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상상플랫폼' 재정 부실... ‘세금 먹는 하마’ 전락 우려

인천 중구 인천항 1·8부두 인근에 건립 중인 상상플랫폼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가 상상플랫폼 운영을 위한 전문성 확보 등을 통한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13일 열린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제288회 정례회의 제5차 회의에서 시가 상정한 ‘상상플랫폼 인천관광공사 현물출자 동의(안)’에 대해 원안 가결했다. 이날 동의안에는 시 소유의 상상플랫폼을 관광공사에게 현물 출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는 상상플랫폼의 현물 출자액을 1천200억원으로 책정했다. 앞서 시가 관광공사에 출자한 금액은 현금출자 30억원과 490억원 상당의 중구에 있는 하버파크호텔이 있다. 현재 시와 관광공사는 상상플랫폼 공적공간에는 관광공사의 사무실과 교육시설, 다목적홀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 사적공간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미디어아트와 확장현실(XR), 식음료 판매공간(F&B)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시의원들은 관광공사의 상상플랫폼 운영에 대한 큰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상상플랫폼 운영에 따른 재무적 타당성인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기준치인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6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서 시는 ‘상상플랫폼 타당성 검토 용역’을 통해 상상플랫폼 운영에 따른 재무적 타당성을 살폈으나, 2053년까지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판순 시의원(국민의힘·비례)은 “관광공사가 운영상 어려움이 많다보니, 상상플랫폼을 넘겨 받아 잘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특히 내부 상업공간을 어떤 콘텐츠로 채울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성숙 시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B/C값이 0.66에 불과하다”며 “해외의 사례나 국내의 성공 사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유곤 시의원(국힘·서3)은 “단순히 관광공사가 운영만 맡아선 성공적이라 할 수 없다”며 “전문성 확보 등을 통해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특히 시의회는 상상플랫폼 운영에 해마다 33억원의 운영비를 투입하는 만큼, 관광공사 등에 세부적인 계획도 주문했다. 여기에 공공이 운영하는 한계도 지적했다. 이강구 시의원(국힘·연수5)은 “지금까지 인천에서 민간 위탁을 통한 사업 중 성공적인 사업을 보지 못했다”며 “이는 과도한 임대료 등으로 인해 중도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에게 있어 과감한 투자 여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충진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상상플랫폼은 개항장과 차이나타운 등 주변의 문화·산업벨트의 활성화에 주요한 마중물 사업”이라며 “수익성을 중점에 두고, 협업할 수 있는 기관을 설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상상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을 개선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3~5년 동안 집중적으로 투자해 시민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지난 2018년부터 총 452억원을 들여 인천 내항 8부두 옛 곡물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상상플랫폼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민간사업자 무영CM 컨소시엄이 지난해 5월 완공을 할 계획이었지만 공사비 문제로 멈춰섰으며, 이후 시가 공사비를 예산으로 충당하면서 공사를 재개했다. 현재 공정률 96%이며, 오는 15일 준공 예정이다. 

보험사기 '솜방망이 처벌'에 억장 무너지는 가입자 [보험사기 현주소 ④]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보험사기는 ‘보험료 인상’과 ‘보험신뢰도 하락’ 등 복합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작 보험사기꾼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치고 있어 현행법 체계가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실손보험료는 지난 2016년 22.4% 인상된 이후 2018년 동결된 바 있다. 이후 매년 10% 내외의 인상이 이어졌다. 여기엔 보험사기에 따른 보험금 누수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오직 보험사기 때문에 보험료가 올라갔다고는 보기 어렵다”면서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손보험은 질병·상해로 발생한 치료비(약제비 포함)를 보장하는 종목으로, 지난해 보험사기 피해가 가장 컸다. 실손보험이 아니더라도 보험사가 보험사기로 불필요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 그만큼 손해율은 커지게 되고, 결국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면 보험사들은 벌어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이 더 커져 적자를 보게 된다. 이에 보험업계는 모호한 약관 표현을 명확하게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개정정해 보험금 지급심사를 강화하도록 했다. 그러자 ‘보험금 산정·지급’ 등에 대한 보험 관련 분쟁 조정 건수가 2021년 2만6천573건에서 지난해 3만2천417건으로 22%가량 늘었다. 이는 보험사기에 따른 각종 영향으로 보험 신뢰도가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양상이 지속될 경우 보험 가입률이 떨어져 보험사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선 보험사기 지능화·고도화에 따라 자동차·의료사고가 상당수 반복되면서 대형 인명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이 2020년 보험사기로 적발한 인원 9만8천826명 가운데 기소된 이들은 10%(1만567명) 정도다. 기소된 사건 중에서도 약 12%(1천310명)만 정식재판이 진행됐고, 나머지는 약식명령에 그쳤다. 정식재판이 이뤄진 경우에도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됐으며 징역형이 선고되더라도 3년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행 보험업법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 제정됐다”며 “그러나 최소한의 사항만을 규율하고 있어 실질적 대응을 위한 근거법령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녹슬고, 악취 ‘풀풀’... 쓰레기통 된 의류수거함 [현장, 그곳&]

“찌그러지고 녹슬고…쓰레기까지 잔뜩 쌓여 있어 냄새까지 나요. 흉물이나 다름없죠.” 13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진안동의 한 주택가. 인도 한가운데 놓인 의류 수거함은 오랜 기간 관리가 안 된 것을 보여주듯 녹슬고 찌그러진 채 방치돼 있었다. 수거함엔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라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는 듯 쓰레기 더미가 가득 쌓여 있어 주민들의 통행까지 방해하고 있었다. 주민 윤형철씨(46)는 “한 번도 수거함을 관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제 기능도 못하는 것 같은데 왜 있는지 모르겠다”며 “수거함 주변에는 늘 불법 투기된 쓰레기로 가득하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군포시 당정동의 주택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 가로등 옆에 설치된 의류 수거함에 다가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버려진 일회용 컵, 빈 상자, 음식물 쓰레기 등 각종 폐기물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인근 또 다른 수거함 위엔 누군가 버리고 간 헌 이불이 올려져 있었으며 수거함 주위로 쓰레기 더미가 버려져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경기도내 주택가 곳곳에 설치된 의류 수거함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도로변 마구잡이로 설치된 의류수거함에 각종 쓰레기가 쌓여 악취를 풍기고 주민 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의류 수거함은 31개 시·군에서 위탁 사업으로 운영 및 관리 중이다. 지난 2021년 기준 총 410개 민간 업체가 의류 수거함을 관리 중이며 통합 관리하는 곳이 없어 수거함의 개수부터 위치까지 불명확해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더욱이 의류 수거함의 설치에 대한 별다른 기준이 없어 일부 단체와 개인이 무분별하게 설치한 것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각 지자체도 민간 업체에 위탁 운영을 맡기다 보니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쓰레기 투기 등 수거함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면 업체를 통해 안내문 부착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무단 설치된 수거함은 철거에 나서고 있다”며 “주기적인 현장 점검을 통해 깨끗한 의류 수거함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 실내 골프 아카데미, 레슨비 챙기고 ‘먹튀 폐업’ [현장, 그곳&]

“내년 초 레슨비까지 다 현금으로 선 결제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문 닫을 줄 몰랐죠.” 13일 오전 11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실내 골프 아카데미. 굳게 잠긴 출입문 가운데에는 건물 관리사무실에서 붙인 붉은색 글씨의 ‘무단폐업으로 인한 유치권 행사 및 단전 단수 안내’ 게시물이 붙어 있다. 관리비 체납으로 유치권을 행사하고 전기·수도 등을 끊는다는 내용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관리비가 많이 연체해있고, 무단으로 폐업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골프 아카데미 출입문 옆 락커룸에는 회원들이 붙여 놓은 ‘다 함께 돈 찾아요. 이렇게 당할 수 없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검색어 골프장 피해자 모임방’ 등의 메모가 붙어있다. 폐업한 골프 아카데미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회원들이다. 이 곳에서 만난 회원 A씨는 “내년 초까지 이용가능한 회원권과 레슨비 등 125만원을 결제해놨는데, 갑자기 문을 닫아 너무 황당하다”고 했다. 이어 “지난 4월에 계약 때 카드를 받지 않고 계좌이체를 권해 현금 결제를 했다”며 “미리 폐업하려고 그랬던 것 같아서 사기를 당한 느낌”이라고 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실내 골프 아카데미가 갑자기 폐업, 레슨비 등을 미리 결제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연수구 등에 따르면 이 골프 아카데미는 지난해부터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지난 5월29일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골프 아카데미는 사전에 회원들에게 폐업 등에 대한 공지를 하지 않았고, 폐업 당일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폐업 사실만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골프 아카데미는 출입문에 ‘사업장의 경영상 문제로 폐업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여놨다. 현재 A씨처럼 이 골프 아카데미의 폐업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회원들은 모두 9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현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모여 대책을 찾고 있다. 이들은 골프 아카데미에 미리 결제해 놓은 금액이 1인당 24만원부터 최대 298만원까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인 회원들의 총 피해 금액은 8천여만원에 이르며, 계속 피해자들은 늘어가고 있다. 이들은 형사 고발 또는 민사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인천지역 골프장 이용권 환불과 휴업·폐점에 따른 한국소비자원에 들어온 피해구제 신청은 2021년 27건, 지난해 28건, 올해는 5월까지 11건 등이 발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내 골프장 등은 폐점을 하면 환불받기가 힘든 만큼, 소비자들이 6개월 이상의 장기간 등록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이어 “특히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에 지급정지나 방법이 있으니, 현금 결제는 꼭 피하고 카드결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골프 아카데미 대표 B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회원이 줄어들면서 더이상 운영하기 어려워 폐업했다”며 “환불액은 3~4천만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일부 환불도 해줬다”고 했다. 이어 “환불 시점을 약속할 순 없지만, 자금을 마련해 나머지도 환불하겠다”며 “피해 회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만평] 과학적 검증...

[사설] 수원지검 수사, 국익을 지키다

수원지검이 삼성 반도체 기술을 빼돌린 일당을 검거했다. 삼성전자 전 상무와 삼성전자, 계열사, 협력업체 직원 등 7명이다. 빼돌린 기술은 반도체 공장 설계다. 반도체는 특수한 공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수십년간 독자 개발한 기술이다. 이걸 빼내 중국에 ‘짝퉁 삼성전자’를 지으려 했다. 중국 시안 삼성전자와 1.5㎞ 떨어진 곳이 예상 입지였다. 다행히 공장 설립 전에 모두 검거됐다. 반도체 공장 설계 유출 사건은 처음이다. 기술 유출 사건에 끝이 없다. 올 초에도 삼성전자 자회사의 전 연구원 등 7명이 적발됐다.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빼돌렸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2021년에는 LG디스플레이 직원이 검거됐다. OLED 설계도 등 기밀자료를 팔아 넘겼다. 기술 유출의 상대국은 대부분 중국이다. 지난 3년간 기술 유출 국가를 보면 중국으로의 유출이 70%를 넘는다. ‘반도체 굴기’ 중국에 한국은 더없는 타깃인 셈이다. 형량이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그런 면이 있다. 지난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형사 사건 선고가 33건 있었다. 무죄나 집행유예 비중이 87%를 넘는다. 기술 유출 범죄가 침해하는 법익은 상상하기 어렵다. 2018년부터 5년 동안 산업 기술 유출이 93건 있었다. 피해액이 25조원 정도다. 이번 삼성전자 사건 피해도 최소 3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으로 추산된다. 형량을 정함에 있어 반드시 감안해야 할 요소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사다. 사건 때마다 나오는 업계 반응이 있다. ‘이럴 줄 알았다’고 탄식한다. 기술 보유자들은 사람이다. 사람 두뇌를 단속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존 연봉의 3, 4배로 유혹하는 건 기본이다. 상상 못할 뭉칫돈이 제시되기도 한다. 애사심·애국심에만 호소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단속 의지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범죄 심각성이 일반화될 수 있다. 그 전형을 보여준 것이 이번 수사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다. 수원지검에는 산업 기술 유출 범죄 수사의 특별한 역사가 있다. 1990년대 최고의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도 수원지검이 했다. 이메일을 통한 기술 유출이란 생소한 범죄였다. 2018년 첨단산업보호전문수사단이 생긴 것도 수원지검이다. 당시 한찬식 검사장이 의욕적으로 출범시켰다. 이러한 수사 전통이 또 한번 이어지는 듯하다. 평가하고 갈 일이다. 아주 좋은 수사다. 국가와 국민에 큰 득이 됐다.

[사설] 경기도 보훈병원 절실, 위탁병원이라도 당장 확대해야

경기지역에는 보훈대상자가 20만명에 육박한다. 올해 4월 기준 19만4천985명으로, 전국 보훈대상자의 4분의 1가량이 거주한다. 보훈대상자들은 상당수가 고령이다. 6·25전쟁 참전유공자는 평균 연령이 90세 중반이고, 월남전 참전유공자도 70세가 훨씬 넘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보훈대상자 중 70세 이상 고령인구가 56만5천640명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이들은 만성 퇴행성 질환, 고엽제 후유증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어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경기도에는 보훈병원이 없다. 도내에 보훈대상자가 가장 많지만 의료지원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중앙보훈병원을 이용하기 위해선 대중교통으로 3, 4시간은 가야 한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병원 가기도 어렵다. 환자가 밀려 몇개월씩 대기하기도 한다. 때문에 경기도에도 보훈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보훈부는 보훈대상자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보훈병원의 대체 역할을 할 수 있게 보훈위탁병원을 지정했다. 올해 기준 전국에 617곳의 보훈위탁병원이 있다. 경기지역에선 92곳의 병·의원 및 종합병원이 보훈위탁병원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대다수 병원이 의원급이어서 진료과목이 한정적이고, 의료접근성도 낮아 제대로 치료 받기가 어렵다. 과천시의 경우 의원급 병원인 내과와 이비인후과 등 2곳만 보훈위탁병원으로 지정, 이외 과목의 진료를 받으려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 연천군도 보건의료원 1곳과 비뇨기과의원 1곳 등 2개 병원이 전부다. 구리·김포·부천·의왕·포천시도 병원이 2곳뿐이다. 이천·여주·오산시는 1곳밖에 없다. 부천시의 경우 보훈대상자가 1만명 가까이 되는데 위탁병원이 2곳이다.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부산·광주·대구·대전·인천 등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보훈병원이 설립돼 있다. 전국에서 보훈대상자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에도 보훈병원이 절실하다. 고령의 국가유공자들이 언제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원정 치료를 다녀야 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한테 재정 부담 등 경제효율성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경기도와 시·군이 적극 나서 경기도 보훈병원 건립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국가보훈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선은 보훈병원 건립에 시간이 걸리므로, 각 지역의 종합병원을 보훈위탁병원이나 준보훈병원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시급한 문제다.

[인천시론] 인천 속 작은 지구촌, 송도아메리칸타운·재외동포청

대한민국 재외동포청이 인천 송도에 둥지를 틀었다. 해외에 사는 750만 동포들을 지원하고 모국과 연계한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정부조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데다 야당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터였기에 설립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신설기구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설립 전 초미의 관심사였다. 본청인 외교부가 소재한 서울과 동포청의 전신인 재외동포재단이 있는 제주도 등이 거론됐다. 여기에 인천시가 가세했다. 민선 8기 유정복 시정부는 국제공항과 항만의 소재지라는 입지적 우수성과 하와이 근대이민의 출발지라는 역사적 상징성 등을 내세워 가장 적극적으로 유치전을 펼쳐 왔다. 외교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본청은 인천에, 통합민원실은 광화문에 두는 조정방안이 확정돼 마침내 인천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재외동포청 유치 과정에서 새삼스레 주목 받은 곳이 있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송도 아메리칸타운’이다. 1천328가구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786실 등으로 이뤄진 공동 주거단지다. 1단계는 지난 2018년 10월 준공해 입주까지 마쳤으며 2단계는 2025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한창 공사 중이다. 겉으로는 여느 단지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그 안은 사뭇 다르다. 아파트의 최초 분양자가 모두 외국 국적자라는 사실부터 그렇다. 총 19개국의 재외동포들이 분양 받았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재외동포의 국내 거주를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남 남해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위해 소규모 단독택지를 분양한 사례는 있지만 아예 ‘외국인 투자유치촉진법’에 의거해 대규모 주거단지를 지어 외국영주권자와 시민권자로 제한해 분양한 것은 국내 최초다. 사업 초기만 해도 외국 동포들에게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매율은 25%가 채 되지 않는다. 실거래가가 분양가의 배 이상 뛰었을 때에도 매물이 없을 정도. 인근 인기가 높은 아파트 단지의 전매율이 60~70%를 넘나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곳 아메리카타운 수분양자들은 그야말로 ‘성실한 실수요자’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이는 이런저런 이유로 타향살이를 한 동포들이지만 하시라도 다시 돌아와 고국에서 살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할 수 있다. 최초 민간제안사업으로 시작해 부진한 투자유치 등으로 백지화될 뻔한 사업을 되살려낸 인천시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2014년 설립 이후 이 사업을 주관해 온 ㈜인천글로벌시티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제3, 제4의 사업 준비에 분주하다. 이런 차에 재외동포청까지 그 이웃에 들어섰으니, 오래전부터 재외동포들에게 공을 들여온 인천으로서는 날개를 단 격이다. 송도아메리칸타운이 송도글로벌타운으로 확대 발전해 더 많은 동포들이 인천에서 함께 살기를 기원해 본다.

[세계는 지금] 영국과 한국의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 차이

타국에 거주하다 보면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자국과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 또한 유학생으로서 런던의 일상을 살아가며 영국의 다양한 국가적 특성을 발견하곤 한다.  서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영국과 한국은 다방면에서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런던의 일상생활에서 고국과의 차이를 가장 쉽게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인데, 바로 ‘장애인의 이동권’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필자가 영국에서 살기 시작하며 바로 인식한 색다른 풍경은 밖에 나가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었다. 고국에서 살 때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그것은 영국에 훨씬 더 많은 수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장애인이 집 밖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덜 느낀다는 것이다. 영국 내에서도 특히 런던의 모든 대중교통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물론 런던 밖을 벗어나면 모든 시설이 그렇지는 않지만 전국 대부분이 그렇다. 학생인 필자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런던에서 외출을 하면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은 휠체어를 탄 사람의 대중교통 이용을 목격할 수 있다.  특히 버스는 장애인 접근성이 98%라고 한다. 모든 지하철과 시내·시외버스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자리가 백프로 마련돼 있어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일상을 영위한다는 점이 런던 생활 초기 매우 강한 인상을 받았다. 시설만이 잘 돼 있는 것이 아니라 교통약자가 이러한 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심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잘 형성돼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된 요소들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친한 친구의 어머니를 보며 더 많이 인식하게 됐다. 친구 어머니는 버스를 자주 이용하시는데 버스기사들은 그가 안전하게 탑승해 자리에 제대로 앉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고 기다린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이러한 풍경이 전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영국 일상의 일부라는 것이다. 필자가 한국의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잘 돼 있어도 이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을 실제로 본 적이거의  없었고 한두 번 목격했을 때는 주변의 시선이 긍정적이지 못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버스를 타기 위해 소비되는 1, 2분의 기다림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이것이 일상적인 풍경이라기보다는 어쩌다 한 번 겪어야 하는 ‘불편함’ 정도로 인식되는 느낌이다.  비장애인인 나조차 그 상황이 상당히 불편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무리 기술적인 접근성이 발전했어도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이 무슨 소용인가? 그러므로 한국에서는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이 보기 드문 것이 별로 놀랍지 않은 현상이다. 필자 생각에 현재 한국은 안타깝게도 평등한 사회를 위해 약자들의 권리를 고려하기보다는 기득권과 비장애인들의 편의가 당연시되는 사회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전쟁 직후부터 한 세기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빠른 경제성장만을 중요시했으므로 개개인과 약자를 위한 권리의 중요성에 주목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은 그들의 국민성이 원래 남을 배려하거나 월등해서가 아니다. 평등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충분한 논의와 인권운동의 시기를 거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이 이동권을 위해 지금처럼 ‘투쟁’하지 않아도 살 수 있도록 전 국민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그들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회의 일원인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중요한 사실에 아직 크게 공감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의 투쟁이 혐오의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

[지지대] 꺾이지 않는 독감 유행

반갑지 않은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초여름 더위가 시작됐는데도 독감 유행이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그래서 우울하다. 분명 겨울철에나 기승을 부리는 호흡기 질환인데 말이다. 해당 질환 발생률을 환자 수 유행 기준으로 따지면 평소의 5.2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관리청 등 보건당국의 분석 결과다. 환자 수 유행 기준은 3년 치 비유행 기간의 의사환자 분율 평균에 표준편차를 곱해 만들어진다. 지난주 독감 환자 수는 2001년 이후 최대치보다도 3배 이상 많다는 분석도 나왔다. 우울한 수준을 넘어 그 이상의 심각한 수위임을 입증하고 있다. 주변에서 해당 질환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보건당국의 통계 및 분석 결과 등에 따르면 올해 22주 차(5월28일~6월3일) 외래환자 1천명당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는 21.5명으로 나타났다. 전주(25.7명)에 비해 4.2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치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이례적으로 크게 높은 수준이다. 보건당국이 발표한 유행 기준으로만 봐도 이번 독감 유행은 심각하다. 22주 차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발생분율 통계가 있는 2001년 이래 같은 기간 환자 수는 최저 0.25명(2003년), 최다 5.6명(2018년)이었다. 22주 차 의사환자 분율을 연령대별로 보면 7~12세 43.8명, 13~18세 41.6명 등 계속해서 소아·청소년층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9~49세는 27.5명, 1~6세는 24.1명이었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사회적 접촉이 많아져 사람 간 전파되는 질병은 당분간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가 분명 엔데믹에 접어들긴 했지만 뭔가 심상찮은 연유다. 못내 발길을 돌리기 섭섭해서일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민낯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