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렸다 하면… 철없는 감기

빈번하게 걸리고 증상이 약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질환이 있다. 바로 감기다. 통상적으로 성인은 1년에 2~4회, 소아는 6~8회가량 감기에 걸리는 것으로 집계된다. 감기는 가을, 겨울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여름이라고 감기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실내외 온도차로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감기 바이러스에 취약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증상이 약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만성 기침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감기는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급성 상기도(비강부터 후두까지의 부위) 감염을 말한다. 계절에 따라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다르고 감기 원인 바이러스는 200여 가지로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급성기 질환으로 감기 원인의 대표적인 바이러스에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등이 있다. 잠복기는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다양하지만 보통 감기에 걸린 지 1~3일째에 가장 심한 증상을 보이고 7~10일 정도 증상이 지속되기도 한다. 주요 증상은 기침, 인후통, 콧물, 두통, 발열 등이다. 발열은 유아에게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 감기는 대부분 증상이 대체로 약하며 임상만으로도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증상에 따라 부비동염, 폐렴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지속해서 콧물이 나거나 한쪽 콧구멍에서만 콧물이 흐를 때, 화농성 콧물이 나오는 경우, 고열이 지속되거나 기침이 만성으로 지속된다면 반드시 흉부촬영, 부비동 CT 검사를 받도록 한다. 감기의 증상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낫는다. 바이러스가 원인이므로 항생제를 권하지 않는다. 또한 실내가 건조하지 않도록 습도 조절에 신경 쓰고 충분한 수분 및 영양 섭취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실내외 큰 온도차’를 유의해야 한다. 실내외 온도차가 5도 이상인 환경에 자주 노출되면 몸이 적응하지 못해 두통, 오한,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환기까지 제대로 안 하면 실내 습도가 낮게 유지되면서 호흡기가 건조해지고 기관지가 예민해져 인후통, 기침, 콧물 등이 발생한다. 환기를 자주 시켜 공기가 청결하고 건조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도지부 관계자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다양해 예방하는 백신이나 적절한 약제는 개발되지 않았다”면서 “일상생활에서 감기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 바이러스는 손에 의해 전파돼 점막을 통해 전염되므로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재채기나 기침을 하는 경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자연기자

[건강칼럼] 우울해서 한 잔? 술 도피처로 안돼

술은 우울과 불안 증세를 악화시킬 뿐 치료제나 피난처가 절대 될 수 없다. 기분장애를 겪고 있을수록 음주 습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2015~2021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자살 사망자 801명 중 32%가 사망 당시 음주 상태였고 19.9%는 파악이 안되기 때문에 음주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대다수가 알코올 사용 장애와 같은 ‘물질 사용 장애’와 우울, 불안, 강박 장애 등 ‘정신 건강 문제’를 동시에 가진 ‘이중 진단’으로 분류된다. 기분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힘들고 버거운 감정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대신 다른 물질이나 관계, 특히 알코올 뒤로 숨게 되는 경우가 흔한데 알코올이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이 감정을 왜곡하면서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기분장애와 알코올 사용 장애의 상관관계는 오래전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경제적 문제에 직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기분장애와 알코올 문제를 동시에 겪거나 급격하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 간 자살사고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심리부검에서도 사망자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사업 난 심화, 부채 규모 증가로 인해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거나 오래전부터 도박과 알코올로 인한 빚 문제로 가족 갈등을 겪고 있던 중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로 다시 도박 및 음주 사용이 증가하면서 가족관계가 악화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환자들이 우울이나 불안으로부터 오는 슬픔과 무기력함, 외로움, 자살 충동 등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한다. 일시적으로는 술이 이러한 증상을 완화시켜주고 자신감을 주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술은 우울이나 불안 장애로 인해 겪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더 극대화하거나 술로 인해 겪게 되는 갈등과 경제적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더욱 높은 불안의 상황을 직면하게 할 뿐이다. 또한 알코올을 섭취하면 혈액 내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농도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울증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미 세로토닌 농도가 낮아진 상태라면 알코올 섭취로 인한 세로토닌 기능 저하는 우울감을 키울 뿐인 것이다. 우울하다는 이유로 술을 습관적으로 마시고 있다면 술은 절대 우울·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도피처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하고 술로 도망치며 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술로 인해 망가진 몸 뿐 아니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는 것에 집중하고 치료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보라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운동 중 ‘뚝’ 소리… 무릎 십자인대 조심하세요

운동 중 무릎에서 ‘뚝’하는 소리가 나고 통증이 느껴지다면 무릎 부상인 전방십자인대파열일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코미디언 박나래씨에 이어 홍윤화씨도 전방십자인대파열로 무릎 수술을 했다고 전했다. 방송 촬영 중 춤을 추고 씨름을 하다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무릎 부상 중 전방십자인대의 손상은 반월상연골판 파열과 더불어 흔하게 겪는 스포츠 부상 중 하나다. 무릎 십자인대는 관절 안에서 전방, 후방 두 개의 인대가 열십자(十)로 교차하여 이뤄져 있어 십자인대라고 부른다. 주로 걷기, 뛰기 쪼그려 앉기 등의 무릎 관절의 움직임에서 안정성을 제공한다. 무릎 관절은 구조 자체가 매우 불안정 하고 외부 충격에 손상받기 쉬운 위치에 있다. 교통사고 등 강한 외력이 발생하거나 운동 중 부상을 당하기 쉬운데 전방십자인대는 후방십자인대보다 손상의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는 운동하는 스포츠 선수들이 부상을 많이 겪었지만 최근엔 일반인들의 다양한 스포츠 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스포츠 손상 환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허동범 연세스타병원장은 “전방십자인대가 급성으로 파열된 초기에는 반드시 무릎의 휴식을 취해야 한다. 찜질과 압박붕대를 하면 부종이 감소하고,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가라앉는데 이때 증상이 줄어들었다고 방치하다간 계속된 무릎 구조 불안정으로 연골판 및 다른 조직들의 손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면서 “십자인대 손상이 의심되면 반드시 정형외과를 방문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파열이 경미한 경우 치료는 주사 치료나 약물 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먼저 고려하거나, 개인의 상태에 따라 보조기 착용과 석고 고정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방십자인대가 완전 파열되었거나 50%이상 파열되어 무릎이 불안정하다고 진단되면 재건술을 시행하게 된다. 허 병원장은 “인대의 손상은 수술이 끝이 아니다. 재건술 후에는 반드시 약 6주간 무릎관절 보조기를 사용하여 단계적으로 점차 각도를 늘리면서 굴곡 각도를 조금씩 늘려야 한다”면서 “수술 후 초기에는 인대의 강도가 약해지므로 무릎 상태에 따라 무릎 주변 근력 강화 운동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자연기자

[사설] 인천e음‚ 정치·행정·지역경제의 복합 과제다

가입·사용자가 어느새 260만명으로 늘었다는 인천e음카드는 지금 인천의 중대 화두다. 이대로 가기에는 예산부담이 너무 큰 것이 문제다. 환급액 비율과 사용 한도액 조정 등이 과제로 떠올랐다. 시민들은 사용액의 10%를 되돌려 받는 것에 익숙해 있다. 이를 칼질해야 하니 쉬운 문제가 아니다. 모처럼 뿌리 내린 인천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걱정도 있다. 이에 22일에는 인천언론인클럽 주관의 시민 토론회까지 열렸다. 인천의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문제다. 전국 230여 개 지역화폐 중에서도 인천e음카드는 여러 면에서 돋보였다. 우선 87%에 육박하는 시민 참여도다. 평가가 갈리기는 하지만, 지역경제 파급효과나 콘텐츠 활성화 정도도 타 지역과 비교된다. 쓸 때마다 환급액을 적립해주는 후불식이라 확장세를 이어왔다. 출시하자마자 발행액이 급증하더니 지난해에는 4조원을 넘어섰다. 전국 230여 지역화폐의 총 발행액(2016~2021년)이 20조원인데 이 중 인천시가 그 절반인 10조원을 차지할 정도다. 인천e음은 10%(사용한도 50만원)이던 환급액 비율을 지난달부터 5%(사용한도 30만원)로 줄였다. 시민들이 받는 혜택이 5만원에서 1만5천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올해 해당 예산 2천427억원을 거의 소진해서다. “별로네요” 하는 시민들 불만이 바로 나왔다. 이에 인천시는 상생 환급액 제도, 저소득층 환급 수혜 증대, 주유소·학원·병원 사용 제한 등 여러 카드를 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e음은 정치, 행정, 지역경제 3개 관점에서 냉철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보편복지라는 점에서 인천e음은 엄연히 정치적 테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논쟁이 일었다. “삼성가 손자들 점심에도 세금을 쓰느냐”고 했다. 지금 어떤가.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복지다. 시민, 특히 유권자들은 이런 문제에 있어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정치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다. 예산 부담이 너무 과하다는 행정적 측면은 어떤가. 시민들에게는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주의로 비칠 수도 있다. 시민 세금으로 한 해 십수조원의 예산을 운영하는 인천시정부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가장 현실적인 판단 조건이 될 것이다. 인천e음 덕분에 소상공인들 매출은 크게 늘고 마트 등은 줄었다는 분석이 있다. 과대 포장도, 평가 절하도 말고 다시 한번 엄밀히 따져 볼 일이다. 그래야 인천e음의 값어치를 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설] ‘동물학대보호 주장자’의 또 다른 동물학대/‘신고 들어왔다’면서 마구잡이로 침입·강탈

논평에 앞서 분명히 구분할 것이 있다. 대다수 동물보호단체는 노고가 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만 1천만명이다. 국민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학대는 여전히 사회문제다.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다 관리하기 어렵다. 공권력의 한계를 보충하는 사회적 체제가 필요하다. 이걸 동물보호단체가 하고 있다. 관련법이 동물보호의 관리 주체로 경찰·지자체 외 동물보호단체로 규정해 놓은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이들의 역할은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우리가 지적하는 것은 이 범위를 일탈한 단체 또는 개인이다. 이해를 돕게 할 실제 사례를 본보가 제시했다. 60대 후반 반려견주가 알려온 내용이다. 최근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찾아 왔다. 동물보호단체에서 나왔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동물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며 집에 들어왔다. “학대와 동물보호법 위반 정황이 포착됐다. 개를 넘겨주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윽박질렀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요구했다. 결국 개들을 모두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 욕설 등이 오갔다고 한다. 반려견주는 지금도 반발하고 있다. “개를 가족처럼 키웠다...(억울해서) 고소를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여주에 사는 또 다른 70대 반려견주의 사연도 있다. 몇 달 전, 동물보호단체 회원을 주장하는 이들이 들이닥쳤다. 동물을 촬영한 뒤 반려견을 데리고 갔다. 동물보호시설로 간다고 일방 통보만 했다. 이 동물보호단체에 입장을 들었다. 제보를 받아 찾아간 것이라며 ‘매뉴얼대로 진행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재산의 개념으로 보면 안 된다. 그렇다고 반려동물에 대한 사적 소유권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다. 엄격한 규정과 절차에 의해야 한다. 소속 단체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행위자들의 신원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접수됐다는 동물학대 신고 내용도 충분히 고지해야 한다. 반려견주의 해명 또는 방어권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절차다. 사람 구속에도 미란다 원칙이 있듯이 반려견 포획 또는 반출에도 방어권은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 충격적인 얘기까지 있다. 후원금 모금을 목적으로 강제 반출 행위를 한다는 제보다.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국내 유명 동물보호단체 대표의 말이 있다. ‘후원금을 목적으로 불법 행위를 자행하는 단체는 극히 일부다.’ 그의 표현을 빌리더라도 그런 단체와 행위자들이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런 단체나 회원은 절대 없고, 있을 수 없다’고 해야 옳은 것 아닌가. 이걸 경찰 또는 지자체도 알고 있나. 차제에 진지하게 따져 볼 일이다. 현실을 몰랐다면 직무태만, 알았다면 방조다. 반려견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 행위일 수 있다. 반려견주 재산에 대한 강탈일 수 있다. 학대를 매개로 돈을 벌려는 또 다른 동물 학대일 수 있다. 선의의 동물보호단체와 회원들을 위해서라도 뿌리를 뽑아야 한다. 경찰의 엄격한 수사, 법원의 엄벌을 요구한다.

[지지대] ‘모래주머니’ 규제

규제 개혁은 역대 정부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핵심 과제다. 불필요한 규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대중 정부는 ‘규제 기요틴(단두대) 제도’를, 노무현 정부는 ‘규제 총량제’를 도입했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고, 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쳐부숴야 할 원수’, ‘암 덩어리’, ‘손톱 밑 가시’에 비유하며 단호함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도 ‘붉은 깃발’을 언급하며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규제 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했지만 말만 요란했다. 국회 입법 실패, 관료사회의 경직성, 이해 당사자의 반발 등으로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도 규제를 철폐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기업의 해외시장 도전을 ‘국가대표’에 빗댄 뒤 “(지금까지는) 모래주머니 달고 메달 따오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비유했다. 취임 후에도 “우리 기업이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뛰기 어렵다”면서 과감한 규제 철폐를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제 자유도는 선진 경제권 중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에서 발표하는 경제 자유도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 자유도(75.4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2위였다. 경제 자유도가 높을수록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 삶의 질도 향상된다. 한국의 경제 자유도가 낮다면 민간경제를 제약하는 정부 개입이나 규제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지난 17일 열린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130여명의 중소기업 대표들이 “모래주머니는 전혀 줄지 않았다”고 한목소리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중소기업계는 229건의 규제 해소 과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최근 기업 경영활동에 걸림이 된다는 지적을 받는 ‘모래주머니’ 규제 120건을 발굴해 정부에 개선을 건의했다. 윤석열 정부에선 규제개혁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경제프리즘] ‘코로나 재유행’ 조기 극복 위한 노력

최근 코로나 재유행에 대한 신규 환자 수에 대한 예측이 부정확하다는 비난에 대해 확진자 수를 정확하게 맞히는 것은 어렵다는 질병청의 설명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복잡한 시스템의 미래 상황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많은 입력 변수가 사용되어야 하며, 특히 중장기 예측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입력 변수들의 변화 가능성까지 반영해서 예측해야 하므로 정확하게 목표 수치를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양한 수리 예측 모델을 이용하고 각 모델에서 다양한 입력 요인들을 적용하여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려는 여러 연구가 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또한, 각 기관에서는 다른 예측 모델의 추정값을 인용하기 때문에 이번 재유행의 정점에서의 확진자 수에 대한 예측이 최소 약 13만 명에서 최대 약 33만 명으로 차이가 크게 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언론 등의 기관에서는 각 수리 예측 모델마다 측정된 오류값을 기준으로 예측 정확도가 높은 예측 모델의 예측값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에서는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예측 오류를 최소화하는 예측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예측값을 제시할 때는 하나의 값을 제시하기보다는 최소값과 최대값, 그리고 각 값의 발생 가능성(예측 신뢰도)도 함께 제시해 목적에 맞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코로나 재유행 상황에 맞는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정부 당국에서는 휴가, 광복절 연휴, 그리고 학교 개학 등이 있는 8월의 말에 재유행의 정점이 올 수 있음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통해 피해 없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어 코로나의 전파력이 높고, 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 감염자의 56%가 감염을 자각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코로나를 전파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 때 요즘 확진자 수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는 코로나 위중증 환자 수 및 사망자 수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재유행의 국면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모든 국민들은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오미크론이 노약자 및 질병 취약 계층에게 전달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본인의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주변의 확진자를 접촉한 경우에는 신속하게 자가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자가 진단으로 양성이 나온 경우에는 바로 지정 의료기관에서 신속 검사 및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자기 주도적이고 체계적인 검사를 실시해야만 자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바이러스를 주변에 퍼트리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자기 주도적인 검사와 주변 보호적인 대처 방안이 지속되어야만 바이러스 생산지수를 낮춰 코로나의 발생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일상을 만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김유성 인하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

[정재철 칼럼] 사과하는 경제학자와 그렇지 않은 경제학자

경제학자란 경제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생활해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여러 가지의 경제현상을 연구하고 이론을 만들어 후학들에게 가르치기도 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자기 지식을 토대로 제안하기도 하며 때로는 평가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장래의 경제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예측도 한다. 경제현상들은 너무나 복잡할 뿐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변화무쌍하게 움직이고 있어 설사 어떤 경제이론에 기초한 경제정책을 강구한다 해도 제대로 실효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경제 예측은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바 있는 폴 크루그먼 교수가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책으로 마련한 1조9천억 달러(약 2천498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에도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었는데 실제로는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에 빠져들어(6월 현재 9.1% 급등) 그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러자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예측이 틀린 것에 대해 반성문을 써 공개사과를 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인데 공개사과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거나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노벨상을 받기까지 한 경제학계에 비중 있는 인물의 경제예측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장래를 잘 내다보지 않고서는 경제활동을 제대로 해나가기가 어렵다. 따라서 경제인이나 일반국민들은 장래의 경제상황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계에 비중있는 인물의 경제예측은 국민들과 경제인들의 경제활동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의 말을 믿고 행동한 사람들 가운데는 이득을 보지 못했거나 손실을 본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폴 크루그먼의 공개사과는 양식 있는 그리고 양심적인 학자의 태도였다고 하겠다. 경제학자들도 신이 아니므로 얼마든지 오판을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오판의 예로는 카를 마르크스를 들 수 있다. 마르크스는 유명한 그의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망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그런데 그의 자본론을 따른 사회주의 국가들은 80년을 지탱하지 못하고 지구상에서 다 멸망하고 오로지 북한만이 아직도 그를 추종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1883년에 사망했으니 사과를 받을 길이 없다.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경제학자들의 대표적인 오판은 1960년대 말에 뜨겁게 불붙은 매판자본론과 종속이론이었다. 이들 이론을 내세웠던 학자들은 외국자본과 기술을 도입해 경제발전을 도모하려 해도 결국 선진국 자본에 예속 내지 종속됨으로써 국가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며 결국 변방경제로 전락할 뿐 중심국가는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따르지 않은 우리 경제는 경제 규모와 무역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도달했고 중심국은 물론 선진국으로 진입했으니 그들의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우리 기업들의 2000년 이후의 해외투자는 무려 689조원에 달하며 미국 대통령마저 우리 기업들에게 대미투자를 애원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자본수입국에서 어엿한 자본수출국으로 변모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편 학자들은 사과는커녕 입을 다물고 있다. 또한 최근에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했던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5년간 시험했던 소득주도성장은 처참한 결과만을 남겼다. 과격 강성노조와 지나친 규제 등으로 기업들이 국내투자는 기피하고 해외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판에 정부가 돈을 쏟아붓는다고 경제가 좋아질 리 없다. 시험이 실패했는데도 잘못했다고 사과하지 않는다. 우리 학계의 이런 풍토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정재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천자춘추] 칭찬은 고래처럼 수명도 길다

당신 또한 칭찬이나 지지의 마술을 경험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희미한 연필 글씨처럼 별것도 아닌 그 반응이 왜 이렇게 오래 가는지, 모를 일이다. 그 일은 한 마음 공부터에서 일어났다. 열흘 동안 하루 열시간 정도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자신의 내면만을 바라보기로 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개중에는 소위, 고참 서너 명이 주방 일을 도맡아서 ‘봉사’를 한다. 봉사자들은 남들보다 두 시간 먼저 일어나고 한 시간 늦게 자면서 40여 명의 식사를 열 하루 동안 챙겨야 한다. 나는 그 봉사자의 일원이었다. 그런데 수행 기간 열흘 중 닷새째 되던 날, 주방 한편에서 네 사람이 삭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십대 중반 여자가 상대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남기우씨, 죽을 휘젓다 말고 번번이 사라져버리면 어떡해요. 죽이 눌어붙는다고 몇번이나 말했잖아요. 오늘 아침도 새까맣게 눌어붙은 거 보셨죠!” 눈총을 받고 있는 상대는 이십 대 중반쯤 돼 보이고 낯빛이 희멀건 청년이었다. 그가 말했다. “저한테는 죽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외국인들 안내가 더 중요합니다. 죽이야 좀 타면 어떻고 부족하면 어떻습니까!” 누군가 받아쳤다. “좋아요, 앞으로 기우씨는 외국인 안내만 해주세요. 다른 일 안 맡길 게요”. 그가 말했다. “아닙니다. 처음부터 난 주방 일도 돕기로 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죽도 해야겠습니다”. 육십대 여자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정말, 젊은 사람이 말귀도 꽉 막혔네”. 나는 조용히 의자를 당겨서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사실, 나 또한 남기우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면서 압정에 찔린 듯 화가 난 적이 있었다. 남기우는 탁자 바닥에 시선을 내리깔고 무슨 말이 오든 받아칠 기세로 보였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내가 말했다. “기우 씨가 외국인들 도와주는 건 우리로서는 대체 불가의 큰일이에요”. 그런 후, 계속 말을 이어갈 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남기우가 고개를 쳐들었다. 그의 가지런한 윗니가 반짝였다. 그는 나를 향해 오른손 엄지를 튕겨 올렸다. 엄지 척!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어리바리한 웃음을 지었다. 남기우가 말했다. “여기 와서 제가 처음 듣는 칭찬입니다”. 아, 칭찬! 내가 저 친구를 칭찬했던가? 어쨌든 그의 엄지 척! 한판에 나 또한 긴장이 확 풀렸다. 헤실헤실 웃음이 났다. 이 웃음이 남은 세 사람에게 퍼져가고 있음을 나는 눈으로 보고 있는 듯했다. 시도 때도 없이 업데이트되는 스마트 폰처럼 남기우가 날린 엄지 척!은 그 상황을 돌변시킨 신호탄이었다. 뿐만 아니라 3년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그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김성수 한국글쓰기명상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