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곳에나 쓰레기가 널려 있으니 쥐가 거리를 활보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물어가는 모습이 흔해졌습니다.”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가 이어지고 있는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 일대에 최근 들어 쥐가 수시로 출몰, 인근 상인들과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5일 팔달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8월부터 인계동 일대에서 ‘올바른 쓰레기 배출 장소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음식점과 주점 등이 몰려 있는 인계동 일대는 쓰레기 무단 투기와 음식물 쓰레기 적체 관련 민원이 잦은 곳이다. 이에 구는 이전부터 불법 투기 단속을 수시로 진행함과 동시에 쓰레기 투기 문화 개선 홍보 및 계도를 병행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곳곳에 불법 투기된 쓰레기들이 악취와 함께 쌓여 있어, 이에 따른 쥐 출몰이 잦아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인계동 일대는 노후 건물이 많아 건물 곳곳에 크고 작은 구멍들이 많이 생기는데 이 사이로 쥐들이 많이 다니는 편”이라며 “최근에는 쥐를 잡으려고 설치한 끈끈이에 성인 손보다 큰 쥐가 아둥바둥하고 있는 것과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몸서리를 쳤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 역시 “이전에도 쥐는 있었지만 최근 들어 목격 빈도가 높아졌다”며 “저번에는 가게 앞에서 쥐 2마리가 있어 빗자루로 내쫓았던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전문가들은 무단 쓰레기 투기나 방치가 이어지면 쥐 출몰이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영철 을지대 위생해충과 교수는 “인계동에 식당가나 유흥업소가 많아 사람 곁에 사는 ‘가주성 쥐’가 많이 서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쓰레기 투기를 줄이려는 노력과 동시에 쥐 개체 수 감소를 위한 방역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팔달구 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쥐가 출몰하고 있는 인계동 일원은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돼 방역 활동이 전개 중”이라며 “지속적인 관리에 앞서 현재 활동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목요일인 26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린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9~12시)부터 늦은 오후(12~18시) 사이 경기동부에는 5~20㎜, 서울·인천·경기서부에는 5~1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또 전날 밤부터 이른 새벽 사이 경기북부에는 싸락우박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번 비는 갑자기 오다 갑자기 멎는 소낙성으로 강하게 내리며, 비가 내리는 곳에서는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어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7~21도, 낮 최고기온은 25~29도를 기록한다.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기온 11~19도, 최고기온 23~26도)보다 조금 높다. 지역별로 보면 ▲수원 19~27도 ▲성남·과천 20~28도 ▲의왕 21~26도 ▲이천 18~27도 ▲양주·의정부 18~28도 ▲연천·포천 17~25도 ▲김포 18~27도 ▲인천 19~27도 등의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하늘은 대체로 흐리다 오후부터 가끔 구름이 많다. 아울러 오늘은 미세먼지에 주의해야 한다. 대기질이 대체로는 청정하나, 일부 서쪽지역은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돼 밤에 농도가 다소 높을 수 있다. 특히 인천·경기남부는 밤에 일시적으로 미세먼지 예보등급이 ‘나쁨’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 외에는 수도권 전 지역 ‘보통’ 수준이다.
배추 한 포기에 2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금(金)추, 금배추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다.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폭우로 배추 작황이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9월 중순 배추 도매가격은 상품 기준 포기당 9천537원으로 올랐다.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소매가격은 2만∼2만3천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일반 가정에서도 그렇고, 식당 사장들도 폭등한 배추값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김치 없는 밥상을 낼 수도 없으니 걱정이 크다. 정부가 결국 중국산 배추를 들여와 도매시장에 풀기로 했다. 당분간 배추 공급량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 수급 안정을 위해서다. 국산 배추는 11월 김장철을 대비해 최대한 비축할 방침이다. 중국산 수입 배추는 27일 초도물량 16t을 들여온다. 이후 중국 산지 상황을 보면서 수입 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들여오는 건 2010~2012년, 2022년에 이어 다섯 번째다. 국민 선호도 등을 고려해 주로 김치 제조공장 등 가공·외식업체 중심으로 유통됐다. 이번에 들여오는 배추도 마찬가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 배추가 가공∙외식업체 배추 물량을 채워주면 일반 가정에서 필요한 물량에 여유가 생기고,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폭염과 가뭄, 홍수, 한파, 폭설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다. 기후변화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는 농업이다.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 ‘기후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은 기후(climat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극심한 이상기후 때문에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농산물과 식재료 가격이 오르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금사과, 금오이, 금고추, 금배추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소비자들은 폭등한 장바구니 물가에 고통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는 자연재해 및 병해충 증가, 물 부족 등을 유발해 농작물의 생산성 감소와 품질 저하 등을 가져오게 된다. 이는 농산물 수급 불균형과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농업이 직면한 문제다. 때문에 매번 다른 나라의 수입 농산물에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온난화에 따른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로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당장 눈앞의 채소값, 과일값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 시스템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5년 전 무의대교가 개통했다. 인천 대표 관광섬 무의도가 육지와 이어진 것이다. 당장 관광객들의 차량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섬 사정은 예전 그대로였다. 오솔길 수준의 도로를 관광버스가 간신히 지나갔다. 중앙선도 없어 승용차들은 아슬아슬 비켜 다녔다. 차량 정체가 이어졌지만 잠시 주차할 공간도 없었다. 관광객이 늘면서 섬은 식수난까지 겪어야 했다. 부랴부랴 인천경제청이 고육지책에 나섰다. 하루 통행량을 900대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고는 주민 및 관광객들에게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섬의 주차·교통난은 이후로도 한동안 이어졌다. 이번엔 반대편의 신·시·모도가 걱정에 휩싸였다. 내년 말 영종~신도 평화도로(신도대교)가 개통한다. 이들 섬 사정도 과거 무의도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2025년 말 개통 목표의 신도대교(3.26㎞) 공사가 한창이다. 영종도와 주변 3개 섬을 잇는 연도교다. 인천 옹진군이 개통 이후의 교통량을 예측했다. 개통 초기 1일 최대 8천800대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시간이 지나 안정세에 들어가도 1일 평균 5천900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에 비례해 관광객도 급증할 전망이다. 2022년 기준 장봉도까지 포함한 옹진군 북도면 관광객이 하루 1천100명 수준이었다. 개통 이후 차량 1대당 2~3명만 잡아도 얼마만한 숫자인가. 조용하던 섬이 급격히 불어난 유동인구로 북적일 것이다. 당장 섬 내 교통 혼잡과 주차난이 걱정이다. 섬 내부 도로·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태부족해서다. 옹진군은 우선 단기적으로 주차장 4곳(1천120면)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 보행자 도로를 포함한 왕복 2차로의 섬 내부 도로 확충도 시급하다. 문제는 예산이다. 옹진군이 최근 인천시에 관련 예산 297억원의 절반 정도(162억원)를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이 없다. 부지 구입이 급하지만 아직은 손을 놓고 있다. 옹진군은 일단 기본계획 수립 등 행정절차를 먼저 끝내 놓는다는 방침이다. 예산 확보와 동시에 최대한 빨리 공사에 나서기 위해서다. 인천시도 최근에야 문제를 파악, 대처에 나섰다고 한다. 기반시설 지원을 맡을 태스크포스(TF)도 꾸린다. 이미 무의도에서 한 차례 호되게 겪은 사태다. 그러고도 대처를 못한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된다. 또다시 통행을 막으려 갓 개통한 다리에 바리케이드를 칠 것인가. 지자체마다 지역 관광 활성화에 목을 매는 요즘이다. 멀리서 이들 섬을 찾아온 사람들이 뭐라 할 것인가. 다리가 열리기 전에 손님 맞을 채비를 마쳐야 할 것이다.
알려졌던 CJ 측 대응은 쟁송(爭訟)이었다. 피해 구제를 위한 재판을 준비했었다. 국내 굴지 법무법인 K였다. 7월 초 수임제안서가 오갔다고 한다. 법무법인이 CJ에 보낸 의향서다. 소송 전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고 들렸다. 대략 8월 말 즈음 전언이다. 그런데 9월5일 깜짝 놀랄 발표가 나왔다. CJ가 관련 협약 해제를 통보한 것이다. 경기도의 협약 해제에 동의하는 법률 절차다. ‘장기간 소송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급전환이다. 여론-이 글에서 여론은 고양시민 여론이다-은 그때까지 CJ와 뜻을 같이했다. 그도 그럴 게, 해제는 경기도 결정이었다. 6월28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타당하고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했다. 그때 든 게 ‘CJ 의지 부족’이다. 지체상금 감면 문제를 거론했다. 여론과 CJ는 여기 동의하지 않았다. 국토부 중재가 있었고, 감사원 컨설팅 의뢰 중이었다. 그 결과를 보기도 전에 해제를 선언했다. 여론은 경기도를 비난했다. 다 들고 일어났다. 시위에 내걸린 구호가 이거였다. ‘K–컬처밸리, 원안대로 추진하라’. 시민들이 말하는 원안은 뭔가. 32만6천400㎡짜리 컬처밸리다. 거기엔 아레나 공연장이 있다. 콘텐츠 경험시설, 문화 콘텐츠 업무 시설, 랜드마크 시설도 있다. 사업비만 2조원이 넘는다고 했다. 연간 250만명이 찾을 거라고 했다. 경제효과 30조원에 달할 거라고 자랑했다. 그 약속, 그 규모 그대로 추진하라는 거다. 사업 주체의 연속성은 당연했다. 다 CJ를 챙긴 이유다. 그랬었는데 이렇게 됐다. CJ가 경기도에 동의했다. 협약 해제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들어간 돈이 수천억원이라더니.... 법률적 쟁송도 각오한다더니.... 갑자기 경기도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묘한 제안을 섞어 넣었다. ‘공사가 진척 중인 아레나 사업을 최대한 신속히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공정 17%인 공연장은 계속 짓겠다는 거다. 말이 협의지 경기도에 부탁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고양시민 뜻이 아니다. 이쯤에서 되살아나는 기억이 있다. CJ 측은 그동안 ‘공정 17% 추진 중’을 강조했다. 경기도는 ‘전체 공정 3%’를 얘기했다. 김동연 지사가 직접 ‘8년간 3% 공정’을 언급했다. CJ 측의 사업 의지가 부족하다는 근거였다. 같은 얘기인데 이렇게 달리 풀었다. 돌아보면 CJ는 아레나를 많이 챙겼다. 전체에서 떼어 내 아레나를 말했다. 그러더니 ‘그 아레나만은 하고 싶다’고 밝혔다. 상징성 크다지만 따로 떼어 논할 부분은 아닌데. 이해 안된다. 곧 경기도의회 특위가 시작된다. 계약 해제 과정을 살피겠다고 했다. 경기도의 잘못을 찾겠다고 했다. CJ 측 의견도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CJ가 경기도에 동의했다. 법적으로 완벽히 끝나 버렸다. CJ에 들어줄 게 있는지 궁금하다. 피해 당한 을(乙)로 계속 볼지 의문이다. 더구나 아레나 사업을 도에 부탁하는 입장이 됐다. 특위-특히 도지사를 벼르는 쪽-가 원하는 증언이 나오기나 할까. 아마 없을 것 같은데. -협약 해제 받아 줄테니 아레나 공사 달라-. 이 말에 다 못 담을 경영적 고려사안은 많을거다. 하지만 여론에게는 그다지 달리 보이지 않는다. 고양시민들에게는 더 그래 보인다. 그렇다면 경기도의회가 CJ에 물어야 할 질문도 바뀌는 게 옳다. ‘CJ가 정말로 공사 지연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CJ에 지체상금 감면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가’, ‘공정 3% 업체가 공정 17% 사업만 떼 가는 특혜가 옳은가. 규정에도 없는데...’. 고양시민의 여름은 유독 더웠다. 160리 길 달려가 경기도에 항의했다. 펄펄 끓는 도로를 차량으로 덮었다. ‘원안 추진’을 향한 투쟁이었다. 거기서 기업이 떨어져 나갔다. ‘회사 이익 챙기겠다’며 반대로 갔다. 고양시민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지만, 비빌 곳은 점점 사라질 것 같다. 그래서 걱정이다.
챗GPT는 오픈AI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다. 챗GPT는 발전을 거듭해 2023년에는 챗GPT-4 터보가 발표됐고 2024년 5월에는 인간처럼 대화가 가능한 챗GPT-4o가 공개됐다. 인공지능은 교육, 산업, 군사, 사법, 예술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곳이 없다. 문단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 챗GPT가 시를 쓴다. 챗GPT가 요구하는 입력값대로 시를 쓰게 되자 문단에 비상이 걸렸다. 작년에는 다수의 문예지가 챗GPT 특집을 다뤘고 올해는 급기야 문학상 공모에 ‘GPT를 활용한 작품이라고 판단될 경우 수상을 취소한다’는 유의 사항이 붙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챗GPT를 활용했다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런 유의 사항은 챗GPT는 동일한 입력값에도 모두 다른 시를 생산해 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문단에 챗GPT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던 2023년 ‘포엠피플’ 여름호 특집으로 필자는 ‘챗GPT, 시인으로서의 (불)가능성―한국의 명시 7선과 챗GPT의 명시 7선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챗GPT에 동일한 한국 명시 제목과 주제를 입력값으로 시를 쓰게 했다. 그중 챗GPT가 쓴 명시 1편을 소개한다. “이별의 정한에 서로를 바라보며/슬픔에 잠긴 눈빛으로 말없이 손을 흔들며/길을 나선 그대와 나/희미해진 뒷모습을 바라보며 떨리는 가슴을 감추지 못하고//진달래꽃이 피는 곳마다/서로를 지키며 함께한 추억이 번져/그리움과 아픔이 한껏 더해져/이젠 서로의 곁에서 멀어져 가고 있음을 알면서도//진달래꽃이 지는 그날까지/이별의 정한을 깨지 않으려 애쓰는 그대와 나/서로의 마음속에 간직한 추억으로/진달래꽃처럼 아름답게 떠나기를 바라며//진달래꽃이 지는 그날까지/서로의 마음을 잊지 않으리라.”(챗GPT∙‘진달래꽃’ 전문) 이 시는 챗GPT에 “진달래꽃이라는 제목으로 4연 12행의 시를 쓰시오. 주제는 이별의 정한입니다”를 입력값으로 줘 생산해냈다. 챗GPT는 필자가 요구한 4연은 지켰으나 12행은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시를 주제에 맞게 써냈다. 아직 챗GPT는 시적 착상과 사유를 발전시키는 데 미숙하다. 사유의 구체성과 시적 화자가 어떤 상태인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챗GPT가 쓴 시는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주제에 충실했다. 문예 창작을 전공하는 학생이 필자에게 “교수님, 챗GPT가 저보다 시를 잘 쓰는 거 같아요”라고 강의 중에 말했다. 학생의 말은 인공지능 시대 창작자의 위기감을 압축한다고 본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챗GPT를 활용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듯이 작가들도 챗GPT를 활용할지 모른다. 챗GPT에 입력값을 주고 초고를 쓴 다음 끊임없이 퇴고한다면 초고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전자계산기를 도구화하듯이, 그리고 19세기 사진기의 등장으로 인상파가 출현했듯이 이제 인공지능 시대의 창작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추석 명절이 지나고 나면 정치권과 언론들은 추석 민심에 대해 다양한 풀이를 내놓는다. 올해 추석 명절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오랜만에 둘러앉은 가족들이 가장 많이 꺼낸 이슈. 바로 ‘더위’다. 역대급 폭염이 몰아친 올해, 추석이지만 ‘반팔’ 차림의 옷을 입고 모인 가족들. 난생 처음 추석에 에어컨을 틀고 잠이 든 식구들. 추석 연휴 직후였던 19일에도 온열질환자가 전국에서 38명 발생했다.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는 3천600명을 넘어섰다. 하석(夏夕)이라고 불린 올 추석, 전 국민이 절실히 느꼈다. ‘날씨가 너무한다’, ‘이제 정말 지구가 많이 아프구나’라는 것을 말이다. 폭염 등 기상 악화로 시금치와 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각각 120%, 70% 넘게 뛰었다. 현재 횟집에서는 가을 전어를 찾아볼 수도 없다. 수확을 앞둔 들판에는 ‘벼멸구’ 탓에 하얗게 말라죽는 벼가 늘어나고 있다. 벼멸구는 기온이 내려가면 활동이 뜸해지는데 올해는 폭염으로 최근까지 번식을 이어가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같은 더위가 이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이번 겨울에는 극한 한파를 전망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환경 문제가 몇 번씩 큰 이슈가 됐다가 사라진 적이 있다. 식당에서 일회용품 지급을 하지 않기 시작했을 때, 종이로 된 빨대가 등장했을 때, 대통령선거에서 난데없이 ‘RE100’이 크게 이슈가 됐을 때 등등. 어떠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온 가족이 반팔을 입고 모여 에어컨을 틀고 자야 했던 올 추석. 환경 문제가 심각함을 체감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다시 한번 환경 정책을 강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
어느 날 얼굴과 팔 전체가 붉게 부어오른다. 놀라 몸을 훑는데 갑자기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큰 병이다 싶어 밖을 나왔는데 보이는 사람마다 피부가 울긋불긋하다. 누군가는 침울하고 누군가는 혼잣말을 한다. 우는 소리를 따라가니 유명을 달리한 자 옆에 가족이 애처롭게 있다. 갑자기 뒤바뀐 세상,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이 이야기는 영화가 아니다. 1907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미국 남부는 옥수수 주 생산지이고 옥수수는 20세기 초 가난한 농민들의 주식이었다. ‘펠라그라(pellagra)’는 염증으로 피부염과 설사가 나타나고 치매와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다가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1907년부터 1940년까지 사망자는 10만명으로 추산됐다. 당시 미국 공중보건의 조지프 골드버거 박사는 농업지역, 요양병원, 보육원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것을 보고 전염병이라 여겼다. 그러나 정치인, 자본가, 의사, 교사의 발병 수준이 낮은 점을 발견하고 마침내 펠라그라의 원인이 ‘비타민B3(니아신)’ 결핍임을 밝혀냈다. 부유층보다 고기, 우유, 채소를 섭취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서민들은 비타민B3 흡수율이 낮은 옥수수를 주로 섭취했기 때문에 이렇게 끔찍한 병에 시달렸다. 그러나 원인을 밝히면 해결될 것 같던 펠라그라의 장막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그러나 골드버거 연구진은 포기하지 않고 서민을 살릴 차선책으로 비타민B3가 풍부한 저가형 식품원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개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당시 비타민B3 결핍 실험으로 개의 혀에 검은 점이 생기는 ‘흑설병(黑舌病)’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흑설병과 펠라그라의 유사성에 주목했고 이때 효모가 치료에 탁월했다는 사실이 결정적 단서로 작용했다. 결국 연구진은 빵을 만드는 효모를 대량 보급했고 이런 조치는 펠라그라 치료와 예방에 크게 이바지했다. 당시 개는 펠라그라 종식의 숨은 공신이자 국민을 외면한 정치로부터 서민 건강을 지켜낸 동반자였다. 반려동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한자로는 짝 반(伴), 짝 려(侶)자를 쓰며 영어로는 동반자를 뜻하는 ‘companion animals’로 삶을 같이 살아가는 존재, 같이 숨 쉬고 걷고 웃을 수 있는 대상을 동반자라고 한다. 사람과 개가 공존한 역사는 오래됐다. 독일에서 발견된 1만4천년 전 개 화석은 함께한 시기를 가늠할 증거다. 최근 유전자 분석 연구에 의하면 사람과 개의 역사를 4만년 전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사냥으로 도움을 주던 동반자는 현재 집지킴이, 경호견, 경찰군견, 구조견, 도우미견, 반려견으로 탈바꿈하며 사람과의 공존을 이어가고 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개는 사람에게 스스로 다가와 길들여진 최초의 동물이다. 개의 특별한 역사를 가늠한다면 어쩌면 펠라그라 종식을 위한 도움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늘 그래왔듯 또다시 도왔을 뿐이다.
‘달과 놀던 아이’를 쓴 뤼시엥 뒤발은 가톨릭 사제이자 유명한 샹송 가수였다. 그는 자신의 알코올 중독 경험과 힘겨운 회복 과정을 책에 담았다. 자제력을 잃고 절망 속에 방황하던 그에게 치유는 중독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나 뤼시엥 뒤발은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저는 알코올을 이겨낼 힘이 없습니다. 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사실 우리 역시 여러 형태로 중독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또 얼마든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어 잘 모를 뿐이다. 매번 조절하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또다시 무언가를 갈망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사실 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정 물질(알코올, 약물 등)이나 행동(도박, 성, 인터넷)뿐 아니라 권력, 명예, 자리같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이거나 투자, 소유(소비), 일같이 자신에게 이득을 된다고 믿는 것이라면 더 교묘하게 우리를 지배하는 중독이 될 수도 있다. 중독의 특징은 그 행위에 사용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반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 친구와 교제하는 시간, 자신을 성찰하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찰나지만 자신에게 해방감, 성취감, 절정의 극치감을 선사한 그 경험을 어떤 형태로든 재경험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작용과 그 무의식적인 작용에 뇌가 지배를 받아 몸이 기계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스스로를 중독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독자들은 자신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모르게 특정 행동(술, 약물, 게임, 도박, 쇼핑, 스마트 기기 등)에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잠깐의 틈새 시간, 그리고 더 심각하게는 밤에 잠을 자야 할 시간을 줄여 중독행위에 몰입한다. 그러다 보니 낮에 더 피곤하고 더 쉽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남들에게는 늘 바쁘고 여유가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자신을 쉴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행위가 자신에게 위로를 줬지만 대개는 후회와 부끄러움을 유발하고 종래에는 고통스러운 삶으로 귀결된다. 뒤발은 중독 행동을 멈추려면 행복해져야 하고, 또 행복해지려면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중독이 시작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독에 빠진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초기에 느꼈던 극치감과는 다르게 중독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후회와 죄책감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죄책감에 빠져 자기 처벌 심리가 작동하면 중독 행동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심각한 중독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수용하는 것이 중독과 거리를 둘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 홀로인 상황, 아무도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중독은 다시 외로움과 불행감 등 정서적 불편감을 불쏘시개 삼아 활성화한다. 중독에서의 치유는 나만의 세계를 버리고,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사람들과 세상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전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