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미술’의 진수를 맛보다

프랑스 현대미술의 독특함과 다양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고양을 찾는다.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오는 20일부터 내년 1월 17일까지 열리는 유럽현대미술전(Bonjour La France - 친애하는 당신에게)가 바로 그것이다.특히 이번 전시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고양문화재단과 성남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해 개막 전부터 주목 받았다. 그동안 지역문화재단과 지역 공연장들이 공연물 제작과 순회 상연 등 여러차례 협업했지만, 전시는 작품의 이송 및 보안, 시설 등의 문제로 쉽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남과 고양의 문화재단이 함께 준비한 이번 전시는 그동안 국내 프랑스 미술 전시회에서 주로 다뤘던 19세기 말 인상주의 미술을 넘어, 20세기의 현대미술을 주제로 한다. 니키 드 생팔, 로베르 콩바스 등의 거장들부터 동시대의 국제적 명성을 지닌 현대미술가의 회화, 영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보여준다.전시는 ‘색과 형상’ ‘교감’ ‘아우라’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 네 개의 테마로 구성했다. 가엘 다브렝쉬 作 ‘It's not me, it's you’ ‘색과 형상’에서는 분석적이고 엘리트적인 미술을 거부하는 자유 구상 회화의 선구자 로베르 콩바스, 평생 회화의 요소인 소재와 표면을 연구해온 클로드 비알라를, ‘교감’에서는 형형색색의 조각으로 치유와 해방을 꿈꿨던 니키 드 생팔, 백남준의 동료이자 일상의 평범한 언어들을 예술의 표면으로 경쾌하게 끌어올리는 벤의 작품과 교감할 수 있다.‘아우라’에서는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듀오 작가 피에르 앤 질, 다양한 기기를 이용해 무한성의 모티프를 표현하는 콜코즈의 작품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는 물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영상 듀오 작가 에밀리 브로 & 막심 마리옹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양문화재단 관계자는 “전시는 프랑스 현대미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에게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아울러 이번 전시가 지자체, 기관이 공동 기획하는 전시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29일부터 10월11일까지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열린 해당 전시에는 8천여 명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문의 1577-7766. 관람료 8천원. 송시연기자

찢고 구기고… 더 자유로워진 작품 세계로

서양화가 최필규의 12번째 개인전 ‘구김+찢김’ 미학으로의 변형이 16일부터 29일까지 수원 해움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의 주된 소재는 종이다. 한지를 구기고, 종이를 찢어내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이러한 행위는 대부분 유년 시절에 각인된 기억들과 이어져 있다.심심하던 어느 날의 오후, 방바닥에 누워 놀던 어린 소년의 눈에 들어온 뿌연 창호지의 무늬들은 깊은 잔영으로 남았다. 여러 갈래의 결이 살아있는 한지의 이미지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 유년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되살아났다. 작가는 “하얀 종이를 구기고 찢는 작업은 나의 즐거운 유희이며 카타르시스”라며 “작업 후 일루전으로 보여지는 흔적은 쾌감과 더불어 어릴 적 아련한 기억으로 되살아난다”고 설명했다.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그동안 작가가 끊임없이 선보였던 종이 작품의 연속으로, 더욱 견고하면서도 자유로워진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작품의 소재는 종이에서 광목천으로 바뀌었으며, 단색조에서 보다 강력한 색인 청(靑), 적(赤)을 사용해 따스함을 불어넣었다. 작가는 “우리나라 전통 오방색 중 청색와 적색은 동쪽, 남쪽을 상징 하기도 한다”며 “이지적이고 차가운 흑과 백에서 청색과 적색을 통해 전통색의 또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작가는 1978년 국전 입상작가로 화단에 첫발을 들여놓은 이래 독일 뒤쉘도르프 현대미술 초대전, 한·일 모던아트전(타블로 갤러리), 한·중·일 코스모 아트전(요코하마갤러리) 등 유수의 그룹전과 2013 BIAF 부산국제 아트페어, 2014 SOFA 서울오픈아트페어, Manif 마니프국제 아트페어 등에 참석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문의 (031)251-9194. 송시연기자

‘승무·살풀이’ 송악 김복련의 신명나는 춤사위

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 살풀이춤 예능보유자인 송악 김복련이 오는 18일 오후 3시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송악 김복련과 제자백가의 춤∥을 공연한다.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 살풀이춤보존회가 주최하고 수원시가 후원하는 이번 공연은 지난해에 이어 제자백가(弟子百家)라는 타이틀로 선보이는 두 번째 무대다. 화성재인청류 승무와 살풀이춤은 지난 1996년 경기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송악 김복련은 2002년 제2대 경기도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3명의 전수조교와 100여 명의 이수자를 배출, 이번 공연에서 제자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무대를 꾸민다. 이날 공연에서는 한국문화의 집 예술감독인 진옥섭씨가 해설하고 김주홍과 노름마치의 흥겨운 반주에 송악 김복련 선생이 제자들과 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와 살풀이춤은 물론, 교방살풀이춤, 화성재인청류 신칼대신무, 걸북춤, 소고춤, 김복련류 허튼수건춤, 화성재인청류 진쇠·태평무 등을 출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복련은 “나이와 형식의 질서를 넘어 각각의 춤철학과 능력으로 무장한 이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하고 예술세계를 발휘할 수 있는 판이며 오랜 시간 저의 곁에서 인(仁)의 마음으로 예술과 인격을 완성시킨 진정한 송악인들이 바로 오늘 저와 함께 하는 제자백가(弟子百家)들”이라고 공연의 의미를 밝혔다.한편 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 살풀이춤보존회는 ‘송악 김복련과 제자백가의 춤∥’를 매년 시리즈 공연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문의 (031)254-5686.류설아기자

경기도문화의전당, 중학생 대상 무료 예체능 진로체험교실 진행

경기도문화의전당(사장 정재훈)은 2016년 중학생 ‘자유학기제’ 도입에 맞춰 중학생을 대상으로 예체능 진로 탐색 프로그램 ‘예술의 꿈 체험교실’을 마련한다.특히 경기도립예술단이 강사진으로 참여하고 무료로 진행하면서 경기도내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그램은 도립극단, 도립무용단, 도립국악단, 필하모닉오케스트라, 팝스앙상블 등 5개 단체의 연습장면을 참관하거나 직접 연주에 참여하는 현장체험으로 구성했다. 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26, 27일을 시작으로 11월9일부터 13일,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참여일별로 최대 50명의 인원을 모집해 연습참관, 악기군별 소리듣기, 전체 연주 감상, 파트별 대화시간 등을 진행한다. 도립국악단은 11월12일 10명 이내의 인원으로 공연리허설 참관, 강연 등을 열 계획이며, 도립무용단은 11월23일부터 12월4일까지 10명 내외로 모집해 전통춤을 이해하는 시간과 연습관람 및 체험, 실무자와의 만남을 갖는다. 도립극단은 11월19일, 최대 50명 이내의 인원으로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의 리허설 참관, 공연에 사용되는 무대현장 학습 등을 진행한다. 실용음악 장르로 인기 많은 팝스앙상블은 11월 중 매주 수~금요일 10~20명 내외의 학생들이 직접 연습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재훈 사장은 “예체능계열 학생들이 희망하는 전공에 맞춰 현장을 체험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고 지속적인 유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문의 및 신청(031)230-3293 류설아기자

‘그녀는 예뻤다’ 김제동, 카메오 출연… 잇몸 만개미소 등장 ‘깨알 활약’

‘그녀는 예뻤다 김제동’‘그녀는 예뻤다’에 김제동이 카메오로 출연한다.14일 방송되는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측은 9회 방송을 앞두고 카메오로 출연한 김제동의 모습이 담긴 스틸 사진을 공개했다.공개된 스틸 속 김제동은 혜진(황정음 분)과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어서 눈길을 끈다. 사진 속 김제동은 잇몸만개 미소를 보이며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연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고민하는 모습이어서, 그가 맡은 역할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김제동은 촬영장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는 익숙지 않은 드라마 촬영임에도 불구하고,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토크콘서트로 갈고 닦은 특유의 능수능란한 말솜씨를 뽐내며 현장에 화력을 더했다고. 이 같은 김제동의 깨알 같은 활약에 힘입어 촬영장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촬영을 이어갔다는 후문이다.한편 ‘그녀는 예뻤다’는 주근깨 뽀글머리 ‘역대급 폭탄녀’로 역변한 혜진과 ‘초절정 복권남’으로 정변한 성준, 완벽한 듯 하지만 ‘빈틈 많은 섹시녀’ 하리, 베일에 가려진 ‘넉살끝판 반전남’ 신혁, 네 남녀의 재기발랄 로맨틱 코미디.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중계로 인해 오늘(14일) 방송은 이례적으로 야구경기와 뉴스데스크에 이어서 방송된다. 온라인뉴스팀사진= 그녀는 예뻤다 김제동, MBC

‘돌연변이’ 이천희 “기자 역할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돌연변이 이천희’‘돌연변이’ 이천희가 연기하며 중점을 뒀던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14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돌연변이’ 언론시사회에는 권오광 감독과 배우 이광수, 이천희, 박보영이 참석했다.이천희는 생선인간이 된 청년 박구를 취재해 정직원이 되고 싶어하는 인턴기자 상원을 연기한다. 생선인간 박구가 아닌 청년 박구의 진솔한 모습을 보며 눈 앞의 실리와 기자로서의 정의 사이에서 고뇌한다. 이날 이천희는 “기자 역할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면서 “촬영기자인데, 카메라를 다루는 법이나 이런 것들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녹화하는 방법부터 테이프 돌리는 것부터 연습했다. 제가 찍은걸 영화에 다 쓰는 줄 알고 진짜 열심히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쓸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이를 들은 권오광 감독은 “두 컷이 나갔다”고 말했고, 이천희는 “다행이다, 감사하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상원을 박구 주변의 인물로 해석했다. ‘이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면서 그감정선들을 가지고 캐릭터의 마음의 변화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덧붙였다.한편 ‘돌연변이’는 신약 개발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 청년 박구(이광수 분)가 세상의 관심으로 일약 스타가 됐다가 제약회사의 음모로 세상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22일 개봉.온라인뉴스팀사진= 돌연변이 이천희. 연합뉴스

[사설] 최악의 가뭄, 비상대책이 시급하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가을 가뭄이 심각하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곳이 여러군데이고, 저수율 50% 미만인 곳도 많다. 올들어 최근까지 전국의 누적 강수량은 평년치(30년 평균치)의 62%에 불과하다. 가을과 겨울에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여서 전국이 ‘최악의 가뭄’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도 봄철 농사가 우려스럽다.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경기지역 올해 강수량은 592㎜로 평년(1천278㎜) 대비 46.3%에 그치고 있다. 강수량이 줄면서 경기지역 농업용 저수율은 45% 정도다. 특히 김포(3%), 강화(10%), 안성(45%), 파주(46%) 등 일부 지역은 저수율이 매우 낮아 농사용 물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본보 취재 결과 강화지역은 농어촌공사 관할 저수지 17개소 중 15개소의 저수율이 50%가 안된다. 고려ㆍ난정ㆍ고구ㆍ상하ㆍ삼산ㆍ하점저수지 등 6개소는 저수율이 아예 0%다. 곳곳에서 저수지 바닥이 드러난 상태로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올겨울에도 강수량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 속에 농어촌공사는 내년도 영농기에 강화, 파주, 양평, 안성, 화성 등에서 농업용수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00년 만의 가뭄을 겪는 충남 일부에선 지난주부터 제한급수가 시작됐다. 보령과 서산, 당진 등 8개 시군의 급수량이 20% 줄어들어 48만명이 먹는 물 공급과 공공시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내년 봄까지 가뭄이 계속되면 서울 등 전국이 사상 최악의 물 부족 현상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몇 년 사이 엘니뇨 현상 등 기상이변으로 한반도에 가뭄이 잦아지면서 농업용수 등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50 환경전망’ 보고서도 우리나라를 회원국 중 유일하게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했다. 물 관리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는 비상한 자세로 단기적 용수대책은 물론 중장기적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가뭄을 극복하려면 제한된 수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우선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7억t의 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저수지 확충은 물론 중소규모 댐을 건설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 가뭄 대책과 물 관리를 연계하는 컨트롤타워 설치도 시급하다. 이와 함께 국민들도 가뭄과 물 부족에 대한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물 아껴쓰기를 생활화하는 등의 실천도 아주 중요하다.

[사설] 인천지검, 피의자 인권침해 의혹 속히 밝혀라

일선 검사의 자질 문제가 또 제기되고 있다. 인천지검의 한 검사가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변호사의 참여를 거부하고, 피의자에게 막말을 했다는 진정서가 검찰에 제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인천지검 등에 따르면 A검사는 지난해 5월 12일 B씨(53)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가 1년 2개월 만인 지난 7월 11일 구속을 취소, B씨를 풀어줬다. 구속취소 사유는 B씨의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검찰이 기간연장을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B씨는 현재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고 있다. B씨는 풀려난 즉시 검찰 조사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인천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B씨는 진정서에서 “사건 담당 A검사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이 선임한 변호인의 입회 조사를 거부, 조력권을 침해당했고 결국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구속됐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해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울하게 구속됐었다는 거다. B씨는 당시 검찰 측에 자신의 변호인 입회를 요구했지만 A검사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입회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B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기가 막힐 소리다. 현행법상 변호인이 입회 전 검사와 예약해야 한다는 규정은 그 어디에도 없다. 검사가 변호인의 수사 참여를 자의로 제한한 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부당하다. B씨는 또 진정서에서 A검사가 “당신 같은 사람이 쓰레기 같은 사람이다”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수차례 했다며 A검사의 징계를 요구했다. 검사의 폭언은 엘리트주의와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척결돼야 할 나쁜 관행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진정서가 제출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니 제 식구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진정 내용의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간단한 사실 관계 확인이 아직도 안 됐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B씨의 진정 사실이 알려지자 인천변호사회도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인천변협은 담당 검사의 변호사 수사 참여 제한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강력 대응할 뜻을 밝혀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사의 신분을 보장하고 폭넓은 권한을 주는 건 특권을 누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하라는 뜻이다. 검찰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인신 구속이 불가피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관행은 없는지 철저하게 가려내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지지대] 물 부족

농사짓는 부모 닮지 말라며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딸을 서울로 유학(?) 보내놓고는 행여 밥이라도 굶을까 염려한 어머니는 먼 친척 아주머니에게 나를 맡기셨다. 조용한데다 친절하고 음식 솜씨도 좋았지만 2년을 채 함께 살지 못하고 독립을 선언했다.서울 마포구 염리동 산 중턱, 소위 말하는 달동네에 자리한 조그마한 주택은 하나밖에 없는 화장실도 불편했지만, 걸핏하면 단수가 됐다. 그나마 미리 알려줘 급수차가 오면 물을 받아두었다가 쓰기도 했지만, 예고 없이 끊기면 난감하기 그지없었다.▶한창 외모에 신경 쓸 나이이니 차라리 밥 물이 없어 밥은 굶을지언정 씻지 않고 학교에 간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겨울엔 연탄불 위에 올려진 커다란 솥에서 떠주시는 뜨거운 물 한 바가지에 찬물 서너 바가지를 받아썼는데, 물 배급받는 게 눈칫밥보다 더 싫었다. 그나마 고지대라 한창 물을 많이 사용하는 시간에는 졸졸졸 흐르니 콸콸 쏟아지는 고향집 펌프 물을 그리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 높은 지대에 살면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물을 원 없이 사용하게 된 건 대학에 입학하면서다. 아버지를 졸라 결국 논 닷 마지기를 팔게 했고 부자들이 많이 산다는 연희동의 한 연립주택에 전세를 살면서였다. 물탱크에 저장된 물을 사용하니 단수가 돼도 하루 이틀은 끄떡없었다. 평지다 보니 물 나오는 소리도 시원했다. 이후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사실조차도 잊고 살았다. 물이 부족해 받아놓은 물에 그릇을 씻어 한두 번 헹구고 사용한 날도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채 설거지하는 습관마저 생겼다. ▶70~80년대 경험했던 단수를 대비해야 할 지경에 처했다. 올해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염려됐는데, 현실로 나타났다. 최악의 가뭄을 겪는 충남 서부지역에서는 지난주부터 제한급수가 시작됐다. 안타깝게도 제한급수에 속이 타들어가는 건 소상공인들이다. 음식점, 세탁소, 다방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도내 저수율도 역대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으니 제한급수가 비단 충청도만의 문제는 아닌듯하다. 옛말에 가뭄은 나라님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참에 물을 낭비하는 잘못된 습관이 있다면 고쳐볼 일이다. 박정임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