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이 ‘대표 선출 문제 있다’고 했다/화해·사퇴... 곽미숙 대표가 선택해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갖는 의미는 크다. 향후 전개될 본안 판결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많은 경우, 가처분 결정과 본안 판결의 방향은 같다. 이런 가처분 결정이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에 내려졌다. 국민의힘 비대위가 곽미숙 대표를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다. 법원이 비대위의 이 신청을 인용했다. 결정이 나온 것은 9일이다. 그날부터 곽 대표의 직무는 정지됐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효력은 유지된다. 곽미숙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이 위법했다는 게 법원 입장이다. 비대위가 “국민의힘 당규에 의하면 당 대표를 의원총회에서 선출해야 하는데, 곽 대표는 재선 이상 의원 15명의 추대로 선출돼 60명이 넘는 초선 의원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당 대표 출마 의향자의 피선거권도 박탈됐다고 했다. 당선인 상견례에서 추대 형식으로 대표를 선출했는데 “오지 않은 임상호 의원의 경우 출마 의사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게 인정된 결정이다. 본안 소송은 시작도 안 됐다. 비대위가 아직 내지 않았다. 가처분은 사건의 시급성을 감안해 내린다. 본안 소송은 가처분과 다르다. 항소까지 해서 수년에 이르기도 한다. 도의회 당 대표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뉘어 선출된다. 현 곽미숙 대표 체제는 전반기 2년으로 봄이 타당하다. 곽 대표 직무 기간 모두를 쟁송에 매달려야 할 수 있다. ‘대표 대행 체제 국민의힘 2년’이 될 터다. 도민의 이익과 상관 없고, 도민이 허락한 적도 없는 2년이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가지 정치적 요소가 있다. 직접적 계기는 의장 선거 패배였다. 8월9일 의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5명 이상의 이탈표를 내면서 더불어민주당에 졌다. 78 대 78 의석에서 그 수가 훤히 보인 패배였다. 그 책임을 묻겠다며 정상화 추진단이 구성됐고, 2·3선 의원이 주축이 된 비대위로 전환됐다. 여기까지는 정치적 공세였다고 치자. 양비론으로 다뤄야 할 정치적 갈등이었다고 보자.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 시점에서의 법률적 해석이다. 곽 대표의 대표 선출 과정은 위법했고, 이를 근거로 시작된 직무는 중단돼야 한다는 법의 선언이다. 본안 재판까지 이 상태를 유지해도 좋을 만큼 여유 있는 도의회가 아니다. 그러면 이런 법원 취지에 맞는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데도 당은 또 내분을 시작했다. 수석 부대표의 직무 대행을 두고 또 충돌한다. ‘헌법, 법률, 당헌을 준용해 대표 직무를 대행한다’는 쪽과 ‘당규에서 정한 도당위원장의 임명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쪽이 붙었다. 양측 모두 앞세우는 건 ‘도민의 뜻’ ‘산적한 현안’이다. 그런데 서로 말하는 해결 방향은 다르다. 집행부는 대행 체제를 말하고, 비대위는 재선출을 말한다. 어느 쪽이 옳은가. 가처분이 법원의 확정력 있는 판단인 만큼 그를 근거로 보는 우리의 판단은 이렇다. 곽미숙 대표가 풀고 가야 한다. 비대위 의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쟁송을 끝내는 방법이 하나고, 과감한 대표직 사퇴로 당에 새 출발 길을 열어주는 게 다른 하나다. 어느 쪽이든 곽 대표의 선택이다.

[경제프리즘] 카타르 월드컵의 K-드라마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4강 팀이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 모로코, 프랑스로 결정됐다. 물론 대한민국이 브라질에 져서 8강에 들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16강 진출의 드라마는 온 국민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기에 충분했다. 카타르 월드컵의 개막이 채 3주도 안 남은 시기에 대한민국 팀 공격의 핵심인 손흥민 선수가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기에 축구 관계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걱정했었다. 4년여 동안 팀을 만들어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팀 주축 선수의 부상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예상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게임을 뛸 수 없다면 그동안의 준비가 틀어지는 아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술 후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에 나선 손흥민 선수의 경기 출전 여부는 상대팀에는 궁금함을 넘어 많이 부담됐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기에 참여하려는 손흥민 선수의 불굴 의지에 영향을 받아 다른 모든 선수도 열심히 자기 역할을 하려 했고, 이는 대한민국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팀의 분위기와 경기력은 첫 경기에서부터 나타났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으며 오히려 골 운이 없어 승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였다. 가나와의 두 번째 예선 경기에서는 두 골을 실점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후반 짧은 시간 동안에 동점 상황을 만드는 강인함을 보여줬다. 이후 다시 추가 실점을 해 두 번째 경기에서 패해 16강 진출이 어려운 상황으로 많은 관계자가 전망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다수 포함된 포르투갈을 꺾고도 다른 두 팀의 경기 결과를 봐야 하는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어려운 경기에 참여한 우리 선수들은 전반전 빠른 실점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동점 골을 넣으며 상대 팀의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주눅 들지 않고 우리의 게임을 했다. 드디어 후반 종료를 몇 분 앞둔 상황에서 부상 투혼의 손흥민 선수가 중앙선을 넘어 상대 골문 영역까지 빠르게 드리블로 전진했고, 상대 선수 서너 명이 에워싼 상황에서도 함께 돌진하는 황희찬 선수에게 침착하게 패스해 역전 골을 만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 마지막 예선 경기의 극적인 승리만 떠올리면 지금도 감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가 대표팀 선수들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런 젊은이들이 끌고 갈 대한민국의 장래는 아주 밝다고 전망하고 싶다. 김유성 인하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

[지지대] 크리스마스 케이크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최대 명절로 꼽는다. 예수 탄생을 축하하고 이를 기리기 위해 나라마다 특별한 음식을 나눠 먹는다. 이제 크리스마스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인이 즐기는 특별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족,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케이크를 먹으며 파티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크리스마스의 대표 음식은 케이크다. 우리가 설이나 추석에 떡을 해먹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세계인들이 즐기는 크리스마스 먹거리는 다양하다. 특히 유럽 국가에는 저마다 고유한 유래와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특별한 크리스마스 빵과 케이크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크리스마스에 ‘파네토네’라는 빵을 먹는다. 밀가루를 발효시켜 설탕에 절인 과일과 피스타치오, 아몬드, 호두 등을 넣어 만든다. 1600년경 밀라노에서 토니라는 제빵사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개발한 빵으로, 토니의 빵(Pan de Toni)에서 유래됐다. 독일에선 전통빵인 ‘슈톨렌’을 먹는다. 과일과 견과류를 넣어 만든 발효빵으로 슈거파우더를 듬뿍 뿌려 눈처럼 보이게 했다. 프랑스의 ‘뷔슈 드 노엘’은 재앙을 막아준다는 주술적 의미를 포함한 장작 모양의 케이크다. ‘구겔호프’는 마리 앙트와네트가 사랑한 알자스 지방의 명물이다. 영국에서는 ‘플럼 푸딩’을 먹는다. 한국과 일본, 미국은 보통 둥근 형태의 데커레이션 케이크를 즐긴다. 케이크 시트에 크림을 바르고 위에 과일이나 초콜릿, 쿠키 등으로 장식을 한다. 요즘은 케이크가 요란하고 화려해졌다. 그런 만큼 가격도 엄청 비싸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호텔·유통업계에선 케이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라호텔은 한정판 스페셜 케이크 3종을 선보였는데 25만원짜리도 있다. 1일 예약을 시작했는데 전화 연결이 어려워 100번 넘게 했다는 이도 있다. 다른 호텔도 상황은 비슷해 보통 10만~20만원 하는데 완판이란다. 반면 개성 있으면서 귀엽고 재밌는 1만원 정도의 편의점 케이크들도 인기다. 케이크 시장까지 극단적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울해하기 보다, 그냥 내 식대로 즐기면 될 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경기시론] 고령층 디지털 디바이드 교육 확대해야

얼마 전 급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햄버거 매장에 들렀다가 당황한 적이 있다. 평소 햄버거를 자주 먹지 않기에 무인단말기-키오스크(Kiosk)-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데 마침 점심때라 그런지 사람이 줄지어 서 있었다. 차례가 되고 키오스크 앞에 섰지만 뒷사람을 의식하다 보니 빠르게 주문한다는 생각에 전혀 원하지 않은 음식을 받아 들게 됐다. 명색이 소비자 문제 전문가인데 키오스크 정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스스로 디지털 디바이드를 체감한 것이다.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경제적, 사회적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디지털 기기 활용의 정보격차’를 말한다. 요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주최로 경로당을 방문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2022 청년소비자 역량 제고 및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 강사 및 봉사자 몇 명과 함께 경로당 어르신들께 ‘디지털기기(스마트폰, 키오스크 등) 사용 방법, 모바일 전자상거래 이용과 주의 방법, 다단계 유사투자자문 등 디지털 금융사기 예방법, 1372 소비자상담센터 이용 방법’ 등을 강의하고, 일대일로 설명해 주는 사업이다. 처음 경로당 어르신들의 반응은 용어조차 어려워하는 분위기였다. ‘디지털, 키오스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청약철회, 유사투자자문’ 등에 대해 갸우뚱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설명하는 청년 강사나 일대일 설명에 나선 봉사자들도 곤란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질문하고 실습해보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다. 필요한 앱을 설치해보거나 직접 키오스크 체험에 나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청년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배우는 것에 큰 호감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경로당 방문교육을 마치고 나오는데 한 경로당 회장님의 배웅하는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오늘 고마웠어요. 앞으로 자주 좀 와요.” 짧은 시간에도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며 청년 봉사자들과 함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고령인구가 최초로 900만명을 넘어섰고 2025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5명당 1명인 셈인데 이들에 대한 디지털 정보화교육은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대한노인회 등 노인 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고령층 디지털 디바이드 교육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변평섭 칼럼] 정약용이 살아 대통령이 된다면

“10㎞로 달리는 마차의 마부는 10m 앞을 봐야 하고 100m 앞을 보면 안 됩니다. 시속 100㎞로 달리는 고속버스 운전사는 100m 앞을 봐야지 10m 앞만 보면 위험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데이터 대항해 시대라 세상이 빛의 속도로 달리는데 우리 운전사(정치)는 10m 앞만 보고 달립니다. 어떤 운전사는 왼쪽(진보)만 보고 달리고 어떤 운전사는 오른쪽(보수)만 보고 달립니다.” 지난달 도시공감연구소(소장 김창수) 초청으로 특강을 했던 박근혜 정부 때 창조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윤종록 KAIST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차관직에서 물러나는 날, 곧바로 남양주에 있는 다산 정약용의 묘소를 참배할 정도로 정약용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가 ‘대통령 정약용’이라는 소설을 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약용은 2012년 유네스코가 매년 인류를 위해 공헌한 사람 3명을 선정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뽑힌 인물. 그렇게 정약용은 실학사상과 혁신정신의 상징적 인물이었으나 당쟁에 희생돼 18년 긴 세월 유배형을 받았고, 유배에서 풀려났지만 1836년 2월 세상을 떠났다. 윤 교수는 정약용이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이 나라에 당쟁이 심각하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라며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데 한국 정치는 시속 10㎞에 머물러 있음에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정약용이 다시 살아나 대통령이 된다면 ‘생명과학 입국’을 선언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지금까진 산업국가의 모델이 됐던 중화학공업과 정보통신은 이제 거대한 고목(古木)이 됐다는 것이다. 그 대신 의료, 제약, 식품 등 세계 생명과학산업 규모는 18조달러로 정보통신산업의 4배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또 말한다. 500년 전에는 대항해 시대여서 튼튼하고 안전한 배를 만드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다.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이 그런 경우의 국가라 하겠다. 그러면서 시대는 변화를 거듭해 엔진을 사용하는 선박을 주도하는 국가, 그리고 지금은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선박의 시대를 거쳐 데이터 대항해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AI)-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질 수도 없는 데이터의 바다라는 이야기다. 만약 정약용이 살아나 대통령이 된다면 ‘생명과학 입국’을 선언하고 ‘AI산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결론이다. 과연 실학과 혁신의 아이콘 정약용 정신을 나타내는 상상력이라 하겠다. 그런데 정약용을 논하면서 간과할 수 없는 게 있다. 그의 대표적 저서의 하나로 꼽히는 ‘목민심서’. 그는 목민심서에서 관리의 부정부패 그리고 세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날카롭게 비판을 가하고 특히 요즘 말하는 국가안보에 대해서도 이렇게 언급했다. “군대를 잘 키우고 훈련해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라...또 병기들을 수리하고 보충하며 늘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하며 외적의 침입이 있을 때는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한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현실은 어떤가. 북한의 잠수함 공격에 대비한 한·미·일 해상훈련까지 당쟁으로 삼고 있지 않은가. 정약용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그 당쟁의 유령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생명과학 입국, AI산업, 나아가 국가안보가 제대로 될까 안타깝다. 역시 빛의 속도로 달리는 시대, 10㎞ 앞도 못 보는 우리 정치가 문제인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천자춘추] 해임 건의 다음은 탄핵 소추?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적지 않은 수의 언론은 대통령이 해임 건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해임 건의안은 법안이 아니고 단지 건의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기 싫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마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 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은 해임 건의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해임 건의안과 탄핵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사안이다. 해임 건의안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묻는 ‘정치적 행위’인 데 반해 탄핵 소추의 경우는 중차대한 법적 하자가 드러나, 이를 이유로 추진할 수 있는 ‘헌법적 행위’다. 그런데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으면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묻자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법적 하자를 근거로 추진해야 하는 탄핵 소추를 주장할 수는 없다. 국정조사의 목적은 이태원 참사를 철저히 조사해 위법은 없었는지 등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런데 국정조사 진행 과정에서 탄핵을 하자고 주장하면 이미 법적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스스로 주장한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한마디로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 취임 100일이 민주와 민생을 위한 여정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는데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를 하게 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이상민 장관은 직무정지 상태가 될 수밖에 없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민생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탄핵 소추를 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용하지 않게 되면 참사를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해질 수도 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의 인용 여부가 내년 중반 정도에 나오게 된다면 헌재의 결정이 내후년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래저래 민주당으로서는 모험이라는 것인데 그래서 민주당은 신중해야 한다. 이상민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은 여론이 자신들의 행위를 뒷받침해준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다고 ‘선’을 넘어 버리면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기고] 불공정함을 참지 않는 세대

MZ세대와 이전 세대의 가장 큰 차이로 집단에 대한 애착과 희생을 들 수 있다. 이전 세대에게는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에게는 집단이 ‘나’이며, ‘내’가 집단이기 때문에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 분들에게는 당연히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아 그들이 본인의 일을 마치면 당당히 사무실에서 퇴근하는 것이나 자신에게 효용을 주지 못하는 집단을 떠나는 것이 당연한 MZ세대에게 이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MZ세대가 이기적인지는 그들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본 후에 결정하는 것은 어떨까? 분명히 MZ세대에게는 집단보다 본인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 본인이 행복하기 위해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가 필요하지 않다. 아무리 힘들어도 집단이나 상급자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을 생각하며 참는 것이 이전 세대보다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침해당했을 때 집단을 위해 참기가 더 힘들다. 그러나 그들이 가치평가의 기준을 본인의 행복과 이익에만 두는 것은 아니다. MZ세대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가장 가치와 관련 없을 소비재 구매에 있어서도 이들은 환경, 기업문화, 경영진의 도덕성을 판단하고 가성비보다 가치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배반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위해 사익을 포기한 소상공인을 ‘돈쭐’ 내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갑질사건을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신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갑’도 사람을 보고 이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을’에게 갑질을 했을 것이다. 본인을 생활의 중심에 놓고 살아가는 MZ세대가 왜 남의 일을 보고, 귀찮은 일에 말려들 것이 뻔한데도 신고를 할까? 그들은 자신에게 당장 피해가 없더라도, 혹여 본인들이 피해를 입더라도 ‘공정’이라는 가치가 침해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게 아닐까? 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공정한 사회는 부당한 일에 대해 참고 넘어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투명한 사회일 것이다. 집단의 대의를 위해, 전례를 보고, 남들이 다 넘어가니까 불공정한 것을 참는 세대가 아니다. 과거에 그랬으니까. 전임자가 그랬으니까. 저 사람은 이해할 만한 사람이니까. 우리 집단, 우리 지역을 위해, 이제 이런 것들이 변명이 되지 않는 시대다. 김원진 국립이천호국원 관리과 주무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장, 그곳&] 무용지물된 도내 PM 전용 주차장

인도 점령 12일 오후 PM(개인형 이동장치) 수십대가 경기지역 한 대학교 내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위에 마구잡이로 세워져 있다. 조주현기자“사람들이 알아서 피해야 하는데 주차장이 있으면 뭐합니까” 12일 오전 11시께 안양시 동안구 범계역 인근. 3번 출구 앞을 따라 350m까지 전동킥보드 10여대가 인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쓰러져 있는 킥보드를 피해 길을 돌아가는 등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모습이었다. 출구 바로 앞엔 PM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었지만 킥보드 없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쓰러진 전동킥보드를 피하며 이동 중이던 정순주씨(53‧여)는 “역 근처엔 전동킥보드가 많은데 유동 인구 역시 많아 보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복잡하다”며 “전용 주차장이 있는데 왜 아무 데나 두고 가는지 모르겠다. 관리는 하긴 하는 거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같은 날 오후 수원과 시흥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수원시 장안구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엔 전동 킥보드 3대가 놓여있었다. 인도가 좁은데 킥보드가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어 시민들이 차도로 내려가 걷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곳 역시 단지 입구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 PM 전용 주차장이 있었지만 거치대는 비어있었다. 시흥시 능곡동에서도 시민이 주차장이 아닌 보도에 주차된 전동킥보드에 소매 끝이 걸려 넘어질 뻔한 순간도 목격됐다. PM(개인형 이동장치) 수가 급증하며 방치 문제가 함께 대두되자 경기도와 일부 지자체는 PM 전용 주차장을 마련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PM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확대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와 지자체에 따르면 도내 전동킥보드 등 PM은 5만8천여대가 있으며 수원, 안양, 성남, 시흥 등 13개 지자체 약 350곳에 PM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이 같은 대책에도 전동킥보드가 마구잡이로 방치돼 있지만 지자체에선 처벌 규정이 없어 PM 불법 주정차를 단속해도 행정처분 등을 내릴 수 없다. 수원시 관계자는 “현 PM은 도로교통법상 차량에 해당해 제32~34조 내용에 따라 주‧정차를 관리해야 하지만 사실상 현장에서 이 조항을 일일이 적용하는 건 어렵다”며 “더군다나 과태료 부과 등 처벌에 관한 법령이 없어 실질적인 단속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욱이 전용 주차장 등 인프라 시설도 PM 수를 따라가지 못하며 전용주차시설 1곳당 약 165대(전용 주차장 평균 수용 대수 5~6대)의 PM을 수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PM은 새로운 이동 수단이기 때문에 이런 특성에 걸맞은 새로운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역 근처 위주에 한정된 주차 공간을 다양하게 늘리는 등 주차 가능 공간을 확대해 이용자들이 올바른 주차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강준‧이다빈수습기자

2022 성정문화재단의 문화 나눔 콘서트 '제22회 성정청소년열린음악회'

예술을 향유하고 기쁨을 나누고 있는 (재)성정문화재단이 15일부터 23일까지 ‘제22회 성정청소년열린음악회’를 선보인다. 성정문화재단이 22년째 이어오고 있는 성정청소년열린음악회는 매년 연말 경기도내 초· 중·고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클래식 음악회를 열어주는 ‘찾아가는 음악회’로 재단의 대표적인 재능기부 프로그램이다. 성정문화재단은 자라나는 학생들이 그 시기에 누려야 할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해 무료순회연주 등 지속적인 문화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성정문화재단 김정자 이사장은 “음악 감상은 전인격을 갖추기 위한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현장에서 직접 아티스트의 무대를 만나볼 수 있는 음악회는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조화로운 인격 형성을 의미 있게 만드는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수원과 포천, 의왕지역의 학교 4곳을 찾아가 음악 선물을 풀어놓을 예정이다. 첫 번째 날인 15일에는 수원 영화초등학교를 찾아가 할아버지의 11개월, 베니스의 사육제 변주곡, 인생의 회전목마 중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뮤지컬 캣츠 중 ‘Memory’ 등의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이어 19일에는 수원 매향중학교를 찾아간다. 넬라 판타지아, 로미오와 줄리엣의 ‘꿈속에 살고 싶어라’ 현재명의 ‘희망의 나라로’ 등 학생들에게 익숙한 클래식 음악을 선사한다. 특별히 반도네온 악기로 베사메 무쵸, 일 포스티노, 리베르 탱고까지 들어볼 수 있다. 22일 포천 일동고등학교에서는 G.Puccini의 ‘O mio babbino caro’, E. D. Capua의 ‘O Sole mio’, 조두남 곡의 ‘뱃노래’, 한태수의 ‘아름다운 나라’ 등 이탈리아 가곡과 한국 가곡의 매력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특히 국내 아이돌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 디즈니 메들리, 겨울왕국, 캐리비안의 해적 등도 연주돼 될 예정으로 K팝을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특별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23일 의왕 고천중학교에서는 밀양 아리랑, 신고산타령, 10월의 어느 멋진날에, 디즈니 메들리 등 학생들이 좋아하는 대중적이고 유명한 레퍼토리가 연주될 예정이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이탈리아 페르골레지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메조소프라노 이현승, 현재 수원오페라단 단장인 소프라노 남지은, 플루트에는 한국음악협회 수원지부 부회장인 백준호, 이태리꼬모베르디국립음악원을 수석졸업한 테너 주선중, 반도네오니스트 이어진, 재즈바이올린 김빛날윤미, 피아노 황수진, 프라이빗 온라인 라이브 음악서비스 "유프라" 대표 아티스트인 소프라노 이영숙, 성정음악콩쿨 2위에 빛나는 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및 대학원 외래교수인 테너 김정훈, 제31회 성정음악콩쿠르 최우수상을 수상한 베이스 노민형, 소프라노 신혜리·정나리 등이 참여한다. 마음이 지칠 때 음악을 감상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감소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물질이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성정문화재단은 이러한 음악 감상으로 긍정적인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청소년기 학생들의 마음 안정과 온화한 심신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성정문화재단 공연 관계자는 “이번 무대에서는 서로 음악과 마음을 연결함과 동시에 청소년들이 밝고 활기차게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했다”면서 “연말, 아름다운 음악을 통해 1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내일의 꿈을 품을 수 있는 행복한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정자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