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병 키우는 배기 환기… '급기설비' 확충 시급 [죽음의 급식실 中]

‘급식종사자 폐암’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조리흄의 효과적 제거를 위해 제대로 된 환기시설 설치가 시급하지만, 경기도내 학교 중 환기시설을 제대로 갖춘 학교는 6.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학교의 급식 조리실 환기시설이 배기에만 치우쳐 있어 급기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내 학교 중 조리가 이뤄지는 학교 2천291개교 중 환기시설에 급기 설비를 갖춘 학교는 140여개교(6.1%)에 불과했다.  급기란 실외 공기를 실내에 공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급기 설비는 환기시설을 통한 배기 이후 자연급기 과정에서의 각종 미세먼지와 세균, 바이러스 등의 오염물질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도내 학교 급식 조리실에 설치된 환기시설은 대부분 배기(내부 공기를 외부로 빼내는 것)에만 초점이 맞아 있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압력으로 자연급기가 이뤄지는 형태다. 이러한 환기시설의 경우 외부 공기가 급식 조리실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세균, 바이러스 등을 거르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환기는커녕 오히려 실내 공기를 오염시킬 우려까지 있다.  실제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2010년 연구보고서에서부터 조리흄을 암 유발 가능성이 큰 물질로 분류했고, 타이완에서는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조리환경에서의 폐암 발병 위험이 최대 22.7배가 급증한다는 분석 결과까지 내놨다.  이에 전문가들은 도교육청의 환기시설 정비사업 과정에서 제대로된 환기시설을 설치해 조리흄에 따른 폐암 발병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관계자는 “오염된 공기가 나간 만큼 신선한 공기가 투입돼야 하지만, 현장은 그렇지 못 하다”며 “그러나 도교육청은 매년 해오던 배기설비 개선만 반복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급기 설비를 통한 공기질 개선은 급기 설비 설치 학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수원공고는 지난 2018년부터 급기 설비의 일종인 공기조화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공기조화기는 깨끗하게 정화한 외부 공기를 설정한 온도에 맞춰 급식 조리실 곳곳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수원공고 관계자는 “배기설비를 통해 빠져나가는 공기만큼 깨끗한 공기를 투입해 환기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공기조화기를 설치했다”며 “이후 환기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 급식종사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김경섭 한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배기로는 급식 조리실 곳곳에 있는 유해물질을 모두 빼내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며 “급기를 강화해 구석구석 공기가 순환되게 해야 급식종사자 건강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두고 도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에 설치돼 있는 환기설비가 배기 위주인 건 사실”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전수점검이 끝나면 근본적인 개선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위험하다… 인천 어린이집 '지진' 무방비

인천지역 어린이집 10곳 중 9곳 이상이 지진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으로부터 취약한 영유아들이 이용하는 만큼 내진설계를 적용받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어린이집 1천647곳 중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가 적용된 어린이집은 고작 91곳(5.5%)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91곳 대부분은 국공립 어린이집이다. 공공기관 건물 등은 내진설계 의무가 있어서다. 반면 대부분의 민간 어린이집들은 내진설계 의무에서 빗겨나 있는 실정이다. 건축법 등에 따라 2017년 12월 이후 건축허가를 받은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이상의 모든 건축물’은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인천지역 어린이집 대부분이 2017년 12월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아 내진설계를 하지 않았다.  어린이집들은 자체적으로 내진설계 및 구조보강을 할 경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비용이 들어 꺼려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박유영씨(29)는 “올해 초 강화를 비롯해 전국에서 지진이 나 불안한데,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안전하지 않다니 걱정이 크다”며 “아이들 안전을 위해 내진 보강이 시급하다”고 불안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 군·구는 어린이집 내진설계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내진설계 등을 지원하는 ‘민간 건축물 내진 보강 비용 지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지원 신청은 전무하다. 사업에 선정되더라도 지원은 20%에 그치고, 자부담 비율이 80%에 달하는 상황이라 신청이 저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지진이 발생하면 어른과 달리 빨리 대피를 하지 못하는 영유아들은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며 “지자체는 어린이집의 내진 보강을 위해 자부담을 경감하는 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내진 보강 지원 사업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시 지원을 늘리고 자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에서는 지난 1월9일 강화군 서쪽 25㎞ 해역에서 리히터 3.7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최근 국내에는 지난 15일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59㎞ 해역에서 리히터 4.5 규모 지진 등 해마다 70차례 이상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잠자는 수정법 개정안… 지자체 기업 유치 어려움 호소 [수도권 역차별 방치 上]

경기지역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가운데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러한 제약으로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9일 경기도와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공업지역 지정 및 대학 신·증설 등 인구를 늘리는 시설을 제한하는 게 주요 골자인 수정법은 도내 전역(1만197㎢)에 적용돼 있다. 수정법 대상은 크게 ▲과밀억제권역(수원시 등 14개 시, 이하 일부 지역 중복 포함) ▲성장관리권역(연천군 등 14개 시·군) ▲자연보전권역(광주시 등 8개 시·군)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 과밀억제권역의 경우 기업이 사업용으로 신·증축하는 건축물이나 사들이는 토지에 대해 다른 지역보다 3배 많은 취득세가 부과된다. 여기에 공업지역을 신규로 지정할 때에는 지자체는 관내 대체 구역을 찾아야 하는 것으로 규정됐다. 수원시 등 도시화과 진행된 지자체가 가용 용지 모색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 30만㎡(이하 토지면적 기준) 이상의 공업지역을 지정할 때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 심의를 받는 것으로 돼 있는 성장관리권역에는 연천군 등 인구소멸지역이 포함돼 있다. 31개 시·군 평균 재정자립도(38.8%)보다 밑도는 연천군(재정자립도 15%)은 해당 법상 수도권으로 분류돼 정부의 공모사업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선 지원금이 지급되는 만큼 눈 뜨고 기업을 놓칠 구조에 놓여있다. 자연보전권역의 공업지역 지정은 3만~6만㎡으로 규정돼 있다. 6만㎡ 이하라는 한계 탓에 산업의 집적화가 어려운 마당에 광주시 등 일부 지역은 수정법 외 팔당특별대책지역 등 다수의 규제를 받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저렴한 땅값에 식품, 기계 등의 업종이 들어선 가운데 이러한 제약으로 나홀로 공장이 건설되는 등 체계적인 도시 관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도내 모든 지역에 적용된 제조시설(면적 500㎡ 이상)에 대한 공장총량제도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거론되고 있다. 국토부 고시에 따라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도내 배정물량은 274만5천㎡이다.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평택시(총 4만9천㎡)는 별도다. 도는 매년 기업 유치에 따라 각 시·군에 물량을 배정 중이지만 이는 실적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미래 수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공업지역 지정 제한을 풀어달라는 자연보전권역 등 시·군의 건의 사안을 수렴하고 있다”면서도 “수정법을 건드릴 경우 균형 발전을 주장하는 비수도권지역의 반발이 있는 만큼 규제 완화에 대해선 확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핀셋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권진우 경기연구원 박사는 “국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특정 산업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둬 입지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수정법 외에도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팔당특별대책지역 등 복수의 법 적용을 받는 지역이 많으므로 체계 조정을 통해 중복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수도권에 대한 중장기 개발 계획 수립을 위해 공장총량제 조정 등 전반적인 사안을 담은 ‘제4차 수도권정비계획 수정 필요성 검토를 위한 기초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지역갈등 야기 '수정법' 경기도 의원 목소리는 중구난방 [수도권 역차별 방치 上]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이 수도권 역차별뿐만 아니라 경기도 내 지역간 갈등도 야기하고 있으나 경기도 국회의원들은 중구난방식 개정 목소리로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경기일보가 29일 현재까지 ‘수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거나 공동발의에 동참한 경기 의원을 분석한 결과, 도내 동북부와 서남부 간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대표발의의 경우, 경기의원이 현재까지 11개를 기록 중인 가운데 북부의원이 8개(김성원(2개)·정성호·박정·이용우·한준호·오영환·홍정민, 제출순), 동부의원이 3개(소병훈·최종윤·송석준)를 각각 제출한 반면 서남부 의원은 한 개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동발의에 참여한 도내 의원까지 포함해도 차이를 보였다.  수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거나 공동발의에 참여한 전·현직 도내 의원은 전체 59명(김선교 전 의원 포함) 중 35명으로 59.3%를 차지했다.  북부권(파주·고양·남양주·의정부·동두천·연천·구리·양주·포천·가평)이 15명 중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구리)을 제외하고 14명(93.3%)이 대표발의 혹은 공동발의에 참여했고, 동부권(용인·성남·의왕 과천·하남·광주·이천·여주·양평)은 14명 중 9명(64.3%)이 대표발의 혹은 공동발의를 했다.  이에 비해 남부권(수원·안산·평택·화성·안성·오산)은 16명 중 7명(43.8%)이 공동발의에 참여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서부권(안양·시흥·부천·광명·군포·김포)은 공동발의에 서명한 의원이 14명 중 5명(35.7%)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경기북부와 동부지역이 수도권 규제에 더해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팔당특별대책지 등 2중·3중의 중복 규제로 지역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수정법 개정이 더욱 절실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도내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 간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성장관리권역인 용인과 화성이 반도체와 전기차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과밀억제권역인 수원은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수원 등 과밀억제권역 14개 지자체는 다음달 19일 국회에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어 수도권 내 불균형과 수정법의 문제점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사실상 꺼져있는 수정법 개정 논의에 다시 불이 불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사설] 인구소멸 동네, 경기도에도 수두룩/근본 대책 마련하라고는 못하지만

경기도 인구가 1천400만명을 돌파했다. 화성시는 머지 않아 100만명 시대를 맞는다. 이런 화두가 만들어내는 현실 속 왜곡이 있다. 경기도는 모두 잘 산다는 오판, 특히 인구가 넘쳐난다는 오판이다. 심지어 경기도민들조차 그런 착각을 하곤 한다. 여기서 기인하는 심각한 행정적 오류 내지 미스매치가 있다. 정책 우선 순위에서 한참 밀려난 인구 문제 대책이다.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거나 겉으로 보이는 시늉에 그치고 있다. 해당 지역만 혼자 힘들다. 행정안전부가 2022년 10월 인구감소 현황을 발표했다. 가평·연천군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포천·동두천시는 관심지역으로 분류했다. 이 현실이 피부에 와 닿는 분석이 있다. 경기일보 취재팀이 돌아본 인구 소멸 위기 동네다. 3천명 미만의 주민을 두고 있는 곳을 골라봤다. 경기도에 행정읍·면·동은 모두 570개다. 이 가운데 23개 주민이 3천명 미만이었다. 연천군은 6개다. 연천군 전체 읍·면 10개다. 절반 이상이 인구 소멸 위기 동네인 셈이다. 통상 인구절벽 대비 정책은 두 가지다. 직접 인구 유입 정책이 하나다. 이주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다시 노동자 이주와 다문화 가정 구성이 있다. 노동자 이주는 산업 인프라와 직결된다. 다문화 가정 구성은 사회적 인식 변화에 연계된다. 행정 기관 지원 효과까지 시간이 걸린다. 연천·가평군, 포천·동두천시는 이런 정책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땅찮다. 결국 고려할 수 있는 다른 하나는 재정 등 지원을 통한 인구 증가 유인책이다. 결국 돈 주는 것인데, 한계가 있다. 공교롭게 인구 절벽 위기에 처한 시군 재정 상태는 안 좋다. 2022년 경기도 재정자립도 순위를 보면 모두 최하위다. 동두천시 13.1%(31위), 연천군 14.5%(30위), 가평군 16.8%(28위), 포천시 22.6%(25위)다. 이 상황에도 이미 많은 예산을 쏟아 넣고 있다. 출산 장려금의 규모가 대표적이다. 가평군은 넷째·다섯째 아이를 낳으면 각각 2천만원을 준다. 연천, 포천, 동두천도 비슷하다. 없는 재정에 이것도 힘들다. 그렇다고 정부에 기대 볼 여건도 아니다. 전체적인 인구 소멸이 지방에서 더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인구 소멸 지역의 분포도 지방이 많다. 경기도 인구 소멸에 특별한 관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남는 것은 경기도다. 경기도의 정책적 지원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인구 감소 지역 지원 조례가 마련됐다. 조사, 사업 등에 들어가는 예산 일부를 경기도가 분담하게 된다. 30~50% 전후가 예상된다. 내용이나 규모에서 해당 시군에 도움은 어렵다. ‘근본 대책 내놓으라’고 결론짓지 않겠다. 그게 얼마나 생각 없는 주장인지 알고 있다. 다만, 정책적 비중을 높이라는 권고는 해둘까 한다. 가평·연천, 포천·동두천은 경기도라서 고통 받는 곳이다. 안 그랬으면 진즉 낙후 지역 지원 받았을 것이다.

[사설] 인천 제물포구 살림 ‘빈익빈’ 우려... 군·구 개편 역기능도 살펴야

인천시가 행정체제 개편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첫 단계 절차인 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검단·영종구를 신설하고 중구와 동구를 제물포구로 합치는 내용이다. 주민 생활권역이나 지역별 행정 수요를 일원화하려는 개편이다. 그런데 이런 잣대로 쪼개고 합치다 보니 원·신도심 간의 격차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인구 소멸 문제나 재정자립도 등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인천의 대표적 원도심 지역인 제물포구의 살림살이가 더욱 쪼그라들 것이 걱정이다. 인구는 줄어들어도 행정수요 및 소요 예산은 급증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다음 달 1일 열리는 인천시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한 시의회 의견을 듣는다. 다음 달 중 행정안전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한 사전 절차다. 그간의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한 시민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물포구의 인구 소멸 및 타 지자체와의 재정 격차가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신도심인 영종지역을 떼내고 원도심지역만 한데 묶어 놓은 결과다. 인구와 세입이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구는 종전 영종지역을 포함한 인구가 15만5천310명이었다. 여기서 영종을 떼내고 동구와 합치면 10만2천971명으로 5만2천여명(33%) 감소한다. 지역면적도 140㎢에서 21.74㎢로 대폭 줄어든다. 자체 수입도 종전 1천883억원이었으나 제물포구로 재편하면 891억원으로 1천억원이나 감소한다. 반면 세출 규모는 종전 5조3천억원에서 5조7천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난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고 복지 행정 수요가 큰 원도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제물포구의 세수는 종전보다 즐고 세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는 셈이다. 인천시가 군·구에 내려보내는 조정교부금은 기초지자체 간 재정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현재 이 조정교부금의 책정 기준도 인구 수와 학교 수 등 원도심 지역에는 오히려 불리하다. 이대로는 그 조정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행정체제 개편으로 신도심과 원도심 지자체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고착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행정체제 개편을 앞두고 인천시가 조정교부금 제도의 전면 손질에 나선다고 한다. ‘깜깜이 집행’이나 특정 대상을 위한 1회성·전시성 사업을 막기 위해 합리적 배분에 관한 조례를 따로 마련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미 지적한 조정교부금의 문제점들이다. 지자체 살림살이의 빈익빈 부익부는 곧 주민복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천시는 행정체제 개편이 초래할 역기능들에 대해서도 미리 성찰하고 그 틈을 메워야 할 것이다.

[이만종 칼럼] 우리 사회에 내재된 위험·차별·혐오

한 달 전이다. 미국 텍사스주 쇼핑몰 총기난사가 벌어지고 몇 개의 보도를 시청하자 곧장 끼쳐온 심정은 이 사건의 트라우마가 내게 전이해 오는 것을 한사코 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관련된 보도를 더는 듣거나 보고 싶지 않았다. 며칠 뒤면 둘째 딸 가족의 미국 연수가 예정돼 약간의 공감이라도 마음에 일면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웃에게 아무 이유도 없이, 온몸에 총기난사를 당한 비극적 참사였다. 순진무구한 세살배기를 포함한 한인 교포 일가족이 갑자기 숨져간 그런 끔찍함은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항용 혐오와 증오범죄는 특정 인종이나 국적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겹쳐 일어난다. 하지만 이번 텍사스 참사는 이보다는 근본적으로 다인종 사회의 구조적 불의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즉, 국가가 마땅히 기울여야 했던 인종차별과 혐오에 대한 주의와 대응역량의 퇴화가 근원일 수 있다. 이는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할 정도로 미국 사회의 다원성이 미국의 정신적 힘이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미국 사회를 언제든지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게 할 수 있고 국가적 권위를 약화시킬 수도 있는 또 다른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미치광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적 행위나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뺏긴 백인 청년층의 박탈감이 배경인지 그 관점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는 국가 구성원들이 서로 믿음을 지니고 함께 살아야 하는 자유주의 사회에서 왜 미국의 정치권력은 백인 우월적인 혐오를 부추기고 편파성 공권력으로만 기능하게 됐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2023년 현재 미국에는 인종 혐오 그룹 784개가 적극 활동하고 있다. 만약 노예로밖에 안 보이는 흑인, 후진적인 유색인 이민자라는 백인 우월 사상이 계속된다면 미국 사회의 미래는 이번 사건과 같은 등잔 밑 재앙의 강한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비단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유럽에서도 브렉시트 이후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중동에서도 종파 간의 테러가 길거리를 피로 얼룩지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 역시 온갖 이해관계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혐오와 증오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으로 인한 이주민들이 느끼는 차별에 대한 불만, 편견과 일자리 경쟁으로 인한 사회 갈등은 얼마든지 폭력으로 촉발될 수 있는 사항이다. 비단 사회적 약자로서의 이주민, 장애인, 성적 소수자 등에게 자유로운 역량 발휘 기회가 적은 사회 환경만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니다. 치열한 정치적 반목과 탐욕, 권력지향적 정치인들의 ‘내로남불’ 이중성은 더욱 위험한 국민적 분노 유발 요인이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며 ‘가붕개’로 살아가라고 말하는 기득권 정치인들의 경악스러운 망언 역시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를 황폐화하는 치명적 독소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소수자에 대한 배타적 분위기와 그들의 다양한 절규가 우발적인 사고를 촉발시킬 가능성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평등으로의 인권 가치는 차별과 적대가 아니라 ‘상호 간의 공존과 공영’으로써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발달한 민주주의는 갈등과 대립에 대한 긍정적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소수자의 신념이 극단화됨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역분열·이념 대립과 마이너리티에 대한 차별과 무시라는 사회적 질병에 필요한 것은 상처를 아물게 할 치료이지 상처를 덧나게 할 공격은 아닌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으로 불안해진 위기의 시대, 우리에게도 서로를 하나로 묶고 강한 나라를 만드는 게 가장 큰 과제다.

[경제프리즘] 재외동포청에 축하를, 다양성에 축복을

인천이 재외동포청을 유치했다. 최초의 이민자들을 떠나보냈던 이산의 도시 인천이 재외동포의 수도로 거듭나게 됐다. 750만에 육박하는 재외동포를 품을 국제도시의 시민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덕목이 바로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다. 재외동포 중에는 조상이 한국인이었을 뿐 본인은 한 번도 우리 땅을 밟아보지 못한, 자라온 환경도 문화적 배경도 전혀 다른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인천은 태생부터 다양성과 포용의 도시였다. 개항과 함께 한반도의 어느 지역보다 빨리 신문물을 접했고, 이주민들이 들여온 문화를 자산 삼아 성장했다. 짜장면 등 수많은 ‘최초’를 탄생시키고, 축구 등 새로운 문화의 유입 경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낯섦을 두려움이 아닌 창조의 원천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리라.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자리한 인천IT타워에서 500m 남짓 가면 대로변에 인천이슬람성원이 있다. 2014년에 완공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지역사회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이슬람 시설이 들어서는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지역의 소식이 들릴 때면,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과 이슬람 건축양식이 혼합된 이 하얀 건물이 상징하는 인천시민의 문화적 포용과 종교적 관용의 정신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인천에는 조선족, 고려인, 북한이탈주민 등 여러 사연을 안고 온 많은 동포가 살고 있다. 최근에는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은 우크라이나 고려인들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헤어날 방법을 찾기 힘든 세계 최저 출산율을 생각하면, 한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진 재외동포들이야말로 소중한 인적자원이 될 수 있다. 이들에게 인천은 어떤 곳일까?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평등한 인간으로서 환대받는 곳일까? 아니면 생활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차별받는 곳일까? 재외동포청 유치를 알리는 기사 아래 간간이 달린 ‘ 출신한테는 혜택 줄 생각은 하지 말아라’ 같은 혐오성 댓글을 보며, 다양성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아직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김현미·2014년)는 책 제목처럼, 긴 역사 속에서 보면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주민이거나 이주민의 후예다. 이주민이 우리에게 온다는 것은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포함한 전 존재가 온다는 것이다. 인천이 진정으로 재외동포의 수도가 되고자 한다면, 그들이 가져올 경제적 혜택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문화적 환경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부터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경기시론] 재생에너지와 공동체 자산구축

우리가 실천적 과제를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하면서 만들어갈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논쟁이 필요 없고 사회가 방향을 합의한 과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실행력을 높여 실험과 수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구현하는 과정에서 기존 질서의 관성과 어떻게 부딪히는지 발견하고 수정하고 보완해 ‘빠르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실천의 속도와 규모도 사회와 경제의 무게중심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총량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하나의 과제는 에너지 시스템의 전력화 추세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제다. 의미 있는 총량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방법은 일반적인 확산이 가능한 공간의 구체성이 있어야 하고 시민들의 마음도 움직여야 한다. 그 마음에는 위기의식, 도덕 감정, 나와 우리, 너희들의 이익, 이념적 잣대로도 치우침이 크지 않다는 시민들의 생각과 판단이 버무려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재생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인구의 90% 이상이 입체화된 도시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에 집중해 보자.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생산은 단순한 수평투영면적만으로 공간 활용 효율성을 평가할 수 없다. 특히 태양광발전은 도시의 다중목적 토지(공간) 이용에 정확히 부합한다. 지상 주차장과 주차타워, 건물 옥상, 도로 방음터널과 방음벽,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 자전거도로, 체육관 지붕, 운동장 펜스, 쉼터와 정류장, 이제는 건물의 벽면까지 도시의 많은 목적 공간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활용도를 높여준다. 멀리서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한 전력을 고압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생태 파괴와 주민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끌어올 필요도 없이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전력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전력저장장치(ESS)와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시스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전력망 안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자기 지역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이 직접 생산자로 참여함으로써 전력 소비 효용과 전력 판매를 통한 이익 나눔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 소비 지출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에서 순환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발전시설은 대부분 지역 시민들의 공동소유로 공동체의 자산이 된다. 지난달 경기도가 발표한 ‘모든 공공기관 RE100 달성’은 이런 측면에서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도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공유재산 공간에 도민참여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고 거기서 생산한 깨끗한 전력을 공공이 조달해 사용하고, 조달을 통한 공공지출이 도민들의 직접적인 기회 소득을 보장하고, 발전시설은 ‘시민공기업’ 협동조합이 공적 통제를 통해 공동체 자산으로 운영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공간의 구체성과 도민의 마음 둘 다 얻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