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정유년 무사안녕 기원" 해맞이 행사 풍성

제주에서도 성산일출봉과 한라산 등 도내 일출 명소 곳곳에서 정유년 첫 해를 감상하며 새해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제주도 동쪽 끝 성산일출봉 일대에서는 오는 30일부터 새해 첫날까지 사흘간 '찬란한 성산의 아침, 나를 비추다'를 주제로 제24회 성산일출축제가 열린다.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 세계7대 자연경관, 한국생태관광 10선, 한국관광 50년 기네스 12선 등으로 빛나는 제주의 랜드마크 성산일출봉은 해돋이 광경이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에 새겨져 있을 정도로 장엄하기로 유명하다. 축제 첫날(30일)에는 버스를 타고 성산 10경을 돌아보는 마을 탐방과 일출봉 일대 세계지질공원 탐방, 제주 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해녀 물질 공연, 소망 풍등 날리기, 풍물 야시장 등이 운영된다.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오후 8시 개막 선언 전후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 뒤 올해를 30분 정도 남기고 신과 인간과 자연, 성산읍 14개 마을을 뜻하는 횃불이 주 무대에 등장한다. 이어 참석자들이 다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을 외친 뒤 새해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와 화려한 불꽃놀이, 소원 풍등 날리기, 새해맞이 강강술래가 잇따라 진행된다. 일출봉 정상에서 새해 첫 해를 감상하기 위한 등반은 일출을 앞둔 1월 1일 오전 5시 30분께 탐방로 입구에서 금줄 커팅을 한 뒤 시작된다. 등반 인원은 안전상의 이유로 1천500명으로 제한되며, 오전 6시부터 선착순 등반할 수 있다. 일출봉 정상에서는 일출기원제가 봉행되며, 새해 첫 햇살을 맞으며 성산일출봉 일대 바닷길을 걷는 행사도 진행된다. 해돋이 감상 후에는 대형 솥에 2017인분의 닭 떡국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한 뒤 다함께 떡국을 나눠 먹는다. (성산일출축제 홈페이지: http://www.sunrisefestival.kr)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도 '남한 최고봉' 한라산 정상에서 새해 첫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도록 1월 1일 하루 야간산행을 특별 허용한다. 1일 오전 0시부터 성판악·관음사 탐방로를 애용해 동능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다만 겨울 야간산행인 만큼 아이젠, 방한복, 스패츠, 장갑, 랜턴, 스틱, 고열량 간식 등 등산 장비와 비상 물품을 충분히 챙겨가야 하며 5인 이상 함께 해야 등산이 허용된다. 당일 대설경보가 발효되면 등산이 전면 통제되며, 대설주의보가 발령될 경우에는 현지 상황에 따라 진달래밭·삼각봉까지만 등산을 허용하는 등 부분적 통제가 이뤄진다. 오름과 해안 등 동네별 일출 명소에서도 읍·면·동별 해맞이 행사가 펼쳐진다. 제주시에서는 시청 광장에서 새해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제야의 용고타고 행사가 열린다. 제주시에서는 거문오름·별도봉·도두봉·원당봉·서우봉 등 오름에서, 서귀포시에서는 영주산·대록산·솔오름·성천봉·제지기오름·표선당케포구·게우지코지 등에서 새해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각 마을회·청년회·부녀회 등이 오름 등반, 따뜻한 차와 떡국 나눔, 무사 안녕 기원제, 소망 풍선·풍등 날리기 등 다양한 새해맞이 행사를 운영한다.연합뉴스

'수조원대 재산' 의혹받는 최순실…"있으면 국가 헌납"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최근 제기된 '10조원대 재산 보유'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규모 등을 추적 중이어서 재산 의혹의 진위는 결국 수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씨는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이런 의혹에 대해 "만약 그 정도의 재산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국가에 헌납하겠다"며 "원래 내 것이 아니니까 가질 게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재산 규모와 형성 과정 등을 둘러싸고 불거지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일부 언론은 최씨가 독일에 8천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것을 비롯해 유럽 각국에 최대 10조원의 차명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씨 측이 독일·스위스·영국·리히텐슈타인 등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수조원대 재산을 은닉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최씨 측은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헌납'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추적에 나선 가운데 최씨는 향후 수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그러나 최씨의 재산 추적을 위해 별도의 인력을 채용해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최씨의 숨겨진 재산 추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수사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재산 추적 경험이 많은 변호사 1명과 역외 탈세 조사에 밝은 국세청 간부 출신 1명을 특별수사관으로 채용해 국내외에 산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최씨 재산 조성 경위와 정확한 규모 등을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은 최씨의 부친인 최태민씨가 활동하던 시절부터 40여 년간의 재산 형성 과정을 전방위적으로 훑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씨 측과 박근혜 대통령 간 수상한 자금 거래가 있었는지 등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씨 일가의 전체적인 재산 규모를 비롯해 재산 형성 과정, 은닉 재산 유무 등이 드러날지 관심이다. 특검법에는 '최씨와 그 일가가 불법적으로 재산을 형성하고 은닉했다는 의혹'이 수사 대상으로 규정됐다. 최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에 50여 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24일에는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강남구 대치동 D 빌딩에 소환돼 다음 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다.연합뉴스

통합 경제과학진흥원도 ‘관피아 세상’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경기도과학기술진흥원이 통합 추진 과정에 정년 연장 및 대규모 승진을 검토하는 등 ‘돈 잔치’를 벌이려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본보 19일자1면)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예산을 줄이기 위해 ‘관피아’부터 척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양 기관이 통합하게 되면 통합기관에 근무하는 본부장급 인원 11명 중 5명이 ‘관피아’로 채워지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관피아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리직에 배치돼 있어 업무 중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만 한 해 6억 원에 달해 업무가 중복되는 관피아를 줄이고 그 임금을 통합에 필요한 예산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 급여만 줄어도 신규 인력(연봉 3천만 원) 20여 명을 채용할 수 있다. 25일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경기도과학기술진흥원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정년보다 일찍 퇴직한 후 이들 기관에 재취업한 소위 ‘관피아’로 불리는 간부 직원은 총 5명에 달한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의 경우 본부장급 직원 5명 중 2명이 ‘관피아’로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각각 채용됐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본부장급 직원 6명 중 절반인 3명이 ‘관피아’로 지난해 7월ㆍ11월, 올해 7월 차례로 채용됐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공무원 정년(만 60세)까지는 자리를 보전받는 조건으로 산하기관에 재취업한 것이어서 2년 계약으로 채용, 내년 출범하게 될 통합기관에 모두 함께 근무하게 된다. 결국 경기중기센터와 과기원이 통합해 출범하는 ‘경기경제과학진흥원’은 본부장급 직원 11명 중 절반가량이(5명) 관피아로 채워지는 기형적 구조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기관 안팎에서는 이번 기회에 관피아를 척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공공기관 통폐합의 명분이 ‘효율화’인 만큼 현재 대부분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피아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양 기관의 ‘경영관리본부장 은 직무는 물론 직함까지 똑같다. 또 이들 관피아들이 지급 받는 급여를 보면 연봉만 평균 약 1억원에 달하고 매달 70만 원 가량의 업무추진비도 지급되는 등 총 6억 원에 가까운 돈을 지급받고 있어 이들을 정리해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가 양 기관의 통합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으로 추정하고 있는 예산은 약 6억 원으로, 관피아를 정리하면 예산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도 인건비 상승분을 충당할 수도 있다. 여기에 관피아의 주된 업무가 경기도와의 소통ㆍ협상인데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에서 추진된 공공기관 통폐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기관이 통폐합되는 운명에 놓이면서 관피아를 바라보는 내부의 눈빛도 싸늘해 지고 있다. A기관의 한 직원은 “관피아들이 기관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나 생각해 봐야 한다. 기관이 이들을 채용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도 및 도의회와의 소통인데 결국 기관의 입장이 잘 전달되지 않으면서 통폐합까지 하게 된 것 아니냐”며 “기관을 통폐합하는 명분이 ‘효율화’인 만큼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피아부터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통합기관의 간부 직원 중 상당수가 퇴직 공무원들로 채워지게 돼 자칫 도민들에게 좋지 않게 비춰질 수 있다”며 “기관 통합 과정에서 공무원 출신 간부직원들에 대한 문제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아침을 열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들에게

매년 맞이하는 새해지만 어떤 새해를 맞이할지는 12월경에 결정된다. 특히 대학과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어떤 친구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학,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게 되어 한없이 즐거운 새해를 보내는 반면 어떤 친구들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좌절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런데 내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는지 여부와 원하는 직장을 얻었는지 여부는 향후 펼쳐질 이들의 삶의 행복에 대해 반드시 일관성 있는 인과관계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들 잘 알고 있는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는 사실 우리들에게 한번 쯤 생각해볼 만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거북이가 갖고 있는 ‘좌절극복 능력’에 주목해보라고 하고 싶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거북이는 토끼와의 말도 안 되는 경주에서 얼마나 좌절감을 느꼈을까?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제 갈 길을 감으로써 토끼가 경주 중에 잠시 쉬다가 잠들어 버리는 대운을 맞이하기도 하지 않는가.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토끼들이 있고 하필 이 토끼들은 가다가 쉬거나 졸지도 않는다. 이들은 달성해야 할 목표를 너무도 빨리 그것도 너무 쉽게 달성해 버리고는 아무것도 아닌 듯이 담담해 한다. 거북이가 해야 할 일은 토끼를 부러워하고 따라하려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자기의 방식대로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이다. 괜히 토끼를 따라하다가는 자신이 거북이인 것이 너무나 비참하고 한탄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비록 거북이의 성취는 토끼만큼 크고 멋지지는 않을 수 있으나 성취의 과정에서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기대한다면 거북이가 갖고 있는 태생적 능력의 한계가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일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현재 자신의 상태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재 잘 안된 것 같이 보이는 일이 시간이 지나면 정말 탁월한 선택일 수도 있다. 현재 자기에게 주어진 대학, 회사의 안락함에 너무 안주할 필요도 없고 너무 실망할 필요도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삶의 경주를 어떻게 채워나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우리 삶은 카레이싱이 아닌 관계로 좋은 자동차를 타고 최종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야만 우승하는 것이 아니다. 슬슬 걸어서 주변을 살펴보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늦게 목적지에 도착해도 괜찮다. 오히려 그 사이에 더 좋은 분들을 만나고 삶의 지혜가 쌓일 수도 있다. 나도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여행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발표를 하곤 했다. 그런데 “좀 돌아가더라도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주변도 쉬엄쉬엄 둘러보면서 깨닫는 것, 그게 여행 아닌가요?” 하던 어떤 교수님의 말씀에 여행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 대학이라는 곳에 있으면서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또 떠나보낸다. 이들이 열정을 잃지 말고 자신만의 꿈과 행복을 찾는 자신만의 삶의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 먼저 삶의 여행을 떠난 선배 거북이들 중 하나가 큰 박수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들의 앞날을 축복하고 싶다. 정남호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사설] 실망스러운 국회 청문회, 특단의 대책 필요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청문회가 지난 금요일까지 무려 5차에 걸쳐 개최되었다. 그러나 소위 ‘최순실 청문회’로 지칭되는 청문회가 제5차의 경우, 당사자인 최순실은 물론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안병근·이재만 등 핵심 증인은 출석하지 않아 맹탕 청문회가 되었다. 제5차 청문회는 증인을 18명이나 요청하였지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 조여옥 전 청와대 경호실 간호장교 2명만 출석하고 무려 16명이 불출석하였다. 불출석을 통보한 이들 16명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였지만 끝까지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나마 출석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조여옥 간호장교도 진상 규명을 위한 답변에 ‘모른다’ 등으로 일관하여 사실 규명을 하지 못하였다. 그동안 청문회 불출석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5차 청문회에는 출석하였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되어 국민이 기대했던 청문회가 되지 못하였다. 우전 민정수석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대부분 의혹에 대해서 전면 부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나는 할 일을 했다”는 식의 답변을 함으로서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최순실을 모른다고 하니, 과연 민정수석을 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이 얼마나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인가. 청문회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요인에는 청문회를 준비하는 국회의원들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철저한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질문을 준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보도된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는 진실 규명과는 거리가 먼 수준 이하의 질문을 하는 사례도 있는가 하면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내부에서도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 우선 청문회가 지금과 같이 부실하게 운영되지 않기 위하여 제도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증인 등에 대하여 더욱 강제력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설령 동행명령을 하더라도 강제력이 없으며, 이에 대한 제재는 미흡하다. 이는 지금까지 동행명령에 불응한 증인에 대한 고발이 거의 없었으며, 최근 30년간 동행명령 거부로 인한 국회 모욕죄로 고발된 건수는 총 24건이었고, 이 중 단 2건만 벌금형에 처한 것에서도 나타났다. 따라서 법을 개정해서라도 불출석 증인, 위증하는 증인에 대하여 단순한 벌금형이 아닌 엄격한 처벌이 요구된다. 청문회를 준비하는 국회의원들도 더욱 철저한 자료수집과 분석을 통해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벤트성 질문을 지양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한 사실에 입각한 질문을 통해 청문회의 수준을 격상시켜야 할 것이다.

[사설] 檢察, 대선 후보들 의혹에 신속하고 당당해져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비리의혹이 불거졌다. 반 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이던 2005년 5월 한남동 공관에서 20만 달러를 받았고, 2007년 초 총장 취임 후 축하 선물로 3만 달러를 건네받았다고 시사저널이 보도했다. SBS는 박 전 회장 비서의 다이어리에 반기문이라는 이름과 돈 액수-5만 달러-가 두 차례 등장한다고 추가 보도했다. 반 총장 측은 펄쩍 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반 총장에 대한 시사저널의 보도는 완전히 근거 없는 허위(completely false and groundless)”라면서 “시사저널 편집장에게 공문을 보내 사과와 기사 취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 예외 없이 유력 후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의혹(2002),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2007), 박근혜 후보의 최태민 의혹(2012)이 대표적 예다. 해당 선거에서 유권자의 관심이 컸던 매머드급 의혹들이었다. 여기서 그 의혹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의혹도 선거 전에 명쾌한 답이 내려진 적 없다. 그저 선거 속 난타전으로 버려졌다. 여기엔 검찰이 고집해오는 관행이 있다. ‘유력 후보의 의혹은 선거 중에 수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선거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러다 보니 앞의 모든 의혹들이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야 수사됐다. ‘이회창 병역 의혹’을 제기했던 김대업을 검찰이 구속한 것은 2003년 1월25일이다. 대선 31일 후다. ‘BBK 의혹’을 특검이 혐의 없다고 발표한 것은 2008년 2월 21일이다. 역시 대선 64일 후다. 박근혜 후보의 최태민 의혹 처리는 더 어이없다. 김해호씨(66)는 2007년 경선 당시 ‘최태민-최순실-박근혜 후보’로 이어지는 컨넥션을 폭로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진실에 가깝다. 하지만, 검찰은 경선-이명박 후보 승리-이 끝난 뒤 사건을 처리했다. 그것도 김씨를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로 구속기소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있고, 김씨는 ‘눈물만 난다’고 술회한다. 대한민국 검찰에 남은 주홍글씨다. ‘선거 중립’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이긴 자 편들기’로 귀결됐다. 그 결과로 억울한 후보자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문제 있는 후보자가 당선되기도 했다. 이제 이런 검찰 흑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유력 후보라도 선거일과 무관하게 수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미국 FBI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클린턴의 e 메일 사건을 재수사한다고 밝혔다. 당당해 보이지 않나. 반기문 총장은 유력 후보다. 분명히 털고 가야 한다. ‘병역 의혹’ ‘BBK 의혹’ ‘최태민 의혹’처럼 결론 없는 논쟁으로 끌고 가면 안 된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도, 의혹에 반박하는 쪽도 형사 고발로 갈 필요가 있다. 그게 책임 있는 자세다. 이후 책임은 검찰이 져야 한다. 지체 없이 수사하고 당당하게 발표해야 한다. 비단 반 총장의 의혹뿐만 아니다. 앞으로 이어질 모든 대선 후보들의 의혹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할 원칙이다.

[지지대] 군주민수

쌀쌀한 날씨에도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엔 60만 국민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여서 이날 촛불집회엔 산타 복장이나 루돌프 머리띠를 한 가족이나 연인 단위 참가자들이 많았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등장했다. 촛불 든 산타와 함께 한 크리스마스 이브의 9차 촛불집회는 축제같았다. 이날 경찰 차벽에는 ‘군주민수’(君舟民水)라 쓴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군주민수’는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임금)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으로 ‘순자’의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君者舟也 庶人者水也(군자주야 서인자수야) 水則載舟 水則覆舟(수즉재주 수즉복주)’다.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을 수도 있다”는 표현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촛불민심과 통하는 말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교수(역사학)는 “분노한 국민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재확인하며 박근혜 선장이 지휘하는 배를 흔들고 침몰시키려 한다”며 “박근혜 정권의 행로와 결말은 유신정권의 역사적 성격과 한계를 계승하려는 욕심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말했다. 교수신문은 매년 한해를 마감하며 교수 추천을 받아 설문을 통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올해 2위에는 ‘逆天者亡(역천자망)’이 뽑혔다. ‘맹자’에 나오는 말로,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다’라는 뜻이다. 3위는 ‘露積成海(노적성해)’로 ‘작은 이슬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이다. 모두 세태를 적확히 반영한 성어들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성난 민심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촛불을 밝혀 들고, 박 대통령 탄핵안까지 가결된 상황을 빗대고 있다. 교수신문은 지난해엔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엔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했다. 정치계의 온갖 갈등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대통령 스스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 형국을 빚댔다. 2013년 박 대통령 재임 첫 1년의 평가는 ‘도행역시(倒行逆施)’였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를 토대로 보면, 박 대통령 재임 4년은 순리를 거스르고, 진실이 왜곡되고, 그래서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러웠다. 결국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고, 그 촛불의 물결은 지금 거대한 강물을 이뤘다. 이연섭 논설위원

[인천의 아침] 인천경제 안녕하신가요?

미국發 금리 인상으로 1천300조원 규모의 국내 가계부채가 직격탄을 맞을 거란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면 가뜩이나 성장 동력을 잃은 우리경제는 가계 빚에 더욱 짓눌리게 된다. 지난 20일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전국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지역 가구부채가 6천486만원으로 전국 3위다. 서울(9천671만원), 경기(8천46만원) 다음이지만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구부채 중 78.3%(5천77만원)는 금융부채인데 금융부채의 86.5%(4천390만원)가 담보대출이다. 게다가 인천의 3분기 청년 실업률이 11.3%로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서울(9.5%), 경기(9.4%)보다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인천지역 실업률도 4.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인천의 어려운 경제상황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그렇다면 인천경제의 출구전략은 무엇일까. 최근 인천시가 주요도시와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항공 산업 산학융합지구’로 지정됐다. 총 585억 원(국비 120, 시비 245, 민자 220)이 소요될 이 사업은 유 시장의 8대 전략산업 중 항공분야 발전에 교두보 역할이 기대된다고 자평했다. 웬 호들갑일까. 그간 시와 지역사회는 미래 먹을거리 산업을 육성하려고 항공 산업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인천국제공항이 있어 항공기정비(MRO) 단지 조성에 정부 협조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던 게 현실이다. 지역 패권적 정치(지역구도 정치)와 중앙집권적 행정 때문에 경쟁력이 있어도 홀대받아온 인천으로서는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시는 일찌감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의사결정구조에 들어가고자 지분 참여를 시도해왔다. 영종하늘도시 유보지 약 18만평을 현물로 출자해 이사회에 진출하려 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반대가 상당하다. 법적으로 가능한데도 말이다. 인천항만공사(IPA)는 이사회격인 항만위원회에 시장 추천 몫이 있지만 공항공사 사외이사는 정부의 낙하산인사로 채워진다. 인천경제와 연계하기 힘든 구조다 보니 최근 일었던 지방세 감면 논란이 터진 거다. 결국 인천지역에 엄존하는 국가기반시설이 인천경제와 연계하지 않으려니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리 만무하다. 8대 전략산업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실업률을 낮추려하지만 중앙관료와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한 발짝을 내딛기가 힘겨운 형편이다. 어찌 보면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못 만들게 용을 쓰고 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국가경쟁력을 제고한다면서 혈세를 들여 공항, 항만,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 놓고 성장을 규제하고 있다. 이미 도시경쟁체제로 전환한 선진외국은 수도권 규제를 푼 지 오랜데도 말이다. 게다가 권한과 재정을 지방에 이양하는 등 지방자치와 분권의 토대 위에서 성장하고 있다. 아직도 중앙집권적인 정치구조와 행정행태를 고집하고 있는 우리야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천이 좋은 경제기반을 갖고 있어도 그림의 떡일 수 있다. 다가올 대선에서 후보 검증의 잣대로 삼아보자.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