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슈 &현장을 가다] 과천시 ‘화훼산업 부활’ 올인

과천시는 관악산과 청계산에 둘러싸인 인구 7만명의 작은 도시로, 도심 속 전원도시로 정평이 나 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이렇다 할 산업단지가 없어 경제적 성장이 둔화한 도시에 속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천시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사업이 바로 화훼산업이다. 과천은 서울 근교라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지난 1980년대부터 화훼인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과천시 면적 중 80%가 개발제한구역이어서 화훼인들은 정상적인 건물 대신 비닐하우스를 지어 소규모로 꽃과 나무, 자재 등을 판매해 왔다. 이렇게 화훼인들이 모여 2000년대 1천여 명이 넘을 정도로 급성장을 이뤘다. 과천 화훼산업은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화훼시장 기초를 세웠고, 전국 화훼유통의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초화류는 전국 생산량 중 65%를 과천지역에서 생산할 정도다. 하지만 과천 화훼생산 부지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개발 대상지로 지목되며 화훼농가를 위기에 빠트렸다. 지난 2011년 과천시 갈현동과 문원동 일부가 과천지식정보타운 지구로 지정돼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며, 박근혜 정부 때는 과천시 주암동이 뉴스테이지구(과천 주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지구)로, 지난 2019년에는 과천시 과천동이 3기 신도시지구로 지정돼 토지보상이 진행되고 있다.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과천 화훼종합유통센터 과천지역 3개 택지개발로 인해 과천 화훼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과천지역에서 꽃 재배를 해 왔던 1천여 명의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됐고, 화훼농민들은 정부의 택지개발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며 과천시에 대책을 호소했다. 과천시는 화훼산업 붕괴를 막아야 한다며 지난 2010년부터 과천 화훼종합유통센터 건립을 구상해 왔다. 과천시는 과천동 일대에 경매와 소매 기능을 강화하는 화훼종합유통센터를 건립키로 하고, 사업 타당성 용역 등을 거쳐 삼성물산을 우선사업대상자로 선정하는 등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2013년 사업계약을 앞둔 삼성물산이 계약을 포기하는 바람에 과천 화훼종합유통센터 건립 사업은 장기간 표류해 왔다. 사업추진이 장기간 중단돼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 희망의 불씨를 살린 것이 바로 주암지구 개발이다. 정부가 지난 2016년 과천시 주암동을 뉴스테이지구로 지정, 택지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시 과천 화훼유통센터 건립사업이 재점화된 것이다. ■과천, 꽃으로 다시 피어나다 LH는 과천 주암지구 내 4만 5천985㎡ 부지에 15층 규모의 과천 화훼종합유통센터를 건립키로 했다. 이곳에는 약 800개의 도소매 판매시설과 문화 및 집회시설, 연구소, 업무시설, 식물관련 시설 등이 들어서는데, 규모는 서울 코엑스보다 큰 규모이다. 과천시와 LH는 화훼유통센터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화훼산업 재정착을 위한 민관공 협의체를 구성해 사업방향과 운영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과천지역 화훼인들도 화훼산업과 화훼문화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 ㈔한국화훼산업진흥협회를 출범시켜 지속가능한 화훼의 생산, 유통, 이용에 관한 정책제안, 국제교류와 연수 프로그램 개발 등 화훼사업 추진에 나섰다. 또, 화훼 생산자의 경영안정과 생산 고도화, 화훼가공, 유통의 질적 다양화, 화훼 수출 지원, 조경분야 연구개발 등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협회는 과천시가 우리나라의 화훼도시의 허브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과천 화훼종합유통센터가 과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화훼유통센터는 aT센터와 강남코벤트, 남대문 등을 들 수 있는데 현재 이곳은 시설의 낙후 뿐만 아니라 도소매 기능에 머물러 있다며 과천 화훼종합유통센터는 화훼유통은 물론 생활용품, 애완용품, DIY 가구 등 복합쇼핑몰 기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 화훼산업의 문제점은 국내 화훼 소비기반 미흡과 전 근대적인 유통구조, 수출증가세 둔화, 높은 해외 품종 의존도 등을 들 수 있다며 과천화훼종합유통센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와 일본처럼 포장-경매-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원 스텝 서비스와 화훼공원 조성, 화훼R&D단지 기능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훼농민들은 화훼종합유통센터 건립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유통센터의 높은 분양가에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현재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LH는 유통센터의 전체 시설을 분양할지, 일부만 분양하고 나머지는 임대할 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감안하면 화훼농민들이 예상했던 분양가보다는 더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택지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화훼농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분양가와 임대료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협회는 과천지역 화훼농민들이 유통센터에 입주할 수 있도록 민관 공 협의회를 통해 과천 화훼센터 건립과 운영관리 방안 등을 협의해 나갈 것이며, 유통센터 관리 부분은 LH보다는 민간업체에서 관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었다. ■[인터뷰]김종천 시장 화훼 산업은 미래 성장동력, 행정지원 아끼지 않겠다 김종천 과천시장 -과천 화훼산업 붕괴 대책으로 화훼종합유통센터가 건립되는데. ▲2019년 LH가 과천 화훼유통복합센터 타당성 검토와 사업화 전략 수립용역을 통해 밑그림을 그렸으며, 또,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사업시행자인 LH와 다양한 방안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시는 화훼 종합유통센터 건립 전까지 사업 연속성을 위한 임시 판매시설이나, 생산자 이주단지 마련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유통센터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화훼인 재정착을 높이기 위해 LH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과천시는 앞으로 적정 분양가나 임대료 책정을 위해 화훼산업 재정착 전략방안에 대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용역 결과에 따라 화훼인들이 유통센터에 입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 -과천시의 화훼산업 발전 방향은 ▲화훼산업은 과천의 미래 성장 동력이다. 따라서 화훼센터가 스마트 팜, 바이오, 제약, 헬스케어, 가든센터, 유기농 F&B 등 신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과천=김형표기자

정재원‧이승훈,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銀‧銅 ‘쾌거’

정재원(21‧의정부시청)과 이승훈(33‧IHQ)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서 나란히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정재원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서 7분47초18의 기록으로 바르트 스빙스(스위스‧7분47초11)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해 스프린트 포인트 40점을 챙기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총 16바퀴를 뛰는 매스스타트는 4바퀴, 8바퀴, 12바퀴를 13위로 통과하는 선수들에게 각각 스프린트 포인트 3, 2, 1점을 차례로 부여하고 결승선에서는 1위 60점, 2위 40점, 3위 20점, 4위 10점, 5위 6점, 6위 3점을 준다. 이로써 정재원은 지난 2018년 평창 대회 팀추월 은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안았다. 정재원에 이어 결승선을 통과한 이승훈은 7분47초20의 기록으로 스프린트 포인트 20점을 획득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 2018년 평창 대회 금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메달을 수확했다. 아울러 이승훈은 올림픽 무대서 금 2, 은 3,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진종오(사격‧금 4, 은 2), 김수녕(양궁‧금 4 은 1 동 1)과 더불어 한국선수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두 선수는 레이스 초반 다른 선수들 틈에서 힘을 비축했고,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가 갑자기 속력을 올리는 변칙 작전을 펼치면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곧바로 속력을 내 따라잡았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놓은 상황서 정재원이 선수들 틈을 비집고 침투하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이승훈도 마지막 바퀴 첫 번째 곡선주로서 선두에 올라섰지만 아쉽게 3위에 그쳤다. 한편, 여자부서는 김보름(29‧강원도청)이8분16초15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5위로 통과했다. 지난 2018년 평창 대회 은메달의 기세를 이어가진 못했지만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대회를 마감했다. 권재민기자

‘무고사 버저비터골’ 인천, 4천376일만의 개막전 승리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가 수적 우세와 주전 공격수 스테판 무고사의 버저비터골에 힘입어 홈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인천은 19일 인천축구전용구장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홈개막전서 후반 추가 시간 무고사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대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인천은 지난 2010년 전남전 승리 이후 12년만에 개막전 승리를 맛봤다. 아울러 10년전 홈 구장인 인천축구전용구장(숭의아레나) 개장 첫 경기서 0대2 패배를 안긴 수원에 개장 10주년 경기서 1대0 승리로 설욕해 의미를 더했다. 5천382명의 관중이 입장한 가운데 열린 이날 경기서 수원은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미드필더 엘비스 사리치가 전반 5분만에 최성근과 교체되는 불운을 겪었다. 이어 2분 뒤엔 상대 진영 오른쪽서 올라온 크로스를 김건희가 오버헤드킥 하는 과정서 인천 수비수 강민수의 얼굴을 걷어차 VAR 판독 끝에 퇴장당했다. 수적 우세를 안은 인천은 강민수 대신 김준엽을 투입했고 수원 골문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전반 19분 김보섭이 오른쪽서 올린 컷백을 무고사가 뒤로 내줬고, 여름의 중거리슛이 골문을 스쳐지나가며 수원 골문을 위협했다. 이어 전반 36분에는 상대 진영 오른쪽서 올라온 크로스를 김도혁이 헤더로 연결한 것을무고사가 회심의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했지만 공이 골대를 맞고 나갔다. 수원은 전반 추가시간 이기제가 페널티박스 오른쪽 앞에서 때린 프리킥이 인천 골키퍼 김동헌의 정면으로 향한 장면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인천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강윤구를 빼고 송시우를 투입해 공격진에 속도를 불어넣었다. 이후 후반 13분 김동민의 크로스를 무고사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수원 골키퍼 양형모의 선방에 막혔다. 반격에 나선 수원은 후반 18분 이기제의 코너킥을 오현규가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라인 통과 직전에 인천 수비가 걷어냈고, 이어진 민상기의 중거리슛이 골문을 아쉽게 벗어난 이후 이렇다할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인천은 후반 29분 이명주와 김보섭 대신 민경현과 이동수를 투입해 승리를 향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수원도 후반 40분 최성근과 오현규 대신 그로닝과 불투이스를, 추가 시간에 박대원 대신 유주안을 투입해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인천은 후반 추가 시간 이용재가 오른쪽서 올린 크로스를 무고사가 강한 헤딩으로 수원 골문을 갈라 승부를 결정지었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이른 시간에 득점하지 못한 점은 아쉽고, 후반에도 생각한만큼 상대 밀집수비를 뚫어내진 못했다라면서도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준 덕분에 팬분들께 의미깊은 승리를 안길수있었다. 다음주 경기도 잘 준비해 팬들을 찾아 뵙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수원FC는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의 리그 공식 개막전서 후반 34분 송민규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아쉽게 0대1로 패했다. 권재민기자

[지키자! 미래유산] ⑧수원 ‘구 농촌진흥청’, 정조대왕 뜻을 계승한 근대농업 발상지

수원을 농업기술 메카로 자리매김 시킨 농촌진흥청. 비록 2014년 전주로 이전했지만, 사용했던 터와 건물들은 권선구 서둔동에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새 주인들이 들어와 여기저기 손보고, 문화재 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인 구 도서관까지 철거해 위용이 예전만 못하다. 본관과 남은 건물도 언제 훼손될지 모른다. 지키자! 미래유산 여덟 번째는 정조시대부터 대한제국 시기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온 한국 농업의 산실 구 농촌진흥청을 재조명한다. ◆ 정조대왕의 농업개혁 정신이 깃든 터 지난 10일 한때 수원을 상징했던 구 농촌진흥청을 찾았다. 정문에 들어서니 본관 건물이 바로 보였다. 2000년대 초반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라고 적힌 캐치프레이즈가 그대로 적혀있지만, 지금은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가 사용하고 있고 일부 공간은 농업기술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농진청의 역사는 정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문화원에서 2019년 발행한 수원의 옛 건물과 문화에 따르면 정조대왕(조선 제22대)은 재위 2년째에 국가 운영의 근간인 농사가 가뭄 때문에 날로 피폐해지는 현실을 걱정하며 신하들에게 해결책을 물었다. 사람의 근력으로 토지에서 생산되는 재물을 늘어나게 하는 것이 농사다. 농사는 백성들의 생활을 넉넉하게 하고 국가의 경제를 부유하게 하는 것이니, 농사에 대한 의견을 올려라 이 같은 질문에 다산 정약용이 내놓은 답은 농책(農策)이다. 정조는 농책을 토대로 1799년 수원화성의 서쪽에 백성들이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축만제(祝萬堤)를 축조했다. 축만제는 여기산(麗妓山) 아래 있는 인공호수로, 서호(西湖)라고도 불린다. 축만제가 조성된 후 백성들은 가뭄이 들어도 안정된 농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현재는 시민들의 쉼터인 서호공원으로 이용되고 있고 옆에 농진청이 자리하고 있다. 농진청은 바로 정조의 호호부실(戶戶富實) 꿈이 담긴 농업개혁 뜻을 바로 그 자리에서 계승한 셈이다. 축만제는 2016년 국제배수위원회(ICID)에서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세월이 흘렀어도 정조대왕의 농업정책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게 된 것이다. 8년 전 농진청이 전주로 이전해 건물만 남았지만 한국 농업의 뿌리로서 상징성은 변함없다. ◆ 대한제국 시기 설치된 권업모범장서 근대 농업 새출발 대한제국 시기에는 이곳에 권업모범장을 창설해 농사의 중요성이 계속 강조되어 왔고, 이후 농촌진흥청이 설치돼 그 맥을 이어왔다. 농촌진흥 50년사에 따르면, 1884년 우리나라 최초로 개설된 종합농업시험장인 농무목축시험장이 서울 인근에 존재했다. 하지만 1905년 을사조약이 강제 체결된 뒤 일제 통감부는 우리나라 농업구조를 개편시켰다. 고종 43년인 1906년 4월 통감부권업모범장관제를 발표하고, 같은 해 6월 15일 당시 행정구역상으로 수원군 일형면 서둔리였던 이곳에 권업모범장(초대장장 혼다 신스케)이라 명칭한 농업기관을 창설했다. 축만제가 있는 너른 들판을 낀 이곳은 정조대왕 이래 한반도 전통농업의 요람 구실을 했던 터여서 일제 역시 이 역사를 무시할 수는 없었나보다. 이렇듯 한국 근대농업은 역사지리적 특징을 매개로 같은 장소에서 새 출발 한 셈이다. 일제는 당시 농민들에게 농사개량이라고 주입시켰지만 사실은 농업을 일본 자본주의 체제로 확고하게 편입시키기 위한 것으로써 일본의 농법을 그대로 이식했다. 통감부권업모범장관제에는 권업모범장은 우리나라 농업의 발달개량을 위한 시험, 물산의 조사와 농업상에 필요한 물료의 분석과 감정, 종묘 등의 배부 등을 관장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권업모범장은 시험조사보다는 지도권장에 중점을 두고 운영됐고, 1910년 경술국치를 당하면서 다시 조선총독부 산하가 됐다. 학자들은 권업모범장이 우리나라 농업발전에 기여한 바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제의 식민지 농업정책 수행에 있어서 첨병 구실을 한 기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곳이 권업모범장이었음을 알리는 표석이 현재 본관 앞마당 정원에 보존돼 있다. 표석은 세 개다. 가장 왼쪽 기단 위에 대를 세운 직육면체 화강석과 가운데 마름모 기둥에는 한자로 勸業模範場(권업모범장)이라 음각돼 있다. 1906년 권업모범장이 세워질 때 길 가 쪽으로 설치되었던 표석인 듯하다. 1990년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답작(논농사)포장 공사현장에서 출토됐다. 맨 오른쪽은 표석이라기보다는 흉상을 세웠던 모양을 하고 있다. 1998년 농진청 공사현장에서 출토됐는데 얼굴 형태는 없이 글자가 적힌 기둥만 발견됐다. 현재의 직원들은 권업모범장 초대장장의 흉상이 있었던 동상이라 짐작하고 있다. 권업모범장은 1929년 9월 농사시험장으로 개칭됐고, 일제 말기인 1944년 농업시험장으로 개편했다. 해방 후인 1946년엔 미 군정청에 소속된 중앙농사시험장이 되었다가, 1957년엔 농사원이 발족했다. 농촌진흥청이 된 것은 1962년 4월 1일이다. 이처럼 이름과 명칭은 숱한 변화를 겪었다. 기구와 조직도 많이 바뀌었으나, 한국 농업의 근대화와 과학적 발전을 꾀한다는 기본 목적만큼은 권업모범장 시절 이래 한결같았다. 권업모범장 표석은 이 모든 과정을 말없이 지켜봤을 것이다. ◆ 역사성건축성 뛰어난 본관과 구 농사시험장 몇몇의 농진청 직원들은 본관이 권업모범장이 시작된 자리라 추정하고 있다. 본관 신축은 1958년 유엔계발계획(UNDP)의 한국농업진흥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당시 명칭으로는 농사원이다. 전체 공사는 1959년 착공해 1962년 완공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본관은 김정수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의 설계로 1961년 10월에 준공됐다. 건물 규모는 6,285㎡다. 원래는 3,104㎡로 현재 보다 작게 지어졌으나 나중에 증축했다. 1962년 완공 후 사진과 대조해 보면 좌우 양측이 증축된 것을 알 수 있다. 좌우로 길게 지어진 본관 건물은 학교 건물을 연상시킨다. 정문으로 진입해 앞면을 보면 2층 건물로 보이지만 뒤에서 보면 지하 1층이 더 있는 총 3층의 건물이다. 현관 포치(돌출된 입구)는 가느다란 기둥 6개가 지지하는 구조다. 포치 상부는 T자형의 얇은 지붕이 길게 덮여 있다. 흰색으로 길게 이어진 수평 벽면에 수직으로 긴 유리창이 건물 끝에서 끝까지 이어져있다. 학자들은 이 건물이 근대건축이 갖춰야 할 몇 가지 원칙 중 평활한 입면(외벽), 수평으로 긴 창이라는 조항을 충실히 실행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문 옆에는 농진중앙회와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라는 현판이 붙은 적벽돌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이 현재 농진청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로 꼽힌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 건립됐으며, 1944년 농사시험장 종합분석실로 사용됐다. 이후 세종사업단이 이용했다. 규모 649㎡의 2층으로 된 이 건물은 농진청 담장 쪽에 가까이 위치해 있고 현관이 외부 도로 쪽을 향해있다. 전면을 조적조처럼 보이지 않도록 조형미를 살리고 흰색 칠을 해 놓았으나, 옆면과 뒷면은 한눈에 붉은 벽돌임을 알 수 있다. 외벽 상단을 살펴보면 굴뚝이 뒷면에 두 개, 옆면에 하나 설치돼 있다. 학계는 중앙정부가 보유한 시설 가운데 현존하는 유일의 일제강점기 건물로 역사적 보존가치가 크다고 평가한다. ◆ 농진청 구 농사시험장 등록문화재 지정 추진 본관 오른쪽에도 한국 근대건축사의 대표 건축물로 평가받았던 1960년대 건물 옛 도서관이 있었다. 그러나 2019년 10월 14일 철거되고 그 자리는 지금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철거 후 학계와 정계에서는 근대 문화유산 일부가 허무하게 사라진 걸 크게 아쉬워하며, 가치를 몰라보고 없앤 농진청을 강하게 질타했다. 더불어 남은 본관과 구 농사시험장 건물마저 철거될까 우려하고 있다. 안국진 경기도 문화재위원(수원시정연구원 박사)은 농업의 본고장에 농진청 시설이 남아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가치가 있다. 당시 엘리트주의라고 하는 우리 건축계를 이끌었던 초창기 건축가의 작품성도 여기 녹아 있다. 국가등록문화재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에 농진청이 이를 인지하고 보존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에 대해 지난 15일 농촌진흥청 측은 구 농사시험장 건물에 대해선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중부작물부 업무시설로 사용하고 있는 본관동 건물은 문화재 지정 시 시설 개보수 등의 어려움이 있어 지금처럼 보존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인 답변을 내놨다. 글사진=황혜연기자

사라진 6·1 지방선거…대선·선거구 미획정 등 역대급 ‘난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16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탓에 지방선거 보다는 대선에 집중하라는 각 정당의 기조에다, 도내 선거구 획정까지 늦어지면서 예비후보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각 정당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시장, 경기도의원, 시의원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첫날 기초자치단체장에만 61명이 몰린 것과 달리, 이번 지방선거에는 시장 예비후보자가 4명(양주시장 1명, 이천시장 2명, 여주시장 1명)에 불과하다. 양주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물은 강수현 국민의힘 도당부위원장(59)이다. 이천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2명은 국민의힘 소속 김경희 전 이천부시장(67여)과 같은 당 소속 류동혁 이천미래연구소장(56)이다. 여주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물은 이충우 국민의힘 도당 부위원장(61)이다. 경기도의원 역시 지난 7회 지방선거에서는 등록 첫날부터 34명의 예비후보 등록이 이뤄졌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4명만 등록을 마쳤다. 이 같은 원인으로 대선에 집중하라는 각 정당의 기조가 가장 먼저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대통령선거 이전에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면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심사 시 배제할 수 있다는 당규를 두면서 사실상 대선 이전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말라는 것을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각 시도 당협위원장에게 예비후보 등록을 대통령선거 이후에 하라고 공지하면서 대통령선거에 모두 집중을 하고 그 이후에 지방선거를 치르라고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이유로 예비후보등록 첫날에 출마를 하려는 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을 제외한 인물에 대해서는 등록은 하되, 출마선언 등은 대선 이후에 하라는 방침을 하달했다. 이 같은 상황때문에 도내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내심 아쉬움을 표현했다. 수원시장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첫날…양주·여주·이천시장 예비후보 등록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장경기도의원시의원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가운데, 양주시와 이천시, 여주시장에 예비후보자들이 출마표를 던졌다. 경기도의원 예비후보로는 4명이, 시의원 예비후보로는 22명이 등록을 마쳤다. 19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양주시장 예비후보 등록 1호는 강수현 국민의힘 도당부위원장(59)으로 확인됐다. 강 부위원장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양주시청 기획행정실장을 역임했다. 이천시장에는 2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 운동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김경희 전 이천부시장(67여)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으며, 같은 당 소속 류동혁 이천미래연구소장(56)도 이천시장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주시장 예비후보로는 이충우 국민의힘 도당 부위원장(61)이 등록을 마쳤다. 이 부위원장은 여주군청(여주시) 건설과장을 지낸 바 있다. 경기도의원 예비후보로는 성남 4 선거구 1명, 안산 7 선거구 1명, 여주 1 선거구 2명 등 총 4명이 등록을 마쳤다. 먼저 성남 4 선거구에는 김현진 국민의힘 대장동특검촉구 천만인서명 성남본부 사무국장(38)이 이름을 올렸다. 김 사무국장은 아주대학교 교통ITS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자영업을 하고 있다. 안산 7 선거구에서는 염정우 국민의힘 경기도 청년참여기구 공동위원장(31)이 출사표를 던졌다. 염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청년보좌역을 담당하고 있다. 여주 1 선거구에는 김동현 국민의힘 경기도당 대변인(43)과 서정률 국민의힘 경기도당 여주시 양평군 당원협의회 부위원장(58)이 선거운동 준비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경기도내 시의원은 정원수 390명 중 22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수원시 3명(선거구 다마사), 성남시 2명(라사), 의정부시 2명(다라) 안양시 1명(바) 부천시 1명(다), 양주시 1명(가), 안산시 1명(가), 고양시 2명(마바), 남양주시 1명(바), 파주시 1명(가), 여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