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아파트 리모델링 정비사업 ‘공공지원 조합설립 용역’ 중단

성남시가 지역 내 아파트 리모델링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단지에 지원해주는 ‘공공지원 조합설립 용역’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논란이다. 29일 성남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후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금을 조성, 2014년부터 공모로 선정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 조합 설립 등을 지원하고 있다. 노후 공동주택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공공지원을 통해 성남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12월까지 리모델링 기금 1천44억3천만원을 조성해 189억6천만원의 기금을 집행했다. 이런 가운데 시는 최근 지난 2021년 공공지원단지로 선정된 한솔마을 6단지(이하 6단지)에 공문을 보내 ‘한솔마을 6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 공공지원 용역’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당초 시는 용역비 1억4천440만원을 들여 오는 12월까지 6단지 조합설립 용역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시행에 따른 관련 기준을 재검토한다는 사유를 들었다. 기존 리모델링 사업은 15%까지 가구 수를 증가할 수 있지만 특별법에 21%까지 가구 수를 늘리고 공공기여 기준이 변경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이를 반영하기 위해 용역을 잠정 중단한 것이다. 그러나 6단지 주민들은 리모델링 사업을 위해 56%의 동의율을 확보, 시가 조례로 정한 지원 단지에 합법적으로 선정됐지만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용역을 중단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6단지의 한 주민은 “시가 용역을 앞두고 어떤 설명이나 해명 없이 돌연 중단했고 중단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주지도 않았다”며 “이런 불통 행정으로 주민들이 많은 시간과 수고를 투자해 확보한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리모델링 사업 완화 규정이 들어갔다. 정부가 연말까지 새로운 사업 방침을 내놓으면 이를 적용해 다시 용역을 추진할 것”이라며 “주민들과 간담회를 통해 충분히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나면 내 탓”… 현장체험학습, 교사는 괴로워

#1. 성남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 교사는 현장체험학습을 갔다가 묵었던 숙소 주인으로부터 학생들이 흡연 후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숙소 일부가 불에 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학생을 대신해 숙소 측에 사죄의 뜻을 밝히고 보상 방안을 논의했다. #2. 양주 소재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B 교사는 수학여행에서 한 남학생이 뛰다 넘어져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 학생의 치료비를 부담했다. 하지만 이후 학부모는 B 교사가 해당 학생에게 수 차례 주의를 줬다는 사실을 전달 받았음에도 관리 부족을 지적하며 치료비 지급을 거절했다. 양주 주원초 교사들이 예정된 현장체험학습 인솔을 거부하고 이에 반발한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회가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가운데 경기도내 교사들의 인솔 기피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참여 학생에 대한 안전 대책과 비교해 인솔 교사 안전, 보호 대책은 사실상 전무해 교사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입장 때문인데, 봄철 현장체험학습 본격화에 맞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2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기준 도내 초·중·고등학교에서 봄철 현장체험학습을 예고한 학교는 105개교(초 24개교, 중 41개교, 고 40개교)다. 각 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이 배포한 ‘2024 현장체험학습 안전 매뉴얼’에 따라 ▲학생 대상 사전 안전 교육 ▲유사 시 현지 응급 기관 즉시 구조 요청 ▲활동 도중 사고 발생 시 병원비 등 선지급 등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인솔 교사에 대한 사고 발생 이후 책임 소재나 교사 안전 대책은 명시돼 있지 않아 각종 부당한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C 교사는 “인솔 교사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크고 작은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고된 일정에 책임만 많은 현장체험학습을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미 교사들 사이에서는 현장체험학습 인솔 거부 움직임이 이는 분위기다. 김희정 경기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주원초 사건 이후 학교 사이에서 현장체험학습 취소 또는 연기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며 “과거 현장체험학습에서 피해를 입은 교사들의 제보도 하나둘씩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초등교사노동조합과 경기교사노조는 지난 23일 도교육청에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의 수정과 법·제도 정비를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 교수는 “매뉴얼을 비롯한 현 제도는 사고 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일선 교사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라며 “교사 책임의 기준을 확실히 정함과 동시에 보호 대책도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원 단체를 비롯한 교사들,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 중”이라며 “교육부와 협의해 현장체험학습 인솔 교사 지원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정해권 vs 한민수, 인천시의장 ‘2파전’ 예고…다음달 의총 분수령

인천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가 정해권 산업경제위원장(국민의힘·연수1)과 한민수 의회운영위원장(국민의힘·남동5) 간 2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다. 후반기 의장직은 오는 2026년 6월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의장직’을 겸할 수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고,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시의회와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정,한 위원장을 비롯해 같은 당 김대중(미추홀2)·유승분(연수3)·이인교(남동6) 시의원 등 5명이 후반기 의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하반기 의장 선출 및 원구성은 오는 7월1~3일 열리는 제296회 임시회에서 치러진다. 시의회 의원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다음달 중순께 의원총회를 열고 의장 선출을 위한 내부 논의에 나선다. 의총에서는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맡은 시의원들이 의장 선거 출마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지난 2022년 상반기 원구성 당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상임위원장을 맡으면 후반기 의장단은 포기한다는 서명을 했다. 현재 시의회 안팎에선 정 위원장과 한 위원장의 2파전을 점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전반기에 상임위원장을 지내면서 협치를 강조하며 여야 의원 모두를 아울러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의장단에서도 굵은 목소리를 내오면서 지지세력이 상당하다. 정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의장직에 욕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의장단 포기 서명과 관계없이) 출마가 가능하다면 시의회의 위상을 높이고 여야 정당의 가교 역할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총회에서 이뤄질 표결 결과에 따라 출마 여부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반기 의장 선거에서부터 의장 도전 의사를 밝혀온데다, 집행부 등과의 관계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당 내부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한 위원장은 “2년 전 후반기 의장단 포기 서명을 하지 않았다”며 “의장직을 염두에 둔 것도 있지만, 당헌·당규상 원내대표를 맡아 어쩔 수 없이 운영위원장을 맡은 탓”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의장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전반기 상임위원장의 의장 선거 출마 금지 결정이 이뤄지면 김 시의원과 이 시의원, 유 시의원 등이 본격적인 출마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청년’을 내세운 이단비(부평3)·박창호(비례) 시의원 등도 의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는 등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의회 안팎에선 이들이 의장 선거에 출마 해 몸값을 올린 뒤, 결국 상임위원장직을 챙기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가 관계자는 “후반기 의장은 2년 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행사와 회의 등에서 인말을 할 수 있는 등 인센티브가 상당한 탓에 많은 의원들이 노리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의회를 대표하는 만큼, 여야 합의 등을 이끌고 집행부의 견제·감시를 제대로 할 인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푸드트럭 폐기 처분 한 도로공사…손님과 함께 꿈 잃은 청년들 [중고매물이 된 청년의 꿈 ④]

푸드트럭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줄어들며, 정부 산하기관에서 운영한 푸드트럭 허가 구역들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도심을 벗어난 푸드트럭 허가구역’이라는 발상으로 청년들의 관심을 끌었던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졸음쉼터 푸드트럭 존’은 현재 수도권에서 절반 이상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한국도로공사는 운영이 중단된 푸드트럭 존에서 사용되던 트레일러를 모두 폐기, 푸드트럭 존을 다시 운영할 의지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한국도로공사 서울경기본부에 따르면 본부가 수도권에 운영해 온 푸드트럭 존 12곳 중 현재 7곳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서울경기본부는 지난 2014년 3월 정부의 푸드트럭 규제 완화에 따라 같은 해 청년들을 대상으로 ‘푸드트럭 창업 지원 프로그램’ 운영에 나섰다. 당시 공사는 청년들이 푸드트럭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푸드 트레일러를 지원, 청년들에게 초기 창업 비용 부담을 줄였고, 임대료도 ‘무료’로 운영해 청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많은 청년이 부푼 꿈을 안고 한국도로공사 청년 창업 프로그램에 지원해 창업의 꿈에 도전했지만,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좌절했다. 청년 사업이 시행된 지 2년여가 지난 2017년, 공사는 푸드트럭이 운영되던 고속도로 졸음쉼터 인근에 간이휴게소와 편의시설 등을 설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용객이 분산되면서 푸드트럭 매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2016년 하루 평균 56만6천원이었던 졸음쉼터 푸드트럭의 매출은 2020년 36만원까지 줄었다. 결국 고속도로 졸음쉼터 푸드트럭 존에서 영업하던 청년들이 떠났고, 도로공사는 창업 가능 대상의 연령을 확대하며 푸드트럭 영업에 나설 이용자를 찾았지만, 모집에 실패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도로공사 서울경기본부는 운영하던 푸드트럭 존 절반 이상이 현재 폐쇄된 상태다. 이후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푸드트럭 창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며 많은 청년이 푸드트럭의 영업이 가능한 곳을 찾아 나섰고 고속도로 졸음쉼터 푸드트럭 존도 다시 활기를 찾을 듯했으나, 한국도로공사는 운영을 중단한 7곳에 지원했던 ‘푸드 트레일러’를 모두 폐기, 영업을 재기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는 “공사의 푸드트럭 사업은 고객 휴게시설 확충과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했으며, 이런 현상이 장기화 되면서 사업 지원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추후 운영 재개에 대한 계획이 잡히지 않아 푸드 트레일러를 처분했다”고 말했다. ■ 달리는 차량 사이…피어났던 청년의 꿈 10년 전 정부의 푸드트럭 규제 완화와 함께 지자체, 공공기관은 청년들이 푸드트럭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도심 곳곳에 푸드트럭 영업 허가구역을 설치했다. 그러나 도심 푸드트럭 허가구역이 늘어나는 푸드트럭 수보다 현저히 적었던 탓에 많은 청년은 푸드트럭 허가구역을 찾아 외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주목 받았던 곳이 ‘고속도로’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14년 청년을 대상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청년 창업 매장’ 사업을 진행했다. 만 20세 이상 35세 이하 청년들에게 휴게소와 고속도로 졸음쉼터에 창업 공간을 제공하며 청년들이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고속도로 졸음쉼터에 푸드트럭 허가구역이 들어서면서 도심에서 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평소 통행이 많은 ▲김포(일산, 판교) ▲서서울(서울, 목포) ▲성남(퇴계원) ▲오산(서울, 부산) ▲시흥(판교, 일산) 고속도로 졸음쉼터에 푸드트럭 허가구역이 형성되면서 운전자는 휴식과 함께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고, 청년은 이러한 운전자를 손님으로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졌다. ■ 기대 부흥 못 한 푸드트럭 허가구역…방향 잃은 청년의 꿈 고속도로 휴게소와 졸음쉼터에 청년 창업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도모했다는 평가를 받은 한국도로공사 ‘ex 청년창업’의 실상은 달랐다. 고속도로에 새 푸드트럭 허가구역이 생기면서 많은 청년이 도로 위에 올랐지만,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졸음쉼터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며, 더욱이 졸음쉼터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일도 적었다. 이런 상황에도 손님을 마주하며 웃음을 잃지 않던 고속도로 졸음쉼터 내 푸드트럭 창업자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한국도로공사였다. 이들에게 푸드트럭 영업 허가구역을 제공해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한국도로공사가 푸드트럭 허가구역 바로 인근에 휴게시설을 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간이 휴게소, 행복드림쉼터 등 고객 휴게시설 확대에 나서면서 해당 구역에는 편의점과 같은 경쟁 업체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 장소 내줘 놓고 고객 빼앗는 한국도로공사…푸드트럭은 찬밥 신세 푸드트럭 영업도 일부 휴게 공간에서는 허용됐지만, 휴게소라는 작은 공간에서조차 경쟁이 심화하면서 푸드트럭 사업자는 매출 타격을 입었다. 서서울 졸음쉼터 푸드트럭 존의 경우 2015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운영됐는데, 영업을 막 시작한 2017년, 불과 4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휴게소가 신설됐다. 이런 상황에 장사를 할수록 적자만 쌓여가는 청년이 늘었고, 매출 감소에 따라 고속도로 졸음쉼터 내 푸드트럭 허가구역의 인기도 식었다. 이들의 하루 평균 매출은 2016년 56만6천원에서 2020년 36만원까지 줄었다. 실제로 사업이 시행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휴게소 205곳에서 361개의 청년 창업 매장이 운영됐지만, 187개(51.8%)는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떠났다. 졸음쉼터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하고자 하는 청년이 줄며 사업자를 찾지 못한 한국도로공사는 2022년 일부 휴게소에 한정, ‘고속도로 휴게소 청년창업 매장’ 모집 대상을 청년이 아닌 ‘20~65세 국민’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참여 대상 확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도로공사 수도권본부가 푸드트럭 영업을 허용한 졸음쉼터 푸드트럭 허가구역 12곳 중 7곳은 운영을 중단했다. 그 사이 전국을 한바탕 뒤흔든 코로나19가 지나고, 청년들이 다시 푸드트럭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한국도로공사도 졸음쉼터 푸드트럭 허가구역 사업자를 모집했지만, 운영을 멈춘 푸드트럭 존 7곳은 다시 영업할 수 없었다. 청년들이 해당 푸드트럭 존에서 영업하며 사용했던 푸드 트레일러를 한국도로공사가 민간 업자에게 팔아 재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국내 경기 침체 등 전반적인 소비시장 위축과 간이 휴게소, 행복드림쉼터 등 고객 휴게시설 확충에 따라 고속도로 졸음쉼터 푸드트럭 존의 매출이 감소했고, 운영 여건이 악화되면서 (푸드트럭 존) 축소가 불가피했다”며 “운영을 중단한 푸드트럭 존에서 사용한 푸드 트레일러는 한국도로공사 휴게시설협회 소유로, 매각과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 없고 협회의 자체 결정으로 2년 전 트레일러를 처분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경기만평] 곧 닥칠 재난 경보⋯

[사설] ‘수원화성’ 훼손은 역사 훼손, 예산 타령만 해선 안 된다

수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인기 관광지다. 최근 몇년 사이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로 주말과 휴일이면 인파가 넘쳐난다. 외국인 관광객도 상당히 많다. 이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은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행리단길 등이다. 수원을 찾는 관광객 대다수가 수원화성을 걷는다. 약 5.5㎞의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팔달문·화서문·장안문·화홍문·창룡문과 방화수류정, 서북공심돈, 동북공심돈, 봉수대, 연무대, 화성장대 등 빼어난 건축물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수원화성만큼 아름다운 성곽이 또 있을까 싶다.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멋진 성곽이다. 그런데 수원화성의 곳곳이 깨지고 부서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수원시민과 관광객들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이냐’며 황당해한다. 수원시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워 한다. 경기일보 기자가 지난 28일 수원화성의 훼손 실태를 점검했다. 동암문에서 연무대를 지나 창룡문까지 걷는 곳곳에 성곽 전돌이 깨져 나간 곳이 수두룩했다. 성곽의 여장, 옥개석이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 부서진 돌 조각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깨지고 부서진 돌 조각은 방문객들의 발에 차일 정도였다. 북동적대를 따라 장안문, 화서문까지 이어지는 성벽도 훼손이 심각했다. 장안문까지 연결된 성곽에선 온전한 형태의 돌담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곳 역시 떨어진 돌 조각들이 오가는 행인들의 발에 밟혔다. 성곽 위 옥개석이 떨어져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취재 도중 만난 외국인 관광객은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인데 여기저기 훼손돼 실망스럽다”고 했다. 수원의 자랑이고, 대한민국의 자랑인 수원화성을 이렇게 방치해선 안 된다. 성곽 여기저기에서 돌이 떨어져 나가 나뒹굴고, 사고 위험도 있는데 관리가 허술하다. 수원시는 매년 예산을 투입해 유지·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도 28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했단다. 그러나 현장에선 관리를 전혀 안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는 “보수할 곳은 많고 예산은 한정적이라 시급한 곳부터 우선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원시는 예산 타령만 해선 안 된다. 지역에 국회의원이 5명이나 된다. 예산이 계속 줄고 있다면, 의원들과 공조해 국비 증액에 나서야 한다. ‘문화유산 지킴이’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모니터링과 관리에 나설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땜질식 보수로는 누더기가 될 수 있다. 문화유산 훼손은 우리 역사의 훼손이나 다름없기에 수원화성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사설] 먹통 전세사기 상담전화... 디테일 놓치는 행정이다

전세(傳貰)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주거 관습이다.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로 정착했다. 그러다 2~3년 전부터 사기 범죄의 온상이 됐다. 처음 인천에서 촉발된 전세사기 범죄가 끝날 줄 모른다. ‘전세 포비아’라는 사회적 공포 현상까지 생겨났다. 어려운 이들의 생명줄 같은 돈을 노린다니, 병든 사회인가. 문제는 애꿎게 전세사기에 걸린 피해자들의 절망감이다. 인천에서만 3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인천시도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전화 상담 한 번 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지원센터 전화 상담의 부재중 전화가 월평균 1천300여건에 이른다. 애타게 불러도 대답 없는 전화 상담 서비스다. 상담 수요가 너무 많거나 상담 인력이 부족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8개월 치를 보니 부재중 전화가 9천건이 넘었다. 상담도 받지 못한 채 끊어진 통화들이다. 현재 인천센터에는 인천시 공무원 3명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직원 등 6명이 있다. 이러니 인천센터가 하루 소화할 수 있는 전화 상담은 180건 남짓이다. 상담 전화 1통당 평균 20분씩 걸린다고 봤을 때다. 인천시도 상담사가 부족해 부재중 전화가 많은 것을 안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은 속이 터질 지경이다. 이들 대부분은 잘 살던 집이 경매에 들어간다 해서 깜짝 놀란 사람들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기를 잡는다. 그런데 마냥 통화중이다. 계속 전화를 돌리지만 상담사 목소리도 들어보지 못한다. 겨우겨우 연결이 돼도 금방 통화가 끝난다. 은행이나 HUG에 알아보라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해결책은 고사하고 전화 연결조차 안 되니 하소연할 곳이 없다. 인력도 태부족이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인천 전세사기 상담 전화다. 지난 28일 야당 주도의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과의 이견으로 폐기 가능성이 높다. 물론 피해 구제나 회복은 중요하다. 그에 앞서 막막해하는 시민을 위무하고 해결책을 안내하는 일은 첫 번째 지원이다. 인천과 달리 경기도는 23명이 전세사기 피해에 대응하고 있다. 인천보다 전세사기가 덜한 부산, 대전 등도 전담부서를 운영 중이다. 이미 인천시의회도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의 인력 부족을 지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시는 올 하반기에나 상담 인력을 1명 더 늘릴 계획이다. 전세사기 피해 전화 상담은 인천시민이 당하고 있는 고통에 대한 최초 대응이다. 이주비나 생계비 지원 등보다 더 긴요한 도움일 수 있다. 이런 디테일을 놓치면 시민의 아픔에 다가가지 못하는 행정이다.

[문화카페] 싸이∙댄스가수 유랑단... 대학축제의 진정한 모습인가

대학의 5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올해에도 전국의 대학에서는 축제 공연가수 라인업에 대한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해 6월 한 예능프로그램인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 등이 대학축제장을 찾은 모습이 그려졌다. 그날 대학축제 섭외 0순위로 불리는 ‘싸이’와 함께한 공연은 순식간에 대학을 콘서트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코로나로 인해 2년간 캠퍼스 라이프를 누리지 못했던 ‘코로나 학번’들의 아쉬움과 답답함을 해소시켜 주는 대학축제가 재개되면서 한층 고조된 분위기를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대학축제는 일반적으로 개막행사, 연주회 및 발표회, 전시회를 중심으로 학술제와 민속제, 타 대학생을 초청하는 ‘쌍쌍파티’가 열리는 낭만적인 행사였다. 그 후 1980년대 중반 학생운동이 확산되면서 대학 구성원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할 수 있는 ‘대동제’라는 축제양식으로 변화했으며 축제를 사회 비판의 마당극놀이, 동아리 공연, 학과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해 대학문화의 발전과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자 했다. 1990년대 이후 대중문화가 발달하고 대학문화의 혼돈과 지체 현상으로 대학축제는 대학생들의 문화 표현의 장이 아닌 대중 소비문화가 주도하면서 공연가수 라인업이 대학축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콘텐츠가 돼 버렸다. 그동안 대학축제의 모습을 깊숙이 들여다본 관점에서 유명 가수 공연이 문제가 된다고만 볼 수 없는 하나의 축제문화 현상이 됐다. 때로는 유명 가수 공연이 대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사회적 불만 배출 통로, 대학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축제비용이 수도권 대학 기준으로 1억5천만~3억원으로 알려져 있고 대부분 대학생들의 등록금과 학생회비 등으로 축제 예산의 절반 이상이 공연 가수 섭외 비용이라는 것이다. 연예인 섭외 비용은 5팀 기준 1억원을 호가하고 있으며 유명한 연예인의 경우 20분 공연 가격이 약 5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축제의 기획 주체인 학생회도 주인공인 학생들의 자체 공연 및 프로그램에는 지원이 미미해 개성적인 대학문화 상실로 이어지는 것이 축제의 진정한 모습인가라는 문제 의식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축제의 자체 기획공모전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축제를 기획과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외부 가수 공연을 축소하면서 교내 동아리나 지역사회 공연단체와 함께하는 축제를 만들어 가면 어떨까 한다. 또 축제 예산을 학과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지원해 대학문화의 정체성을 축제로 구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 시점에서 대학축제에서 연예인과 가수공연이 축소되거나 없어진다면 대중문화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의 반대 의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대학축제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개성적인 대학문화의 특색과 가치를 찾아는 것이 바람직한 축제의 모습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회가 스스로 고민하며 자정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 당국과 사회 모두가 함께 숙론(熟論)의 장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함께하는 인천] 한일 문화교류가 주는 긍정 메시지

스마트폰을 손에 달고 사니 세상 돌아가는 형세는 읽고 있지만, 한국의 방송을 안 본 지가 너무 오래돼 어떤 드라마가 재미있는지, 어떤 가수의 어떤 노래가 인기를 얻는지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문화생활을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새삼 가보니 음악 연주회가 주는 감동은 새로웠고, 공부 삼아 보는 외국 드라마는 한국과 전혀 다른 인간의 삶의 모습을 선사해 줘 즐겨 찾는다. 최근 어떤 일본 가수에 대해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노래를 매우 잘한다는 것이었다. 보내온 유튜브를 시청하니 모르는 가수인데 그간 일본에서는 들어볼 수 없었던 훌륭한 노래 실력이었다. 한 대중가요 프로그램이 한일 양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40년을 넘게 일본을 경험하며 일본가요를 즐기면서도 일본 가수들에 대한 평가는 낮은 편이었는데, 금번 모 방송의 한일가왕전을 보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누구나가 잘 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이지만 참으로 잘 부르는 가수들이었다. 그런 가수들을 선발해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다니 한류 대세 시대의 한국 제작사의 기획 능력에 놀랐다. 한국 방송에서 일본인이 부르는 일본어 노래와 한국인이 부르는 일본어 노래에 반일의 잣대를 들이대면 거부감이나 비판의 소리가 나오련만, 그저 노래 그 자체에만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사실 노래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은 한국인들에게 수준 낮은 노래는 통용되지 않는다. 조금만 시원찮아도 가수에 대한 비판이 심한 한국 아닌가. 그런데 이번 일본인들의 노래는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칭찬 일색인 듯했다. 더욱이 일본 가수들의 차분하고 진중한 태도에 한층 높은 평가가 나온 것 같다. 일본 가수들이 한국어로 부르는 노래에서는 짧은 기간에 소화해낸 그들의 노력과 능력에 큰 칭찬을 보내고 싶다. 사실 한국인은 일본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있어도 일본인은 발음상의 어려움 등으로 한국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기 어려운데, 그들의 한국어에는 ‘한국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했다.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일본인이 늘었음을 새삼 느꼈다. 금번 가요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한국인이 일본인들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과 함께 과거와는 다른 여유를 보인 것 같다. 모든 것이 잘돼 오직 누구 노래가 어땠는지 하는 가수와 노래 이외의 의견은 별로 못 들었다. ‘한국 방송에서 일본 노래를’ 하며 나올 만한 비판이 음악이 선사하는 감동 탓인지 모두 사라지고, 오히려 차후를 기대하게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감동을 주는 교류를 통하면 한일 양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더 나은 한일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