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가의 약속 [2024 신년특집]

세계적인 음악가 최재혁의 약속 매 순간 음악과 호흡… 글로벌 뮤지션 결실 현장을 이끄는 지휘자로, 또 곡을 매만지는 작곡가로 소통하는 음악가 최재혁(29)은 젊은 나이에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했다.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곡가이면서도 음악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음악가’다. 지난 12월14일 오후 3시 스타인웨이 갤러리서울에서 만난 그는 “다른 화려한 수식어 대신,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가로 소개되길 원한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가 보내는 일상의 모든 순간엔 음악이 함께한다. 억지로 음악을 삶에 욱여 넣으려는 게 아니라, 살다 보니 음악이 곁에 머물고 또 음악과 함께하다 보니 삶이 지속되는 셈이다. 과천 출신의 그는 과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2007년에 작곡에 관심이 생겼다. 이후 2009년 유학을 택하면서 본격적인 음악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2017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 작곡부문 최연소 1위, 2018 루체른 페스티벌 런던심포니 지휘 데뷔 등의 행보를 지속하면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지난 9월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2023 이스트오베스트 작곡 콩쿠르’(Call for Scores EstOvest Festival 2023)의 최종 우승자로 선정되면서 이력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의 음악 커리어를 지탱하는 건 일상 속 사소한 습관이다. 평소 촘촘하게 계획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빼먹지 않는 루틴은 바로 음악을 듣는 것. 물론 단순한 음악 청취가 아니기 때문에, 음악을 뜯어보고 이리저리 굴려보는 공부처럼 비칠 수 있으나 이를 두고 최씨는 “음악을 공부한다는 표현보다는 음악을 늘 곁에 두고, 함께 호흡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재혁은 “최근엔 특히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이자 지휘자 베아트 푸러가 어떤 음악을 냈는지 면밀히 살펴보면서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며 “지난 12월 동안엔 모차르트의 음악도 많이 들었고, 모차르트 음악을 각자 어떻게 해석했는지 비교하기 위해서도 굉장히 많은 버전을 듣는다. 영국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의 관점뿐 아니라 각기 다른 이들의 시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창 시절에 비하면 음악 청취에 투자하는 시간을 많이 줄인 편이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당시엔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공부하는 척하면서 음악을 자주 들었다. 기숙사 안에서 친구들과 음악 얘기를 끊임없이 나누고 열정을 공유했던 기억이 아직도 그에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예술을 접할 기회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공연의 규모나 출연 단체 등에 상관없이 발 가는 대로 극장과 공연장으로 향할 때도 많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음악가여도, 음악에 대한 감을 잃는 순간 수렁에 빠지기 십상이다. 음악을 꾸준히 듣고 음악과 호흡하는 환경을 구축해 놓으면 창작에 대한 감각이나 자신에게 맞는 음악을 감별하는 감식안이 유지될 수 있기에 최재혁은 오늘도 음악과 함께한다. 새해에도 그는 여전히 바쁘다. 큰 틀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 학창 시절부터 묵묵히 유지해온 그만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최재혁은 “지휘와 작곡을 비롯한 작품 활동뿐 아니라 자기 계발 등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2월엔 이탈리아 공연뿐 아니라 잘츠부르크에 가서 지휘에 대한 조언도 듣는 등 공부 역시 틈틈이 이어갈 예정이고, 3월에도 대전시향과 함께하는 공연이 잡혀 있다”며 웃어 보였다. 韓 1세대 추상 조각가 엄태정의 약속 고단한 조각의 수행… 85세 나이에도 정진 “...조각이 무엇입니까?//조각은 빛이고/빛은 조각입니다.//내 기도는 빛이고/빛은 내 조각입니다.//그러나 조각이/기도보다 앞서가지 않기를/기도 하나이다.” (엄태정 ‘내가 조각이 되기를 기도 하나이다’ 中) 꼿꼿한 자세로 앉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시를 읊었다. 한평생 금속 매체로 변함없이 하나의 질서를 추구해 온 한국의 1세대 추상 조각가 엄태정 작가(85)는 자신이 조각이 되기를 기도했다고 했다. 작가의 작업실을 개조해 만든 화성 엄미술관에서 지난 12월 눈 내리던 날 그를 만났다. 엄작가는 10월엔 그를 조각의 세계로 이끈 ‘현대 추상조각의 아버지’ 콘스탄틴 브랑쿠시(1876~1957)의 고향 루마니아에 다녀오고, 자료 정리와 내년도 작품전을 위한 준비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노라고 말했다. 1938년 태어난 엄작가는 서울대 조소과 시절 철의 물질성에 매료돼 평생 금속조각에 매진했다. 1967년 제16회 국전에서 철 용접 기법으로 만든 절규가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주목받은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장인정신으로 철, 구리, 알루미늄 등 금속 조각에만 매달려 왔다. 몇 t의 금속을 다루는 일과 예술가로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 자신을 가다듬고 정신을 수양하는 일은 원로 작가에게도 쉽지 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85세인 엄작가는 여전히 현역으로 그 길을 걷고 있다. “예술세계를 통해서 이전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 그를 통해 내가 치유되는 시간을 작업을 통해서 이뤄가는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예술가로서 존재하기 위해 엄작가는 수도자와 같은 삶을 걸었다. 늘 오전 6시에 일어나 오전엔 조각 작업, 조용한 밤엔 드로잉을 한다. 금속 작업이 어려운 요즘 같은 한겨울엔 드로잉 작업을 밤 늦게까지 이어간다. 엄 작가는 “100호짜리 크기 작품 3개 연작의 평면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 작업이 너무나 고단하다. 아마 올겨울 내내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속을 다룰 때도 여전히 경외스러운 태도로 물성을 대한다. 기술이 아닌 물성, 금속이 나를 만나는 게 아닌 작가가 금속을 초대하는 것이다. 이미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닦아 놓은 원로 작가이지만 그는 동경하는 이를 마음껏 선망하고 연구하며 배우는 자세에 여전히 너그럽다. “여행할 기회가 되면 미술관이나 아트북 코너에 가서 브랑쿠시 관련 자료를 열람하고 연구하며 관련 책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자부해요. 브랑쿠시의 예술엔 진주같은 조각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 의무가 내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도 살아가면서 존경할 만한 분을 만나면, 저 분을 닮아야겠다 생각을 하는데, 그런 분이 몇 분 계십니다.” 올해엔 그는 물론 국내 미술계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업이 진행된다. 브랑쿠시와 관련된 심포지엄과 작품전에 대한민국 원로 작가로 참여한다. 그전까지는 물론 매일 해왔던 작업과 수행자와 같은 일상을 보내는 시간을 지나갈 것이다. 엄 작가는 “라마교의 승려들이 ‘만다라’를 통해 수행과 명상, 고행을 하는 것처럼 저 역시 고행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며 “매일 넘고 해야 할 반복과 창의가 있다. 수행과 고통을 통해 내가 나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마디마디 삶의 경계를 짚어보며 늘 자기 삶을 반추해 보고, 반성하는, 리듬을 심장박동처럼 일깨우는 삶을 살아가려 한다”고 전했다.

전국 누비는 경기일보... 올해도 새 역사 쓰겠다 [2024 신년특집]

[독자와의 약속] 경기일보는 지난해 1월 경기•인천 유일의 콘텐츠 제휴(CP) 매체로서 첫 기사 전송 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11개월만에 네이버 뉴스 홈 구독자 100만 돌파에 성공했다. 해마다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경기일보는 올해도 새로운 기록을 써보려 한다. ‘청룡의 해’인 2024년을 맞아 네이버 구독자 200만, 300만명을 확보하고,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며, 지역이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종합미디어그룹으로 당당하게 도약할 것을 약속드린다. 편집자주 ■ “100만을 넘어 200만, 300만까지 달리겠습니다.” 지난해 11월27일 경기일보 네이버 뉴스 홈 구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경기·인천 유일의 네이버·카카오뉴스 콘텐츠 제휴(CP)사로 선정된 뒤 1년도 채 안 돼 이룬 성과였다. CP 운영 첫달이던 지난해 1월 1만7천여명이었던 구독자 수는 어느새 100배 이상 늘어났다. 역대 CP 지역언론사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였다. 그 배경에는 남다른 시선과 집요한 취재로 완성한 경기일보만의 고품질 콘텐츠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기간 수많은 단독 기사가 보도됐고, 그 중 ‘민원인 상대하던 세무공무원 의식 잃고 쓰러져’ 단독 기사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기사가 보도된 후 수차례 특종이 이어지면서 숨진 공무원은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각종 대책이 수립됐다. 무엇보다 악성 민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현재 구독자 수는 110만명을 넘어서 200만 돌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구독자가 늘어난다는 건 경기일보의 뉴스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노출된다는 걸 의미한다. 많이 볼수록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경기일보가 제시한 지역 의제 역시 전국적 이슈로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의 책임감도 뒤따른다. 어떤 기사를 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하고 기사의 완성도에도 신경써야 한다. 이를 통해 콘텐츠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11개월 만에 100만 돌파에 성공한 경기일보는 이후 더 빠른 속도로 독자 수를 늘려 올해까지 300만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루 평균 약 5천480명의 독자를 확보한다면 1년이면 가능한 숫자다. 이를 위해 경기일보는 누구나 보고 싶은 뉴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뉴스,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뉴스를 생산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독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경기일보는 창간 이후 지금까지 수도권 대표 정론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해 보도하고,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 노력했다. 그 바탕에는 경기일보에 깊은 애정을 가진 독자 여러분의 진심 어린 제언과 더욱 풍성한 뉴스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제보들이 있다. 모두 경기일보가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다. 현재 경기일보 홈페이지의 ‘기사제보’ 코너를 비롯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메시지와 댓글을 통해 제보를 접수받고 있다.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거나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하는 등 저마다의 다양한 사연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던 ‘개구리도 토핑인가... 샐러디 샐러드 먹다 경악’ 단독 보도도 제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경기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소통 기회 확대를 위해 더욱 다양한 창구를 마련하고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기일보 기사에 대한 불만도 철저히 독자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있다. 고충처리인 제도를 통해 접수한 내역들을 확인해 필요할 경우 기사의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추후에도 활발한 소통을 통해 독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경기일보를 통해 도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경기일보의 네이버 100만 구독자 돌파를 축하하며 보낸 서한에서 그는 “(경기일보는) 더 많은 독자들에게 생생한 경기도 소식과 도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소통 창구”라고 정의하면서 스스로 “경기일보의 소중한 제언과 독자의 목소리에도 항상 귀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 “전국을 누비는 종합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하겠습니다.” 2023년은 경기일보에 여러모로 뜻깊은 해였다. 지난해 11월10일 지령(紙齡) ‘1만호’를 발행한 데 이어 100만 네이버 구독자의 선택까지 받았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유연한 대처를 이어나간 경기일보는 혁신과 변화를 거듭한 끝에 눈부신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최고의 미디어로 발돋움하기 위한 경기일보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시스템 재정비에 나섰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종합 경제매체인 ‘한양경제’를 창간하기도 했다. 2024년은 경기일보가 국내 최고의 미디어그룹으로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해가 될 전망이다. 이순국 경기일보 대표이사 사장은 “경기일보는 경기·인천지역의 대표 언론이라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전국 최고의 미디어로 우뚝 서기 위해 새해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새로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종합 미디어그룹으로 우뚝 서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항철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은 “신문 구독자도 1등, 연매출도 1등, 열독률도 1등인 경기일보는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발로 뛰며 깊은 신뢰 속에 성장을 거듭해 왔다”며 “네이버 구독자 200만, 300만명을 넘어 1천만명을 확보해 전국을 누비는 미디어그룹이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희망 잇는 나눔... 사랑이 꽃피는 세상 꿈꿔요 [2024 신년특집]

누군가의 삶에 따뜻한 손길을 건네고 온정을 나누는 건 수많은 약속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다.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잊지 않고 다시 돌려주자고 다짐하며 스스로와 했던 약속, 지금의 나눔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며 기꺼이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겠다는 약속,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또다른 나눔으로 되살려 온정을 전달하겠다는 약속. 이처럼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나눔은 수많은 어제와 오늘의 약속을 타고 내일의 나눔으로 연결된다. 중국 이주 여성으로 이뤄진 정만천하 이주여성협회도 마찬가지다. 낯선 땅 한국에서 받았던 도움을 잊지 않았고, 자신의 것을 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지금은 70명이 참여하는 협회를 꾸린 이들을 만나 2024년, 또 한 번 사회를 훈훈하게 할 나눔의 약속을 들어봤다. ■ 낯선 땅 한국에서 받은 것, 다시 나누겠다는 약속 정만천하 이주여성협회 회원들은 한국에 처음 왔던 그때를 잊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한국을 찾았지만, 처음에는 의사소통도 되지 않았고 다른 문화에 당황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장 한국에서 먹고살기 위해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지만, 외국인이기 때문에 받아야 했던 이유 없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 받아들이기엔 너무 차가운 현실이었다. 이런 이들에게 이웃들은 먼저 다가와 손을 건넸다. ‘한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며 알려주기도 했고, 한국어를 빨리 익힐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공부를 도와준 이웃도 있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언제나 이웃들이 곁에 있었다. 그때의 따뜻함은 지금도 이들의 가슴 속에 남았다. 언젠가는 꼭 이 온기를 나누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렇게 2013년 협회가 만들어졌다. 한 명 두 명 이주여성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주변 이웃을 도와보자’며 약속을 지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은 움직임은 10년이 넘는 시간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 만두 나눔에서 시작한 봉사, 공부방으로 커갔다 처음 협회가 한 봉사는 만두 나눔이었다. 만두에 있어서는 세계 제일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나고 자란 만큼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만두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직접 만두를 만들고는 어르신들이 모인 경로당, 홀몸노인, 끼니를 제때 챙기는 못하는 이웃들까지 구석구석을 찾아가 만두를 전달했다. 처음 만두를 받고 기뻐하는 이웃의 모습은 이들이 다음 나눔을 약속하게 하는 큰 계기가 됐다. 그렇게 협회는 꾸준히 반찬 나눔 봉사를 하며 약속을 지켜갔다. 그렇게 장시간 이어진 나눔에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며 어울리는 사이가 됐다. 그러던 이들은 또 다른 약속을 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우리가 처음 겪은 문화적 차이를 또다른 누군가는 겪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가장 먼저 대상으로 삼은 건 아이들이었다. 중국인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왔지만,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학교 교육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아이들을 위해 힘을 모은 것. 여기에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주민들과 중국인이지만 한국에서 더 오래 살아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은 이들까지 모두 모아 공부방을 만들었다. 매주 주말마다 중국어부터 한국어, 중국문화까지 가르쳐 주겠다고 했던 약속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한 네 살 어린아이부터 가정주부인 40대까지 한자리에 모여 강의가 이뤄진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중국어 맞춤 교제를 제작하고 중국 현지인을 초청해 중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이 시간이 끝나면 중국 악기와 중국 전통춤을 배우는 시간도 매주 진행되고 있다. ■ 2024년에도 변치 않는 약속... ‘한국 속 작은 지구마을을 만들겠습니다’ 정만천하 이주여성협회는 2024년, 더 큰 약속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을 넘어 다양한 국가 이주민까지 함께하는 단체를 만들어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눔과 언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꿈이다. 이른바 ‘한국 속 작은 지구 만들기’라는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 필리핀, 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가의 이주민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문화를 지켜주고 이들이 한국 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교류하면서 지구촌을 하나로 잇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해보자는 최종 목표도 정했다. 왕그나 정만천하 이주여성협회장은 “매일 만나는 이들과 행복한 약속을 하고 있다. ‘또 만나자’는 작은 약속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고 우리 역시 기쁨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과 새로운 약속을 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길남주 한사랑 길봉사단장 “나눌수록 배가 되는 행복, 소외 없는 지역 만들겠다” “앞으로도 모두가 행복하게 웃으며 살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4년째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는 길남주 한사랑 길봉사단장(57)은 2024년을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한 해로 만들기 위해 이렇게 약속하고 싶다고 했다. 길 단장 역시 처음 나눔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건 자신이 받은 도움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 약속 때문이었다. 과거 사업에 실패하고 생계가 어려웠던 길 단장에게 이웃들은 기꺼이 자신의 손을 내어줬다. 그렇게 그들의 손을 잡고 일어선 길 단장은 이를 잊지 않고, 꼭 주변 이웃들에 환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길 단장은 2010년부터 파장동 바르게살기운동위원회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화홍로타리클럽 등에 들어가 미혼모 신생아 돌봄, 청소년 선도 캠페인, 사랑의 밥차 봉사, 보육원 재능기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했다. 그는 “여러 활동에 지치고 힘들 때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전한 온기가 다시 나에게 돌아올 때 느끼는 기쁨은 그 이상의 것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길 단장은 지난 2015년부터는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의 약속을 실천했다. 수원특례시와 의왕시 일대 홀몸노인과 취약계층을 상대로 도배, 페인트칠 등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집수리 봉사’를 병행하게 된 것. 이는 행복이 시작되는 곳이자 행복이 커가는 곳이 ‘집’이라는 믿음에서였다. 길 단장은 이제 봉사가 자신과의 약속을 넘어 자신에게도 행복으로 돌아오는 인생의 목표가 됐다고 했다. 그렇기에 길 단장은 그 따뜻한 온기를 놓지 못하고 계속해 새로운 약속들을 해나가고 있다. 그는 “봉사와 나눔은 하면 할수록 행복해진다”며 “소외받고 있는 어려운 사람들이 저로 인해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계속 약속하고 지켜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4에는 현재까지 해온 봉사들을 계속 하면서 마을 봉사 활동가들을 육성할 계획”이라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해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 인생 반쪽 ‘반려동물’… 평생 지켜줄게 [2024 신년특집]

공감 사회의 약속 ‘인생을 함께하는 반쪽’이라는 의미의 ‘반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그 생명의 일생을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약속과도 같다. 그러나 일부 반려인은 책임질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반려동물과 평생을 약속한다. 그 결과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고독하게 삶을 이어가거나 세상을 등지는 유기동물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과 했던 소중한 약속들이 지켜질 수 있는 세상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 경기도에만 반려가구 129만… 넷 중 하나는 입양 ‘당일 결정’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로움을 줄이고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속도로 늘었다. KB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2022년도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552만가구로 2020년(536만가구)과 비교해 2.8%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에는 129만가구의 반려가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이 반려동물과 가족이 되길 결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반려동물 입양을 결정할 때 어느정도 기간을 고민하냐는 질문에 ‘당일(바로)’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7.1%에 달했다. 이어 일주일(22.7%), 2~3주(15.7%), 1개월(14.8%) 등의 순이었다. 반려동물 입양을 결심한 5가구 중 4가구는 입양 준비 기간이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같은 성급한 입양 결정은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 포기로 이어지는 요인이 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초 발표한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의 22.1%가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 포기 또는 파양 고려 이유로는 ‘물건훼손·짖음 등 동물의 행동문제’가 28.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예상보다 지출이 많음’(26.0%), ‘이사·취업 등 여건의 변화’(17.1%) 등의 순이었다. ■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경기도… “소중한 약속 지켜지도록” 양육 포기나 파양 등의 유기 행위가 점차 심각해지면서 경기도는 ‘반려동물과 도민 모두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주고자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도는 동물복지정책에 힘을 싣기 위해 지난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반려동물과’를 신설, 최근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경기 애니웰(AniWel) 실현’을 비전으로 하는 경기도형 반려동물 복지정책을 수립했다. 2022년 72%였던 동물등록률을 2026년까지 80%로 끌어올리고 34%에 불과했던 유기동물 입양률을 같은 기간 50%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목표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도 설정했다. 반려동물들에겐 △거점 반려동물 전문입양센터 확대 △반려동물 입양주간 및 캠페인 추진 등의 입양 장려 정책 △동물등록비 지원 △위기동물 상담센터 운영 등 유기동물 방지, 보호 정책 등을 약속했다. 또 반려동물 학대를 방지하고자 △수의법의학센터 설치 △명예동물보호관 운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려인을 위해선 △반려마루 조성 △반려동물 놀이터 △공공장례식장 등 반려동물 친화 공간을 확대한다. 아울러 △경기도 반려동물의 날 지정 △반려동물 문화축제 추진 △맞춤형 반려동물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성숙한 반려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도 함께 추진된다. 특히 반려동물 양육 지원 정책인 △배려계층 반려동물 돌봄비 지원 △진료비 부담 경감 등도 마련된 상태다.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 역시 유기동물 증가의 커다란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 진정한 반려의 의미 실현… “우리는 평생 함께할 가족” 도의 이러한 정책들로 인해 반려인과 반려동물 사이의 소중한 약속이 결실을 맺는 사례도 있다. 오랫동안 외항사 승무원이라는 꿈을 위해 달려왔던 김소담씨(30·수원 거주)는 코로나19가 계속되며 꿈을 포기하고 방황했다. 대학도 편입해 다시 들어갈 만큼 승무원의 꿈이 간절했지만, 천재지변으로 인해 승무원 채용문은 점점 좁아졌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울함에 빠져 있던 그녀에게 한 친구가 반려동물을 키워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깊은 고민 끝에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를 찾은 그의 눈에 유독 사랑스러운 강아지 한 마리가 보였다. 그는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로 결심, 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을 보자마자 떠오른 백설기 ‘떡’에 김씨의 이름 한 글자를 붙여 ‘소떡’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처음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소떡이가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해 밥도 잘 못 먹고 집 안에서 배변도 하지 않았기 때문. 김씨는 자연스럽게 강아지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고, 소떡이의 간식을 직접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펫푸드영양관리사 1급 자격증도 취득하며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그는 올해 반려동물 관련 학과로 입학하며 새로운 꿈을 향해 나선다. 김씨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소떡이를 만나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고, 새로운 인생의 방향도 찾게 됐다”며 “‘평생 함께하자’고 소떡이와 처음 만난 순간 했던 약속을 꼭 지키려고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김복희 코리안독스 대표 “책임질 수 있는 준비 후 입양해야” “반려동물에게 주인은 세상의 전부입니다. 끝까지 함께한다고 약속해 주세요.” 버려지고 학대받은 동물을 구조해 새 가족을 찾아주는 활동을 하는 코리안독스(KDS) 김복희 대표는 동물 입양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그만큼 버려지는 동물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히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대상인 애완동물의 의미를 넘어 나와 인생을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의미인 반려동물로 의미가 확대된 만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리안독스에서는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보호자에게 유기견을 입양 보내기 위해 엄격한 입양자 선정 절차가 있다. 우선 유기견 봉사를 하면서 동물과 교감을 나눠야 하며, 입양 신청서를 작성하기 전 가족 구성원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입양을 해볼까 하다가도 입양 절차를 보고 단념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러 번의 봉사를 통해 책임감이 커지는 사람들도 있다”며 “끝까지 키우지 못한다면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펫숍에 물건처럼 진열돼 있는 동물들을 보고 충동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더 쉽게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유행을 따르거나, 인기 많은 종의 반려동물을 입양하기보다 충분한 공부를 통해 책임질 수 있는 준비가 된 후 입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가진 시간이 적은 만큼 그들과 함께하겠다는 것은 그들을 평생 지켜주겠다는 약속의 의미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의 생은 사람보다 짧은 만큼 소중하기도 하다”며 “반려동물을 처음 가족으로 맞이했을 때 그들과 자기 자신에게 했던 ‘평생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설] 경기도의 기둥, 반도체·자동차의 2024년이다

경기도 경제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연말에 공개한 보고서다. 2023년 4분기(10~12월) 수출이 3분기보다 증가했다. 그 중심에 반도체와 자동차가 있다.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상승했고, 고사양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자동차는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의 대기 수요가 늘었고 국내 친환경차와 SUV에 대한 선호가 늘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는 2024년에도 경기지역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구성의 다양성에서 보면 불안 요소가 많다. 실물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건설경기 불황이 대표적이다. 2023년 건설 투자는 3분기에 비해 4분기에 증가했다. 민간 부문은 착공 면적이 늘었고, 공공 부문은 신규 수주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 추세가 향후에도 계속되리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미분양 주택 규모가 줄지 않고,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새해 경기도 경제를 짊어지게 될 분야는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중국산 범용 반도체 사용 규제를 강화했다. 1월부터 미국 자동차 등 100여개 미국 기업을 조사할 예정이다. 중국 범용 반도체 침투를 막아 미국 반도체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중국 반도체 업체인 YMTC(낸드), CXMT(D램), SMIC(파운드리)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가 삼성과 SK 등의 반도체 재고 자산 소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 전망이다. 두 기업의 현 재고 자산은 50조원이다. 우리 기업이 직접 혜택을 보는 것은 2024년 하반기부터일 것으로 추정된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 축소 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살폈듯이 반도체 시장은 2023년 4분기부터 확실히 살아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전반기로 이어지고 하반기부터는 미국 규제로 인한 수출 시장 개선의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기대해 봐도 좋다. 자동차 시장은 보다 확실한 경기도 경제의 보물단지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선전하며 270만대를 수출했다. 2022년 대비 17.4% 증가다. 수출액 역시 전기차와 SUV 판매 증가로 690억달러 안팎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자동차 시장의 본산은 현대차와 기아가 있는 경기도다. 두 회사는 2023년 1~11월 전 세계에 674만여대를 팔았다. 올해 전망치도 내수 171만대, 수출 275만대(715억달러), 생산 417만대다.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은 경기도다. 경기도 수출의 중심은 반도체와 자동차다. 여전히 경제 위기가 걱정되는 2024년이다. 경기도가 껴안고 가야 할 현실적 희망은 반도체와 자동차다. 경기도정도 여기에 궤를 맞춰야 할 것이다.

[사설] 쓰레기는 발생지가 처리... 소각장 문제 새해엔 물꼬터야

광역소각장 확충 사업은 발등의 불이다. 인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에 대한 시금석이다. 그러나 지금 일이 돼가는 모습은 그 반대다. 동네마다 남의 일 보듯 한다. 어쩌다 광역소각장이 동네 근처에라도 올 성 싶으면 결사반대다. 민도 관도 다르지 않다. 주민들 일상의 삶과 직결된 과제임에도 나 몰라라 한다. 빗나간 정치와 선거 표 타산이 발목을 더 잡는다. 인천시가 새해부터 소각장 확충 사업을 크게 수정할 태세다. 10개 군·구가 주도해 소각장을 확충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제는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이다. 지난해 세모 무렵, 유정복 인천시장이 직접 소회를 털어놨다. “3년 전 급한 마음에 시가 주도적으로 나서다 보니 지역마다 다른 사정을 고려하지 못했다.” 인천시가 나서서 4개 권역으로 선을 긋고 광역소각장 사업을 추진한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앞으로는 군수 구청장의 책임하에 추진하다 보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는 지난 2021년부터 소각장 확충에 나섰다. 시가 동부권(부평·계양구), 서부권(중·동구 옹진군), 남부권(미추홀·남동·연수구), 북부권(서구 강화군)으로 나눴다. 권역별로 각 1곳씩 소각장을 짓는 사업이다. 시는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소각장 입지를 정하려 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후보지를 압축했던 서부권마저 주민 반대에 주저앉아 있다. 동부권이나 북부권은 이제야 입지선정위를 꾸렸고 연구 용역도 마치지 못했다. 3년이 지나도록 입지도 못찾고 시간만 허송했다. 폐기물 직매립이 안 되는 2026년이 2년 앞으로 닥쳤지만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인천시가 소각장 확충 정책의 중심축을 군·구로 옮기려는 배경이다. 앞장에 서야 할 기초지자체들이 뒤로 빠져 있으니 시는 입지 선정 민원의 표적만 돼왔다. 그런다고 상황이 일거에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막대한 소각장 건설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으려면 광역화를 이뤄내야 한다. 기초지자체들이 각자도생식으로 가거나 이웃 지역 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지금의 답보상태가 더 오래 갈 수도 있다. 인천시는 군·구가 사업의 중심에 나선다 해도 2026년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미 3년을 흘려 보낸 탓이다. 소각장 확충 계획을 2028년까지로 늦추되 기초지자체들의 능동적 역량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환경부는 2020년 폐기물 정책을 전환하면서 발생지 처리 원칙을 대전제로 세웠다. 이에 따라 생활폐기물 처리 업무는 법적으로도 기초지자체에 책임이 있는 업무다. 소각장이 왜 필요한지는 누구나 안다. 남의 일일 수가 없는 문제다. 소각장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새해 인천의 큰 희망이 돼야 한다.

[윤준영 칼럼] 대한민국의 시계는 어느 방향으로 돌고 있는가?

2022년 5월10일,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취임했다. 전 정부의 검찰총장을 지냈으나 대통령 출마와 선거운동 과정 동안 전임 정부와는 반대되는 방향으로의 선회를 통해 ‘공정과 상식’을 실현하겠다고 힘줘 강조하면서 역대 최근접 표차로 당선됐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여야가 각 두 번씩 정권을 가져갔으나 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단 한 번만에 정권을 되찾아 올 정도로 국민적으로 많은 기대를 받으며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권 등장은 화려했다. 아마 그동안의 기성 정치인에게서는 받을 수 없는 신선함으로부터 나오는 파격적 행보와 검사로서 권력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청렴함에 많은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단 한 번의 국회의원이나 행정부의 경험도 없이 바로 대통령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그 많은 기대를 받고 출범한 신임 대통령이 취임 이후 1년6개월 동안 보여준 횡보는 가히 실망적이었다. 기성 정치인과 다름을 강조했던 신선함은 미숙함으로 청렴함은 정적들을 무자비하게 압수수색하는 사정정국으로의 국가폭력을 만들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은 코로나 이후 대내외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경제적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시계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자유로운 토론문화는 사라졌고 “우리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생각으로 다름이 아닌 틀림이라 세뇌하고,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했던 교육은 시작부터 삐걱대며 방향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는 이미 30년도 넘은 이념의 문제를 다시 꺼내 들고 나와 논란을 만들고 있으며 여성이며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여성가족부 장관은 현재 실종 상태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국정 운영의 3대요소인 ‘정책’, ‘인사’, ‘소통’ 모두가 불협화음뿐이며 뚜렷하게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없다 보니 지금 대한민국은 방향을 잃어 가고 있다. 과연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이란 무엇일까? 여소야대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취임 이후 1년6개월 동안 수많은 대내외 산적한 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는 행동은 기성 정치인에게서 보지 못한 참신함이 아니다. 여야 모두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 틀린 것은 아니기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유연함이 필요하고 그러한 과정을 이겨 나가는 것이 바로 민주적 정치이다. 본인이 원하고 바라는 것만이 옳다고 생각하여 강직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공정, 상식도 민주주의나 자유주의도 아닌 독재와 파시즘이라는 걸 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커다란 변곡의 나침반 위에 서 있다. 미래로의 전진이냐 과거로의 회기냐는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이라는 길잡이가 보여 주는 방향이 좌우한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은 영화 쿠오바디스의 네로 황제 시절과 다를 바 없다. 정치판에는 아첨꾼들이 판을 치고 정치는 민생을 돌보지 않으며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로마의 기독교인처럼 정치색을 씌워 박해한다. 그렇다면 왕정시대에 네로 황제가 마지막까지 행복했는가? 국가적 폭력과 독재는 그 끝이 명확하다. 지난해 말 ‘서울의 봄’ 영화를 보며 눈길을 끌었던 거리의 현수막이 생각난다. “1979년 12월에는 군인들이, 2023년 12월에는 검사들이 대거 몰려온다.” 두 번 다시는 대한민국 역사의 시계에 아픈 상처와 분열을 만들지 않길 기원해 본다.

[인천의 아침] 영혼 없는 SNS, 제발 좀 멈추자

연말연시는 한 해 중 SNS가 가장 뜨거울 때다. 성탄 인사를 시작으로 송년과 신년 인사가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 넘쳐난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손수 작성한 글과 이미지는 점차 사라져가고, 소위 ‘퍼 나르기’ 식의 출처 불명의 보고 또 본 이미지와 동영상들로 홍수를 이룬다. 퍼 나르기를 하더라도 간단하게나마 본인의 인사를 곁들인다면 낫겠지만, 아무런 텍스트도 없이 무작정 전달에 전달로 그치는 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영혼 없는 인사’로 영 달갑지도 않고, 계속 받다 보면 짜증만 날 뿐이다. 디지털, 인터넷, SNS로 오늘날 세계는 어쩔 수 없이 가상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모습으로 소통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그래도 예의와 매너는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소위 ‘네티켓’이다. 네트워크(network)와 에티켓(etiquette)의 합성어로 네트워크상에서 지켜야 할 상식과 예절을 의미한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1994년 미국 플로리다대 버지니아 셰어 교수가 제시한 ‘네티켓의 핵심원칙 10가지’로 아래와 같다.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상대방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기억하자 △실제 생활에서 적용된 것과 같은 기준과 행동을 고수하라 △현재 자신이 어떤 곳에 접속해 있는지 알고, 그곳 문화에 어울리게 행동하라 △다른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라 △온라인상의 당신 자신을 근사하게 만들라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하라 △논쟁은 절제된 감정 아래 행하라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하라 △당신의 권력을 남용하지 말라 △다른 사람의 실수를 용서하라. 정확히 30년 전 제시된 기본적 네티켓임에도, 가상공간상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행동양식으로서 여전히 손색없이 인정되고 있음이 오히려 씁쓰레하다. 그만큼 네티켓이 제자리걸음 아니 퇴보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그래, 다 차치하고 네티켓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새해부터는 더 이상 ‘영혼 없는 SNS’는 제발 좀 멈추자! 무작정 복사해 ‘전달에 전달 퍼 나르기’는 더 이상 메시지도 인사도 아니다. 그건 한낱 영혼 없는 ‘SNS 쓰레기’일 뿐이다. 새해에는 솔직하고 순수하고 따스한 SNS를 펼쳐 보자! 인터넷과 SNS 초강대국인 한국 사회에서부터 새로운 한류로 그런 ‘SNS 문화 운동’이 갑진년 용틀임처럼 피어나길 소망한다.

[지지대] 갑진년, 값진년

새해를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순간, 2024년 첫 번째 아기가 힘찬 첫울음을 터뜨렸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1일 0시0분에 임아연씨가 제왕절개로 3.15㎏의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임씨 부부는 결혼 12년 만에 난임을 극복하고 첫 아이 아홍이(태명)를 품에 안았다. 가족은 물론 나라의 기쁨이고, 값진 선물이다. 푸른 용의 해, 갑진년(甲辰年)이 밝았다. 용은 12가지 띠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이다. 동아시아권에서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존재, 상서롭고 신령한 동물로 여겨왔다. 생명의 근원인 물을 관장하며 하늘로 승천해 비를 내리게 한다고 믿어 왔다. 오늘날에도 용은 일상에서 자주 언급된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에게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하고, 용꿈은 최고의 태몽이나 길몽으로 여긴다. 지명으로도 많이 쓰여 전국에 1천261개나 된다. 새해가 되면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덕담을 나눈다. 정치인이나 경제단체, 기업에선 정치적 상황이나 사회상을 반영해 새해 희망과 각오 등을 담아내는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사에서 ‘교룡득수(蛟龍得水)’를 언급했다. 용이 물을 만나 힘차게 날아오르듯,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여러 난관을 딛고 날아오르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운외창천(雲外蒼天)’을 선정했다. 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르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뜻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난관을 극복하면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를 발표했는데 ‘민생’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글로벌 복합위기 여파에 따른 고물가·고금리로 체감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올해는 경제 성과와 경기회복을 실감하는 “민생 회복의 한 해”로 만들겠다고 했다. 신년사에서 민생은 아홉 차례 등장했다. 국민은 28회, 경제는 19회다. 민생과 국민을 외치지만,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새해 사자성어와 신년사가 ‘말의 성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갑진년이 값진 한해가 되게 하려면 말보다 실천,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

[경기시론] 새해에는

헛된 바람일지라도, 가자지구 폐허 속에 낡고 허름한 일상이라도 복구되기를 바란다. 끊겼던 상하수도가 연결되고, 쓰러진 전주를 다시 세워 전기와 통신이 복구되고 헤어진 가족과 친구들의 소식이 서로 닿기를 바란다. 지뢰와 폭탄, 탱크가 헤집어 놓은 작은 평야에 다시 씨앗을 뿌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학교와 병원, 관공서가 다시 문을 열고 내일은 어떤 폭탄과 미사일도 날아들지 않을 거라는 확신과 안도로 하루가 잠들 수 있기를 바란다. 내일과 그다음 날들을 기대하고 내년을 계획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검고 기름진 평야에도 다시 세계의 식량창고를 채울 밀과 옥수수가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바람들이 공허한 것은, 비단 70%에 이르는 주택과 도시가 파괴되고 돌아갈 곳마저 사라진 가자지구의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 생사의 갈림길, 폐허와 공멸뿐인 전쟁의 실체보다 명분과 합리성을 포장하는 정치 언어가 의미 없는 주문처럼 횡행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키고 겪고 있는 먼 나라의 총리,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전쟁 구호들의 공허함은 대부분 명분이 될 수 있는 상황의 통제나 관리 실패와 무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은 각자의 근본주의로 회귀할 것을 부추긴다. 한 번 시작된 전쟁은 이 허기지고 닿을 수 없는 명분을 채울 때까지 멈추지 못한다. 대부분 전쟁은, 전쟁을 일으킨 권력자들의 생존과 운명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쉽게 종결되지도 않는다. 이것이 전쟁체제가 당사자 국가와 국민들에게 씌우는 멍에다. 정치의 나태함과 무능은 불평등과 각자도생, 전쟁 등 극단적 상황의 자양분이 된다. 다시 그 위에 자유, 인권, 평화와 국익으로 위장해 세대와 남녀 시민들끼리 싸움을 부추기고 전쟁 불사를 부르짖는, 실제로 그런 위기 상황을 관리할 능력도 목적도 없이 오로지 권력만을 탐하는 극단적 정치세력이 등장한다. 전쟁 불사를 먼저 부르짖는 유능한 지도자는 없다. 이슬람국가, 유대국가, 나토의 동진과 러시아의 방어권, 이런 말들을 양극으로 밀어붙여 전쟁의 명문으로 삼는다. 이런 말들은 대체로 상대를 멸해야 이룰 있는 목적들이다. 이 전쟁을 보고 우리 정치인들이 어떤 진영에 속하든지 평화 공존의식으로 각성하기 바란다. 그래서 ‘체제 통일’과 ‘힘에 의한 평화’ 같은 모순된 정치 언어를 버리기 바란다. 전쟁 위기를 자신들이 권력을 탐하는 놀이쯤으로 여기는 세력이 발 붙일 수 없는 정치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탱크와 쏟아지는 포탄과 로켓, 미사일 아래서 죽음과 굴욕 외에 어떤, 살아남은 자들의 명분이 있는가. 전쟁이 가장 잘 안다. 인간이 만든 사회와 문명이 언제 가장 고통스러운지, 그래서 폭탄은 학교와 병원, 발전소, 교회와 사원, 곡물창고, 도로, 통신기지, 댐 위에 떨어진다. 제발 먼저 전쟁을 부르짖지 말고 만일의 하나라도 불씨가 될 명분과 물리적 상황을 조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유능함으로 경쟁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