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일본에서 돌아온 ‘대동여지도’

지도는 문명의 결정체다. 그런데 인공위성도 없던 시대에 어떻게 만들었을까. 지금으로 치면 첨단기술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게 궁금했다. 고산자 김정호(古山子 金正浩·1804~1866)가 제작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볼 때마다 늘 들었던 생각이다. 해당 지도는 10리마다 표시해 실용적인 목적을 꾀했다. 단순한 지도가 아니라 조선시대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정보지다. 10리는 직선거리 10리가 아니라 실제거리 10리이고 산이 험할수록 촘촘하게 찍혀 있다. 숭실대와 고려대 박물관 등에 목판 일부가 남아 있고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대동여지도 목판 11장이 보관·전시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목판은 초창기 해당 목판에 잘못된 기록을 수정한 흔적이 있다. 고산자가 직접 만든 초판일 가능성이 높다. 원래는 더 많이 있었지만 6·25전쟁을 거치면서 이 정도만 남았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대동여지도에 각종 지리정보를 추가한 새로운 지도가 국내로 돌아왔다. 기존에 알려진 대동여지도와는 구성이나 내용 등이 달라 주목된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은 목록 1첩(帖·묶어 놓은 책), 지도 22첩 등 총 23첩으로 구성된 대동여지도를 일본에서 환수했다고 밝혔다. 가로 20㎝, 세로 30㎝ 크기로 책자가 여러 개 있는 형태다. 새로 존재가 확인된 지도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내용이다. 손으로 그리거나 써서 만든 필사본(筆寫本) 지도로 조선시대 교통로와 군사시설 등 지리정보와 1만8천여개에 달하는 지명이 실려 있다. 문화재청은 1864년 발간된 ‘갑자본’ 대동여지도가 희소한 만큼 문화·학술적 가치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궁금하다. 누가 언제 일본으로 유출했느냐는 점이다. 이 부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문화유산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으뜸 자산이다. 이를 지키는 것도 우리의 의무다.

[특별기고] 태국, 의회 조기해산과 총선

태국 하원이 조기 해산되고 총선일은 5월14일로 정해졌다. 이번 총선은 2014년 쿠데타 후 처음 치른 2019년 총선에서 채택했던 1인 1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1인 2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바꿔 치러진다. 총선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2014년 쿠데타 이후 줄곧 권력을 유지해온 현 여권인 친군부 보수세력의 분열과 진보세력으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다. 여권의 핵심 세력은 쿠데타를 주도했던 쁘라윳 짠오차(1954년생) 현 총리와 쁘라윗 웡쑤완(1945년생) 당 대표가 만든 팔랑쁘라차랏당(PPRP)이다. 정치적 뿌리 없이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파벌연합으로 구성됐던 팔랑쁘라차랏당은 당권 투쟁이 심화되던 중 쁘라윳 총리마저 지지자들과 함께 신생 정당인 루엄타이쌍찻당(UTN)으로 옮겨감으로써 당세가 급격히 약화됐다. 쁘라윳 총리 자신은 헌법상 최대 8년까지만 허용된 총리 임기 제한 규정에 따라 재당선되더라도 2025년 4월6일까지 임기가 제한돼 총리직을 절반밖에 채우지 못할 형편에 놓여 있다. 뿌리가 같은 여권의 두 당은 총선 후 결국 다시 합쳐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팔랑쁘라차랏당이 현재 가장 적대관계에 있는 제1야당 프어타이당(PTP)을 정치적 파트너로 선택하게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프어타이당은 군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상원의 비토세력이기 때문에 연립정부 구성과 총리 선출 시 상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팔랑쁘라차랏당의 역할이 기대돼서다. 태국의 총리는 각 정당이 추천한 후보 중 상·하원 합동회의(상원 250석, 하원 500석)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받은 자가 당선된다. 한편 팔랑쁘라차랏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쁘라차티빳당(DP)과 품짜이당(BJT)은 정치적 이념보다는 실리 추구 성향이 강해 총선 후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정치세력과 손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정치적 상황들은 2019년 선거 때와 비교해 현 여권 보수세력의 응집력이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정치세력은 야권의 주축인 프어타이당과 까우끌라이당(MFP)이다. 우선 프어타이당은 선거 때마다 전 총리 탁씬계 정당을 지지하는 동북부와 북부에서 여전히 막강한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새로운 선거제도 변화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도 알려졌다. 프어타이당은 탁씬의 막내딸인 패텅탄 친나왓(1986년생)을 차기 총리 후보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탁씬 계열 정당들의 전가의 보도인 ‘탁시노믹스’라고 불렸던 포퓰리즘 정책들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패텅탄은 대다수의 총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까우끌라이당은 사회민주주의 진보정당으로 군부와 왕실에 가장 적대적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까우끌라이당 대표 피타 림짜른랏(1980년생)은 참신한 이미지로 각종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정치의식이 크게 성장한 MZ세대, 진보적 지식인들과 학생운동세력들의 지지를 큰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 최근 주요 정당 선호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까우끌라이당은 프어타이당에 이어 두 번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총선 후에는 프어타이당과 연정구성을 원하고 있는데 양당의 중복된 지지세가 갈등의 소지도 안고 있다. 까우끌라이당은 친군부 세력인 팔랑쁘라차랏당이나 루엄타이쌍찻당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비호감을 표출하고 있다. 5월14일 총선이 실시되면 7월 중순 새 의회가 개원하고 7월 말 총리를 선출하게 된다. 각 정당이 추천한 후보가 총리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과반 의석인 376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 상원 지지 없이는 하원에서만 376석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 다당제 정치구도 하에서 1당 단독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2014년 쿠데타 이후 모처럼만에 친군부 보수세력의 분열 상황에서 치러지는 총선의 결과가 진정한 정권교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 야권 진보세력들이 상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거나 하원에서 절대 다수석을 확보해야만 한다.

경기·인천 국회의원 68% 재산 1억 이상 늘었다 [공직자 재산 공개]

경기·인천 국회의원의 68.1%(49명)가 지난해 1억원 이상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경기 의원 59명 중 52명(88.1%), 인천 의원 13명 중 10명(76.9%)의 재산이 각각 증가했다.  특히 경기 의원 40명(67.8%)과 인천 의원 9명(69.2%)은 1억원 이상 재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의원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파주을)은 무려 47억8천368만원의 재산이 증가했다. 박 의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빌딩가액이 24억7천100만원 올랐고, 본인과 배우자 주식 가액변동으로 21억5천800만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당 김경협 의원(부천갑)이 9억5천149만원, 김병욱 의원(성남 분당을) 6억1천993만원,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천) 5억225만원, 민주당 김철민 의원(안산 상록을) 4억6천866만원 각각 늘어났다.  반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은 본인의 안랩 주식 가액 감소(693억7천800만원)로 무려 693억4천591만원의 재산이 줄었으며, 민주당 이학영 의원(군포)도 4억2천441만원이 감소했다.  또 같은 당 윤영찬(성남 중원)·오영환(의정부갑)·안민석(오산)·전해철 의원(안산 상록갑) 등 6명의 의원은 1억원 이상 재산이 줄었다고 신고했다.   도내 최대 재력가는 안랩 주식 가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1천347억960만원을 보유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으로 나타났으며, 민주당 박정 의원이 505억9천851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 64억3천353만원, 이용우 의원(고양정) 53억5천621만원 등 4명이 50억원 이상 재산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재산이 적은 의원은 민주당 고영인(안산 단원갑)·김승원 의원(수원갑)이 각 4억3천799만원과 4억9천561만원,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여주·양평) 5억3천976만원 순이었다.  도내 의원 59명 중 10억원 이상은 45명인데 비해 10억원 이하는 14명에 불과했다.  인천은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중·강화·옹진)이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6억9천713만원이 늘었고, 민주당에서는 정일영 의원(연수을)이 토지보상금 수령 등으로 6억4천680만원이 늘었다고 신고했다.  인천 의원 중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동·미추홀을)이 299억1천440만원을 등록해 지난해에 이어 최고 재력가에 올랐다. 하지만, 주식평가액 하락 등으로 지난해보다 재산이 278억7천854만원 줄었다고 신고했다. 이어 배준영 의원이 56억1천53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민주당은 유동수 의원(계양갑)이 40억6천737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이재명 대표(계양을)가 지난해보다 5천202만원이 줄어든 34억4천785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고양갑)은 3억7천917만원이 증가한 17억8천547만원, 무소속 김진표 국회의장(수원무)은 4억123만원이 늘어난 30억6천768만원의 재산을 각각 신고했다.

2분기 가스·전기료 인상 ‘초읽기’...경기도내 소상공인 '긴장'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 가스요금이 또 인상된다는데…벌써부터 그 생각만 하면 잠도 제대로 이루기 힘드네요.”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전기나 가스 사용이 많은 경기도내 소상공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30일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카페. 카페 주인 이정호씨(37)는 다음 달부터 공공요금이 오른다는 소식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전기요금의 경우 작년 이 맘 때와 비교하면 약 1.5배 이상 올라 이미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나온 고지서에 50만원이 찍혀있었다는 그는 벌써 다음 달 고지서 받기가 두렵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카페에선 노트북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고, 커피 머신도 전기를 많이 잡아 먹어 전기요금 인상에 민감한 업종”이라며 “정부가 2분기 공공요금을 또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고깃집을 하는 박완호씨(56)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초 박씨 가게의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을 합친 가격은 100만원 수준이었는데, 작년 말부터는 한 달에 200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에 박씨는 영업시간도 1시간 줄이기로 했다. 마감시간에는 손님이 많이 없으니 한 푼이라도 아끼자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급격하게 공공요금이 오르니 자영업자 입장에선 정말 죽을 맛”이라며 “결국 자영업자에겐 얼마나 오르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29일 ‘전기·가스요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당정은 2분기(4~6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가격 인상은 기정사실인 상황이며, 상승폭 등을 담은 인상안은 31일 발표된다. 공공요금 폭탄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비명’에도 정부가 요금 인상을 결정한 이유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 폭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전기요금은 kWh당 총 51.6원, 가스요금은 MJ당 10.4원 인상해야 한다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1분기(kWh당 13.1원 인상)와 비슷한 수준에서 오를 것으로 알려졌고, 1분기에 동결된 가스요금도 이번에는 상승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소상공인들이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재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현금성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에너지 절약’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반 정도 부담하는 등의 방안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절망 속 키운 희망… 피·땀·눈물엔 ‘차별’ 없었죠 [함께 토닥토닥]

“불편함이 있어도 자신의 꿈을 얼마든지 이뤄낼 수 있다는 모습을 통해 동료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고 싶었습니다.” 메달에 비친 환한 미소가 경기도 전역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된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경기도선수단이다.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의 성과를 ‘터널 속에서 만난 횃불’이라고 정의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두 차례나 연기돼 7년 만에 개최된 올림픽에서 종합우승 7연패라는 쾌거를 이뤄낸 덕이다. 실제 도 출신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이들이 전자출판, 제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라는 벽을 넘어 전 세계를 압도하기까지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4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려 왔지만, 지난 2016년 이후 멈춰 버린 출전 기회는 이들의 꿈을 향한 전진에 가장 큰 고비였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어려웠던 이유는 자신의 명예보다 장애인 동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택했던 길이었기 때문이다. 불안하기만 한 마음을 달랜 것은 서로의 따뜻한 온기였다. 정교한 출판 디자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지체장애인 김희동 선수(32·용인특례시)는 “7년의 기다림과 이번 대회를 위해 집중 훈련을 시행했던 140일간의 여정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며 “지난 1월부터 시작한 합숙훈련에서 고민을 공유하고, 진심 어린 응원을 받으며 이겨낸 덕에 동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건네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정진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엿한 프로 디자이너로 성장, 현재 ‘디자인스튜디오 수소’를 운영하며 책자·포스터 등 각종 편집 디자인 실력을 뽐내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보여준 이들의 도전은 개인의 만족에서 그치지 않고 도내 곳곳에서 새로운 희망의 빛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여정을 지켜본 지체장애인 소성희씨(39·수원특례시)는 “어둡기만 한 현실에 디자이너라는 꿈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쉼 없이 정진하는 선수들을 보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며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희망을 잃지 않는 자세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선수단은 “우리가 이룬 성과는 도내 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이룬 것”이라며 “앞으로는 장애인들이 지닌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로서 함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3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4. 광주 ‘영은미술관’

광주시 쌍령동에 위치한 영은미술관은 동시대 근현대 작품을 연구,소장, 전시하는 현대미술관이자 창 작스튜디오에서 작가와 대중, 기획자가 소통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이다. 영은미술관 전경. 윤원규기자 활짝 핀 살구꽃과 벚꽃이 눈부시다. 광주시 청석로 300에 자리 잡은 영은미술관(관장 박선주)에 생명의 기운이 약동하고 있다. 1992년 한국예술문화의 창작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한 대유문화재단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2000년 11월에 개관한 영은미술관의 설립이념과 추구하는 지향점은 분명하다. “영은미술관은 동시대 현대미술 작품을 연구, 소장, 전시하는 현대미술관이며 또한 국내에서 처음으로 창작 스튜디오를 겸비한 복합문화시설입니다. 우리 미술관은 기존의 미술관 형태를 과감히 변화시켜 미술관 자체가 살아있는 창작의 현장이면서 작가와 작가, 작가와 평론가와 기획자, 대중이 살아있는 미술과 함께 만나는 장입니다. 종합미술문화단지의 성격을 지향하는 영은미술관은 조형예술, 공연예술 등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예술을 수용하고 창작, 연구, 전시, 교육 등의 복합적 기능을 수행하여 참여계층을 개방하고 문화를 선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박선주 관장의 소개말에서도 봄기운이 느껴진다. ■ 아버지의 사랑과 생명의 기운이 약동하는 미술관 영은미술관 설립배경에는 고(故) 이준영(1917~2007) 대유문화재단 이사장의 문화예술에 대한 의지와 먼저 떠난 아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숨어있다. 그는 회고록에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내 이름 이준영의 마지막 글자인 ‘영’자와 큰아들 상은(고(故) 이상은 회장, 1940~1992)이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 ‘은’자를 따서 영은미술관이라고 지은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 진흥 발전에 기여하고 세계미술 속에 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명명한 것이다.” 영은미술관은 터도 넓고 공간도 넉넉하다. 33만7천607㎡(10만2천126평)의 널따란 부지에 미술관동과 레지던시 작가들을 위한 스튜디오와 연구동이 자리 잡고 있다. 지하1층~지상3층의 미술관동은 3개 전시장과 세미나실, 자료실, 강의실 및 평면스튜디오를 두루 갖추고 있다. 미술관과 스튜디오 시설로 구분되어 두 기능이 상호 분리되고 호환될 수 있도록 설계된 독특한 구조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영은미술관의 모태인 대유문화재단이 1992년부터 한국 근현대미술의 경향과 스타일을 대변하는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매년 구입하고 기증을 받아 현재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500여 점에 이른다. “회화, 조각, 설치, 공예, 사진,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김창열의 「회귀」를 비롯해 도흥록의 「Drawing_05-I」, 강영길의 「GODOT」, 강형구의 「Maria Callas」, 방혜자 「빛의 눈」, 이우환의 「From the Line」, 박서보의 「묘법 52-73」 등을 비롯해 영은창작스튜디오를 거쳐 간 역대 작가들의 기증 작품 역시 주요한 소장품입니다.” ■ 조각과 회화로 표현한 생명의 기운·우주의 기운 영은미술관 특별기획전 ‘한국의 네오모더니스트 김영원 기(氣) 오스모시스 조각과 회화전’은 6월18일까지 이어진다. 특별전이 열리는 제1전시장은 130평에 전시실로 기둥이 없고 벽면 높이가 7m나 되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공간 연출이 가능한 공간이다. 특별전을 기획한 정효정 학예연구사의 해설에 귀를 기울인다. “김영원 작가는 1994년 22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영상을 통한 기조각과 퍼포먼스를 처음 발표하여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무렵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작업하고 있는 작가의 기공명상을 통한 예술작업은 영은미술관 특별기획전을 통해 ‘기(氣) 예술art’이라는 장르와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미학이론을 함께 제시하는 전시입니다. 전시한 169점의 회화작품과 23점의 조각은 거의 대부분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지요.” 사실 ‘기(氣)’라고 하는 것은 존재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그 실체를 알기 어렵고, 이를 미술 작품에 적용한 미학이론은 아직 없다. “이번 전시는 세계 미술계에 김영원 작가의 기 예술을 이론으로 정립한 ‘기(氣)오스모시스’라는 새로운 미학을 화두로 던지는 것입니다. 우주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기로 구현한 작가의 예술작품 공간 속에서 기오스모시스를 느끼고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삼투, 스며들기로 풀이되는 ‘오스모시스(Osmosis)’와 ‘기’의 결합을 머리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작가의 예술세계를 가까이에서 탐색하고 깊이 분석한 평론가 홍가이의 해설을 살펴본다. “동양에서는 우주의 모든 것이 기의 모임과 흩어짐이라고 하니 ...김영원의 기공명상 예술행위를 기오스모시스를 통한 예술행위로 간주하면 좀 더 현대적 감각과 용어로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의 흐름을 표현한 회화와 조각 작품을 감상하며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한쪽에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창작 과정과 작품 세계를 해설하는 김 작가의 인터뷰를 들으니 궁금증이 하나둘 풀린다. 조각 기둥에 새겨진 꿈틀대는 형상은 손가락으로 후벼 파낸 것이다. 기공체조를 하며 작품에 몰두하는 작가의 몸짓에 생기가 감돈다. ■ 시대를 증언하고 해석하는 예술가의 상상력 제4전시장과 제2전시장에서는 영은 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작가 정영한 개인전 ‘발견된 신화’와 진민욱 개인전 ‘펼쳐지고 깊어지는’이 4월23일까지 열린다. 실험적인 전시공간인 지하의 제4전시장부터 안내한다. 중앙대 미술학부 교수 정영한 작가의 작품이 어쩐지 친숙하다.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쇼셜미디어, 잡지, 등 대중매체에서 떠도는 이미지 혹은 관습으로 자리 잡은 신화적 이미지를 차용하고 재구성하여 작품의 모티브로 활용했기 때문이죠.”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나 파블로 피카소의 ‘황소’를 등장시켜 관객들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작가의 상상력이 재미있다. 전시실 안쪽에서 만나는 브릴로박스는 또 무엇일까. “일반적인 팝아트의 차용기법과는 맥락을 달리하여 박스 안에 작품을 숨겨둠으로써 ‘해석의 절단’을 맞이한 미술사의 이면을 지적하고 작품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고민이 담긴 작업 노트를 살펴본다.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시대와 이미지에 대한 거대 담론을 탐구한 끝에서야 발견한 어떠한 커다란 상자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참신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꺼내 보여주는 것과 같다. ...나의 작업은 나의 꿈, 누군가의 즐거움, 그렇게 우리 모두의 삶에 감각적 질문을 던지는 ‘그림’이 될 것이다.” 2층 제2전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젊은 한국화가 진민욱의 개인전 ‘펼쳐지고 깊어지는’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을 세밀히 관찰하여 비단으로 된 화폭에 옮긴 것이다. 활짝 핀 매화, 수선화, 가을에야 볼 수 있는 석류가 있다. 새와 애벌레와 나비도 있다. 얼핏 보면 정물화인데, 사계절의 풍경이 담겨 있다. 사각의 고정된 틀을 부수고 윗부분이 산모양이거나 병풍처럼 포개진 화폭에 펼쳐놓은 풍경이 재미있다. “보시는 것처럼 여러 시점에서 그려진 자연 속 오브제들이 긴밀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진민욱 작가의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은 ‘산책’이다. 산속의 나뭇잎이나 길가에 놓인 화분, 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에 이르기까지 곳곳을 걸으며 발견하는 일상의 자연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새로운 형식을 편안하게 전달하는 작가의 재주가 놀랍다. ■ 새봄 나들이 유혹하는 미술관 국내외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영은창작스튜디오’는 오래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창작기능을 활성화하는 공간답게 작가와 연구자가 생활하면서 작업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평면작업실과 입체작업실, 생활공간은 물론 해외미술계와 교류할 수 있는 자료정보센터와 도예공방과 유리공방까지 갖추고 있다. 작가들에게 최적의 창작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때때로 이곳을 개방하여 지역 주민들이 창작체험과 미술문화 교육을 받는 곳으로 쓰고 있다. 화사한 꽃들과 연둣빛 새싹이 눈부신 영은미술관에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하다. 김준영(다사리행복평생교육학교)

[기고] 인재에 의한 산불 이제는 막아야 할 때

봄철은 시골에서는 영농활동을 시작하고 봄꽃을 즐기려는 상춘객이 숲을 많이 찾는 시기라 산불에 대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기다. 특히 3, 4월은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산불예방을 위해 모두의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도내에서 발생한 산불은 154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불이 발생했는데 그중 3, 4월에만 각각 16건, 52건을 차지한다. 올해는 3월에만 33건으로 작년에 2배 가까이 발생해 다가오는 4월 산불이 매우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많은 국민을 긴장하게 한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의 대형 산불도 이 시기에 발생했다. 산불은 아름다운 숲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의 터전과 휴식처를 함께 파괴한다. 산림 당국과 도민들이 수십년의 노력 끝에 만든 푸르른 산과 수풀이 불과 며칠, 몇 시간만에 잿더미가 될 수 있다. 산불은 왜 발생하는 걸까? 안타깝게도 많은 산불이 영농활동을 시작하기 위한 논·밭두렁 소각이나 무심코 태운 쓰레기, 아무렇게나 버린 담뱃불 등이 이유인 경우가 많다. 천재(天災)가 아닌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에서 발생한 산불은 소각산불(16%), 입산자실화(15%), 담뱃불(12%)이 원인으로 밝혀졌으며 51%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부주의가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경기도는 올해 산불 예방과 초동 진화에 초점을 맞춰 287억원을 투입, 산불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불진화헬기 임차 17대, 산불감시·진화 인력 1천887명, 지휘·진화차 195대, 산불진화 동력장비 154대 등을 운영 중이다. 특히 인재에 의한 산불을 막기 위해 11개조의 ‘기동단속반’을 편성해 산림 내 불법 소각행위에 대한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등산로, 농경지, 공원, 산림 인접지 등을 중심으로 논·밭두렁 태우기, 농산폐기물 및 각종 생활 쓰레기 소각 행위, 산림 내 흡연 및 취사 행위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불법 소각 행위자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산불 가해자는 사법 조치해 인재로 인한 산불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소각을 하면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과실로 산불을 내더라도 공공을 위험에 빠뜨리게 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고, 고의로 불을 지른 자는 최대 7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나날이 커지는 산불 위험은 산간지대를 넘어 도심지역까지 도민들의 일상을 위협할 수 있다. 안 걸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과 관행처럼 여겨지던 논·밭두렁 태우기, 금방 끄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하나가 우리 숲을 태울 작은 불씨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봄철 산불방지대책본부 상황실을 중심으로 중앙정부, 시·군 등 관련 기관과 협력체계를 강화해 다양한 산불 예방·진화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산불은 산림 부서의 노력만으론 막을 수 없다. 도민들의 동참만이 산불을 예방할 수 있다. 아름다운 숲을 더 이상 화마에 빼앗기지 않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모두 산불 예방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시 청취자 앞에 선 ‘OBS라디오’

경기·인천의 유일한 라디오 방송 FM 99.9㎒가 ‘OBS라디오’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옛 경기방송이 2020년 3월29일 자정까지 방송을 송출하고, 자진 폐업한 지 만 3년 만이다. 30일 오후 3시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OBS라디오 개국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신항철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 등 경기·인천지역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축하 메시지를 대독했고, 김진표 국회의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도 영상 축하메시지를 보내 OBS라디오 개국을 축하했다. OBS라디오의 로고송을 제작한 더밴드의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리듬파워X2’, ‘이창명·이유나의 굿모닝OBS’, ‘뮤직익스프레스’,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등 OBS 라디오의 대표 프로그램이 쇼케이스를 통해 청취자들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김학균 OBS 대표이사는 “OBS라디오의 진정한 목표는 경기·인천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고, 이를 통해 공동체를 회복해 나가는 것”이라며 “OBS라디오가 모두가 사랑하는 라디오방송이 될 수 있도록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임 교육감, 직원과 소통 강화... 경기 미래교육 추진 ‘밑그림’ [꿈꾸는 경기교육]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현장 직원들과의 소통 강화를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 교육감은 지난 1일 조직개편 이후 본청 내 모든 부서를 대상으로 업무간담회를 열어 경기 미래 교육 추진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할 방침이다. 30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임 교육감은 지난 27일부터 31일까지 본청 내 각 부서를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임 교육감은 지난 27일 기획조정실을 시작으로 28일 운영지원과와 감사관 등 단독과, 29일 교육행정국, 30일 교육정책국과 융합교육국, 31일 대회협력국 순으로 각 부서를 직접 방문해 직원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는 임 교육감은 물론 본청 실·국장과 각 부서장, 직원 등이 모두 참여해 부서별 현안과 업무 추진의 어려운 점 등을 듣고 함께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임 교육감은 이번 업무간담회를 준비하면서 직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청취하는 데 목표를 뒀다. 이 때문에 주요 업무 보고 역시 각 부서장이 아닌 담당 팀장이 직접 설명하고 직원들이 함께 대화에 참여했다. 특히 업무간담회를 위해 교육감이 직접 일선 부서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직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앞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직원들이 업무 관련 의견을 낸 것은 물론 업무 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고충 등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주고받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임 교육감은 “경기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며 “이번 업무간담회에서 논의된 사항은 각 부서 사업 추진 시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제대로 실행해 교육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