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일대는 원래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갯벌이었다. 1994년 바다를 가로막은 시화호 방조제가 생기면서 육지가 됐고, 지금은 드넓은 초원이 됐다. 간석지 조성으로 갯벌에 바닷물이 빠지면서 1억 년 전 백악기시대에 살았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됐다. 갯벌 속에 잠들어 있던 공룡알 화석은 200여 개가 확인돼 한반도가 세계적인 공룡알 화석지로 알려지게 됐다.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지역은 중국·몽골 등이 대부분으로 이곳처럼 많은 화석이 한꺼번에 발견된 것은 드문 사례다. 여의도 면적의 2배에 이르는 15.9㎢의 간석지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지금도 발굴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갯벌 속에 더 많은 화석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 공룡알 화석산지가 특히 주목 받는 건, 한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뿔 달린 공룡(角龍)’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2008년 화성시에서 나온 각룡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골격 화석을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공룡 골격 화석이 천연기념물 지정 절차를 밟는 건 처음이다. 이 화석은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센터에 전시 중이다. 뿔공룡 화석은 당시 화성시청 공무원이 전곡항 방조제 주변을 청소하던 중 발견했다. 몸길이가 약 2.3m로, 약 1억2천만년 전 중생대 전기 백악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엉덩이뼈와 꼬리뼈, 양쪽 아래 다리뼈, 발뼈 등 하반신 골격 구조를 제자리에 갖춘 모양새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남은 골격으로 미뤄 두 다리로 걸어 다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위원인 이융남 서울대 교수가 후속 연구를 통해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각룡으로 국제 학계 공인을 받았다. ‘화성에서 발견된 한국의 뿔공룡’이란 뜻을 지닌 라틴어 학명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가 붙여졌다. 이 교수는 화석의 골격학 조직 연구를 통해 공룡이 대략 여덟 살에 숨졌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멀고 먼 옛날에 뿔 달린 공룡이 풀밭을 거닐었다는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화성시는 뿔공룡 화석과 공룡알 화석산지를 자연학습장이자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초록불이 반짝 켜진 횡단보도. 폐지 수레를 힘들게 끌고 건너는 할머니가 있다. 뒤에서 속삭이던 두 청춘이 후다닥 달려가 수레 뒤를 밀었다. 그 순간 할머니가 큰소리를 쳐서 주변이 다 놀란다. 그냥 두라는 것! 고맙지만 됐다고 말하면 될 것을, 지나던 사람들마저 멈추게 한 폐지 수레의 한 장면이었다. 뜻밖의 모습에 놀라 뒤를 따라봤다. 이후 할머니는 좁은 길로 들어가서도 큰소리와 함께 수레를 당당하게 밀고 갔다. 뒷모습만 봐도 머쓱함이 짚인 두 청춘은 어디론지 사라졌다. 힘든 할머니 수레 좀 밀어 드리려는 좋은 마음에 벼락 치듯 닥친 거절이 퍽이나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그러할진대, 당사자야 말할 수 없이 쑥스러워 다른 골목으로 피한 듯싶다. 며칠 전에 본 폐지 수레의 뒤끝이 여러 생각을 일깨운다. 남을 돕는다는 것. 그것은 이타적인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행동이다. 두 여성은 힘들어 뵈는 할머니를 잠깐이라도 돕자는 선한 동기에서 묻지도 않고 수레를 밀었을 것이다. 그런데 폐지 수레 할머니는 도움 받을 마음이 애초에 없었던 게다.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할머니는 왜 선의가 무안하도록 큰소리 거절을 했을까. 그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도움도 서로의 이해를 전제로 이뤄져야 편하다는 생각을 돌아보게 된다. 어떤 순간만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한 정책들처럼. 그 장면을 돌려보니 ‘주다’라는 말의 안팎도 다시 뵌다. 표현에 민감한 입장에서는 ‘가지도록 건네거나 베풀다’라는 뜻풀이의 ‘베풀다’도 좀 걸린다. 선물을 준다는 말은 괜찮은데 어떤 경우에는 시혜적 표현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동등한 사이에서 ‘밥 살게’ 하면 편할 것도 ‘밥 사줄게’ 하면 기분이 좀 다르게 닿는 것이다. 실제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듯한’ 말투나 태도는 젊은 층의 거부감을 부른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일찍이 집어낸 소설(김유정, ‘동백꽃’)에 무릎을 친 적이 있다. 마름 딸 점순이가 소작인 소년 ‘나’에게 감자를 주면서 “느 집엔 이거 없지?”라고 해서 호의가 더 마음 상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폐지 수레와 관련해 시선과 표현을 다시 본다. 문학에서도 어려운 타자를 연민과 동정의 대상으로 쉽게 그려온 시선의 반성이 늘었다. 복지 같은 문제 제기를 떠나 일방적인 태도나 시선에 담긴 대상화의 우려 때문이다. ‘상명하달’ 같은 위계적 태도에 대한 반발이 성찰로 이어지는 것도 이런 의식과 닿아 있다. 진심의 연민도 상대의 입장에서 깊이 살피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이해와 배려도 대등하고 평등한 마음으로. 정수자 시조시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글로벌 리더들을 발굴하는 토론마당인 ‘제12회 전국학생 글로벌경제토론대회’가 28일 일주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주대 연암관에서 열린 이번 토론대회는 경기도와 서울시, 강원도 등 전국에서 모인 학생 52명·13개 팀(팀당 4명)이 참석해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대 선별지급 △배달비 규제, 해야 하는가? △여성 임원 할당제, 타당한가? 라는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학생들은 각 주제를 두고 찬·반으로 나뉘어 구체적인 연구 통계, 사례, 정책을 논거로 제시하며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권혁성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총 6명의 심사위원이 준비성, 논리성, 팀워크, 토론자세 등을 평가 기준으로 나눠 심도 있는 심사를 했다. 그 결과, 결선에 오른 민족사관고의 ‘Non-lip-tie’ 팀과 서울 문일고 ‘미드선’ 팀이 각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국회 교육위원장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상에는 서울 문일고의 ‘아주쎈’ 팀이, 경기도지사상에 민족사관고 ‘딸기우유’ 팀, 의왕 우성고 ‘GODS1’ 팀이 수상했다. 또 의왕 우성고의 ‘김이상궁’·안양 신성고의 ‘미래의 중심’ 팀이 경기도교육감상에 이름을 올렸으며 수원 조원고 ‘화이팅 조원’·수원 삼일상업고 ‘EDU’ 팀이 인천광역시 교육감상에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와 더불어 의왕 우성고 ‘GODS2’·‘아우성’ 팀과 수원 삼일상업고 ‘늘해랑’·수원정보과학고 ‘수정과’ 팀이 각각 아주대 총장상과 수원특례시장상을 받았다. 이날 김흥식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원장은 심사평을 통해 “토론에선 발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시간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살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했다”고 말했다. 신항철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은 대회사에서 “소통과 공감의 문화적 지평을 넓히고자 마련한 전국학생 글로벌경제토론대회가 올해 12회째를 맞았다”며 “이 대회가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 갈 학생들이 차세대 경제 리더로 성장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일보가 주최하고 아주대가 주관한 이번 토론대회는 산업통상자원부, 국회교육위원회, 국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인천광역시교육청, 경기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후원했다. ■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대 선별지급 본선 무대에 오른 서울 문일고 ‘미드선’ 팀과 수원 삼일상업고 ‘EDU’ 팀은 재난지원금의 보편지급과 선별지급을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재난지원금의 보편지급이 타당하다는 ‘EDU’ 팀은 코로나19 재난은 모든 사람이 피해를 봤기 때문에 보편적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팀은 이어 선별지급이 이뤄질 시 선별에 많은 행정비용이 투입되는데다 실질적인 재산 상태를 엄밀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편지급에 반대 입장에 선 ‘미드선’ 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자영업자들의 피해 차이가 있어 재난지원금의 선별지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득이 높은 이들에겐 보편지급을 해도 소비 진작 효과가 없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갖고 더 많은 피해를 입은 이들을 두텁게 구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 배달비 규제, 해야 하는가? 민족사관고의 ‘딸기우유’ 팀과 서울 문일고 ‘아주쎈’ 팀은 ‘배달비 규제,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찬성 입장에 선 ‘딸기우유’ 팀은 높게 치솟는 배달비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부담이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딸기우유’ 팀은 한국노동연구원의 통계를 근거로 배달 3사 업체가 전체 배달 시장의 97%를 점유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자료로 ‘아주쎈’ 팀을 압박했다. 그러자 ‘아주쎈’ 팀은 배달비를 규제하면 각종 수수료가 생겨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며 ‘딸기우유’ 팀 논리에 맞섰다. 그러면서 민간 플랫폼보다 경제성 등이 높은 공공배달앱을 만들고 배달 라이더들의 보호법 제정을 통해 삶의 질을 보호해 라이더들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의견만 듣고 규제하는 것은 복잡한 시장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로, 이는 배달대행 업체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여성 임원 할당제, 타당한가? 험난한 예선·본선을 뚫고 결선 무대에서 만난 서울 문일고 ‘미드선’ 팀과 민족사관고의 ‘Non-lip-tie’ 팀은 튼튼한 논리로 무장, 한치의 양보없는 승부를 펼쳤다. 찬성 입장의 ‘미드선’ 팀은 여성 임원 할당제에 대한 법적 근거인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를 꺼내들며 논리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여성 임원 할당제가 국가의 양성 평등 의무이며, 기업에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 임원 할당제 같은 적극적 우대 정책으로 여성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면 이는 곧 국가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를 근거로 들며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 같은 지적에 ‘Non-lip-tie’ 팀은 여성 임원 할당제의 용어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맞섰다. 이들은 여성 임원 할당제에는 여성을 객체화하는 등 약자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제도는 능력이 뛰어난 남성을 배제시키는 역차별 문제를 발생시키는데다 구색 맞추기를 위해 소수 집단의 적은 수만 조직에 편입시키는 ‘토크니즘’이란 점을 제시하며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한 방안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민훈·김정규기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Non-lip-tie’ 팀 (민족사관고) “상대 공격보단 설득… 실용적 토론 눈떠” 제12회 전국학생 글로벌경제토론대회에서 치열한 예선과 본선, 결선 무대를 뚫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의 영예를 거머쥔 민족사관고의 ‘Non-lip-tie’ 팀은 2년 만에 대회 최정상 자리를 탈환했다. 2년 전 대회에서 민족사관고 ‘조선은한겨레’ 팀 수상 이후 정상에 오른 ‘Non-lip-tie’ 팀의 이상효(18)·송서진(18·여)·서연우(17·여)·엄세아 학생(17·여)은 “진짜 감격했다”라는 짧은 수상 소감으로 자축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예선 토론 주제가 ‘자사고를 폐지해야 될까 말까’였는데, 저희가 자사고를 다니고 있음에도 자사고를 폐지해야 된다는 주장에 찬성하는 토론을 했어야 했다”라며 “그러한 토론을 준비하면서 조금 더 다방면으로 생각하고, 저희의 가치관에 맞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하는 훈련을 하게 돼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민족사관고 토론동아리 RTD에서 활동한 경험이 이번 대회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서연우 학생은 “저희 토론 동아리는 승패가 분명하게 갈리는 문제로 공격적인 표현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대회에서 상대방의 주장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실용적인 토론을 처음해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상효 학생도 “그 전에는 토론을 하면 언제나 공격적인 어조로 이야기하는 성향이 있었고 기세를 눌러야 되는 게 있었다”면서 “이 대회에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내 논리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고 대회 참가 소감을 전했다. 정민훈기자 국회교육위원장상 ‘미드선’ 팀 (서울 문일고) “다양한 친구들과 이야기… 소중한 시간” 제12회 전국학생 글로벌경제토론대회에서 국회교육위원장상의 영예는 ‘여성 임원 할당제, 타당한가’란 주제로 찬성 측에서 토론한 서울 문일고 학생들로 구성된 ‘미드선’ 팀에게 돌아갔다. 올해부터 ‘MID(Moonil Intelligence Debator)’란 문일고 내 토론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열여덟살 동갑내기 ‘미드선’ 팀은 여름방학이 시작한 이달 초부터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만나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은 대회에선 찬성과 반대 중 어떤 입장에 배정될 지 미리 알 수 없어 연습과정에서 2명씩 입장을 나눠 번갈아가며 찬반 입장을 꼼꼼히 정리했던 것이 이번 수상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자평했다. 특히 ‘배달비 규제,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는 다소 최근에 불거진 논쟁이라 정립된 자료도 부족해 준비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했지만, 학교 선생님의 도움이 이를 극복하는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미드선’ 팀은 여러 상황을 다각적으로 예측해 준비한 결과 실전에서 긴장하지 않고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해 국회교육위원장상이란 성과를 거머쥐게 됐다. 조장 이현우군(18)은 “평소엔 학교란 작은 놀이터에 갇혀 있다가 큰 토론 대회에 나와 다양한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도균군(18)은 “협동을 통해 높은 곳까지 올라와 뿌듯하고 앞으로도 친구들과 토론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김정규기자 수상자 명단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Non-lip-tie(민족사관고 이상효·송서진·서연우·엄세아) △ 국회 교육위원장상 미드선(서울 문일고 이현우·김한결·임도균·조재오) △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상 아주쎈팀(서울 문일고 고정석·박세운·김정태·박규민) △ 경기도지사상 딸기우유(민족사관고 이다은·정수찬·최준영·정유찬) GODS1(의왕 우성고 김태경·김용휘·김성준·박준서) △ 경기도교육감상 김이상궁(의왕 우성고 김태희·이성빈·이호경·김연우) 미래의 중심(안양 신성고 이경회·박형주·장태하·조승규) △ 인천광역시 교육감상 화이팅 조원(수원 조원고 정현노·공지윤·이예원·심정은) EDU(수원 삼일상업고 박채희·양혜원·정은섭·정진서) △ 아주대 총장상 GODS2(의왕 우성고 오수연·최지훈·류송희·홍현기) 아우성(의왕 우성고 박민서·이규·김동건·정제영) △ 수원특례시장상 늘해랑(수원 삼일상업고 박영광·김예서·황유빈·손하경) 수정과(수원정보과학고 박수아·최유리·손해주·한소리) △ 공모전 Non-lip-tie(민족사관고 이상효·송서진·서연우·엄세아) GODS1(의왕 우성고 김태경·김용휘·김성준·박준서)
28일 오후 4시34분께 화성시 남양읍 북양리의 한 2층 규모 철물점(연면적 약 600㎡)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장비 33대와 인력 86명 등을 투입, 진화작업을 벌여 50여분 만인 오후 5시27분께 초진했다. 초진은 불길을 통제할 수 있고 연소 확대 우려가 없는 단계이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철물점과 인근 업체 관계자 등 7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를 마치는 대로 정확한 화재 발생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김기현기자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즐기는 어르신들을 위한 은빛 머리칼의 뜨거운 축제 ‘제6회 수원특례시장배 전국 실버댄스 경연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지난 27일 수원시보훈공단 보훈재활체육센터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에는 수원과 평택, 화성 등 경기지역뿐 아니라 서울 및 목포 등 전국 각지에서 40개팀 4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댄스 실력을 뽐냈다. 경기일보와 수원시댄스스포츠연맹이 주최·주관하고 수원시, 수원시의회, 탑드림 댄스슈즈, (주)넥스팜코리아, 수원 JS병원,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지부, 이강호 컬렉션이 후원한 이번 경연대회의 대상은 ‘한국 품바 문화원’에게 돌아갔다. 한국 품바 문화원은 3·4·5·6회 대회에 나서 4연패를 석권하는 기록을 세워 주변 참가팀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 품바 문화원 소속 최길순씨(62)는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서 단체로 모이기도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 최대한 시간을 내 모든 팀원들이 만나 열성적으로 이뤄낸 값진 결과”라며 “100세 시대를 맞아 오래 사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위 아줌마들이라 불리는 여성들이 모여 대회를 준비하며 자존감을 높이고 즐겁고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자 대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7회 대회에도 출사표를 던져 건재한 한국 품바 문화원의 위상을 떨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회의 단체전(포메이션)에서는 ▲대상 한국 품바 문화원 ▲의상상 실버소셜이 입상했다. 소셜 3종목 부문에서 1위 입상팀은 ▲어랑팀(일반부) ▲장년부(신사와 숙녀) ▲해스티아(실버부)가 차지했다. 댄스스포츠 라틴 부문에서는 ▲경기댄스스포츠 교사연구회(일반부) ▲썬대스 파워레이(장년부) ▲연희댄스 동아리(실버부) 방송댄스 부분 ▲댄스위드도발(일반부) 라인댄스 부문 ▲기배동주민자치센터(일반부) ▲벨라라인댄스(장년부) 훌라댄스 혼합 부문 ▲라니카이 훌라댄스(일반부)가 각각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전에서는 소셜 3종목 부문▲유정목·김명운(일반부) ▲김영충·오흥업(장년부) ▲김대현·한영순(실버부)이, 소셜 2종목 부문 ▲홍상표·김교숙(실버부)이, 훌라댄스 부문 ▲조혜경(일반부)이, ▲댄스스포츠 라틴 3종목 부문 ▲모성범·정영희(장년부·교원부)이, 댄스스포츠 모던 단종목 W 부문 ▲이태윤·최중현(일반부) ▲임종근·김교숙(실버부) ▲임종근·이경순(교원부)이, 댄스스포츠 모던 2종목 부문에서는 ▲이태윤·최중현(교원부)가 각각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개회식에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김기정 수원특례시의회 의장, 이재식 수원특례시의회 부의장, 경기일보 이순국 사장, 권영필 수원시댄스스포츠연맹 회장, 박광국 수원시체육회 회장 등 20여명의 내외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개회식 이후 본격적인 경연대회에 앞서 수원 삼일공고 학생들로 구성된 ‘이모션’(EMOTION) 댄스팀이 화려한 춤 솜씨를 선보이며 뜨거운 참가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순국 경기일보 사장은 “제6회 수원특례시장배 전국 실버댄스 경연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누구나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신체활동인 댄스를 통해 참가자들이 정신적·신체적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눈부신 은빛 청춘들의 댄스 축제를 마련해주신 신항철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님과 권영필 수원시댄스스포츠연맹 회장님을 비롯해 안전하고 쾌적한 대회를 위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신 대회 관계자 한분 한분께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찾아온 이번 대회에 변함 없는 애정과 관심으로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스포츠댄스를 향한 참가자 모두의 열정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모저모 ○…프로선수 못지않은 ‘칼군무’ 시선 집중 제6회 수원특례시장배 전국 실버댄스 경연대회 연습시간부터 실전 같은 참가자들의 춤사위에 본 경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열기 후끈 달아올라. 특히 참가자들은 프로선수 못지않은 칼군무를 선보이며 대회 시작 전부터 치열한 경쟁을 예고. 대회장 곳곳에서 마지막 리허설을 실전처럼 선보이는 이들의 열정에 관람석에서는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한국 품바 문화원, ‘대상의 기쁨’ 춤으로 만끽 4번의 참가마다 대상을 휩쓴 한국 품바 문화원 팀원들이 대회를 마치고 자신들의 땀과 열정이 녹아있는 연습장을 찾아. 팀원들은 이번 대상을 축하하는 의미로 음악 볼륨을 높이고 그동안 자신들만의 대상 기념 춤 파티를 열며 기쁨을 만끽. 특히 팀원들은 이 자리에서 제7회 수원특례시장배 전국 실버댄스 경연대회 참가를 서로 약속하며 5연패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하기도. ○…푸짐한 ‘경품 대항전’ 뜨거운 호응 이날 대회에서 참가자들을 포함해 관람객까지 참석할 기회가 주어진 경품 대항전이 본 경연대회와 맞먹을 정도로 호응도가 높아. 관절 영양제 45박스가 경품으로 걸린 경품 대항전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해 본 대회의 열기를 한층 더 끌어올려. 이날 출산이 임박한 여성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가벼운 움직임을 보이며 경품에 대한 애착(?)을 보여 자동 경품 당첨이 되는 재미난 상황이 연출되기도. 양휘모기자
어떤 사건이 사실인지 아닌지 팩트체크하는 것이 ‘사실판단’이다. 그리고 누구나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고, 무작위로 뽑은 표본의 평균은 표본이 커질수록 모집단의 평균과 가까워진다는 ‘대수의 법칙’도 누구나 인정하는 통계적 사실이다. 반면 어떤 대상이나 사건이 아름다운지, 도덕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가치판단’이다. 내가 인어 조각상을 아름답게 본다고 해서 모든 이가 똑같이 아름답게 느끼진 않는다. 대체로 비슷하겠지만, 사람마다 문화권마다 미적· 윤리적 가치의 기준과 평가는 조금씩 다르다. 과학적 ‘사실판단’과 인문학적 ‘가치판단’은 다르다. 이따금 정치인이 대중을 현혹할 때,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을 교묘히 이용한다. ‘네가 빵을 훔쳐 갔느냐 아니냐’라는 ‘사실’을 논쟁하다 갑자기 “배고픈 이를 위해 빵을 훔친 것은 착한 일이냐 아니냐”로 논쟁을 ‘가치’로 옮긴다. 훔친 것이 아니라면 배고픈 이에게 빵 주는 것은 선한 일이다. 그런데 처음 논쟁의 시작은 이쪽이 아니었다. ‘사실 논쟁’을 ‘가치논쟁’으로 슬며시 옮긴 데에 교활함이 숨어있다. 정치꾼은 연단 앞으로 나아가 착한 역할을 하는 자리를 선점한다. 착한 행동은 남에게 하라고 시키고 자신은 착한 말만 팔아 잇속을 챙긴다. 서서히 ‘네가 빵을 훔쳐 갔냐’는 사실 논쟁은 뒷전으로 가고, “배고픈 이를 위해 빵을 훔친 것이 착한 일이냐”는 가치논쟁이 앞으로 나온다. 판단의 대상이 전혀 다른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을 헷갈리게 하여 속이는 것이다. 두 영역의 판단은 따로 묻고, 따로 답해야 한다. ‘귀순 어민을 강제로 북송한 사실이 있느냐 아니냐’고 사실판단을 묻는데, 그 대답은 하지도 않고 돌연 “16명이나 죽인 흉악범을 한국민과 같이 살게 두는 것이 좋겠냐 아니면 추방하는 게 좋겠냐”며 별도의 화제로 감정을 자극하며 가치판단으로 방향을 유도한다. 게다가 흉악범이란 근거에 대한 객관적 사실 확인도 없이 우선 흉악범으로 단정한다. 그리곤 ‘흉악범이라 나쁘다’라는 주관적 가치판단을 들이댄다. ‘강제북송이냐 아니냐’를 묻는데 답은 없이 “흉악범이라 위험하다”로 질문의 본질을 왜곡하고, 심리적 압박으로 반문하는 셈이다.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은 사진이나 증거로 검증되지만, 선과 미 같은 가치는 내면적이고 주관적이어서 꺼내놓고 비교하는 게 어려우므로, 교활한 이들은 사실판단을 가치판단으로 호도해서 순박한 국민을 때때로 바보로 만든다. 이흥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지난 8일 서울 강남에서 폭우로 인해 도로와 반지하 주택의 침수로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즉각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여론을 보면 전문가적 입장이 아닌 정치적 입장에서는 긴급처방이 우선 긍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없애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생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사실 반지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 문제로 대두됐던 과제였으나, 금번과 같은 충격적인 사고가 없었다보니 늘 공약(空約)으로 겉돌았다. 이제는 반지하가 중대재해 대상 건축시설(공간)로 인식되다 보니 없애야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렇다고 당장 없앨 수는 없고, 대책 마련과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지금까지 건축시설과 관련해 발생한 다양한 중대재해 이후 급속하게 만들어진 법 제도들이 오히려 사각(死角)지대를 형성해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고, 또 다른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2014년 2월17일 경주시에서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폭설로 무너져 대학생 등 10명이 사망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특수건축물에 속하는 PEB 구조시스템(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에 샌드위치 판넬로 마감된 조립식 지붕구조였는데 설계도에 있던 지붕 H빔이 누락돼 눈하중을 지탱하지 못해 붕괴된 부실공사로 인한 사고였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대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부실공사에 대한 들끓는 국민여론에 정부는 긴급히 건축법을 개정해 기준을 강화했다. 그 당시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개정 이후 특수건축 산업이 예측하지 못했던 위기를 맞게됐다. 문제는 PEB 구조물뿐만 아니라, 스페이스 프레임·막(膜)·케이블·쉘 등을 이용한 불과 길이(Span) 1m 이하의 소규모 특수건축물도 규모에 상관없이 무조건 사전 구조심의를 받도록 된 것이다. 이는 특수건축물에 대한 설계나 시공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들의 여론잠재우기 식 성급한 법개정이었다. 그 결과, 사전 구조심의라는 제도로 시간과 비용이 증가해 건축주(발주자)는 특수건축물 설계를 기피하게 됐고, 이는 스페이스 프레임 산업체의 폐업 속출을 비롯한 관련 산업계를 붕괴시키고, 어렵게 축적한 특수기술이 사장돼 해외 경쟁국에게 국제시장마저도 빼앗기는 위기로 몰리는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가져왔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또 산업현장에서의 사망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제정한 중대재해처벌법도 오히려 로펌들만 배불리는 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도시 및 국토 개발은 계속될 것이며 이로 인한 지상, 지하, 해안가, 수중 개발로 사회기반시설과 건축시설물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또한 지속되는 극심한 기후 변화로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도 늘어날 것이다. 국민 안전을 법제도는 재해나 사고 발생에 따른 여론 잠재우기식 정치적 관점에서의 법제도 제정 및 강화라는 단면성뿐만 아니라, 시행 후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 방지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만들어져야 한다. 이제는 정부와 전문가는 그동안 경험한 많은 재해와 사고를 통해 향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재해와 사고를 선제적으로 찾아내 사람 안전, 기술 안전, 시설 안전 차원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법제도를 선진화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사소한 사고, 하자가 결국은 대형 재해로 이어지므로 이에 대한 세심한 관리와 필요한 법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국민을 위한 안전 기술 제도의 제정과 강화는 규제가 아니다. 금번의 반지하 대책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국민의 안전과 복리 증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세워지기를 소망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자본시장에서 투자의사결정에 비재무적인 요소인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이슈를 반영하자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과 주목이 급증했다. 이러한 관심은 ESG 평가와 ESG 성과를 보고(Reporting) 하는 비재무보고서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인 GRI 표준(GRI Standards)을 제공하고 있는 국제기구이다. 2000년 이래로 전 세계 수천 개의 기업과 기관들은 GRI 표준을 활용하여 지속 가능성 보고서(ESG 보고서, CSR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보고의 목적은 경제, 환경, 사람에 대한 중대한 영향(Significant impacts on the economy, environment, and people)과 영향을 관리하는 방법을 이해 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보고서, 수준 높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GRI 표준은 조직이 중대한 영향을 식별하고, 이것을 우선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GRI 표준에서 제시하는 중대한 영향 결정 4단계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단계는 조직의 활동 및 비즈니스 관계, 지속 가능성 맥락, 이해관계자 등에 대한 개요를 작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실제적 혹은 잠재적 영향이 무엇인지 식별하는 것이다. 영향은 부정적인 영향과 긍정적인 영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영향 식별을 위해 조직은 경영 시스템 운영 결과, 뉴스 등 외부 정보, 전문가의 의견 등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식별된 영향의 중대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영향의 중대성 평가에는 정량적·정성적 분석이 포함된다. 중대성은 조직의 다른 영향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온실가스 배출 영향을 조직 내 다른 영향과 비교해야 하는데,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교하게 되면 중요하지 않다는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네 번째 단계는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보고할 중요 주제(Material Topics)를 결정하기 위해 조직은 중대성에 따라 영향의 순위를 지정해야 한다. 결정된 중요 주제는 보고서의 독자나 전문가와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조직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승인 절차를 통해 확정한다. 조직이 이런 프로세스에 따라 중요 주제를 우선적으로 보고하는 것은 결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긍정적으로 기여(Contributions) 할 수 있는 방법과 전략을 조직이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우리 사회가 바라는 수준 높은 ESG 보고서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신한대 ESG혁신단장
유난히 무덥고 비가 많이 내린 올해 여름도 이제 입추와 처서를 지나면서 완연히 가을을 예고하고 있다. 자연의 시계는 어김없이 쌀 수확의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알게 한다. 불과 한 세대 전 만해도 쌀이 떨어지고 보리가 수확될 때까지 보릿고개라는 단어가 일상이었으나 벼 품종과 재배기술 향상을 통해 많은 나라들이 가뭄과 전쟁 속에서 식량난에 허덕일 때도 우리나라는 쌀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해마다 쌀의 재고 증가와 과잉 생산을 걱정하는 단계에 와있다. 연이은 풍년 속에서 쌀 소비는 줄어들면서 가격은 떨어지고 재고량이 쌓여가고 있다. 도의 쌀 재고량은 7월 말 기준으로 전년도에 비해 117% 증가한 5만1천800t인데 현재 판매 속도라면 올해 말이 되어서도 재고가 남는 지역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쌀값 또한 2021년 12월 7만3천400원이었던 경기미 20㎏ 평균 소매가격이 올해 7월 말 기준 6만2천500원으로 떨어졌다. 역사 속 이야기이지만 지금의 쌀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효녀 심청이는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바다로 떠났다. 쌀 한석을 요즘 무게 단위로 환산하면 134㎏ 정도 된다. 쌀 20㎏ 한 포대의 값을 5만원 정도로 계산해보면 1석은 33만5천원 정도 되고, 300석은 1억50만원이 된다. 한 사람의 목숨이 과연 이 가격일까. 조선시대 경국전에 보면 영의정은 연봉(녹봉) 100석 정도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마저도 조선 후기로 갈수록 녹봉의 양은 작아진다고 하는데 100석이면 3천350만원이다. 영의정의 연봉이 이 수준이면 적당한가. 쌀의 가격은 얼마로 하는 것이 맞나. 쌀의 영향력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쌀의 영향력과 파괴력은 매우 크다. 여전히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쌀의 생산량과 가격에 따라 농민, 미장원, 식당, 마트 등으로 지역의 살림살이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쌀 생산과 소비에 대한 성적표는 나라의 안정과 번영에도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더군다나 기후 온난화가 심화되고, 특히 코로나로 인해 쌀 수출금지를 선언하는 나라가 생기고 러-우 전쟁 등으로 인해 먹거리 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쌀은 개인과 지역 살림에 큰 위협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쌀은 지방자치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지방쌀치’다. 경기도는 민선 8기에 들어서서 비상경제 상황 하에 있는 농어업인과 도민의 삶의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여 가격이 폭등한 농어업용 면세유와 비료에 대한 긴급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추석, 김장철을 포함해 연말까지 도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특히 쌀을 구매할 때 대폭 할인된 금액에 구입할 수 있도록 234억원의 예산도 추경으로 마련했다. 이와 함께 쌀의 생산과 소비 전반에 걸쳐 임시방편식이 아닌 경기도 상황에 맞는 입체적인 대응책도 준비하고 있다. 쌀은 그만큼 중요하다. ‘지방쌀치’다. 김충범 경기도 농정해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