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30대 남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고등학생 2명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의정부경찰서는 폭행치사 혐의로 10대 A군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의정부 민락동 번화가에서 30대 남성 B씨와 몸싸움을 벌이다 폭행해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6명 일행 중 폭행에 가담한 3명을 입건했으며, 이중 범행 가담 정도가 중한 2명에 대해 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11시 의정부시 민락동 번화가에서 30대 남성 B씨와 고등학생 A군 일행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주먹이 오간 뒤 B씨는 길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뒤 현장에서 폭행에 가담한 A군 등 2명을 현행범 체포하고 이후 추가 현장 조사를 통해 1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정민훈기자
장애인복지시설 부족으로 돌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기도 발달장애인 가족의 울분 섞인 목소리를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현장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탈시설 정책 추진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일 정부는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심의ㆍ확정했다. 로드맵을 살펴보면 정부는 우선 오는 2024년까지 시범사업을 통해 관련 법령 개정 및 인프라 구축 등 탈시설 기반을 구축한다. 이후 오는 2025년부터 매년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지원사업을 추진, 2041년에는 시설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장애인 학대 관련 범죄가 발생할 경우 즉시 폐쇄하는 One strike-Out 제도 도입, 신규 장애인거주시설 설치 금지 등의 내용도 담겼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됐으나 임기 말 발표된 로드맵에 대해 전문가와 발달장애인 부모 등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장애인 당사자의 주거결정권을 보장한다며 탈시설 정책을 강행하고 있지만, 정작 시설에 있는 장애인 중 80% 이상이 스스로 의사표현조차 못하는 중증 발달장애인이란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인환 ㈔장애인인권센터 대표는 경증 또는 지체장애인과 달리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 자립이 매우 어려움에도, 일괄된 기준을 적용하는 등 장애유형에 따른 정책 고민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정부가 탈시설 선언하며 향후 20년간 장애인복지시설을 없앤다고 하니 관련 종사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이것은 곧 장애인이 받을 서비스의 질 저하로 연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정부 로드맵에 반발해 단체를 결성하고 집회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10일 오전 보건복지부(정부세종청사)를 찾아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진행된 집회는 지난달 26일에 이은 2차 집회로, 부모들은 ▲탈시설 정책 및 로드맵 철회 ▲장애인 가족의 결정권 및 선택권 보장 ▲중증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시행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현아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공동대표는 발달장애인은 젊은이의 힘을 가진 치매환자와 다름이 없는데, 이들에게 지역사회에 홀로 나가 생활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탈시설 강조 전에 발달장애인 돌봄에 대한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자식보다 단 하루만 더 사는 게 소원이라는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우선 3년간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정책의 미비한 부분에 대해선 향후 보완해나갈 것이라며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문제에 대해선 주거서비스 제공기관 운영 등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어김없이 8월의 더위가 우리의 몸을 감는다. 울창한 한여름의 숲 속 길을 따라 두 갈래 길이 보인다. 내일의 길은 푸른 빛의 소나무가 울창했다. 검정 고무신을 신은 소년의 걸음걸이가 가벼웠다. 소년의 어깨 위로 떨어지는 한낮의 햇살이 더없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무신발을 신은 어린이가 숲길을 헤매고 있었다. 방향 감각을 상실한 아동은 절망의 숲길을 정처 없이 돌고 있었다. 검게 타다 남은 잔목들 사이로 검은 상처를 품은 야생화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소년의 영혼을 혼미하게 어지럽히고 있었다. 어제의 승자가 그날의 패자였다. 그해 8월 초 두 번의 섬광을 보기 전에 도쿄의 지도부는 게임을 끝낼 수 있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그해 3월 도쿄대공습은 전주곡이 아니었다. 연이은 나고야, 오사카, 고베 공습 역시 서곡이 아니었다. 화염과 굉음이 지축을 흔들었고 포효하던 제국주의의 교향곡 연주는 숨이 차고 있었다. 5개월 후 히로시마의 선량한 시민들은 하소연할 촌음도 찾지 못했고, 나가사키의 소시민들은 몸을 피할 한 평 공간조차 찾을 수 없었다. 군국주의 연주가 멈추고 점령군이 일본 전역을 장악했다. 일부 인사들의 의욕이 넘친다고 평화헌법이 쉽게 개정되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일본인은 여전히 악몽을 꾼다. 해마다 3월10일이 되면 검붉은 섬광 아래 소이탄의 파편들이 나뒹굴던 1945년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가미가제의 대가가 너무나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그것은 더 이상 대대로 이어질 영광이 아니고 그저 한편의 악몽이었다. 도쿄대공습의 검은 사진들을 다시 보아야 평화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히로시마의 박물관을 둘러보아야 국제 평화주의의 진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연로한 모습으로 연명하고 있는 앞서간 세대의 희미한 기억만 잠시 살펴도 일본은 제대로 판단할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경계하고 있다. 역사의 반전을 두려워하고 있다. 일본 땅에서 일어나는 혐한시위는 역사의 반전을 예고하는 일이다. 한 수 아래로 간주되는 나라를 겨냥한 시위는 없는 것이다. 가속도가 붙어 질주하는 나라는 무섭다. 한국을 잘 아는 일본인일수록 역전 가능성을 우려한다. 국제무대에서 영원한 강자도 없다. 패배주의를 딛고 힘차게 일어서는 민족이 새로운 강자이다. 혁신주의의 기치를 드높이고 신기술을 선도하는 나라가 진정한 21세기의 강국이다. 검정 고무신을 신은 그때의 당찬 소년이 이제 은발을 흩날리며 화사하게 다가올 내일의 추억을 상상한다. 최승현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