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었다. 추석(秋夕)의 역사적 근원과 의미는 해석의 다름이 존재할 것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의 평범한 우리가 굳이 추석의 의미를 좋게 떠올린다면 ‘조상을 기리며 함께 모여 추수를 감사하며 행복을 누린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필자와 같이 변호사의 일을 하는 사람은 전문 분야와 상관없이 명절이 지나면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혼상담’을 받는 일이 생긴다. 그 빈도도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이혼 증가율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명절 이후에 이혼신청 건수가 많이 늘어난다는 기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추석의 좋은 의미가 그러함에도 왜 좋은 날을 보낸 후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하에서는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이므로 필자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그분들의 생각도 일리가 있다는 점에 대해 찬성한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첫째, 추석의 좋은 의미 중에서 우리가 너무 ‘조상’에 충성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최근 성균관에서도 ‘과한 차례상을 없애자’는 목소리를 내면서 차례상에 ‘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공식 발표를 하였다. 좀 더 빨리 했더라면 이혼율이 낮았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성균관의 발표는 ‘조상’에 대한 지나친 충성을 자제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둘째, 조상과 가장 촌수가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충성 또는 그러한 충성에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의 문제이다. 아무래도 조상과 가장 촌수가 가까운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제사이니 아랫 사람들이 그에 대항하는 것이 매우 불경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아랫사람들은 이제는 좀 그만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오죽하면 조상덕 보는 후손들은 명절 때 해외여행 다니는데, 조상덕도 없는 후손은 제사 때문에 명절마다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겠는가. 셋째, ‘감사와 행복’을 무시하다 못해 떠올리지도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추수에 대한 감사와 행복, 그리고 이러한 터전을 물려 주신 조상에 대한 감사로 차례를 지냄이 원래 추석의 의미일 텐데 선후가 완전 뒤바뀐 것 같다. 올 한 해 지금까지 우여곡절과 슬픔, 어려움이 많았지만 밥 굶지 않고 잘 살아낸 것에 대한 감사가 우선이라면, 더군다나 그러한 감사를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한다면 서로 격려와 사랑이 넘쳐날 것인데, 제사상에 어떤 음식이 올라가는지를 중요시 여기면서 옥신각신하고, 남의 자식 결혼 여부에 잔소리를 하며, 자신도 그럭저럭 받았던 성적을 왜 그리 아이들에게 묻는지 자신에게 다시 물어본다면 그래서 말을 줄인다면 장담컨대 이혼율은 낮아진다. 이혼율이 낮아지면 분위기상 결혼하려는 세대도 많아질 것이고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 걱정할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
도의료원 이천병원, 지방의료원 첫 재활로봇 도입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22년도 서비스로봇 실증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도의료원 이천병원은 지방의료원 최초로 보행 재활 로봇인 ▲모닝워크 S200 ▲로봇 재활치료 장비인 스마트 보드 ▲기립경사 로봇 알-봇을 지난 6~8월 도입했다. 지방의료원 최초로 재활로봇을 도입하면서 취약계층 등을 위한 재활치료에 공공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 환자 맞춤형 3단계 훈련 제공, 체계적 훈련…재활치료 성공률↑ 최근 찾아간 경기도의료원 2층 재활센터에는 무릎 인공관절 장애를 안은 환자가 모닝워크 S200 장비를 이용해 재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환자는 허리와 발에 장치를 찬 채 숲 속 화면이 나오는 모니터를 보며 자신의 발걸음을 확인하고 움직임을 이어갔다. 이번 재활로봇 지원으로 도입된 모닝워크 S200은 보행능력 회복을 위해 발의 동작에 중점을 둔 로봇이다. 소아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연령층에서 재활치료를 할 수 있고, 뇌졸중, 뇌손상, 척수손상, 파킨슨 등 환자의 증상에 따라 맞춤 재활훈련이 가능하다. 강성준 재활치료실장은 “1대1 치료 시 15분가량 재활을 하는 게 최선이지만 30분 내내 올바른 보행 패턴으로 운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구”라며 “파킨슨병, 무릎 인공관절 등 장애를 가진 환자에게 특히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는 기립 경사로봇 알-봇이 구비되어 있었다. 역시 이천병원에서 지원사업을 통해 들여온 이 장비는 기립자세 유지 및 보행훈련 시작 전에 사용가능한 재활로봇이다. 기존 재활에서 사용되고 있는 경사침대는 정적 기립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알-봇은 정적기립 훈련과 로봇 스텝퍼를 이용해 가동성 훈련, 기능적 전기자극을 이용한 집중적 감각 운동 자극 훈련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또 다른 장비 스마트 보드는 지난 6월 도입돼 상지 재활이 필요한 환자가 기능적 팔 뻗기를 하도록 돕는다. 어깨·팔꿈치 복합 관절의 조화로운 움직임 과 능동적 관절 가동 범위 향상을 통해 일상생활 동작의 수행 능력을 효과적으로 높이고자 개발된 상지 재활로봇이다. 인지 게임 등 20가지 이상의 게임을 흥미 유발해 환자의 치료 효율성을 높인다. 무엇보다 이러한 재활로봇은 기존에 재활치료사들이 1대1로 환자를 대응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천병원은 장용운 물리치료사는 “로봇이 도와주는만큼 치료사들은 다른 치료에 더 집중 할 수 있게 됐다. 발을 세게 잘 밟는지 무릎이 잘 펴지는지 등 환자를 다각도로 더 세밀하게 살펴보고 자세를 교정해 줄 수 있게 돼 환자의 재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공공병원에 재활로봇 도입…비용 부담 낮춰 취약계층 의료 공공성 강화 재활로봇 실증 지원사업은 대학병원 등 국내 우수 활용기관에 의료재활로봇을 공급해 임상환경에 맞춘 로봇의 개선, 임상데이터 확보에 기여하는 게 목적이다. 도의료원 이천병원에 도입된 장비의 금액은 총 4억5천여만원에 달한다. 로봇산업진흥원에서 70%, 이천병원에서 자비 30%를 부담했다. 이번에 알-봇과 모닝워크, 스마트보드를 새로 도입하면서 기존에 있던 워킹레일을 더해 환자에게 맞춤형 3단계 훈련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게 됐다. 강성준 실장은 “환자 평가를 많이 할 수 있고 기능적 향상에 도구들이 크게 도움 된다. 컨퍼런스를 통해 일대일 치료뿐만 아니라 팀이 움직여 환자를 대상으로 어떤 점이 좋아지고 어떤 점이 좋지 않은지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치의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공공보건의료팀이 한 팀이 되어 환자를 평가하고 기능적 회복에 힘쓰는 이천병원의 재활포괄적 재활치료에 더욱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재활로봇이 도입된 이천병원이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공공성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천병원은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경제적 약자에게 의료비 경감 혜택 및 다양한 복지정책을 제공하는 지역책임의료기관인만큼 로봇 재활치료에 대한 비용 부담으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던 환자에게 양질의 재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천병원은 이번 장비 도입과 더불어 이천시의 유일한 재활센터로 재활치료 접근이 어려웠던 지역 주민 등을 위한 다양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재활치료가 이뤄지는 공간을 독립시켜 언어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현재 장비를 신청해 내년에는 심장 재활치료를 선보인다. 이문형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장은 “재활로봇 도입을 통해 로봇재활센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재활사업을 진행하는 타 의료 취약지에도 재활로봇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길 바란다”면서 “이로써 공공의료체계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터뷰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박율현 재활의학과장 “지역 공공병원, 로봇치료 도입 확대 기대” 지방의료원 중 최초로 재활로봇을 들이는 데는 박율현 도의료원 이천병원 재활의학과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박 과장은 로봇산업진흥원에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상하지 재활로봇 도입을 통한 재활로봇 실증 및 시장 활성화'를 제안해 2022년 서비스로봇 활용 실증사업을 따냈다. 그동안 전국 의료원 중 보행로봇이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공공병원 특성상 수익을 추구하지 않다보니 병원 자체 재원이 부족하고, 국도비 지원을 통해 장비를 구입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민간병원에서 로봇재활이 일반화 되어도 지방의료원에 도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이에 박 과장은 방향을 틀어 지난해부터 로봇산업진흥원의 사업 공모를 준비해 신청했고 3대의 재활로봇 장비를 모두 승인 받았다. 박 과장은 “웬만한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에는 이미 재활로봇이 도입돼 있지만 의료취약 계층 등이 양질의 재활치료를 받는데 필수적인 공공병원에 장비가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면서 “로봇산업진흥원에서 의료원의 중요성을 고려해주셨는지 3대가 모두 승인이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활로봇은 환자들의 재활 치료 효과를 극대화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과장은 “의존적 치료를 할 때는 치료사 한 명은 환자의 한 발 한 발을 붙들고, 또 다른 치료사가 붙잡고 치료하는 등 3명가량이 환자 한 명을 케어해야 하지만, 인건비를 생각하면 이게 다 구현되지 못해 환자들의 기능치료를 완벽히 하기 어려웠다”면서 “또 치료사가 환자를 30분을 치료해도 100걸음이나 50걸음 정도밖에 대응할 수 없었지만 로봇을 활용하면 900걸음을 걸을 수 있으니 다리 근력과 뇌 가소성을 가동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천병원의 재활로봇 도입이 지역재활네트워크 로봇치료연계망을 구축하고, 유관기관 로봇치료 도입, 타의료원 로봇도입 확대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과장은 “급여가 적용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환자들에게 양질의 재활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의료인으로서 가장 뿌듯하다”며 “그동안 지방의료원에서는 거의 불가능했지만 이번 우리 사례를 통해 타 지방병원에서도 공모사업 등을 통해 도입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공공의료원으로 도입이 조금 더 확대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재활로봇에 대한 임상 연구는 시작한 상태이며 장애인 복지관 노인복지관 등에도 설명회 하고 필요하면 치료 받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황묘농접은 강세황이 극찬하고 정조가 총애한 조선 후기의 천재 화가 김홍도의 작품으로 그는 산수, 인물, 화조, 풍속 등 모든 장르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김홍도의 작품은 정교하고 세밀한 묘사를 보여주며 한국적 서정과 정감, 해학적 감성을 느끼게 한다. 황묘농접은 여름의 한가롭고 평화로운 정원에서 고양이가 나비와 노는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화면의 좌측에는 바위와 패랭이꽃이, 우측에는 고양이와 나비가 배치돼 있다. 작품의 중간에는 접힌 자국이 남아 있어 족자로 보관되고 있지만, 원래는 화첩에서 떨어져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좌측에는 피마준에 절대준을 갈필로 표현한 바위가 그려져 있다. 그 바위 틈에는 보라색과 자주색의 패랭이꽃이 특유의 원형 문양을 뽐내며 활짝 피어 있는 것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바닥의 푸른 풀에서 여름의 정취가 느껴진다. 화면의 우측에는 주황색 털을 가진 고양이와 검은 긴꼬리제비나비가 있는데 고양이의 털과 나비의 무늬가 매우 섬세하고 세밀하게 표현돼 있다. 고양이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고개를 돌려 나비를 바라보며 허리를 웅크리고 언제든 발을 뻗어 나비를 잡아보려는 듯한 자세로 있다. 나비는 고양이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꽃을 향해 팔랑거리며 날아들고 있다. 패랭이꽃과 덩치가 큰 긴꼬리제비나비를 통해 작품의 배경이 여름임을 짐작할 수 있다. 황묘농접은 장수를 축원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중국에서는 고양이와 일흔 노인을 칭하는 한자의 발음과 나비와 여든 노인을 칭하는 한자의 발음이 유사해 장수를 기원하는 것으로 자주 같이 그려졌다. 김홍도는 정조의 초상을 그리고 포상으로 발령 받은 연풍 현감 재임 기간 중에 황묘농접을 그렸다. 이는 화면 우측 상단에 ‘벼슬은 현감이고 호는 단원’이라는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고양이가 나비와 노는 모습이 그려진 이 작품에서 김홍도 작품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으며 현재도 많은 민화 작가들에게 그려지고 있는 작품이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21년 전인 2001년 9월11일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서 3천여명이 희생되는 최악의 국가 재난이 발생했다. 올해도 뉴욕의 맨해튼 현장은 큰 추모 행사가 개최됐다. 9·11 테러는 21세기 세계사의 출발을 결정짓는 전철기(轉轍機) 역할을 했다. 대낮에 미국 경제력의 상징인 110층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붕괴되고 군사력의 핵심인 국방부 건물이 피폭되는 동안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어떤 기관도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 ‘슈퍼파워’ 미국의 자존심은 테러리스트 몇 명에 의해 송두리째 무너졌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지금까지도 각종 음모론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정작 9·11 테러의 근본적 동기에는 관심이 없다. ‘로렌스 라이트’가 쓴 ‘문명전쟁’부터 9·11의 진실을 추적한 수많은 연구들에서조차 “알카에다가 사악한 테러를 저질렀다”고 비난했지만 정작 미국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다. 영국 언론 ‘매닝엄불러’는 미국의 중동 외교 정책에 대한 반감이 이슬람 극단주의라는 요인 못지않게 중요한 9·11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편파적인 친이스라엘 정책과 팔레스타인 문제가 반미·반서방 정서를 만들고 테러리즘에 동력을 공급하는 진원지라는 주장이다. 중동에 대한 미국의 편견을 다른 관점에서 말하는 것이다. 분명 테러리스트들은 인류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져다준 살인자들이다. 그러나 중동에 대한 서방의 편견과 오만이 결국 아랍인들의 저항을 유발했고 젊은 무슬림들을 단합시키는 계기가 되어 테러로 몰아가는 불씨가 됐다는 지적은 한 번쯤 생각해볼 사항이다. 유럽 테러의 원인에 대해서도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이민 2~3세 젊은이들의 ‘허무주의’에 있다고 말했다. 소외되고 방황하는 허무주의자는 폭력적 자극에 취약하고 이들에게 투사가 되길 부추기는 것은 그들이 극단화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의미다. 우리가 지금처럼 테러를 이슬람 급진화의 방향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이슬람에 대한 공포감을 증가시키고 무슬림들을 모두 잠재적인 테러범으로 취급하게 될 뿐이다. 이로 인한 이슬람 혐오증과 극우 지지는 반(反)이슬람의 감정을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는 진짜 뿌리는 남겨둔 채 테러리스트를 잡겠다는 것처럼 소용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난 8월 미국에서 발생한 작가 살만 루슈디의 피습 이유도 ‘이슬람의 급진화’보다는 ‘범죄의 이슬람화’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타당한 주장일 수 있다. 한국은 테러의 청정지대일까? 실제 테러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가능성만 있다는 이유로 경각심이 너무 적다. 하지만 가능성은 항상 미래 위험의 전조(前兆)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더 이상 힘 있는 자의 정의에 의해서만 평가돼서는 안 된다. 강한 자의 근거 없는 확신과 교만이 패권을 부르고, 약한 자의 멸시로 이어지면, 이는 테러로 분출될 수 있다. 정치적 영역 역시 더욱 공고해진 균열을 치유하지 못하면 치를 수밖에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적 통합은 현실 정치의 기반이다. 보수와 진보, 세대와 지역 간 불신과 갈등이 해소되고 약자와 소외된 세력을 염두에 둔 공정한 국가 운용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국가 이익은 국민의 안전이며, 이는 서로 다른 가치를 존중하는 공존과 공영으로 달성돼야 한다. 9·11테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이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최근 정부가 내놓은 8.16 주택공급대책에 보면 눈에 띄는 용어가 있어 관심있게 보았다. 바로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 복합개발하는 ‘컴팩트시티’라는 도시개발 전문용어다. 270만호 공급 등 역대급 주택공급이라는 어마무시한 영향력에 비하면 컴팩트시티 조성은 물량으로 따지면 큰 물량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전 정부의 250만호 공급정책과의 차별성 측면에서 눈에 띄는 공급전략으로 내세우는 듯 하다. 도시개발 전문가로서 ‘컴팩트시티’라는 용어는 필자에게 매우 익숙한 용어인데, 박사논문의 근간이 컴팩트시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팩트시티는 현대도시의 문제를 도시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도시형태 사이의 관계를 통해 해결하고자 고안된 도시개발 모델 중 하나이다. 고밀 복합의 집중적인 개발을 통해 교통량을 줄여 환경 배출량을 줄이고, 직주근접으로 대중교통의 사용량을 늘리고 보행과 자전거의 활성화로 지속가능한 도시, 친환경적 도시 조성에 목적이 있다. 컴팩트시티의 필수조건으로 고밀도의 개발과 주거와 업무, 레저 용도의 복합용도개발을 통한 지역 타당성과 사업의 타당성 확보가 전제조건이다. 정부가 선보인 컴팩트시티는 기존의 지속가능한 도시로서의 컴팩트시티와 개념적으로 유사하지만 철도중심도시(TOD)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정부는 GTX 역사를 중심으로 고밀 복합을 개발하되 역사를 중심으로 300m 이내엔 복합환승과 쇼핑몰, 오피스를 배치하고, 600m 이내 지역에 중고밀 주택, 600m 이후에는 중밀도 대단지 아파트를 배치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컴팩트시티의 원형은 500m 이내에 모든 시설이 초고층 고밀 복합으로 개발되어, 주거와 업무, 쇼핑과 레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24시간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함으로써 인간의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도시의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반면에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컴팩트시티는 철도를 중심에 놓고 업무, 상업, 주거의 밀도와 위계를 설정해 놓은 철도중심도시에 더 가깝다. 철도중심도시는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대도시와 교외도시를 철도로 연결하여 도시간 연계를 강화하여 거주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기존 도시체계의 보완적 도시개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기존 1기, 2기, 3기 신도시들도 기존의 철도망을 중심으로 개발이 되었다는 점에서 GTX 철도망 도입으로 차별화된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본질적으로 그리 새로운 모델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컴팩트시티라는 어설픈 포장보다 GTX 추가역을 신규 택지 발굴과 연계하여 ‘GTX - 택지 패키지 개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동안 진보정부나 보수정부나 공히 주택공급을 중앙정책 주도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도시 개발모델로 추진해 오면서 온갖 미사여구와 전문용어를 동원하여 포장만 바꾼 ‘00대책’을 계속 내놓았다.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정권의 사활이 걸리는 상황을 이제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부동산 정책과 주택공급의 지방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한다. 정부는 재정을 지원하고 공급은 지방정부가 지역에 맞게 창의적으로 수립하면서 상생의 정책으로 가길 바란다. 지방마다 다른 주택정책, 다양한 주거복지제도가 공존할 때, 국민은 주거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주택정책의 도시간 경쟁과 정부의 합리적 지원정책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지방의 노력은 더욱 강렬해질 것이다. 이재혁 시흥도시공사 도시개발실장
10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돌발해충’, ‘외래해충’이라는 단어는 이제 어색하지 않게 생활 속에 자리잡힌 듯하다. 2006년 우리나라에 침입한 꽃매미는 돌발해충이라는 교과서적 의미를 부각할 만큼 그 기세가 높았으며, 2009년과 2010년에 침입한 미국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은 지금까지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골칫거리다. 외래해충을 처음 겪다 보니 제때 방제하지 못한 데다, 겨울철 온도가 올라가기라도 하면 이 해충들의 밀도는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곧 돌발해충으로 돌변하게 된다. 마땅한 천적도 없을 테니 돌발해충의 기세는 좀처럼 밀리지 않는 것이다. 해충방제 최일선에서 바쁘게 달려온 지난 20년을 돌이켜보면서 돌발해충의 효율적 방제에 필요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방제에 앞서 돌발해충의 생태적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해충도 생태적 개성을 갖고 살아가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해충들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 언제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세심하게 살펴보면 이를 통해 해결 방법들을 찾을 수 있다. 좋아하는 것으로 유인하고 싫어하는 것으로 유입을 억제하며, 이동 습성에 맞게 방제 시기와 수단을 결정해야 한다. 수십년 전에 도입된 ‘push-pull’(소위 밀당전략)과 IPM(integrated pest management) 즉 종합적 관리 전략이 여전히 인정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둘째, 관습에서 벗어나 탄력적으로 방제에 임해야 한다. 외래해충도 끊임없이 국내 환경에 적응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꽃매미의 경우 2010년 대비 현재 월동알의 부화시기는 15일 정도 빨라졌으며, 같은 시간에 낳은 알들일지라도 열흘 이상의 시간을 두고 하나씩 깨어나는 전략을 쓰면서 떼죽음을 피하고 있다. 북미가 원산지로 여름철 폭염에 불리한 미국선녀벌레는 서늘하고 먹을거리가 많으며 방제 상대적으로 소홀한 산간지로 이동해 생존율을 높인다. 따라서 월동알의 90%가 깨어나는 골든타임까지 기다렸다가 농경지 주변의 산림까지 꼼꼼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해충을 박멸이 아닌 장기적으로 관리한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188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오렌지와 함께 침입한 이세리아깍지벌레 방제를 위해 원산지인 호주로부터 천적인 베달리아무당벌레를 도입해 성공한 사례에서 보듯, 외래해충 원산지로부터 천적을 도입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천적을 이용한 생물적 방제는 무분별한 방제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을 보호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국가간 교역은 그 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과학의 발달 이면에는 외래해충의 유입과 확산 등 부정적인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다. 미국선녀벌레가 북유럽에서 선박을 타고 빠르게 국내로 유입됐고, 국내에서는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했다는 연구 결과는 어찌 보면 예상된 결과다. 이제는 돌발해충의 생태적 특성을 더욱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이를 역공할 수 있는 소위 생태적 무기(ecological weapons)를 준비할 때다. 해충관리를 위해 캠페인과 같은 인문학적 수단으로부터 천적곤충, 유기농업자재, LED, 생명공학, 최첨단 로봇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근간은 다양한 분야와 소통하며 준비하는 인적 네트워크일 것이다. 우리가 쏘아 올린 인공위성을 해충 관리용으로 못 쓸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영수 경기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농업연구사
공부와 관련된 우리말을 알아본다. ▶게꽁지 : 지식이나 재주 따위가 아주 짧거나 보잘것 없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 사람 지식이라는 것이 게꽁지만 하다. ▶글속 : 학문을 이해하는 정도. -글속이 깊다. ▶한무릎공부 : 한동안 착실히 하는 공부 -내가 대학 입학시험을 앞두고 난생 처음 한무릎공부를 했었다. 국립국어원 제공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천시가 준공영제 시내버스 업체에 대한 경영 및 서비스 평가를 위한 실태 조사에 나선다. 12일 시에 따르면 최근 ‘2022년 인천 시내버스 경영 및 서비스 평가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준공영제 시내버스 33개 업체에 대한 경영(30%), 서비스(40%), 정책 준수(30%) 등을 평가한다. 현재 이들 업체들은 모두 1천903대의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는 준공영제 시내버스의 재무건전성, 원가관리, 인력관리 등의 경영을 평가한다. 시는 또 승객 배려·질문, 차내·외 청결, 버스이용 안내표지, 출발시간 준수, 안전한 버스 운행 등의 서비스 항목을 비롯해 감염병 예방, 적정한 근로, 재정지원금의 투명화 등 정책준수도 평가한다. 시는 평가 결과에 따라 이들 업체들을 1~5등급으로 나눠 등급별로 총 22억원의 성과이윤(인센티브)을 차등 지급할 예정이다. 시는 성적이 우수한 1등급 5개 업체에는 총 5억5천만원을 나눠 지급한다. 2등급 12개 업체와 3등급 10개 업체, 4등급 4개 업체는 나머지 인센티브를 차등해 지급한다. 5등급을 받은 업체 2개 업체는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다. 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업체에 대한 이 같은 평가로 버스 간 자유경쟁을 일으키고, 이를 통한 시내버스 서비스의 질을 높일 예정”이라고 했다. 박주연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수원역에서 부인 정우영 여사와 함께 짜장면 봉사로 온기를 전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수원역 앞에서 만난 500명의 이웃’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경기도를 위해 도민 여러분께서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호소했다. 김 지사는 “아내는 4월부터 꾸준히 ‘사랑의 짜장 차’ 봉사를 하고 있다”며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 마침 장소가 수원역이라고 해서 저도 따라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은 특별히 송편도 같이 나눠드렸다. 앞치마를 두른 채 면을 삶고, 짜장 소스를 붓고, 식사를 나르기도 했다”며 “몸은 조금 힘들지만 '짜장 차' 봉사를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선거 때 잠깐이 아니라 앞으로 꾸준히 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도 보람이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특히 “올해 들어 가장 많은 500인분이 나갔다고 한다”며 “다른 재료가 떨어져서 짜장면과 단무지만 먹어야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맛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정 여사는 매주 토요일 도 전역에서 짜장 차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모인 희망 성금으로 캄보디아 빈민촌 마을의 주민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한다. 손사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