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罪 사해주는 연예계

1998년 개그맨 신동엽씨가 구속됐다. 마약관리법 위반혐의였다. 당시 신씨를 구속했던 주임 검사의 회고다. 방송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많은 팬 사이로 신씨가 나왔다. 수사관들이 조용히 에워쌌다. 마약 위반 혐의를 설명했다. 조용히 가시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신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랐다. 다음날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실망과 비난이 이어졌다. 당시 분위기는 그랬다. 마약복용은 가장 저급한 범죄로 취급됐다. ▶지금 신씨는 최고의 방송인이다. 지상파와 종편을 종횡무진 한다. 가장 영향력 있는 MC다. 복귀 과정도 이제는 잊힌 옛일이다. 몇 년의 자숙이 있었던 것만 기억된다. 신씨만 탓할 건 없다. 90년대 마약 혐의로 구속됐던 영화배우. 그가 지금의 국민 배우 박중훈씨다. 2001년 마약 혐의로 벌금형 선고를 받은 가수. 그가 지금의 세계적 K-팝스타 싸이다. 모두 잠깐의 자숙 뒤에 복귀한 연예인들이다. 연예계를 쥐락펴락하는 거물이다. ▶이마저 바뀌었다. 충격도, 자숙도 생략되는 분위기다. 2018년 촉망받던 래퍼 씨잼이 구속됐다. 대마초를 피운 혐의다. 구치소로 향한 뒤 인스타그램이 화제였다. 구속 직전 녹음은 끝내놓고 들어간다이~라는 말을 남겼다. 후배 래퍼 Y는 사랑합니다. 다녀오십쇼라고 썼다. 팔로워들도 가세했다. 진짜 너무 멋있다 노래 잘 듣고 있을게, 다녀와 뭘하든 사랑해요. 구속-석방-자숙-복귀가 구속-석방-복귀로 바뀌는 듯하다. ▶이러다 보니 회자되는 불문율이 생겼다. 자숙 기간은 1년으로 충분하다. 종편 케이블 방송은 해방구다. 1년도 걸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불과 몇 개월 뒤에 버젓이 복귀하는 연예인도 있다. 죗값을 치른 연예인의 복귀 시작은 종편 또는 케이블이다. 이른바 간보기다. 여론의 비난 정도를 떠보는 시도다. 여기서 문제가 없으면(?)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불우이웃 돕기, 재능기부 등의 선행을 이벤트로 끼워넣기도 한다. 이게 공식 아닌 공식이다. ▶버닝썬 사건이 벌집을 쑤셨다. 대통령까지 나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그 중심에 가수 정준영이 있다.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고 한다. 동료들과 그 영상을 공유했다고 한다. 자연스레 3년 전 동영상 논란으로 옮겨 붙었다. 그때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KBS는 그를 곧바로 복귀시켰다. 돌아보면 범죄 연속을 방조한 셈이다. 구속한 검사보다 큰 힘, 형을 선고한 판사보다 큰 힘. 그게 방송국 관계자의 면죄부 부여권이다. ▶공무원 또는 직장인이 마약 혐의로 구속됐다면 어땠을까. 복직할 수 있었을까. 턱도 없는 소리 아닐까. 김종구 주필

[사설] 논란많은 공시가, 부작용 최소화할 보완책 마련해야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 예정가격을 발표한 이후 논란이 거세다. 상당수 지역의 공시가격이 대폭 오른데다 가격 상승의 불합리성, 지역별 불균형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도 커져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전국의 아파트와 다세대 등 공동주택 1천339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전년 대비 전국 평균 5.32%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30~40%대 상승률을 기록한 공동주택이 속출했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14.17%로 가장 많이 올랐다. 시군구 중에는 과천이 23.41%로 최고 상승률을 보였고, 성남 분당은 17.84% 올랐다. 지역에 따라 50% 가까이 인상된 곳도 있다. 용인의 다세대주택인 성호샤인힐즈의 경우 지난해 2억5천500만 원에서 49% 올라 3억8천만 원의 공시가격을 기록했다. 수원 광교신도시 공동주택도 30~35% 폭등했다. 정부는 현실화율이 낮았던 고가주택은 상대적으로 많이 올리고, 중저가주택 공시가격은 시세 변동률 이내로 반영해 형평성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따라서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금부담은 늘겠지만 중저가주택 보유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에 이어 공동주택까지 크게 인상하자 후폭풍이 거세다. 급등한 지역 주민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의제기를 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득 없는 은퇴자, 선의의 주택 보유자들이 받을 불이익에 대한 보완책을 세워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급격한 공시가 인상을 막기 위해 공시지가 평가 때 전년 대비 변동률, 인근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의무적으로 고려토록 하는 야당 의원들의 법안도 발의됐다. 정부는 그간 시세가 오른 만큼 올린다는 공시가격 인상 방침과 동일 시세, 동일 현실화율을 통한 공평한 조세 부담 원칙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이런 원칙들이 오락가락했다. 같은 단지, 같은 층 내에서 면적에 비례하는 공시가격이 역전됐다. 지난해 비슷한 시세와 시가 상승률을 보인 아파트 사이에서도 상승률이 3배 이상 차이 나는 사례가 많았다. 도대체 기준이 뭐냐는 불만과 항의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납득할만한 산정 과정을 설명해야 한다. 단독주택과 토지에 이어 공동주택 등 3대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정부는 공시가 산정의 형평성 등 되풀이되는 불만 해소를 위해 공시가 책정의 불합리성 정비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투기와 무관한 실수요 1주택자들의 세금 충격을 완화할 조치 등 보완책도 내놔야 한다. 공시가격 상승은 보유세 외에도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조치가 필요하다.

[사설] 수원고법이 처음 시작하는 사법접근센터 / 참여기관의 동참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수원고법 청사에 사법접근센터가 문을 열었다. 소송과 관련된 각종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다. 법원과 함께 변호사회, 법무사회, 신용회복위원회, 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공단이 참여한다. 각 기관의 소속위원들이 상주하면서 각종 법률 상담 서비스를 한다. 상담 분야는 일반 소송ㆍ등기ㆍ회생파산ㆍ가사 상속 등이다. 장애인ㆍ외국인ㆍ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 및 취약계층이 우선이지만, 일반인에도 문이 열려 있다. 이 제도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이 있다. 법원 청사 안에서 운영된다는 점이다. 판결이 이뤄지는 법원과 공간적으로 일치한다. 적재적소의 즉시 상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에도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기구는 많다. 법률구조센터, 국선변호인제도, 범죄피해자구조제도 등이다. 하지만, 이런 기구들은 각자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통합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등장한 제도다. 그 첫 출범이 수원고법에서 이뤄졌다. 도민에도 의미가 적지 않다. 법률 혜택의 수혜자이자 제도 성패의 가늠자다. 김주현 수원고법원장의 의욕이 크다. 취임 인사차 경기일보를 방문한 자리에서 통합적인 사법서비스를 지원하는 수원고법이 되겠다고 밝혔다. 수원시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된 심리상담 역할도 강조했다. 가슴 속 상처를 풀 데가 없어 답답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상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운영 주체들의 참여의식이 중요하다. 법원에서 운영되지만, 참여 기관은 여럿이다. 변호사회, 법무사회, 신용회복위원회, 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공단이 참여한다. 이미 서로 다른 법률ㆍ현안 서비스 기구를 운영하는 기관들이다. 대부분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음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 주도의 사법접근센터가 출범한 것이다. 이들 기관이 얼마나 참여의식을 보여줄지 생각해볼 일이다. 지난해 9월 사법부 7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처음 이 제도가 제안됐다. 변호사 업계 일부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옥상 옥, 영역 충돌 등을 경계하는 목소리였다. 침소봉대일 수 있다. 그렇다고 근거 없는 우려라며 외면할 여론도 아니다. 이런 목소리부터 조화롭게 보듬어야 한다. 그래서 모든 기관이 내일처럼 여기고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책임이 제도 도입 주체인 법원에 있다. 개혁의 시작은 제도가 하지만, 그 제도의 완성은 사람이 한다. 김주현 초대 수원고법원장에 주어진 권한과 책임이다.

[인천시론] 절망 대한민국, 정녕 ‘장밋빛 미래’는 없나

숨 막히는 미세먼지로 인한 생명의 위협, 중산층이 무너져 내린 승자독식의 사회, 탈원전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이념의 양극화로 갈래갈래 찢어진 민심, 앞이 안 보이는 민생경제와 우리 기업의 몰락 등 이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한마디로 리더십 실종이다. 최근 미세먼지 대재앙을 보면서 정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유치원, 초등학교에 공기청정기 설치해준다 하고 총리는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담당 장관은 중국에는 입도 뻥긋 못하면서 거리마다 공기정화기를 설치한다 하고 서울시장은 질세라 건물에 특수페인트를 칠해서 미세먼지를 흡착시킨다고 한다. 여당은 이명박 정부 때 디젤 차량이 늘어서 이 꼴이 났다고 한다. 경유 승용차 판매는 노무현 정부 때 허용했던 일이다. 경복궁 무너지면 대원군 책임인가. 무능극치, 유체이탈, 책임회피 발언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중장기 미래 예측 보고서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를 지난 5일 발표했다. 정치경제사회 등 13개 분야 모두 절망적이다. 2050년에 미국 다음으로 1인당 소득이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한 골드만삭스의 예측이나, 한국을 찾은 수많은 미래학자가 얘기한 장밋빛 미래는 찾아볼 수 없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12년 만에 3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정부는 자랑조차 하지 못한다. 국민이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은 얼어붙어 있고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 상대적 빈곤율이 다른 3만 달러 이상 국가보다(평균 11.8%) 17.4% 높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의 엔진이 식어 가는데 정부는 두 손 놓고 있다. 5월이면 문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게 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방향도 틀리고 전략도 없고 국격(國格)도 없는 국정운영이었다. 견제와 균형, 연립과 연합, 타협과 통합이 없는 현 체제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모든 잘못과 책임은 상대와 과거에 돌리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우리를 골병들게 한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게르만인보다 못하며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못한 로마인이 세계적인 제국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적도 껴안는 개방과 관용, 포용력 덕분이었다고 썼다. 왜 우리는 이렇게 하지 못할까. 건강이 좋지 않은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살아 있는 모든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운 나라가 과연 있을까. 차기 재집권이 어려우면 또 다른 보복의 불안과 두려움이 이렇게 막무가내식의 정치를 만들어 내는 것인가. 국민의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을 해소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지금 청와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솔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지지와 이해를 구하는 일이다. 지도자와 측근들이 좁은 사고에 갇힌 채 우리만이 정의이고 우리 판단만이 옳다고 우기면 같은 오류와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쇠망한 대한민국만 있을 뿐이다. 희망은 실망으로, 실망은 절망으로 가고 있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변평섭 칼럼] 대원군, ‘대동여지도’에 놀란 것은…

우리나라 국토를 10리 단위로 표시 하며 상세한 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그가 중인의 신분으로 나라의 도움도 없이 백두산을 여덟 번이나 오르는 등 삼천리 방방곡곡을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지도를 작성했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 온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사실 김정호는 1861년(철종12년) 대동여지도를 많은 고초 끝에 간행 했고 1864년 고종1년 대원군의 집권이 시작될 즈음 재간행을 했다. 그런데 대원군이 이 지도를 들여다보고는 그 정확하고 상세한 내용을 보고 크게 분노하여 김정호를 체포하고 이적행위로 처형을 했다는 것이다. 이 지도가 일본 같은 적국의 손에 들어가면 침략의 길잡이가 된다는 것. 물론 이와 같은 주장은 요즘 들어 근거가 없는 것으로 학계에서 대두 되기도 한다. 일본 학자들이 조선정부의 무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만든 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원군은 나름대로 국가안보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쇄국정책도 그런 것이었고, 특히 임진왜란 때 고니시의 왜병이 부산진에 상륙하고도 서울을 점령하는데 20일 이나 걸린 것은 서울로 가는 길을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김정호의 정확한 지도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 무렵 조선의 지방도로는 도로라고 할 것도 없이 엉망이었고 좁아 터져서 병사들이 행군을 해도 두 줄로 걷질 못하고 한 줄로 걸어야 했다. 그래서 조선을 다녀간 서양인들은 조선 도로가 이렇게 엉망으로 방치된 것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가졌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외국의 침입로를 차단하는 것을 꼽기도 했다. 도로를 제대로 만들지 않은 것은 그것이 외국침략을 막기 위한 한 방안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외침을 당하면서 살았던 우리에게는 도로 하나에까지 국가안보의 개념이 배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해서라도 나라를 지키려 했던 조상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질 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착한 백성들은 임진왜란 때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을 가자 그 행렬에 돌을 던져 분노를 표현하고 궁궐에 불을 질렸다. 그러나 나라가 적에게 밟히자 의병을 일으켜 목숨을 초개 같이 버리는 희생을 보여 줬다. 나라를 지킨다는 것은 모든 가치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요즘 안보에 대한 미심쩍은 생각이 자꾸만 커지는 것은 왜일까? 새 한미연합훈련으로 실시한 19-1 동맹훈련이 지난 12일 1주간의 짧은 일정으로 끝냈다. 북한이 제일 무서워 한다는 B2전략폭격기를 비롯 핵항공모함등 전략자산의 움직임도 없이 훈련은 조용히 시뮬레이션으로만 끝내고 말았다. 그동안의 을지프리덤, 키졸브 등 한미연합훈련의 3대 축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고 이제는 컴퓨터에 의한 워게임만 하게 된 것.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체니 전 미 부통령은 그가 뉴욕에서 부동산 거래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지만 그 거래가 우리 한국에는 치명적인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잇따른 한미훈련의 취소, 또는 축소는 공허감을 주는게 사실이다. 이런 것이 미군 철수나 감축으로 이어 지지는 않을 까도 걱정이다. 거기에다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천안함 폭침 등에 대한 발언과 안보의 긴장 끈을 느슨하게 하는 일련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다른 정책은 실패해도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국가안보는 한번만 실패해도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런 우려를 더욱 압박해 온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천자춘추] 드라마 같은 세상

드라마 같은 인생이라는 말을 한다. 실제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말에는 삶의 긍정적인 결말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드라마 같은 삶을 꿈꾼다. 그런데 드라마는 종종 우리의 정상적인 인식을 방해한다. 드라마가 우리의 삶에서 소재를 찾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사실 드라마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만을 향하여 가고 싶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우리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직업이 있고, 그들을 보호하는 권력도 있고 돈도 있고, 범죄자도 있고 사기꾼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드라마 같은 세상을 방해하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그 세상을 만들고 보호하며 드라마의 완성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게 현실과 다르다. 거기서 난제(難題)가 발생하는 방식은 현실과 유사하지만 해결되는 방식이 다르다. 주인공의 외모가 특별해서, 능력이 특별해서, 돈이 많아서, 권력이 있어서, 혹은 도움을 받을 수 지인이 있어서 쉽게 해결된다. 그래서 드라마 같은 삶을 누리려는 사람들은 외모와 능력, 돈과 권력, 혹은 그걸 대신하는 인맥을 갖추어야 한다. 사실 정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래서 삶에서 성공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달라진다. 드라마가 세상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세상에선, 가난하고 힘없고 능력 없는 사람의 삶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 수 없다. 드라마의 주인공도 될 수도 없고 드라마 같은 세상을 꿈꿀 수도 없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루저로 만들어버린다. 결국 드라마 같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이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간다. 그들이 만드는 세상은 복권 당첨과 같은 우연한 행운을 통하지 않고서는 다가갈 수가 없다. 이게 삶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유흥업소 버닝선과 아레나를 둘러싼 사건도 돈과 권력과 인기 연예인과 예쁜 미모의 여자 등 드라마 같은 세상을 욕망하는 사람들이 만든 세상이다. 드라마 같은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세상을 확장시켜온 것이다. 그 세상에선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돌아가는 세상은 우리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도,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회는 그들만이 만드는 게 아니다. 그런 사회를 비난하면서도 자신도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만든다. 그런 세상을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런 세상을 보여주는 드라마나 사회도 계속 비대해지면서 건강한 우리들의 삶을 계속 흔들어놓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아편 같은 드라마에 현실의 아픔을 위로받을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꿈꾸고 응원하는 마음,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아가려는 자세가 더욱 필요할 때이다. 이광용 수원여자대학교 교무처장

[기고] 동두천 제생병원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동두천 제생병원의 개원은 대순진리회라는 종교적 책임과 이념이 있는 종단이 약속한 것이다. 의료법인 대진의료재단이 지난 1994년 12월 동두천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지상 21층 지하 4층 1천480병상의 규모로 제생병원을 짓다가 종단의 교주가 사망하면서 2004년 7월 외벽공사를 완료하고 내부 30%만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순진리회에 대해 잠시 알아보면 증산도 강일성(강증산)의 가르침을 모태로 하여 세워진 신흥 종교이다. 증산도의 한 파로 1958년 태극도 도주였던 조철제가 사망하자 2대 도주로 선출된 박한경과 조철제의 아들인 영래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러자 박한경은 그 세력을 이끌고 1996년 서울 성동구 중곡동으로 옮겨 교단명칭을 대순진리회로 바꾸고 포교활동을 펼치다 지난 1996년 1월 사망하면서 후계구도와 관련 여주본부도장, 중곡도장, 포천수도장, 대진성주회 등으로 나눠져 서로 정통성을 내세우며 사실상 4개 방면으로 분파됐다. 제생병원은 종단의 분파사태가 원인으로 칠봉산과 천혜의 자연발생계곡 입구에 21층이 21년간 방치된 채 흉물로 남아있다. 대순진리회는 대진대학교, 대진고등학교, 분당제생병원, 대순진리회 사회복지재단 등을 운영하면서 지상 신선시대를 만들겠다며 사회에 성금의 70%를 환원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모시는 상제님 강일성(강증산)을 하느님으로 알고 업적과 행정을 기리며 수행하고 있는 종교이다. 그렇다면 동두천 제생병원의 사태는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 내부적으로 서로의 기득권을 주장하며 폭력이 난무하고 법원에다 법적으로 해결해 달라고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 제생병원은 자신들의 내부문제라는 이유로 동두천시와의 약속을 저버린 채 21년간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제생병원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정치인으로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지난 1월 21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우선 시민들이 자발적인 항의성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걸어달라고 외쳤다. 1인 시위는 포천 대진대, 여주본부, 괴산의 중원대, 서울 중곡도장을 찾아다니며 항의했다. 이에 200여장의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걸리고 지난 2월13일과 27일에는 동두천시장과 4개 분파가 만나 조속한 개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 놓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에도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았다. 자신들의 종교적 이념은 저버린 채 기득권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는 그들을 이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21년간 21층을 흉물로 방치한 대순진리회는 어떠한 이유이든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다. 대순진리회가 추구하는 종교적 이념이 이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동철 경기도의원 (더불어민주당ㆍ동두천2)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열차 개통식

도시농업인 생활원예경진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