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을 구입할 때 유통기한을 살핀다. 이왕이면 길게 남아있는 것을 고른다. 냉장고에 들어간 식품은 유통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고민을 한다. 먹어도 괜찮을까? 아까운데, 버려야 하나? 그래서 버린 것들이 많다. 언제부턴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다르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길게 나온다. 이후부터 우유나 요구르트, 두부, 계란 등은 며칠 지나도 먹고는 했다. 약간 찜찜함은 있었지만 탈은 없었다. 새해부터 식품에 표기되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식품의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인 유통기한제가 1985년 도입된 이후 38년 만에 변경되는 것이다. 영업자 중심의 유통기한(Sell-by Date)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이 기한이 지나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한데 소비자 대부분이 이를 식품 폐기 시점으로 인식해 식품 폐기 비용 증가 및 환경오염 문제가 지적돼 왔다. 우리나라의 식품 폐기량은 연간 548만t, 처리 비용은 1조960억원에 달한다. 유통기간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제도가 시행되면 식품 폐기량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식품을 적절하게 보관하면 계란은 25일, 우유는 45일, 냉동만두는 25일, 식용유는 5년을 더 소비할 수 있다는 식약당국의 조사 결과가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소비기한 표시제로 소비자와 산업체에 연간 각각 8천860억원, 260억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감소까지 고려하면 편익은 연간 약 1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소비기한 도입은 세계적 추세에 비춰 보면 늦은 편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는 지난 2018년 식품 표시 규정에서 유통기한 표시를 삭제하고 소비기한 표시를 권고했다. 유럽연합(EU)은 식품 특성에 따라 소비기한, 품질유지기한, 냉동기한을 구분해 사용한다. ‘안전하게 섭취 가능한 기한을 명확하게 알리는’ 소비기한 도입은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부두는 몽환적이다. 어디로 가기도 어디서 오기도 하는 항구. 뱃고동 소리가 해무에 묻히기라도 하면 꿈과 현실의 경계는 순간 사라진다. 바다에 잠긴 닻이 출항과 회항을 언제나 머금고 있듯, 부두는 섬이나 먼바다로 떠나는 곳이면서도 한편 뭍에 묶여 있다. 부두에 인천 사람의 땀과 이름이 배어 역사가 쌓이면, 부두는 그냥 일반적인 부두가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얼굴을 담은 인천만의 특수한 부두가 된다. 해안가 산책로를 걸으며 수선하는 선박들을 본다. 130여년 전 제물포 근대개항 이후 인천인의 노고가 조선, 기계, 물류 산업이 돼 부두 주변에 독특한 풍광으로 펼쳐 있다. 밀물과 썰물은 자연의 이치다. 민선 8기로 바뀌자, 동구는 부두 활성화 대책을, 인천시는 제물포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만석, 화수, 북성 부두와 몇 년째 재개발을 추진 중인 인천 내항 1·8부두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맨해튼 부두에서 옛 항공모함 갑판 위를 주민과 관광객이 걷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부두에는 범선, 증기선, 예인선, 군함, 잠수함 등 역사적인 배들이 접안돼 선박박물관으로 있고, 부두 창고에는 게임기가 삼백 대나 전시돼 있다. 우주로켓 누리호에 환호하면서도 바다로 무한히 뻗은 인천의 보물 창고들은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20여년 전 트라이포트를 외치던 기세를 몰아, 인천항과 인천공항, 산업단지와 대학, 국제기구 등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 해수부 땅인 1·8 부두를 시가 매입해 더 장대한 그림을 그릴 것인가, 아파트·상가를 지을 것인가. 10조원 이상의 곡물·철강·자동차 등을 수송하는 2~7 부두는 기존처럼 사용하며 후일을 모색하더라도, 1·8 부두를 시민에게 우선 개방하는 묘책은 많다. 화수 부두로 가는 길목에 작은 횟집들이, 만석 부두에는 낚시용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동구청은 작년에 만석·화수 해안가 산책로를 단장했다. 하지만 중장기 계획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낮에는 화물차가 달리고 밤엔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관광만 강조하기보단, 주변 공장들을 효율화, 집적화시켜 산업과 관광을 조화, 특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갯벌에 걸터앉은 선박들과 햇살에 출렁이는 파도를 보라. 1650년 전 한나루 능허대에서 인천항에 이르는 긴 시간여행을 어디서 해보겠는가. 자잘한 표절 시비와 녹취 왜곡, 화보 촬영 논란에 창피한 줄도 모르는 중앙정치꾼은 제쳐 놓고, 인천에서만큼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꿈같은 일 좀 했으면 좋겠다. 이홍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얼마 전 필자가 탔던 지하철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객차 내부는 착석한 승객과 입석 승객의 숫자가 엇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한눈에도 70대쯤으로 보이는 큰 덩치의 백발 노인이 탑승한 뒤 경로석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경로석에는 노인들 사이에 중장년쯤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승객이 한 명 있었다. 백발 노인은 그 사람 앞에서 “어른이 앞에 서 있는데 왜 경로석에 앉아 있느냐”라면서 시비를 걸었다. 처음에는 앉아 있던 승객이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자 주변 승객들이 들으라는 듯 백발 노인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급기야 ‘배운 것도 없는 어린 놈의 자식’이라는 등 거친 언사를 쏟아내자, 이번에는 앉아 있던 승객도 지지 않고 자기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다며 응수했더니 심한 욕설이 난무하는 말싸움이 돼 버렸다. 주변 노인들이 말려도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앉아 있던 승객이 자기 주민증을 꺼내 보이며 “내가 보기에는 염색해서 그렇지 XX년생이다. 너는 몇 년생이냐? 네 주민증 한번 까봐라” 했더니 객차 안의 승객들 시선이 일제히 그 백발 노인 쪽으로 쏠렸다. 그러자 백발 노인은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워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십중팔구 자기보다 더 나이가 많았으리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자신의 감각을 기준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것에서 온다. 하지만 객관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감각이란 신뢰할 수 있는 척도가 전혀 아니다. ‘착시현상’이 대표적이다. 똑같은 크기의 옷이라도 가로 방향 줄무늬보다 세로 방향 줄무늬가 더 키를 크게 보이도록 만든다.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들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추적 조사를 한 보고서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군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전투 경험담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를 보였고 심지어 행정병이어서 전투현장에 없었던 군인들마저 그런 경향이 보고됐다. 즉, 기억의 왜곡이 일반적으로 관찰됐으며 대부분은 왜곡된 기억을 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현대물리학에서는 원자와 그 이하의 미시적인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그런데 완전히 상반되는 두 상태가 한 시점에 공존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해석을 둘러싸고 한 세기에 걸쳐 유명한 논쟁이 있었다. 예를 들면 동전을 던지면 앞면 또는 뒷면의 두 가지 경우만이 나와야 하는데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도 표현되는 양자역학의 모순점은 분명 우리의 감각 세계에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물리학은 이렇게 되묻고 있다. “왜 인간의 감각과 언어가 척도가 돼야 하나?” 그래서 현대물리학은 양자역학의 모순점에 대한 공격에 이렇게 답한다. “Shut up, and calculate it!(닥치고 계산이나 해!)” 즉, 양자역학의 내용을 인간의 감각과 표현으로는 모순점을 도저히 해결할 수 없지만, 그건 인간의 문제이지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양자역학의 파동방정식은 현재 모든 전자제품의 제조에 전혀 오차가 없이 적용되고 있다. 즉, 내게 보이고 들리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심지어 내가 알지 못하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겸손해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그릇을 계속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을 되새겨 보자. 최동군 지우학문화연구소 대표
화물연대 파업이 치킨게임(chicken game)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치킨게임이란 1950년대 미국 젊은층 사이에서 담력을 겨루기 위해 서로를 향해 차로 돌진하는 게임에서 유래된 말이다. 상대의 양보를 기다리며 파국으로 끝나는 상황을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된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 대 강’ 대치와 건설노조 등 노동계 동조 파업으로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힘든 산업현장이 ‘셧다운’ 위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약 4조원의 경제 피해를 입히며 16일째 파업을 벌였던 화물연대가 9일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노동조합(노조)은 정상에서 이탈된 것 같다. 환경적으로 번성기에서 쇠퇴기로 넘어가는 상태이나 의식 측면에서는 성장기 초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脫)제조업화 및 지식노동 직업의 발전 등으로 인해 노조의 가입률이 저하되고 있다. 디지털의 등장으로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등 고용관계가 변화하고 단체교섭 범위도 축소되고 있다. 또 대체제도로 인해 노조의 청원 기능과 대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노동시장은 양극화, 불안정에 봉착해 있으며 MZ세대 등 새로운 세대가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물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노조는 3가지 측면에서 변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투쟁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로 비파업 화물차에 쇠구슬을 쏘고 집단폭행을 가한 점도 한몫했다. 이 밖에 건설노조는 밤낮으로 확성기로 장송곡을 틀어 민원을 유발하고, ‘고용 요구’를 이유로 타워크레인을 불법점거하고 건설현장의 자재 입고 및 차량 통행까지 방해하고 있다. 노조의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투쟁 방식에 대해 촛불시위의 비폭력성을 경험한 우리 국민은 더 이상 동의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투쟁이 사회적 타협과 대화의 틀 안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둘째, 협력적 상생의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로 통칭되는 계급주의적 사고에서 사업주와 근로자는 서로 투쟁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4.0 시대에서 사업주와 근로자는 더 이상 적대적 관계가 아닌 공동의 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다. 따라서 협력적 상생의 노사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셋째, 노동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은 노동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의 현실화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이는 노동계 혼자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사업주뿐만 아니라 정부와 끊임없이 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전환’의 시기, 노조는 변화에 따른 새로운 노동을 맞이하고 주도할 준비를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조는 필수적 요소다. 특히 한국의 경제 민주화에 기여한 바도 크다. 하지만 우리 노조는 산업화 시대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듯하다. 환경 변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노동의 미래를 그리고 노동의 참된 가치를 알리는 노조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같은 노력을 해도 어떤 사람은 실패하고 어떤 사람은 성공한다. 자식 농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학군에서 공을 들여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자녀가 있고, 그냥 방임하듯이 놔둬도 알아서 잘 성장하는 자녀가 있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일의 계획은 사람에게 달렸지만, 일의 성취는 하나님에게 달렸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성경의 이 말만큼은 분명한 진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 역시 딸을 한 명 키우면서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렸을 때는 자녀의 모든 것이 맘에 안 들었다. ‘공부는 왜 이리 안 하는지’, ‘커 가면서 왜 이리 툴툴대는지’, ‘책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딸이 그저 건강히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슴 아픈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요즘, 많은 부모가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아이가 곁에서 건강히 자라던 그 수많은 날, 이 당연한 감사를 나는 왜 놓치고 있었을까? ‘아카데미의 여왕’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그래서 이런 말을 했나 보다. “세월이 인내심을 길러준다는 사실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문득 든 이 생각을 통해 나는 우리의 일상이 온통 감사할 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근길에 옆 사람에게 발을 밟힌 사람은 십중팔구 이런 말을 한다. “에이, 오늘 재수 더럽게 없네.” 그렇다면 발을 밟히지 않은 364일은 재수가 있는 날이란 말이 아닌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 평범한 오늘이, 사실은 온종일 감사해도 모자랄 축복받은 날일 수도 있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감사의 축복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켄터키대병원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를 더 많이 한 사람들은 평균 수명이 7년 더 길었고, 노화로 파괴되는 뇌세포도 더 적었다고 한다. 수십년이 걸린 이 연구의 유일한 변수는 오직 ‘감사’였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의 말처럼, 우리가 감사할 때 행복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모든 근심이 풀릴 것이다. 감사를 일상에 적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 나의 삶 역시 조금씩 행복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한 해의 마무리를 목전에 둔 지금, 이제 지금껏 놓친 감사를 돌아보면서 다짐해본다. 다가올 감사들을 놓치지 말자. 좋은 일이 생겼다면 감사하자.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힘든 일이 생겼다면 그래도 감사하자. 어려운 일이 더 빨리 끝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자. 일상의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변할 것이다. 조승원 한국장애인연기자협회 이사
최근 서울 마포구 반지하 방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연평균 주택화재 발생률은 약 18%인 반면 화재 사망자 비율은 47%로 절반이 주택에서 발생했다. 또 화재 발생 시 사망 원인의 약 74%가 연기 및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이라고 보고됐다. 즉, 연기를 감지해 ‘화재 발생’이라는 음성을 통해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려주는 기구가 설치돼 있었으면 인명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원특례시 인구는 119만 명이며 그중 1만68가구(0.85%)가 반지하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 중 4천297가구가 수원소방서 관내에 거주하고 있다. 수원소방서는 올해 500가구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우선 보급했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보급을 확대해 갈 예정이다. 또 전국 소방관서에서는 취약계층에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을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다. 수원소방서에서도 전체 취약계층 1만3천573가구 중 9천603가구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했고, 2023년 잔여 가구에 대해 100%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 이름만 들으면 아주 대단한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하며 큰돈을 들이지 않고 화재 발생을 알려줘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고 귀중한 생명까지 지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시설이다. 그러나 아직 주택용 소방시설이 무엇인지,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국민들이 많아 공감대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로 바뀌면서 소방에서는 매년 주택용 소방시설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명절에는 주택용 소방시설 선물하기 캠페인을 진행하며 국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설마 우리 집에 불이 날까’ 하는 안일한 생각과 혹시나 하는 두려움보다는 ‘우리 집에 불이 나도 안심할 수 있겠어’라는 걱정 없는 마음으로 온 국민이 올겨울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수원소방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박승주 수원소방서장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생사의 길에 지금 내가 살아있다 이어질 듯 끊어지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질긴 이승의 삶 피할 수도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스스로 감겨드는 무저항의 저 노을빛 그 빛 속으로 깊어지는 머 언 우주공간 화해의 빛살 한 올 오늘 다시 쓰는 일기 새벽의 향기 품어 어둔 하늘 별무리로 흐른다. 김경숙 ‘한국시학’으로 등단. ‘시인마을’ 동인
“도민 위한 일 당리당략 안돼… ‘현안 해결’ 모든 역량 집중” 제11대 경기도의회는 여야 의석수가 78 대 78로 동수를 이뤄 출범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도의회가 정확한 균형을 맞춘 만큼, 도민들은 협치를 바탕으로 한 지역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크게 기대했다. 하지만 도의회 양당은 전반기를 이끌 의장 선출을 비롯해 원구성 협상 과정 등에서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도민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결국 도의회가 파행까지 겪으면서 민생은 뒷전에 뒀다는 지적까지 나온 가운데 ‘큰언니’ 또는 ‘큰누나’ 리더십을 발휘해 도의회 내부 갈등을 봉합한 해결사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도민을 위해선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남경순 경기도의회 부의장(국민의힘·수원1)이다. ‘정치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남 부의장과 만나 11대 도의회의 지난 활동을 평가하고 향후 목표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2022년도 어느새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7월 출범한 제11대 도의회의 한 해를 평가한다면. A. 7대와 9대에 이어 11대 도의회에 입성하면서 어느덧 초선 의원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이끌어야 하는 3선 의원이 됐다. 특히 풍부한 도의회 의정 경험을 인정받아 전반기 부의장으로 선출된 것에 감사하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11대 도의회 출범 후 약 6개월이란 시간 동안 도의원들의 정치 역량을 이끌어내고 이들이 도민을 위한 의정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실제 도의원들이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자 현장을 찾거나, 도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 중심, 민생 중심, 의회다운 의회의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많다. ‘내가 조금만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좋지 않았을까’, ‘도의회 내부 갈등 해결을 위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등의 아쉬움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도의원 남경순’의 의정 활동은 스스로를 내세우는 것이 아닌, 도민을 위한 현장 중심 행보를 이어가는 게 핵심이다. 다가올 신년에는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도 전체의 발전을 이뤄내는 데 앞장서고 도의회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 Q. 11대 도의회는 여야 의석수가 78 대 78로 같은 탓인지, 양당의 충돌이 잦다는 지적이 나온다. A. 도의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도민에 초점을 맞춘 올바른 경쟁을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지연을 비롯해 한 달 넘게 이어진 도의회 파행 등의 모습은 도민을 위해 일하는 ‘건강한 의회’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도민을 위해 꼭 펼쳐야 하는 정책들이 있다. 가령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소상공인 지원 사업 등이다. 이를 위해 하루빨리 예산 등을 편성하고 신규 사업도 추진해야 하는데, 도의회 양당이 불필요한 다툼을 이어가면서 도민들이 큰 피해를 본 것만 같아 너무도 안타깝다. 도민을 위한 일에는 당리당략을 따져선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청을 이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민주당 소속이고, 도교육청의 임태희 교육감은 보수 진영이다 보니 도의회 양당 간 갈등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에 숙제가 될 것이다. 의장단 역시 더는 11대 도의회가 도민에게 지적을 받는 일이 없도록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양당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중재에 나설 것이다. 도민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반드시 만들겠다. Q. 남경순 부의장은 그 누구보다 도민과 소통을 잘하는 도의원으로 유명하다. 소통에 힘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과분한 사랑을 받고 도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모두 도민의 성원과 지지에 있기 때문이다.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고, 은혜를 갚자’라는 말은 남경순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도민이 없었다면 지금의 남경순도 없다. 그렇기에 지역주민들이 꼭 참여해달라고 부탁하는 행사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참여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사실 성격 자체가 베풀고 나누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다. 이를 통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욱 소중하기에 계속해서 주민들과 소통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최근 문자메시지로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참 많이 온다. 민원이라는 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니 도와 달라는 말이기도 하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신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 문제를 살피고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도민이 소통을 잘하는 도의원으로 기억해주는 것 같다. 의정 활동의 최우선은 언제나 도민이다. 도민만을 위해 일하는 의회가 될 수 있도록 내년에도 모든 역량을 쏟아내겠다. Q. 남은 임기 동안 의정 활동을 하면서 꼭 해결하고 싶은, 혹은 해결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지역 현안이 있다면. A. 수원특례시 장안구 파장동과 영화동 등이 속한 1선거구는 수원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다. 7대와 9대에서 의정 활동을 하면서 지역 내 폐쇄회로(CC)TV 설치는 물론 교복 지원 등을 위한 예산을 많이 늘렸다. 11대 의회에선 열악한 지역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 당장 무엇을 하겠다고 특정 지어 말하지는 않겠다. 언제나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협의를 바탕으로 지역 발전 방안을 찾고 이를 실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지역 내 주차 공간이 협소한 문제도 꼭 해결하겠다. 프로야구팀인 ‘KT 위즈’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주차를 할 만한 공간이 없어 수많은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만 한다. 이를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물론 수원특례시와도 협의해 주차 공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되돌아 볼 때 남경순은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A. 도민들이 남경순을 떠올렸을 때, ‘신뢰와 믿음이 가는 정치인’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여기에 사랑을 베풀고 한번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약속의 도의원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이 같은 모습의 의정 활동을 해왔지만, 더욱더 약속을 잘 지키고 신뢰를 주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이러한 마음을 바탕으로 11대 도의회에서 의정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 특히 전반기 부의장으로서 더욱 낮은 자세로 도민과 도의원의 의견을 경청하겠다. 이들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아끼지 않고, 적절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날씨가 많이 추워지고 있다.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도민에게 더욱 따뜻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도의회가 되겠다. 임태환기자 / 사진=윤원규기자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곽미숙 대표(고양6)에 대한 법원의 직무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김정영 수석부대표(의정부1)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도의회 국민의힘은 직무대행 자격을 놓고도 새로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인해 또다시 내분 상황에 놓이게 됐다. 11일 도의회에 따르면 김 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사담당관실에 대표 직무대행 직인 및 사인 인영을 제출했다. 지난 9일 수원지법이 곽 대표에 대해 도의회 국민의힘 정상화추진위원회(옛 비상대책위원회)가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지 이틀 만이다. 김 수석부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도의회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업무를 정상화하기 위해 헌법을 비롯한 법령과 당헌 등을 준용해 대표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헌 64조 3항에 따르면 ‘원내대표가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원내수석부대표가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상화추진위가 대표 직무대행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반발하는 데 있다. 허원 정상화추진위원장(이천2)은 “김 수석부대표는 당규에서 정한 도당위원장의 임명 절차를 밟지 않았다. 직무대행을 새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의동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평택을)은 이 같은 논란을 수습하고자 12일 도의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유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현재 도의회에는 대표 직무대행을 할 수 있는 부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태환기자
인천항 물동량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끝나면서 종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인천지역 주요산업의 정상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항만공사(IPA)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2일 동안 인천항의 화물 반출입량은 1만2천201TEU다. 이는 지난 10월 주말(2일) 평균 반출입량인 6천422TEU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총파업이 끝나기 전날인 8일 오전 10시부터 9일 오전 10시까지 인천항 화물 반출입량은 1만7천411TEU에 달하기도 했다. 이는 파업 전인 지난 10월의 1일 평균 1만3천229TEU보다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IPA는 임시로 컨테이너 확보를 위해 마련한 5곳, 5만6천787TEU 규모(43만2천100㎡)의 임시 장치장을 곧 해제할 예정이다. IPA는 이번 파업기간 우려했던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 장치장의 포화는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IPA는 또 군·경 임시 화물차량에 대한 복귀 조치도 할 계획이다. IPA 관계자는 “이번 총파업에 따라 인천항은 일부 어려움을 겪었지만 관계기관과의 협조 등으로 큰 차질은 피했다”며 “파업이 끝난 만큼 앞으로 인천항 물동량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특히 피해가 컸던 시멘트 업계의 회복세가 가파르다. 인천의 A시멘트사의 1일 처리량은 종전 1만8천여t을 육박하는 1만7천여t에 달한다. 이에 따라 레미콘 및 건설현장의 시멘트 공급은 곧 대부분 정상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파업 종료 전부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등으로 종전 발주량에 가깝게 생산·출하고 있다”며 “관련업계 등도 곧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편, 화물연대는 지난 9일 조합원들을 상대로 파업 종료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찬성 61.84%로 16일만에 파업을 끝냈다. 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