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제조업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혁신경쟁법(USICA)을 통과시킨 미국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이라는 명분으로 미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 및 리쇼어링 지원 정책을 다수 포함시켰다. 여기에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본질은 기술패권을 둘러싼 주요 2개국(G2)의 전면전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제조업의 미래는 미중 갈등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한국 제조업은 범용제품의 경우 후발 개발도상국과의 가격경쟁을 극복해야 하고 첨단제품은 기존 제조업 강국인 미국, 독일, 일본과의 기술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강력한 제조공장 및 제조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세계 각국이 자국 내 제조업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우리 제조업 수출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산업공동화를 방지하고 첨단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과거 개발연대 같은 중후장대형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스마트한 경박단소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대 첨단산업 육성전략은 우리 산업정책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첨단제조업 육성을 위해 정부는 지난 3월15일 경기 용인을 국가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해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고 지방에도 14개 국가산업단지를 새로 지정해 6대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첨단제조업 육성전략은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기도에 많은 기회와 더불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경기도는 수원, 용인, 성남, 평택 등에 첨단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있어 타 시도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는 결국 수도권 규제 해법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첨단 제조업 육성전략이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경기도의 산업구조를 보면 특정 산업군에 대한 편식이 심하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경기도의 주요 산업별 수출 비중은 반도체 32.9%, 기계장비 16.8%, 자동차 11.1%, 화공품 7.4% 등이다. 반도체, 기계장비, 자동차 산업이 전체 수출액의 60%를 차지하는 구조는 경기도 제조업의 미래를 위해 개선이 불가피하다. 특히 경기 남부 벨트 중심의 산업 편중은 도내 지역 간 산업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다. 아무리 첨단산업이라 하더라도 소재·부품, 뿌리산업 등이 받쳐주지 않으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소재 등 벨류체인(Value Chain)과 관련된 중소·중견기업 등 핵심적인 기업에 대한 육성전략도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특히 대기업 완제품의 경쟁력은 부품·소재 등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부품·소재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스마트 팩토리 구축 고도화 등은 경기도 차원에서 촘촘한 검토와 추진전략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제조 현장의 인력 문제도 경기도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 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는 인력의 남방한계선이 회자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 유지에 절대적인 연구개발 인력의 경우 서울 근교가 남방한계선이라는 얘기가 있는 만큼 우수한 연구인력이 경기도내 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정주 환경, 근무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첨단제조업 육성전략 못지않게 경기도 제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권역외상센터에는 생명이 위독하거나 사망할 만큼 많이 다친 이들이 온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모두를 살릴 수는 없고,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게 되면 더욱 안쓰럽다. 한밤중에 배달하다 사고로 실려오는 청년을 보면 낮에 일하고 쉬어야 할 시간인데 밤 늦게까지 위험한 오토바이를 타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올해 초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발표한 ‘2050년 대한민국 미래전망과 대응 전략’에 따르면 한국의 미래는 높은 자살률, 고령화로 인한 노인 빈곤율 증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생산인구의 감소를 비롯한 많은 요인들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대응 전략은 소수와 약자를 돌보는 사회, 자율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사회, 지역사회가 강화되는 사회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런 대전환이 가능할까? 며칠 전 소아청소년과 개원의 단체에서 폐과를 선언했다. 그만큼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이 심각하고 앞으로 더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소아청소년과는 내과의 분과들이 많은 것처럼 세부 분야별로 진료할 의사가 필요한 필수과에 속한다. 미숙아와 같은 신생아를 진료하거나 희귀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환자 수가 적더라도 꼭 필요한 전문가들이다. 게다가 어린아이를 진료하는 건 어른보다 더욱 힘들고 시간이 들기 때문에 그에 맞는 수가의 현실화가 시급하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신규 의사들이 전공 과목을 선택할 때는 본인의 성향과 함께 앞으로의 전망을 고려한다. 결국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개원의들은 저수가에 대해 많은 진료로 버텨오다 환자군도 줄고 코로나19를 겪으며 버틸 수 없게 됐다. 돈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필수적이고 돈을 벌기 위해 일도 하지만, 돈이 사람보다 중요한 세상이 되면 방향은 정해져 있다. 열심히 일을 해 월급을 모으는 것보다 대출받아 부동산에 투자해 버는 수익이 훨씬 더 큰 세상이라면 누가 힘들게 일하고 싶겠는가? 해당 전문의가 아니면 치료할 수 없고 시간을 지체하면 사망할 수 있는 중증 응급환자가 하루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데 언제 올지 모른다고 치자. 24시간 진료가 가능하려면 해당 과의 전문의는 몇 명이 필요할까? 이 전문의의 하루 근무에 대한 급여는 얼마가 적당할까?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남들이 쉬는 주말에 나와 24시간을 근무한 ‘필요한’ 의사가 아니라 하루 동안 한 명만 진료한 ‘무능한’ 의사가 돼 버린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얼마를 지불할 의지가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다면 대한민국의 대전환은 요원한 이야기일 뿐이다.
‘검정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 중학생 기철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만화다.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 작가가 글을 썼다.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소년 챔프에 연재해 최장수 연재 기록을 세웠고, 45권짜리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애니메이션도 제작됐으며, 캐릭터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검정고무신’이 국민적 인기를 끌며 호황을 누렸으나 만화가는 행복하지 않았다. 15년 전 사업화를 제안하는 회사만 믿고 맺은 불공정 계약으로, 원작자인데도 저작권 침해로 고소당해 고통받다가 이우영 작가(51)가 세상을 등졌다. 원작자임에도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자신의 다른 작품에 등장시켰다는 이유로, 부모님 농장에서 ‘검정고무신’을 상영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이 작가는 지난 11일 강화군 자택에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몇 년째 저작권 소송으로 고통에 시달리며 피폐해졌다.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회사가 77개 부가사업을 벌이는 동안 작가가 수익 배분받은 돈은 1천200만원 정도”였다. 회사는 1960, 70년대 원작 배경을 현재로 바꿔 새 버전을 내고 싶다는 작가의 창작 의지도 꺾어 버렸다. 이 작가는 죽기 며칠 전 아내에게 “사람이 죽어야 이슈가 될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작가들의 불공정 계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웹툰 사업체, 작가,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를 보면 웹툰작가의 약 60%가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우영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 직후 문화체육관광부는 불공정 계약을 막겠다며 법률지원센터 구축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공정위는 9년 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 그림책 ‘구름빵’ 작가 백희나씨가 1천850만원밖에 보상받지 못한 게 논란이 되자 출판계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작가의 예술혼과 창작열을 짓밟는 시스템은 시정되지 않았다. 예술노동자들의 안정적 생활과 창작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및 노동권 확립, 저작권 불공정 관행 등 해결 과제가 많다. 입법을 포함한 종합적이고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동훈 장관은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그의 패션부터 언행 하나하나가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도 주목의 대상이다. 그의 정치계 입문을 예상하는 측은 “맞으면 맞을수록 성장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비교하며 한 장관 역시 민주당으로부터 “맞을수록” 정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민주당으로부터 “맞았을” 당시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유독 피해자 이미지를 갖는 이들에게 동정적이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당시 권력에 맞서며 권력으로부터 핍박받는다는 “피해자 이미지”를 가졌다. 그런데 한 장관은 다르다. 한 장관이 야당인 민주당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 것은 맞지만 한 장관은 정부의 일원이다. 즉, 권력을 가진 측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집권한 측의 구성원이 야당으로부터 공격받는다고 이를 권력으로부터 핍박받는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비록 민주당이 압도적인 입법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도 한 장관이 피해자 이미지를 갖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피해자 이미지를 가지지 못하면 두들겨 맞아도 정치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주목은 받겠지만 이런 주목이 피해자에 대한 동정과 거기서 파생된 지지로 이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윤 대통령은 피해자 이미지뿐만 아니라 정치력도 보여줬다. 하지만 한 장관은 아직까지는 이런 정치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한 장관의 정치적 감각은 무척 뛰어나다. 하지만 정치는 정치적 감각으로만 할 수는 없다. 정치력이 겸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감각도 어느 정도 타고난 능력이지만 정치력 역시 인위적으로 단시간 내에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뛰어들지 말지는 한 장관 본인의 선택이지만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고 정치인으로서 성공할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뛰어난 행정가가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 집 식구에 토피라는 이름의 강아지가 있다. 평소 내가 놀아주고, 맛있는 간식도 내가 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생각이 그렇게 일어난다. 그런 풍토에서 교육받고 자라며 사회화됐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는 물질적 바탕도 중요하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성경 말씀이나 유럽의 경우에도 근대와 현대 초반까지 가난한 사람들과 부랑인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짙었던 것은 자체로 먹을 게 부족한 사정 때문이지 여유가 있는데도 그러진 않았으리라 생각해본다. 물론 복지 대상(노인, 고아, 과부, 빈자, 장애인…)의 확대처럼 꾸준한 노력 없이 개인과 사회의 가치관이 바뀌기는 어렵다. 그래서 제도를 먼저 바꿔 그런 태도를 고치게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노예제도 금지, 헤이트스피치 금지법, 차별금지법 등이 좋은 예다. 마음을 다잡고 반성하며 펫(pet) 권리로서의 동물복지를 생각해 놀아주고 먹을 것 챙겨주는 게 식구의 의무이자 토피의 권리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런데도 순간 순간 ‘내가’ 새어 나온다. 이런 우리 세대에 살아있는 물고기를 죽이지 않고 뜨거운 물이나 얼음에 넣으면 벌금을 내야 하는 유럽의 동물복지가 받아들여질까? 특히 산 낙지와 살아있는 게,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아는 게 힘이지만 또 병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난 뒤 낙지며 전복이 살아서 꼬물거리는 볶음이나 탕을 보면 입맛이 달아나고 만다. 환경 보호나 생태 보호도 마찬가지다. 사람도 먹고살기 쉽지 않은데 환경이니 생태에 생각이 미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이젠 환경과 생태 보호는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왜 그럴까? 세 가지만 언급해 본다. 첫째, 생태와 환경 보호가 필요하게 된 게 바로 인간 때문이다. 인간이 망가뜨리지 않았다면 멀쩡했을 터이다. 둘째, 생태와 환경 보호가 생태와 환경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람을 위해서다. 셋째, 결정적으로 법과 제도를 통해 생태와 환경의 훼손을 금지하고 보호를 의무화한 덕이다. 어기면 스스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싫더라도 지켜야 한다. 결국 인간 중심주의가 바탕이다. 그런데 인간이 식물이나 다른 동물보다 더 귀해야 할 과학적 이유는 없다. 지구 차원에서 보면 인간은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이지 식물처럼 모든 생명체의 존재 근거는 아니다. 따라서 이제라도 동물복지를 법과 제도로 못 박아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부정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성경 말씀에 따라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하나님 모습대로 만들어진 사람이고 모든 피조물의 관리를 맡기셨다. 그런데 그 관리에 소홀했던 걸 반성하면서 적극적인 관리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벤담의 공리주의에 따른 철학적 근간인 동물복지도 마찬가지다. 비록 우리 모두의 관리 대상이지만 역시 하나님의 피조물이기에 생명으로 존중해야 마땅하다.
2일 오후 3시 41분께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해넘이다리 인근을 지나던 4t급 어선에서 불이 나 40여분 만에 진화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과 소방 당국은 장비 17대와 인력 60여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40여분이 지난 오후 4시 23분께 불을 껐다. 어선에 타고 있던 70대 남성 A씨는 인근에 있던 다른 선박에 의해 구조됐다. A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재산 피해 등을 조사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첫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청약 접수에 나선다. LH는 3일부터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4천416호에 대한 청약 접수를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청년 매입임대주택 2천22호,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2천394호이며, 지역별로는 입주 수요가 높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2천395호, 그 외 지역에서 2천21호가 공급된다. 매입임대주택은 도심내 신축 또는 기존 주택을 매입해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시세보다 싼 임대료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청년매입임대주택은 만 19~39세의 청년 등이 대상이며 임대조건은 인근 시세의 40∼50% 수준이다. 최장 6년 거주할 수 있다. 청약 신청은 각 유형마다 정해진 무주택 요건과 소득 및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당첨자 발표는 5월 중순 예정이며 입주는 입주자격 검증과 계약 체결을 거친 다음 6월에 진행될 방침이다.
ChatGPT 열풍과 함께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등 미래사회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삶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신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산업개편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 각종 인권 문제와 저작‧창작문제, 개인정보 등 문제는 우리가 직면해야 할 과제다. 다가오는 미래사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이슈M>에서 살펴본다. 편집자주 #. 챗봇 지식구축을 담당하는 김 대리는 오전 9시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전날 새로운 데이터로 학습시킨 인공지능 챗봇 모델을 테스트한다. 챗봇의 답변에 해당하는 인공지능 학습데이터를 튜닝(조정)할수록 정답률이 오르는 걸 보면 아이의 성장과정을 보는 듯 뿌듯하다. 점심 식사 이후, 오후에는 고객을 만나 챗봇의 톤앤매너 방향을 결정하는 미팅을 주도한다. 사람들이 챗봇을 좀 더 친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보다 부드러운 말투와 약간의 위트를 섞어 답변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다. 경기도와 인천의 벤처기업들이 앞다퉈 신(新) 기술 개발에 몰두하며 미래 사회를 선도하고 있다.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와이즈넛’도 그중 하나다. 2000년대 검색 엔진 회사로 출발한 이 기업은 어느새 300여명의 사원이 종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언어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AI 챗봇에 이르기까지 국내 4천400여 고객사 및 글로벌 10개국에 AI 및 빅데이터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국내 대표적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유진로봇은 2001년 코스닥 상장까지 이뤄낸 벤처기업이다. 서비스·교육용 로봇 등으로 출발한 ㈜유진로봇은 어느새 연매출 300억원에 달하는 물류형 로봇의 대표 회사로 거듭났다. 최근 ㈜유진로봇은 AI를 결합한 자율주행형 물류형 로봇으로 인정 받고 있다. 박성주 ㈜유진로봇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로봇시장의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며 “자율주행 기반 물류 자동화 사업 분야에 초점을 맞춰서 미래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물류형 로봇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트리즈엔지니어링’도 자율주행 자동차 업계의 선두 주자다. 이곳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분야와 시험검사 장비 개발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다. 최근에는 이 자율주행 기능을 건설 중장비로도 확대해, 건설 현장에서도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손성효 트리즈엔지니어링 대표는 “최근 자율주행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라며 “우리 회사도 끊임 없는 기술 개발 및 다양한 제품 출시로 미래 사회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벤처기업은 미래 산업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지만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과 달리 ‘자금’이 늘 문제다. 특히 신(新)기술 개발에는 투자가 핵심임에도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들이 투자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간 국내 벤처기업들의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은 ‘자금조달·운용 등 자금 관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의 자금 관련 문제는 지난해 경기 침체로 더 심화됐다. 중기부의 ‘2022년 벤처투자 동향 발표’ 자료를 토대로 보면 지난 한 해 기준 경기도내 벤처투자는 총 1조1천280억원으로 전년(1조3천71억원)보다 13.7% 감소했고, 같은 기간 인천시 투자도 760억원에 그쳐 직전년도(1천358억원)보다 44% 급감했다. 이 같은 투자 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모태 펀드 출자’ 사업을 시행 중이다. 중기부가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민간에서 자금을 모아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해 ‘성장 자금’으로 유입되도록 앞장서는 셈이다. 이에 발맞춰 경기도 역시 지난 달 28일 자율주행·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의 예비·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올해 25개사를 선정, 기업당 사업화 자금 3천600만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지원책들을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경기연구원의 지난해 ‘경기도 혁신성장 역량 진단 및 정책 추진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는 혁신성장 역량이 전국 지자체에서 상위권에 속했지만, 질적 수준은 낮다고 평가된 바 있다. 비슷한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서울과 비교하면 투자 유치 및 창업투자 회사 확보 수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도내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부진을 겪던 기업들이 다시 활동하려 하지만, 투자 관련 정부나 지자체의 발 빠른 지원은 체감하기 힘들다”며 “실무 기업들의 의견을 많이 청취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비단 경기도만의 얘기가 아닌, 수도권 전반에 해당되는 얘기다. 인천에서 바이오 산업용 기구를 만드는 한 스타트업 대표도 최근 투자 시장이 얼어 붙으며 기업들이 도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신약 개발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데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며 “단계별로 필요한 투자금도 40억원부터 160억원 이상 등 다양한데, 이를 마련하지 못해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다양한 규모의 기업간 융합이 일어나도록 투자에 대한 정책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벤처기업에 대한 대기업이나 정부 차원의 투자도 아쉬운 점이 있다. 기업을 보호하면서 타기업과 상생하는 균형잡힌 방향으로 나아가야 국내에서도 한 획을 그을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투자의 질적 향상을 위해 ‘경기 M&A센터’의 기능 확대를 통한 벤처 스타트업과 대기업·중견기업 간의 투자 매칭 등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 이들의 투자 유치 및 연계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벤처기업들이 우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각종 규제와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지원과 벤처기업에 다양한 인재들이 유입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청년 301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근무에 대한 청년 인식 조사’(2022년)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 청년의 약 72.9%가 지방 근무를 기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경기도 안에서도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지리적 마지노선이 존재하는 실정이었다. ‘서울에서 어느 정도 먼 지역까지 가 근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서울과 가까운 판교·분당 지역의 선호도는 84.7%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지만, 수원·용인(64.1%), 평택(31.9%) 등으로 낮아지며 경기도 안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경기도내 한 벤처기업 대표는 “인력 수급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청년 취업자들에겐 IT업계는 판교가, 하드웨어 제조업계는 동탄이 마지노선”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벤처기업 대표 역시 “회사가 성장할 땐 인재가 안 와 힘들었고, 기업이 성장하니 대기업으로의 이직 등 인력 유출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세상을 변화시킬 첨단기술도 결국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며 “인재들이 모여서 일할 수 있는 인프라를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기분 좋은 주거환경을 선진적으로 잘 구축해주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인력 부족’과 함께 벤처기업들에겐 ‘규제’도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겨진다. 신 기술은 기존 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탄생하는데, 기존 제도에 대한 인식과 규제가 때로 신 기술의 발전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지원 제도로 ‘규제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가 존재하긴 하나, 영세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신청조차 용이하지 않다. 대기업과 달리 자본력과 인력 등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결국 소규모 기업들은 규제 문제에 애로사항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국내 규제는 해외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도내 한 벤처기업은 “예를 들어 인공지능 분야가 성장하려면 데이터 이슈가 중요한데 국내에서는 저작권법이 강력하게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은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활성화를 위한 ‘촉진’과 ‘제어’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이 만들어져도 결국 활용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데, 국내에선 그 매커니즘이 약하다”며 “생산 과정부터 생태계 구축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규제 완화가 필요한 지점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선 ‘타다 금지법’ 같이 신 산업과 기존 제도 간의 충돌 시 기존 공급자 입장에서 정책을 펼치는 면이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생각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