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난 김에 누워볼까”…억제 수단 마땅치 않은 ‘연성 보험사기’ [보험사기의 재구성④]

고도화·지능화되는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누구나 쉽게 유혹될 수 있는 ‘연성 보험사기’도 피해 규모를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보험사기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사전에 짜고 일부러 사고를 내 보험금을 편취하는 ‘경성 보험사기’와 이미 일어난 사고의 피해를 과장해 불필요한 입원 치료 등을 받으며 보험금을 과다 수급하는 ‘연성 보험사기’로 나뉜다. 최근 4년간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2020년 7만9천179명에서 2021년 9만2천538명, 2022년 9만8천826명, 지난해에는 10만9천522명으로 2020년 보다 38% 증가했는데, 전문가들은 연성 보험사기가 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한다. 진단서 위·변조, 입원 수술비 과다 청구 등 연성 보험사기와 관련성이 높다고 의심되는 적발 금액은 2021년 1천835억원에서 2022년 2천468억원, 2023년 2천31억원으로 꾸준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성 보험사기 증가 원인으로 ‘인식 부족’과 ‘낮은 죄의식’을 꼽는다. 금융감독원은 과다 입원 및 피해를 과장하는 형태의 보험사기가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허위 입원으로 보험금을 많이 타는 것이 이득이라 생각하고, 피해자가 ‘보험사’라는 추상적인 존재라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다 보니 죄책감과 범죄 인식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피해는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떠안는 실정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의료보험료는 최대 15% 인상됐다. ▲DB손해보험은 15.1% ▲한화손해보험 10.9% ▲메리츠화재 10.1% ▲흥국생명 8.2% ▲농협손해보험이 8% 인상했다. 이를 두고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1년 동안의 손해율을 근거로 보험료를 인상시킨다”며 “손해 보고 장사할 순 없는 탓에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가입자”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연성 보험사기가 매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작정하고 공모하는 경성 보험사기와 달리, 연성 보험사기는 누구나 우연히 기회가 오면 저지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연성 보험사기가 계속 늘어나면 보험금 누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까지 이어지게 돼 피해는 보험 가입자들이 보게 된다”며 “연성 보험사기가 범죄행위라는 확실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위한 규제 완화. 특별좌담회 개최 [규제 풀어 경제 활로 찾자 完]

정부가 규제 개혁을 선언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업은 시장 진입을 막고 의무를 더하는 각종 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경제 침체기 속 기업이 겪는 경제·사회적 규제는 기업의 부수적 활동을 제한해 성장을 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집중취재반은 경제 활로 개척에 애쓰고 있는 전문가들과 특별좌담회를 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특별 좌담회 참석자 김태윤 전 한국규제학회장, 이민경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Q.규제 정비가 필요한 이유는. 김태윤 전 학회장 - 기업의 부담 가중으로 규제 완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경기도는 굳건한 수도권 규제가 존재한다. 땅을 가진 사람이 카페나 공장으로 활용하려 해도 그린벨트나 토지 용도 제한에 묶여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 경기 침체 속 기업이 여러 부담을 지고 정부 기대를 충족하려 하지만 규제가 완화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민경 총괄실장 - 대통령의 말처럼 규제 완화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수단’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1천126조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따라서 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금을 살포하는 지원책보다 규제를 풀어 돈 들이지 않고 경제 활력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규제 완화로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여 민간의 투자를 이끌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환 교수 - 규제 완화가 20년 넘게 언급되는 건 법 기반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이다. 행정적 규제로 사업 기회를 잃은 기업은 기본적으로 기술 발전을 하지 못해 성장성을 잃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 잘 되려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규제 정비, 사업에 방해되지 않는 환경을 회복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 Q. 규제 완화 시기를 놓쳤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김태윤 전 학회장 - 태양광 에너지원 산업이 화학물질과 발전에 관한 설비 규제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드론·어반모빌리티도 규제가 완화됐다면 지금보다 훨씬 중소기업을 늘릴 수 있었던 4차 산업의 핵심적인 분야다. 중국보다 먼저 눈을 떴지만, 규제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이 되지 못했고 길을 잃어 현재는 경쟁력을 잃었다. 이정환 교수 - 우리나라는 AI나 개인정보보호법 등 분야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경향이 있다.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신산업 분야에서도 이중규제가 유발한 외국 산업과의 발전 속도 차이는 해외에서의 경쟁력 약화를 현실화했다. 지나친 규제는 국가 경쟁력을 낮추고 경제를 악화시키는 걸림돌이다. 이민경 총괄실장 -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으로 인해 경제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기업 활성화로 성장동력을 높여야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기업의 외국행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해외 기업은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문제의 가장 큰 이유는 노동의 경직성이다. 성장동력이 부족한 현 시점에서 규제 완화 시기를 놓치면 저성장 가속화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도 낮아질 거라는 우려다. Q. 규제 완화 정책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방안은. 이정환 교수 - 산업 발전 차원에서 규제 완화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합심하는 ‘국가참여형 계획화 구조’가 필요하다. 규제 완화 자체의 목적보다는 우리나라 전반적인 기술력 향상을 위해 현재 법 체계의 문제를 낮춰야 한다. 공무원의 업무가 과중된 상태에서 모든 걸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오히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정책을 마련하는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김태윤 전 학회장 - 최근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 예외적으로 풀렸다. 만들어진 규제를 반성하고 풀어낸 대표적인 예인데, 그 변화에는 주요 유권자인 맞벌이 부부의 힘이 컸다. 이처럼 국민들이 자기 일은 본인이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우리의 자율적인 활동과 상호관계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각을 가져야만 불필요한 규제를 막을 수 있다. 이민경 총괄실장 - 규제는 법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조례로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나뉜다.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이 조속히 해소돼야 하는데 국회의 정쟁으로 이 단계가 가로막혔다. 법은 개정했는데 지역 조례에 반영되지 않거나, 법의 근거 없이 조례로 규제가 가해지는 문제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시행령이나 조례를 다루는 공무원은 규제 완화에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해관계가 얽힌 환경에서 사회적 갈등을 풀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기에 적극 행정 시 적절한 포상과 책임사항에 대한 면책이 마련되면 기업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집중취재반

‘K-컬처밸리’ 경기도청원 답변 촉각... 공영개발 놓고 쏠린 눈

K-컬처밸리에 대한 공영개발 전환의 소명을 요구하는 경기도청원의 답변 시간이 다가오면서 구체적인 개발 방식을 둘러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답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3일 도청에서 제7회 경기도 청원심의회를 통해 K-컬처밸리와 관련한 경기도청원의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언론브리핑에서 공개한 내용을 더 상세하게 설명하라’는 원론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청원은 사업 시행자였던 CJ라이브시티와의 협약 해제 과정뿐만 아니라 도가 약속한 공영개발의 기본계획, 장단점 등을 설명해달라는 게 핵심이다. 이 글은 지난 1일 게재된 지 약 10일 만에 도지사 답변 요건(게시 30일 이내 1만명 이상 동의)을 충족한 만큼 공영개발에 대한 도민들의 궁금증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답변 기한은 다음 달 12일까지다. 이런 가운데 K-컬처밸리처럼 전문 공연장에 대한 공영개발 사례는 없는 데다 도는 ▲재정 투입 ▲공동사업 ▲특수목적법인설립 등 구체적인 공영개발 방식을 확정 짓지 않았다. 더욱이 도가 원안대로 K-컬처밸리를 추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공영개발 전환으로 사업이 축소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전시는 지난 2017년 유성복합터미널 민간사업자와의 협약 무효를 선언한 이후 재정 투입을 결정했으나 자금 확보 문제 등으로 애초 복합 기능을 제외하고 터미널 사업만 추진 중이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영개발은 빠른 행정절차 등의 이점이 있으나 추진 초기부터 완공까지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공적 조직이 구성돼야 한다며 “또 자금 확보에 대한 면밀한 고민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공영개발을 어떻게 진행할지 확답하기 어려우며 일각에서 아파트 건설 등으로 사업을 오해해 아쉽다”며 “민간사업자가 언제 사업을 완료할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공영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청원에 대해선 아직 답변 기한이 남은 만큼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철거동의서’ 받아 개농장 철거 후 고물수거 ‘논란’

#1. 지난 3월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이 시흥의 한 동물농장을 급습해 주인 A씨(72)에게 위협적으로 ‘철거동의서’를 쓰게 했다. 이유는 개와 돼지, 닭한테 짬밥이라고 불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였다는 것. 캣치독팀은 해당 동의서를 쓰면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목적을 달성한 이들은 농장을 전부 때려 부순 후 철거하고 남은 고철을 5톤 트럭에 한가득 실어 가져갔다. #2. 광명시 노은사동에서 개를 키우고 있던 70대 노부부에게도 캣치독팀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시설이라면서 ‘철거동의서’를 요구했다. 세상 물정에 밝지 못한 노부부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철거동의서를 작성했다. 캣치독팀은 어김없이 포크레인을 끌고 와 개장은 물론 농작물을 기르는 밭까지 아수라장을 만들어 놨다.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이 권한 없이 철거동의서를 받아내고 사유재산까지 철거하며 부당 이득을 취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0년 경기도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된 캣치독팀은 동물 학대가 의심되는 곳이나 미신고된 동물농장을 찾아가 구조 과정을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주고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단속권한이 없음에도 농장주에게 ‘처벌을 받지 않게 해주겠다’고 위협하며 철거동의서를 받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또 포크레인을 동원해 농장을 망가뜨리고, 남은 고철 등 값비싼 고물을 트럭에 수거해 가는 등 사유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 권한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에 동물보호단체에는 단속 권한이 없다. 강압에 의해 작성된 ‘철거동의서’도 효력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지자체에 신고한 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동물을 구조해야 하는데, 법에 대해 무지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약점을 잡아서 위협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같은 동물보호단체인데도 캣치독팀의 도 넘은 행동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곳이 많다”고 귀띔했다. 캣치독팀 측은 동물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협박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캣치독팀 센터장은 “개농장 사육시설은 철거 전에 동의서를 받고 있으며, 고물은 사전에 상의를 거쳐 주인이 원하는 대로 처리한 것”이라며 “주인에게 철거동의서를 직접 받았기 때문에 철거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현장 방문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비영리단체에 대해 직접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다만, 피해자들이 고소를 진행해 위법여부가 확인되면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사설] 애물단지 된 지식산업센터, 공실 대책 적극 강구해야

전국 곳곳의 지식산업센터가 대규모 공실 문제를 겪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정부가 지식산업센터에 입주 가능한 업종을 대폭 확대했지만 여전히 텅 빈 사무실이 넘쳐난다. 2009년까지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던 지식산업센터는 중소·벤처기업 사무실이나 소규모 공장이 입주할 수 있도록 3층 이상으로 지어진 집합 건축물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였던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 신축됐다. 당시 일반 공장과 달리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분양가의 70~80%까지 대출이 가능해 투자수요가 크게 몰렸다. 하지만 현재는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까지 겹쳐 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공실 급증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의 몫이다. 장기 공실과 고금리 대출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견디지 못해 상당수 지식산업센터가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올해 1~4월 법원 경매에 나온 매물은 3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5건) 대비 102% 늘었다. 올해 1월 기준 경기도내 지식산업센터는 총 562곳에 달한다. 건축 중이거나 대기 중인 지식산업센터도 138곳이나 된다. 공실률은 심각하다. 절반 이상 공실인 곳이 대부분이다. 지식산업센터가 과도하게 공급된 고양·하남·평택시 등에선 공실률이 90%에 달하는 곳도 있다.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해결책을 내놨다. 최근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제조업과 지식산업, 정보통신 관련 업종으로 제한했던 지식산업센터 입주 가능 업종을 도박업, 주택공급업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체로 확대했다. 업종 확대로 대표되는 규제 완화가 기업 활동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지식산업센터 에 다양한 산업의 기업이 유치돼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데 현장에선 아직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업종 확대가 일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공실이 저절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각종 문제가 산적해 있다. 공실 해소 방안으로 최근 성장하고 있는 ‘셀프 스토리지’ 시장을 검토해볼 만하다. 셀프 스토리지는 공유 창고 또는 짐 보관 서비스다. 캠핑·골프 등 부피가 큰 취미용품과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집 근처에 장기간 보관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편의점 같은 생활밀착형 시설로 인식될 만큼 산업이 성장해 상용화된 서비스다. 정부와 지자체는 불 꺼진 지식산업센터를 살릴 다양한 방안 강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설] 눈먼 용도변경 특혜 논란... 중구 행정의 위신 문제다

지난해 11월 인천 중구의 한 병원이 요양병원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재활병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구청의 용도변경 승인 등을 통과한 것이다. 그런데 재활병원이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주차 면수부터 크게 부족했다. 요양병원과 재활병원은 환자나 병원 내방객에서 차이가 크다. 그런데도 요양병원급 소규모 주차장으로 그냥 재활병원 문을 연 것이다. 당장 주변 골목에 불법 주차 차량이 넘쳐났다.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 민원도 함께 넘쳐났다. 눈을 감은 행정이 주민 불편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인천 중구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병원의 용도(표시)를 바꿔줘 논란이다. 주차장법은 주차 수요를 유발하는 시설에 대해 차등적 주차 용량을 정하고 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처벌 규정도 있다. 이 때문에 이 병원은 처음부터 문을 열 수 없었음에도 지난 5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특혜’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 중구는 지난 3월 요양병원이던 이 병원 건물의 용도를 재활병원으로 변경하는 것을 승인했다. 재활병원의 주차장 확보 규정은 100㎡당 1대다. 따라서 80면 이상의 주차장을 갖춰야 한다. 반면 요양병원은 200㎡당 1대다. 재활병원으로 바꾸면서도 요양병원급의 40면 주차공간만 갖고 있었다. 이 병원의 용도변경 신청은 애초 기각 또는 반려 대상이었다. 그러나 현장 확인조차 없이 승인이 난 것이다. 주차 담당 부서에 확인 협조 요청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구가 불법적 병원 운영을 눈감아 준 셈이다. 용도 변경 승인은 물론 보건소의 병원 운영 허가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더 이해 못할 점은 잘못이 드러난 이후 구의 자세다. 잘못된 허가에 대한 취소가 아니라 되레 사후 합법화를 이끄는 모습이다. 병원 인근의 부지를 부설주차장으로 추가, 법적 요건을 맞추려는 것이다. 건축법은 불법 건물에 대해서는 허가나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먼저 허가를 취소하고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함에도 사후 땜질 처방에 급급한 것이다. ‘2차 특혜’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병원은 구에서 그냥 승인해 줘 문제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구는 요양병원이 재활병원으로 바뀌는 경우가 드물어 실수한 것 같다고 했다. 시골 면사무소에서도 있을 것 같지 않은 뒤죽박죽 행정이다.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요양병원과 재활병원의 법적 요건 차이가 주차장 규모만은 아닐 것이다. 이 병원에 대한 인허가 전반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천 중구 행정의 위신이 걸린 문제다.

[김종구 칼럼] 양승태 무죄 보고도 김명수 구속하려나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소환될 것 같다. 검찰 출두 통보가 갔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가 수사한다. 3년5개월 접수된 고발사건이다. 실제 조사는 다음 달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9월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2023년 임기 6년을 마쳤다. 퇴임 1년여 만에 피의자 신분이 됐다. 대법원장 출신으로 두 번째다. 처음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었다. 김 전 대법원장의 전임자다. 두 대법원장이 차례대로 피의자 신세다. 김 전 대법원장을 고발한 것은 국민의힘이다. 직권 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다. 임성근 전 고법 부장판사 관련이다. 2020년 민주당이 임 부장 탄핵을 추진했다. 그러자 임 부장이 탄핵에 앞서 사표를 냈다. 김 당시 대법원장이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정당한 이유 없는 수리 거부였다. 사건의 본질은 거짓말이다. 김 전 대법원장은 ‘탄핵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임 부장이 녹음기를 틀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사법적 판단을 떠나 민망한 일이다. 대법원장의 거짓말이다. 법 수호자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건 그런데, 이게 대법원장을 잡아넣을 일인가. 보복의 역사가 어른거린다.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은 2018년 구속됐다. 그 수사에 김 전 대법원장의 역할이 있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법원이 자체 조사를 진행됐다. 세 차례 조사했는데 결론은 같았다. ‘형사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을 키웠다. 2018년 9월의 한마디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곧바로 검찰이 강제 수사에 들어갔다. ‘김명수 법원’이 자료 일체를 검찰에 내줬다. 법원행정처 컴퓨터, 내부 인사 자료, 각종 보고서.... 훗날 양승태 구속 영장에 요긴히 쓰인다. 2021년 국민의힘이 김 전 대법원장을 고발했다. 망신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거짓말 논란이다. 보복의 그림자다. 나는 2018년 11월 이렇게 썼다. -판사 블랙리스트는 재판 거래가 됐다. 범죄를 구성하기 위해 요건이 세워졌다. 재판 거래의 객체가 상고법원이란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숙원이었다. 이를 얻어내기 위해 청와대와 거래를 했다고 한다. 이게 죄가 되는가. 상고법원은 사건 적체를 해결하는 제도의 영역이다. 그걸 범죄 거래의 객체로 본다는 게 말이 되나-. 칼럼의 제목은 ‘양승태 상고법원 과욕은 감옥 갈 일 아니다’였다. 구속은 정해져 있었다. 문재인 검찰이 47개의 혐의로 엮었다. 김명수 법원이 그 영장을 받아들였다. 이후 지난한 재판이 이어졌다. 290번의 재판이 있었다. 5년 만인 올 1월 선고가 났다. 무죄다. 두 상급심이 남아 있긴 하다. 그래도 무죄 내용이 일방적이다. 어떻게 47개 혐의가 몽땅 무죄가 되나. 이 정도면 무리한 기소로 봐야한다. 그때 판단에서 뺄 말이 없다. 양승태 구속은 잘못이었다. 2024년 7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죄도 부풀려져 있다. 사법의 명예를 실추시킨 거짓말이긴 하다.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포토라인에 서 망신 당해도 마땅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구속시키려고 안달하면 안 된다. 법조항 탈탈 털어 혐의 늘리려 들면 안 된다. 녹음기 숨겨 놓고 유도한 대화다. 일방 역시 법원 최고위직 판사 다. 선량한 피해자와 거리가 멀다. 거짓말이 전부라면 구속은 안 된다. 양승태 대법원장 구속. 김명수 대법원장 소환. 어느 한 진영은 만세를 부른다. 다른 진영은 보복의 이를 간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대법원장을 노린다. 이 공식에 법원 신뢰만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질 나쁜 잡범들조차 판사 이념을 말한다. ‘좌파 판사’라서 어떻고, ‘우파 판사’라서 어떻고. 걱정이다.

[함께하는 인천] 제조기업 디지털 전환과 서비스 활성화 필요

제조업은 전통적으로 물리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제조업도 많은 시대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전환’과 ‘서비스화’ 두 가지 주요 변화 요인이 있다. 두 요인 모두 그간의 전통 제조업의 획기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디지털 전환은 제조업에서의 생산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제품의 설계부터 생산, 유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며,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터, 블록체인, 빅데이터와 같은 기법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제조사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AI 등을 통해 더욱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타 기업과 다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제조 서비스 활성화 또는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은 제품을 단순히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을 통해 제공되는 부가적인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제조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제조업체는 제품의 판매뿐만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제공되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인천은 전통적으로 남동, 주안, 부평 등 제조기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디지털 전환과 제조서비스 활성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업부와 인천시에서는 디지털 제조(품질, 안전)와 산업단지의 스마트화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노력은 결국 인천 제조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디지털 전환과 제조서비스 활성화는 인천 제조기업이 필수적으로 수행해야하는 미래 전략이며, 이를 통해 인천 제조기업은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행하는 것이 인천 제조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천자춘추] 정치하는 도의회가 되기를

후반기 경기도의회가 시작됐다. 원래 계획했던 일정보다 며칠 늦어졌지만 전반기 원 구성이 한 달 넘게 지연됐던 것에 비하면 아주 준수하다고 평가한 친구 기자의 말이 떠올라 쓴웃음이 났다. 지난 2년 경기도의회를 평가하라고 하면 ‘정치의 실종’이라 할 수 있겠다. 여당이나 야당 모두 각 정당 내부의 문제로 혼란스러웠고 자연히 도의회는 여러 차례 파행을 겪었다. 집안 싸움만 있는 정도면 차라리 다행이었을지 모른다. 여야는 상대방을 향해서는 더욱 격하게 대립했다.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이야 지극히 당연하고 의석 동수로 인해 힘의 균형도 팽팽했으니 대립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대립과 갈등을 풀어 가는 방식인데 여야 모두 상대방을 마주 보고 대화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한 번 이야기해 보고 결렬되면 서로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상대방을 비판하고 욕하기 바빴다. 필자는 어느 글에서 이를 ‘아첨(flattery)정치’라고 표현한 바 있다. 지지자들에게 상대방이 나빴다고 일러바치듯 해서 쓴 표현인데 참 적절하다 싶으면서 답답하다. 후반기에는 이런 모습을 안 볼 수 있을까? 정치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지방자치의 중심은 의회여야 한다고 늘 주장한다. 입법기관이자 제1의 대의기구인 의회의 권위가 바로 서야 비로소 시민들의 주권이 바로 설 수 있다. 후반기 경기도의회에 기대하고 바라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단한 것도 아니다. 바라건대 2년 동안 부디 ‘정치’를 하시기 바란다. 특정 제도나 전략을 말하는 게 아니다. 상대 정당을 존중하고 의견차가 있음을 인정하며 그 선의를 의심하지 말고 서로 간 치열하게 논쟁하되 그럼에도 남아 있는 차이는 양보와 관용을 통해 타협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필자의 정치학 선생님이 쓰신 표현처럼 변화와 적응의 공간이라 할 ‘시간의 지평’ 위에서 진득하게 서로 마주 보고 일하는 경기도의회가 되기 바란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또 적응하면서 상대방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기 바란다. 조급함을 멀리하고 인내를 훈련하기 바란다. 정치가 전쟁이 되면 시민들의 삶이 희생된다. ‘좋은 정치가 좋은 시민을 만든다’는 정치학의 오랜 진리를 잊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