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려의 도읍, 개성의 추억

북녘 땅의 개성은 수원에서 서울 정도의 거리에 있다. 2007년 개성이 열린 적이 있다. 당일 버스 투어였다. 박연폭포, 선죽교, 고려박물관, 왕건릉, 공민왕릉 등을 돌아보고, 개성 특산물로 차려진 11첩 반상의 점심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설원의 설명이 제공됐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는데, 이용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차일피일 미룬 게 죄일까. 그렇다고 가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필자가 다녀온 개성은 학술 모임이어서 제한적이었고, 그 때문에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개성 문화유산의 대표주자는 단연 고려궁궐이다. 이곳은 해동천자인 고려황제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조선의 경복궁과 같은 명칭 없이 고려사에 궁궐, 본궐(本闕)로 기록돼 있다. 우리에게 만월대로 알려졌다. 사실 만월대는 고려궁궐의 정전인 연경궁 앞에서 달을 볼 수 있게 다져놓은 곳이다. 하지만 이것도 보름달인 만월(滿月)과 관련한 조선시대의 명칭이었고, 고려시대에는 망월대(望月臺)로 불렸다. 2007년부터 시작해서 2018년까지 12년간 남북은 만월대를 발굴조사했다. 수차례 중단되기도 하고 다른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남북문화교류를 대표하는 이정표다. 조사지역은 전체 약 25만㎡ 중 서쪽에 있는 건물터 3만3천㎡였다. 사실 고려궁궐 동쪽이 문관과 관련한 관청이 많았던 것과 비교해서 서쪽은 무인과 관련이 있는 곳이다. 무신집권기였던 1180년(명종 10) 무신들의 최고 권력기구였던 중방 바로 동쪽에 있던 강안전 향복문(嚮福門)의 음이 항복(降服)과 비슷해 문신이 무신을 누르려는 의도라고 그 이름을 중방의 중(重)자를 써서 중희전(重禧門)으로 고친 일이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이 밤에 궁궐 서쪽 회랑기둥에 구멍을 뚫는 일이 일어나자 무인들 사이에서 동반이 서반을 해하려는 짓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1198년(신종 1)에는 대궐 서쪽의 민가에 방앗간을 짓지 못하도록 했고, 1207년(희종 1)에는 산 서쪽의 고위관리들이 많이 죽는 원인을 동반의 저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40여동의 건물터와 금속활자청자도자기 등 약 1만7천900여점의 유물이 발굴됐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려궁궐 만월대에 오르다는 그 결과를 정리한 특별전시다. 격동의 현대사를 겪기 이전에 경기의 옛땅이었던 개성과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였던 황제국 고려의 정체성을 되새기려는 목적이다. 출토유물 전체가 북측에 있어 관련유물의 비교 전시로 그 아쉬움을 해소하려고 했다. 어디로 떠나고 싶은 지금. 코로나19가 막아버린 지금. 북한국보유적 제12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개성역사유적지구 만월대로의 여행을 권한다. 한걸음에 역사현장으로 달려갈 그날을 고대하며 말이다. 개성박물관 한 편에서 팔던 고추장 맛을 잊을 수 없다. 그때가 다시 오기를 왕건상(王建像)에게 빈다. 김성환 경기도박물관장

[경기도 부부 독립운동가를 찾아서] 2-1. ‘제시의 일기’에서 독립의 염원 담은 최선화·양우조

여성운동가들은 아내며느리어머니동지로서 오늘날 워킹맘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슈퍼우먼과 같은 존재였다. 헌신적인 희생정신은 남편과 동지들이 지속적으로 독립운동을 견인할 수 있는 굳건한 토대였다. 동지로서 부부 인연은 아름다운 들꽃으로 탄생하는 벅찬 순간을 맞았다. 그럼에도 현재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 극소수 여성운동가만 언급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21세기에 부응한 역사교육을 위한 대안은 언제 사회적인 공감대와 함께 교육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 최선화, 양우조와 만나다 최선화(이명 최소정)는 1911년 6월20일 인천부 구읍면 학익동(현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황익동)에서 태어났다. 가족은 평양으로 이사해 그곳에 근거지를 마련했다. 최선화는 이화여자전문학교에 입학해 꿈 많은 재학시절을 보냈다. 재학 중 발생한 광주학생운동은 전문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많은 충격과 아울러 커다란 자극을 줬다. 1931년 졸업한 후 모교에 재직하면서 여성 권익 옹호에 앞장섰다. 그러던 중 가사과 김합라 교수의 소개로 양우조와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당시 양우조는 중국 상하이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서울에 잠시 들렀다. 이러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후 편지를 교환하며 교제를 지속했다. 그녀는 당초 미국으로 유학가려고 했으나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확인하고 결혼을 결심했다. 집안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으나 결국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상하이 간호전문학교 유학을 구실로 통행증을 비교적 쉽게 발급받아 유학길에 올랐다. ■ 딸 이름 영어식 세계 속 한국인 활약 기대 상하이에서 간호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한 최선화는 1937년 늦은 나이인 27세에 41세의 양우조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준비와 예식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차원에서 진행됐다. 결혼 준비는 임시정부 파수꾼 엄항섭과 안살림꾼 연미당 부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결혼식은 진장 임시정부청사에서 김구의 주례로 임시정부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거행됐다. 최선화와 양우조는 결혼식을 끝내고 자신들의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을 친지들에게 돌렸다. 신혼생활은 낯선 광저우에서 시작됐다. 중일전쟁 발발로 부부는 광저우를 떠나 류저우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최선화는 임시정부 가족의 일원이 됐다. 1938년 7월4일에 창사시 북문 밖에 있던 이태리 천주교당 의원에서 첫 딸 제시(濟始)를 얻었다. 1941년에 둘째 딸 제니도 낳았다. 딸 이름을 영어식으로 지은 이유는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활약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 여권 신장과 민족정체성을 일깨우다 류저우에서 5개월 동안 피난 생활을 하다가 임시정부 가족들과 함께 보금자리를 찾아 이동했다. 한국독립당이 창립되자 이에 가입해 임시정부를 적극 뒷바라지했다. 치장으로 이전한 뒤에는 교포 부인들을 단합시켜 한국혁명여성동맹을 결성하는 주비위원으로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31운동 직후에 조직됐던 애국부인회 재건운동에도 착수해 민족의 자주독립을 지향하는 한국애국부인회의 재건선언문을 발표했다. 최선화는 서무부장에 선출됐으며, 회장에는 김순애가 추대됐다. 애국부인회는 방송을 통해 국내외 여성들에게 각성과 분발을 촉구했다. 위문품을 거둬 항일전선에서 활동하는 광복군을 위문하는 한편 여성과 청소년들의 계몽과 교육에 온 힘을 쏟았다. 최선화는 총무(서무부 주임)로서 회의에 관한 일을 주로 맡았다. 1943년에는 미국 교포사회에 편지를 보내 한국애국부인회의 재건을 알리고, 해외동포의 성원과 단결을 촉구했다. 최선화는 이를 묵묵히 지원하는 동지로서 알뜰한 내조를 아끼지 않았다. 남편의 항일운동 후원, 자녀 양육, 임시정부 지원을 하는 와중에도 여성들 존재감을 알리는 데 매진했다. 미주지역과 정보 교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또 충칭 시내, 남안, 토교 세 곳에서 아동한글강습반을 운영했다. 임시정부는 매월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활동을 장려했다. 부인들은 가정과 교포학교에서 한글, 국사, 동요 등을 가르치며 자녀들에게 민족의식 배양에 노력했다. 매년 설날에는 교포들이 모여 많이 먹고 유쾌하게 놀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도록 다과회 등도 개최했다. 최선화는 이런 모임들이 망명생활에 큰 활력소가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1945년 봄에는 싱가포르 포로수용소에 있던 동포 위안부 10여명을 인계받았다. 한국애국부인회는 이들에게 임시정부 활동을 설명하고 민족혼을 불어넣는 정신교육에 치중했다. 광복 이후 귀국한 최선화는 1999년 국가보훈처에 자신이 소장해온 『독립신문』과 양우조의 저작물 등 42건을 수록한 독립운동사료집을 기증했다. 이와 별도로 남편과 자신이 집필한 『제시의 일기』를 외손녀 도움을 받아 출판했다. 1991년 정부로부터 공훈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받았다. 김형목 ㈔선인역사문화연구소 연구이사 / 사진=독립기념관 제공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경제 프리즘] GTX 인천 노선, 재검토 필요하다

GTX는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로서 현재 ABCD 등 4개 노선 건설이 추진 중이다. 그중에서 인천을 통과하는 노선은 B와 D인데, 이 노선의 정차역을 둘러싸고 최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GTX B는 송도국제도시를 출발해 인천시청과 부평을 거쳐 청량리를 통과한다. 이 노선은 기존의 A와 C노선보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으나 종착역을 경기도 마석으로 연장하면서 수익성 평가를 통과했다. 그런데 최근 이 노선에 인천의 대표 원도심이 소외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수구와 미추홀구 중구 등의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수인선 환승역에 B노선의 정차역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인천시청역보다 수요가 20% 정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안역으로 정차역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며칠 전 열렸던 국토교통부 주최의 공청회에서는 이러한 원도심 주민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건설사 측에서는 향후 A와 C노선과 같이 B노선 역시 재정 투입이 아니라 민간자본으로 건설할 경우 수익성이 높아지도록 정차역이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GTX D노선과 관련해서 애초 인천시와 경기도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에서 각각 출발해 부천에서 합류해 서울 강남을 거쳐 경기 하남에 이르는 Y자형 노선을 원했다. 그러나 지난달 열린 정부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 수립 공청회에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영종과 청라를 지나는 인천 쪽 축이 삭제된 채 김포에서 부천종합운동장역까지만 잇는 노선이 발표되었다. 당연히 인천 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수도권에서 광역교통 여건이 가장 열악한 인천 서구 등의 상황이 이번 계획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부터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과 영종청라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도 인천 노선의 추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도권 전역을 1시간 이내에 연결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GTX 건설에 가치충돌은 불가피하다. 시간의 단축을 위해서는 정차역을 최소화해야 하고, 지역 주민의 수요를 만족시키려면 막대한 정부예산이 소요된다. 수도권 교통체제를 정비하는 데 있어서 신속성과 예산 절약이라는 정량적 가치가 중요하겠지만, 보다 많은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 및 수도권 내 균형발전이라는 정성적 가치도 중요하다. GTX 노선 확정 막바지 단계에서 인천 노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정승연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

[지지대] 실종 아동의 날

우리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지만 해마다 많은 아이들이 사라진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십년까지.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건만,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는 그때 그 시절에 머물러 있다.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까맣게 탄 가슴을 부여안고 오늘도 아이를 애타게 기다린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지금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1991년 3월 초등학생 5명이 도롱뇽 알을 줍는다며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지 않은 사건이다. 당시 연인원 50만명의 경찰군인과 함께 국민들이 나섰지만 찾지 못했다. 11년이 흐른 2002년 대구 와룡산 중턱에서 이들의 시신과 신발이 발견됐다. 타살로 결론났으나 범인을 잡지 못했고, 장기 미제사건이 됐다. 오늘 5월 25일은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이다. 1979년 5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6살 에탄 파츠라는 초등학생이 등교 중 유괴, 살해됐다. 1983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이날을 세계 실종 아동의 날로 선포했다. 우리나라도 2007년 실종 아동의 날을 제정했다. 실종 아동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아동 실종 문제에 관심을 갖자는 취지에서다. 국내에선 만 18세 미만 실종 아동 신고가 매년 2만여건 접수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실종신고 1시간여 안에 부모 품으로 돌아온다. 만 8세 이하의 미취학 아동일 경우 실종신고 3시간 안에 발견돼 대다수가 가족의 품에 안긴다. 때문에 실종아동 찾기의 골든타임을 3시간 이내로 본다. 실종기간이 1년 이상이면 장기 실종아동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4월 기준 장기 실종아동은 771명이다. 이 중 20년 이상된 아동이 500명을 넘는다. 실종 아동 찾기 시스템은 2005년 관련법 제정 이후 계속 발전해왔다. 현재는 지문 사전등록, 실종 이후 경보 시스템, 유전자 등록 등으로 실종된 아이를 찾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많아 실종아동 보호지원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실종아동법의 조속한 제정과 함께 전담수사팀이 꾸려져 잃어버린 아이를 한명이라도 더 찾기를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사설] 인천 현안, 답은 현장에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인천의 30년 고통인 수도권매립지의 사용을 종료하는 쓰레기 독립선언을 했다. 인천시는 이를 위해 환경부가 지난해 제시한 발생지처리 원칙을 토대로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자체 소각장과 매립장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11월 친환경 자원환경시설 건립 기본계획을 통해 광역소각장 신설과 현대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과 정치권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체매립지 후보지인 영흥도 주민들의 반대의견이 다소 진정되고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박남춘 시장이 직접 주민과 소통을 통해 얻은 소중한 성과로써 그 의미를 깊게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시대에 지역현안의 해결은 주민과 소통하면서 그 해답을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보여주는 실제 모습이다. 그리고 책임지는 자세로 최고 책임자가 직접 나서는 적극 행정도 중요하다. 박 시장은 취임하면서 시민이 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시정에서 시민의 의견 수렴을 강조했다. 시정의 작은 이슈에서부터 시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고 끝까지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면서 때로는 결정이 늦어지기도 했다. 제도적인 일환으로 소통담당관을 신설하고 공론화갈등관리위원회를 확대개편하여 지역 이슈에 대한 갈등의 효과적인 해결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에 대해 시민들은 시민의 수용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정원칙에 많은 공감을 했고 기대도 컸다. 그러나 기대보다는 여러 과정에서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실망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위원회의 적극적인 활동과 성과보다는 전문성 부족으로 지역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박 시장은 지난 20일 폐기물 매립지 후보지인 영흥도를 방문해서 주민간담회를 개최하며 현장 소통에 직접 나섰다. 영흥 쓰레기매립장건설반대투쟁위원회 관계자와 주민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폐기물 매립지인 인천에코랜드의 조성계획과 영흥발전 계획을 설명했고 의견을 청취했다. 시장의 직접 소통에서 주민들의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은 매우 고무적이며 기대를 갖게 한다. 모든 행정에 시장이 직접 나설 수는 없지만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그 성과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장행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지방자치시대에 행정은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주민에게 다가가는 적극 행정이 최선이다.

[사설] 염전 지원, 안 주나 안 받나

소금이 금(金)금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시중 소금값이 전례 없이 오르고 있다. 경기 천일염 20㎏의 가격은 1만원이다. 지난해 5월 가격은 8천~9천원이었다. 국내 천일염의 78%를 생산하는 전남 신안군 소금은 상승폭이 훨씬 크다. 3천~4천원에서 8천원까지 올랐다. 분명한 요인이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이다. 방사능 소금이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다는 공포감이 소금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경기 소금이다. 칼륨과 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특히 많다. 외국산 소금의 100배까지 확인되기도 한다. 같은 국내산인 신안 소금보다도 훨씬 고품질로 여겨진다. 가격이 신안 소금보다 두 배에 가까웠다. 시장 점유율 높은 신안 소금이 먼저 폭등했다. 두 제품 가격 차이가 현격히 좁혀졌다. 시간차를 두고 경기 소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경제성을 떠나 경기도의 상징적 필수 식재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만드는 곳이 없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경기도에 염전은 총 17곳이다. 이 중 1곳이 폐업 예정이고, 1곳은 정비 중이고, 6곳은 생산이 중단됐다. 겨우 9곳만 가동 중이다. 지역별로는 안산 3곳, 화성 6곳이다. 제품 생산이라기보다는 무슨 유적문화 보존 수준이다. 경기도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염전 폐업을 막기 위해 지원책을 마련했다. 염전 바닥재 개선사업비가 4억원이다. 소금보관창고 개ㆍ보수비도 1억원이다. 소금운반장비 설치비도 2천만원이다. 이밖에 소금 소비 촉진 등의 계획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런데 집행된 예산이 거의 없다. 시설 개선 신청자가 없다. 지원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지원 사업의 자부담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소속 정승현의원(안산 4)은 지원 현실화를 강조한다. 맞는 것 같은데, 생각해 볼 이견이 있다. 경기도 관계자가 취재진에 전한 얘기다. 염전 소유자들이 시설 개선에 소극적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염전주들이 소금 생산보다 땅 용도변경에 관심을 더 가진 것으로 보인다. 염전 소유의 목적이 소금 생산이 아니라 용도 변경을 통한 땅값 차익에 있다는 얘기다. 이렇다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 아닐까. 담당 공무원이 분석하고 있는 요인이다. 허투루 넘길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염전 지원책이 걸린 문제다. 염전 정책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주민 잇는 공동체 역할에 최선”... ‘황제를 품은 마을’ 이희문 대표

이희문 대표 서로 버팀목이 되어 주는 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역의 고민거리를 함께 풀어가고자 결성된 마을기업 황제를 품은 마을의 이희문 대표(48). 이 대표는 지난 2019년 남양주 금곡동에 거점을 둔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 모임을 결성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가려진 이웃을 발굴해 돕고, 지역에 산적한 현안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취지에서다. 이 대표를 필두로 회원들은 공원 등 명소 조성에서부터 다문화 가정과의 문화교류 및 반찬 지원,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 지원, 장애아동 케어 등 지난 3년간 왕성한 활동으로 주민과 주민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자처하며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활동반경은 해를 거듭할수록 넓어졌다. 해피 바이러스가 더욱 널리 전파되면서 동참의사를 밝힌 주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5명에 불과했던 마을회원은 어느새 20여 명으로 급증했다. 이 대표는 주제는 마을이에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곳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하는 행복한 고민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으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웃음을 내보였다. 이 대표가 마을 곳곳에 긍정과 행복의 씨앗을 심게 된 배경에는 과거 참혹했던 시련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생일이었던 2018년 7월 어느 날, 수십 년 운영해온 치킨가게에 불이 나는 거짓말 같은 상황을 겪었다. 자신과 가족에게 전부였던 가게 화재로 발생한 피해액만 5천만원. 불현듯 엄습한 불안감과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으로 가득했던 당시 근심이 크시겠다, 금방 털고 일어나라. 잘 될 거다라는 인근 주민과 동료 상인들의 위로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특전사동지회, 재난구조협회 등 지역사회 각종 봉사단체에서 2천여 시간에 이르는 봉사활동을 해 온 그였지만, 단 한 번도 수혜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되돌아보고 전화위복으로 삼는 계기가 됐다. 그는 어떤 분은 천도복숭아를, 어떤 분은 청심환을 문 앞에 두고 갔다. 이게 공동체구나 싶었다라며 그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진심을 다했는가 스스로 반문하며, 주민 서로간 버팀목이 되는 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이희문 대표는 지역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인연을 더 모아 주민들에게 더욱 공감 받고 함께 마을을 이끌어가는 게 목표라며 앞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마을차원의 수익창출,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양주=하지은기자

[경기일보 보도, 그 후] 경기도 동물복지축산농장 육성·지원...수천억 피해 ‘극단적 살처분’ 막는다

가축 감염병 발생 시 예방적 살처분 조치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물적ㆍ정신적 피해를 보고 있는 경기도내 축산농가의 고통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정부의 극단적 살처분 조치로 살아있는 닭이 파쇄기 안으로 넣어지는 비윤리적 문제(본보 3월11일자 1면) 등을 원천 차단하는 대안으로, 경기도가 동물복지축산농장을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례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24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경제노동위원회 소속 김인순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ㆍ화성1)은 가축전염병 발생농장 반경 3㎞ 이내에 위치한 농장의 무분별한 살처분을 막는 경기도 동물복지축산농장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해당 조례안을 보면 동물복지축산농장이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되면 경기도가축방역심의회가 살처분 제외 여부를 논의한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 시, 정부에 살처분 조치 철회를 건의해 구제하는 방안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올해 2월까지 약 1천4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 하는 등 3개월간 약 1천억원 넘는 피해를 기록했다. 아직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의 추가 확산 우려가 있는 만큼 누적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김인순 경기도의원 이에 따라 김 부위원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동물복지축산농장의 살처분 제외는 축산 농장의 경제ㆍ정신적 피해 등 유무형의 손실을 막을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부위원장은 동물복지축산농장 살처분 제외 등 선제적 예방조치가 수반되면 살처분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시름을 덜 수 있다며 이번 대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시스템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도는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ㆍ돼지ㆍ닭 등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하는 제도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관리 ▲사육시설 ▲청소 및 소독 등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인증을 받기 때문에 가축전염병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실제 친환경 농법으로 3만7천마리의 산란닭을 키운 화성 산안 농장은 지난 1984년부터 37년간 단 한 번도 AI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광희기자

인천 백령·대청도 ‘행복택시’ 외면 …공차 부담 탓

인천시와 옹진군이 섬지역에 사는 장애인 등 교통취약계층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100원 행복택시 사업이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이들 섬지역에서는 손님을 태우려 빈 차로 이동하는 공차 거리에 대한 부담으로 택시기사들이 행복택시의 운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시와 옹진군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3월 군의 택시요금 확정안 공고에 맞춰 백령도, 대청도, 덕적도, 영흥도 등 섬지역 4곳에서 행복택시를 운행한다고 발표했다. 행복택시는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취약계층이 택시기사에게 전화(콜)를 걸어 택시를 부르면 군이 배부한 이용권과 100원의 요금만으로도 원하는 목적지까지 택시를 탈 수 있는 사업이다. 나머지 이용요금에 대해서는 국비와 시군비로 이뤄진 보조금이 택시기사에게 주어진다. 그러나 시의 발표와 달리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행복택시 운행에 따른 보조금 집행 사례는 군의 택시요금 확정안 공고 이후로 2개월이 지나도록 전무하다. 같은 기간에 이들 섬지역의 택시기사가 행복택시를 운행하거나 교통취약계층이 행복택시를 이용한 사례 역시 없다. 이들 섬지역의 택시기사들은 공차 거리 등을 고려한 추가요금이 군의 택시요금 확정안에 담기지 않은 것을 문제로 삼아 행복택시의 운행을 거부하고 있다. 군은 택시요금 확정안을 공고하면서 기본요금(2㎞)을 1천900원에서 3천800원으로, 거리요금을 210m당 100원에서 100m당 100원 등으로 조정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백령도선착장이 있는 진촌리에 항상 대기하던 택시기사는 연화1리에서 4㎞가량 떨어진 두문진을 가려는 교통취약계층을 태우면 다시 진촌리로 돌아올 때까지 왕복 21㎞를 공차 거리로 손해를 보면서 다녀야 한다. 택시기사 A씨는 지금 요금체계로 하면 기름값도 안 나올 것이 뻔한데, 이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당초 (군에)어느정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는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강행했다고 했다. 시와 군은 교통취약계층의 이동이 빈번하지 않은 섬지역의 특성 등을 강조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이들 섬지역의 택시기사들은 콜에 따른 공차 거리별 추가요금부터 반영해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와 군이 앞으로 택시기사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2023년 3월까지 이들 섬지역에서는 행복택시를 찾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 관련법에 따라 택시요금은 의무적으로 2년마다 조정확정할 수 있다. 이미 시에서는 2년 뒤에나 이들 섬지역에서 행복택시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콜에 따른 공차 거리별 추가요금을 적용하면 주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택시요금을 인상하는 내용으로 이번 택시요금 확정안을 공고했다고 했다. 이어 현재는 콜에 따른 공차 거리별 추가요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2년 뒤 택시요금을 다시 조정확정하기 전에도 이들 섬지역에 행복택시가 다닐 수 있도록 택시기사들을 계속 설득하겠다고 했다. 김민기자

LH 부실시공에 뿔난 입주민, LH인천지역본부장 고발

방화구획 관통 부위 부실시공(경기일보 20일자 7면, 21일자 5면)이 드러난 LH웨스턴블루힐 아파트 주민들이 LH인천지역본부장을 고발했다. 24일 인천 논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LH웨스턴블루힐 임차인대표회의는 방화구획 미시공 관련 최종책임자인 LH인천지역본부장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고발장에는 방화구획 관련 건축물의 피난, 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4조(방화구획의 설치기준)를 위반한 LH가 아파트 전체 세대를 전수 조사해야 하지만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주민들은 LH인천지역본부장을 비롯해 관련 책임자 및 담당자 전원을 직무태만(유기)으로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LH는 해당 아파트 일부 가구의 천장 소방배관 옆으로 지름 약 13㎝의 구멍이 나 있는 부실시공 문제에 대해 시공사인 금호건설㈜ 측에 책임을 미루며 전수조사를 하지 않아 주민의 반발을 샀다. 금호건설 역시 1천243가구 중 5~6가구만 골라 조사해 안일한 대응이라는 주민들의 지적을 받았다. 김성국 LH웨스턴블루힐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은 이번 아파트 방화구획 미시공에 대해 LH인천지역본부의 안일한 대응 등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려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했다. 이어 전수 조사와 보수 등을 해결할 때까지 입주민들과 함께 행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해당 고발건은 접수단계에 있다며 고발인을 불러 진술을 듣는 등 조사과정을 거친 후 입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강우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