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흑사병과 르네상스

코로나19로 지구촌이 초비상이다. 새삼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국가마다 출입국 제한조치가 시행되고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스크 5부제의 생경함과 불편함에 자괴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공포에 외출도 삼가고 있다. 개학도 연기되고 미술관이나 공연장은 장기 휴관에 들어가 있다. 종교집회는 물론, 다수가 모이는 회의도 제한하고 있다. 바이러스로부터의 공격에 일상은 무너지고 삶은 위축되었다. 질병 퇴치 기간이 길어진다면 사회와 삶 전체의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다. 총이나 대포보다 보이지 않게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더 무서운 존재임을 실감케 한다. 14세기 중세의 흑사병은 인구의 3분의 1을 희생시키며 유럽 전역을 초토화 시켰다. 중국 남부와 중앙아시아에서 촉발된 이 질병은 실크로드를 따라 몽골 군의 서진과 함께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쥐벼룩을 숙주로 한 이 흑사병은 전염이 빠르고 치사율이 100퍼센트에 가까워 인구 밀집된 도시는 시체와 악취로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다. 사람들이 이를 막고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성문을 걸어 잠그는 것, 발병한 집에 방역선을 치는 것, 발병지역으로부터 가급적 멀리 피난 가는 것 등이 고작이었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채찍을 가하면서 참회의 고행을 하기도 하였다. 병의 원인을 알기 위해 고심했었지만, 당시의 의학 수준으로는 불가능했다. 교회나 정치권은 천재의 이변 때문이거나 악마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흑사병의 재앙은 역설적이게도 서구의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계기가 되었다. 고매한 가톨릭 사제들도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것을 목도한 당대인들은 교회의 권위와 신앙에 대한 회의를 가지게 되었고, 점차 합리적 이성에 눈뜨게 되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인구의 감소로 수입이 늘어난 중산층이 확대되었는데 부자들은 성당에 성화를 기증하거나 성화를 소장하는 등 좀 더 독실한 신앙심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의 탁월한 대가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확인할 소중한 기회임에 틀림없다.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 제고와 좀 더 치밀한 방역시스템의 필요를 깨닫게 되었다. 격리시설 지정을 둘러싼 지역주민들의 배타적인 태도나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 등 비윤리적 태도도 보았다. 확진자들을 증폭시킨 특정 종교집단의 감춰졌던 문제점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부족한 현장 전문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생업을 접어두고 목숨 걸고 현장으로 달려간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도 확인했다. 정책수행에서 정치논리보다는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존중 해야 함도 알게 되었다. 경제 강국임을 자처하던 우리 사회의 수다한 취약점을 확인케 된 것이다. 이러한 정황들은 사회와 자신들의 삶에 대한 소중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차분하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 타자의 불행에 동참하는 성숙함도 가져야 한다. 코로나로 모두 정신없고 힘들지만 그래도 봄은 오고 있다. 김찬동 수원시립미술관장

이재명 “PC방·노래방·클럽 ‘밀접이용 제한’ 행정명령”…4월6일까지 강력 단속

경기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교회에 이어 노래방ㆍ PC방ㆍ클럽 등 다중이용시설 1만5천여 곳에도 밀접이용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경기도는 다음 달 6일까지 이들 시설을 강력 단속, 위반 시설에는 집객 금지ㆍ고발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경제활동 제한은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러나 집단감염이 확산일로에 있어 부득이 비말감염 위험이 큰 클럽, PC방,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오늘부터 4월 6일까지 영업 제한 행정명령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다중이용시설은 ▲감염관리책임자 지정 ▲이용자 및 종사자 전원 마스크 착용 ▲발열, 후두통, 기침 등 유증상자 출입금지(종사자는 1일 2회 체크) ▲이용자 명부 작성 및 관리(이름, 연락처, 출입시간 등) ▲출입자 전원 손 소독 ▲이용자 간 최대한 간격 유지에 노력(업종별 상황 고려) ▲주기적 환기와 영업 전후 각 1회 소독 및 청소 등 7가지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행정명령 위반시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고발(300만 원 이하 벌금) ▲위반업체의 전면 집객(손님을 받는 행위) 금지 ▲위반에 따른 확진자 발생시 방역비 전액(조사ㆍ검사ㆍ치료)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의 조치가 가해진다. 현행 감염병 예방법은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ㆍ도지사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즉시 효력이 발생하며, 각급 학교가 개학하는 다음 달 6일까지 지속된다. 도는 23일까지 6일간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이후부터 강력한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도는 위기지원, 금융지원, 대출연장, 공적 일자리 제공, 중소기업과 자영업지원 등 가용가능한 모든 정책을 신속하게 시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도는 이날 심리 방역 정책도 예고했다. 과도한 불안감과 공포를 극복하고,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상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사회학자ㆍ심리학자 등 전문가들 힘을 합치겠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PC방, 노래방, 클럽 등에 대한 제한 명령을 시작으로 감염병이 확산하는 경우 더 많은 제한 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다며 도민의 삶을 제한하는 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점에 대해 경기도 방역책임자로서 큰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에는 노래연습장 7천642곳, PC방(컴퓨터게임ㆍ일반게임ㆍ복합유통게임) 7천297곳, 클럽 형태 업소(콜라텍ㆍ나이트클럽ㆍ성인가요주점) 145곳 등 3개 업종에 1만5천84개 업소가 있다. 여승구기자

[경기만평] 이불 밖은 위험해…

삼성전자, 첫 외부 주총… 코로나 예방차원 ‘전자투표’ 도입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외부애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방역 차원에서 첫 전자투표제도 함께 시행했다. 삼성전자는 18일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들과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주주총회는 서울 서초 사옥 등 회사와 관련된 장소에서 열렸으며, 회사와 무관한 장소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처음으로 주총 현장에 참석하지 않고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를 시행, 이날 현장 주주총회에 참석한 인원은 400여 명에 그치는 등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주총장에는 열화상카메라와 비접촉체온계를 비치하고, 주주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는 등 혹시나 모를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도 함께 시행됐다. 의심환자는 2층 출입구에 설치된 건강확인소로 이동해 별도의 장소에서 주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 두 칸씩 띄어 앉는 지정좌석제를 운영했으며 손 소독 등도 함께 진행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각 부문별 경영현황 발표도 함께 진행했다. 발표는 DS 부문장 김기남 부회장, CE 부문장 김현석 사장, IM 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직접 진행했다. 우선 DS 부문은 지난해 95조 5천억 원과 영업이익 15조 6천억 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추후 메모리에서 4세대 10나노급 D램과 7세대 V낸드 개발로 기술 격차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시스템LSI는 5G 모뎀 상용화 등 모바일 분야에서 보여준 SoC 기술과 이미지센서의 혁신적인 기술 리더십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CE부문은 매출 44.8조원, 영업이익 2.6조원으로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으며, 삼성전자는 TV 사업에서 QLED 8K TV와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TV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또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B2B 디스플레이 사업은 하드웨어 판매에서 프로젝트 컨설팅에서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엔드투엔드(end to end) 솔루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IM부문은 매출 107조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9조 3천 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5G 시대에서는 수많은 스마트 기기의 연결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 PC와 태블릿 등 기기간 연결성을 향상시켜 편리하고 풍부한 모바일 경험을 제공한다. 이어 네트워크 사업은 선제적인 5G 기술 개발을 통해 차세대 통신 기술과 5G 시대의 혁신을 주도할 방침이다.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 해 세계경제는 성장이 정체됐고 사업적으로도 메모리 업황 부진과 세트 사업의 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여건이 지속됐다며 회사의 경영 실적은 전년 대비 둔화돼 연결 기준 매출 230조 원, 영업이익 28조 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반도체 사업은 10나노급 DRAM, EUV 7나노 공정 등 초격차 기술혁신을 지속하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AI 전용 반도체 등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더불어 시스템 반도체와 QD 디스플레이와 같은 미래 성장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사업기회를 선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을 비롯해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의결됐다. 김태희기자

[함께하는 인천] 코로나19를 마주하는 아파트의 삶

날로 진화하여 나타나는 새로운 질병이 인간의 나약함을 시험이라도 하듯 우리를 공포 속에 몰아넣고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던 일상이 코로나19 사태로 한순간에 멈춰서고, 그저 진정되기만을 기다리는 신세이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수 있음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늘 그랬듯이 이번 사태도 지혜롭게 극복해낼 것이다. 질병이 잠잠해지면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 그간의 힘든 싸움을 잊은 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인류는 새로운 질병의 도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개인은 잊고 살더라도 국가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환자 발생 소식이 들리기가 무섭게 이곳저곳으로 급속하게 전파되는 상황에, 혼돈스러운 방송과 관계기관의 브리핑을 방안에 틀어박혀 종일 뚫어지게 응시한다. 어느덧 머릿속에는 집단감염,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소한 개념이 각인되고, 마스크의 중요성마저 절감하며, 내가 이 아파트에 격리된다면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스친다. 집단생활이 일상인 구조 속에서 타인과의 거리두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직장의 일도 다수가 모인 속에서 이루어지고, 거주하는 아파트의 삶도 다수가 함께해야 하는 구조이다. 배달로 버텨 보며 난생처음 며칠간씩 반복해보는 아파트에서의 격리 생활은 마치 감옥과도 같아 견디기 쉽지 않다. 개인주택이라면 마당에라도 나가 볕이라도 쬐고 뛰어라도 보련만, 현관 앞이 바로 이웃과 공유해야 하는 공간이다 보니 바깥은커녕 1층 로비에조차 타인을 피해 나갈 수가 없다. 운동 삼아 방안과 거실을 걸어 다녀 보지만 층간소음으로 조심스럽기만 하다. 비로소 아파트가 타인과 같이 살아가는 주거시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현관을 나서 복도를 지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반드시 타인과 공유해야 한다. 나만이 누릴 수 있는 내 집에 산다고 생각했는데, 타인과 함께 사는 집이었다. 전염병을 옮길 수 있는 타인과도, 쓰레기나 동물들과도 함께 이동해야 하며, 마주치고 싶지 않거나 함께 하고 싶지 않은 타인과 늘 일정 부분 동선을 같이 해야 하는 아파트의 삶이다. 과연 많은 이들이 살아야 하는 집이 이런 공동주택으로 괜찮나 하는 의문이 든다. 모두가 타인을 배려하는 이상적 행동을 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상황도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개인의 이기적 행동마저 자유의 영역이라 외치며 이웃의 불편함에 아랑곳하지 않는 자들이 적지 않다. 우리에게 어울리는 주거형태가 공동생활을 강요받는 아파트는 아닌 것 같다. 정부는 인구집중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되지 않는 공동주택의 폐해에 눈을 감고, 여전히 수도권에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며 대규모 아파트 건설의 신도시 정책을 남발한다. 언젠가 모든 국민을 수도권의 밀집된 아파트에 살도록 할 기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집단감염과 자가격리를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전국에 고루 분포되어 살아야 함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코로나19가 전염력과 치사율이 더 높은 무서운 질병이고, 지방이 아닌 서울수도권에서 시작된 대규모 전파였더라면 한국은 대혼란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지역 균형발전의 참다운 가치를 인식하고 선거를 위한 입발림이 아닌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대도시에 밀집해 사는 구조를 해소하고, 대규모 공동주택인 아파트도 개인주택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교수

[지지대] 한국은 감동을 주는 민족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극심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 국민들에게 진정하라. 긴장을 풀라. 너무 많이 살 필요 없다라며 생필품 사재기 자재를 당부했다. 미국 ABC 뉴스가 지난 14일 유튜브에 자가격리된 사람들에게 물과 음식물 박스를 배달하는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가 지역 내 있는 자가격리자 집에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영상 내용에는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묵묵히 음식들을 분류해 박스에 넣고 자가격리하고 있는 분들의 집까지 배달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전달하는 모습으로 격리자와의 대면 접촉을 피하는 동시에 자가격리된 분들의 존재를 이웃들에게 알리지 않기 위한 배려심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스에는 약 82달러(약 9만원)의 음식이 담겨 있으며 사골곰탕, 포도주스, 삼계탕, 라면 등과 같은 일회용 먹을거리 즉석 음식물뿐 아니라 사과와 배, 고구마, 홍삼, 서리태 등 지역 특산품이 들어 있었다. 1천500~2천 개의 박스가 경기도에, 대구지역에는 1만 5천 개의 박스를 자원봉사자들이 배달한다고 전하며 비용은 경기도가 부담한다고 전했다. 이를 본 외국의 네티즌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미국)와 이들(한국)의 차이점은 이들이 서로 돕고 있는 동안 우리는 화장지를 두고 싸우고 있었던 것이라는 반성의 댓글과 함께 한국은 항상 위대한 국민과 국가를 가지고 있었다며 이게 바로 우리 미국이 배워야 할 점이죠라는 댓글이 있었다. 또 이런 사람들이 있다니 정말 놀랍네요. 우리 미국인들은 한국인들로부터 배워야 합니다라는 댓글도 있었다. 이건 정말 전 세계적으로 기준이 되어야 할 수준의 세심함이다. 다른 나라도 이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라는 댓글과 함께 한국은 역사적으로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뭉쳤던 나라다. 위대한 기술과 친절한 마음씨를 가진 머리 좋은 민족이라는 댓글도 보였다. 사랑스러운 나라 바로 우리의 대한민국에 전 세계가 감동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서 벗어나면 대한민국은 더욱 단단히 질 것이라 확신한다. 최원재 문화부장

[사설] 장기전 들어선 코로나와의 싸움, 방향이 중요하다

이제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장기전에 들어섰다. 정은경 한국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코로나 장기전에 대비해서 매뉴얼을 이달 말까지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얼치기 장차관과 정치인들의 망언에 분노한 국민이 그래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판단이다. 코로나 확산은 세계 경제위기의 불을 지폈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이 12년 만에 제로(0)금리 카드를 15일 꺼냈으나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금리 인하와 돈 풀기 조치가 바이러스의 위력에 맥을 못 추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 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금융 시스템 문제였다면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충격은 기존의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실물 경기침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결국 시장에선 코로나 확산세가 본격적으로 꺾이지 않는 이상 백약이 무효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비상경제회의를 통한 특단의 대책과 조치들을 하겠다면서 비상이란 단어를 14번이나 사용했다. 대통령이 직접 경제를 챙기겠다는 의지와 각오는 좋은데 그동안 대통령의 경제 실책을 목격한 국민 입장에선 걱정이 앞선다. 비상경제 시국을 헤쳐 나가려면 무엇보다 정책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관건인데 그 출발점은 올바르게 현실을 인식하고 그에 맞춰 경제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서 찾아야 한다. 실패한 소득주도 성장에다 반시장반기업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돈을 퍼부은들 아무 소용이 없다. 10여 년 전 금융 위기 때 윤증현 기재부 장관은 그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플러스 3%에서 마이너스 2%로 무려 5%p나 낮췄다. 실제 2009년 성장률은 플러스 0.8%를 달성했다. 올바른 대책은 올바른 현실인식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추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면서 특단의 조치가 재정확대임을 암시했다. 정부는 이미 코로나 피해 지원을 위해 11조7천억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그중 10조원이 빚이다. 그 내용도 상품권 지급 같은 선심성 세금 풀기에 집중돼 있다. 정작 시급한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액은 전체 추경의 20%에 그친다. 취약 부문 지원과 경기 부양 등을 위해 막대한 재정 자금이 필요하다. 나랏빚을 불리지 않으며 이 일을 하려면 512조원의 기존 예산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초수퍼 예산이란 이름이 붙은 올해 예산은 문제투성이다. 각종 보조금, 수당, 가짜 일자리 사업 등의 예산이 무려 54조원에 달한다.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건설 사업만 2조3천억원에 달하는 비효율적 예산 항목들을 과감히 재조정해 코로나19 위기 대응 예산으로 개편해야 한다. 위기의 끝이 언제인지 모르는데 한번 돈을 나눠 갖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고, 매달 줄 수도 없는 일이다. 빚으로 돈 풀어 이때 크게 한번 선심 쓰겠다는 생각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사설] 코로나 피해농가 돕기 ‘착한 소비운동’ 확산되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급 학교 개학이 또다시 미뤄졌다. 교육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새 학기 개학일을 일단 4월 6일로 추가 연기했다. 원래 3월 2일이던 개학이 세 번째 늦춰진 것이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이번 개학 연기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처다. 밀집도가 높은 학교에서 감염이 발생하면 가정을 넘어 지역사회로 크게 확산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개학이 또 연기되면서 학교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온 전국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계약재배를 통해 농산물을 공급해오던 농가들이 판로가 막혀 과일이나 채소를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 오래 저장하기 어려운 채소가 대부분이라 다른 곳에 내다 팔기도 어렵다. 딸기나 시금치, 쑥갓 등은 며칠만 지나도 상품가치가 떨어져 판매할 수가 없다. 일부 농가에선 학교에 납품하려던 물량을 떨이로 마트 등에 넘기고 있다. 출하를 제때 못해 수확 못한 비닐하우스 채소를 갈아엎는 농가도 나오고 있다. 개학 연기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해 자치단체들이 나서고 있다. 저장이 어려운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팔자는 일명 착한 소비운동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가 앞장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농산물 특성상 제때 출하를 못하면 고스란히 버릴 수밖에 없는데, 그 양이 자그마치 348t이나 된다고 했다. 이어 경기도와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 농산물 공동구매 행사를 시작했다며 착한 소비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금치,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등 11개 품목을 담은 4kg짜리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2만원) 7천박스가 2시간 만에 완판됐다. 경기농진원은 앞서 친환경 딸기 팔아주기 행사도 열었다. 최문순 강원지사도 11일 SNS를 통해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강원 감자농가에 힘을 보태기 위해 감자 영업을 시작한다며 감자 구매 사이트 주소를 공유했다. 감자 10㎏짜리 1천400박스를 시중가의 절반 가격인 5천원에 내놨는데 한 시간 만에 동이 났다. 강원도 내 감자 재고량은 약 1만1천t으로 4월까지는 전량 판매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ㆍ강원에 이어 타 지자체에서도 착한 소비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각종 행사 등이 취소되면서 된서리를 맞은 화훼농가를 돕는 지자체도 있다. 주민공동체를 통한 농산물 공동구매도 진행되고 있다. 연대와 협동은 재난사태 난국을 극복하는 공동체의 저력이다. 착한 소비운동이 크게 확산돼 농가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정부도 피해농가를 돕기 위해 생산비 보전 등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꽃은 만개했는데… 축제 사라진 ‘썰렁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