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연 150억짜리 노다지’ 법정 분쟁이 마침내 끝났다. 3년째 끌어온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간의 골프장 소송이다. 대법원까지 간 끝에 인천공항공사가 최종 승소했다. 이제 인천공항공사가 골프장을 넘겨받고 2년 전 입찰을 통해 선정한 새 사업자가 영업을 시작하는 절차만 남았다. 그러나 이런 후속 절차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막대한 영업 이권이 걸린 데다 그간의 감정 대립 등으로 또 다른 시비를 일으켜 마냥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 스카이72골프장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만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들만 등이 터지는 격이다. 지난주 대법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를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등 소송 상고심에서 공항공사 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스카이72는 인천공항공사에 토지와 건물 등을 넘겨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최종 판결을 근거로 골프장 토지 및 시설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스카이72 측이 또 다른 법적 대응 등에 나서 후속 절차 진행이 늦어지는 사태가 걱정이다. 판결이 나오고서도 스카이72 측은 여전히 자기들이 영업권을 갖고 있으며 후속 사업자는 영업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사업자의 영업 재개가 지연되면 1천여명의 골프장 직원들은 사실상 실직자로 전락한다. 골프장 운영을 중단해 매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의 계약이 이미 끝났다며 인천시에 체육시설업 등록 말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소송 등으로 말소하지 못했다. 만약 종전 사업자인 스카이72와 새로운 사업자 간에 체육시설업 등록 이전에 대해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면 인천시가 바로 등록을 변경할 수 있다. 이는 20일 이내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카이72가 합의를 거부하면 새 사업자가 다시 체육시설업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해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린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가 골프장 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공기업과 민간사업자 간의 싸움 끝에 애꿎은 근로자들만 실직자 신세로 몰리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이들 또한 인천을 생활권으로 하는 인천 사람들이다. 스카이72는 20년 가까이 인천에서 막대한 영업이익을 누렸다. 막판까지 훼방 놓는 모습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참에 인천공항공사도 스카이72골프장을 인천시민들 곁으로 더 다가오도록 판을 새로 짜야할 것이다. 하다 못해 전국 곳곳에서 시행하는 지역주민 할인제라도 말이다.
국민의힘 대표 선출을 앞두고 ‘수도권’이 불쑥 등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수도권 대표론’을 주장했다. 대구지역 강연에서 “국회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수도권인 만큼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조경태 등 영남권 후보군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다들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도 했다. 특정 후보군을 직접 저격했다는 점도 이채롭다지만 무엇보다 관심은 경기·인천·서울을 아우르는 ‘대표’를 말한 점이다. 주 대표의 발언에 관심이 커지는 환경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 지도부, 윤핵관 4인방과 만찬을 했다. 주 대표는 지난달 25일과 30일 두 차례나 윤 대통령과 회동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후보군 실명까지 거론하며 ‘수도권 대표론’을 선창하고 나섰다. ‘윤심’(윤 대통령 마음)이 아니냐는 추론이 단박에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수도권·비수도권 후보군들의 반응이 극명하다. ‘동의한다’(수도권)고 하고, ‘틀렸다’(비수도권)고 한다.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은 경기도 선거 표가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경기도에서 졌다. 호남권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한 패배다. 그 앞선 결과는 3월9일 대통령선거다. 거기서도 경기도 표심은 5% 넘게 국민의힘을 외면했다. 거대 표밭 경기도의 ‘5%’는 전국을 휩쓴 윤석열 후보의 완승을 ‘0.7%’로 좁혔었다. 이에 앞선 2020년 총선도 있다. 경기도에서 민주당 51석(86.4%)·미래통합당 7석(11.9%)이었다. 일방적이었다. 경기도에서 국민의힘은 ‘패배 전문 정당’이다. 경고음은 매번 있었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전국 조사는 윤석열 후보가 늘 앞섰다. 하지만 본보와 경기지역 언론의 조사는 달랐다. 5%가량을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계속 앞서갔다. 국민의힘은 ‘경기지역 조사가 틀렸다’며 외면했다. 도지사선거 때도 그랬다. 경기지역 언론의 전망은 시종일관 ‘초박빙’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때도 외면했다. 그러다가 출구조사가 뒤집히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영남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주 대표 발언을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글쎄다. 경기도민 몇이나 이 말에 동의할까. 수도권 총 의석의 절반도 안 되는 영남권이다. 그 영남권이 반세기 넘게 보수당 역사를 독점하고 있다. 권력이 창출되면 그 권력의 중심을 차지했다. 지역주의란 이런 걸 뜻한다고 해석함이 합리적이지 않나. 유권자가 많은 경기도에 그에 걸맞은 관심을 두자는 것이다. 표에 대한 기본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김기현 의원의 주장을 굳이 반박하려는 게 아니다. 영남권의 입장도 충분히 표현됨이 옳다. 똑같은 필요로 우리도 경기도민의 의견을 표하고 있을 뿐이다. ‘수도권 대표’가 뭐 그리 대단한가. 도민의 눈길 한 번 끄는 작은 이벤트일 뿐이다. 도민, 적어도 보수를 지지하는 경기도민이 원하는 모습은 수도권이 명실상부한 주인 되는 당이다. 경기도의 86.4% 의석을 석권하고 있는 민주당, 지금도 민주당 대표와 대표 얼굴들은 다 경기도다.
2020년 7월6일 홍콩 중심가 IFC몰에 모인 시민들이 흰 종이를 꺼내 들었다. 시민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그 의미를 알았다. 홍콩보안법이 발효되면서 반중 구호가 적힌 피켓만 들어도 처벌받게 되자 표현의 자유를 빼앗긴 홍콩 시민들이 저항의 수단으로 ‘백지시위’를 선택한 것이다. 2년이 넘은 현재, 이번에는 중국 전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11월24일 신장위구르의 성도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였다. 시민들은 정부의 코로나 방역 강화로 인명 피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외출이 금지돼 수많은 차량이 주차돼 있었고, 당국이 봉쇄를 위해 설치한 장애물들로 소방차 현장 진입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SNS를 통해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제로 코로나’에 중국인들은 심한 피로감을 느끼면서 우루무치 화재 사건에 크게 동요했다. 상하이의 위구르인 거주지에선 26일 밤부터 수천명이 봉쇄 정책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제로 코로나 해제’를 외치는 반코로나 시위는 베이징을 비롯해 우한, 청두, 광저우, 난징 등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중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대학생과 시민들은 백지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백지시위는 시위 참가자들이 검열과 통제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아무런 구호를 적지 않은 종이를 든 데서 붙여졌다. ‘무엇이든 쓸 수 있는 백지에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상하이에선 ‘시진핑과 공산당 퇴진’을 외치는 구호가 등장했다. 중국당국은 이번 시위를 적대 세력에 의한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시위 가담자에 대한 강경 진압에 나섰다. 외신은 백지시위 확산으로 장기 집권에 돌입한 시진핑 체제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백지시위가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리도 차이나 리스크로 인한 한·중관계 영향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경기지역화폐는 지역별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의 실질적 매출 증대,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도모하기 위해 도내 31개 시·군에서 발행하고 지역 내에서 사용하는 화폐다. 지역화폐 이용자인 도민 입장에서는 최대 6~10% 할인되고 현금영수증 30%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데다 연 매출 10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점포인 전통시장, 골목상권, 헬스클럽, 필라테스, 수영장, 골프연습장, 병·의원, 편의점, 학원, 안경, 미용원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여러모로 이득이다. 가맹점도 지역 내 고객 수와 매출이 증가하고 신용카드 대비 수수료가 0.3%포인트 절감되는 혜택이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가계소비가 지역화폐로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후 회복됐으며 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전체 투입 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경기연구원 역시 소상공인 3천800개 업체, 소비자 3천200명을 대상으로 경기지역화폐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바탕으로 ‘경기지역화폐가 경기도 내 소비자 및 소상공인에 미친 영향 분석’을 발간했는데 ‘경기지역화폐가 소상공인 매출액 회복과 증가에 도움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67.6%였고 ‘소상공인 지역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됐는가’라는 문항에도 70.8%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지역화폐 구입과 사용으로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지역 상인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그로 인한 고용의 증가, 지역 상권 회복 등 선순환이 이뤄진다. 그러나 반대로 각종 복지 혜택이 지역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됐다면 ‘저축하거나 경기도 지역 외에서 소비할 것’이라고 응답한 합계 비율이 위의 설문조사에서 99%나 됐으므로 실제 경기지역화폐는 도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역화폐는 1983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실직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동네 사람들의 컴퓨터를 고쳐주고 받는 가상의 돈을 동네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약속한 데서 시작됐는데 이는 지역 내에서 구성원들 간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12월1일 국회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5천억원으로 편성한 상태이고 경기도의회는 12월9일까지 내년도 본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인 가운데 지역화폐 예산은 약 904억원에서 221억원 삭감됐다. 경기도 지역화폐 발행과 구매자 인센티브 10%를 위해서는 지방비 외에도 국비 지원도 필요한 상황인데 도민들의 경제활동을 돕는 지역화폐 발행과 소비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길 바란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은 가지고 있는 가치관으로 투영되고 우리는 그가 지니는 가치관으로 사람을 예측하거나 판단한다. 폴란드 출신의 심리학자 밀턴 로키치는 가치관에 대해 ‘특정한 행동 방식, 존재 양식이 그 반대의 것보다 개인적,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하다는 기본적인 신념’이라고 말하며 가치관은 옳고 그름, 바람직하거나 그렇지 않은 것을 선호하고 선택해 행동과 태도를 결정하는 준거가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통령이 가지는 가치관은 어떠할까. 최초의 출퇴근 대통령, 홍수 피해와 10·29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 노동계와의 협상, 야당과의 예산안 협의, 해외순방 등을 보며 대통령의 생각과 태도는 대한민국이 나아가는 방향이며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돼 있기에 그동안 보여 온 대통령의 언행을 통해 대통령의 가치관을 생각해 봤다. 첫 번째로는 언론관이다. 첫 용산 출퇴근 시대를 연 대통령답게 그는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하며 첫 출근날부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시작했고, 대통령의 첫 대답은 “일해야죠”라는 웃음 띤 얼굴이었다. 하지만 8월 미국 순방을 계기로 이 모든 것이 변했다.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의 욕설을 보도하며 대통령을 비판했던 언론에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을 씌워 항의와 보복을 강행했고, 대통령은 사적으로 가까운 관계라며 특정 언론과는 사유재산이 아닌 전용기에서 환담을 나눌 정도로 가깝게 지내나 비판적인 언론은 국익을 이유로 탑승도 배제했으며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사유를 따져 묻는 기자와 대통령실은 언성을 높이며 언쟁까지 벌였다. 그 결과는 잠정적 출근길 문답의 폐지이며 국익을 이유로 대통령의 회담과 활동에 대한 취재도 대통령실에서 주는 사진과 내용으로만 보도하라고 하고 있다. 맘에 안 드는 언론에 눈과 귀를 철저히 막았다. 두 번째로는 노동관이다. 불과 6개월 전인 6월10일, 화물연대 총파업 돌입 나흘째 되던 날 대통령은 “노동에 대해 적대적인 사람은 정치인이 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쟁점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정부의 중립을 강조한 후 나흘 뒤인 6월14일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의 협상이 타결됐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정부는 노동계와의 대화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계에 매정하게 권력으로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 여당은 소위 ‘노란봉투법’에 대해 ‘황건적 보호법’이니 ‘불법파업 조장법’이니 하는 자극적인 언사로 몰아가고 안전운임제와 일몰제의 법제화를 부르짖는 노동자를 외면하며 국제노동기구(ILO)가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정부의 의견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범죄행위’라는 말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운송 거부를 범죄행위라고 대통령이 직접 정의 내린 것이다. 대통령은 본인의 말처럼 노동에 적대적이지 않았다. 다만 비정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정치관이다. 대통령은 여당의 지도자가 아니고 국민 모두의 지도자가 돼야 함에도 6개월 동안 여당의 지도부와 심지어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인사들과는 부부 모임을 할 정도로 가까이 지내면서 야당의 지도부와는 단 한 차례도 면담하지 않았다. 임기 초반부터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코앞에 둔 지금까지 협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거대 야당이 협조해 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책임 있는 자세로 설득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협치는 고사하고 야당과는 아예 담을 쌓겠다는 얘기다. 우리는 사상 초유로 맘에 안 드는 언론에는 눈과 귀를 막고 맘에 안 드는 노동자에게는 비정하며 맘에 안 드는 정치인에게는 담을 쌓고 있는 이분법적 가치관을 지닌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가치관은 ‘내 편 아니면 적’이다. 이분법적인 가치관을 지닌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편이 아니라도 부디 많은 국민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올해 우리 수출은 또 한 번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 수출 6천444억달러라는 눈부신 실적으로 기염을 토한 데 이어 올해 11월 누계 수출액도 벌써 6천억달러를 넘어섰다. 남은 12월까지 추산해 보면 올해 수출은 6천800억달러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 통화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유독 어려웠던 대내외 여건을 생각하면 올해 거둔 수출 성과가 더욱 남다르다. 내용도 비교적 알차다. 자동차, 석유제품 수출이 승승장구하고 있고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나머지 주력품목 수출도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하며 선방했다. 특히 신산업 품목이 날로 성장하고 있는 점이 반갑다. 2차전지는 10월까지 넉 달 연속 월 기준 최고 수출액을 돌파했고 전기차는 금년 내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8대 신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수출 순위 역시 한 단계 올라섰다. 우리나라는 홍콩을 제치고 작년 세계 7위에서 올해 6위로 입지를 다졌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과 물류난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 수출이 뚝심있게 우리 경제를 잘 지탱해줬고 여전히 중요한 미래 성장전략임을 다시 한 번 각인한 한 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수출이 올해 같은 성장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한국 경제의 주춧돌인 반도체 수출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데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수출 장벽이 한층 높아졌다. 탄소중립, 디지털규범, 인권, 안보가 무역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통상환경 또한 더욱 복잡해졌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휘청일 때마다 우리 수출은 특유의 회복력으로 단단한 성장 저력을 보여줬듯이 내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중심에는 여전히 무역이 있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지금도 우리 무역인들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혁신제품을 속속 세계시장에 내놓고, 원료에서 나아가 생산 방식을 친환경으로 시도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위한 내실을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K브랜드 가치도 급부상하면서 한국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모두 갖춘 무역 강국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무역의 날을 맞아 올 한 해 이뤄낸 자랑스러운 성과에 박수를 보내며 2023년 불확실성 파고를 슬기롭게 넘어 더 높이 도약하는 우리 수출의 당찬 모습을 기대해본다. 배길수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장
불교는 ‘無有定法(무유정법)’을 노래한다. 무유정법이란 세상에는 미리 정해진 법도는 없으며 조건과 인연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한다는 뜻이다. 불교 철학은 도가 철학의 ‘무위자연’, ‘상선약수’와 유사성이 있다. 철학은 진리를 탐구하고 실천하는 학문이어야 한다. 제 아무리 훌륭한 철학이라도 시대성이 떨어지거나 실천하기 힘들면 더 이상 진리가 아니다. 목표를 정해 놓고 살다가도 세상이 변하면 목표를 수정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무유정법이며 상선약수다. 양자역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립자를 연구한다. 우주의 최소 구성 요소는 원자라고 한다. 원자는 원자핵의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는 형상이다. 우주의 태양계의 모형과 닮았다. 원자핵과 전자의 중간은 모두 비어 있다. 돌고 있는 전자의 움직임은 규칙적이지 않다. ‘양자 도약’으로 유명한 이 학설은 전자는 궤도가 정해지지 않고 조건에 따라 궤도가 수시로 변한다는 것이다. 불교의 공 사상과 닮았다. 좀 더 어려운 이야기로 넘어가면 '소립자는 관찰자가 관찰하면 입자로 존재하고 관찰을 하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인슈타인은 ‘저 달이 저기 있어서 내가 보는 것이냐? 아니면 내가 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냐’라는 의문을 던졌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서는 ‘양자 중첩’을 증명했다. 확인하기 전까지는 고양이가 죽어 있는 확률과 살아 있는 확률이 중첩돼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무유정법하고 닮지 않았는가. 물(H2O)은 수소 2개와 산소 하나로 구성돼 있다. 원소기호의 주기율표는 그동안 발견된 원소만 나열된 것이다. 우주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가 많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 원소들이 조건과 환경에 따라 서로 결합하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 세상은 홀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란 없다. 오직 서로 연기돼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불교의 ‘12 연기론’이다. 우주는 미립자인 소립자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한다. 또 에너지가 진동하는 끈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고 하는 학설도 있다. 소립자는 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다가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소립자가 서로 모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소립자는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모든 생명이 태어나고 죽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세상은 변해야만 한다. 대승불교의 핵심은 공 사상이다. 인간을 포함한 일체 만물은 고정불변한 실체가 없다는 사상이다. 즉, 모든 것은 변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다. 낮과 밤은 수시로 변하며, 계절도 변하지 않으면 지구는 존재할 수 없다. 태어난 생명은 반드시 죽는다, ‘生者必滅(생자필멸)’. 또한 만나면 언젠가는 이별을 하게 된다, ‘會者定離(회자정리)’. 이렇게 우주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아니, 변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이 진리다. 세상은 불교의 철학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변하지 않고는 지구는 단 하루도 버틸 수가 없다. 물이 수증기로 변하고 수증기는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가 돼 온 대지에 비를 뿌려준다. 변하기 때문에 지구가 유지된다. 전통을 고집하고 옛것을 좋아한 나머지 변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얼마 가지 않아 멸망한다. 변할 것이냐 마느냐는 이제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시대에 맞게, 상황에 맞게 변하는 종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복진세 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
집과 관련된 우리말을 알아본다. ▶도끼집 : 연장을 제대로 쓰지 않고 도끼 따위로 건목만 쳐서 거칠게 지은 집 -나는 친구들과 뒷산에 있는 도끼집으로 자주 놀러 갔었다. ▶사처 : 손님이 길을 가다가 묵음. 또는 묵고 있는 그 집 -타지에 혼자 가게 되어 걱정이었는데 이모께서 좋은 사처를 마련해 주셨다. ▶집가축 : 집을 매만져서 잘 정리하고 돌보는 일 -길모퉁이에 있는 집은 집가축을 열심히 한 티가 났다. 국립국어원 제공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