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체제' 현대건설·흥국생명의 리베로 김연견·김해란

프로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한 수원 현대건설과 인천 흥국생명은 화려한 공격수들의 뒤에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명품 리베로’들의 숨은 공로가 돋보이고 있다. 수비 전문 선수인 리베로는 공격은 물론, 서브와 블로킹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상대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 실점을 막고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중요한 역할의 포지션이다. 개막 12연승의 현대건설(승점 32)과 그 뒤를 바짝 쫓는 흥국생명(승점 30)의 공통점은 최고의 리베로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현대건설의 주전 리베로는 김연견(29)이다. 이번 시즌 1·2라운드 모든 경기에 출전, 세트당 디그 6.02개(1위), 수비 8.34개(2위)로 절정의 기량을 뽐고 있다. 흥국생명의 에이스 김연경 이름이 비슷해 팬들 사이에서 ‘식빤언니’, ‘배구 여완’ 등으로 불리는 그는 위기의 순간마다 신들린 허슬플레이로 팀을 구해내고 있다. 김연견은 163㎝의 작은 체구지만 뛰어난 운동능력과 반사 신경을 앞세워 공을 걷어올리고 있다. 과거 리시브가 디그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20년 발목 부상을 딛고 기량이 급상승했다. 특히 지난 7월 결혼 후 기량이 성숙해져 이번 시즌 리시브 효율을 45.23%(7위)까지 끌어올리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약점이던 2단 연결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평가다. 흥국생명에는 ‘엄마 파워’ 김해란(38)이 있다. 한국 나이로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이번 시즌 13경기에 모두 출전해 흥국생명 수비에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세트당 디그 5.35개(3위), 수비 7.81(4위)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리시브 효율도 51.53%(4위)로 노련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홈에서 열린 광주 페퍼저축은행전서는 28개 디그, 14개 리시브(73.88%)로 수훈선수가 되기도 했다. 김해란은 여자 배구 레전드 중 한 명이다. 오랜 시간 대표팀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고, 지난 시즌 역대 여자부 통산 1호로 디그 1만개를 돌파했다. 출산 때문에 2020년 은퇴했었지만 1년 만에 코트에 복귀해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팀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명품 수비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두 리베로의 뒷받침이 있기에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공격력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김영웅기자

송도 개발 잉여금, IFEZ 추가 지정에 투자 반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개발 잉여금 9천억원 중 일부를 강화군 남단과 인천항 내항의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추가 지정에 투자하겠다고 거듭 밝히면서 송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1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지난 10일 인천경제청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IFEZ 중장기 재정 전망 등에 대한 온라인 주민설명회’를 했다. 김 청장은 설명회를 통해 “송도 개발을 위한 자금이 아닌 ‘잉여금’을 IFEZ 확대를 위해 쓰겠다”며 “IFEZ를 추가 확대 하면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 창출은 몇 배 이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송도·청라·영종에도 (IFEZ 확대는)미래의 수익창출을 감안하면 좋은 일”이라고 했다. 인천경제청은 내년 인천 내항을 비롯해 강화 남단·북부권 IFEZ 추가 지정 및 송도국제도시의 IFEZ 확대에 특별회계 10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14일 제283회 인천시의회 제2차 정례회 산업경제위원회의 인천경제청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김 청장의 “9천억원 가량의 잉여금을 강화 남단과 내항 등에 사용하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청장은 당시 발언 취지와 앞으로의 계획을 직접 주민들에게 자세하게 알리려 이번 설명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송도 잉여금의 타 지역 유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직 6·8공구 개발 사업과 국제업무단지 미개발 부지 문제 등도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잉여금을 송도 안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인천경제청 앞에서 개발 잉여금을 송도 개발에 사용하는 것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게다가 주민들은 유정복 인천시장의 공약사항인 6·8공구 개발사업과 화물차 주차장 등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는 주민들이 송도 개발 잉여금에 대한 오해가 쌓이는 것 같아 마련한 자리”라고 했다. 이어 “인천경제청은 송도 개발을 하지 않고, IFEZ 확대를 위한 데 몰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며 “송도 개발과 함께 IFEZ 추가 지정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한편, 김 청장은 이날 송도 3공구의 국제학교 부지 용도에 대해 채드윅 국제학교와 사용에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송도 3공구 국제학교 부지에 대해서는 채드윅 학교가 시설이 부족하다고 이야기 중이라 종합적으로 검토 하고,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 청장은 인천도시철도(지하철) 1호선의 송도 8공구 연장 사업과 인천글로벌캠퍼스 2단계 사업, 송도 트램 등 사업의 실현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인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혜기자

[보험사기 1조원 시대] 용돈벌이 10대까지... 보험사기 ‘각양각색’

보험사기가 나날이 늘어나는 가운데 사기 방식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보험사기 적발액은 4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액뿐만 아니라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연령대나 직업군의 변화도 눈에 띈다. 용돈벌이 수단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10~20대도 늘고 있으며, 의료계 종사자나 보험설계사도 합세하는 등 제도의 허점을 꿰뚫고 있는 관련 종사자들의 보험사기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각양각색으로 진화하는 보험사기를 어떻게 막을 수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① 진화하는 수법 #1. 10대 A군과 20대 남성 B씨 등 6명은 경기 남부 일대에서 고의 사고를 유발해 3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수령했다. 이들은 렌터카를 이용해 사고 차량을 바꾸는 방식으로 1년간 66건의 고의사고를 유발해 3억3천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2. 보험설계사 C씨는 홀인원 보험에 가입한 D씨와 캐디 E씨 등과 허위로 홀인원을 한 것으로 공모하고 축하만찬·라운드 비용 등 300만원을 결제한 영수증을 제출해 보험금을 타냈다. 보험사기 방식이 점차 고도화·다양화되면서 올해 피해 적발 금액이 1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이 같은 수법 진화에도 관련 제도 미비로 적발이 쉽지 않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매년 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17년 7천302억원에서 2018년 7천892억원, 2019년 8천809억원, 2020년 8천986억원, 지난해 9천434억원까지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 8월까지 6천892억원이 적발돼 연말까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적발된 금액일뿐, 업계에선 실제 보험사기 피해 금액이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허위로 보험금을 타내기가 비교적 수월한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등 손해보험 상품 등의 보험사기가 많았다. 경찰도 매년 보험사기 관련 검거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현행 특별법상에는 보험사기 알선·권유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어 보험사기 공범으로 적발되지 않는 경우 처벌이 어려워 검거가 쉽지 않다. 경기남·북부경찰청이 지난 5년간 검거한 보험사기 건수는 2017년 215건에서 2018년 350건, 2019년 780건, 2020년 854건, 지난해 1천76건으로 5년새 5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이같이 보험사기가 늘어나면서 일반 보험계약자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 등으로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이 늘면 일반 계약자들의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며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선 법적·제도적 측면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수진기자

[경기만평] 금쪽같은 내새끼

[사설]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시급하다

정부가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내년부터 적자가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정부가 일대 수술을 가해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시키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초고령화시대에 대비해 건강보험 재정을 건실하게 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국가의 미래발전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과잉 이용 문제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공청회 자료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 방안 및 필수 의료 지원 대책’에 의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얼마나 낭비됐는지를 실증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예로 들면 한 40대 여성은 지난해 2천50회 병원을 찾았으며, 하루 5~6곳의 병원을 돌고 최대 10곳을 가기도 했다. 또한 물리치료를 받고 진통 주사를 반복해 맞았으며, 여기에 들어간 건강보험 재정만 2천690만원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드는 연평균 급여비 149만3천원과 비교하면 무려 18배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잘못된 행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2020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4.7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로 OECD 평균 5.9일과 비교해도 2.5배 높다. 이런 의료 쇼핑 문제는 계속 지적됐지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발생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연간 365회를 넘는 외래 진료를 받을 때는 본인 부담률을 90%로 높이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문제점이 지적된 ‘문재인 케어’도 개선돼야 한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초음파 검사의 건보 적용 확대로 2018년 1천891억원이던 MRI·초음파 검사비는 지난해 1조8천476억원으로 불어났다. 문 케어는 의료 접근을 확대한 측면은 있지만 불필요한 의료 남용을 가져온 요인도 됐다. 따라서 우선 뇌와 뇌혈관 MRI 건보 기준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 제도 역시 개선돼야 한다. 현재 외국인은 국내 체류 6개월 후 건강보험에 가입했는데 피부양자는 이 요건이 없어 악용된 사례가 많다. 앞으로 미성년 자녀를 제외한 외국인은 피부양자가 되려면 6개월을 거주해야 한다. 외국인을 부당하게 차별해서도 안 되지만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외국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좋은 제도이지만, 이를 악용하면 재정 악화가 돼 오히려 국민 부담만 늘 수 있다. 초고령화시대에 대비해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실기(失期)하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

[사설] 오산 2024 총선, ‘물류센터’ 선거 되나

오산IC 인근에 풍농물류센터가 들어선다. 대지면적 4만3천151㎡, 건축면적 1만7천168㎡, 연면적 9만8천333㎡ 규모다. 2019년 12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준공 예정 시점은 내년 1월이다. 매일 1천100여대의 화물차가 드나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본물류센터도 들어섰다. 대지면적 2만9천935㎡, 건축면적 5천969㎡, 연면적 3만9천919㎡ 규모다. 2011년 12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하루 예상 출입 화물차는 200~300대로, 지난 1일 준공 승인을 받았다. 지역 정치권이 ‘물류 비방전’에 나섰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더본물류센터 준공 승인 철회를 요구했다. “아무런 (교통)대책 마련 없이 준공을 승인했다”고 비난했다. 주민공청회 실시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특혜와 의혹을 검증할 운암뜰 검증위원회 구성도 촉구했다. 오산시가 특정 업체에 혜택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오산시지역위원회(위원장 안민석)도 같은 주장을 편 바 있다. 사실상 오산시 민주당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자 시의회 국민의힘 측에서 반박하고 나섰다. 이상복·조미선 의원이 성명서를 내고 ‘건축허가’를 문제 삼았다. “(두 물류센터) 건축허가를 내준 당사자는 지난 오산시 민주당 정부였다. 이제 와서 준공 승인을 하지 말라고 시에 요구하는 것은 몰염치하고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건축허가 당시 국민의힘이 교통대란을 우려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폈었는데, 곽상욱 시장이 건축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정치공작’이라고도 했다. 오산지역의 물류창고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운영 중인 물류창고만 이미 10곳에 이른다. 주변 아파트·주택 단지의 차량과 뒤엉켜 곳곳이 교통지옥이다. 시민들로서는 물류창고가 새로 들어서는 것 자체가 걱정이다. 물류창고 허가 때마다 조건을 붙이며 시민 편의를 챙기는 듯 말하지만 ‘피해 없는 물류창고 신설’이란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이 현실적 차선이다. 더본·풍농물류센터로 인한 시민 피해가 그래서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데 오산 정치권은 서로 책임이 없다고 한다. ‘내 잘못은 없고 네 잘못만 있다’며 설전 중이다. 더본·풍농물류센터의 시작은 건축허가다. 당시 민주당 소속 시장의 허가였다. 그렇게 해서 물류창고 건립이 출발했다. 민주당은 이 건축허가만 쏙 빼고 준공 승인만 문제 삼고 있다. 말이 안 된다. 국민의힘 주장도 말장난이긴 마찬가지다. 이권재 시장의 민선 8기 인수위원회 때 물류창고 문제를 거론했다. 대책 필요하다더니 별 대책 없이 준공 승인했다. 건축 허가 내주고 준공 승인만 트집 잡고, 준공 승인해 주고 건축허가만 트집 잡고.... 초등학생도 웃고 갈 억지 쓰기다. 아마도 선거가 다가오니까 이런 것 같다. 총선 현장에 시민 분노로 폭발할 물류창고 교통지옥을 덮어 보려고 이러는 것 같다. 그 유치한 정치 셈법은 알겠는데, 그런다고 진실이 바뀌나. 이럴수록 2024년 오산 총선만 ‘물류창고 총선’으로 몰려 가고 있다.

[지지대] 소비기한 표시제

식품을 구입할 때 유통기한을 살핀다. 이왕이면 길게 남아있는 것을 고른다. 냉장고에 들어간 식품은 유통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고민을 한다. 먹어도 괜찮을까? 아까운데, 버려야 하나? 그래서 버린 것들이 많다. 언제부턴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다르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길게 나온다. 이후부터 우유나 요구르트, 두부, 계란 등은 며칠 지나도 먹고는 했다. 약간 찜찜함은 있었지만 탈은 없었다. 새해부터 식품에 표기되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식품의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인 유통기한제가 1985년 도입된 이후 38년 만에 변경되는 것이다. 영업자 중심의 유통기한(Sell-by Date)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이 기한이 지나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한데 소비자 대부분이 이를 식품 폐기 시점으로 인식해 식품 폐기 비용 증가 및 환경오염 문제가 지적돼 왔다. 우리나라의 식품 폐기량은 연간 548만t, 처리 비용은 1조960억원에 달한다. 유통기간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제도가 시행되면 식품 폐기량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식품을 적절하게 보관하면 계란은 25일, 우유는 45일, 냉동만두는 25일, 식용유는 5년을 더 소비할 수 있다는 식약당국의 조사 결과가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소비기한 표시제로 소비자와 산업체에 연간 각각 8천860억원, 260억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감소까지 고려하면 편익은 연간 약 1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소비기한 도입은 세계적 추세에 비춰 보면 늦은 편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는 지난 2018년 식품 표시 규정에서 유통기한 표시를 삭제하고 소비기한 표시를 권고했다. 유럽연합(EU)은 식품 특성에 따라 소비기한, 품질유지기한, 냉동기한을 구분해 사용한다. ‘안전하게 섭취 가능한 기한을 명확하게 알리는’ 소비기한 도입은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인천의 아침] 화수·만석·북성 부두와 1·8 부두의 비약 꿈꾸며

부두는 몽환적이다. 어디로 가기도 어디서 오기도 하는 항구. 뱃고동 소리가 해무에 묻히기라도 하면 꿈과 현실의 경계는 순간 사라진다. 바다에 잠긴 닻이 출항과 회항을 언제나 머금고 있듯, 부두는 섬이나 먼바다로 떠나는 곳이면서도 한편 뭍에 묶여 있다. 부두에 인천 사람의 땀과 이름이 배어 역사가 쌓이면, 부두는 그냥 일반적인 부두가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얼굴을 담은 인천만의 특수한 부두가 된다. 해안가 산책로를 걸으며 수선하는 선박들을 본다. 130여년 전 제물포 근대개항 이후 인천인의 노고가 조선, 기계, 물류 산업이 돼 부두 주변에 독특한 풍광으로 펼쳐 있다. 밀물과 썰물은 자연의 이치다. 민선 8기로 바뀌자, 동구는 부두 활성화 대책을, 인천시는 제물포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만석, 화수, 북성 부두와 몇 년째 재개발을 추진 중인 인천 내항 1·8부두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맨해튼 부두에서 옛 항공모함 갑판 위를 주민과 관광객이 걷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부두에는 범선, 증기선, 예인선, 군함, 잠수함 등 역사적인 배들이 접안돼 선박박물관으로 있고, 부두 창고에는 게임기가 삼백 대나 전시돼 있다. 우주로켓 누리호에 환호하면서도 바다로 무한히 뻗은 인천의 보물 창고들은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20여년 전 트라이포트를 외치던 기세를 몰아, 인천항과 인천공항, 산업단지와 대학, 국제기구 등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 해수부 땅인 1·8 부두를 시가 매입해 더 장대한 그림을 그릴 것인가, 아파트·상가를 지을 것인가. 10조원 이상의 곡물·철강·자동차 등을 수송하는 2~7 부두는 기존처럼 사용하며 후일을 모색하더라도, 1·8 부두를 시민에게 우선 개방하는 묘책은 많다. 화수 부두로 가는 길목에 작은 횟집들이, 만석 부두에는 낚시용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동구청은 작년에 만석·화수 해안가 산책로를 단장했다. 하지만 중장기 계획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낮에는 화물차가 달리고 밤엔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관광만 강조하기보단, 주변 공장들을 효율화, 집적화시켜 산업과 관광을 조화, 특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갯벌에 걸터앉은 선박들과 햇살에 출렁이는 파도를 보라. 1650년 전 한나루 능허대에서 인천항에 이르는 긴 시간여행을 어디서 해보겠는가. 자잘한 표절 시비와 녹취 왜곡, 화보 촬영 논란에 창피한 줄도 모르는 중앙정치꾼은 제쳐 놓고, 인천에서만큼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꿈같은 일 좀 했으면 좋겠다. 이홍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아침을 열면서] 지하철 탄 풍경

얼마 전 필자가 탔던 지하철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객차 내부는 착석한 승객과 입석 승객의 숫자가 엇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한눈에도 70대쯤으로 보이는 큰 덩치의 백발 노인이 탑승한 뒤 경로석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경로석에는 노인들 사이에 중장년쯤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승객이 한 명 있었다. 백발 노인은 그 사람 앞에서 “어른이 앞에 서 있는데 왜 경로석에 앉아 있느냐”라면서 시비를 걸었다. 처음에는 앉아 있던 승객이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자 주변 승객들이 들으라는 듯 백발 노인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급기야 ‘배운 것도 없는 어린 놈의 자식’이라는 등 거친 언사를 쏟아내자, 이번에는 앉아 있던 승객도 지지 않고 자기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다며 응수했더니 심한 욕설이 난무하는 말싸움이 돼 버렸다. 주변 노인들이 말려도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앉아 있던 승객이 자기 주민증을 꺼내 보이며 “내가 보기에는 염색해서 그렇지 XX년생이다. 너는 몇 년생이냐? 네 주민증 한번 까봐라” 했더니 객차 안의 승객들 시선이 일제히 그 백발 노인 쪽으로 쏠렸다. 그러자 백발 노인은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워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십중팔구 자기보다 더 나이가 많았으리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자신의 감각을 기준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것에서 온다. 하지만 객관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감각이란 신뢰할 수 있는 척도가 전혀 아니다. ‘착시현상’이 대표적이다. 똑같은 크기의 옷이라도 가로 방향 줄무늬보다 세로 방향 줄무늬가 더 키를 크게 보이도록 만든다.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들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추적 조사를 한 보고서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군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전투 경험담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를 보였고 심지어 행정병이어서 전투현장에 없었던 군인들마저 그런 경향이 보고됐다. 즉, 기억의 왜곡이 일반적으로 관찰됐으며 대부분은 왜곡된 기억을 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현대물리학에서는 원자와 그 이하의 미시적인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그런데 완전히 상반되는 두 상태가 한 시점에 공존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해석을 둘러싸고 한 세기에 걸쳐 유명한 논쟁이 있었다. 예를 들면 동전을 던지면 앞면 또는 뒷면의 두 가지 경우만이 나와야 하는데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도 표현되는 양자역학의 모순점은 분명 우리의 감각 세계에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물리학은 이렇게 되묻고 있다. “왜 인간의 감각과 언어가 척도가 돼야 하나?” 그래서 현대물리학은 양자역학의 모순점에 대한 공격에 이렇게 답한다. “Shut up, and calculate it!(닥치고 계산이나 해!)” 즉, 양자역학의 내용을 인간의 감각과 표현으로는 모순점을 도저히 해결할 수 없지만, 그건 인간의 문제이지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양자역학의 파동방정식은 현재 모든 전자제품의 제조에 전혀 오차가 없이 적용되고 있다. 즉, 내게 보이고 들리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심지어 내가 알지 못하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겸손해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그릇을 계속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을 되새겨 보자. 최동군 지우학문화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