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끝없이 뱉어내는...

[사설] 2만원 ‘금배추’, 기후변화 따른 식량위기 대책 마련해야

배추 한 포기에 2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금(金)추, 금배추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다.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폭우로 배추 작황이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9월 중순 배추 도매가격은 상품 기준 포기당 9천537원으로 올랐다.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소매가격은 2만∼2만3천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일반 가정에서도 그렇고, 식당 사장들도 폭등한 배추값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김치 없는 밥상을 낼 수도 없으니 걱정이 크다. 정부가 결국 중국산 배추를 들여와 도매시장에 풀기로 했다. 당분간 배추 공급량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 수급 안정을 위해서다. 국산 배추는 11월 김장철을 대비해 최대한 비축할 방침이다. 중국산 수입 배추는 27일 초도물량 16t을 들여온다. 이후 중국 산지 상황을 보면서 수입 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들여오는 건 2010~2012년, 2022년에 이어 다섯 번째다. 국민 선호도 등을 고려해 주로 김치 제조공장 등 가공·외식업체 중심으로 유통됐다. 이번에 들여오는 배추도 마찬가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 배추가 가공∙외식업체 배추 물량을 채워주면 일반 가정에서 필요한 물량에 여유가 생기고,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폭염과 가뭄, 홍수, 한파, 폭설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다. 기후변화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는 농업이다.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 ‘기후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은 기후(climat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극심한 이상기후 때문에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농산물과 식재료 가격이 오르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금사과, 금오이, 금고추, 금배추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소비자들은 폭등한 장바구니 물가에 고통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는 자연재해 및 병해충 증가, 물 부족 등을 유발해 농작물의 생산성 감소와 품질 저하 등을 가져오게 된다. 이는 농산물 수급 불균형과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농업이 직면한 문제다. 때문에 매번 다른 나라의 수입 농산물에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온난화에 따른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로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당장 눈앞의 채소값, 과일값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 시스템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설] 임박한 신도대교 개통... 5년 전 무의도 교훈 되새겨야

5년 전 무의대교가 개통했다. 인천 대표 관광섬 무의도가 육지와 이어진 것이다. 당장 관광객들의 차량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섬 사정은 예전 그대로였다. 오솔길 수준의 도로를 관광버스가 간신히 지나갔다. 중앙선도 없어 승용차들은 아슬아슬 비켜 다녔다. 차량 정체가 이어졌지만 잠시 주차할 공간도 없었다. 관광객이 늘면서 섬은 식수난까지 겪어야 했다. 부랴부랴 인천경제청이 고육지책에 나섰다. 하루 통행량을 900대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고는 주민 및 관광객들에게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섬의 주차·교통난은 이후로도 한동안 이어졌다. 이번엔 반대편의 신·시·모도가 걱정에 휩싸였다. 내년 말 영종~신도 평화도로(신도대교)가 개통한다. 이들 섬 사정도 과거 무의도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2025년 말 개통 목표의 신도대교(3.26㎞) 공사가 한창이다. 영종도와 주변 3개 섬을 잇는 연도교다. 인천 옹진군이 개통 이후의 교통량을 예측했다. 개통 초기 1일 최대 8천800대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시간이 지나 안정세에 들어가도 1일 평균 5천900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에 비례해 관광객도 급증할 전망이다. 2022년 기준 장봉도까지 포함한 옹진군 북도면 관광객이 하루 1천100명 수준이었다. 개통 이후 차량 1대당 2~3명만 잡아도 얼마만한 숫자인가. 조용하던 섬이 급격히 불어난 유동인구로 북적일 것이다. 당장 섬 내 교통 혼잡과 주차난이 걱정이다. 섬 내부 도로·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태부족해서다. 옹진군은 우선 단기적으로 주차장 4곳(1천120면)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 보행자 도로를 포함한 왕복 2차로의 섬 내부 도로 확충도 시급하다. 문제는 예산이다. 옹진군이 최근 인천시에 관련 예산 297억원의 절반 정도(162억원)를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이 없다. 부지 구입이 급하지만 아직은 손을 놓고 있다. 옹진군은 일단 기본계획 수립 등 행정절차를 먼저 끝내 놓는다는 방침이다. 예산 확보와 동시에 최대한 빨리 공사에 나서기 위해서다. 인천시도 최근에야 문제를 파악, 대처에 나섰다고 한다. 기반시설 지원을 맡을 태스크포스(TF)도 꾸린다. 이미 무의도에서 한 차례 호되게 겪은 사태다. 그러고도 대처를 못한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된다. 또다시 통행을 막으려 갓 개통한 다리에 바리케이드를 칠 것인가. 지자체마다 지역 관광 활성화에 목을 매는 요즘이다. 멀리서 이들 섬을 찾아온 사람들이 뭐라 할 것인가. 다리가 열리기 전에 손님 맞을 채비를 마쳐야 할 것이다.

[김종구 칼럼] CJ 대응, K-컬처밸리 원안에서 멀어지나

알려졌던 CJ 측 대응은 쟁송(爭訟)이었다. 피해 구제를 위한 재판을 준비했었다. 국내 굴지 법무법인 K였다. 7월 초 수임제안서가 오갔다고 한다. 법무법인이 CJ에 보낸 의향서다. 소송 전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고 들렸다. 대략 8월 말 즈음 전언이다. 그런데 9월5일 깜짝 놀랄 발표가 나왔다. CJ가 관련 협약 해제를 통보한 것이다. 경기도의 협약 해제에 동의하는 법률 절차다. ‘장기간 소송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급전환이다. 여론-이 글에서 여론은 고양시민 여론이다-은 그때까지 CJ와 뜻을 같이했다. 그도 그럴 게, 해제는 경기도 결정이었다. 6월28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타당하고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했다. 그때 든 게 ‘CJ 의지 부족’이다. 지체상금 감면 문제를 거론했다. 여론과 CJ는 여기 동의하지 않았다. 국토부 중재가 있었고, 감사원 컨설팅 의뢰 중이었다. 그 결과를 보기도 전에 해제를 선언했다. 여론은 경기도를 비난했다. 다 들고 일어났다. 시위에 내걸린 구호가 이거였다. ‘K–컬처밸리, 원안대로 추진하라’. 시민들이 말하는 원안은 뭔가. 32만6천400㎡짜리 컬처밸리다. 거기엔 아레나 공연장이 있다. 콘텐츠 경험시설, 문화 콘텐츠 업무 시설, 랜드마크 시설도 있다. 사업비만 2조원이 넘는다고 했다. 연간 250만명이 찾을 거라고 했다. 경제효과 30조원에 달할 거라고 자랑했다. 그 약속, 그 규모 그대로 추진하라는 거다. 사업 주체의 연속성은 당연했다. 다 CJ를 챙긴 이유다. 그랬었는데 이렇게 됐다. CJ가 경기도에 동의했다. 협약 해제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들어간 돈이 수천억원이라더니.... 법률적 쟁송도 각오한다더니.... 갑자기 경기도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묘한 제안을 섞어 넣었다. ‘공사가 진척 중인 아레나 사업을 최대한 신속히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공정 17%인 공연장은 계속 짓겠다는 거다. 말이 협의지 경기도에 부탁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고양시민 뜻이 아니다. 이쯤에서 되살아나는 기억이 있다. CJ 측은 그동안 ‘공정 17% 추진 중’을 강조했다. 경기도는 ‘전체 공정 3%’를 얘기했다. 김동연 지사가 직접 ‘8년간 3% 공정’을 언급했다. CJ 측의 사업 의지가 부족하다는 근거였다. 같은 얘기인데 이렇게 달리 풀었다. 돌아보면 CJ는 아레나를 많이 챙겼다. 전체에서 떼어 내 아레나를 말했다. 그러더니 ‘그 아레나만은 하고 싶다’고 밝혔다. 상징성 크다지만 따로 떼어 논할 부분은 아닌데. 이해 안된다. 곧 경기도의회 특위가 시작된다. 계약 해제 과정을 살피겠다고 했다. 경기도의 잘못을 찾겠다고 했다. CJ 측 의견도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CJ가 경기도에 동의했다. 법적으로 완벽히 끝나 버렸다. CJ에 들어줄 게 있는지 궁금하다. 피해 당한 을(乙)로 계속 볼지 의문이다. 더구나 아레나 사업을 도에 부탁하는 입장이 됐다. 특위-특히 도지사를 벼르는 쪽-가 원하는 증언이 나오기나 할까. 아마 없을 것 같은데. -협약 해제 받아 줄테니 아레나 공사 달라-. 이 말에 다 못 담을 경영적 고려사안은 많을거다. 하지만 여론에게는 그다지 달리 보이지 않는다. 고양시민들에게는 더 그래 보인다. 그렇다면 경기도의회가 CJ에 물어야 할 질문도 바뀌는 게 옳다. ‘CJ가 정말로 공사 지연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CJ에 지체상금 감면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가’, ‘공정 3% 업체가 공정 17% 사업만 떼 가는 특혜가 옳은가. 규정에도 없는데...’. 고양시민의 여름은 유독 더웠다. 160리 길 달려가 경기도에 항의했다. 펄펄 끓는 도로를 차량으로 덮었다. ‘원안 추진’을 향한 투쟁이었다. 거기서 기업이 떨어져 나갔다. ‘회사 이익 챙기겠다’며 반대로 갔다. 고양시민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지만, 비빌 곳은 점점 사라질 것 같다. 그래서 걱정이다.

[삶, 오디세이] 인공지능 시대의 창작

챗GPT는 오픈AI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다. 챗GPT는 발전을 거듭해 2023년에는 챗GPT-4 터보가 발표됐고 2024년 5월에는 인간처럼 대화가 가능한 챗GPT-4o가 공개됐다. 인공지능은 교육, 산업, 군사, 사법, 예술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곳이 없다. 문단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 챗GPT가 시를 쓴다. 챗GPT가 요구하는 입력값대로 시를 쓰게 되자 문단에 비상이 걸렸다. 작년에는 다수의 문예지가 챗GPT 특집을 다뤘고 올해는 급기야 문학상 공모에 ‘GPT를 활용한 작품이라고 판단될 경우 수상을 취소한다’는 유의 사항이 붙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챗GPT를 활용했다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런 유의 사항은 챗GPT는 동일한 입력값에도 모두 다른 시를 생산해 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문단에 챗GPT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던 2023년 ‘포엠피플’ 여름호 특집으로 필자는 ‘챗GPT, 시인으로서의 (불)가능성―한국의 명시 7선과 챗GPT의 명시 7선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챗GPT에 동일한 한국 명시 제목과 주제를 입력값으로 시를 쓰게 했다. 그중 챗GPT가 쓴 명시 1편을 소개한다. “이별의 정한에 서로를 바라보며/슬픔에 잠긴 눈빛으로 말없이 손을 흔들며/길을 나선 그대와 나/희미해진 뒷모습을 바라보며 떨리는 가슴을 감추지 못하고//진달래꽃이 피는 곳마다/서로를 지키며 함께한 추억이 번져/그리움과 아픔이 한껏 더해져/이젠 서로의 곁에서 멀어져 가고 있음을 알면서도//진달래꽃이 지는 그날까지/이별의 정한을 깨지 않으려 애쓰는 그대와 나/서로의 마음속에 간직한 추억으로/진달래꽃처럼 아름답게 떠나기를 바라며//진달래꽃이 지는 그날까지/서로의 마음을 잊지 않으리라.”(챗GPT∙‘진달래꽃’ 전문) 이 시는 챗GPT에 “진달래꽃이라는 제목으로 4연 12행의 시를 쓰시오. 주제는 이별의 정한입니다”를 입력값으로 줘 생산해냈다. 챗GPT는 필자가 요구한 4연은 지켰으나 12행은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시를 주제에 맞게 써냈다. 아직 챗GPT는 시적 착상과 사유를 발전시키는 데 미숙하다. 사유의 구체성과 시적 화자가 어떤 상태인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챗GPT가 쓴 시는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주제에 충실했다. 문예 창작을 전공하는 학생이 필자에게 “교수님, 챗GPT가 저보다 시를 잘 쓰는 거 같아요”라고 강의 중에 말했다. 학생의 말은 인공지능 시대 창작자의 위기감을 압축한다고 본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챗GPT를 활용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듯이 작가들도 챗GPT를 활용할지 모른다. 챗GPT에 입력값을 주고 초고를 쓴 다음 끊임없이 퇴고한다면 초고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전자계산기를 도구화하듯이, 그리고 19세기 사진기의 등장으로 인상파가 출현했듯이 이제 인공지능 시대의 창작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지지대] 환경정책 강하게 드라이브 걸어야

추석 명절이 지나고 나면 정치권과 언론들은 추석 민심에 대해 다양한 풀이를 내놓는다. 올해 추석 명절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오랜만에 둘러앉은 가족들이 가장 많이 꺼낸 이슈. 바로 ‘더위’다. 역대급 폭염이 몰아친 올해, 추석이지만 ‘반팔’ 차림의 옷을 입고 모인 가족들. 난생 처음 추석에 에어컨을 틀고 잠이 든 식구들. 추석 연휴 직후였던 19일에도 온열질환자가 전국에서 38명 발생했다.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는 3천600명을 넘어섰다. 하석(夏夕)이라고 불린 올 추석, 전 국민이 절실히 느꼈다. ‘날씨가 너무한다’, ‘이제 정말 지구가 많이 아프구나’라는 것을 말이다. 폭염 등 기상 악화로 시금치와 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각각 120%, 70% 넘게 뛰었다. 현재 횟집에서는 가을 전어를 찾아볼 수도 없다. 수확을 앞둔 들판에는 ‘벼멸구’ 탓에 하얗게 말라죽는 벼가 늘어나고 있다. 벼멸구는 기온이 내려가면 활동이 뜸해지는데 올해는 폭염으로 최근까지 번식을 이어가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같은 더위가 이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이번 겨울에는 극한 한파를 전망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환경 문제가 몇 번씩 큰 이슈가 됐다가 사라진 적이 있다. 식당에서 일회용품 지급을 하지 않기 시작했을 때, 종이로 된 빨대가 등장했을 때, 대통령선거에서 난데없이 ‘RE100’이 크게 이슈가 됐을 때 등등. 어떠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온 가족이 반팔을 입고 모여 에어컨을 틀고 자야 했던 올 추석. 환경 문제가 심각함을 체감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다시 한번 환경 정책을 강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

[함께하는 미래] 펠라그라의 단서를 준 반려동물 ‘개’

어느 날 얼굴과 팔 전체가 붉게 부어오른다. 놀라 몸을 훑는데 갑자기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큰 병이다 싶어 밖을 나왔는데 보이는 사람마다 피부가 울긋불긋하다. 누군가는 침울하고 누군가는 혼잣말을 한다. 우는 소리를 따라가니 유명을 달리한 자 옆에 가족이 애처롭게 있다. 갑자기 뒤바뀐 세상,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이 이야기는 영화가 아니다. 1907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미국 남부는 옥수수 주 생산지이고 옥수수는 20세기 초 가난한 농민들의 주식이었다. ‘펠라그라(pellagra)’는 염증으로 피부염과 설사가 나타나고 치매와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다가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1907년부터 1940년까지 사망자는 10만명으로 추산됐다. 당시 미국 공중보건의 조지프 골드버거 박사는 농업지역, 요양병원, 보육원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것을 보고 전염병이라 여겼다. 그러나 정치인, 자본가, 의사, 교사의 발병 수준이 낮은 점을 발견하고 마침내 펠라그라의 원인이 ‘비타민B3(니아신)’ 결핍임을 밝혀냈다. 부유층보다 고기, 우유, 채소를 섭취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서민들은 비타민B3 흡수율이 낮은 옥수수를 주로 섭취했기 때문에 이렇게 끔찍한 병에 시달렸다. 그러나 원인을 밝히면 해결될 것 같던 펠라그라의 장막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그러나 골드버거 연구진은 포기하지 않고 서민을 살릴 차선책으로 비타민B3가 풍부한 저가형 식품원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개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당시 비타민B3 결핍 실험으로 개의 혀에 검은 점이 생기는 ‘흑설병(黑舌病)’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흑설병과 펠라그라의 유사성에 주목했고 이때 효모가 치료에 탁월했다는 사실이 결정적 단서로 작용했다. 결국 연구진은 빵을 만드는 효모를 대량 보급했고 이런 조치는 펠라그라 치료와 예방에 크게 이바지했다. 당시 개는 펠라그라 종식의 숨은 공신이자 국민을 외면한 정치로부터 서민 건강을 지켜낸 동반자였다. 반려동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한자로는 짝 반(伴), 짝 려(侶)자를 쓰며 영어로는 동반자를 뜻하는 ‘companion animals’로 삶을 같이 살아가는 존재, 같이 숨 쉬고 걷고 웃을 수 있는 대상을 동반자라고 한다. 사람과 개가 공존한 역사는 오래됐다. 독일에서 발견된 1만4천년 전 개 화석은 함께한 시기를 가늠할 증거다. 최근 유전자 분석 연구에 의하면 사람과 개의 역사를 4만년 전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사냥으로 도움을 주던 동반자는 현재 집지킴이, 경호견, 경찰군견, 구조견, 도우미견, 반려견으로 탈바꿈하며 사람과의 공존을 이어가고 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개는 사람에게 스스로 다가와 길들여진 최초의 동물이다. 개의 특별한 역사를 가늠한다면 어쩌면 펠라그라 종식을 위한 도움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늘 그래왔듯 또다시 도왔을 뿐이다.

[천자춘추] 치유의 시작은 인정

‘달과 놀던 아이’를 쓴 뤼시엥 뒤발은 가톨릭 사제이자 유명한 샹송 가수였다. 그는 자신의 알코올 중독 경험과 힘겨운 회복 과정을 책에 담았다. 자제력을 잃고 절망 속에 방황하던 그에게 치유는 중독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나 뤼시엥 뒤발은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저는 알코올을 이겨낼 힘이 없습니다. 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사실 우리 역시 여러 형태로 중독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또 얼마든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어 잘 모를 뿐이다. 매번 조절하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또다시 무언가를 갈망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사실 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정 물질(알코올, 약물 등)이나 행동(도박, 성, 인터넷)뿐 아니라 권력, 명예, 자리같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이거나 투자, 소유(소비), 일같이 자신에게 이득을 된다고 믿는 것이라면 더 교묘하게 우리를 지배하는 중독이 될 수도 있다. 중독의 특징은 그 행위에 사용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반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 친구와 교제하는 시간, 자신을 성찰하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찰나지만 자신에게 해방감, 성취감, 절정의 극치감을 선사한 그 경험을 어떤 형태로든 재경험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작용과 그 무의식적인 작용에 뇌가 지배를 받아 몸이 기계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스스로를 중독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독자들은 자신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모르게 특정 행동(술, 약물, 게임, 도박, 쇼핑, 스마트 기기 등)에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잠깐의 틈새 시간, 그리고 더 심각하게는 밤에 잠을 자야 할 시간을 줄여 중독행위에 몰입한다. 그러다 보니 낮에 더 피곤하고 더 쉽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남들에게는 늘 바쁘고 여유가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자신을 쉴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행위가 자신에게 위로를 줬지만 대개는 후회와 부끄러움을 유발하고 종래에는 고통스러운 삶으로 귀결된다. 뒤발은 중독 행동을 멈추려면 행복해져야 하고, 또 행복해지려면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중독이 시작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독에 빠진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초기에 느꼈던 극치감과는 다르게 중독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후회와 죄책감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죄책감에 빠져 자기 처벌 심리가 작동하면 중독 행동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심각한 중독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수용하는 것이 중독과 거리를 둘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 홀로인 상황, 아무도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중독은 다시 외로움과 불행감 등 정서적 불편감을 불쏘시개 삼아 활성화한다. 중독에서의 치유는 나만의 세계를 버리고,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사람들과 세상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전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

[오늘의 운세] 9월 26일 목요일 (음력 8월 24일 /癸巳) 띠별 / 생년월일 운세

쥐띠 丙子 36년생 명예상승 승진가능 능력인정 존경받고 길(吉) 戊子 48년생 행운오고 재물투자 이득 문서해결 만사 길(吉) 庚子 60년생 직장고민 시비언쟁 감정 억제해야 무난해 壬子 72년생 재물손실 연인언쟁 보증불리 구설 및 말실수 甲子 84년생 귀인도움 음식대접 자손경사 여행출행 길(吉) 丙子 96년생 직업승진 가능 귀인조력 능력발휘 경쟁승리 소띠 丁丑 37년생 오전은 컨디션 불리 오후는 만사 고민해결 己丑 49년생 투자이득 사업왕성 금전해결 가정화합 원만 辛丑 61년생 승진가능 직장해결 문서 및 서류문제 길(吉) 癸丑 73년생 모임성공 의기투합 데이트 성공 만사무난 乙丑 85년생 운기는 왕성하나 간계로 위기 지혜가 필요해 丁丑 97년생 중상모략 조심 컨디션 별로 경쟁불리 술조심 호랑이띠 戊寅 38년생 투자재물 이득 계약성사 가택안정 만사 길(吉) 庚寅 50년생 기분손상 망신조심 투자증권 및 출행불리 壬寅 62년생 술 대인문제 투자로 손해 가정불화 조심해야 甲寅 74년생 시험합격 차량문서 및 여행무난 부모님 도움 丙寅 86년생 인기상승 운기왕성 중심인물 능력 발휘할 때 戊寅 98년생 재물이득 연인화합 문서차량 해결 여행출행 토끼띠 己卯 39년생 용돈주고 문서해결 차량 및 이사 출행원만 辛卯 51년생 재물성사 주점출입 고민해결 자손경사 癸卯 63년생 친구모임 가족외식 봉사하고 재수도 원만 乙卯 75년생 차량사고 조심 음식주의 직장고민 연인불화 丁卯 87년생 기분손상 부모걱정 투자도 불리 말실수 조심 己卯 99년생 물건구입 문서차량 해결 여행출행 시험원만 용띠 庚辰 40년생 자손문제 걱정 직업불안 금전복잡 기분손상 壬辰 52년생 주점탈선 금전지출 부부갈등 투자증권 불리 甲辰 64년생 문서차량 서류문제 해결 직업안정 능력발휘 丙辰 76년생 인기상승 모임성사 즐겁고 귀인도움 만사 길(吉) 戊辰 88년생 재수원만 이성화합 여행출행 문서시험 원만 庚辰 00년생 직업고민 컨디션 불리 갈팡질팡 한발 양보해 뱀띠 辛巳 41년생 술 음식 생기고 자손기쁨 건강회복 존경받고 癸巳 53년생 마음의 변화 갈팡질팡 여행출행 모임성사 乙巳 65년생 이사출행 여행 하고싶고 자손고민 직업불안 丁巳 77년생 일진불리 기분손상 변동불리 술 탈선조심 己巳 89년생 연인화합 주점출입 시험원만 부모님은 걱정 辛巳 01년생 직업해결 음식대접 인기상승 학업시험 원만 말띠 壬午 42년생 타인으로 손해 음주가무 투자불리 건강조심 甲午 54년생 만사무난 문서차량 이사 여행 및 시험원만 丙午 66년생 명예 및 인기상승 재물성사 능력발휘 만사 길(吉) 戊午 78년생 귀인도움 선물받고 계약가능 재수원만 길(吉) 庚午 90년생 일진별로 직업고민 스트레스 실수주의 壬午 02년생 기분엉망 직업 스트레스 경쟁불리 학업태만 양띠 癸未 43년생 친구친척 도움 모임성사 상사의 의견존중 乙未 55년생 문서문제 원만 직장갈등 자손문제 고민 丁未 67년생 시비언쟁 음주사고 조심 양보정신이 필요 己未 79년생 일진원만 친구모임 부모님 도움 돈은지출 辛未 91년생 일진무난 안기상승 이성화합 고민도 해결 원숭이띠 甲申 44년생 문서계약 금전해결 행운오고 만사해결 丙申 56년생 명예상승 가족화합 기분상쾌 능력인정 戊申 68년생 재물성사 집안경사 운수왕성 문서해결 庚申 80년생 정신불안 음주가무 탈선 직장고민 안정필요 壬申 92년생 투자증권 손해 분주다사 경쟁치열 오락지출 닭띠 乙酉 45년생 문서계약 금전원만 가택 여행시험 大길(吉) 丁酉 57년생 오전은 기분손상 오후는 만사화합 안정 己酉 69년생 재수원만 문서계약 능력인정 연인 데이트 辛酉 81년생 식복도 인기도 생기고 학업성취 고민해결 癸酉 93년생 동료모임 단합해결 능력인정 재물은 지출 개띠 丙戌 46년생 기분상쾌 자손경사 가족모임 외식하고 길(吉) 戊戌 58년생 재물이득 문서해결 행운오고 소원성취 庚戌 70년생 과음실수 운전조심 직장갈등 연인불화 壬戌 82년생 재물지출 많고 음주 오락으로 손해 경쟁불리 甲戌 94년생 일진무난 귀인도움 고민해결 음식초대 길(吉) 돼지띠 丁亥 47년생 만사불리 관재사고 조심 투자금전 불리 흉(凶) 己亥 59년생 마음의 변화 여행출행 차량문서 고민발생 辛亥 71년생 과음 운전조심 탈선 정신불안 직장고민 癸亥 83년생 친구와 방탕 여행출행 실속있는 일 찾도록 乙亥 95년생 가족불화 여행출행 운전 술조심 분주다사 청년철학관 작명연구소 서일관 원장

휘어진 손 끝에서 다시 피어난…‘제14회 대한민국청춘미술대전’

‘청춘’을 나이로 따질 수가 있을까. 풍부한 상상력을 갖고 열정을 쏟아 부으며 가슴 설레는 꿈을 갖고 도전하는 모든 이들은 지금 청춘을 살고 있을 테다. 그림에 자신의 세계를 담아내며 새로운 매일을 가꿔나가는 어르신들의 도전의 이야기. ‘제14회 대한민국청춘미술대전’이 지난 24일 수원시립만석전시관 1관에서 개막해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대한민국청춘미술대전은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효원의 도시 수원에서 펼쳐지는 어르신들의 문화잔치다. 어르신들의 지혜와 오랜 삶의 문화를 그림을 통해 되새기려는 취지가 담겼다. 치매미술치료협회가 주최하고 대한민국청춘미술대전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며 수원특례시와 3세대문화사랑회가 후원하는 이번 대전엔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사생대회 546점, 공모전 92점 등 총 638점의 작품을 접수했다. 이 중 심사를 통해 121점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생대회 대상은 꽃과 열매가 풍성한 나무, 색색의 빛을 내는 태양으로 생의 설렘을 드러낸 정희영씨(85)의 ‘신혼의 단꿈’에 돌아갔다. 최우수상은 서정희씨(82)의 ‘수양버들과 수원천’이 차지했다. 삶과 꿈을 예술로 승화시킨 공모전 대상은 김선주씨의 ‘나와 함께’, 최우수상은 장정봉씨의 ‘비상’이 수상했다. 크레파스화가 주류를 이루는 사생대회 작품은 복지관과 경로당, 시설, 몸이 불편해 집에 계시는 홀몸어르신 등 다양한 곳에서 접수됐다. 평생 가족을 먹여 살리고 보살피느라 휘어진 손 끝에 쥐어진 크레파스는 어르신들의 추억과 그리움, 바람을 담아 한 폭의 소박하고 따스한 동화를 그려냈다. 정겹게 그려진 감나무, 돌담을 따라가다 보면 유년시절의 탐스러운 꽃과 같은 청춘의 시절과 일상을 묵묵히 일궈나가는 부모님들의 삶과 마주하게 된다. 쉽게 그려진 듯한 선 하나하나에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겼다. 치매 초기증상으로 손에 힘을 주기 힘들어 무지개조차 그리기 어려워했던 한 어르신은 매주 3회씩 7개월간 신현옥 치매미술협회장과 함께 크레파스를 움켜 잡고 연습해 곡선이 유려하고 빛나는 무지개를 배경으로 한 그림을 제출했다. 공모전에 참가한 이들 중 가장 연장자인 김옥연 할머니(97)는 ‘사랑의 나무’ 작품으로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번 대전 수상을 통해 마을잔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섯 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수원 서호경로당이 ‘경사가 났다’며 이들의 작품을 주변에 전시하고 200여명이 함께하는 동네잔치를 연 것. 동네엔 모처럼 만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고 한다. 대회장인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은 “추억은 그림 같고, 추억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 우리들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며 가치 있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며 “어르신들의 추억과 사랑과 기쁨이 깃들어 있는 미술을 통해 목적이 없는 삶에서 희망이 있는 삶으로, 또 자신의 인생을 사랑할 줄 아는 새로운 자신을 창조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