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금쪽같은 내새끼

[사설]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시급하다

정부가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내년부터 적자가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정부가 일대 수술을 가해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시키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초고령화시대에 대비해 건강보험 재정을 건실하게 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국가의 미래발전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과잉 이용 문제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공청회 자료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 방안 및 필수 의료 지원 대책’에 의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얼마나 낭비됐는지를 실증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예로 들면 한 40대 여성은 지난해 2천50회 병원을 찾았으며, 하루 5~6곳의 병원을 돌고 최대 10곳을 가기도 했다. 또한 물리치료를 받고 진통 주사를 반복해 맞았으며, 여기에 들어간 건강보험 재정만 2천690만원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드는 연평균 급여비 149만3천원과 비교하면 무려 18배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잘못된 행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2020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4.7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로 OECD 평균 5.9일과 비교해도 2.5배 높다. 이런 의료 쇼핑 문제는 계속 지적됐지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발생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연간 365회를 넘는 외래 진료를 받을 때는 본인 부담률을 90%로 높이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문제점이 지적된 ‘문재인 케어’도 개선돼야 한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초음파 검사의 건보 적용 확대로 2018년 1천891억원이던 MRI·초음파 검사비는 지난해 1조8천476억원으로 불어났다. 문 케어는 의료 접근을 확대한 측면은 있지만 불필요한 의료 남용을 가져온 요인도 됐다. 따라서 우선 뇌와 뇌혈관 MRI 건보 기준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 제도 역시 개선돼야 한다. 현재 외국인은 국내 체류 6개월 후 건강보험에 가입했는데 피부양자는 이 요건이 없어 악용된 사례가 많다. 앞으로 미성년 자녀를 제외한 외국인은 피부양자가 되려면 6개월을 거주해야 한다. 외국인을 부당하게 차별해서도 안 되지만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외국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좋은 제도이지만, 이를 악용하면 재정 악화가 돼 오히려 국민 부담만 늘 수 있다. 초고령화시대에 대비해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실기(失期)하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

[사설] 오산 2024 총선, ‘물류센터’ 선거 되나

오산IC 인근에 풍농물류센터가 들어선다. 대지면적 4만3천151㎡, 건축면적 1만7천168㎡, 연면적 9만8천333㎡ 규모다. 2019년 12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준공 예정 시점은 내년 1월이다. 매일 1천100여대의 화물차가 드나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본물류센터도 들어섰다. 대지면적 2만9천935㎡, 건축면적 5천969㎡, 연면적 3만9천919㎡ 규모다. 2011년 12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하루 예상 출입 화물차는 200~300대로, 지난 1일 준공 승인을 받았다. 지역 정치권이 ‘물류 비방전’에 나섰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더본물류센터 준공 승인 철회를 요구했다. “아무런 (교통)대책 마련 없이 준공을 승인했다”고 비난했다. 주민공청회 실시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특혜와 의혹을 검증할 운암뜰 검증위원회 구성도 촉구했다. 오산시가 특정 업체에 혜택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오산시지역위원회(위원장 안민석)도 같은 주장을 편 바 있다. 사실상 오산시 민주당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자 시의회 국민의힘 측에서 반박하고 나섰다. 이상복·조미선 의원이 성명서를 내고 ‘건축허가’를 문제 삼았다. “(두 물류센터) 건축허가를 내준 당사자는 지난 오산시 민주당 정부였다. 이제 와서 준공 승인을 하지 말라고 시에 요구하는 것은 몰염치하고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건축허가 당시 국민의힘이 교통대란을 우려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폈었는데, 곽상욱 시장이 건축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정치공작’이라고도 했다. 오산지역의 물류창고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운영 중인 물류창고만 이미 10곳에 이른다. 주변 아파트·주택 단지의 차량과 뒤엉켜 곳곳이 교통지옥이다. 시민들로서는 물류창고가 새로 들어서는 것 자체가 걱정이다. 물류창고 허가 때마다 조건을 붙이며 시민 편의를 챙기는 듯 말하지만 ‘피해 없는 물류창고 신설’이란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이 현실적 차선이다. 더본·풍농물류센터로 인한 시민 피해가 그래서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데 오산 정치권은 서로 책임이 없다고 한다. ‘내 잘못은 없고 네 잘못만 있다’며 설전 중이다. 더본·풍농물류센터의 시작은 건축허가다. 당시 민주당 소속 시장의 허가였다. 그렇게 해서 물류창고 건립이 출발했다. 민주당은 이 건축허가만 쏙 빼고 준공 승인만 문제 삼고 있다. 말이 안 된다. 국민의힘 주장도 말장난이긴 마찬가지다. 이권재 시장의 민선 8기 인수위원회 때 물류창고 문제를 거론했다. 대책 필요하다더니 별 대책 없이 준공 승인했다. 건축 허가 내주고 준공 승인만 트집 잡고, 준공 승인해 주고 건축허가만 트집 잡고.... 초등학생도 웃고 갈 억지 쓰기다. 아마도 선거가 다가오니까 이런 것 같다. 총선 현장에 시민 분노로 폭발할 물류창고 교통지옥을 덮어 보려고 이러는 것 같다. 그 유치한 정치 셈법은 알겠는데, 그런다고 진실이 바뀌나. 이럴수록 2024년 오산 총선만 ‘물류창고 총선’으로 몰려 가고 있다.

[지지대] 소비기한 표시제

식품을 구입할 때 유통기한을 살핀다. 이왕이면 길게 남아있는 것을 고른다. 냉장고에 들어간 식품은 유통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고민을 한다. 먹어도 괜찮을까? 아까운데, 버려야 하나? 그래서 버린 것들이 많다. 언제부턴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다르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길게 나온다. 이후부터 우유나 요구르트, 두부, 계란 등은 며칠 지나도 먹고는 했다. 약간 찜찜함은 있었지만 탈은 없었다. 새해부터 식품에 표기되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식품의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인 유통기한제가 1985년 도입된 이후 38년 만에 변경되는 것이다. 영업자 중심의 유통기한(Sell-by Date)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이 기한이 지나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한데 소비자 대부분이 이를 식품 폐기 시점으로 인식해 식품 폐기 비용 증가 및 환경오염 문제가 지적돼 왔다. 우리나라의 식품 폐기량은 연간 548만t, 처리 비용은 1조960억원에 달한다. 유통기간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제도가 시행되면 식품 폐기량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식품을 적절하게 보관하면 계란은 25일, 우유는 45일, 냉동만두는 25일, 식용유는 5년을 더 소비할 수 있다는 식약당국의 조사 결과가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소비기한 표시제로 소비자와 산업체에 연간 각각 8천860억원, 260억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감소까지 고려하면 편익은 연간 약 1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소비기한 도입은 세계적 추세에 비춰 보면 늦은 편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는 지난 2018년 식품 표시 규정에서 유통기한 표시를 삭제하고 소비기한 표시를 권고했다. 유럽연합(EU)은 식품 특성에 따라 소비기한, 품질유지기한, 냉동기한을 구분해 사용한다. ‘안전하게 섭취 가능한 기한을 명확하게 알리는’ 소비기한 도입은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인천의 아침] 화수·만석·북성 부두와 1·8 부두의 비약 꿈꾸며

부두는 몽환적이다. 어디로 가기도 어디서 오기도 하는 항구. 뱃고동 소리가 해무에 묻히기라도 하면 꿈과 현실의 경계는 순간 사라진다. 바다에 잠긴 닻이 출항과 회항을 언제나 머금고 있듯, 부두는 섬이나 먼바다로 떠나는 곳이면서도 한편 뭍에 묶여 있다. 부두에 인천 사람의 땀과 이름이 배어 역사가 쌓이면, 부두는 그냥 일반적인 부두가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얼굴을 담은 인천만의 특수한 부두가 된다. 해안가 산책로를 걸으며 수선하는 선박들을 본다. 130여년 전 제물포 근대개항 이후 인천인의 노고가 조선, 기계, 물류 산업이 돼 부두 주변에 독특한 풍광으로 펼쳐 있다. 밀물과 썰물은 자연의 이치다. 민선 8기로 바뀌자, 동구는 부두 활성화 대책을, 인천시는 제물포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만석, 화수, 북성 부두와 몇 년째 재개발을 추진 중인 인천 내항 1·8부두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맨해튼 부두에서 옛 항공모함 갑판 위를 주민과 관광객이 걷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부두에는 범선, 증기선, 예인선, 군함, 잠수함 등 역사적인 배들이 접안돼 선박박물관으로 있고, 부두 창고에는 게임기가 삼백 대나 전시돼 있다. 우주로켓 누리호에 환호하면서도 바다로 무한히 뻗은 인천의 보물 창고들은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20여년 전 트라이포트를 외치던 기세를 몰아, 인천항과 인천공항, 산업단지와 대학, 국제기구 등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 해수부 땅인 1·8 부두를 시가 매입해 더 장대한 그림을 그릴 것인가, 아파트·상가를 지을 것인가. 10조원 이상의 곡물·철강·자동차 등을 수송하는 2~7 부두는 기존처럼 사용하며 후일을 모색하더라도, 1·8 부두를 시민에게 우선 개방하는 묘책은 많다. 화수 부두로 가는 길목에 작은 횟집들이, 만석 부두에는 낚시용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동구청은 작년에 만석·화수 해안가 산책로를 단장했다. 하지만 중장기 계획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낮에는 화물차가 달리고 밤엔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관광만 강조하기보단, 주변 공장들을 효율화, 집적화시켜 산업과 관광을 조화, 특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갯벌에 걸터앉은 선박들과 햇살에 출렁이는 파도를 보라. 1650년 전 한나루 능허대에서 인천항에 이르는 긴 시간여행을 어디서 해보겠는가. 자잘한 표절 시비와 녹취 왜곡, 화보 촬영 논란에 창피한 줄도 모르는 중앙정치꾼은 제쳐 놓고, 인천에서만큼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꿈같은 일 좀 했으면 좋겠다. 이홍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아침을 열면서] 지하철 탄 풍경

얼마 전 필자가 탔던 지하철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객차 내부는 착석한 승객과 입석 승객의 숫자가 엇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한눈에도 70대쯤으로 보이는 큰 덩치의 백발 노인이 탑승한 뒤 경로석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경로석에는 노인들 사이에 중장년쯤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승객이 한 명 있었다. 백발 노인은 그 사람 앞에서 “어른이 앞에 서 있는데 왜 경로석에 앉아 있느냐”라면서 시비를 걸었다. 처음에는 앉아 있던 승객이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자 주변 승객들이 들으라는 듯 백발 노인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급기야 ‘배운 것도 없는 어린 놈의 자식’이라는 등 거친 언사를 쏟아내자, 이번에는 앉아 있던 승객도 지지 않고 자기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다며 응수했더니 심한 욕설이 난무하는 말싸움이 돼 버렸다. 주변 노인들이 말려도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앉아 있던 승객이 자기 주민증을 꺼내 보이며 “내가 보기에는 염색해서 그렇지 XX년생이다. 너는 몇 년생이냐? 네 주민증 한번 까봐라” 했더니 객차 안의 승객들 시선이 일제히 그 백발 노인 쪽으로 쏠렸다. 그러자 백발 노인은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워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십중팔구 자기보다 더 나이가 많았으리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자신의 감각을 기준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것에서 온다. 하지만 객관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감각이란 신뢰할 수 있는 척도가 전혀 아니다. ‘착시현상’이 대표적이다. 똑같은 크기의 옷이라도 가로 방향 줄무늬보다 세로 방향 줄무늬가 더 키를 크게 보이도록 만든다.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들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추적 조사를 한 보고서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군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전투 경험담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를 보였고 심지어 행정병이어서 전투현장에 없었던 군인들마저 그런 경향이 보고됐다. 즉, 기억의 왜곡이 일반적으로 관찰됐으며 대부분은 왜곡된 기억을 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현대물리학에서는 원자와 그 이하의 미시적인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그런데 완전히 상반되는 두 상태가 한 시점에 공존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해석을 둘러싸고 한 세기에 걸쳐 유명한 논쟁이 있었다. 예를 들면 동전을 던지면 앞면 또는 뒷면의 두 가지 경우만이 나와야 하는데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도 표현되는 양자역학의 모순점은 분명 우리의 감각 세계에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물리학은 이렇게 되묻고 있다. “왜 인간의 감각과 언어가 척도가 돼야 하나?” 그래서 현대물리학은 양자역학의 모순점에 대한 공격에 이렇게 답한다. “Shut up, and calculate it!(닥치고 계산이나 해!)” 즉, 양자역학의 내용을 인간의 감각과 표현으로는 모순점을 도저히 해결할 수 없지만, 그건 인간의 문제이지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양자역학의 파동방정식은 현재 모든 전자제품의 제조에 전혀 오차가 없이 적용되고 있다. 즉, 내게 보이고 들리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심지어 내가 알지 못하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겸손해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그릇을 계속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을 되새겨 보자. 최동군 지우학문화연구소 대표

[이슈&경제] ‘노동의 미래’ 그리는 노조의 역할을 기대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치킨게임(chicken game)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치킨게임이란 1950년대 미국 젊은층 사이에서 담력을 겨루기 위해 서로를 향해 차로 돌진하는 게임에서 유래된 말이다. 상대의 양보를 기다리며 파국으로 끝나는 상황을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된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 대 강’ 대치와 건설노조 등 노동계 동조 파업으로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힘든 산업현장이 ‘셧다운’ 위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약 4조원의 경제 피해를 입히며 16일째 파업을 벌였던 화물연대가 9일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노동조합(노조)은 정상에서 이탈된 것 같다. 환경적으로 번성기에서 쇠퇴기로 넘어가는 상태이나 의식 측면에서는 성장기 초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脫)제조업화 및 지식노동 직업의 발전 등으로 인해 노조의 가입률이 저하되고 있다. 디지털의 등장으로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등 고용관계가 변화하고 단체교섭 범위도 축소되고 있다. 또 대체제도로 인해 노조의 청원 기능과 대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노동시장은 양극화, 불안정에 봉착해 있으며 MZ세대 등 새로운 세대가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물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노조는 3가지 측면에서 변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투쟁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로 비파업 화물차에 쇠구슬을 쏘고 집단폭행을 가한 점도 한몫했다. 이 밖에 건설노조는 밤낮으로 확성기로 장송곡을 틀어 민원을 유발하고, ‘고용 요구’를 이유로 타워크레인을 불법점거하고 건설현장의 자재 입고 및 차량 통행까지 방해하고 있다. 노조의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투쟁 방식에 대해 촛불시위의 비폭력성을 경험한 우리 국민은 더 이상 동의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투쟁이 사회적 타협과 대화의 틀 안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둘째, 협력적 상생의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로 통칭되는 계급주의적 사고에서 사업주와 근로자는 서로 투쟁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4.0 시대에서 사업주와 근로자는 더 이상 적대적 관계가 아닌 공동의 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다. 따라서 협력적 상생의 노사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셋째, 노동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은 노동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의 현실화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이는 노동계 혼자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사업주뿐만 아니라 정부와 끊임없이 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전환’의 시기, 노조는 변화에 따른 새로운 노동을 맞이하고 주도할 준비를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조는 필수적 요소다. 특히 한국의 경제 민주화에 기여한 바도 크다. 하지만 우리 노조는 산업화 시대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듯하다. 환경 변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노동의 미래를 그리고 노동의 참된 가치를 알리는 노조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지금까지 흘려보낸 감사들

같은 노력을 해도 어떤 사람은 실패하고 어떤 사람은 성공한다. 자식 농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학군에서 공을 들여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자녀가 있고, 그냥 방임하듯이 놔둬도 알아서 잘 성장하는 자녀가 있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일의 계획은 사람에게 달렸지만, 일의 성취는 하나님에게 달렸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성경의 이 말만큼은 분명한 진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 역시 딸을 한 명 키우면서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렸을 때는 자녀의 모든 것이 맘에 안 들었다. ‘공부는 왜 이리 안 하는지’, ‘커 가면서 왜 이리 툴툴대는지’, ‘책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딸이 그저 건강히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슴 아픈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요즘, 많은 부모가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아이가 곁에서 건강히 자라던 그 수많은 날, 이 당연한 감사를 나는 왜 놓치고 있었을까? ‘아카데미의 여왕’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그래서 이런 말을 했나 보다. “세월이 인내심을 길러준다는 사실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문득 든 이 생각을 통해 나는 우리의 일상이 온통 감사할 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근길에 옆 사람에게 발을 밟힌 사람은 십중팔구 이런 말을 한다. “에이, 오늘 재수 더럽게 없네.” 그렇다면 발을 밟히지 않은 364일은 재수가 있는 날이란 말이 아닌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 평범한 오늘이, 사실은 온종일 감사해도 모자랄 축복받은 날일 수도 있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감사의 축복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켄터키대병원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를 더 많이 한 사람들은 평균 수명이 7년 더 길었고, 노화로 파괴되는 뇌세포도 더 적었다고 한다. 수십년이 걸린 이 연구의 유일한 변수는 오직 ‘감사’였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의 말처럼, 우리가 감사할 때 행복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모든 근심이 풀릴 것이다. 감사를 일상에 적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 나의 삶 역시 조금씩 행복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한 해의 마무리를 목전에 둔 지금, 이제 지금껏 놓친 감사를 돌아보면서 다짐해본다. 다가올 감사들을 놓치지 말자. 좋은 일이 생겼다면 감사하자.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힘든 일이 생겼다면 그래도 감사하자. 어려운 일이 더 빨리 끝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자. 일상의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변할 것이다. 조승원 한국장애인연기자협회 이사

[기고] 반지하 화재, 이제 주택용 소방시설로 지키자

최근 서울 마포구 반지하 방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연평균 주택화재 발생률은 약 18%인 반면 화재 사망자 비율은 47%로 절반이 주택에서 발생했다. 또 화재 발생 시 사망 원인의 약 74%가 연기 및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이라고 보고됐다. 즉, 연기를 감지해 ‘화재 발생’이라는 음성을 통해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려주는 기구가 설치돼 있었으면 인명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원특례시 인구는 119만 명이며 그중 1만68가구(0.85%)가 반지하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 중 4천297가구가 수원소방서 관내에 거주하고 있다. 수원소방서는 올해 500가구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우선 보급했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보급을 확대해 갈 예정이다. 또 전국 소방관서에서는 취약계층에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을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다. 수원소방서에서도 전체 취약계층 1만3천573가구 중 9천603가구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했고, 2023년 잔여 가구에 대해 100%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 이름만 들으면 아주 대단한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하며 큰돈을 들이지 않고 화재 발생을 알려줘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고 귀중한 생명까지 지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시설이다. 그러나 아직 주택용 소방시설이 무엇인지,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국민들이 많아 공감대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로 바뀌면서 소방에서는 매년 주택용 소방시설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명절에는 주택용 소방시설 선물하기 캠페인을 진행하며 국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설마 우리 집에 불이 날까’ 하는 안일한 생각과 혹시나 하는 두려움보다는 ‘우리 집에 불이 나도 안심할 수 있겠어’라는 걱정 없는 마음으로 온 국민이 올겨울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수원소방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박승주 수원소방서장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