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헌재 입에 주목하는 투자자… 국내 증시는 어디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판결이 국내 증시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를 놓고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탄핵 기각보다는 인용이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 판결일인 10일 오전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하락 출발한 후 2080선 후반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2091.06)보다 2.39포인트(0.11%) 내린 2088.67로 출발했으며 탄핵심판 선고를 시작하는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8포인트(0.07%) 오른 2092.94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판결에 따라 증시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선 인용 판결이 나올 경우 코스피지수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정권 교체 이슈는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단, 이번 경우의 경우 단기적 이슈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 리스크 완화가 어느 정도 시장에 이미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탄핵 인용 시 주가의 변화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탄핵이 기각될 경우, 단기적인 혼란을 야기하며 시장이 충격을 받을 전망이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게다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가까스로 자리를 지킨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 심화되면 투자심리도 약해지면서 하락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될 우려가 크다는 것. 이 같은 경우 연말까지 증시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탄핵 이슈가 시장에 반영된 만큼,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탄핵과 관련된 정치적 이슈와 별개로 글로벌 경제 현황에 따른 변동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국과 미국이 우리 수출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IT, 자동차 등 핵심 수출 종목의 기업가치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장은 “현재 우리 증시는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성장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향후 증시 방향성의 상승 강도는 세계 경제 성장 속도 및 방향과 일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13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당시… 증시 움직임은 "소폭 하락 후 우상향"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불과 몇시간 앞둔 가운데, 국내 증시에 한바탕 회오리가 휘몰아칠 지 이목이 집중된다. 그렇다면,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당시 증시 상황은 어땠을까. 노 전 대통령의 탄핵 건 당시, 코스피 주가는 5월 14일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나기까지 지속 하락했다. 2004년 1월 2일 821.26포인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5개월가량이 지난 탄핵심판 선고 당일 768.46포인트까지 밀렸다. 2004년 3월 12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날 코스피 지수는 881.17에서 860.53으로 2.34% 하락했다. 이후 탄핵심판 선고 당일인 5월 14일 코스피지수는 -2.74%를 기록했으며, 그 다음 거래일인 같은달 17일에는 -5.14% 를 기록하면서 728.9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기각 결정 이후 꾸준히 회복해 2015년 코스피지수는 877.52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기각 결정 이후 국내 증시는 중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이어간 것.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시는 헌법재판소 선고가 기각될 것이라고 대부분 인지된 상황이었던 만큼,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면서 "더불어 당시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정치적 이슈 등 대외 변수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면서 증시가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건은 당시보다 불확실성 측면에서 더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100조 원을 돌파하고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인 만큼, 정치적 변수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