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넘어도 식지않는 ‘남한산성 알리기’ 열정

역사는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잊어서도 안 되고 함부로 해서도 안됩니다. 아픈 역사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재발 방지를 위해 힘써야 합니다 지난 2009년부터 7년째 남한산성에서 광주시문화관광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희 해설사(66)의 말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본 TV 속 해설사의 모습은 많은 것을 변하게 했다. 유아교육을 전공해 수십 년간 어린이들과 함께했던 그였지만 운영하던 피아노 학원마저 접고 해설사로서의 역할에 전념하고 있다. 김씨는 처음에는 나이 탓에 산을 오르는 일이 버겁고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설명에 귀 기울이고 호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한다. 해설사가 되기 위해 문화와 관광, 유산 등 경기도와 광주시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해설사가 된 이후에도 매년 꾸준히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한번 해설을 나가면 1~2시간 동안은 산을 오르며 쉼 없이 해설을 이어가야 한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봄 가을이면 쉴 틈이 없다. 특히 남한산성 문화제가 열리는 10월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행사가 열리는 15일~18일까지 사흘 동안에만 약 12만 명의 관광객이 남한산성을 다녀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관광객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해설사 증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남한산성에는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를 비롯한 14명의 해설사들은 매일 적게는 1~2번, 많게는 4~5번씩 해설을 위해 헌절사와 연무관, 침궤정, 서문, 수어장대, 남문, 제12남옹성 코스를 오른다. 해설은 10인 이상의 사전 인터넷 예약을 받아 진행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생태 해설을 병행한다. 풀과 나무, 곤충, 환경에 대한 해설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물론, 엄마와 선생님들이 좋아한다. 요청이 있을 때는 생태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5명의 해설사가 학교에 가서 역사를 겸함 1일 생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해를 거듭 할 수로 요청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김씨는 해설을 통해 역사는 재밌다, 즐겁다라는 인식을 갖고 남한산성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남한산성에 대한 해설을 하다 보면 간혹 굴욕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는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진 분들은 만나곤 하는데,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성내에는 단 한차례도 외세가 발을 들여 놓지 못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광주=한상훈기자

“지금의 내 삶과 경험들이 “미래에 고귀한 유물 될 수도”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며 이건 나도 있는데 이렇게 전시될 수 있네라고 생각하시면 참 좋겠어요. 당대의 것이 얼마나 고귀한 지, 지금 내 삶이 미래의 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추석 연휴까지 반납하고 전시실에서 고군분투한 민병은(사진) 기획자의 바람이다. 그는 지난 봄부터 미래의 유물들을 좀 더 쉽게 보여주기 위해 이천 시민들을 만났다. 근현대를 살아온 세대의 평범한 경험들이 지역의 문화를 만들고 우리의 유물이 된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유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탓에 전시할 오브제를 구하기 힘들었다. 전시 의도를 전하니까 어르신들이 절구통이나 옛 양곡기 등 민속품만 내놓더라고요. 20~30년만에 급속도로 현대화되면서 구닥다리 물건은 모두 버려버린 특수 상황이 있었던 거죠.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최근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전시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들의 육성을 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만난 사람들에게서 특별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삼대째 농부로 살고 있는 김정식(79)ㆍ서금례(76) 부부, 이천 사람 누구나 한 번쯤은 다녀갔다는 미미사진관의 이무정(76) 사장, 고려인에서 이천사람으로 살고 있는 결혼 이주 여성 신나자(33)ㆍ유마리나(41) 등이 그들이다. 도농복합도시이면서 대기업 공장이 있고 결혼 이주 여성도 존재하는, 이천 지역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민씨는 많은 사연들을 설치, 사진, 영상 등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사람이 곧 이천, 나아가 우리나라 근현대사더라고요. 영월 신씨인 고려인 신나자씨를 인터뷰하면서 누가 다문화인가, 다문화는 존재하는가라는 새로운 질문도 길어올렸고, 이 많은 아까운 이야기를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어요. 인터뷰는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그가 아직도 이천 사람들의 삶에서 발화된 인생사에 대한 성찰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리라. 마지막으로 그는 당부했다.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이러니입니다. 특별전 타이틀에서 미래와 유물, 두 단어가 함께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였죠. 결론은 인생사에 존재하는 아이러니를, 지금을 즐겨야 한다는 거에요. 류설아기자

소소한 일상… 이천시민은 어떻게 살아왔나

지금 이 찰나는 곧 역사의 한 줄이 된다. 이 순간 사용하는 어떤 물건 역시 시간의 더께가 쌓이면서 유물이 된다. 현재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도 그 모든 것이 사라진 미래에는 소중한 이야기이자 유물이 되는 것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우리 이웃의 삶을 통해 근현대사를 조명하는 전시들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이천 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근현대사 기획전이 열려 주목된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 주최로 오는 10월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이천아트홀에서 펼쳐지는 특별전 <미래유물전>이 그것이다. 전시는 평범한 시민들이 구축한 이천시의 정체성과 문화를 크게 4가지 코너를 통해 보여준다. 이천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구만리뜰을 재현한 공간을 지나 순정 코너에서 이천 시민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지역 특유의 근현대사를 전달한다. 용면리 농부 3대의 이야기, 1946년 여성을 위한 고등기관으로 설립된 양정학교의 통학버스를 운행했던 할아버지, 일자리를 따라 제2의 고향으로 이천에 둥지를 튼 하이닉스 근로자, 이천 주민으로 살고 있는 다문화 가족 등이 각각 자신의 삶을 구술했다. 이어 여정 코너에서는 이천에서 62년째 운영 중인 미미사진관을 재현한 스튜디오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고, 지난 시간 미미사진관을 다녀간 사람들의 얼굴을 특별 제작한 라이트박스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또 조명호 이천문화원장이 수 십 년간 여행하고 살며 수집한 잡동사니들을 전시, 개인의 추억이 담긴 사물들이 관람객과의 접점을 형성하면서 대화하는 것을 시도한다. 이번 특별전을 위해 이천에 거주하는 이윤복 조각가의 작품 폐자재를 모아 쌓아둔 후 작업하는 소리 녹음본을 틀어놓아 새로운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다. 진정 코너에서는 이번 특별전을 선보이기까지 진행해 온 시민 인터뷰와 지역 곳곳을 기록한 영상, 사진 등을 재구성해 보여준다.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도슨트가 오후 2시, 4시 하루 2회씩 해설과 안내를 맡는다. 염상덕 회장은 동네에서, 마을에서 순정을 바쳐서 삶을 살아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문화원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명호 이천문화원 원장은 오래된 조상이 아니라 우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웃들, 아이들의 삶이 모여 이천이라는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된 의미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퓨전국악그룹 이스터녹스가 조각 소리를 바탕으로 한 뮤직콘크리트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이는 개막식이 1일 오후 4시 이천아트홀 전시실에서 열리고, 전시기간 중 5일은 쉰다. 류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