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해외 한국학 지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미국 남부 조지아주 시골의 한 소녀가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하는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해왔다. K-pop에 매료돼 한국을 접하게 된 그는 지금 컬럼비아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요사이 정비석의 ‘자유부인’에 빠져 있다. 미시건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 중인 한 여학생은 K-pop을 즐기는 단계를 지나, 세계의 젊은이들이 왜 한국 대중음악에 심취하는지에 대해 연구하려고 대학 내 한국학센터를 찾아 일을 도우며 공부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를 이끄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대해 연구하려고 한다. 최근 2018년도 북미지역 한국학사업 계획 심의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의 대학에서 역사, 문학, 인류학 등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들을 만났다. 앞의 예는 이분들이 들려준 비슷한 사례 중 한 가지와 필자가 직접 만난 학생 이야기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 Korea Foundation)은 한국을 세계에 잘 알리는 것이 설립 목적이며, 창립 이래 25년간 중요하게 추진해온 사업이 바로 해외 대학의 한국학 지원이다. 나라마다 대학마다 가르치고 연구하는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학의 정의도 쉽지는 않으나, 한국어를 기본으로 문학역사철학을 비롯한 인문학과 정치경제사회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등 각 학문 분야에서 진행되는 한국에 대한 연구와 강좌를 통칭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과거 한국에 대한 연구는 처음부터 한국에 대해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한국전 참전 군인이나 미국의 평화봉사단과 같이 전후 복구지원을 위해 한국에 왔던 분들 중 일부가 본국에 돌아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면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학 1세대로서 연구와 후학 양성을 통해 2세대 한국학자를 배출하였으며, 최근 이들에게 배워 학위를 받고 3세대 한국학자로 대학에 자리 잡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세계 젊은이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대부분 음악,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 매체를 통해서다. K-pop을 즐기면서 한국어를 공부하거나 한국을 직접 방문하여 경험하는 정도이지만, 일부는 깊은 수준의 한국 연구에 빠져든다.조선시대 한국문학을 연구하거나 한국의 유학 사상을 연구하고, 고대 한반도와 주변의 역사를 공부하기도 한다. 해외 한국학의 생태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文史哲(문사철)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이 대중문화에 대한 일시적 관심만으로는 한국학을 발전시킬 수 없겠으나, 우리는 이미 대중문화를 클래식문화나 학문적 영역과 분리하여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KF가 매년 재외공관의 협조를 받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6년 한류동호회는 88개국에 1천652개로, 등록된 동호인 수는 약 6천만명에 이른다. 이는 2014년 79개국 1천652개 단체 2천180만명에 비해 회원 수만 보면 2년 만에 약 3배에 이르는 엄청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보다 깊이 있는 한국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외 대학에 한국어와 한국학 강좌를 확충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대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KF는 지난 25년간 세계 84개 해외대학을 지원한 결과 한국학을 강의하는 교수직 123개가 유지되고 있으며, 또한 매년 80여 명의 객원교수를 56개국에 파견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무한정 이어지리라고 가정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힘껏 저어야 한다. 이시형 국제교류재단 이사장·前 주OECD 대사

‘이병곤 플랜’ 영웅의 삶 보듬다

지난 2015년 서해대교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故이병곤 소방령의 사고를 계기로 경기도가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해 11월 ‘이병곤 플랜(Plan)’을 추진했다. ‘이병곤 플랜’ 추진 이후 3교대 근무 시행과 노후장비 전면 교체 등 소방관의 처우가 크게 개선됐지만 제2, 제3의 이병곤 소방령 사고를 막기 위해 인식개선 등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경기도와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11월3일 도내 소방공무원을 위한 ‘이병곤 플랜’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2월 서해대교 화재현장에서 안타깝게 순직한 故이병곤 소방령의 일을 계기로 소방공무원의 근무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병곤 플랜에는 △소방관이 행복한 근무환경 △도민을 위해 희생하는 소방관에 대한 지원 △일류장비 및 인력 확충 △지진 등 특수재난에 대한 대응능력 강화 △소방 사각지대 해소 △소방안전특별회계 설치 등 6가지 목표와 세부계획이 담겼다. 이런 가운데 이병곤 플랜이 추진 1년을 맞은 현재 소방 각 분야에서 이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지난해와 올해 총 1천299명의 소방공무원이 증원, 100% 3교대 근무 목표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도내 일부 소방서에는 인력이 부족해 24시간 근무 후 하루를 쉬는 2조 2교대 근무를 시행해야 했다. 3교대 근무가 시행되는 곳은 2016년 도내 소방서 34개 중 현장대응단장 기준 14곳에 불과했다. 이에 소방공무원들은 피로누적과 비정상적인 생활 등의 문제를 호소, 3교대 근무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소방공무원 증원으로 현재 3교대 근무가 이뤄지는 소방서는 24개로 늘어났다. 도는 오는 2018년 추가 인력증원을 통해 나머지 10개소에도 3교대 근무를 도입할 계획이다. 소방공무원은 물론 도민들의 안전을 위한 노후 소방차ㆍ장비도 대폭 교체됐다. 앞서 도내에는 8~12년 이상 된 노후소방차가 184대 운행, 재난 상황에서의 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도는 현재까지 146대의 노후소방차를 교체했다. 또 신속한 초기대응 및 골든타임 확보에 걸림돌이 되는 ‘소방 사각지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도는 인근 아파트 설립 등으로 인해 수요가 늘어난 도내 곳곳에 22개의 119구급대를 신설했다. 또 오는 2020년까지 차례대로 안산 신길과 안성 원곡, 성남 태평, 부천 여월, 안양 박달 등 5곳에 119안전센터를 신설해 나갈 방침이다. 이 밖에도 소방공무원들의 애로사항으로 지목됐던 방화복 세탁기가 보급되고 보육시설이 지원되는 등 이병곤 플랜으로 인해 도내 소방관들의 처우가 대폭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인력확충 및 시설개선이 이뤄진 반면 장기적인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도내 한 소방 관계자는 “이병곤 플랜이 소방공무원 전반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면서 많은 지원이 이뤄져 다행이다”라면서도 “다만 단순히 인력 증대, 청사 개선 등 일회성 예산으로 해결 가능한 계획만 있을 뿐 소방공무원을 위한 인식개선 등 장기적인 플랜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오는 2020년 이병곤 플랜 완료 시기에 대비해 소방공무원의 근로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 방향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 관계자는 “도내 소방공무원들의 고충을 덜기 위해 이병곤 플랜의 세부계획을 차질없이 잘 마무리 할 것”이라며 “플랜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현장에서 일선 소방관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들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설치 확정된 용인 원삼·모현IC, 이제와서 ‘재검토’

정부가 지난해 말 확정된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 중 ‘안성~구리’ 구간 용인 원삼·모현 IC 설치 등에 대해 지난 9월 재검토를 실시하기로 하고 KDI(한국개발연구원)에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요청했음에도 해당 지역 야당 의원에게는 10월30일 전화로 일방통보, 물의를 빚고 있다.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용인갑)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9월27일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구리 구간 총사업비 조정결과를 통보하면서 △원삼IC, 모현IC, 금어JCT 출입시설 3개소 △원삼, 양지 졸음쉼터 2개소(안성~성남 4, 6~8공구)에 대해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10월11일에는 KDI에 안성~구리 구간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 중 용인 원삼·모현 IC설치는 지난해 12월 관계기관 협의와 주민설명회를 거쳐 확정한 것이고, 현재 세부설계와 인허가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여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해당 지역 이 의원에게는 KDI에 재검토를 요청할 때 까지 일언반구 얘기가 없다가 10월30일 도로공사가 전화로 알린 것으로 전해져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토교통부 종합감사에서 김현미 장관과 신재상 도로공사 사장직무대행에게 “해당지역 국회의원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갑자기 국민과 약속한 사업을 재검토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면 의원한테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특히 이 의원은 “정권이 바뀌어서 야당의원 지역에 대한 탄압을 하는 것이냐 아니면 용인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냐”고 강력 성토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원삼·모현) IC 2개와 또 다른 시설물에 대해서는 2009년 타당성 조사 때 없었는데 2016년 설계과정에서 반영됐기 때문에 기재부에서 적정성을 재검토한다고 알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특별히 타당성이 없다고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특히 “‘타당하다’는 (국토부의) 의견을 적극 개진해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의원님 몰래 하려고 한 것 아니었다. 당초 계획했었던 IC가 설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거듭 양해를 구했다. 김재민기자

용인 수도권자원순환센터 사고 안전매뉴얼도 없어 ‘예고된 인재’ 지적

용인 수도권자원순환센터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재활용품 파쇄기에 끼어 숨진(본보 10월26일자 7면) 가운데 해당 작업장에 별도의 안전 매뉴얼마저 없어 ‘예고된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경찰과 소방 당국, 수도권자원순환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1시 14분께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덕성리 수도권자원순환센터 작업장에서 근로자 A씨(50)가 폐가전을 분해하는 파쇄기에 두 다리가 끼어 숨졌다. 이런 가운데, 작업장에는 별도의 재난ㆍ안전 매뉴얼도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압축기나 파쇄기 등 위험한 기계를 주로 다루는 도내 각 시ㆍ군 대부분의 재활용선별장은 작업장이나 설비마다 기계 작동 요령이나 주의사항, 안전수칙 등이 기재된 안전 매뉴얼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해당 작업장에는 이런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매월 1~2회 실시된 재난안전교육과 산업안전교육 등의 안전교육도 지난 2월 안전보건공단에서 진행된 교육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부 전문가가 아닌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가진 직원이나 파트별 고참급 현장 근로자들에 의해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수도권자원센터 관계자는 “사고 이후 안전 관련 매뉴얼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등 철저한 안전 대책 방안 마련을 논의 중이다. 다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작업장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송승윤기자