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막아라… 추석 앞두고 가축 방역 ‘고삐’ [현장, 그곳&]

“가축 전염병 때문에 추석을 앞두고도 두 발 뻗고 자질 못합니다.” 25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향남읍 1천200여평 규모 양계농장. 지난해 11월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돼 닭 2만4천여마리를 살처분해 2억여원의 손실을 본 전력이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외부인 출입 통제가 삼엄했다. ‘AI 차단방역, 출입금지’ 등이라고 적힌 10여개의 현수막과 안내판이 사방에 진을 치고 있었다. ‘억대 손실’이라는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 또다시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만들어 낸 풍경이다. 농장 관리인 A씨는 “가을철인 데다 추석 연휴 동안 유동인구가 늘 수밖에 없어 AI 전염 우려기 크다”며 “최대한 방역에 신경 쓰고 있지만, 언제 또 확진될지 몰라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비슷한 시각 평택시 청북읍 2천500여평 규모 한우농장도 축사 내·외부를 소독하는 등 방역을 강화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한우 400여마리를 사육 중인 이곳 역시 2009년 구제역(FMD)으로 한 차례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농장주인 김순용씨(63)는 눈물을 훔치며 자식과도 같던 한우 180여마리를 땅 속에 묻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김씨는 “추석을 앞두고 구제역이 터질까 불안하다”며 “명절 기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예방접종과 소독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고개를 휘저었다. 경기지역 축산농가들이 가을철 가축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로 수심에 잠기고 있다. 더욱이 추석 기간 유동인구 급증에 따라 방역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농심은 타들어가는 모양새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축산농가는 1만3천103곳(가축 5천98만6천348마리)이다. 한육우 6천725곳(30만9천769마리), 젖소 2천522곳(15만5천49마리), 돼지 1천73곳(206만4천209마리), 닭 2천783곳(4천845만7천321마리) 등이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가축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AI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올해 들어선 4년여 만에 FMD가 재발하기도 했다. 그동안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가축 전염병은 ▲ASF 17건(2019~2023) ▲AI 12건(2022~2023) ▲FMD 61건(2014~2019) 등이다. 이를 두고 도 관계자는 “가축 전염병별로 정부와 함께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흡연·폭력·난동에도 "관여말라"... ‘상상초월’ 교권침해 선 넘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 지난 5월 체험학습을 떠났던 A초등학교. 체험학습 중 한 학생은 교사에게 “돈을 안 가져왔다. 밥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 교사는 학생에게 밥을 사줬지만, 얼마 뒤 학부모로부터 정신적 피해보상과 사과 요구를 받았다. “우리 아이를 거지 취급했다”는 게 이유다. #(학생의 폭행) 초등학생 B군은 수업 중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주변 친구들에게 주먹질을 했다. B군의 폭주를 막으려던 교사도 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학교 측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B군의 부모는 “왜 내 자식을 화나게 했냐”면서 되레 화를 냈다. #(학부모의 업무 방해) 교내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된 고등학생 C군. 학교 측은 해당 학생의 학부모에게 선도위원회 개최 사실을 통보했다. 하지만 학부모는 “가정에서 잘 지도하고 있으니 관여하지 말라”고 학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C군은 무면허로 학교에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했고, 학부모에게 다시 관련 소식을 전달한 학교는 오히려 “사고도 안 났는데, 학교가 무슨 권한으로 문제를 삼는 것이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학생의 수업방해) D군은 아무런 이유 없이 수업 중 교사의 책상 위에 쓰레기를 붓고 컴퓨터 전원 선을 뽑는 등 난동을 부렸다. 교사가 “자리에 앉아”라고 지시하자 D군은 “XX년 말 많네”라고 대꾸했다. 교사는 아이의 학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학부모는 ‘우리 아이에겐 문제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교권침해가 점차 악랄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더욱이 교권침해 건수 역시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5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에서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건수는 2020년 253건, 2021년 499건, 지난해 750건 등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올해도 지난 7월20일까지 436건이 접수됐다. 같은 기간 접수된 학부모의 교권침해 사례 역시 10건, 34건, 41건 등으로 함께 늘었다. 이에 대해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교사에게 적극 행정·친절 민원 대응 등을 강조하다 보니 교육이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으로 자리 잡는 등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 생겼다”며 “최근 교권보호 4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아직까지 무너진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려면 멀었다”고 토로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활동 보호 및 아동학대 관련 법령 개정, 법률 지원 등 교권침해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침해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중구 ‘파크골프장’ 이전 조성… 또 주민 반발 ‘암초’

“집주인도 모르게 이 큰 공원에 대형 파크골프장을 만든다는 겁니까?” 인천 중구가 영종도 송산공원에서 미단시티 8호공원으로 장소를 바꿔 대형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경기일보 19일·3면)하자 주민들이 또다시 집단 반발하고 있다. 25일 구에 따르면 운북동 1천265의5 일대 6만5천176.1㎡(1만9천716평) 미단시티 8호 근린공원을 체육공원으로 바꾸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구는 이 공원에 총 48억원의 예산을 들여 18홀 규모 파크골프장과 농구장, 풋살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8호 근린공원과 바로 맞닿아 있는 단독주택 ‘갤러리84’ 주민들이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구의 파크골프장 조성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정 동호인만을 위해 공원의 절반이 넘는 면적을 펜스까지 치면서 파크골프장으로 만드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해당 부지는 단독주택과 바로 맞닿아 있어 주민들이 주말까지 경기에 대한 소음과 주차난 등의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구는 지난 6월 사업 추진에 앞서 주민설명회를 2차례 했지만, 정작 인근 주민들은 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러리84의 한 주민은 “골프장 조성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하는데, 사업지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누구도 설명회를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주민들은 8호 근린공원이 야산과 이어져 있어 고라니와 꿩 등의 야생동물이 내려와 함께 쉬는 곳인데, 구가 이 공간을 없애면 야생동물의 서식에도 위협이 따를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또 다른 주민은 “구가 공원 바로 앞에 사는 주민들 모르게 파크골프장을 지으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구는 당장 이 계획을 철회하고, 구가 2번째 후보지로 구상하는 11호 공원이나 다른 빈 공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구 관계자는 “각 동주민센터를 통해 주민설명회 홍보 요청을 했기 때문에 갤러리84 주민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이어 “갤러리84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구는 올해 초 영종 송산공원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이 어린이 놀이터나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종합체육공원 조성을 요구하며 반발해 결국 백지화했다.

“외국인 범죄 증가하는데”…도리어 줄어드는 ‘외사경찰’

지난해부터 국내 체류 외국인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외국인 범죄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찰은 도리어 외국인 범죄에 대응하는 전문 인력인 ‘외사경찰’을 줄이면서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사경찰은 여권 위변조·밀출입국·외국간첩·다문화 가정 치안 지원 등 외국인 범죄를 예방·단속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5일 행정안전부와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외국인은 ▲2018년 165만1천561명 ▲2019년 177만8천918명 ▲2020년 169만5천643명 ▲2021년 164만9천967명 ▲2022년 175만2천346명 등으로, 증감을 반복하다 지난해 들어 재차 증가세에 접어들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외국인이 가장 많은 경기지역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도내 외국인은 ▲2018년 55만8천197명 ▲2019년 59만4천795명 ▲2020년 58만3천462명 ▲2021년 57만1천204명 ▲2022년 60만925명 등이다. 외국인 범죄 역시 아직까지 다수 발생하고 있다. 2020~2022년 경기지역 외국인 범죄자 검거 건수는 3만6천901건이다. 해마다 약 1만2천300건에 달하는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가뜩이나 부족했던 외사경찰이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최근 경찰청이 발표한 ‘경찰조직 재편 및 인력 재배치 계획’에는 종전 3개과로 구성돼 있던 외사국 명칭을 국제협력관으로 변경하고,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과 국제협력담당관 등 2개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이 담겼다. 여기에 외국인 대상 치안 활동인 외사정보와 외사보안 업무를 각각 치안정보국, 안보수사국으로 이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외국인 범죄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현재 경기남·북부청(경찰서 포함)에서 활동 중인 외사경찰은 모두 193명이다. 최근 3년 평균 경기지역 외국인 범죄자 검거 건수만 고려하더라도 사실상 도내 외사경찰 1명당 63.7건의 사건을 맡고 있다는 의미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정부는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반면, 형사정책은 외사경찰 감축 등 외려 역행하고 있다”며 “제한된 경찰 인력으로 늘어나는 무동기 범죄에 대응하면서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위험성과 심각성이 큰 외국인 범죄 예방 활동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조직 재편은 일선 현장의 치안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며 “경찰조직의 범죄예방·대응 기능이 강화되면서 국민 일상의 평온을 지켜가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만평] 느낌적인 느낌...

[사설] ‘3년 뒤 선거에서 경기북도지사 뽑을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경기북부도지사를 뽑게 하는 게 목표다.’ 김동연 도지사 측 인사가 밝힌 분도 구상이다. 김 지사의 경기북도 목표가 그렇게 잡혀 있다고 설명한다. 절차상 문제 될 것 없다고도 한다. 다음 지방선거라면 2026년 6월이다. 2년9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거대한 경기도를 나누는 일이다. 40년 가까이 꿈만 꾸던 숙원이다. 행정을 넘어 통치 차원의 판단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런 작업을 그렇게 빨리 실현할 수 있을까. 김 지사 측은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 절차라는 도식만 보면 불가능할 것도 아니다. 행위의 핵심인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3건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기북도 설립은 급물살을 탄다. 21대 국회 임기가 내년 5월 말까지인 것이 변수다. 부정적으로 보면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수 있다. 반대로 긍정적으로 보면 그 이전에 결판을 봐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 법적 선결 요건이 주민투표다. 경기도가 오늘 행안부에 주민투표를 요청하기로 했다. 소위 ‘분도론(分道論)’으로 불리는 이 문제는 40년 된 화두다. 정확히는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노태우 후보가 처음 제기했다. 그 후 중요 선거 때마다 등장했다. 지방선거에서는 거의 빠진 적이 없다. 2002년 경기도 인구가 1천만명을 넘기면서 분도론에 더욱 힘이 실렸다. 파주, 고양, 양주, 연천, 동두천, 의정부, 포천, 남양주, 가평, 구리가 대상인데 현 인구만 해도 360만명이다, 당장 독립해도 경기남부도, 서울시에 이어 전국 3위의 거대 광역지자체다. 물론 추진을 더디게 할 요소는 있다. 당장 인구 107만의 고양시의 입장이 변수다. 이동환 시장은 최근 ‘분도 이전에 경제공동체 구성부터 하자’는 의견을 말했다. 분도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타 시·군과 다소 결이 다르다. 여기에 주민투표의 대상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남·북도 주민 참여, 북부 주민 참여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어찌 보면 이런 변수들이 그동안 경기북도의 결행을 멈칫거리게 해온 요소였다. ‘김동연 경기도’는 일단 주민투표 요청의 단계로 갔다.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정치권은 북부지사 후보군을 언급하는 주장들이 부쩍 늘었다. 의정부시 정치권, 고양시 정치권 등에서는 특히 그렇다. 전체적으로 정치 수요가 늘어나는 데 대한 기대가 있다. 공무원들의 관심은 추후 승진 등과 연계돼 거론된다. 연공서열과 북부 출신을 중심으로 기대를 갖는 분위기다. 공직사회 역시 북도 신설에 따라 수요와 규모가 대폭 넓어지게 된다.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여론은 늘 사회적 방향의 키 역할을 했다. 경기도가 전례 없는 자신감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 문제를 시작했다. 여기에 정치·공직사회의 기대감이 전에 없이 크고 구체적이다. 지켜봐야 할 이유가 크다.

[사설] 현실 거리 먼 ‘노란버스’ 행정... ‘농막 규제’ 판박이인가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이른바 노란버스 파동이다. 처음 시작은 법 조문에 대한 해석이었다. 현장학습을 가는 이동을 ‘어린이의 통학’에 해당한다고 봤다. 따라서 어린이 통학버스만 이용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노란색 도색의 버스를 말한다. 지금까지 해오던 전세버스 대절 현장학습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가뜩이나 교권이 위축될 대로 위축된 상황에서 어느 선생님이 현장학습을 갈 것인가. 학교들마다 줄줄이 예약을 취소했다.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학교 안에서는 취소에 따른 위약금 부담을 놓고 갈등을 빚는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한숨이 나온다. 인천 초등학교들도 이번 가을 어린이들 현장학습을 준비해 왔다. 이를 위한 전세버스 예약이 2천326대에 이른다. 그러나 아이들 현장학습 이동이 적법 불법의 갈림길에 서자 취소 사태가 벌어졌다. 인천전세버스조합에 따르면 인천의 초교 80~90%가 올 가을 현장학습을 취소했다. 취소한 운송 비용이 13억3천900만원에 이른다. 인천 남동구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초부터 준비했다. 현장학습을 갈 장소와 전세버스 예약이다. 그러나 막상 2학기 들어서는 모두 취소했다. 최근 뒤늦게 국토교통부가 규정을 완화, 전세버스를 이용해도 된다고는 했다. 그러나 학교로서는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학부모들의 시선을 따갑게 느끼는 교권 상실의 시대 아닌가. 또 다른 학교의 사정은 노란버스 파동의 정도를 짐작하게 한다. 예약을 해 둔 전세버스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취소할 거면 빨리 취소해 달라”고 재촉한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전세버스들도 노란버스 때문에 가을 최대 성수기를 쳐다만 보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세버스뿐만 아니다. 지자체와 민간의 체험학습장들 역시 날벼락이다. 예약을 받아 프로그램과 인력을 미리 마련해 뒀지만 되돌려야 할 판이다. 이에 따른 위약금 갈등이나 피해 보상 분쟁 등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왜 사서 이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나. 현장학습 이동을 ‘어린이의 통학’이라는 해석은 지난해 10월 나왔다고 한다. 이를 받아 경찰청이 지난 7월 구체화했다. 현장학습은 전세버스가 아닌 어린이 통학버스(노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시민의 눈에는, 1년에 1~2차례 현장학습이 꼭 ‘통학’이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이번 노란버스 파동은 올 상반기의 ‘농막 규제’ 혼란을 떠올리게 한다. “한번이라도 농사를 지어 봤는가”라는 반발에 슬그머니 거둬들인 규제다.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으로는 좀 부족한 것 같다. 시민 삶의 현장과는 동떨어진 고고한 행정이라고 해야 하나.

[변평섭 칼럼] 高宗의 무능인가, 지정학적 운명인가

험한 파도에 시달리는 배의 선장은 나약하고 무능했다. 조선 500년 역사가 그렇게 침몰하는 중심에는 고종 임금이 있었다. 1896년 2월11일 새벽, 고종은 미리 대기시켜 놓은 궁녀가 타는 가마에 몸을 숨기고 경복궁 영추문을 쏜살같이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정동에 있는 러시아 공사관을 향해 달렸는데 대궐 경비병들조차 궁녀의 출입이려니 생각하고 고종의 밀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로부터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에서 세자와 함께 1년을 보냈는데 이것이 유명한 ‘아관파천(俄館播遷)’이다. 어떻게 임금이 자기 나라 궁궐을 몰래 빠져나와 남의 나라 공사관에 거처를 정할 수 있을까. 국가의 체통이 무너져 버렸다. 물론 고종으로서는 1895년 10월8일 명성황후(민비)가 일본 낭인들에게 무참히 시해 당하는 사건을 겪고 나서 신변 보호를 간절히 원했던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안위를 어느 강대국에 맡기는 것이 좋을까 고민도 했을 것이다. 청나라는 임오군란의 책임을 물어 대원군을 청나라로 납치해 3년여 연금시킬 만큼 조선을 자기네 속국처럼 마음대로 휘둘렀으나 1894년 벌어진 청일전쟁에서 무참히 깨지는 것을 보고는 종이호랑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청일전쟁이 이 나라에서 벌어진 것도 고종이 동학난을 진압하기 위해 청나라에 파병을 요청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큰 실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청일전쟁 승리 후 서울에 군대를 주둔시키고는 친일 내각을 구성케 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으니 고종으로서는 러시아밖에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로서는 부동항을 확보하기 위해 남진정책을 추진하는 마당에 고종이 자기네 공사관에서 살겠다고 하니 그야말로 굴러온 꿀단지가 된 것이다. 그런 데다 고종이 1년여 자기네 공사관에 있는 동안 울릉도 산림 벌채와 광산채굴권 등 많은 이권을 따냈으니 대환영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남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영국이 1885년 4월 전남 여수의 거문도를 무단 점거하고 포대를 설치하는 등 요새화 작업에 들어가자 동북아 정세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영국과 일본이 영일동맹을 맺고 영국은 거문도에서 철수했는데 말하자면 러시아 남진을 막는 골키퍼를 일본에 맡긴 셈이다. 특히 1904년 발생한 러일전쟁에서도 일본이 승리를 거두자 고종의 마음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 그동안 숨겨졌던 조선말기(특히 1905년 을사늑약 전후) 한일 관련 문서와 기록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부질없고 민망한 내용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고종이 일본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저자세와 오판이다. 1904년 3월18일 이등박문이 고종을 알현했는데 이 자리에서 러시아와의 전쟁 경비로 상당액의 군자금을 하사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공사관에 몸을 의지하던 고종이 이번에는 그 러시아와 싸워 이기라고 일본에 군자금을 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종은 이등박문을 독일을 일으킨 비스마르크에 비유하면서 자신에게 국정 자문 역할을 해달라고 몇 차례 부탁까지 했다는 것. 그런데 그로부터 몇 달이 되지 않아 이등박문은 고종 임금과 대신들을 위협해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을 체결했으니 이런 배신이 어디 있는가. 마침내 1907년 고종은 헤이그 밀사 사건으로 강제 퇴위를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라도 망했다. 고종이 이처럼 강대국 눈치 보느라 확고한 주관 없이 흔들리던 시절, 100여년 세월이 흘렀건만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은 지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한반도 지도를 보노라면, 그리고 100여년 그대로 변치 않는 극심한 국론 분열을 보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