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없는 ‘독박 간병’…치매가족휴가제 ‘유명무실’

#1. 지난 2019년부터 치매가 있는 남편을 돌보고 있는 A씨(62·여). A씨에겐 잠깐의 외출도 허용되지 않는다. 매일 하루 종일 남편에게 눈을 뗄 수 없어 여행은 포기한 지 오래다. 수년 동안 이어진 간병 생활에 지친 A씨는 치매가족휴가제를 알게 됐고 이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24시간 간병할 요양보호사를 찾지 못했다. 결국 그는 타 지역에 사는 아들과 딸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연차를 내면서 힘겹게 간병을 이어가고 있다. #2. 10년간 홀로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는 B씨(55).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어 생계와 어머니의 삶까지 책임지며 힘겹게 생활을 이어가던 중 치매가족휴가제를 알게 됐다. 이후 어머니를 돌봐줄 요양보호사를 찾게 됐고 하루 단 몇시간 동안만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일이 바빠져 고민하던 B씨는 어렵게 요양보호사에게 24시간 간병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하루 종일 돌봄은 부담스럽다”며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하루 종일 돌봄을 해주지는 않을 것이다”는 말이었다. 결국 B씨는 단기요양시설까지 알아보고 있다. 치매가족휴가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못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매가족휴가제는 치매 환자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4년 7월 시행됐다. 1년 동안(올해 기준) 단기 보호는 10일, 종일 방문 요양(12시간 이상 24시간 미만)은 20회 이용이 가능하다. 지난 2022년 기준 도내 60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20만860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수는14만9천99명으로 이보다 적은 수치다. 특히 치매 환자의 경우 특성 상 24시간 돌봄이 필요한데, 요양보호사들은 이를 소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치매가족휴가제의 이용률은 수년째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 기준 치매가족휴가제 이용률은 2018년 0.13%, 2019년 0.18%, 2020년 0.18%, 2021년 0.15%, 2022년 0.18% 그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치매가족휴가제 이용률이 저조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단기보호 제도 등을 활용해 치매 환자 가족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홍보 활동을 통해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소음·교통 체증… 선거 유세 ‘민원 폭주’

본격적인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경기지역 곳곳에서 선거 유세 소음과 유세차량으로 인한 교통 혼잡 등 시민들의 불편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4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 동안 경기 지역에서 접수된 선거 관련 민원 신고 접수는 총 863건으로 확인됐다. 유형별로 보면 소음 민원이 569건(65%)으로 가장 많았고, 교통 불편 153건(17%), 시비·소란 32건(3%) 등의 순이다. 최근 3년(2021년 3월~2024년 2월)간 국민권익위원회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선거 유세’ 관련 민원을 분석해 보면,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었던 2022년의 경우 월 평균 979건에 달할 정도로 다수의 민원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용인특례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민 A씨는 아침마다 들려오는 선거 유세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오전 7시가 되면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쩌렁쩌렁한 선거 방송 소리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매일 같은 장소에서 선거 유세 방송이 반복되고 있어 민원을 넣었는데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원특례시의 한 공원 나들목에서도 매일 수십 건의 선거 유세 관련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봄철 나들이객에 선거 유세 차량까지 더해지면서 퇴근길 정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당분간 교통 혼잡이 지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같이 선거 유세로 인한 민원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소음 규정의 허용치가 너무 높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직선거법상 차량부착용·휴대용 확성장치 사용이 가능한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소음은 127㏈을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전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120㏈) 기준보다 높아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재를 할 방법이 없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각 후보자 측에 연락해 선거 유세 트럭을 이동시킨다거나 소리를 줄여달라고 하는 등 주의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판 충돌하는 ‘서울 편입’…국민의힘-김동연 지사, 번갈아 북부행 [총선 관전포인트]

4·10 총선이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기 북부 지역을 둘러싼 국민의힘과 경기도 간 막판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고양, 포천·가평 등을 돌며 ‘서울 편입 및 경기 분도’를 내세우는 가운데, 김동연 지사는 개발 소외 지역 철도 확충 계획을 내걸며 북부 발전의 열쇠가 여당이 아닌 도 정책에 있음을 강조 중이기 때문이다. 4일 도 등에 따르면 김 지사는 이날 포천시 소홀읍을 방문해 옥정~포천 광역철도 사업 현장을 점검했다. 옥정~포천 광역철도는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의 연계 사업으로, 2029년까지 서울 도봉산과 양주 옥정, 포천을 연결하는 지역 숙원 사업이다. 특히 김 지사는 현장에서 백영현 포천시장에게 지난 1일 도가 발표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G 노선 추진 계획을 소개했다. GTX-G 노선은 포천에서 출발해 의정부와 구리, 논현, 사당, 광명을 거쳐 인천으로 연결되는 노선이다. 도는 G 노선 완공 시 포천에서 강남까지 30분, 광명은 43분 만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지사는 “옥정~포천선은 제가 2009년 경제부총리 시절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던 사업”이라며 “GTX-G 노선도 정부와 협의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를 통해 포천뿐 아니라 경기 북부의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김 지사의 포천 방문은 북부 지역을 향한 국민의힘의 ‘서울 편입, 경기 분도 병행’ 공약에 대응,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이하 북자도) 사업 당위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민주당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 사격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경기 북부 10개 시·군을 북자도로 편성하려는 도 구상과 고양·김포·구리 등의 서울 편입, 이외 지역 북도 병합이라는 여당 구상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 지사 방문 하루 전인 지난 3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고양특례시를 방문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일산은 서울이 된다”고 강조하고 동두천, 포천·가평 등에서는 북도 설치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도가 총선 직전 북부 지역을 실제 발전시킬 수 있는 주체가 ‘서울 편입’이 아닌 ‘도 정책’이라는 메시지를 심고, 지역 교통망 확충 계획을 소개하며 민주당 후보 힘 싣기를 동시에 노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도 관계자는 “이번 김 지사 포천 방문은 지난 1일 발표한 GTX 플러스 구상 속 지역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만평] 결집인가... 심판인가...?!

[사설] 이민청 유치 토론회에서 경기도민 뜻 모으자

우리가 거듭 밝힌 바 있다. 이민청 유치 경제 효과다. 국가기관 유입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연관되는 각급 기관도 따라온다. 시·군으로서는 거대한 경제 주체 하나를 받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이 추계한 기대효과가 있다. 생산 유발 효과만 5천150억원 상당이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도 3천530억원이다. 기대되는 신설 일자리를 4천198명으로 본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 없는 효자다. 그래서 지방도 난리다. 부산, 경북, 충남, 전남 등이 나서고 있다. 수도권에 설치돼야 한다. 이민청 설립 근거가 그 이유 자체다. 인구절벽을 해결할 특화 대책이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비상책이다. 정책 대상이 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다. 1차적 수요자가 국내 거주 외국인이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230만명이다. 절대 다수가 수도권에, 그중에도 경기도에 있다. 재화의 국내 이동을 기준 삼는 국토균형발전론이 투영될 사안이 아니다. 안산시에 사는 외국인의 업무를 ‘지방’으로 보내면 되겠나. 논리가 분명하면 곧바로 유치전으로 가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상당 부분 진행돼 있다. 가장 활발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은 안산시다. 116여개의 주한 대사관에 안산시의 외국인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각국의 주한 대사관을 직접 방문해 협조와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김포시·고양시 등 지자체들도 TF 구성 및 공동건의문 발표 등의 노력을 이미 경주하고 있다. 때마침 차려진 22대 총선판도 이민청 유치의 각축장이다. 관련 공약이 아주 많다. 마침 주목할만한 행사가 마련된다. 경기도가 이민청 유치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25일 예정된 ‘출입국·이민관리청 경기도 유치 토론회’다. 전문 기관으로 한국이민행정학회가 함께 주관한다. 이 문제를 지속 보도한 본보 취재팀도 함께 자리를 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토론회 개최를 통해 경기도에 이민청이 유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별 움직임을 하나로 응축시킬 더 없는 기회다. 바라건대 유치 희망 지자체들이 참여하면 좋겠다. 31개 시·군 모두가 관심 있는 것은 아니다. 절박한 의지와 논리적 타당성이 있는 지자체들이 있다. 이들이 함께하면 토론회의 내실이 배가될 것이다. 해당 지자체가 입장을 펼 수 있는 토론회 구성을 해보자. 경기도 안에서 펼쳐지는 ‘이민청 유치 예선전’이 전개되길 바란다. 조금 격해지고 팽팽해져도 괜찮다. 그런 토론회의 열기가 결국 이민청 유치를 향한 1천300만의 총의로 이어질 것이다.

[사설] 늙어가는 건설현장, 고용구조 개선 젊은인력 유입해야

건설경기가 예전같지 않다. 고금리 기조와 아파트 미분양 사태 등으로 문 닫는 공사장이 늘었다. 본격 공사철이 시작됐지만 공사 현장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4·10 총선 이후 건설업계가 줄도산할 것이라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대형 건설사는 계열사 내부와 외부 금융기관의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중견 또는 소규모 건설사는 업황 악화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가 1천건을 넘었다. 부도로 문을 닫기도 하지만 경영 악화나 자본금 유지 불가 등으로 면허 유지가 어려워 자진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공사가 크게 줄어 월 평균 100만명대를 기록하던 일용직 취업자가 올들어 40년 만에 최저치(2월 기준 87만7천명)를 기록했다. 공사장 일용직 근로자들의 한숨 소리가 크다. 아침 일찍 일감을 찾으러 나가지만 헛걸음하는 경우가 많다. 임금 단가가 낮은 외국인 노동자와의 경쟁에서 밀려 일감을 못 잡는다 한다. 인부들의 일당은 제각각이다. 시기별·직종별·현장별 단가 차이가 난다. 보통인부 기준 수도권 평균 일당이 12만~15만원 선이고, 충남 아래 쪽으로는 13만~16만원씩 한다. 똑같은 일을 해도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1만~2만원 낮은 편이다. 수도권이 비수도권에 비해 일감이 많지만 경쟁이 심하다 보니 내·외국인 모두 ‘몸값’을 낮추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의 인력은 늙어가고 있다. 관련 인력 4명 중 1명이 6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김지혜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 기능 인력 중 60대 이상의 비중이 25.7%이고 평균 연령은 51.5세”라며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과 안전 문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해 고령 인구로 건설현장이 채워지는 이유는 임금 체계와 같은 근무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건설 분야는 몸은 힘들어도 일용직치고는 수당이 다른 분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짧은 기간에 용돈을 벌려는 청년들이 많았다. 하지만 건설업의 근무여건은 제자리걸음인데 코로나 이후 택배와 배달 등 다른 일거리가 증가해 건설현장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줄었다. 빈자리는 장년층과 대부분 불법 체류자인 외국인 노동자가 메우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는 의사 소통이 힘들고, 장년층은 신체 능력이 떨어져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 정부는 건설산업 근무여건 개선과 고용지원·인센티브 확대, 교육훈련 같은 인재양성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힘들고 돈 못버는 3D 업종’이라는 인식 때문에 청년층 유입이 안 되는 고용구조 개선에 정부와 업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

[세상읽기]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은 실패작 아닌가

지난 2022년은 새로운 행정수도인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한 지 만 10년이 되는 해였다. 정부는 수도권 과밀을 억제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세종시에 중앙행정기관 44개와 정부 출연기관 17개를 이전했다. 수도권에 인구의 50% 정도가 살고 있음은 극도의 비정상일 뿐 아니라 과도한 집중은 주택난과 부동산가격 폭등, 교통난, 환경 문제, 지역 간 격차와 불균형 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 해서 단순히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수도권 과밀 해소라고 하는 극약처방이 과연 올바른 해법이었는지 의문이다. 중앙 행정공무원과 공공기관직원 2만여명과 그들에게 딸린 식구들을 서울에서 내보내는 데 무려 106조8천억원이 투자됐다고 하는데 과연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이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2012년의 세종시 인구는 11만3천명이었는데 2022년 38만명으로 10년 사이에 27만명이 증가했다. 그런데 수도권, 즉 서울, 경기, 인천의 인구는 이 기간 무려 85만명이나 증가했다(서울 인구는 76만명 감소). 2022년은 세종시의 순유입 인구 1만128명중 서울 출신은 342명에 불과했다니 나머지는 지방에서 유입된 셈인데 결국 지방의 인구 소멸만 부추긴 셈이다. 또 2015~2022년 수도권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2001~2012년 51.6%에서 무려 70.1%로 높아졌다. 결국 행정수도 이전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필자는 행정수도 이전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김포신문 2004년 8월16일). 논지는 다음과 같다. “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집중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분석 파악한 후 그들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선결과제인데, 행정수도만 이전한다고 해서 수도권 과밀 억제라는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 피상적인 정책을 쓰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도권 집중의 근본 원인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관료 기구에 의한 전횡적인 의사결정 ▲만나서 밥 먹고 술 먹어야 관청 일이 해결되는 대면 행정 시스템 ▲사회간접자본 및 생산시설의 계속된 수도권 편중 투자 ▲우수한 교육시설 ▲수도권의 성장제약 원인을 완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 ▲지방재정의 취약과 지원 인색 등이다. 이들 근본 원인을 제거함이 없이 행정수도만을 이전한다 해서 결코 수도권 과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위에서 지적한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일이 중요하고 나아가 자원 배분을 과감히 지방에 분산시키고 행정과 재정의 분권화를 촉진하고 지방재정을 강화하는 길만이 수도권 집중을 막는 길이다. 수도권에 살아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재산 증식도 되고 교육도 잘 받을 수 있고 좋은 물도 마실 수 있다면 수도권 집중은 막을 길이 없다. 행정수도 이전은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며 이는 각 지방에 돌아갈 재원을 제약할 것이고 오히려 지역 격차만 더 벌려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특히 행정수도가 수도권 변경에 설치되면 가족들은 서울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단순히 부임하거나 출퇴근하는 공무원만 양산하게 되며 교통 혼잡은 심해지고 인구 분산은 미미할 것이다.” 더군다나 행정부만 이전하고 사법부와 의회를 서울에 남겨둠에 따른 행정의 비효율을 따진다면 그 폐해는 엄청나다. 늦은 감이 있으나 국회라도 세종시에 완전 이전한다면 행정의 효율 차원에서는 조금이나마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수도권 과밀 억제 정책은 실패작으로 보인다.

[천자춘추] 직업

우리 사회는 아직도 중증장애인에 대해 복지 혜택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중증장애인도 경제활동을 통해 자립하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인정과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달 20일 중증장애인에게 받은 문자 내용이다. “회장님 저 누구신지 아시죠? ○○○입니다. 일하고 싶어요. 너무 일하고 싶어요. 궁금해서요. 언제부터 일할 수 있나요? 열심히 일할게요.” 비록 노동 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중증장인이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울부짖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느껴졌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간다. 예를 들면 식물, 곤충, 동물들도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먹이를 구하고 쉴 곳을 찾아 이동한다. 사람으로 말하면 생계를 위해 직장에서 일하고 먹고 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인 중증장애인이 본인의 직업적 가치를 찾고 이를 실현하기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도 많지 않다. 그러므로 중증장애인의 취업을 돕기 위해 사회적,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고 이에 부합하기 위해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도, 법, 실천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현재 중증장애인을 위한 상위법 중 하나인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중증장애인의 생산품은 가격이 비싸다, 또는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이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물론 소비자로서는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품질면에서는 일반 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생산력이 낮아 약간의 가격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복지적인 측면에서 감당해야 할 일부분이라고 본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증장애인들이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폭넓은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장애인의 자립을 촉진하고 사회적인 통합을 이뤄낼 수 있다. 따라서 중증장애인의 생산시설 확대와 함께 일반 기업에서도 중증장애인 채용을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앞으로 중증장애인을 복지 혜택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사회적인 시각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정부는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지지대] ‘이 빠진 동그라미’

귀퉁이가 잘린 동그라미가 있었다. 녀석은 떨어져 나간 그 조각을 찾으려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면서 굴러갔다. 그러면서 삼라만상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한 조각을 잃어 버려 이가 빠진 동그라미/슬픔에 찬 동그라미 잃어 버린 조각 찾아/데굴 데굴 길 떠나네/어떤 날은 햇살 아래 어떤 날은 소나기로/어떤 날은 꽁꽁 얼다 길 옆에서 잠깐 쉬고/에야 디야 굴러 가네.” 한국항공대의 록밴드 활주로의 ‘이 빠진 동그라미’ 첫 소절은 이렇게 시작됐다. 필자가 청년 시절 매일 흥얼거렸던 애창곡이었다. 싱어 배철수의 중저음 보컬이 입에 착착 달라붙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후 그 동그라미는 어떻게 됐을까. 떨어져 나간 조각을 찾았을까. 어렵게 발견하고 붙이긴 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여유는 사라지고 쉴 새 없이 굴러가야만 했다. “어디 갔나 나의 한 쪽 벌판 지나 바다 건너/갈대 무성한 늪 헤치고 비탈진 산길 낑낑 올라/둥실 둥실 찾아 가네/한 조각을 만났으나 너무 작아 헐렁 헐렁/다른 조각 찾았으나 너무 커서 울퉁 불퉁/이리 저리 헤매누나/저기 저기 소나무 밑 누워 자는 한 쪼가리/비틀 비틀 다가 가서 맞춰 보니 내 짝일세.” 세상 만사가 힘들 때면 대중가요 노랫말에서 지혜를 찾곤 했다.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그때 대학가에서 만들어진 대중가요들은 젊은이들의 탈출구였다. 우리네 삶은 내게 딱 맞는, 내 빈 곳을 채울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한 방황일지도 모른다. 동그라미를 제대로 그려야 하는 행위의 연속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를 위해 평생을 헤맸을 터이다. 동그라미 그리기는 그래서 허투루가 아니어야만 한다. 비어 있는, 부족한 공백과 여백을 갖춘 삶의 소중함도 깨달아야만 한다. 밤이 어두울수록 아침은 더 빛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당시 젊은이들이 이 노래에 푹 빠졌던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